
온라인 사회관계의 디지털 게이트키퍼 가능성: 걱정수준의 매개 효과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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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모바일 사회관계망에서 개인이 디지털 게이트키퍼로서 정서적 지원과 타인의 기분 조절을 돕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특히 우울 정도에 대한 지각이 기분 조절 전략 제안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걱정 수준’의 매개 효과를 검증하고, 관계 친밀도에 따른 차이를 비교하였다. 일반인 263명을 대상으로 모바일 메신저 기반 비네트 실험을 실시한 결과, 친밀한 관계에서는 우울 정도와 무관하게 높은 걱정 수준이 보고되었다. 반면 지인 조건에서는 우울 비네트가 정상 비네트보다 유의하게 높은 걱정을 유발했으며, 걱정 수준이 높을수록 정서적 조언 제공 가능성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매개 효과는 지인 관계에서만 유의하였다. 본 결과는 모바일 사회관계망에서 관계적 맥락에 따라 걱정과 기분 조절 지원 행동이 다르게 작동함을 보여주며, 특히 약한 유대 관계에서도 디지털 게이트키핑을 통한 기분 조절 촉진이 가능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모바일 미디어 기반의 기분 조절 지원 시스템 설계에 이론적·실천적 함의를 제공한다.
Abstract
This study explored the potential role of individuals as digital gatekeepers in providing emotional support and facilitating the mood regulation of others within mobile social networks. A mobile messenger–based vignette experiment was conducted with 263 adults to examine whether perceived depression influences mood regulation strategy suggestions through the mediating effect of worry and whether the results differ depending on relationship closeness. In close relationships, participants reported high worry regardless of depression severity, whereas in acquaintance relationships, viewing a depressive vignette elicited greater worry than a neutral one. Higher worry increased the likelihood of offering emotionally supportive advice, and this mediating effect appeared only for acquaintances. These findings indicate that worry and supportive mood-regulation behaviors operate differently across relational contexts in mobile social networks. Even weak ties can promote mood-regulation facilitation through digital gatekeeping, highlighting both theoretical and practical implications for the design of mobile media–based systems supporting mood regulation and mental well-being.
Keywords:
Mobile Social Network, Level of Concern, Depression, Mood Regulation, Digital Gatekeeper키워드:
모바일 사회관계망, 걱정, 우울, 기분 조절, 디지털 게이트키퍼Ⅰ. 서 론
2024년 한국의 자살률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심각한 공중보건 위기를 드러냈다. 통계청[1]에 따르면 자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29.1명으로, OECD 평균의 2.6배에 달하며, 특히 10대부터 40대까지의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한다. 이처럼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OECD 평균에 크게 못 미치는 실정이다[2]. 한편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비대면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 정신적 고통을 표현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3]. 이는 전문 의료 서비스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며, 일상적 차원에서 정신건강 위기를 감지하고 기분 조절을 지원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적극적인 개입과 대처 방법에 대한 조언(active coping)이 이들의 치료와 회복을 위해 필요하다[4].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디지털 게이트키퍼(digital gatekeeper)"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게이트키퍼란 주변인의 정신건강 위기신호를 인지하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나 적절한 자원과 연계하여 위기 상황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주변 사람은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이들이 전문적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이트키퍼(gatekeeper)로서 역할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 환자들의 자살 예방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4],[5]. 더욱이 적극적 치료를 독려하는 주변 사람의 반응은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으로 인한 낙인을 우려하는 이들을 안심시키는 효과도 있다[6],[7]. 그러나 기존 연구들은 주로 우울을 경험한 당사자 입장에서 취하는 대처 전략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8]-[10], 타인의 우울에 반응해 조언을 제안하거나 정서적 지원을 제공하는 대인적 기분 조절(interpersonal mood regulation) 과정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의 조언과 대처 전략 제안이 실제로 우울 극복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검증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와 같이 우울증 유병률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전문 의료 인력의 개입 이전 단계에서 일반인을 디지털 게이트키퍼로 활용하는 전략은 정신건강 지원 체계의 접근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상에서 우울 증상을 호소하는 타인을 마주했을 때의 대처 방식을 탐구하고, 개선 방향을 제안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소극적 대처(passive coping)를 제안하거나 잘못된 조언을 하게 되면, 도리어 상황을 악화시킬 위험성이 커지기 때문이다[11],[12]. 이에 연구자들[12],[13]은 “정신질환의 원인과 올바른 치료법에 관한 지식, 정신건강 문제에 효과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능력”으로서 정신건강 리터러시(mental health literacy)를 길러주는 사회적 책임과 개인의 노력이 디지털 시대의 일반인 게이트키퍼 양성을 위한 핵심임을 강조한다.
