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EA2019의 디지털 미디어 전시기획과 인공지능, 데이터 작품 사례 분석
Copyright ⓒ 2021 The Digital Contents Society
This is an Open Access article distributed under the terms of the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Non-CommercialLicense(http://creativecommons.org/licenses/by-nc/3.0/) which permits unrestricted non-commercial use, distribution, and reproduction in any medium, provided the original work is properly cited.
초록
본 연구는 작품분석논문이자 ISEA(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를 준비하는 과정을 기술한 전시과정기술논문이다. 본문에서는 ISEA의 역할과 CFP(Call for proposal)의 중요성, 전시 경향분석으로 두가지 내용을 다뤘다. 첫 번째로 ISEA의 역할과 CFP의 중요성을 확인하고 2019 ISEA 심포지엄을 전체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주제를 작성했다. 두 번째로 현대의 예술가들이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해석하는 경향을 살펴보고, 작품에서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관찰했다. ISEA 2019에서는 작가들이 정의하는 인공지능에 관한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었다. 이를 통해 작품 경향에서는 데이터를 바라보는 작가의 해석 범위가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본 논문을 통해 향후에 데이터 기반 예술의 전시 기획 때 범용적인 방법론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Abstract
This research is an artwork analysis paper and an exhibition process explanation paper that describes the process of preparing ISEA(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 This paper suggests two main topics: the role of ISEA and the importance of CFP(Call for proposal), and the analysis of exhibition trends. First, this study finds out the role of ISEA and the importance of CFP and deals with a topic that could encompass overall 2019 ISEA Symposium. Secondly, this study researches the tendency of modern artists interpreting the data and artificial intelligence and observes how they express them in their works. In ISEA 2019, various perspectives on artificial intelligence, that are defined by artists, were presented. Through that, it was confirmed that the scope of interpretation of the artist looking at the data are expanded in the tendency of the work. Moreover, this paper contributes to the universal methodology of planning future exhibitions of data-based art.
Keywords:
A.I., Exhibition, Digital Media, Data, Art키워드:
인공지능, 전시, 디지털 미디어, 데이터, 예술Ⅰ. 서 론
본 연구자는 2019년 디지털 미디어 아트의 가장 큰 컨퍼런스인 ISEA 2019 (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에서 총괄 공동 디렉터 역을 수행했다.[1] 주 역할은 공동 학술 대표였으며, 전시 부분에도 관여해 아트센터 나비의 작품 선정 및 전시 큐레이션의 일부 역할도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본 연구자는 미디어 작가들의 최근작을 접할 수 있었다. 참여 작가들 중 가장 인상적 이였던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의 ‘가치의 가치’(value of value)는 데이터에 기반한 예술작품으로 데이터에 의해 가치가 부여되는 인간의 미래를 예측한 작품 이였다. 이 작품은 ISEA 2019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었다는 것에서도 의미가 남달랐던 작품이다. 본 연구자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데이터를 바라보는 작가의 해석 범위가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이 생산한 데이터는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패턴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의 데이터는 매 순간 상상을 초월한 양으로 생산되며 이는 계속해서 축적되고 있다. 포브스에 의하면 지난 2년간 생산된 데이터의 양은 전체 인류가 생산한 데이터의 9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는 데이터의 생산 속도도 점차 가속화되고 있음을 뜻한다[2]. 데이터는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소,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능한 네트워크에 분산되어 있다. 우리는 데이터가 증가함에 따라 과거 몇 년간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기술적 키워드를 자주 언급해 왔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이 키워드는 자주 언급되지 않는다. 이는 과거에 목표했던 그 상상 속의 환경이 실현되어 우리의 일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이 구현된 환경에서 발전될 미래 키워드를 예측한다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은 단연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은 오랫동안 다양한 방법론으로 연구되었으나 최근에 이르러서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다량의 데이터를 기계 학습하는 인공지능의 연구를 뒷받침할 기술이 발전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기술의 발전으로 최적의 환경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인공지능 연구의 호황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변화를 적극적으로 작품의 재료로 받아들이고, 신기술이 야기할 사회의 변화를 민감하게 예측하여 작품의 메시지로 설정하곤 한다. 그로 인해 ISEA는 다양한 시점으로 시대의 변화를 바라보는 경향이 드러나게 된다. 실제로 우리가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들은 로우 데이터(raw data)로 보았을 때 인간이 인지하기 어려운 계층구조, 네트워크 구조로 되어 있거나, 구조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듯 보인다. 이러한 복잡한 데이터를 쉽게 이해하기 위해 학자들은 다양한 수단을 강구해 왔다. 예를 들면 데이터 시각화는 상황에 따라 매우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시지각 프로세스는 특정 조건에서만 효율적이며 시각화가 차원을 분해할 수 있는 간략한 구조의 데이터는 극소수이다. 결국, 데이터의 숨겨진 패턴의 분석과 판단은 인간의 인지 능력을 넘어서는 작업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간이 더는 스스로가 생산한 데이터를 이해할 수 없다는 절망을 주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복잡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에게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과 동시에 기계가 인간을 분석할 수 있는 우월한 존재가 된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본 연구는 ISEA를 준비하는 과정을 기술한 논문으로 현대 예술가들의 자유로운 작품을 끌어내기 위한 전시구조를 위해 시도를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본 논문을 통해 향후에 데이터 기반 예술의 전시 기획 때 범용적인 방법론으로 도움이 되길 희망하는 마음으로 논문을 작성하고자 한다.
