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시공간의 유형별 특성과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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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기술 발전에 따라 다양한 가상 전시공간이 등장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현존감을 바탕으로 발전해온 가상 전시공간을 가상성과 상호작용성에 따라 9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가상성이 높아지거나 상호작용성이 많아지는 것이 가상 전시공간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가상성이 높아질수록 큐레이터나 디지털 테크니션 등 창작자와 관람객에 대한 매개 역할이 비중이 커지게 되며, 상호작용성이 많아질수록 관람객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이에 따라 가상 전시공간에서는 예술가와 다른 주체들 간의 협업이 확대된다. 가상 전시공간은 앞으로 기술발전에 따라 더욱 가상성이 높아지고, 정교해지며,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고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도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가상 전시공간은 현실 전시공간과 대립되는 것이 아니며, 서로 영향을 주면서 발전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Abstract
Various virtual exhibition spaces have emerged as technology advances. Virtual exhibition spaces have developed based on a sense of presence. In this paper, we introduced nine types of the virtual exhibition spaces according to virtuality and interactivity. The degree of virtuality and interactivity does not mean progress. However, as virtuality increases, the role of intermediation for creators and visitors by curators and digital technicians expands. In addition, the greater the interactivity, the greater the role of visitors. As a result, collaboration between artists and the others will be expanded in virtual exhibition spaces. Virtual exhibition spaces will become more virtual, sophisticated, and diverse forms as technology advances in the future. The active participation of visitors will also be expanded. In conclusion, I think that virtual exhibition spaces are not opposed to real exhibition spaces, but will develop by influencing each other.
Keywords:
Interactivity, Presence, Virtual Exhibition Space, Virtual Reality, Virtuality키워드:
가상 전시공간, 현존감, 가상성, 상호작용성, 가상현실Ⅰ. 서 론
1992년에 출판된 소설 스노크래시(Snow Crash)의 주인공 히로는 현실에서는 피자를 배달하지만, 메타버스(metaverse)의 가상세계에서는 칼을 휘두르는 검객이자 음모를 파헤치는 해커이다. 2018년에 제작된 영화 레디플레이어원(Ready Player One)의 주인공 웨이드는 열악한 현실에서 벗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 게임 오아시스에서 살아간다. 그에게 있어서 현실 세계란 오히려 가상현실의 부수적인 공간에 불과하다. 이처럼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다분히 예술가의 상상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가상공간의 삶이 어느새 가까운 미래의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스노크래시에서 영감을 받아 일찍이 2003년에 출시된 가상현실 플랫폼 서비스 세컨드 라이프(second life)는 소셜미디어 서비스에 밀려 뚜렷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새롭게 등장한 가상공간 플랫폼들은 게임을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오프라인 활동과의 성공적인 협업을 이끌어내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로블록스(Roblox)의 경우 미국의 5~12세가 가장 많이 참여하는 게임이며 180여개 국가에서 800만 명의 크리에이터와 3,26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2021년 상반기에는 증시에도 상장하여 45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다[1].
이처럼 급속히 확대되어가는 가상공간 서비스에 주목하여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스트라티지 어낼리틱스(Strategy Analytics)에서는 2025년까지 확장현실(XR) 기반의 시장 규모가 2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였다 [2]. 이러한 산업 변화에 부응하여 정부에서도 지난 2021년 5월17일 관련 기업 및 전문기관들이 참여하는 ‘확장가상세계 얼라이언스’를 출범시키며 가상공간 관련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3].
이처럼 급속히 확장되고 있는 가상공간 관련 서비스와 환경이 앞으로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현실 공간을 압도하며 새로운 미래를 창출할지 아니면 잠깐의 유행으로 사라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가상공간의 확대와 더불어 전시 분야에서도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을 활용한 다양한 방식의 전시가 확대되고 있다. 기존의 뮤지엄이나 갤러리에서도 기존의 전시공간과 결합된 방식으로 때로는 이를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가상 전시공간의 적용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상 전시공간에 관하여는 그동안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으나 가상 전시공간의 유형이나 그 함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는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가상 전시공간이 이전보다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면서 현실 전시공간과의 융합이나 혼성 등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에 기인한다. 가상 전시공간은 점차 현실 전시공간과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전시방식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전시를 감상하는 주체에게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현존감(presence)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논문에서는 여러 가지 방식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상공간의 의미와 이를 활용한 전시의 유형별 특성을 살펴보고 그 공간적 함의를 논의해보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2-1 가상공간에 관한 논의
프랑스 도르도뉴 몽티냐크 마을의 라스코 동굴에는 구석기인들이 남긴 800여 점의 벽화가 남아 있다. 들소, 말, 사슴, 염소 등 다양한 동물을 그린 이 벽화는 기원전 3만5천년에서 1만년 사이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햇빛도 들지 않았을 그 깊은 동굴의 벽에 그림을 그리던 구석기인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던 것일까? 동굴 벽화에 창이나 도끼로 친 훼손 흔적이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구석기인들은 벽화에 그려진 가상의 동물을 가격함으로써 현실 세계에서의 살아있는 동물을 잘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서 이러한 행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냥을 잘 하고자 하는 현실의 간절한 소망을 가상의 이미지가 그려진 공간에서 주술적 신앙으로 이루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4]. 따라서 라스코 동굴 벽화는 예술적 목적보다는 주술적 목적에서 그린 것이다. 이는 예술을 현실 재현이나 변형 혹은 확장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대상을 가상의 이미지로 재현하는 시각예술의 본질을 보여주는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이미지의 재현 방식은 과거의 동굴 벽화 그리기에서 시작하여 현대의 헤드셋 스크린을 통한 디지털 이미지 구현까지 발전해왔다. 