비록 정신건강 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일수록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help-seeking)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지만[11],[12], 여전히 일반인이 디지털 환경에서 우울증을 겪는 타인을 마주했을 때 어떠한 정서적 반응과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한 실증 연구는 부족하다. 더욱이 정신건강 리터러시가 높은 사람일지라도, 온라인 메시징을 통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직접 대하게 되는 상황에서는 위기 대처에 머뭇거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Cruwys et al. [13]의 연구에서는 정신건강 리터러시가 높은 참가자일지라도 정서적 스트레스를 겪는 타인을 대면했을 때 즉각적인 전문가 의뢰(referral)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러한 결과들은 정상과 치료가 필요한 우울을 감지하는 능력으로서 개인의 정신건강 리터러시도 중요하지만, 디지털 게이트키퍼로서 일반인의 활용 방안을 모색할 때에는 이러한 지식 이외에 또 다른 측면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본 연구는 정신건강 리터러시라는 지식 이외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타인에 대한 걱정 수준이 그를 향한 제안한 대처 방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사회에는 우울한 기분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진다거나 이러한 부정적 정서를 경험했을 때 혼자 이겨내야 한다는 문화적 편견이 내재되어 있다[14],[15]. 이러한 태도는 우울감을 경험했을 때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행위를 나약하게 평가하거나[16], 당장 치료가 필요한 우울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소극적 대처를 제안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11],[12]. 한편, 타인이 겪는 아픔과 상황에 대한 공감으로서 걱정[17]은 디지털 환경에서도 우울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적극적 대처를 제안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특별히, 이번 연구는 모바일 미디어를 이용한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진 현재의 상황을 고려해,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obile instant messaging: MIM)를 통해 접하게 되는 타인의 우울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선행연구에 따르면[18],[19], 참가자들이 면대면 상황에서 우울감을 표현하는 데에는 불편함을 느끼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상대적으로 상대방 시선과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좀 더 편하게 정서적 어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점들을 미루어볼 때, 디지털 플랫폼에서 타인의 정서적 노출을 경험할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이며, 일반인이 타인의 기분 조절을 돕는 디지털 게이트키퍼로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본 연구는 MIM을 통해 소통하는 온라인 사회관계의 친밀도가 다양함을 고려해[20], 친분에 따라 타인의 우울을 대하는 반응에 차이가 있는지도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친한 사람과 아는 사람에 대한 걱정 수준과 조언 방식의 차이를 살펴보는 것은 온라인 사회관계 및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게이트키퍼 방안 마련을 위한 세밀한 논의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다.
본 연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이들의 게이트키퍼 능력과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는 첫 탐색적 연구이기 때문에,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호소하는 우울 증상을 중심으로 연구 참가자의 대처능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Patient Health Quesionnaire-9 (PHQ-9)는 전문적 치료나 상담을 받기 전 일상에서 간단히 우울의 심각도를 알아볼 수 있는 평가 도구로서[21], 대상 특성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적용 가능할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야 하는 정신건강 지식이다[22]. 이를 활용해 본 연구는 치료가 필요한 우울과 정상 수준의 우울이 각각 묘사된 삽화를 이용해, 참가자가 상대가 겪는 우울의 심각성 수준을 인지하고 있는지, 이에 따른 걱정 수준과 제안하는 대처 전략에 차이가 있는지 조사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반인이 디지털 환경에서 수행할 수 있는 게이트키퍼 역할의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탐색하고, 디지털 환경에서의 기분 조절 지원 체계 설계와 일반인 게이트키퍼 활용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는 데 의의가 있다.
