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 혁명 시대에서 인공지능(AI)의 작품 창작에 관한 연구 : 예술인들의 인식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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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4차 산업혁명이 예술계에 가져온 변화에 대해 주목하고, 인공지능(AI)의 창작 활동에 관한 예술인들의 인식을 알아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의 개념과 특징, 창작 사례에 관한 이론적 고찰과 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의 창작 활동에 관한 예술인들의 인식에 관해 알아보고자 설문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도출하였다. 본 연구는 예술가들의 인식을 통해 예술과 인공지능과의 접목 가능성과 미래 예술의 변화에 대해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Abstract
This study focuses on the changes that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brought to the art world. In particular, it aims to identify artists' perceptions of AI's creative activities. To this end, the researcher conducted a questionnaire on the perception of artists about the creative activities of AI based on the theoretical considerations on the 4th industrial revolution, AI concepts, features, and creative cases, and derived the results. This is meaningful in that it can provide artists living in the age of AI with an expanded attitude on new technologies.
Keywords: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Artificial Intelligence, Artist, Art, Recognition키워드:
4차 산업혁명, 인공 지능, 예술가, 예술, 인식Ⅰ. 서 론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창립자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은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새로운 시대를 선언했다. 4차 산업혁명이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 사물인터넷, 생명 과학 등을 통해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전체 생산 과정의 최적화를 구축하는 차세대 산업 혁신을 지칭한다[1]. 많은 이들은 슈밥이 선언한 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기 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측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한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는 우리 삶의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특히 일자리는 이러한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보고서인 ‘일자리의 미래(The Future of Jobs)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인공지능과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710만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 예측했다. 또한 2016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동화 대체 확률 직종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건설, 운송, 물류, 사무 행정과 같이 단순 반복적인 저 숙련 업무 직종은 대체 가능성이 높은 직종으로 선정된 반면, 창의성과 인간의 감수성을 요구하는 예술 직종은 대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최근 예술계에도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은 인간의 전유물로 취급되던 다양한 창작 활동을 선보이며 예술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껏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예술의 본질과 구조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게 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변화가 예술가라는 직업의 존립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인식을 낳게 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의 특징 및 창작 사례 등을 알아보고 인공지능의 창작 활동에 관한 예술인들의 인식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인공지능의 창작 활동에 관한 예술인들의 인식에 관해 30명의 전문가 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하고 연구 목적에 맞는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새로운 변화에 대한 확장된 관점을 제시하고, 나아가 미래 예술의 변화 양상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Ⅱ. 4차 산업혁명시대의 인공지능
2-1 4차 산업혁명
산업혁명이란 기술 발전이 산업경제 구조의 변화와 함께 정치, 사회, 문화 구조 등을 크게 바꾸어 놓는 것을 의미한다[2]. 사람, 짐승들로부터 동력을 얻었던 이전 농경 시대와 달리,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계에서 생산동력을 얻기 시작하였다. 이를 통해 공장과 기업의 생산성이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이처럼 유례없는 생산성 향상은 사람들의 소비행태를 온전히 바꾸어 놓았다. 전기 에너지가 등장한 2차 산업혁명에서는 개량된 증기기관 및 내연기관과 같은 동력을 활용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90년대 말부터 정보 및 인터넷 산업의 급격한 발전으로 촉발된 3차 산업혁명은 IT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급성장하게 되었고, 세계는 온라인을 활용한 정보화 사회로 진입하게 되었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4차 산업혁명의 이해”를 주요 어젠다로 설정하였다. 포럼의 기조연설자로 나선 세계경제포럼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은 본격적인 자동화 기술의 확산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독일의 산업 4.0을 언급하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과학기술로 인류의 삶은 ‘혁명’이라 명할 수 있을 정도의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파괴적인 혁신과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우리는 이를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3].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이전에 찾아볼 수 없던 기술들이 융합하여 혁신적인 지능화 사회를 구축하는 새로운 흐름을 의미한다.