Ⅱ. 본 론
2-1 ISEA의 역할과 CFP (Call For Proposal)
ISEA는 전 세계의 예술과 기술에 관한 가장 저명한 국제적인 행사 중 하나로, 전자 예술, 상호작용, 디지털 미디어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창조적 생산물의 학문적, 예술적, 과학적인 영역을 종합하여 전시한다. ISEA는 1988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에서 시작된 심포지엄이다. 전자예술에 적극적이고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위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첫 심포지엄의 개최되었다. 이 후 1990년에 네덜란드에서 국제 협회로 설립되었고, 세계 각국의 개인과 단체의 작품과 논문을 모집하였다. 이 때의 심포지엄은 2년마다 열리는 행사이자 연례 행사였다. 2009년부터는 매년 개최되는 것으로 변경되었으며 매년 다른 장소에서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심포지엄에 대한 컨텐츠의 품질을 조직하고 보증하는 ISEA 국제 재단 이사회에서 관리하며 학술대회, 전시회, 공연, 워크숍 등을 포함하고 있다. ISEA에서 세계 각국의 개인과 단체는 매년 한 자리에 모여 새로운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을 공유하고 체험한다. 다양한 유형의 기술과 시각예술, 공연예술 등 모든 융합형 전시를 포함한다.
지난 10여년간 ISEA는 예술과 기술을 통합하는 주제로 CFP(Call For Proposal)를 선정해왔다. CFP는 전시 기획으로 심포지엄의 전체 컨셉을 주도하며 예술가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역할을 한다. CFP는 심포지엄에 지원하는 참가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이는 상당수의 참가자가 CFT를 살펴본 후에 기존의 작품이나 논문을 출품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CFP가 발표된 후에 지원을 하기 위한 논문과 작품의 제작에 시간이 부족한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주제는 각 분야의 전문가, 공학자, 예술가 모두가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설정해야 한다. 특히, 전시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작품은 CFP의 많은 영향을 받게 된다. 예술가는 생산자로서 작품의 제작의도를 가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은 전시를 할 수 있는 주제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전시를 구성하는 또 다른 요소인 관람객은 전시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전시장을 방문한다. 이를 충족시켜주는 것 또한 CFP의 역할이다. 또한 전시에서 CFP는 하나의 주제를 기반으로 작품과 관람객이라는 양자를 이어주는 접점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자는 작가가 지닌 최초의 제작의도를 고려해야 하며 동시에 관람객의 특성과 니즈를 파악하여 CFP를 결정해야한다. 만약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전시는 극히 무료하거나 특성이 없어지게 되어 결국 관람객의 관심을 끌 수 없게 된다.
ISEA는 후원을 받아 기획되어 열리는 특성상 기존 미술관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부분과는 차별점이 있다. 그러나 올해의 실적이 내년의 전시 구성 및 예산 편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존 미술관과 동일하게 관람객 참여율은 민감한 부분이다. 이 결과에 따라 다음 해 전시 참여율과 전시 규모가 변경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CFP는 현재와 미래의 기술, 트랜드를 담아내야 하며 대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로 선정해야 한다.
2-2 주제 CFP 설정
컨퍼런스의 기획과 작품 공모시에 자주 일어나는 실수는 전체적인 전시를 디렉터가 정한 특정 컨셉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컨퍼런스 전시 디렉터의 역할은 모든 작가가 작품을 제출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움을 주며 본인의 작품이 이 전시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도록 설득하는 것이다. 즉 컨퍼런스 전시 디렉터는 보다 많은 작가의 작품 제출을 유도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모집된 풍부한 작품들을 관통하는 담론의 경향을 파악해야 한다. 분석된 경향은 현재 미디어 아티스트 집단이 무의식적으로 웅변하는 시대정신의 화두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주제로 드러나야 한다. 이를 위해 컨퍼런스 전시 디렉터는 주제를 제시하는 것에 한계를 두지 않아야 하며 작가의 자의적 판단이 장려되는 상황을 설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유연한 접근은 통상적인 전시 기획에 어울리지 않는 방향이지만,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국제전의 기획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디렉터의 역할은 작가의 조력자이며 경향 분석가이자 홍보주체이다. 디렉터는 스스로의 작품의 일환으로 전시회를 이끌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본 연구자는 ISEA 2019의 세부 CFP를 작성하였다.