Ⅱ. 연구 방법
2-1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타인의 우울 수준에 대한 지각과 이들을 향한 걱정 수준에 따라 제안하는 대처 방법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게이트키퍼로서 온라인 사회관계의 역할을 논의하는 것이다. 구체적 목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울의 심각성과 친분에 따라 걱정 수준이 달라지는지 확인한다. 둘째, 우울의 심각성과 친분에 따라 제안한 대처 방법에 차이가 있는지 살펴본다. 셋째, 우울의 심각성에 따른 대처 방법의 차이에 있어 걱정 수준의 매개효과를 조사하고(그림 1), 이러한 경로가 친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2-2 연구 대상 및 자료 수집
본 연구의 대상은 만 18세 이상부터 65세 이하의 일반 성인남녀이며, 연구 대상에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연구이기 때문에, 참가자 모집과 진행은 전문 리서치회사에서 대행했다. 해당 회사는 통계청 자료에 근거해 우리나라 인구 현황과 유사한 비율로 구성된 전국 패널 약 160만명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의 일반 성인남녀라는 표본의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상자 수는 위해 모집단의 크기와 신뢰수준 및 오차범위를 고려해 산출했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일반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하기에, 해당 인구수인 3,733만 명을 모집단의 크기로 설정하고,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5%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 385명이 최소 표본수로 산정되었다. 또한, 본 연구는 참가자들에게 2개의 삽화(정상 vs. 우울) 중 하나를 무작위 할당한 후 이를 읽고 설문문항에 답하게 하는 연구를 설계했기 때문에, 하나의 삽화에 할당될 최소 표본수를 구하기 위해 G*Power 3.1을 이용했다. 선형 다중회귀분석을 기본으로 지정하고, 효과크기 .15, 유의수준 .05, 검정력 .95, 투입될 변수의 수(독립변수: 2개)를 설정한 결과, 107명이 최소 표본수로 산정되었다. 최소 표본수와 패널 응답률, 중간 탈락률 등을 고려해, 하나의 삽화당 140명씩 할당하기로 정하고 총 280명을 본 연구의 최소 표본수로 확정했다.
본 연구는 우울증에 관한 개인의 인식을 조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상자의 솔직한 답변을 얻고자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최소 표본수와 패널 응답률, 중간 탈락률 등을 고려하여 전체 패널 중 280명을 임의 표본(random sampling) 추출한 후, 이들에게 조사를 위한 안내메일을 보냈다. 임의 표본 추출을 시행한 이유는 참가자의 거주 지역과 성별 및 연령 특성의 비율을 유사하게 맞춤으로써, 인구통계학적 특성에 따라 연구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안내메일에는 설문링크와 함께 조사목적, 응답에 걸리는 시간 및 보상 등에 대한 설명도 함께 제시했다. 또한, 참가자가 자발적으로 화면에 제시된 “조사 참여하기” 버튼을 클릭해야만 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설정했다. 연구 참여에 동의한 참가자들의 답변 가운데, 중도 탈락 및 불성실한 응답을 제외한 결과 최종 263부(정상 삽화: 135명, 우울 삽화: 128명)가 분석을 위해 사용됐다.
2-3 연구 도구
본 연구에서는 두 가지의 삽화를 이용해 우울의 심각도를 구분했다. 삽화는 PHQ-9 [21]을 참고해, ‘정상 범위의 우울’과 ‘임상 수준의 우울’ 등 두 가지 유형을 만들었다. 본 연구의 목적 중 하나는 MIM을 통해 소통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사회관계가 게이트키퍼로서 역할 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기 때문에 삽화를 실제 카카오톡 채팅창과 유사하게 제작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은 중성적인 이름의 ‘지원’을 사용했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치 않은 정상 상태가 묘사된 삽화 A의 경우, 메시지를 보낸 주인공(지원)이 처해 있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단서를 제시했다.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 상태가 묘사된 삽화 B의 경우는 스트레스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무기력’, ‘입맛 없음’, ‘잠을 잘 자지 못함’ 등 PHQ-9의 우울증 증상들에 대한 단서를 제시했다. 삽화 A와 B는 증상 차이만 다르게 조작했으며,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과 스트레스 상황(이별), 메시지를 구성하는 글자 수를 모두 같게 하였다. 위 삽화의 내용은 박사 이상의 학위 및 관련 자격증을 소지한 임상 심리전문가들이 직접 개발했으며, 총 2명의 관련 전문가들에게 내용 타당도 검증을 받았다(그림 2).
