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커뮤니티 소셜 데이터 분석을 통한 짜증 표현과 우울 징후의 관계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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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건강한 일상생활은 안정적인 기분 상태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본 연구는 온라인 소셜 데이터와 의미 연결망 분석을 활용하여, 짜증스러운 기분의 언어적 표현 구조를 탐색하고 우울 정도에 따른 기분 표현의 차이를 밝히고자 하였다. 분석 결과, 일상생활에서의 짜증은 높은 각성 수준을 동반하는 불쾌한 심리 상태를 나타내는 반면, 심각한 우울 상태에서는 ‘우울’, ‘무기력’, ‘비참’ 등의 단어와 함께 표현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짜증스러운 기분이 우울 증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감정 기복을 나타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일상적인 언어 표현 분석을 통해 우울 징후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며, 텍스트 기반 감정 분석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콘텐츠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A healthy daily life is closely linked to stable mood states. This study explored the verbal expression structure of irritability and identified differences in mood expression based on levels of depression through online social data analysis and semantic network analysis. The findings revealed that irritability in daily life is associated with an unpleasant physiological and psychological state characterized by high arousal. In contrast, severe depression was marked by the co-occurrence of irritable mood expressions with terms like "depressed," "low motivation," "lethargy," and "miserable." This suggests a strong connection between irritable mood and depressive symptoms, indicating affective lability. The study underscores the potential of analyzing everyday language for the early detection of depressive symptoms and contributes to the development of digital healthcare content that leverages text-based sentiment analysis technology.
Keywords:
Emotion Regulation, Depression, Online Social Data, Semantic Network Analysis, Digital Health-Care키워드:
기분 조절, 우울, 온라인 소셜 데이터, 의미 연결망 분석, 디지털 헬스케어Ⅰ. 서 론
일상적 기분(daily mood)과 개인의 건강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자신의 기분을 파악하고 이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은 기분 조절(mood regulation)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하다[1]. 특히, 기분을 언어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기분을 알아차린 상태로서, 기분 조절의 첫 단계가 된다[2]. 물론 기분 상태는 표정이나 뇌파·혈압·심전도 등 생리적 반응을 통해서도 예측할 수 있지만, 언어적 표현은 내적 상태를 가장 섬세하게 나타내는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3]. 예를 들어, 우울증 진단을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는 Patient Health Questionnaire(PHQ-9)는 “흥미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 “기분이 가라앉거나 우울하거나 절망감을 느낀다” 등의 문항을 통해 지난 2주간 겪었던 기분이 어땠는지 자기 보고식으로 측정한다[4]. 건강한 삶을 위해 일상적 기분 조절은 필수적이며, 그 시작은 자신의 기분 상태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평가에 집중하여, 일반인의 일상적인 기분 변화와 그 의미를 충분히 탐색하지 못했다. 일상적인 기분 변화는 정신건강 문제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우리가 평소 느끼는 기분에는 신체적 감각, 생리적 기능의 상태, 정서적 느낌, 심리적 경험에 따른 인지가 모두 반영되어 있으며,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려주는 신호의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5],[6]. 즉, 기분 상태는 신체적·정신적 에너지의 피로도(활력도)를 예측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로서[5], 이를 통한 활력 징후의 관찰은 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정신질환 예방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7], 기분 조절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정신질환의 발병률이 낮고, 일상의 안녕 수준도 높다는 공통 결과가 도출됐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기분 조절력이 다양한 감정 단어의 사용과 유의미한 관련성을 가진다는 부분이다[1],[8]. 기분의 언어적 표현은 개인의 안녕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기초 자료이기 때문에[9],[10], 일상의 기분 상태와 상태별 단계에 따라 자주 사용되는 표현 어휘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건강한 일상과 기분의 관련성을 고려해, 과민한 기분(irritability)의 언어적 표현에 관해 탐구해보고자 한다. 