이 중에서도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한 가상 전시공간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전시 방식 중의 하나로서,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HMD; Head-Mounted Display)로 불리는 헤드셋을 쓰고 눈앞의 폐쇄형 스크린에 구현된 가상의 오브제를 감상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다면 수만 년 전 동굴에서 현실공간에는 존재하지 않는 동물을 벽에 구현한 이미지와 현재의 가상 전시공간에 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하여 구현한 디지털 오브제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상 전시공간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디지털 기술에 기초한 첨단의 전시 형태를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공간에서 가상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그 순간 그 이미지는 가상으로 경험된다. 설사 첨단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어떤 오브제를 현실처럼 경험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재현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가상으로 재현한다는 근본적인 속성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예술의 매체와 재현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예술의 형식과 내용은 크게 변화해왔지만 가상의 이미지를 재현하여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속성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앞으로 가상현실 기술이 좀 더 발전하여 HMD 없이 실감나는 이미지를 경험할 수 있게 되더라도 재현의 속성 자체가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재현을 통해 만들어지는 가상의 이미지와 그러한 가상의 이미지가 구현되는 가상의 전시공간이 갖고 있는 이러한 근본적인 속성에 주목한다면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의 구분의 필요성은 적어진다. 가상현실 기술이 현실을 아무리 정교하게 재현한다 할지라도 그것이 예술을 감상하는 경험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19세기에 사진 기술의 발전으로 현실의 재현방식이 다른 차원으로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화가 의미를 가졌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에 구현된 가상공간의 기초가 되는 가상현실에 대해서는 그 동안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가상현실 개념을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전시가 아닌 공연 분야였다. 1938년 프랑스의 극작가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는 ‘연극과 그 이중(Le theatre et son double)’에서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 극장이 곧 가상현실(la realite virtuelle)이라고 언급하였다. 아르토에 따르면 극장이라는 공간은 공연이 시작됨과 더불어 물리적으로 현실에 존재하면서도 동시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상공간을 관객의 의식 속에서 존재하게 만든다. 관객은 극장에서 오감을 활용하여 각자의 가상공간을 구현한다[5]. 아르토가 언급한 이러한 가상현실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을 둔 현재의 가상현실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를 몇 가지 장치를 통해 가상으로 구현한다고 하는 점에서 보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가상현실(VR)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아니다.
가상공간의 구현과 관련하여 1960년대 이반 서덜랜드(Ivan Sutherland)의 헤드셋을 활용한 디스플레이를 비롯하여 아트맥(ArtMac) 그룹의 인터랙티브 영화 프로젝트, 미 공군과 국립항공우주국(The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의 시뮬레이터,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의 햅틱 시스템 등 지속적인 노력이 있어왔다[6]. 다른 한편에서 깁슨(Gibson, 1984)은 의식이 육체를 벗어나서 진입하는 허구적 공간을 표현하기 위하여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7]. 현재와 같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한 가상현실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것은 컴퓨터학자 재론 래니어(Jaron Lanier)였다. 그는 외부세계를 차단한 상태에서 HMD나 데이터 글로브(Data Glove)를 통해 화면에 구현되는 이미지를 가상현실이라 표현하였다[8].
이러한 가상현실에 관한 논의와는 별도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에 관한 논의도 이어져 왔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가상의 데이터가 덧입혀진 상태를 말한다. 증강현실은 현실을 설명하는 디지털화된 정보를 비롯하여 현실을 변형시키거나 현실에 부가적인 이미지 또는 의미를 부여하는 모든 가상의 데이터를 포괄한다. 마노비치(Manovich)는 이처럼 현실에 여러 층위의 증강현실이 겹쳐진 공간을 증강공간(Augmented Space)이라 지칭하였다. 증강공간은 곧 증강현실을 통해 물리적 현실공간이 새로운 가상공간으로 변모해가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증강공간은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이 이분법적으로 나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며, 가상이 더 이상 허구만이 아니라 현실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이미지를 더해주는 또 다른 실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9].
여기서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의 역할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가상현실은 관람객의 몰입을 통해 가상이 현실을 대체하지만, 증강현실은 가상이 현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10]. 증강현실이 구현하는 공간은 사물 간 혹은 사물과 인간 간 소통을 위한 가상적 매개체를 통해 경험과 몰입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다[11]. 반면 가상현실의 경우 물리적인 몸은 스크린 안에 있지 않더라도 관람객의 몸이 헤드셋이나 그 밖의 장치를 통해 곧바로 입력장치 역할을 함으로써 관람객 자신이 스크린 안에 구현된 가상공간 안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이른바 원격현존(tele-presence)의 현상이 나타난다. 원격현존은 ‘매개된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인지되는 존재감’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원격현존에 의해 만들어지는 현존감이 바로 가상공간을 경험하는 바탕이 된다[12]. 가상공간을 접하는 관람객의 이러한 경험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현실과의 근접성이 아니라 오히려 가상공간 내의 환경, 캐릭터, 상황의 개연성 등이라 할 수 있다[13]. 이는 전시공간에서 가상공간을 활용한 전시를 기획할 때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굳이 현실공간의 전시장과 유사한 환경의 가상공간 전시장을 만들기보다는 가상공간 자체의 환경과 상황이 그 자체적인 개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관람객의 능동적인 참여를 위해서는 가상공간 안에서 관람객과 가상의 오브제 혹은 그것이 존재하는 가상공간 그 자체와의 상호작용이 늘어나도록 함으로써 관람객은 가상공간에 더 깊이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가상공간의 전시는 오브제를 만드는 예술가보다 오히려 그러한 공간 자체의 기획자의 의도나 기획 역량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에서 말하는 가상공간은 가상현실보다는 훨씬 더 확대된 개념으로서, 가상현실만이 아니라 현실공간과 중첩되거나 현실공간에 덧입혀져 혼성으로 존재하는 증강공간까지 포함하여 가상성을 획득한 모든 공간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상공간은 이분법적으로 현실공간과 구분된 공간이 아니며, 오히려 현실공간에 가상성이 가미된 모든 형태의 공간을 포괄한다. 이러한 전제를 바탕으로 가상 전시공간은 ‘가상공간을 활용하여 오브제를 전시하고 관람객과 상호작용을 해나가는 모든 공간’으로 규정짓고자 한다.