삽화 속 주인공(지원)에 대한 걱정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An 등의 연구[12]에서 사용한 세 가지 문항을 이용했다. 본 연구에서는 삽화 속 주인공이 친한 친구일 경우와 아는 사람일 경우로 구분했으며, 각 대상에 대한 걱정의 수준을 다음 세 가지 질문을 통해 확인했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로 가정한 첫 번째 질문은 “본인이 지원이의 친한 친구라면, 지원이가 얼마나 걱정될 것 같습니까?”, 두 번째 질문은 “그동안 지원이가 얼마나 불편한 마음으로 지내왔을 것 같습니까?”, 세 번째 질문은 “지원이가 느낀 불편한 마음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지장을 주었을 것 같습니까?”였고, 각 질문에 대한 응답은 5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했다(Cronbach’s α= .79). 아는 사람에 관한 질문들은 위의 세 문항의 ‘친한 친구’를 ‘아는 사람’으로 변경하여 제시했으며, 동일하게 5점 리커트 척도를 이용했다(Cronbach’s α= .78). 사회적 친분 조건(친한 친구 vs 아는 사람)은 참가자 내 설계로 모든 참가자가 두 조건에 대해 응답하였으며, 응답 순서는 무작위화되지 않고 친한 친구 조건이 먼저 제시되었다.
참가자들은 “‘지원아, 힘들었겠다’라고 위로한 후, 어떤 조언을 해줄 것 같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으며, 화면에 제시된 9가지 조언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지시받았다. 해당 질문도 친한 친구일 경우와 아는 사람일 경우로 구분해 각각 측정했다. 이후 통계 분석을 위해 9가지 대처 조언은 소극적 대처와 적극적 대처로 재분류됐다. 소극적 대처의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이것저것 하면서 바쁘게 지내봐’ 등이 포함되며, 관련 조언을 가장 먼저 해주고 싶다고 선택한 사람들의 답변은 모두 0으로 코딩됐다. 반면, 적극적 대처는 ‘심리 상담을 받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병원에 한번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등을 포함하며, 해당 조언을 선택한 경우는 모두 1로 코딩됐다. 대처 조언 유형의 분류는 기존 연구[8]를 참고했다.
삽화 속 주인공이 친한 친구일 때 또는 그냥 아는 사람일 때, 메시지 발신자에게 어떠한 조언을 해주고 싶은지 개방형 질문을 이용해 수집했다. 친한 친구일 경우엔 다음과 같은 질문을 사용했다: “지원이가 본인과 친한 친구라면, 지원이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것 같습니까? 1-2줄 정도의 문장으로 답변해주세요”. 아는 사람일 경우엔 위의 질문에서 ‘친한 친구’를 ‘아는 사람’으로 변경했다. 참가자들이 충분히 고민한 후에 성실하게 답변을 적도록 유도하기 위해, 1분이 지난 후에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설정했다.
본인의 우울 경험은 타인의 우울을 접할 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23],[24], 참가자의 우울 수준을 통제변수로 투입했다. 우울 수준은 Kroenke 등이 개발한 PHQ-9의 한국어 버전[19]을 사용했다. 해당 도구는 총 9가지 문항으로 구성되며,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흥미나 재미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피곤하다고 느끼거나 기운이 거의 없다” 등의 문제를 지난 2주 동안 얼마나 자주 겪었는지 발생빈도를 자기 보고식으로 측정한다. 각 문항은 ‘전혀 경험하지 않았다’ 0점부터 ‘거의 매일 경험한다’ 3점까지의 4점 척도로 평가된다. 우울 수준은 9문항의 총점으로 계산되며, 합산 점수를 기준으로 심각성 수준을 5가지 상태로 구분한다. 구체적으로, 0점에서 4점까지는 증상 없음(none), 5점에서 9점까지는 가벼운 우울증(mild), 10점에서 14점까지는 중간 정도 우울증(moderate), 15점에서 19점까지는 치료가 필요한 중간 정도 우울증(moderately severe), 20점에서 27점은 심각한 우울증(severe)으로 분류된다. Park 등[21]의 연구에서 Cronbach’s α 값은 .89였으며, 본 연구에서는 Cronbach’s α 값이 .90으로 확인됐다.
2-4 윤리적 고려
대상자의 권리와 윤리적 고려를 위해 연구자가 소속된 대학교의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IRB No. *******)을 받았다. 본 연구는 온라인을 통해 진행되는 조사이기 때문에, ‘동의 서면화 면제’ 승인을 받았다. 비록 참가자들에게 서면으로 동의서를 받진 않았지만, 이들의 권리와 윤리적 고려를 위해 온라인 설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연구의 목적과 위험 및 이익 등을 전달하는 연구 설명문을 제시했다. 또한. 참가자들이 모니터 화면에 보이는 ‘동의하기’ 버튼을 직접 눌러야지만 설문이 시작될 수 있도록 하였다.