의학적으로 과민한 기분은 ‘그럴만한 원인이 없는데 불쾌감이 생기는 상태’를 의미한다[11]. 이는 다른 말로 기분의 ‘예민성’, ‘불안정성’을 뜻하며, 분노나 우울, 불안 반응의 전조가 된다[11],[12]. 기본적으로 기분은 긍정적 혹은 부정적 느낌의 활성화가 시시각각 변화하는 특성이 있지만, 건강한 사람들의 일일 기분에는 안정적인 리듬이 있다[5],[13]. 기분의 일상 리듬은 적정 수준의 높낮이를 반복하며, 기분의 항상성 메커니즘에 따라 자기 조절 행동이 발생한다[5],[13]. 예를 들어, 이른 아침 활력이 넘치는 기분 좋음을 느껴 활발한 활동을 하다가, 늦은 오후 피곤해짐을 느껴 휴식을 취하는 것은 기분 변화에 따른 적절한 조절 행동을 취하는 것이다[5]. 반면, 건강하지 못한 사람의 기분은 높낮이가 없거나 변화의 폭이 크다[13]. 이에 본 연구는 안정적인 기분 변화의 중요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주로 임상에서 정신질환을 평가하는 데 다뤄지던 기분의 과민성을 일상으로 확장 적용해보고자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과민한 기분과 우울 증상의 연관성에 초점을 두고, 한국인의 일상에서 관찰되는 관련 어휘의 표현과 패턴 파악을 통해 우울의 심각성 수준을 예측해보고자 한다. 과민성의 일상적 측면을 강조하고자, 본 연구에서는 이를 ‘짜증스러운 기분(irritable mood)’이라는 용어로 대체하고[14], 일반인이 일상에서 이러한 기분을 경험했을 때 어떠한 감정 단어들을 자주 표출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임상에서 짜증스러운 기분은 기분 장애를 평가하는 하나의 징후로 다뤄지고 있지만[11], 이 기분이 일상의 우울감을 예측하는 중요한 신호가 될 수 있다는 점[12]에 대해서는 학문적 관심이 저조한 편이다. 이에 본 연구는 PHQ-9의 진단 기준을 이용해 짜증스러운 기분과 관계된 단어들을 우울 수준별로 구분하고, 각 상태를 표현하는 패턴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Lee et al.[15]은 기존의 우울 척도가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일반인이 경험하기 어려운 증상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임상적 우울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일반인이 경험하는 우울 관련 기분이 무엇인지를 폭넓게 다룰 필요가 있음을 제안했다. 이에 본 연구는 극성(Valence: Positive to Negative)과 활동성(Activity/Arousal: Low to High) 차원에 따라 기분의 느낌을 구분한 원형 모델(Circumplex Model of Mood)에 근거해[16], 기분 표현 단어들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이 모델은 신체의 활력 수준이 높고 낮음에 따른 다양한 느낌의 표현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여[16], 특정 기분과 관련한 보편적 표현 방식을 이해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 따라서 짜증스러운 기분과 관련되어 나타난 단어들이 주로 어떠한 차원의 느낌을 반영하는지 판단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본 연구는 탐색적 연구로서, 온라인 소셜 데이터를 이용한 데이터 사이언스(data science) 방법을 활용하고자 한다. 온라인상에서 짜증스러운 기분을 호소한 사람들의 텍스트를 수집 및 분석한 후, 해당 기분이 어떠한 신체적, 정서적 느낌이 혼재된 상태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과민성 혹은 우울을 평가하는 기존 척도들은 국외에서 개발된 것을 번안한 것이기에 한국인이 경험하는 짜증스러운 기분의 내용을 모두 담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Chae et al.[17]은 우울 증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모든 문화에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증상뿐만 아니라, 특정 문화에서 고유하게 나타나는 증상을 모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더욱이 한국 사회는 관계 중심적 문화로 인해 자신의 기분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어색해하거나 어려워하는 특성을 갖는다. 관련하여, 한국 사람들은 우울 증상을 표현할 때 정서 심리적 상태보다 신체적 아픔(somatization) 위주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18], 이는 기분의 언어적 표현을 이해하는 데 있어 문화 심리적 관점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즉, 소셜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는 실제 사람들이 사용한 언어에 기반을 둔 분석 방법으로, 연구자의 개입 없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표현된 기분 단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기존의 정신건강 평가 도구들이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던 일반인의 일상적인 기분 변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 및 예방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하는 데 의의가 있다. 나아가, 본 연구 결과는 텍스트 기반 감정 분석 기술을 활용한 우울 수준 예측 프로그램 개발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적 비용 절감 및 효율적인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Ⅱ. 연구목적 및 연구문제
본 연구의 목적은 온라인 소셜 데이터를 분석해 짜증스러운 기분의 언어적 표현 패턴을 파악하고, 해당 기분과 우울의 관계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본 연구의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 • 짜증스러운 기분과 연관된 언어적 표현은 무엇인가?
- • 짜증스러운 기분과 우울의 연관성은 어떠한가?
- • PHQ-9 척도 및 기분의 원형모델을 토대로 살펴본 짜증스러운 기분에 담긴 다차워적 의미는 무엇인가?
III. 연구방법
3-1 연구설계
본 연구는 짜증스러운 기분과 관련된 언어적 표현이 우울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탐색하기 위해, 온라인 소셜 데이터를 기반으로 텍스트 마이닝과 의미 연결망 분석을 수행한 탐색적 연구이다.