21세기 초반에는 디지털에 기반 한 네트워크 안에서 정보의 생산과 공유가 이뤄졌다. 이때 정보의 연결성은 디지털 세계 내의 제한되었다. 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초연결 지능정보화 사회를 지향한다. 이는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인공지능 , 로봇 등의 ‘디지털 기술’과 바이오, 물리학, 생물학 분야 등의 ‘과학 기술’의 융합으로 설명된다. 이전 몇 차례의 산업혁명들이 독자적인 신기술들을 통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에 반해 4차 산업혁명은 다양한 기술들이 서로 융합, 즉 연결되어 새로운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에서 이전과의 차이를 드러낸다. 이와 같은 4차 산업혁명에의 연결성은 이전의 디지털 세계와 달리 실체화 된다. 이는 사물과 데이터 공간이 직접 연결되며 기계, 가공물, 시스템, 인간이 끊임없이 인터넷 프로토콜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음을 의미한다[4]. 이러한 연결성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연결된(O2O, Online to Offline)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초연결성(Hyper-connected)의 기술시대’를 도래 시킬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초지능성(Superintelligence)’을 특징으로 하는 AI와 빅 데이터 등의 기술들은 초지능 정보사회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이러하듯 ‘초연결’과 ‘초지능’은 데이터(Data), 네트워크(Network),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주요한 키워드라 할 수 있다.
2-2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사고와 학습 등을 기계를 통해 실현한 기술로써 기계가 인간과 같은 생각과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컴퓨터 정보기술의 한 분야이다[5]. 이는 지각, 인지, 추론 등 인간의 능력들을 기술로서 대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양상은 이미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고 활용되고 있는, 오늘날의 인공지능을 ‘약한 인공지능’이라 일컫는다. 상술된 바와 같이 어떤 문제를 실제로 사고하고 해결할 수 있고, 스스로의 지각과 인식 능력을 갖춘 ‘강한 인공지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6]. 이와 같은 인공지능의 개발 및 발전은 단순히 인간의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산업 구조 뿐 아니라 우리들의 삶 자체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빅 데이터의 발달과 딥 러닝(Deep Learning) 알고리즘의 향상은 오랫동안 정체되어 있던 인공지능의 발전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오늘 날 인공지능은 사람의 뇌와 같이 수많은 신경망(Node)을 층(Layer)을 이루는 구조의 형태로 연결한 신호처리 시스템인 인공신경회로망(ANN: Artificial Neural Network)을 활용하여 많은 데이터를 기계에 입력하고 비슷한 것끼리 분류가 가능하도록 하는 딥 러닝 방식을 활용하여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처리한다.[7] 즉 이전까지 머신러닝이 사람의 개입을 통해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했다면, 딥 러닝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하여 스스로 분석하고, 처리하여 결과를 도출한다.
동시대 미술에서 AI와 같은 기술 매체의 출현은 예술계에 많은 담론을 낳았다. 기술 매체를 활용해 생생해 낸 작품을 예술로서 볼 것인지 기계에 의해 만들어진 단순한 재현상으로 볼 것인지와 같은 질문을 만들어낸 것처럼 AI가 새로운 예술의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매체인가? 혹은 AI를 통해 제작된 작품이 과연 예술적 가치를 내재한 것인가에 관한 논의 또한 오가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AI 미술 시장은 향후 3-5년 사이에 전 세계적으로 1억 달러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기대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한 창작사례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2018년 10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내정가를 훌쩍 뛰어넘은 43만 2000달러(약 5억 1900만 원)에 판매되었다.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프랑스의 젊은 연구자들이 모여 만든 오비어스(Obvious)라는 이름의 인공지능이 만들어냈다. 오비어스는 14-20세기 화가들이 그린 1만 5000여점의 초상화를 학습하여 ‘벨라미(Belamy)’라는 가상 인물을 만들고, 그림 3과 4와 같은 초상화들을 만들어냈다.
네덜란드 공과 대학교, 마이크로소프트, 렘브란트미술관이 2014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한 ‘넥스트 렘브란트(The Next Rembrandt)’ 프로젝트는 렘브란트의 그림을 인공지능으로 재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로서 150기가 바이트의 데이터를 딥 러닝 방식으로 분석한 후 그 특징을 파악하여 [그림 5]와 같은 렘브란트 화풍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 프로젝트팀은 인공지능에게 ‘검은 옷을 입은’, ‘모자를 쓴’, ‘하얀 깃 장식을 한’, ‘30-40대의 백인 남성’이라는 명령과 최종적으로 ‘렘브란트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도록 요구하였고 그 지시를 받은 인공지능은 렘브란트풍의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8].