2-5 자료 분석
통계 분석을 위해 IBM SPSS statistics 26.0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연구 대상자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빈도분석과 기술통계를 통해, 측정 도구의 신뢰도는 Cronbach’s α를 통해 확인했다. 본 연구에서 제안한 매개 모델)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SPSS PROCESS macro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매개 모델의 유의성 검증을 위해 PROCESS macro의 model number 4를 이용하고,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방법을 사용해 10,000회의 표본을 재추출하였고 투입된 변인들은 모두 평균 중심화(mean centering) 처리했다. 유의성 검증은 95% 신뢰구간(Confidence Interval, CI)을 이용했으며, CI 사이에 ‘0’이 포함되지 않은 경우를 통계적으로 유의하다고 판단했다.
Ⅲ. 연구 결과
3-1 연구 참가자 특성
본 연구에는 19세부터 62세까지의 참가자 263명이 참가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34.76세(SD=12.46)였으며, 이 중 남성이 116명(44.1%), 여성이 147명(55.9%)이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대학 졸업자들로 조사됐다(149명, 56.7%). 다음으로는 대학 재학생이 60명(22.8%), 고등학교 졸업이 33명(12.5%), 대학원 이상이 17명(6.5%), 고등학교 졸업 미만이 4명(1.5%)으로 확인됐다. 가구 연 수입에서는 2,500만원 미만이 112명(42.6%)으로 가장 많았으며, 3,500만원에서 4,999만원이 61명(23.2%), 2,500만원에서 3,499만원이 36명(13.7%), 5,000만원에서 7,499만원이 28명(10.6%)으로 조사됐다. 표 1에 연구 참가자 특성과 각 삽화에 할당된 집단별 참가자 특성을 제시했으며, 두 실험군(정상 삽화 vs 임상적 우울 삽화) 간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유사한 비율로 구성되었다.
3-2 우울의 심각도와 친분에 따른 걱정 수준의 차이
먼저, 지원이가 친한 친구라고 가정했을 때 우울의 심각도에 따라 걱정 수준이 달라지는지 살펴보았다(표 2). 정상 삽화에 노출된 참가자들의 평균 걱정 수준은 3.72(SD=0.07)며, 지원이가 친한 친구이고 우울증의 증세를 보이는 상태를 가정하는 우울 삽화를 읽은 참가자들의 평균 걱정 수준은 3.77(SD=0.07)으로 확인됐으며, 두 평균 점수의 차이는 0.06으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t=-0.56, p=.575).
반면, 지원이가 그냥 아는 사람이고 정상적인 상태를 가정하는 정상 삽화를 읽은 참가자들의 평균 걱정 수준은 3.04(SD=0.07)인 반면, 지원이가 그냥 아는 사람이지만 우울 증세를 보이는 우울 삽화를 읽은 참가자들의 평균 걱정 수준은 3.25(SD=0.07)이었다. 즉, 아는 사람의 우울 심각도에 따른 걱정 수준의 차이는 약 0.21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으며(t=-2.16, p=.032), 이 차이는 친한 친구에 비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표 2).
3-3 우울의 심각도와 친분에 따라 제안하는 대처 전략의 차이: 걱정 수준의 매개 효과 검증
우울감을 호소하는 당사자가 친한 친구일 경우, 우울의 심각도가 대처 전략 유형에 미치는 경로에 상대를 향한 걱정 수준의 매개 효과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독립변수로 조작된 정서적 스트레스가 묘사된 삽화 유형을 투입했고(0=정상, 1=우울), 매개변수로는 친한 친구를 향한 걱정 수준을, 종속변수로는 이분형으로 구분된 대처 전략 유형(0=소극적 대처, 1=적극적 대처)을 투입했다.
먼저, 독립변수가 매개변수인 친한 친구를 향한 걱정 수준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펴보는 첫 번째 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R2=.00, F=.43, p=.654). 우울의 심각도 수준의 차이도 친한 친구를 향한 걱정 수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B=.06, 95% CI=-.14~.25).
다음으로, 독립변수와 매개변수가 함께 투입된 두 번째 모형을 살펴보았다. 표 3에 제시되었듯이, 친한 친구를 향한 걱정 수준(B=.37, 95% CI=.05~.69)은 제안된 대처 전략 유형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걱정을 더 많이 하는 참가자일수록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라는 조언을 할 가능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울 심각도에 따른 걱정 수준이 유의미하지 않았기 때문에(B=-.21, 95% CI=-.72~.29), 전체 매개 모형 자체에 대한 통계적 유의미성이 검증되지 않았다(B=.02, 95% CI=-.05~.13).