3-2 연구대상
본 연구는 짜증스러운 기분의 언어적 표현을 수집하기 위해 온라인 소셜 데이터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했다. 소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채널로는 네이버 지식인(https://kin.naver.com/)을 선택했다. 네이버는 국내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최대 포털 사이트이자, 여기서 운영하는 지식인은 개인과 개인의 의견이나 정보 교환이 일어나는 채널로, 주로 궁금한 점이나 고민 상담이 이루어진다. 본 연구에서는 짜증스러운 기분을 개인의 신체나 심리 정서적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로 접근했기 때문에, 해당 기분을 경험한 사람들이 이 기분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방식의 소셜 데이터가 연구대상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본 연구는 작성자의 개인신상정보를 파악할 수 없는 2차 자료 성격의 온라인 소셜 데이터를 사용했기 때문에, 별도로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3-3 온라인 소셜 데이터 수집 및 분석
본 연구는 네이버 지식인에 작성된 게시물 중, ‘짜증’이라는 키워드가 포함된 게시물만을 수집했다. 2020년과 2021년은 COVID-19라는 특정 이슈가 발생한 기간이었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한 글들이 많이 게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여 배제했다. 자료수집을 위해서는 크롤링(crawling) 기법을 이용했으며, 이를 위해 파이선(Python)의 셀레니움(Selenium) 패키지를 사용했다. 이 패키지는 웹사이트가 크롤링을 위한 접속을 허용하지 않거나 웹사이트가 동적 웹 페이지로 구성됨으로써 생길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해준다[19]. 즉, 셀레니움 패키지는 마치 사람이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처럼 브라우저 동작을 제어하기 때문에 웹사이트의 방해 없이 연구자가 원하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단, 이 패키지를 이용하려면 웹 드라이버(web driver)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웹드라이버 API를 통해 운영체제에 설치된 크롬(Chrome) 브라우저를 제어했으며, URL을 통해 웹페이지를 방문해서 텍스트가 포함된 HTML 구조를 수집했다. 이후 Beautiful Soup이라는 패키지를 사용하여 HTML 페이지를 파싱(parsing)하고, 웹에 있는 텍스트를 추출하여 CSV 파일로 저장했다. 최종적으로 수집된 게시물은 총 4,000개이다.
수집된 글들은 작성자가 직접 쓴 자연어(natural language)로 되어있기 때문에, 자주 표현된 단어가 무엇인지, 그 빈도는 어떠한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텍스트를 읽을 수 있도록 인공어(artificial language)로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수집된 글 그대로를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텍스톰(textom)에 투입하여 데이터 전처리 과정을 수행했다. 형태소 분석기로는 Espress K를 사용했으며, 체언으로 일반명사/고유명사/의존명사를 용언으로 동사/형용사를 선택하여 문장 분석을 시행했다. 첫 번째 전처리 과정에서 숫자와 관사, 접속사, 조사, 전치사 등 텍스트의 내용을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하지 않는 단어들이 모두 제거되었다.
1차 형태소 분석 결과를 통해서는 의미 있는 어휘 목록을 추출하기 어렵다. 한국어의 어미 처리 복잡성으로 인해, 형태소 분석 시 불완전한 단어가 많아 이를 수정하지 않으면 의미 해석에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두 명의 연구원이 원자료를 기준으로 형태소 분석을 통해 의미가 명확하지 않게 추출된 주요 단어들을 정제하는 작업을 시행했다. 특히, 본 연구는 기분 표현 방식과 어휘 수집이 목적이므로, 이 부분에 주안을 두고 데이터를 정제하였다. 예를 들어, ‘싫’, ‘귀찮’ 등과 같이 완전한 단어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 경우 ‘싫은’, ‘귀찮은’ 등으로 수정하여 의미가 명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처리했다. 또한, ‘띠꺼운’, ‘빡치는’, ‘틱틱’ 등 형태소 분석과정에서 제외되어 추출되지 않은 단어이지만, 기분을 표현하는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단어들을 다시 포함했다.
수집된 텍스트 데이터 원문과 정제된 데이터를 엑셀 시트의 같은 행에 두고, PHQ-9에 근거해 해당 텍스트에 표현된 우울 수준을 평가했다[4]. 본래 PHQ-9 척도는 9문항으로 구성되지만[4], 한 문항에 여러 상태가 섞인 경우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분석의 용이성과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총 9개 문항을 다음과 같은 10개 문항으로 세분화했다: 1) 무슨 일을 하는 데 있어 흥미나 재미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고 이야기함, 2) 기분이 처지거나, 우울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고 이야기함, 3) 잠들기 어렵거나, 너무 많이 잔다는 등 수면 문제에 관해 이야기함, 4) 피곤하다고 느끼거나 기운이 거의 없다고 이야기함, 5) 식욕이 거의 없거나, 너무 많이 먹는다는 등 식행동 문제에 관해 이야기함, 6) 나 자신이 싫다 혹은 실망스럽다는 등 자신을 비하하거나 헐뜯는 발언을 함, 7) 집중이 잘 안 된다고 호소함, 8)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거나 무기력하다고 이야기함, 9) 안절부절못하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는 등 불안한 심리상태를 드러냄, 10) 죽고 싶다, 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함.