2-2 가상공간과 사회적 현존감
가상공간에 대한 논의에서 주목해야할 용어는 ‘현존감(presence)'이다. 민스키(Minsky, 1979)는 일찍이 “거기에 있다는 느낌(sense of being there)"을 의미하는 용어로 ’원격현존감(telepresence)‘을 제시한 바 있다[14]. 이와 비슷하게 스튜어(Steuer, 1992)는 가상현실과 관련하여 어떤 상황 속에 존재하는 느낌을 현존감(presence)으로 규정하였다. 스튜어가 말하는 현존감은 감각적 경험만이 아니라 이와 관련된 주체의 관심이나 과거 경험 등과의 연계 속에 정신적/의식적 과정을 통해 구현된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존감은 기술적으로 구현된 가상공간을 넘어서서 주체의 의식 및 경험과의 상호작용에 기반을 두며, 주체의 감각적 경험을 넘어서 외부에 구현된 가상공간을 지각하는 방식 전반을 지칭한다[15]. 이는 민스키가 말하는 것처럼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에 의해 매개된 상황에서의 현존감을 지칭하는 원격현존감(telepresence) 개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여기서는 주목할 것은 현존감이 매개되는 측면이다. 이는 가상 전시공간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서 매개를 통해 이루어지는 경험이 가상 전시공간의 현존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라이드(Reid, 2008) 역시 단순히 기술적인 장치에 의한 감각적 경험을 넘어서는 상상적 경험 및 함께 참여하는 다른 주체와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 주목하였다[16]. 이처럼 가상공간이 현실공간과 달리 대면접촉 없이 만들어내는 비물리적인 공간은 현실공간과는 다른 종류의 현존감(presence)을 느끼게 해준다. 이러한 가상공간의 현존감은 물리적인 시공간을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공간과 같은 실재성(reality)를 확보시켜준다. 이러한 현존감에 대해 히터(Heeter, 1992)는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느낌의 정도”로 규정하였다. 히터는 현존감이 개인적 측면, 사회적 측면, 환경적 측면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파악하면서, 특히 '타인과의 상호작용성 interactivity of the other'에 기초한 사회적 측면에 주목하였다[17]. 비오카와 노웍(Biocca & Nowak, 2001) 역시 사회적 현존감에 대해 논의하면서 이를 “다른 사람과 함께 있다는 느낌 a sense of being together”으로 설명하며, 공동 현존감(Co-Presence)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였다[18]. 이러한 사회적 현존감은 단순히 가상공간에 사용자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현존감과는 달리 다른 사람 혹은 가상의 이용자 등 다른 존재와의 상호작용에 방점이 놓여 있다. 가상공간에서의 사회적 현존감의 정도는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인 사회적 단서들이 얼마나 많이 제공되는가 그리고 사용자의 행동에 대한 피드백이 얼마나 즉각적으로 제공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19].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이 논문에서는 현존감을 ‘정보기술이나 네트워크를 활용한 미디어 혹은 플랫폼에 의해 매개된 상황으로 인해 마치 현실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끼는 감각의 정도’로 규정하고자 한다.
Ⅲ. 가상 전시공간의 유형 및 사례 분석
가상 전시공간(Virtual Exhibition Spaces)은 가상공간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여기서는 두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가상 전시공간을 유형화시키고자 한다. 하나는 ‘가상성의 정도’이고 다른 하나는 가상공간에서 사회적 현존감을 느끼게 해주는 ‘상호작용성의 정도’이다.
가상성의 정도는 전시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실제 물리적인 공간에 더하여 혹은 물리적인 공간을 벗어나 얼마나 가상성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좌우된다. 아래 표에서 소개한 사례 가운데 ‘빛의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엔씨 아트 프로젝트(NC Art Project)’, ‘팀랩월드(teamLab World)’ 전시는 전시가 이루어진 공간은 현실공간에 존재하는 오프라인 형태의 물리적인 뮤지엄 혹은 전문 전시공간이다. 다만 이러한 전시들은 물리적인 현실공간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전시 오브제를 구성하고 있어 가상성의 정도가 낮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모딜리아니 VR 아뜰리에(The Modigliani VR: The Ochre Atelier)’, ‘흰벽을 점령하라(OWW: Occupy White Walls) ’, ‘쾨닉 갤러리 디센트럴랜드(Konig Galerie Decentraland)’ 등은 전시가 이루어진 공간이 가상공간에 새롭게 만들어져 있다. 따라서 물리적인 전시공간과는 무관한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의 디지털 기술로 만들어진 전시 오브제를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경우 전시공간의 구성 자체가 자유롭기 때문에 때로는 감상 주체별로 개별화된 전시공간이 마련되기도 한다. 두 유형의 중간에 위치한 ‘스킨 앤드 본드(Skin and Bones)’, ‘비엠에프 윈터 아츠(VMF Winter Arts)’, ‘오그먼티드 베를린(Augmented Berlin)’등은 현실 전시공간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를 덧입힘으로써 기존의 현실 전시공간을 새롭게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또 다른 요소인 사회적 현존감을 느끼게 해주는 상호작용성은 전시 오브제와 전시를 감상하는 주체 간의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정도는 감상 주체가 전시 오브제와 관계를 맺거나 교류하면서 서로 주고받는 영향의 폭과 깊이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관점에서 ‘빛의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스킨 앤드 본드’, ‘모딜리아니 VR 아뜰리에’은 전시 공간의 가상성 측면에서는 서로 차이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관람자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따라서 전시 오브제와 관람자 간의 상호작용이 없거나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중간 단계에 속하는 ‘엔씨 아트 프로젝트’, ‘비엠에프 윈터 아츠’, ‘흰벽을 점령하라’의 사례는 기획자가 제공한 오브제를 기초로 관람자와 오브제 간에 일정한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 ‘팀랩월드’, ‘오그먼티드 베를린’, ‘쾨닉 갤러리 디센트럴랜드’ 등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관람자가 전시 오브제를 전적으로 지배하면서 핵심적인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전시에서는 전시 기획자가 전시 오브제에 대한 기본적인 구성이나 재료는 제공하지만 최종적인 전시 내용은 관람자의 취향이나 선호에 따라 달라지면서 개별화된 형태로 제공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관람자는 더 이상 전시의 객체에 머물지 않으며 전시 주체의 역할까지도 일부 공유하게 된다.