ISEA의 대주제는 빛을 해석하는 다양한 관점으로 설정되었으며 총 네 가지 세부 영역으로 분류하여 작가가 스스로 작품과 논문에 대해 유연한 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키워드들을 다양하게 제시하였고 이에 대한 해석 역시 작가의 의견에 따르도록 하였다. 이러한 기획을 통해 총 186편의 논문과 793점의 작품이 지원되었다. 최종적으로 논문 105편과 작품 77점이 선정되었으며 특별전에는 아트센터 나비에서 초청한 큐레이션 작품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과정으로 ISEA 2019는 단 하나의 전시 컨셉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시대의 다양한 이슈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
개최 도시 광주(光州)의 풀이말로 빛 고을에서 영감을 얻은 주제이다. 문화와 과학, 역사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결합된 복합적인 주제들을 포괄한다. 빛은 종교에서 신성과 불멸 (Aeternum – 소주제 Eternity of mortal), 과학은 입자와 파장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Symphonia - 소주제, Harmony of Noise). 또한 인문학은 이성적 계몽으로 사용되며 (Illumination - 소주제 Enlightenment of A.I & A.E), 그 존재에 의해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그림자 (Umbra)와 경계 (Penumbra)의 원인이기도 하다 (Penumbra - 소주제, 자유주제). 빛은 하나의 존재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범용성을 도출한 가장 특수한 사례이다. 이러한 특성은 그동안 ISEA가 추구한 예술적 영감을 중심으로 인간의 감성과 기술을 바탕으로 절차적 논리의 결합을 자유롭게 제시하는 배경을 제공하였다.
이 주제는 인간의 영원성에 다양한 관점의 참여를 유도한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지만 인간이 남긴 업적은 시간을 초월하여 인격을 부여 받을 때도 있다. 반면 과학적 연구는 실험을 통한 증명을 전재로 하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실천하며 시간의 초월을 스스로 부정한다.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육체적으로 영원한 삶을 누릴지 아니면 자신의 흔적에 영원한 인격을 부여할 것인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올수 있다[3]. 영원성 혹은 필명성이라는 주제로 종교적, 예술적, 과학적, 인문적 영감을 받은 자유로운 작품과 연구를 모집하였다.
소리와 빛 모두 파장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연관된 주제를 살펴보자면 공학적으로는 시그널 프로세싱(Signal Processing)과 연계된 연구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된 최근 연구에서는 기계가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본질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이 주제에서는 과학적 연구에 국한되지 않고 관점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 본질에 대한 해석이 있다는 전제를 기반으로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파이돈(Phaidon)에서 심미아스(Simmias)는 거문고가 부서져도 남아 있는 화음(attunement)과 같은 정제되지 않은 신호의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이다. 빛과 소리는 서로 다른 파장에 영감을 얻은 작품 혹은 노이즈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추출한 데이터 분석 및 데이터 시각화. 이외에도 조화에 관해 넓은 연구 주제를 도출했다[4].
18세기 유럽에서는 인간의 지성 또는 이성의 힘으로 문화와 문명을 진보 시키려는 사상인 계몽운동(The enlightenment)이 널리 일어났었다. 무지한 인습을 타파하고 객관적인 관찰을 통해 보편적 진리를 발견하여 전파하자는 의미는 가까운 미래에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는 여전히 해석하지 못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는 인간을 닮은 존재인 인공지능에게 넘기는 것일 뿐이다. 인공 지능을 통해 구현될 수 없다고 믿는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은 과연 미래에도 그럴까? 만약 인공 감성 (A.E: Artificial Emotion)이 구현되어 인간과 인공지능의 구별이 어려워진다면 인간을 규정하는 본질은 무엇일까? 현대 사회에는 인간과 인공지능에 관한 다양한 질문이 존재한다. 이 주제에서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연구와 작품을 모집한다[5].
빛이 존재하면 그림자가 존재한다. 또한 그 중간의 영역 역시 존재한다.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은 반영(半影, penumbra)의 특성에서 시작된 이 주제에서는 자유로운 작품과 연구를 발표한다.
Ⅲ. ISEA 2019 광주 전시 현장
3-1 특별기획전
특별 기획전은 국립 아시아 문화 전당 문화창조원 복합 5관에서 총 17개의 작품으로 진행되었다. 대표적으로 사랑, 권력과 같이 보이지 않는 가치의 형태를 형상화하고 이를 서로 교환함으로서 가치의 ‘가치’를 생각하는 인터랙티브 작품과 알고리즘을 통해 인공지능이 상상하는 인간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전시되었다[4].