두 명의 연구자가 원문과 정제된 단어 목록을 직접 읽으며, PHQ-9 평가 문항에 근거해 내용 분석을 시행했다[4]. 예를 들어, PHQ-9 항목 중 하나인 ‘무슨 일을 하는 데 흥미나 재미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의 경우, 해당 글에서 ‘재미없다’, ‘흥미없다’ 등 문항에 나타난 표현이 직접 언급되었거나, ‘하기 싫다’, ‘만사 귀찮다’ 등 유사한 표현이 확인된 경우 1점을, 그렇지 않은 경우는 0점으로 코딩했다. 본격적인 내용 분석을 하기 전, 전체의 10%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두 명의 연구자가 동일하게 분석한 후 일치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코더 간 일치도 검사 결과, 각 항목이 모두 .8 이상의 신뢰도를 나타냈다. 총 10문항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각 텍스트는 내용 특성에 따라 0점부터 10점까지 분포한다.
한편, 본 연구에서 분석한 텍스트들은 작성자가 직접 자신의 상태가 어떠한지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우울 수준이 높은 참가자라 할지라도 PHQ-9 척도에 적힌 모든 증상을 적지 않았을 수 있다. 반대로 우울 수준이 낮은 참가자일지라도 자신의 상태가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적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우울 수준이 심각한 참가자보다 높은 점수를 부여받을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용 분석을 통한 점수 부여 방식과 증상 심각성 구분은 기존 PHQ-9과 다르게 진행했다.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PHQ-9에 적힌 증상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아 0점을 받은 경우는 ‘정상’으로 보았다. 한편, 우울하다는 언급과 함께 PHQ-9에 적힌 증상이 하나나 두 가지 정도 언급된 경우는 ‘가벼운 우울’로 구분했다. 이외에는 모두 ‘우울’로 보았다.
의미 연결망 분석은 텍스트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주요 단어 간 연결 관계를 시각적으로 살펴보는 방법으로, 텍스트에 내포된 실질적 의미를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20]. 우선, 본 연구에서는 내용 분석 결과에 따라 데이터를 1) 정상, 2) 가벼운 우울, 3) 우울 등 세 개로 구분했다. 이후 데이터별로 단어별 빈도수와 1-mode 매트릭스값을 산출하여 의미 연결망 분석을 시행했다. 본 연구에서는 각 대상자가 응답한 답변에서 추출된 개개의 단어가 노드(node)가 되고, 하나의 답변에서 동시 등장한 단어들 가운데 대표 단어가 몇 개의 단어와 연결되어 있는지가 링크(line)로 계산된다.
앞서 2단계 작업을 통해 인공어로 최종 정제된 데이터는 Python의 ‘Counter’ 패키지에 투입하여 단어별 빈도수와 비율을 확인했다. 또한, R의 ‘tm’ 패키지 안에 들어있는 TermDocumentMatrix 함수를 이용해 서로 연결되어 나타난 단어 세트의 빈도수와 비율을 계산했다. 위 빈도수를 기반으로, 의미 연결망 분석을 위해 필요한 TF(Term Frequency, 한 문장 내에서 등장하는 단어의 빈도), DF(Document Frequency, 빈도수가 높은 단어가 몇 개의 댓글에서 등장하는지를 나타내는 값), IDF(Inverse Document Frequency, DF의 역수), TF-IDF(TF와 IDF의 곱, 수집된 단어 중 단어의 중요도를 나타내는 값) 등을 산출했다.
의미 연결망 분석을 위해, 행과 열이 같은 단어로 구성된 1-mode 매트릭스 데이터(유의미한 단어 간의 공동 출현빈도를 나타내는 값)와 단어들의 중심성을 계산했다. 중심성을 계산하는 방법은 연결 중심성(Degree Centrality), 근접 중심성(Closeness Centrality), 매개 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 고유벡터 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 등이 있다. 연결된 단어가 많거나 혹은 단어 사이의 거리가 짧다고 해서 그 단어가 항상 중요한 단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의미 있는 연구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연구목적에 적합한 중심성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여러 네트워크 중심성 척도 중 고유벡터 중심성을 이용했다. 해당 값은 중심성이 높은 중요한 단어들과 많이 연결된 단어를 중요한 단어로 평가하는 개념이다.
단어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선 연결망 시각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1-mode 매트릭스 데이터와 단어 빈도수를 Ucinet 6 소프트웨어에 투입하여 연결망을 그리는 작업을 수행했다. 단어의 관계를 시각화하는 작업은 Ucinet 6의 NetDraw 기능을 이용했으며, 이때 단어 빈도수를 기준으로 네트워크에 자리한 노드의 크기와 노드 간 연결 정도를 나타내는 선의 굵기(tie strength)를 나타냈다.