관람자와 전시 오브제 간의 이러한 상호작용성은 좀 더 나아가 관람자 간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이로서 관람객들은 이러한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선호나 취향에 따라 각기 개별화된 형태로 오브제를 관람하거나 각각의 디지털 공간이나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창작물을 생산함으로써 사회적 현존감을 느끼게 된다.
3-1 국립중앙박물관의‘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가상성 낮음, 상호작용성 낮음)
2020년 8월 25일부터 2021년 2월 14일까지 개최되었던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이하 빛의 과학전’는 눈에 보이는 빛인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빛으로 문화재를 살펴봄으로써 그동안 알지 못했던 문화재에 숨겨진 비밀들을 탐구하였다. 내용 측면에서는 국보 제78호 금동반가사유상 등 국가지정문화재 10점과 청동기시대 청동거울, 삼국시대 금귀걸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총 67점을 전시하면서 빛이라는 주제를 통해 문화재가 가지고 있는 많은 정보들을 찾아내고 디지털 콘텐츠로 재구성함으로서 문화재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여주었다. 예를 들어 ‘보이지 않는 빛,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주제 전시장에서는 파장이 짧아서 물체 투과력이 강한 엑스선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omputed Tomography) 방법을 활용하여 문화재 내부 구조와 성분을 파악하고 이를 3차원 영상으로 구현하여 관람객의 이해를 도왔다. 이를 통해 국보 제91호 기마 인물형 토기가 단순히 장식품이 아니라 물을 넣어 따르는 주전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을 설명하였다. 또한 국보 제95호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 금강산모양 연적, 계영배 등의 구조가 복잡한 소장품의 내부구조를 다양한 방식의 영상으로 재현하여 보여줌으로써, 계영배에 술이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 것이 사이펀의 원리라는 것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증강현실을 비롯하여 다양한 영상 표현 기법을 활용한 ‘빛의 과학전’을 통해 관람객은 국보, 보물 등 박물관의 대표적인 소장품들로 구성된 오프라인 전시 오브제와 더불어 3차원 영상정보가 만들어내는 증강현실 전시를 함께 감상함으로써 오프라인 전시방식에서는 얻기 힘든 심층적인 정보와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발전해온 기법을 활용하여 전통적인 전시의 효과를 배가시킬 뿐만 아니라 관람객 교육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례이다 [20].
3-2 엔씨소프트(NCSOFT)의‘엔씨 아트 프로젝트(NC Art Project)’(가상성 낮음, 상호작용성 중간)
게임 전문 기업 엔씨소프트(NCSOFT)는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통해 대중에게 게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엔씨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 일환으로 2020년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양민하 작가의 ‘차원의 혼합’이라는 작품을 엔씨소프트 R&D센터에 설치하였다. ‘차원의 혼합’은 공존이라는 주제를 내세워 게임의 탄생부터 제작과정, 유저와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 등 게임의 요소들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양민하 작가는 ‘게임이 기술과 유저의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가상과 현실이 균형적으로 만나는 문화’라는 엔씨소프트의 지향점을 바탕으로 게임이 문화로 통용되고 예술로 승화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냈다. 전시 작품 중 ‘코그니티브 스페이스(Cognitive Space)’는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가상의 존재가 아닌 현실에 실재하는 존재임을 전달하고자 관람객과 캐릭터가 직접적으로 교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관람객이 작품과의 일정거리를 일정시간 동안 유지하면 프로그램이 이를 인식하여 가상세계는 사라지고 캐릭터가 현실공간에 나타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일반적으로 AR 콘텐츠를 제작할 때 공간 전체에 레이저를 쏴서 각 오브제의 형태와 거리를 인식하는 방식에서 착안한 것이었다.
엔씨소프트에서 보여준 ‘차원의 혼합’ 전시는 앞서 소개한 국립중앙박물관의 ‘빛의 과학전’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영상 기술을 활용하여 오프라인 전시공간 내에 가상의 이미지를 구현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엔씨소프트에서는 관람객이 주체적인 입장에서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다. 이처럼 관람객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은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기법을 활용한 전시 전반에서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관람객의 역할 강화가 작가의 역할 제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작가 입장에서는 관람객과 작품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최종적인 작품이 완성되고 감상되는 것을 지향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1].
3-3 팀랩(teamLab)의‘팀랩 월드(teamLab World)’(가상성 낮음, 상호작용성 높음)
2016년 8월 롯데월드에서 전시되었던 ‘팀랩 월드‘는 관람객 체험 중심의 디지털 미디어 전시였다. 팀랩(teamLab)은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들이 모인 디지털 아트 창작 그룹이다. 팀랩 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관람객의 참여에 의한 상호작용이었다. 특히 창작자의 디지털 아트 작품이 관람객의 움직임에 단순히 반응하는 형식의 소극적 상호작용에서 더 나아가 창작자와 관람객의 협업에 의한 ‘공동 창조’가 전시 현장에서 미디어를 통해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 상호작용을 선보였다.