우울감을 호소하는 당사자가 아는 사람일 경우에는 친한 친구일 때와 달리 우울의 심각도 수준이 걱정 수준에 미치는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B=.21, 95% CI=.02~.41). 독립변수와 매개변수가 함께 투입된 두 번째 모형을 살펴본 결과에서도 걱정 수준의 간접효과가 검증되었다(B=.22, 95% CI=.02~.55).
표 4에 제시되었듯이, 우울의 심각도 수준이 대처 전략 유형에 미치는 직접효과의 통계적 유의미성은 나타나지 않았지만(B=-.43, 95% CI=-1.49~.62), 상대를 향한 걱정 수준이 대처 전략 유형에 미치는 영향력은 유의미하였다(B=1.04, 95% CI=.23~1.85). 즉, 정상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삽화를 읽은 참가자가 삽화 속 주인공인 아는 사람을 향해 걱정을 더 많이 하며, 이러한 걱정 수준은 상대에게 우울증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적인 대처를 하라고 조언할 확률을 높임을 알 수 있었다.
3-4 친분과 걱정 수준에 따른 응원 메시지의 차이
지금까지의 결과를 종합해보면, 참가자들은 상대가 친한 친구라 가정했을 때 아는 사람에 비해 우울의 심각도와 관계없이 전반적으로 높은 걱정 수준을 보였다. 이에 본 연구는 두 관계 유형에서 걱정 수준에 따라 제안된 대처 조언의 분포와 내용적 특징을 추가적으로 분석하였다(표 5).
먼저, 친한 친구의 경우 걱정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 적극적 대처 조언을 제시한 비율이 72.6%로, 걱정 수준이 낮은 집단(27.4%)보다 약 두 배 이상 높았다. 이는 걱정 수준이 높을수록 정서적으로 적극 개입하려는 경향이 강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경향은 응답 예시에서도 확인된다. 예를 들어 “어디야? 만나자”, “맛있는 거 먹으면서 힐링하자” 등 정서적 지지와 동반활동을 제안하는 메시지가 다수 관찰되었다. 한편, 친한 친구가 우울하지 않은 정상 상황에서도 “나와, 나랑 놀자”, “같이 외식하고 노래방에 가자” 등 유사한 정서적 접근 방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 친밀한 관계에서는 우울의 심각도보다 관계적 유대와 공감 표현이 중심이 되는 조언 패턴이 유지됨을 시사한다.
반면, 아는 사람의 경우에는 걱정 수준이 낮은 집단에서 소극적 대처 조언이 68.8%로 다수를 차지했으나, 걱정 수준이 높은 집단에서는 적극적 대처 조언의 비율이*56.3%로 높아졌다. 즉, 친분이 깊지 않더라도 걱정이 커질수록 전문가 상담이나 치료 권유와 같은 구체적 조언을 제시하는 경향이 강화되었다. 실제로 “상담을 받아보는 게 어때?”, “시간이 지나도 안 괜찮으면 병원에 가보세요”,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아보는 게 좋을 거 같아” 등 전문가 의뢰형 조언이 빈번히 제시되었다. 반면, 정상 상황에서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마음에 담아두지 마”, “힘들겠지만 괜찮아질 거야” 등 감정 완화 중심의 일반적 위로 표현이 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친한 친구 관계에서는 정서적 지지 중심의 조언이, 아는 사람 관계에서는 걱정 수준에 따라 전문가 의뢰형 조언으로 전환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남을 보여준다. 즉, 관계의 친밀도와 걱정 수준은 대처 조언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
Ⅳ. 논 의
본 연구는 일반인을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신건강 게이트키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타인의 우울 심각도 인식, 걱정 수준, 그리고 제안된 대처 전략 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주요 결과를 종합하면, (1) 친한 친구의 경우 우울 심각도와 관계없이 높은 걱정 수준을 보였으며, (2) 아는 사람의 경우 걱정 수준이 높을수록 적극적 대처 조언의 가능성이 높아졌고, (3) 걱정 수준은 우울 심각도와 대처 전략 간의 관계를 부분적으로 매개하였다.