2015년 구글이 개발하기 시작한 인공지능 시스템인 딥드림(Deep Dream)은 특정 화가의 스타일을 딥 러닝으로 학습한 후, 그림 6과 같이 고흐가 표현의 주요 대상으로 삼았던 풍경들을 동일한 조형 스타일로 새로운 풍경을 그려내는 성과를 얻었다. 이후 구글은 2016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딥드림으로 제작한 그림 29점에 대한 전시회를 개최하고 이에 대한 경매를 진행하여 최고가 9,000달러, 총 낙찰가 9만 7,605달러(약 1억 2,046만 원)를 기록하는 등 큰 관심을 끌기도 했다[9].
2019년 6월 12일부터 7월 6일까지 영국 옥스퍼드 세인트 존스 칼리지(St John’s College) 내에 위치한 반 갤러리(The Barn Gallery)에서는 ‘담보될 수 없는 미래(Unsecured Futures)’라는 제목으로 AI 드로잉 로봇 아이다(Ai-Da, 그림 7)의 전시가 진행되었다. 영국 로봇 회사인 엔지니어드 아트(Engineered Arts)와 리즈대학, 옥스퍼드 대학의 연구원들의 도움으로 받아 지난 4월 완성된 세계최초 인공지능 로봇 아이다는 연필이 달린 기계식 팔과 눈에 부착된 카메라, 경로실행 알고리즘 등을 사용해 사물을 인식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그림 8은 아이다가 떡갈나무 데이터를 적용하여 그린 대표적 작품이다. 아이다의 그림 제작 과정은 카메라가 앞에 놓인 대상을 분석해 가상경로를 만든 후, 경로실행 알고리즘이 로봇 팔이 움직일 수 있도록 현실 공간 좌표를 생성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이다에 눈에 부착된 카메라는 안면인식 기술을 활용하여 대상의 특징을 스캔해 초상화를 그리게 된다[10].
미국 러트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 내 예술과 인공지능 연구소에서는 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생성적 적대 신경망) 기술을 응용한 CAN(Creative Adversarial Network, 창조적 적대 신경망) 기술을 활용하여 [그림 9]와 같은 작품을 생성했다. 머신러닝 기술인 GAN이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그쳤다면, CAN은 새로운 것을 창작해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차이를 드러낸다. 즉 예술작품에 있어 GAN이 다른 작가들의 화풍을 똑같이 재현하는데 그쳤다면 CAN은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화풍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연구소에 따르면 해당 알고리즘은 예술가 1,119명의 8,1449개 작품이 러닝 기술을 위해 활용되었다. 이렇게 제작된 작품[그림 9 참조]을 본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관객들은 작품에서의 의도된 시각적 구조를 통해 정서적 반향을 불러일으킨다는 반응을 보임과 동시에 작품이 인간에 의하여 제작되었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이는 인공지능이 이미 인간과 동일한 지각과 인식 체계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 결과물이 예술이라는 고등 사유 세계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Ⅲ. 예술인들의 인식에 관한 연구
3-1 연구 방법과 절차
본 연구는 인공지능의 창작물과 예술 표현으로써의 가능성에 대한 예술인들의 인식 연구를 알아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창작 활동을 하는 30여명의 예술가를 전문가 집단으로 설정하고 보다 실재적이고 구체적인 인식 조사를 위해 설문을 진행하였다. 설문의 항목들은 예술인의 창작물과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작품에 대한 인식 및 구분 여부, 인공 지능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작품의 구성 요소 유무 여부, 인공지능의 창작활동에 관한 참여자들의 의견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소수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이뤄졌던 선행 설문조사에서는 인공지능이 예술가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하지만 설문의 항목이 구체화, 세분화 되지 않았었고 설문에 참여한 인원이 소수였다는 점에서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작품에 대한 예술가의 포괄적 인식을 확인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인공지능 생성 작품에 대한 인식 및 구분 여부, 예술적 가치 판단 여부와 향후 인공지능에 의한 예술 작품 제작 방향에 대한 예술인들의 의견 등으로 설문의 항목을 세분화하고, 설문 항목의 객관적 결과 도출을 위해 30여명의 전문가 집단을 설정하여 진행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위와 같이 실존 화가인 드쿠닝(Willem De Kooning, [그림 10])과 오비어스[그림 11], 구글[그림 12], 더 텍스트 렘브란트 프로젝트의 인공지능이 제작한 작품[그림 13]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연구자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작품에서 일정하게 나타나는 독특한 화풍의 그림(오비어스, 구글 딥드림)과 더 넥스트 램브란트 프로젝트에서 제작한 창작물과 같이 낯설지 않은 화풍의 그림들을 보고 인공지능의 창작물에 관한 인지 및 구분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였다.