전시 내용 중 ‘스케치 아쿠아리움(Sketch Aquarium)’과 ‘스케치 타운(Sketch Town)’은 관람객이 그린 작품이 팀랩의 작품과 함께 디지털 영상에 구현되어 전시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관람객들이 전시 현장에서 직접 그린 물고기들은 팀랩이 구현한 ‘스케치 아쿠아리움’의 바다 속에서 생명을 얻어 활기 있게 헤엄쳤다. 관람객이 화면에 손을 대면 물고기가 반응하여 움직이거나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먹이가 든 주머니를 만지면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줄 수도 있었다. ‘스케치타운’에서는 경복궁, 세종대왕 동상. 제2롯데월드타워, 롯데월드 매직캐슬 등 서울의 주요 명소를 스크린에 구현해놓았다. 여기에 관람객들이 그린 건물, 자동차, 우주선 같은 오브제가 추가로 덧입혀지면서 현재와 미래 도시의 변해가는 모습들이 구현되었으며, 이를 통해 도시의 순환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팀랩의 전시는 관람객이 더 이상 수동적인 감상 주체의 입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역할을 하며 예술가와 함께 창작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이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이에 따라 전통적 회화나 디지털 아트에 대한 경험이 없는 관람객이더라도 곧바로 작품에 빠져들 수 있도록 만든 흡인력과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상호작용성의 적극적 활용은 팀랩 전시의 성과에 힘입어 향후 디지털 기반의 가상 전시공간을 기획에서 지속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22].
3-4 스미소니언박물관(Smithsonian Institution) 국립자연사박물관(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의‘스킨 앤 본즈(Skin and Bones)’(가상성 중간, 상호작용성 낮음)
미국의 스미소니언박물관을 구성하는 핵심 기관 중 하나인 국립자연사박물관은 1881년부터 박물관 메인 홀에 전시해온 생물들의 뼈와 화석 전시에 스마트폰 앱‘ 스킨 앤 본즈’를 결합시켜 전시품들이 살아 있을 때의 모습으로 환생할 수 있도록 하였다. 관람객은 앱을 통해 전시물을 관찰함으로써, 전시된 뼈를 덮고 있었던 근육과 피부는 어땠는지 혹은 뼈만 남아 있는 동물이 실제로는 어떻게 움직였을지를 확인할 수 있다. 관람객은 앱을 통해서 다양한 동물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이나 다른 동물을 사냥하는 방법 등을 볼 수 있으며, 나아가 대화형 메뉴를 통해 심화한 정보를 습득하거나 3D 애니메이션 등 관련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스킨 앤 본즈’는 전시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오프라인 전시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증강현실 기법을 적용함으로서 관람객의 경험을 심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립자연사박물관에서는 2010년대 중반 전시관을 대대적으로 리노베이션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처럼 증강현실 앱을 통한 관람 기법을 도입했는데, 이러한 방식은 이후 전 세계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응용되면서 이제는 보편적인 증강현실 활용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증강현실을 통한 이러한 관람은 단순히 기술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박물관이나 미술관이 보유해온 중요한 컬렉션을 관람하고 체험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켜왔다. 관람객이 전용 패드나 스마트폰 등을 통해 증강현실 기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컬렉션의 숨겨져 있는 모습이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이전보다 훨씬 손쉽게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전시 그 자체만이 아니라 연구와 교육 등 관련된 분야의 변화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23].
3-5 밴쿠버 벽화 축제(Vancouver Mural Festival)의‘VMF 윈터 아츠(VMF Winter Arts)’ (가상성 중간, 상호작용성 중간)
밴쿠버 벽화 축제(VMF; Vancouver Mural Festival)는 크리에이티브 밴쿠버 소사이어티(Create Vancouver Society)에서 조직하는 거리축제로서, 2016년에 만들어져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예술 축제로 발전하였다. VMF에서는 그 동안 250개가 넘는 벽화를 제작하여 도시 내 공공미술의 발전에 기여해왔다. VMF에서는 이러한 벽화 축제를 통해 도시 공동체 안의 여러 사회 문화적 이슈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VMF가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개최해온 VMF 윈터아츠(VMF Winter Arts)는 밴쿠버의 주요 거리와 공간에 설치된 증강현실 예술작품을 통해 작가와 관람객이 상호작용하는 오픈 에어 갤러리이다. VMF 윈터아츠는 공공공간에서 관람객이 가상과 현실의 경계의 모호함을 경험하게 하는 예술과 기술의 융합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AR 작품은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무료 VMF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여 감상할 수 있으며 VMF 홈페이지에서 디지털 지도를 다운로드하여 설치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AR 작품은 AR 사이트 표지판에 있는 QR코드를 스캔하고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AR 필터를 활성화하여 감상하며 교감할 수 있다.
VMF 윈터아츠는 증강현실 기술이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같은 실내 전시공간을 넘어서 대형 건물이나 유명 거리 등 일상의 공간과 결합하는 트렌드를 보여준다. VMF는 예술의 힘을 활용하여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커뮤니티에 활력을 부여하며 이를 통해 도시 전반에 변화의 단초를 제공하겠다는 지향점을 명확하게 갖고 있다. 이러한 VMF의 지향점은 벽화라고 하는 전통적인 미술 양식을 통해 사회문화적 이슈를 드러내는 방식으로 시도되어왔는데, 여기에 증강현실이라고 하는 기술적 기반이 결합됨으로써 표현의 과감성이나 창의성이 더욱 배가될 수 있다. 아울러 관람객이 되는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이슈에 매몰되지 않고 하나의 놀이로써 접근함으로써 VMF에서 지향해온 가치를 거부감 없이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24].