3-2 공모전시
공모전시는 앞서 제시한 CFP를 기반으로 출품된 작품을 엄선했다. 전시는 복합전시관 2,3관 및 극장에서 진행되었고 총 48개의 전시, 12개 콘서트와 퍼포먼스, 11개의 스크리닝(Screening)으로 총 71개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설치 및 미디어 작품으로 복합전시 2관이 가득 채워졌다.
3-3 퍼포먼스, 콘서트, 스크리닝
퍼포먼스와 스크리닝은 각 콘서트장, 복합전시 3관, 광주 아시아 문화원의 외벽 미디어 파사드에서 진행되었다. 해당 행사들은 미리 계획되어진 일정에 따라 진행되었고 시간표에 맞춰 관객이 참여하는 형식이었다. ISEA와 같이 국제적인 심포지엄인 아르스 일레트로니카(Ars Electronica)와 시그래프(SIGGRAPH)등의 아트갤러리에서는 퍼포먼스와 콘서트 같은 행사가 몇시간 간격으로 진행되고 반복된다. 그러나 이번 ISEA 2019 에서는 다량의 출품작과 전시 작품 수로 반복되는 행사는 거의 없었다. 이러한 특수성으로 매 콘서트와 퍼포먼스는 참여 가능 인원을 초과하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Ⅳ. ISEA2019에서 나타난 데이터, 인공지능 작품 사례
4-1 전시의 경향 분석
ISEA는 디지털 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 있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학술대회이며 동시에 전시회이다. 유사한 행사로 비교되는 아르스 일레트로니카와 시그래프와 차이점이 있다면, ISEA에서는 미디어 아티스트의 실험적이고 학술적인 시도를 기록으로 남겨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다. 매년 기록되는 ISEA 컨퍼런스 문서들은 그 당시의 사회에서 미디어 아트가 생각하는 가장 예민한 이슈의 단서를 준다. 비록 예술가들이 바라보는 사회에 대한 분석과 표현은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고 일반화 할 수 도 없는 개인적인 느낌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 하나의 작가가 아닌 전체 전시에 흐르는 공통의 이야기가 있다면, 이는 우연이 아닐 것이다. 본 연구자가 학술 디렉터의 역할을 맡은 2019년도의 ISEA에서도 이런 경향이 발견되었다.
과거에 각광받았던 빅데이터와 크라우드 컴퓨팅 기술이 이미 어느정도 구축된 현대 사회에서는 자연스럽게 인공지능에 대한 담론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ISEA 2019에서는 작가들이 정의하는 인공지능에 관한 다양한 관점이 제시되었다. 이 담론들은 인공지능에 의해 우리의 삶이 규정될 것이라는 ‘인간을 규정하는 데이터’, 인공지능을 구성하는 세포단위의 데이터에 감정이입을 하는 ‘데이터라는 비생명체의 의인화’, 그리고 의인화 단계를 넘어 인공지능이 인간화 된 이후 인간과 소통하기 위한 의식인 ‘인공지능이 규정하는 인간’이라는 세 관점으로 해석된다. 본 논문에서는 전시에서 발견된 공통된 주제인 데이터, 인공지능에 연관된 대표적인 작품들을 앞서 본 연구자가 분류한 담론에 따라 분석한다. 또한 각각의 작품이 추구하는 의미를 살펴봄으로써 현대인이 예측하는 유토피아적,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4-2 인간을 규정하는 데이터
‘가치의 가치’ (Value of Values)는 2019년 ISEA를 통해 첫 선을 보인 모리스 베나윤(Maurice Benayoun), 니콜라스 멘도자 (Nicolás Mendoza), 토비아스 클라인 (Tobias Klein) 의 작품이다. 이 작품을 구성하는 기술 요소는 EEG (electroencephalogram) 를 통한 데이터 입력, 블록체인을 사용한 데이터 변환과 소통을 위한 시각화로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품은 관객의 개인 데이터를 정량적 결과물로 치환한다. 또한 데이터 시각화 기술은 작품의 실체를 관람객과 소통하기 위한 창구로 사용된다. 개인의 EGG는 큰 의미가 없는 재화처럼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대중들의 소비라는 관점에서 살펴본다면 숨겨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대중들의 소비는 필요에 의해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의 뇌파데이터를 복제 불가능한 블록체인을 통해 생성 및 거래에 관한 전 과정을 보증한다면 아무리 의미 없는 데이터라도 그 소유주의 가치가 반영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모리스 베나윤은 기존 작품인 <브레인 팩토리(Brain Factory)> 에서 이미 ‘생각’이라는 비물질의시각화를 진행한 바 있다. 그는 새 작품에서 생각이라는 추상적인 대상을 명명하기 쉽도록 우리에게 익숙한 감정의 개념으로 치환하여 표현하고 있다. 평화, 사랑, 힘, 돈, 자유 등 익숙한 대상으로 치환된 EGG시각화는 고유의 아이디를 부여 받게 된다. 