3-2 연구 결과
본 연구는 인공지능의 작품 제작이 기존 예술인들을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이때의 가설은 인공지능의 창작 행위가 창의적 표현의 한계를 드러내고, 능동적 행위가 아닌 수동적 행위로서 작용한 기존 사례들에 대한 선행 연구 고찰을 통해 설정되었다. 또한 [그림 14]와 같이 30명의 연구 참여자는 모두 인공지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설문의 원활한 진행과 명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인공지능 창작물의 구분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실행한 설문에서 다수의 참여자들은 오비어스가 제작한 2번 그림 <라르크베크 드 벨라미>를 선택하였다. 이후에는 3번 구글 딥드림의 그림과 4번 더 넥스트 램브란트의 그림, 1번 월렘드 쿠닝의 <여성 I> 순으로 선택되었다.[그림 15 참조] 실제 인공지능의 창작물은 1번을 제외한 2,3,4번으로 이를 정확히 구분한 참여자는 없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의 창작물과 실존하는 예술가의 창작물을 시지각을 통해 구분해내는 것은 어렵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해당 문항에서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선택한 이유에 관한 추가적인 주관식 설문에서는 “터치에 패턴이 있는 것 같아서”, “다른 그림보다 화풍이 거칠게 느껴져서”, “엉성하고, 분절된 채색” 등과 같은 의견이 제시되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기존 작품과 인공지능의 작품에 대한 구분의 기준점을 ‘패턴 등을 포함한 화풍의 차이’등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 창작물의 예술적 가치와 가능성을 묻는 설문에서는 그림 16과 같이 오비어스가 만들어낸 5점의 작품과 구글 딥드림의 작품 2점을 제시하고 진행되었다.
인공지능의 예술적 가치 판단을 위한 5개의 설문 항목[그림 17]에서 다수의 참여자는 인공지능의 창작물이 새롭고 창의적이라 응답하였다. 전통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을 산출하는 능력인 창의성이 인공지능의 작품에서 보여졌다는 점은 인공지능 작품이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또한 참여자들은 해당 작품에서 우연성을 발견할 수 있으며, 예술적 유희성을 느낄 수 있다고 답하였는데 이를 통해 연구자는 인공지능은 예술작품이 갖는 속성에 깊숙이 접근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작품에 대한 예술적 가치에 관해 묻는 설문에서 참여자들은 보통 의견(7명),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다(12명)는 의견과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없다(11명)는 의견으로 나뉘었다. 이는 비록 인공지능에 의해 제작된 작품이 새롭고 창의적이며, 예술 작품을 구성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갖추었지만, 그것이 작품의 예술적 가치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의 도출은 [그림 18]에서와 같이 예술 작품의 구성요소 중 하나인 ‘창작자의 주관’이 인공지능의 작품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다수의 참여자는 작품들을 통해 창작자의 주관을 알 수 없었다고 응답하였으며 또한 창작자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의 작품 생성 가능 유무를 묻는 항목에서도 창작자의 개입 없이 인공지능만의 단독 작품 생성은 어려울 것이라 답하였다. 다수의 연구 참여자는 인공지능에 의한 작품 제작이 능동적 생성이 아닌 수동적 생성으로 판단하고 있었는데 이는 인공지능에 의한 작품 제작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여 구조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단순한 수동적 제작활동으로, 이는 본질적으로 예술성을 내재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의 역할을 묻는 설문[그림 19]에 대해 다수의 연구 참여자들은 인공지능이 창작자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수는 있으나 실제 예술가의 자리는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보고 있었다. 인공지능이 예술가를 대체할 수 없을 것이라 보는 부정적 평가는 전체의 66.7%로 매우 높았는데 이는 창작자의 입장에서 인공지능은 매체로서 활용될 수 있으나 인공지능 자체가 예술의 주체로서 자리할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의 도구적 가능성은 높게 판단하지만, 창작 주체로써의 작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연구 참여자에 의해 제시된 향후 인공지능에 역할에 관한 추가적인 의견은 다음과 같다.