3-6 베를린 패션위크(Berlin Fashion Week)의 ‘오그먼티드 베를린(Augmented Berlin) ’ (가상성 중간, 상호작용성 높음)
오그먼티드 베를린(Augmented Berlin)은 베를린 패션 위크(Berlin Fashion Week) 일환으로 진행된 증강현실(AR) 프로젝트로서 글로벌 패션 매거진 하이스노비티(Highsnobiety)가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이 전시의 관람객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활용하여 베를린 기반으로 활동하는 8명의 예술가들이 만든 디지털 작품을 공공장소 혹은 자신만의 공간에 배치하여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에 참여하는 관람객은 자신이 원하는 작가의 작품을 먼저 선택한 후 그 작품을 배치할 공간을 찾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공간을 탐색하고 작품의 크기, 위치, 보는 각도 등을 분석함으로써 나만의 작품과 전시공간을 만들게 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취향과 선호를 반영하여 자유롭게 선택한 공간에 작품을 배치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개인별로 특별한 작품과 전시를 만들어 경험하게 된다.
오그먼티드 베를린은 최근 확대되고 있는 증강현실 프로그램을 예술작품 전시에 적용한 사례로서, 특정한 오프라인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관람객이 자유롭게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기획을 맡은 하이스노비티는 작가에 대한 선별 작업에만 관여할 뿐 관람객이 작품을 어떤 공간에서 어떤 방식으로 배치하여 감상하는가에 대해서는 일정 관여하지 않는다. 이러한 증강현실 기반의 전시는 가상현실 기반의 전시와 달리 디지털 이미지로 만들어진 전시 작품이 오프라인의 현실과 결합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따라서 이를 통해 오프라인 공간이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며, 관람객을 이를 통해 같은 공간을 전혀 새로운 느낌으로 재해석하며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전시는 예술가나 큐레이터를 넘어서 관람객의 예술작품의 감상에 좀 더 주체적 역할을 하는 사례로 볼 수 있으며, 가상공간 전시에서 이 같은 관람객의 역할 확대는 점차 확산되는 추세이다 [25].
3-7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의 ‘모딜리아니 VR: 오커 아뜰리에(The Modigliani VR: The Ochre Atelier)’ (가상성 높음, 상호작용성 낮음)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미술관에서는 2017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20세기의 대표적 아티스트 모딜리아니의 회고전을 개최하였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주로 프랑스에서 활동한 모딜리아니는 특정한 사조에 얽매이지 않고 야수파, 입체파 등의 당대의 아티스트들과와 교류하였으며, 아프리카 미술과 세잔에게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였다. 이 특별전은 모딜리아니 생애 전반의 대표적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한 것 외에도, 모딜리아니가 삶을 마감하는 시기였던 1919년-1920년에 머물렀던 파리의 아뜰리에를 가상현실로 재현한 모딜리아니 VR: 오커 아뜰리에(The Modigliani VR: The Ochre Atelier) 프로젝트로 더욱 큰 이슈가 되었다. 모딜리아니의 아뜰리에를 가상현실로 재현하기 위해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아티스트, 디자이너, 개발자, 연구자, 미술관 관계자들이 협력하였다. 이들은 모딜리아니 관련 문헌과 작품에 대한 방대한 연구를 통해 모딜리아니의 작품을 물론 물감과 같은 각종 화구와 사물 등이 포함된 아뜰리에를 가상공간에 실제와 같이 구현하였다.
모딜리아니 VR: 오커 아뜰리에는 독립적으로 만들어진 전시는 아니었지만, 모딜리아니 작품의 본 전시 자체보다도 오히려 더 큰 화제를 만들어내면서 관람객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아울러 모딜리아니가 말년에 작업하던 공간을 고증을 거쳐 정교하게 재현해냄으로써 관객들이 모딜리아니가 남긴 작품만으로는 느끼기 힘들었던 작가의 내밀한 세계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처럼 가상현실을 활용하여 오프라인 공간에 일반 예술작품과 같이 배치된 가상 전시공간은 오프라인 전시를 대체하거나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예술가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관람객에게는 전시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거나 오프라인 전시에 대한 이해와 감상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술교육의 수단으로서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 [26].
3-8 버밍엄 박물관및미술관(BMAG; Birmingham Museum & Art Gallery) 의 ‘흰벽을 점령하라(OWW; Occupy White Walls)’ (가상성 높음, 상호작용성 중간)
버밍엄 박물관및미술관(BMAG; Birmingham Museum & Art Gallery: )은 온라인 게임 ‘흰벽을 점령하라(OWW; Occupy White Walls)와의 협업을 통해 가상공간에 구현된 BMAG에서 관람객이 자신만의 전시회를 큐레이팅 할 수 있도록 하였다. BMAG의 관람객은 동시에 전시품의 감상자인 동시에 게임의 플레이어로서 자신만의 전시회를 큐레이팅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큐레이팅 지침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전시를 기획할 수 있으며, 가상공간의 특성을 활용하여 내부의 벽이나 공간 등 물리적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전시를 위해 BMAG에서는 르네상스와 17~18세 시기의 걸작을 비롯하여 현대미술 작품이나 보석, 공예품 등 16,0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였다. 이에 따라 관람객별로 다양하고 획기적인 전시를 시도함으로써 BMAG의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공간이 만들어졌다.
데이지(DAYSY)라고 하는 AI에 의해 구동되는 OWW는 고유의 예술 발견을 위한 장치를 갖추고 있는데, 플레이어의 여러 작품을 감상하면서 공감하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신만의 취향을 학습하고 발전시켜나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OWW의 플레이어는 평균적으로 800여 개의 예술 작품으로 구성된 가상 예술 컬렉션을 가상공간에서 소유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AI는 플레이어이자 관람객에게 새로운 아티스트를 홍보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BMAG의 상주 아티스트임 로사 프란체스카(Rosa Francesca)는 1,600 개 이상의 플레이어 갤러리에 4,500개 회 이상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아티스트는 자신의 작품을 직접 가상의 플랫폼에 업로드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가상 전시공간 프로젝트를 통해 BMAG는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극적 이해와 창의적 활용을 시도하였고, 그 결과 관람객들이 박물관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관습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전시의 세계를 열어갈 수 있도록 하였다 [27].