이는 EGG의 주인을 지칭하는 정체성으로 해석하게 만든다. 이는 마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일반 변수(normal variable: 직접 값을 보유)와 대비되는 포인터(pointer) 변수와 유사한 방식의 구현이다. 실제 ‘나’라는 데이터가 저장되지는 않지만 ‘나’를 지칭하는 가상의 주소가 저장되는 것이다. 그 값(value)을 직접 저장하는 변수는 내용이 바뀔 때마다 변수에 접근하여 수정을 해 주어야 하지만 포인터 형의 변수는 나의 변화와 관계 없이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전시에 참여하게 된 관람객들은 의도와 관계없이 자신을 평가하는 가치판단의 시장에 노출되게 된다. 물론 자신의 데이터에 대해 생성된 VoV데이터의 소유권은 관람객 자신이므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블록체인의 특성상 외부 암호화폐와의 변환이 가능하며 소유자는 자신의 VoV데이터를 이더리움을 통해 물물교환 할 수 있는 가치를 부여 받게 된다. 결국, 자신의 가치 자체가 화폐로 변환되는 것이다. 만일 이 작품의 데이터가 컴퓨터에만 보관되거나 무한한 복제가 된다면 거래라는 것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복제 불가능한 블록체인 거래를 유도하는 본 작품에서는 자신이 생성한 데이터, 혹은 확대하자면 자신의 객관적 가치를 평가할 단위 기준이 설립되는 것이다. 이러한 전반적인 과정은 오히려 관객을 일반 예술품 시장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수집가 혹은 딜러로 활동하게 만든다. 이는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고 홍보, 배치, 유통하는 큐레이터, 작품을 소유하여 미래의 가치를 기대하는 수집가, 다른 가치의 수집품과 교환하여 이익을 노리는 딜러의 역할이다.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인간의 행동양식에 대한 흔적을 남긴다. 이 작품의 놀라운 특성은 관객이 남긴 거래의 데이터에 의해서 새로운 작품이 창조된다는 점이다. 특히 거래는 화폐의 특성을 가진 가상의 존재이므로 1대 1의 교환이 아닌 쪼개진 단위, 즉 나의 0.5와 다른 사람의 1과 같은 비등 단위의 교환이 이루어진다. 수 많은 거래가 지속될수록 인간 가치에 대한 통계가 생성되고 이는 인간 가치의 상대적 보편 정보로 이어지게 된다. 예를 들자면 대륙, 인종간의 인간 가치에 대한 평균이 도출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에 속한 집단이 인간 사이에서 어떠한 지위를 얻고 있는지를 반영하게 된다. 인간이 만든 데이터에 의해 정의되는 인간의 가치는 마치 우리가 데이터를 생산하는 주체 라기 보다는 인간이 데이터에 종속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데이터가 인간을 규정하는 사회에 대한 불안감을 보다 직설적으로 나타낸 작품으로는 Timo Toots의 <Memopol-3>가 있다. 이 작품은 관람객의 스마트폰에 대한 데이터를 추출한다.
이 데이터는 개인적인 것이므로 다른 사람에게 공개하기 꺼려지는 정보 이지만 최대한 추상화하여 시각화 할 경우 직관적이지 않은 이미지와 사운드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추상적인 표현으로 데이터 제공자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않다. 추상적인 표현 역시 데이터이며 생성 방법의 설계에 따라 원래의 데이터를 역추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소 정보 유출에 대해 불안해하는 디지털 데이터의 저장 방식은 인간이 지각할 수 없는 이진수의 연속이다. 이것은 알고리즘에 의해 압축된 상태이며 암호화가 적용되어 변환된 상태로 저장된다. 이러한 데이터에도 우리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에서 본다면 추상적으로만 변경된 이 작품에서의 데이터는 보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작가가 의도 하는 것 역시 익명성의 보장이 아닌 우리의 데이터가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다. 우리의 생활 습관, 동선, 기호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고 있는 다량의 데이터를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나’라는 존재를 새롭게 규정하려 한다. 이미 아마존, 유투브, 페이스북 등과 같은 기업은 개인 데이터를 통한 콘텐츠와 상품 추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우리가 좋아할 만한 대상의 추천이라는 본래의 목적이 변질되어 데이터 기관이 정해준 감정을 선별 된 정보로 강요당하기도 한다.