본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발견은 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게이트키퍼 메커니즘이 서로 다르게 작동한다는 점이다. 친한 친구 조건에서는 우울 심각도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높은 걱정 수준이 나타났는데(p=.575), 이는 친밀한 관계에서는 정서적 반응이 인지적 평가 과정보다 우선적으로 발생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과는 디지털 게이트키퍼 현상이 단일한 메커니즘이 아니라 관계 유형에 따라 작동 원리가 다른 복합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구체적으로 친한 친구 조건에서 나타난 천장효과는 친밀한 관계에서 작동하는 관계적 규범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적 문제를 경험한 개인은 전문가보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경향이 있다[25]. 그러나 본 연구 결과는 이러한 친밀한 관계에서 높은 걱정 수준이 반드시 적절한 개입으로 이어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오히려 친한 친구의 경우 높은 정서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전문적 도움 권유보다는 정서적 지지 제공에 머무르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는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에서 관계 손상에 대한 우려가 적극적 개입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면 아는 사람 조건에서는 우울 심각도가 걱정 수준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고, 걱정 수준이 높을수록 전문가 의뢰형 조언이 증가하는 매개효과가 확인되었다. 이는 적정한 심리적 거리가 확보될 때 우울 증상에 대한 객관적 평가와 이에 따른 차별적 반응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부정적 정서 경험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주요 동기가 공감과 지지를 얻기 위함이라는 점[24]을 고려하면, 적절한 심리적 거리에서는 정서적 지지와 실질적 도움이 균형 있게 제공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계 유형별 차이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를 통한 상호작용은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정서적 연결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18],[19], 친밀한 관계의 과도한 정서적 반응을 조절하면서도 필요한 지지를 제공할 수 있는 매개 공간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한국의 자살예방 기본계획이 전문가 중심 개입에 치중되어 있고, 온라인상 위기 목격 시 적절한 대응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점[26]을 고려하면, 디지털 환경에서의 게이트키퍼 역할 정립이 시급함을 알 수 있다.
본 연구는 개인의 기분 조절이 확장되는 사회적 정서 상호작용의 맥락으로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고자 했다. 모바일 미디어가 개인의 정서 관리 도구로 기능한다는 기존 논의를 바탕으로, 정서적 자기 조절이 타인의 정서 인식과 지원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디지털 기분 조절(digital mood regulation)의 개념을 사회적 차원으로 확장하여 이해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일반인의 디지털 게이트키퍼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우울 심각도 인식, 걱정 수준, 대처 전략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관계의 친밀도가 디지털 환경에서의 정신건강 개입 행동을 결정하는 핵심 변인으로 작용함을 확인하였다. 특히 친밀한 관계에서는 높은 정서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소극적 개입에 머무르는 반면, 적정한 심리적 거리가 있는 관계에서는 객관적 판단과 적극적 개입이 가능함을 발견하였다.
5-1 학문적 시사점
본 연구는 정신건강 리터러시(Mental Health Literacy)와 걱정(Concern)이라는 정서적 반응의 상호작용을 실증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인지적 지식뿐 아니라 감정적 공감이 위기 개입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규명하였다. 이는 단순히 우울 증상을 인지하는 것을 넘어, 정서적 동기가 결합될 때 비로소 실질적인 개입 행동이 가능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론적 의의를 갖는다.
또한, 기존의 오프라인 중심 게이트키퍼 모델을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맥락으로 확장하여 디지털 게이트키퍼라는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안하였다. 특히 모바일 인스턴트 메신저(Mobile Instant Messaging, MIM) 환경을 기반으로, 일상적 디지털 상호작용이 정신건강 개입의 실질적 장이 될 수 있음을 검증한 것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주류가 된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학술적 기여이다.
나아가 본 연구는 개인의 기분조절(mood regulation) 연구를 사회적 정서 지원(social mood regulation)의 관점으로 발전시켰다.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정서 관리가 타인의 정서를 인식하고 개입하는 행동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디지털 정서조절–정서 지원–정신건강 개입으로 이어지는 연속적 모델을 제시하였다. 이는 개인 중심의 심리학적 관점을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차원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학문적 의의를 갖는다.