3-9 가상공간 디센트럴랜드의 쾨닉 갤러리(Konig Galerie Decentraland) (가상성 높음, 상호작용성 높음)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통하는 베를린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갤러리 중 하나로 꼽히는 쾨닉 갤러리(König Galerie)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일종인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에 갤러리를 오픈하고 22명의 아티스트들이 만든 29개의 작품을 선보였다. 쾨닉 갤러리는 이 가상공간에 전시한 디지털 회화와 조작 작품을 NFT 거래소인 오픈시(Open Sea)를 통해 경매로 판매하였다. 이 과정에서 경매와 더불어 클럽하우스를 통한 아티스트 및 전문가 대담, 인스타그램 라이브 스트림 등 다양한 이벤트를 함께 진행하였다. 쾨닉 갤러리가 활용한 디센트럴랜드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자산 마나(Mana)를 사용하여 분권화된 가상공간에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하거나 블록체인과 NFT에 의해 확보된 소유권을 구매할 수 있는 가상공간 토지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아바타를 설정하여 가상공간에서 활동하며 VR 기반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공간을 탐색할 수 있다. 쾨닉 갤러리는 NFT의 등장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거래 방식을 미술 시장 확장의 새로운 기회로 파악하여 가상공간에 만들어진 이 새로운 환경을 통해 가격과 소유의 투명성을 중요시하는 NFT 예술작품 수집가들에게 접근한 것이었다.
이러한 쾨닉 갤러리의 시도는 단순히 가상 전시공간을 활용하여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을 넘어서서 암호자산 기반의 새로운 거래방식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NFT 기술을 활용하여 유일성을 확보한 작품을 가상공간 안에서 구매하여 소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기존의 예술작품 생산과 유통 및 소비 방식을 전면적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러한 시도는 아직은 기술적인 면에서 기존의 예술작품 소유나 감상 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새로운 가상공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28].
Ⅳ. 가상 전시공간의 예술적 시사점과 전망
4-1 가상 전시공간의 예술적 시사점
이상에서 가상 전시공간과 관련한 여러 사례에 대해 가상성과 상호작용성을 기준으로 구분해보았다. 여기서 유의할 것은 가성성이나 상호작용성의 정도가 반드시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모딜리아니 VR 아뜰리에’, ‘흰벽을 점령하라’, ‘쾨닉 갤러리 디센트럴랜드’ 등의 사례와 같이 가상성이 높다는 것은 단지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하여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통적으로 감상해온 예술작품을 넘어서 가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정도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상성의 정도가 예술작품 자체에 대한 질적 척도가 될 수는 없다. 다만 고려할 것은 가상성의 정도가 높아질수록 예술가의 역할 외에 큐레이터 혹은 디지털 테크니션 등 예술작품의 창작자와 관람객을 매개하는 역할의 비중이 더 커진다는 점이다. 예술가가 만들어내는 것은 하나의 작품이지만 이를 큐레이터나 디지털 테크니션이 어떻게 활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디지털 환경에 배치하며, 디지털 환경 속에서 관람객과 어떻게 관계를 맺도록 하는가에 따라 그 작품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호작용성의 측면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상호작용성 역시 가상성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발전이나 질적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팀랩월드’, ‘오그먼티드 베를린’, ‘쾨닉 갤러리 디센트럴랜드’ 등과 같이 상호작용성이 높은 경우 예술가의 역할 외에 관람객의 역할이 확대된다. 따라서 상호작용성이 높아질수록 최종적으로 나타나는 예술작품과 그에 대한 관람행위는 당초에 예술가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물론 예술가가 예술작품과 관람객 간의 상호작용 자체를 전제로 작품을 창작하기는 하지만 개별 관람객의 상호작용 방향이나 내용까지 규정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람객별로 각기 다른 예술작품을 다른 방식으로 관람하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처럼 가상 전시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시가 갖고 있는 가상성과 상호작용성이라는 두 가지 특성은 각각 큐레이터와 디지털 테크니션 또는 관람객의 역할을 확대함으로써 각기 다른 측면에서 예술가와 다른 주체 간의 협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예술가의 역할 변화는 과거 인상파 초기에 튜브형 물감이 개발되어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자연공간으로 나가 작업을 하게 된 점이나 20세기 중반 이후 영상 미디어의 발전에 따라 종래의 캔버스와 물감 외에 영상 미디어를 주요한 표현수단의 하나로 활용하게 된 점과 비견할 수 있다.