3-4 분석된 자료의 질적 해석 및 내용 타당도 검증
본 연구는 기분의 원형모델에 근거해[16], 추출된 단어의 극성과 활동성 상태를 확인했다. 예를 들어, 화가 난 상태(anger)와 슬픈 상태(sadness)는 모두 부정 극성에 위치하지만, 각 느낌에 내재된 활동성 상태에 차이가 있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는 Shaver 등[21]의 연구에서 정리한 차원별 감정 단어 목록과 한국어 감정 표현 단어 목록 등[3],[22]을 참고하여, 짜증스러운 기분과 관련된 단어들의 상태가 어떠한지 해석했다. 한편, 기분의 과민성을 짜증스러운 기분으로 불릴 수 있다는 점과 해당 기분이 각성 수준이 높고 낮은 상태를 모두 포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정신건강의학 전문가에게 내용 타당도 검증을 받았다.
IV. 연구결과
4-1 짜증스러운 기분과 우울의 연관성 검토: 정상
PHQ-9의 진단 기준에 근거하여 0점으로 분류된 소셜 데이터들에는 어떠한 감정 표현 단어들이 많이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해당 글들에서 빈번하게 등장한 상위 30개 단어의 빈도, TF-IDF, 고유벡터 중심성 값은 표 1에 제시했다.
주요 단어들의 빈도수를 살펴보면, ‘짜증(irritable)’, ‘슬픈(sad)’, ‘어이없는(absurd)’, ‘화나는(galling)’, ‘싫은(hated)’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TF-IDF 값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체 텍스트 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면서 중요도가 높은 단어들은 ‘슬픈’, ‘어이없는’, ‘화나는’, ‘싫은’, ‘성질나는(has a temper)’, ‘당황스러운(disconcerted)’ 등이었다. 연결 중심성 값을 기준으로 네트워크의 중심(hub)이 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살펴본 결과, ‘짜증’, ‘슬픈’, ‘당황스러운’, ‘싫은’, ‘어이없는’, ‘화나는’ 등의 순으로 확인되었다.
정상으로 분류된 글들에는 어떠한 감정 표현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고, 어떠한 단어들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 구체적인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노드의 크기와 연결선의 거리 및 굵기를 바탕으로 살펴보았다. 노드의 크기가 클수록 해당 단어의 빈도수가 높음을, 연결선이 굵을수록 단어 간 동시 출현빈도가 높음을 의미한다. 시각화 작업 시에는 연결 중심성이 아닌 고유벡터 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 값을 이용했다. 연결 중심성을 시각화한 결과를 통해서는 자주 표현된 감정 단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파악이 가능하다면, 고유벡터 중심성을 시각화한 결과를 통해서는 중요도가 높은 감정 단어와 많이 연결된 단어가 무엇인지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즉, 특정 감정 단어가 표현될 때 함께 언급될 가능성이 큰 단어가 무엇인지 예측할 수 있다. 그림 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정상 수준으로 분류된 텍스트에는 짜증스러운 기분과 함께, ‘슬픈’, ‘당황스러운’, ‘싫은’, ‘어이없는’, ‘화나는’, ‘성질나는’ 등의 단어들이 연결되었다.
4-2 짜증스러운 기분과 우울의 연관성 검토: 가벼운 우울
가벼운 우울로 분류된 소셜 데이터에는 어떠한 단어들이 많이 나타나는지 살펴보았다. 해당 글들에 등장한 상위 30개 단어의 빈도, TF-IDF, 고유벡터 중심성 값은 표 2에 제시했다.
주요 단어들의 빈도수를 살펴본 결과, ‘짜증’과 함께 ‘스트레스’, ‘예민한’, ‘슬픈’, ‘미치겠는(going crazy)’, ‘눈물 나는(makes one cry)’ 등이 상위를 차지했다. TF-IDF 값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체 텍스트 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면서 중요도가 높은 단어들은 ‘스트레스받는(stressed)’, ‘예민한(sensitive)’, ‘슬픈’, ‘미치겠는’, ‘눈물 나는’, ‘괴로운(painful)’ 등이었다. 고유벡터 중심성 값을 기준으로 네트워크의 중심(hub)이 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살펴본 결과, ‘짜증’, ‘슬픈’, ‘스트레스받는’, ‘예민한’, ‘미치겠는’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예민한’, ‘눈물 나는’, ‘괴로운’, ‘피로한(tired)’ 등은 정상으로 분류된 소셜 데이터에서는 상위로 나타나지 않은 단어이다.