반면 앞서 언급한 작품들과 유사하지만 데이터 보다는 데이터의 이동을 더 중요하게 보는 관점 역시 존재한다. <공유된 감각>은 ISEA 전시에서도 관객 참여가 활발했던 전시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참여 관객 두 사람이 서로에게 포옹이나 키스를 할 때의 감정을 측정하고 이 데이터를 시각화 한다. 뇌파 측정은 전반적으로 노이즈가 많고 판독이 어려운 정보이다. 따라서 기존의 뇌파 관련 설치작품들은 집중하고 있는 상태와 아닌 경우를 판단하여 작품을 생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권유하는 경험은 강력한 인간 상호작용에 관한 뇌파 데이터에 관한 것이다. 참여자는 실제 키스를 진행하는 키서와 관찰자인 두 그룹으로 나뉜다. 이 두 그룹은 실제 키스를 진행하는 사람들의 뇌파측정과 더불어 이를 관찰하는 사람의 뇌파도 측정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 감정의 공명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파악하고 이를 시각화한다. 마지막으로 시각적 감각기관에 의해 생성된 뇌파의 데이터를 다시 시각화할 뿐만 아니라 소리로 재창조하는 소니피케이션이 행해진다. 작가는 이를 사운드스케이프라 명하여 작품의 일부로 구현하였다. 감각기관의 이동이 일어나도록 한 것은 데이터 시각화 보다는 데이터 지각화를 추구한 결과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 보여지는 데이터에 관한 작가의 태도는 명확하다. 작가는 데이터를 생성하는 기관으로의 인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러한 시각으로 인간이 이해되고 있는 현실에서 인간 본연의 감정마저 데이터화 된다고 가정할 때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의미는 무엇인지를 질문한다. 감정이라는 데이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인간이라는 개체 노드를 연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판단된다.
4-3 데이터의 의인화
데이터라는 비생물체가 어떻게 생명적인 활동을 하게 되는가?
과거 데이터를 바라보는 태도는 개인정보의 유출과 권력기관의 정신적 장악 등 디스토피아적 예측이 다수 존재하였다. 하지만 데이터의 수집은 이미 현실이 되었고 권력 기관 보다는 상업 기관의 활동으로 초점이 바뀌어져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따라 과거의 데이터를 바라보는 태도는 다른 관점이 생겨나며 다양해 졌다.
이러한 관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번째는 인간 정보의 집합이 가지고 있는 인간 본질에 관한 질문이며 두번째는 비인간적인 사물을 대상으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물적인 움직임에 관한 관찰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을 바라보는 태도와도 연계된다. 이는 인공지능이 야기시킨 인간의 본질에 관한 질문과 데이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유기적 성질에 관한 것이다. 특히 데이터를 이해하면서 데이터의 구조와 통신을 함께 생각한다면, 마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생명 활동과 유사한 인상을 주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전반적인 ISEA 전시의 흐름과도 연계된다.
그 중 하나의 흐름은 우리가 정의하는 생명체에 대한 질문이다. 우리가 항시 남기고 있는 데이터는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당연히 생명체로서 가지고 있을 만한 활동의 패턴을 보여준다. 이러한 패턴이 과연 생명체 고유의 것일지 질문하는 작품이 ISEA에서 전시되었다. 대표적으로 이안니스 크라니디오티스(Yiannis Kranidiotis) 의 사이마(Cyma)는 태양풍에 관한 데이터를 설치 작품이 있었다. 태양은 생명체가 아니지만 태양이 생성하는 태양풍은 마치 생각이 있는 생명체와 같이 낮은 예측가능성을 보인다. 이를 설치물로 표현되어 직관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또 다른 데이터의 의인화의 예로 솔리만 로페즈(Solimán López)의 림보올로지(Limbology)(2018) 이있다. 이 작품은 발사된 탐사선의 위치를 GPS로 추적하였으며 그 궤도를 우주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는 감성을 부여하였다. [7] 이 외에도 <뉴 오더 / 사이렌 콜?> (New Order / Siren Call?) 은 암호화폐, 전자화폐를 대상으로 인간이 획득한 새로운 속성과 신용에 대해 이야기 한다. 마치 인간사회의 생태를 비유하는 존재로 가상화폐를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기적인 블록체인 기술이 인간의 자유의지를 위협할 존재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4-4 인공지능이 규정하는 인간
인공지능이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 인간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규정하는가?
인간이 다른 인간을 구분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학습하는 것은 얼굴과 목소리일 것이다. 한 사람을 정의하는 데이터 셋(Data set)이 있다면 가장 우위에 있는 데이터는 얼굴과 목소리일 것이다.
물론 컴퓨팅의 입장에서는 아이덴터티 부여를 위한 지문, DNA, 홍채 등 과 같은 명확한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있어서 이러한 데이터는 인지하기 어려운 데이터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자면, 아무 편견없이 데이터 만으로 판단하는 얼굴과 목소리의 조합은 어떠한 것인지 의문점이 든다. 작가는 이런 의문에서 출발한 기계 학습의 결과물을 작품으로 표현하였다.