“AI가 예술가를 대체하여 인간으로서 예술가의 직업이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아니지만 예술가로서의 AI는 존재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 된다”,
“AI가 기존 예술을 대치하기보다는 또 다른 무언가로 재매개 되어 새로운 분야가 탄생할 것 같다.”
“그림과 사진을 학습하여 만들어내는 것은 모작에 불과하고 학습을 위한 알고리즘은 인간의 손으로 조작되기 때문에 창의적인 작품을 기대하기 어렵다.”
“작품을 바라보는 취향과 사사로운 시선에 의해 AI의 위치를 달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학이 전혀 기여하지 않은 기존 작품에서도 지나치게 인간성과 진정성을 추구하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AI란 도구로서 수단의 불과하다. 허나, 시간이 지나 기술력이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는 시간이 지나면, AI에서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인간의 희로애락에 대한 진지한 고찰과 상념 등이 묻어있으며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소통 가능한 고유한 미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AI를 이용한 작품이 인공지능이 완성했다는 진보적 가치 말고는 다른 것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AI를 이용하는 것, 재료가 되는 것 이외에 AI가 주체로써 창작을 하는 것이 굳이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든다.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작품은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사고를 능가할 수는 없다. 인간의 사유야말로 의미가 있다.
Ⅳ. 결 론
본 연구를 진행하며 예술 작품은 무언가를 제작하는 행위만으로는 당위성을 가질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는 많은 예술가들이 예술 작품의 창작은 단순한 창작 행위를 넘어 인간의 정신을 녹여내는 것으로 보고 있었으며 인공지능이 예술가를 대체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한 점 역시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인공지능은 인간만이 사유할 수 있는 창작의 영역을 공유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한다. 또한 다수의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의 대체 가능성을 낮게 볼 것이라는 가설 역시 설문을 통해 일정 부분 증명되었다. 비록 인공지능에 의한 작품 제작이 예술작품을 구성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예술적 가치가 크지 않다는 결과도 도출되었다. 그렇다고 인공지능에 의한 작품 제작 행위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본의 문학상 중 하나인 호시신이치상에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출품돼 1차 심사를 통과한 경우나,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알파고 등장의 경우 역시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고방식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는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는 이 거대한 변화와 흐름 속에서 예술가의 영역 역시 더 이상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는 불안감을 갖게 한다. 분명 인공지능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은 우리에게 새로운 무엇인가를 가져다 줄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최근 예술계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다양한 시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작품을 구성하고, 확장시키고 있는데 이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작품 제작에 예술가의 정신을 녹여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공지능은 예술적 가치를 지닌 창작 활동의 매개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하고 있다. 동시에 인공지능의 역할을 창작자로서 볼 것인지, 기술 매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이다. 분명한 점은 앞으로 무한히 전개될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 아니 우리 인간은 새로운 기술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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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 H. Kim, “Image Ontology and Emergent Properties through AI and Big Data”, Journal of Korean Society of Media and Arts, Vol. 16, No. 4, pp. 51-74, 2018. [https://doi.org/10.14728/KCP.2018.16.04.051]
저자소개
2018년 : 경일대학교 (예술학사)
2018년 : 중앙대학교 (석사과정 – 뉴미디어아트 전공)
2018~현재 : 중앙대학교 대학원 뉴미디어아트학과 석사과정
※관심분야: 사진(Photography), 드론(Drone), 예술시장(Market of Arts)
2001년 : 중앙대학교 (예술학사)
2004년 : 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공학석사)
2008년 : 중앙대학교 (예술석사)
2014년 : 중앙대학교 (예술박사)
2013~현재 : 국가기술표준원 사진분과 전문위원
2014~현재 : 기술표준원 문화예술서비스 심의의원
2015~현재 : 사진진흥법 추진위원회 부위원장
2015~현재 : 현대사진영상학회 편집위원
2017~현재 : 중앙대학교 공연영상창작학부 사진전공 조교수 및 뉴미디어아트대학원 학과장
※관심분야: 디지털 이미지 (Digital Image),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Technology), 드론(Dr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