연결망 시각화 결과를 토대로, 가벼운 우울로 분류된 글에 자주 등장하는 감정 표현 단어들과 주요 단어와 연결된 단어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앞선 분석과 마찬가지로, 고유벡터 중심성 값을 이용해 가벼운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표현하는 감정 표현 단어가 무엇일지 예측했다. Figure 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가벼운 우울 수준으로 분류된 텍스트에는 짜증스러운 기분과 함께, ‘슬픈’, ‘스트레스받는’, ‘예민한’, ‘미치겠는’, ‘싫은’, ‘눈물 나는’, ‘힘든’, ‘괴로운’, ‘피곤한’ 등의 단어들이 연결되었다. 이러한 단어를 토대로, 가벼운 우울은 정상과 달리 신체적 피로감과 심리적 고단함이 좀 더 반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4-3 짜증스러운 기분과 우울의 연관성 검토: 우울
심각한 우울로 분류된 소셜 데이터들에는 어떠한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는지 검토했다. 표 3에 제시했듯이, ‘짜증’이라는 단어와 함께 ‘우울한(depressed)’, ‘비참한(miserable)’, ‘의욕 저하(pathetic)’, ‘눈물 나는’, ‘무기력(lethargic)’ 등이 상위 빈도수를 차지했다. TF-IDF 값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전체 텍스트 중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면서 중요도가 높은 단어들은 ‘의욕 저하’, ‘비참한’, ‘우울한’, ‘눈물 나는’, ‘무기력’, ‘힘든’, ‘지친’ 등이었다. 고유벡터 중심성 값을 기준으로 네트워크의 중심(hub)이 되는 단어들이 무엇인지 살펴본 결과, ‘짜증’, ‘비참한’, ‘우울한’, ‘의욕 저하’, ‘눈물 나는’, ‘무기력’ 등의 순으로 확인되었다.
연결망 시각화 결과를 토대로, 심각한 우울로 분류된 글들에 자주 등장하는 감정 표현 단어들과 주요 단어와 연결된 단어가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앞선 분석과 마찬가지로, 고유벡터 중심성 값을 이용해 가벼운 우울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자주 표현하는 감정 표현 단어가 무엇일지 예측해보았다. 그림 1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심각한 우울 수준으로 분류된 텍스트에는 짜증스러운 기분과 함께, ‘비참한’, ‘우울한’, ‘의욕 저하’, ‘눈물 나는’, ‘무기력’, ‘가슴 답답한(frustrating)’, ‘지치는(exhausted)’ 등의 단어들이 연결되었다. ‘의욕 저하’, ‘비참한’, ‘무기력’ ‘감정 기복이 심한(big mood swings)’, ‘자해(self-harm)’ 등은 심각한 우울로 분류된 소셜 데이터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이다.
V. 논 의
본 연구는 온라인 소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짜증스러운 기분과 우울의 연관성을 탐색하고, 해당 기분을 표현하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일상 단어가 무엇인지 조사했다. 구체적으로, 긍정과 부정의 극성 및 느낌의 활동성 차원으로 구분한 원형 모델[16]에 근거해, 상위 빈도수를 차지한 표현 단어를 토대로 기분 상태를 표현할 때 자주 언급되는 단어들을 살펴보고 세부적 느낌이 어떠할지 예측해보았다. 특히, 본 연구는 짜증스러운 기분과 우울의 관련성을 논의하고자, PHQ-9 문항들에 근거해 수집된 데이터를 우울 수준에 따라 구분하고, 우울의 심각성에 따라 표현되는 짜증스러운 기분의 어휘 패턴이 달라지는지 살펴보았다. 본 연구를 통해 확인된 결과의 논의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PHQ-9에 근거해 정상 범주로 분류된 텍스트를 살펴본 결과, 일상 스트레스로 인해 경험하는 신체적, 심리적 느낌들이 주로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교적 건강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짜증스러운 기분이 어떠한 상태를 의미하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본 연구는 고유벡터 중심성 값을 토대로 주요 단어 간 연결구조를 살펴보았다. ‘짜증’과 함께 언급된 단어들은 ‘당황스러운’, ‘싫은’, ‘어이없는’, ‘화나는’, ‘성질나는’ 등이다. 이는 기분의 원형모델에서 부정 극성과 높은 활동성 축에 위치하는 단어들로, 대체로 흥분된 느낌을 반영한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해보면, 정상 범주에 속한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짜증스러운 기분은 다소 각성 수준이 높은 심리적 불쾌한 상태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둘째, PHQ-9에 따라 가벼운 우울로 분류된 텍스트에서도 일상 스트레스로 인해 짜증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여기에서는 ‘짜증’이라는 단어와 함께, ‘스트레스받는’, ‘화나는’, ‘미치겠는’, ‘싫은’ 등이 함께 표출되었는데, 위 단어들은 정상 범주에서 확인된 단어들과 마찬가지로 흥분 수준이 다소 높고 예민해진 내적 상태를 설명한다. 정상 범주와 비교해서, 가벼운 우울에서는 ‘짜증’이라는 단어와 함께 ‘눈물 나는’, ‘지치는’, ‘괴로운’ 등 신체적 상태를 나타내는 단어와도 자주 언급되었다. 한편, 위 단어들은 앞선 단어들과 달리 기분의 원형모델에서 활동성이 낮은 축에 위치한다. 