작가는 기계 학습을 통해 인간의 목소리와 얼굴의 매칭 학습을 지속해 신뢰할만한 데이터 셋을 만들었다. 작가는 하나의 단계를 넘는 질문을 던진다. 만약, 인간의 목소리가 아닌 다른 형태의 데이터가 입력될 경우에는 어떤 형상을 구체화 할 것인가? 작가의 실험으로는 일반적인 음악은 여성의 형상으로 표현되지만 테크노뮤직의 경우에는 남성의 형상으로 표현된다고 한다. 이것은 퓨리에트랜스폼(Fourier transform)으로 얻어진 데이터의 저역음대에 관한 영향일 수는 있지만 기계학습의 특성상 구체적인 구동방식은 파악하기 힘들다.
가정을 발전 시켜 보자. 만약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면, 우리가 이해하는 인간의 형상의 변형에서 이를 구현하려고 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의 형상과 목소리의 연계라는 것은 일종의 패턴 분류 텍사노미이자 인간의 본질이지만, 동시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편견의 원천이기도 하다. 데이터 자체는 중립적이다. 그러나 이것을 다른 데이터와 연결하고 판단의 과정을 거치면 더 이상 중립적이지 않아 질 수도 있다.
실제 한국에서도 데이터에 관한 법률이 진행중이다. 데이터의 수집은 당연히 대단한 자산이며 미래 정보사회에서는 그 자체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자원이 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 역시 존재한다. 데이터가 존재하는 한 이를 편견의 영역으로 이동시키려는 움직임이 존재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급한 작품들보다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으로 João Martinho Moura 의 <How Computers Imagine Humans?>(2017) 가 있다. 이 작품은 두 대의 컴퓨터가 서로 대화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한 컴퓨터는 다른 컴퓨터에게 시각적 노이즈를 보여주고 안면 인식 알고리즘이 있는 다른 컴퓨터가 이를 인식하고자 노력한다. 오직 카메라만을 통해 서로 소통하는 이 과정에서 인간의 얼굴이라는 컴퓨터에게 있어서는 단순히 데이터에 불과한 것을 서로 이해하고자 한다. 그 결과 인간의 형상이라 볼 수 없는 유령과 같은 존재가 시각화 된다.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컴퓨터가 보는 인간은 가치 중립적인 데이터이며 그 데이터가 생산하는 데이터이다. 즉, 목소리, 창작물, 심지어 사고 자체 역시 데이터인 것이다. 안면 인식 기술은 인간이 인간을 보기 위해 기계에 심은 ‘의지’에 가깝다. 컴퓨터의 입장에서 안면을 인식하는 과정은 인간을 위한 서비스일 뿐이지 대상인 인간의 본질로 접근하기 위한 최단거리는 아닐 수 있다.
Ⅴ. 결 론
본 연구에서는 ISEA 2019의 CFP를 기획하고 이후 전시현황을 공유했다. 앞서 약 10여년간 ISEA가 국제적인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어떠한 역할을 위해 노력해왔는지 CFP 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의 심포지엄을 기반으로 ISEA 2019 에서는 지역의 특성과 기술, 예술, 문화, 학문을 모두 아우르는 주제인 빛을 핵심으로 잡았다. 대주제인 영원한 빛은 도시 광주를 풀이한 말이며 융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ISEA가 추구한 예술적 영감을 중심으로 인간적 감성과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절차적 논리의 결합을 자유롭게 제시하는 배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ISEA에서는 총 186편의 논문 793점의 작품이 지원되었으며 이 중 최종적으로 논문 105편, 작품 77점이 선정되었다. 더불어 특별전에서는 나비에서 특별히 선정한 방향성에 기인한 큐레이션 작품이 첨가되었다. 이를 통해 ISEA 2019 광주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번 CFP에 맞춰 전시된 작품들에서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데이터가 가득한 미래를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미래는 우려와 기대가 공존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데이터의 수집은 현 시대에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한다. 다만, 무분별하고 개인의 의지와 관계없는 데이터 수집에 대한 우려가 지배적 이였다. 또한 축적된 데이터의 지재권에 대한 질문을 하고 있다. 저작재산권은 복제권, 공연권, 공중 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이 있다. 무형의 재산인 저작재산권은 양도나 이용허락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나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는 누가 가지고 있는지, 또한 양도와 이용허락이 가능한지, 복제와 2차 가공의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명쾌한 경계가 없는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필연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블랙박스를 통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과정으로 2차 생산물을 산출한다. 이와 같은 경우 인공지능이 생산한 결과에 대해서 나의 권리는 어떻게 주장해야 하는지도 우려된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 메세지의 경향은 ISEA 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19년 데이터에 주제를 둔 <불온한 데이터> 전시회를 기획하였다. 앞서 언급한 ISEA2019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이 전시에서는 현대의 데이터가 가지고 있는 가치 비중립적인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참여 작가인 하름 판 덴 도르펠(Harm van den Dorpel)의 경우 모리스 베나윤이 바라보는 데이터의 해석 입장과 상당한 부분에서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하름 판 덴 도르펠의 작품은 이러한 데이터의 수집, 생성, 관리의 주체에 대한 의문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 준다. 기술적으로 탄생된 가상의 매체가 사전 모집단 데이터로부터 디자인을 결정한 후, 유전자 알고리즘을 사용한 일종의 상호 요소 교환을 통한 자율 기계 학습(unsupervised learning)을 수행한다. 