즉, 가상 전시공간에서 디지털 기반의 작품 전시가 확대됨에 따라 가성성과 상호작용성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예술가와 큐레이터, 디지털 테크니션, 관람객 등 다른 주체들 간의 협업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예술사의 패러다임 변화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가상 전시공간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가의 역할을 과거의 오프라인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의 역할과 비교해 본다면, 이제는 다른 주체와의 협업을 통해 최종적인 예술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새로운 창작방식이 도입되거나 창작방식 자체의 범주가 확장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4-2 가상 전시공간의 전망
가상 전시공간이 갖고 있는 이러한 예술적 시사점을 바탕으로 향후 가상 전시공간의 전망에 대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새로운 기술발전을 성과를 바탕으로 가상 전시공간이 갖고 있는 가상성의 수준의 정교화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성의 정교화를 이끄는 기술발전의 핵심은 가상현실(VR)이다. 가상현실은 일상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투박한 헤드셋과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조악한 화면으로 대변되던 과거와 달리 상당한 기술적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이 간편해진 헤드셋이 출시되고 있으며 나아가 안경 형태의 혁신적인 기기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디스플레이 기기의 발전과 더불어 좀 더 현실에 근접한 정교한 3차원 영상의 재현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혼성된 다양한 가상 전시공간이 확대될 것이다. 가상 전시공간이라고 하여 반드시 온라인에서만 존재할 필요는 없다. 앞서의 사례들에서 소개했던 것처럼 가상 전시공간은 현실의 오프라인 전시공간 안으로 들어와 다양한 현실 오브제와 결합함으로써 전시공간 관람객의 경험을 한층 심화시키기거나 확대하고 있다. 이는 가상 전시공간이 오프라인 전시공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오히려 오프라인 전시공간의 전시 내용을 보강하거나 그 관람을 심화시키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가상 전시공간에 대한 관람객의 주체적 참여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현실 전시공간에서 이루어진 전통적인 전시는 큐레이터에 의해 일정한 주제와 스토리를 보여주는 연속된 오브제의 나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 전시공간에서는 관람객이 주체적으로 전시된 오브제에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미약하다. 더욱이 전시된 오브제가 유일성을 갖고 있는 가치있는 소장품에 해당하는 경우 개별 관람객이 자유롭게 이에 접촉하거나 전시된 상태에 변형을 가하는 것은 거의 허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상 전시공간은 이러한 제한으로부터 자유롭다. 따라서 관람객이 좀 더 주체적인 입장에서 전시 오브제에 접근할 수 있으며 심지어 전시 맥락마저도 스스로의 취향이나 감상 역량에 맞춰 변형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람객의 주체적 참여는 가상 전시공간이 발전함에 따라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러한 관람객의 참여는 비단 전시에서만이 아니라 좀 더 근본적으로 예술가의 창작 과정 그 자체를 함께 공유하는 방식으로 계속 확대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Ⅴ. 결 론
가상 전시공간의 기반이 되는 가상성은 현실성으로부터 유리되거나 현실을 대체하는 가상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현실과 중첩되거나 혼합되거나 현실에 덧씌워짐으로써 이전과 다르게 표현되거나 감상되는 방식이 점점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가상 전시공간을 현실 전시공간과 대립된 형태로 파악하는 것은 가상 전시공간을 지나치게 협소하거나 왜곡된 형태로 바라보게 만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가상 전시공간을 현실 전시공간의 대체재로 파악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현실 전시공간의 가치와 의미에 무게를 두는 사람들에게 비판의 빌미만을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가상 전시공간은 선형적 발전단계에서 현실 전시공간의 다음 단계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며, 상호 의존적 환경에서 서로 영향을 주면서 때로는 함께 때로는 독자적인 발전을 해가는 것이다. 즉 가상 전시공간은 현실 전시공간의 대체재가 아니라 현실 전시공간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중첩되면서 현실 전시공간에 대한 경험을 강화하거나 확장하는 새로운 도구로서의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가상 전시공간의 이러한 본질적 속성에 주목하여 가상공간에 관한 기존의 이론들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상 전시공간의 새로운 개념 규정을 시도하였다. 그리고 가상 전시공간이 전개되는 다양한 모습들을 몇 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는 게임을 기반으로 형성된 메타버스 서비스 영역이 지속적으로 그 영역을 확장시켜가고 있다. 메타버스의 경우 이전의 가상공간과 달리 실재하는 오프라인 공간과의 혼성을 가장 기본적인 속성으로 한다. 앞서 유형 부분에서 살펴본 쾨닉 갤러리의 사례처럼 이미 메타버스 안으로 들어간, 혹은 그와 유사한 나름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가상 전시공간의 사례는 이미 존재한다. 다만 가상 전시공간에서는 이미 가상성에 익숙한 게임 분야와는 달리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음을 경험하는 사회적 실재감을 느끼는 수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전시 분야와 마찬가지로 공연 분야에서도 가상 공연공간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 앞서 논의한 가상 전시공간의 현존감에 대한 여러 논의는 가상 공연장에 대해서도 적용하여 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 현실과 유리되지 않은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음악, 연극, 무용 등 다양한 형태의 공연의 경우 가상 전시공간과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현실 공간을 확장하거나 발전적으로 경험하게 만드는 매개가 될 수 있다. 공연이 이루어지는 이러한 가상공간에 대하여는 추후 좀 더 심층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2021년 4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현존 작가 중 최고 수준에 근접한 낙찰로 큰 주목을 받았던 NFT 기반의 창작과 유통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29]. NFT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자산 중에서도 확장성이 높은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다양한 응용 서비스와의 접목 가능성으로 인해 생태계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었다[30]. 이러한 NFT 기반의 서비스는 가상 전시공간에 대한 논의에서도 주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다룰 필요가 있다. 비단 디지털 자산의 획득과 보존의 측면만이 아니라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수를 지급하는 기본적인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가상 전시공간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생태계가 지속될 수 있는 나름대로의 규칙과 질서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디지털 자산이 그 동안 보여 온 비윤리적 측면, 즉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못하는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로써 새로운 가상과 실재의 세계가 혼성적으로 결합하여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NFT의 확장성은 가상 전시공간에 대한 논의와 관련하여서도 소홀히 다루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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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06년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정책학석사)
2018년 : 이화여재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소비자학)
2004년~2015년: (재)서울문화재단
2016년~2017년: 영국 SOAS, University of London Visiting Scholar
2019년~현 재: 세종대학교 문화산업경영 연계융합전공 초빙교수
※관심분야:문화산업(Cutural Industry), 문화소비(Cultural Consumption), 문화공간(Creative Space) 등
1998년 : American University (예술경영학석사)
2007년 : 경희대학교 대학원 (예술경영학박사)
2016년~2018년: 주영한국문화원장
2019년~2020년: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자료운영부장
2014년~현 재: 문화체육관광부 고위공무원
2019년~현 재: 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관심분야:예술경영(Arts Management), 문화정책(Cultural Policy),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