이를 토대로, 일상에서 느끼는 짜증스러운 기분이 반드시 분노(anger)의 하위 범주에 해당하거나 흥분도가 높은 상태를 의미하지는 않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심각한 우울로 분류된 텍스트에서 확인된 단어 목록들은 정상 및 가벼운 우울에서 발견된 단어들과는 다른 속성을 나타냈다. ‘짜증’과 함께 언급된 ‘우울한’, ‘의욕 저하’, ‘무기력’, ‘비참한’ 등의 어휘를 통해, 해당 기분이 우울 증상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을 예측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여기에 해당하는 어휘 중에는 ‘가슴 답답한’, ‘지친’, ‘수면장애(sleeplessness)’ 등 활력 수준이 낮고 피로 수준이 높은 신체 상대를 묘사하는 단어들과, ‘막막한(gloomy)’, ‘한심한(pitiable)’, ‘살기 싫은(don't want to live)’ 등 자기 자신을 무가치하게 느끼는 단어들이 상위 빈도로 발견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사람들은 우울 증상을 심리적 느낌보다 신체적 징후를 위주로 이야기한다는 선행연구[18]의 설명과 일치한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짜증스러운 기분에는 다차원적이고 다양한 생리·심리적 상태가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본 연구는 짜증스러운 기분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 언어적 표현들을 근거로, 해당 기분이 부정 축에 위치하면서 활동성-비활동성을 넘나드는 변동성이 큰 상태라는 점을 확인했다. 이러한 결과는 짜증스러운 기분의 관찰과 일상적 기분 조절이 중요함을 시사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할 결과 중 하나는 짜증스러운 기분의 표현에 다양한 느낌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우리의 기분은 여러 느낌이 혼재된 상태로, 이러한 혼재성을 인지하고 언어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효과적인 기분 조절을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5],[8].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아 모호하게 표현할 때가 많다[14]. 특히, 표현에 서투른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짜증’이며, 이를 통해 자신의 기분 상태를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14]. 언어적 표현을 명확히 사용하지 않다 보면 자신의 기분 상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적절한 기분 조절을 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크다[8],[9].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는 언어적 표현을 통해 자신의 기분 상태에 대해 파악할 수 있어야지만 기분 회복이 제때 빨리 일어날 수 있는 기분 조절이 가능해질 가능성이 큼을 강조하고자 한다.
기분은 개인의 자원성을 평가하고, 목표 지향적인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느낌을 생성한다[1]-[3]. 즉, 기분은 개인의 현재 상황을 더 나은 방향으로 조절하고, 더 나은 삶의 목표를 위해 변화를 시도하도록 유도한다. 한편, 기분의 구조는 긍정과 부정이 양극단에 있는 연속된 개념이 아니라, 긍정 축과 부정 축 두 개가 개별적으로 존재하며, 각 축의 수준이 적정 수준에 유지하기 위한 항상성 메커니즘을 갖는다[5], [6]. 정상적인 상태라면 기분은 너무 좋았든지 매우 나빴든지 상관없이 시간이 지나면 곧 안정화 수준으로 돌아온다. 만약 안정화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활동성이 높은 혹은 낮은 축에 오랜 시간 위치한다거나 불안정한 리듬이 반복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1],[5]. 한편, 기분의 자기 조절을 다룬 선행연구들은 주로 최악의 기분을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향상 초점”에 관심을 가져왔다[23].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기분 조절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하기 이전부터 자신의 기분에 관심을 두는 것이다.
본 연구는 짜증스러운 기분이 정상부터 심각한 우울 수준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안정화 수준에서 발생하는 예방 초점의 기분 조절로 학문적 관심을 환기하고자 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정신건강을 “개인이 가진 잠재력을 실현하고, 일상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에 대처하며, 생산적이고 보람 있게 일하고,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안녕한 상태(p. 1)”로 정의한다[24]. 정신건강을 증진한다는 것은 일상의 안녕한 상태를 지속하기 위한 자기 조절로서, 불안정한 기분을 안정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기분의 자기 조절이라고도 볼 수 있다[5]-[7].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기분이 어떠한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명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며[2], 기분의 언어적 표현은 이를 도와주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10]. 기분이 개인의 신체와 마음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5],[6], 질환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스스로의 기분 변화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고, 관련 능력을 길러주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시점이다.