디자인의 형상은 지속적으로 성장해 가며 매 단계마다 진화하는 작품을 보여준다. 이 성장 과정은 데이터 시각화와도 연관되며 최종 결과물이 존재하지 않는 유기체적인 작품을 생성한다. 이와 같이 내포된 교환(Nested Exchange)이라는 작품은 전시할 때에 마치 2차원 이미지의 전시와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알고리즘 설계와 자율학습 활동, 대상 데이터의 본질에 관한 철저한 이해, 이 전반의 개념 자체가 작품의 주요 범주라고 해야 한다. 내포된 교환은 데이터를 보관하고 변환 과정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암호 화폐의 분산 원장(Distributed Ledger)과 비견되는 기록을 남긴다.[8] 데이터의 보안문제, 개인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 자율학습으로 인한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학습과정이라는 블랙박스 문제는 이로 인한 인공지능에 관한 두려움 이 모든 것이 작품의 보여주는 모습이다. 과거 구상 미술과 추상 미술을 거쳐 점차 대중 관객이 이해하기 힘든 확장을 이어가던 현대 미술은 오히려 현대에 이르러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회 현상의 실체를 정확하게 가르치는 설명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몇 년 마다 시대를 반영하는 키워드가 존재한다. 2000년대 데이터를 바라보던 시선은 빅데이터와 같은 데이터의 물리적인 크기가 강조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빅 데이터에 대한 용어 보다는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여 활용하고 보안 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진 키워드들인 데이터분석, 인공지능, 블록체인으로 대체되었다. 이미 현실이 된 빅데이터 시대에서 우리가 접하고 있는 대부분의 IT서비스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를 숨긴 인터페이스 레이어(Interface Layer) 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기존 데이터에 관한 직관적인 해석에 익숙하여 데이터의 감성을 피부로 느끼던 시대는 지나간 것이다. 이제는 우리의 의도적 무지를 바탕으로 권력기관의 데이터 수집과 운용은 더욱 정교해 질 수 밖에 없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작가의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관한 기대와 우려를 표출한 작품의 경향은 현 시대를 꿰뚫는 분석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본 연구에서는 현대 뉴미디어 예술가들은 어떻게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바라보는지 분석했다. 국내외 미디어아트전시를 가장 많이 진행하는 시그라프, ISEA,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와 나비아트센터의 전시기록을 보면 거대한 전시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나비아트센터는 2016년부터 인공지능을 주제로 전시를 진행했다. 또한 수많은 심포지엄과 마찬가지로 나비아트센터에서 현재 전시되고 있는 전시 주제도 인공지능이다. 이렇듯 오랜 시간 인공지능과 데이터는 꾸준히 전시의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시를 기획하며 인공지능과 데이터를 단순히 하나의 키워드로 바라보는 것을 넘어서 작가의 해석을 중점적으로 바라보는 방향과 그를 해설하는 전시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 또는 저서는 2017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7S1A6A3A01078538)
References
- ISEA2019. Organizing Committee [Internet]. http://isea2019.isea-international.org/committee.asp
- How Much Data Do We Create Every Day? The Mind-Blowing Stats Everyone Should Read. [Internet]. https://www.forbes.com/sites/bernardmarr/2018/05/21/how-much-data-do-we-create-every-day-the-mind-blowing-stats-everyone-should-read/#42d0242960ba
- ISEA2019. Curated Session [Internet]. http://isea2019.isea-international.org/artistic.asp
- ISEA2019 Special Exhibition : Lux Aeterna. [Internet]. http://nabi.or.kr/archive/text/documentation.php
- ISEA2019 25th 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_Full Archive,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Jz4aDAkm6B8&t=236s&ab_channel=artcenternabi
- solimanlopez, limbology artwork portfolio [Internet]. https://solimanlopez.com/portfolio/limbology/
- harmvandendorpel Series: Nested Exchange. [Internet]. https://harmvandendorpel.com/nested-exchange
저자소개
2014년 : 용인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예학사)
2018년 :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 (석사)
2018년~현 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 박사과정
※관심분야: Art&Technology, Design, Generative
2012년 : 세종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공학사)
2020년 :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 (석사)
2020년~현 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 박사과정
※관심분야: Art&Technology, 데이터 시각화
1995년 : 중앙대학교 컴퓨터 공학과 (공학사)
1998년 : Pratt CGIM Computer Media(MFA)
2003년~현 재: 중앙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교수
※관심분야: Art&Technology, Procedural Ani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