관계적 친밀도가 게이트키퍼 행동에 미치는 차별적 영향을 규명한 것도 중요한 발견이다. 친밀한 관계에서 정서적 반응이 인지적 평가를 선행하며, 이것이 개입 행동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발견은 기존 이론을 확장하는 기여이다. 더불어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와 정신건강 낙인이 온라인 개입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함으로써, 문화 특수적 개입 모델의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이러한 문화적 맥락의 고려는 향후 국제적 비교 연구의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5-2 실무적 시사점
본 연구 결과는 디지털 게이트키퍼 양성 프로그램 개발에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관계 유형별로 차별화된 교육 전략이 필요하며, 특히 친밀한 관계에서는 과도한 정서적 동일시를 조절하는 훈련이, 일반적 관계에서는 공감 능력을 향상시키는 교육이 각각 요구됨을 확인하였다.
가상현실 시뮬레이션이나 인공지능 챗봇 지원 시스템과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한 체험형 학습 환경 구축의 필요성도 확인되었다. 이러한 기술 융합형 교육 콘텐츠는 실제 상황과 유사한 맥락에서 적절한 대응을 연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일반인 게이트키퍼와 전문가 시스템을 연계한 하이브리드 대응 체계는 정신건강 위기 대응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 본 연구는 디지털 게이트키퍼 인증 제도나 소셜미디어 플랫폼과의 협력 체계 구축에 활용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 특히 현재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는 자살예방기본계획을 보완하여, 일반인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5-3 연구의 한계 및 향후 연구 방향
본 연구는 친한 친구 조건에서 우울 심각도에 따른 걱정 수준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아 매개효과 검증에 제한이 있었다. 이는 친밀한 관계의 복잡한 심리적 역학을 단순 시나리오로 포착하기 어려웠음을 시사하며, 향후 관계의 역사나 상호작용 패턴, 문화적 맥락 등을 반영한 생태학적 타당도가 높은 연구 방법의 개발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또한, 사회적 친분 조건의 제시 순서가 고정되어 있어 순서효과를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웠다는 방법론적 한계도 존재한다. 향후 연구에서는 응답 순서를 무작위화하거나 참가자 간 설계를 활용하여 보다 엄밀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우울 증상을 이별 상황이라는 단일 맥락으로 제한한 점도 일반화의 제약 요인이 된다. 직장 스트레스, 학업 부담, 가족 갈등 등 다양한 우울 유발 상황을 포함한 연구가 필요하다.
자기보고식 측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실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로그 분석이나 시선추적 연구, 생리적 반응 측정 등 행동 기반 연구 방법의 도입이 요구된다. 또한 참가자의 불안 수준, 기존 정신건강 지식, 과거 도움 제공 경험 등 다양한 변인을 포함한 포괄적 연구 설계를 통해 게이트키퍼 행동의 결정 요인을 보다 체계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종단 연구를 통한 개입 효과의 장기적 검증이 시급하다. 디지털 게이트키퍼 교육 전후 비교나 실제 개입 사례 추적, 도움받은 당사자의 변화 과정 분석 등을 통해 실질적 효과를 입증해야 한다. 나아가 불안, 분노, 자살 사고 등 다양한 정신건강 위기 상황으로 연구를 확장하고,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각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개입 전략 개발도 필요하다.
본 연구는 디지털 환경에서 일반인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관계의 친밀도가 만들어내는 차별적 메커니즘을 확인하였다. 친밀한 관계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반응 우선성과 일반적 관계에서 나타나는 인지적 평가 과정의 대조는, 디지털 게이트키퍼 현상이 단순한 단일 모델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합적 현상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복잡성에 대한 이해는 향후 보다 정교하고 효과적인 디지털 정신건강 개입 전략 개발의 토대가 될 것이다.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기술적 지원 시스템 구축을 통해, 디지털 공간이 상호 돌봄과 정서적 연대가 실현되는 건강한 소통의 장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① 2021년도 정부(교육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후기 청소년의 짜증스러운 기분과 모바일 미디어를 통한 기분 조절」 연구(과제번호: 2021S1A5A8068758)의 연장선에서 수행된 연구 결과의 일부이며, ② 2023년도 한국방송학회–GS리테일 신진학자 특별연구비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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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13년 2월: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언론학 석사)
2021년 2월: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언론학 박사)
2021년~현 재: 이화여자대학교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연구교수
※관심분야:디지털 웰빙(Digital Well-being), 모바일 헬스(Mobile Health),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디지털 커뮤니케이션(Digital Communication)
1997년 6월:University of Alabama Advertising & Public Relations (M.A.)
2001년 6월: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ation (Ph.D.)
2010년~현 재: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관심분야:디지털 웰빙(Digital Well-being), 모바일 헬스(Mobile Health),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디지털 커뮤니케이션(Digital Communic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