본 연구는 그동안 학문적 영역에서 자주 논의되지 않았던 짜증스러운 기분을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짜증스러움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느끼는 불안정하고 예민한 기분 상태를 의미하지만, 이 기분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차원의 느낌을 반영하는지 규명하는 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못하다. 임상의학에서 짜증은 생리 심리적 긴장이 초래한 과민성으로 정의되며, 주요 정신질환을 평가하는 중요한 징후로 다뤄진다[11],[12]. 하지만 지금까지 기분으로서 짜증에 관심을 둔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짜증은 대체로 ‘약한 강도의 분노’로 축소되어 다루어졌다. 짜증을 분노 정서의 하위 차원으로 제한할 경우, 이 기분에 반영된 신체적·심리적 예민성과 불안정성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게 된다. 과민성에 대한 개념적 정의와 측정 문항이 ‘신경이 예민해짐을 느끼는 정도 및 이에 따라 발생하는 공격적 행동 반응’으로 제한되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짜증스러운 기분이 분노와 관계될 수 있다는 점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졌지만, 우울 증상으로도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14]. 이에 본 연구는 짜증스러운 기분을 생리 심리적 불균형이 초래한 불안정한 기분 상태로 접근함으로써, 관련 개념에 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본 연구의 제한점을 밝힌다. 본 연구는 짜증스러운 기분과 우울을 나타내는 언어적 표현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이 기분을 느끼게 된 이유나 원인과 같은 다른 변수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못했다. 후속연구에서는 짜증스러운 기분이 발생한 이유를 함께 고려해, 원인 소재 및 우울 상태에 따라 기분 표현을 위해 사용된 어휘 목록에 차이가 나타나는지 좀 더 세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와 연결해, 본 연구는 텍스트에 표현된 상태에 의존해 우울 상태를 진단해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실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의 경우 PHQ-9에 해당하는 문항들과 유사한 상태를 표현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반대로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걸 최소화할 가능성이 있다.
비록 본 연구가 소셜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일반인의 최대한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기분 표현을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 결과만으로 짜증스러운 기분의 수준을 일반화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인구통계학적 특징이나 정서조절 능력에 따라 기분 표현 수준과 정확성 등에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고 언어적 기분 표현에 관한 연구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인구통계학적 배경을 가진 대상을 바탕으로 추가적인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 및 실험 설계 등 체계적인 실증 연구를 통해 본 연구의 한계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짜증스러운 기분과 언어적 표현을 토대로 생리적 반응을 실제 측정해보는 연구 설계는 해당 결과의 객관성과 일반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소셜 데이터를 토대로 기분 표현 어휘를 간접적으로 조사했기 때문에, 결과의 해석과 일반화에 제한이 있다. 특히, 각 단어가 반영하는 느낌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서는 실증 연구가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본 연구에서 수집한 어휘 목록에 대한 친숙성과 원형성, 각 단어의 극성 및 활동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진행된다면, 한국인의 일상 기분과 정신건강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연구를 수행하는 데 보다 깊이 있는 통찰력이 더해질 수 있을 것이다.
Ⅵ.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일반인이 일상에서 표현하는 기분 관련 어휘에 초점을 맞추어, 정신건강 문제의 조기 발견 및 예방에 기여할 수 있는 탐색적 연구를 진행하였다. 특히 온라인 소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짜증스러운 기분과 관련된 어휘 사용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울 증상의 심각성 수준을 예측하는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본 연구 결과는 일상적인 기분 표현 어휘가 개인의 정신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짜증과 같은 부정적인 기분 표현의 빈도와 다양성은 우울 증상의 심각성과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 이는 온라인 소셜 데이터 분석과 텍스트 기반 감정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우울 수준을 예측하는 프로그램 개발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물론, 본 연구는 탐색적인 연구로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더욱 정교한 분석 모델 개발과 다양한 데이터 확보를 통해 연구 결과의 신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또한, 기분 표현 어휘와 정신건강 상태의 인과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일상 기분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특히, 기분을 긍정과 부정으로 단순화하던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고, 일상 기분의 다차원적 속성을 파악하려는 시도는 정신건강 연구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탐색적인 본 연구를 시작으로 일상 기분을 조절하는 방안과 중요성에 관심을 두는 연구들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 이러한 연구의 축적은 정신질환을 예측 및 예방하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일상 기분을 긍정과 부정으로 단순화해버리던 기존의 한계점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Acknowledgments
This work was supported by the the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NRF-2020S1A5C2A03 092919)(이 논문은 2020년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NRF-2020S1A5C2A03092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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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21년 2월: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언론학 박사)
2013년 2월: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언론학 석사)
2021년~현 재: 이화여자대학교 연령통합고령사회연구소 연구교수
※관심분야:디지털 웰빙(Digital Well-being), 모바일 헬스(Mobile Health),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디지털 커뮤니케이션(Digital Communication)
1997년 6월:University of Alabama Advertising & Public Relations (M.A.)
2001년 6월: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School of Journalism and Mass Communation (Ph.D.)
2010년~현 재: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관심분야:디지털 웰빙(Digital Well-being), 모바일 헬스(Mobile Health),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디지털 커뮤니케이션(Digital Commun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