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초반 여성의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 목적과 영향에 관한 질적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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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20대 초반 여성의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 목적과 그 영향을 탐색한 질적 연구이다. 다중계정을 사용하고 있는 20대 초반 여성 9명을 대상으로 반구조화 면담을 실시하였으며, 수집된 자료는 주제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사용 목적’과 ‘사용의 영향’이라는 두 영역에서 총 5개의 주제와 11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으며, 사용 목적 영역에서는 ‘사회적 이미지 관리’, ‘친밀도에 따른 관계 경계 설정’, ‘콘텐츠와 정보의 분리·관리’가, 사용의 영향 영역에서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정서적 안전감과 연결감’, ‘경계 관리에 따른 피로감’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이 20대 초반 여성 참여자의 자기노출 조절, 관계 경계 설정, 콘텐츠와 정보 관리, 정서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플랫폼 실천으로 기능함을 논의하였다.
Abstract
This qualitative study explored the purposes and influences of multiple Instagram account use among women in their early twenties. Nine women in their early twenties, who used multiple Instagram accounts, were interviewed in a semi-structured format and the collected data were analyzed thematically. The findings revealed five themes and eleven subthemes across two domains: purposes of use and influences of use. The purposes domain included social-image management, relationship boundary setting based on intimacy, and separation and management of content and information. The influences domain included emotional safety and connectedness in restricted spaces and fatigue from boundary management. The study results suggested that multiple Instagram account use functioned as a digital-platform practice through which women in their early twenties regulated self-disclosure and relationship boundaries, managed content and information, and expressed emotions.
Keywords:
Multiple Instagram Account Use, Women in Their Early Twenties, Purposes of Use, Influences of Use, Thematic Analysis키워드: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20대 초반 여성, 사용 목적, 사용의 영향, 주제분석Ⅰ. 서 론
인터넷 서비스의 발전과 함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social network service)는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되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은 모바일 기기만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접속할 수 있는 높은 접근성을 지니며, 대중은 이를 정보 공유, 사회적 관계 형성, 자기표현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근 젊은 세대에서 전화보다 문자 기반 소통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면서, SNS는 대면 상호작용을 보완하는 관계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1]. 이제 SNS는 파편화된 정보통신 서비스를 넘어, 개인의 사회적 연결망을 지탱하고 일상의 교류가 일어나는 핵심적인 생활세계로 기능하고 있다[2]-[4].
다양한 SNS 중에서도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시각적 요소가 두드러지는 이미지 기반 플랫폼으로서,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세대가 가장 활발하게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앱이며[5], 젊은 세대의 SNS 이용 방식은 이용자의 동기와 관계망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6]. 인스타그램에서는 이용자의 일상, 외모, 취향, 소비 양식이 이미지와 영상의 형태로 시각화되며, 이러한 게시물은 ‘좋아요’와 ‘댓글’ 등 타인의 반응을 통해 지속적으로 평가적인 피드백에 노출된다. 따라서 이용자는 타인의 반응을 의식하며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의 일상과 외모, 성취를 비교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비교는 주관적 안녕감, 자존감, 우울 등과 관련되는 것으로 보고되어 왔다[7],[8]. 또한 이미지 기반 SNS 이용은 자기표현과 자기인식, 외모 및 신체 이미지와도 관련된다[9]-[12].
특히 20대 초반 여성의 인스타그램 이용은 여성의 SNS 이용 특성과 성인기로 이행하는 발달적 맥락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하루 평균 SNS 이용 시간이 길 뿐만 아니라, 정보 탐색, 친교, 즐거움 추구, 소통 등 대인관계 유지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6],[13]. 또한 20대 초반 청년층은 대학 생활, 취업 준비, 초기 직업세계 진입 등 성인기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발달적 과업에 직면한다[14],[15]. 이 시기의 이용자들은 SNS에서 가족, 동료, 교육자, 미래 고용주 등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의 시선을 의식하며 온라인에서 자신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지를 조율한다[16]. 시각 중심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은 여성 이용자에게 외모 비교, 신체 감시, 사회적 평가 압력이 작동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11],[12]. 따라서 20대 초반 여성에게 인스타그램은 자신을 어떤 모습으로 드러낼 것인지, 누구에게 어느 수준의 정보를 노출할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조율해야 하는 사회적 공간으로 기능한다[17].
이처럼 인스타그램에서 이루어지는 자기표현의 조율은 자기제시(self-presentation)의 개념으로 구체화할 수 있다[18]. 자기제시란 개인이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타인에게 특정한 인상을 형성하도록 자신의 모습과 행동을 선택적으로 조절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역시 게시물, 스토리, 팔로워 공개 범위, 댓글과 ‘좋아요’ 반응 등을 통해 자신이 보이고 싶은 모습을 선택적으로 연출한다. 그러나 하나의 계정 안에 가족, 친구, 직장 동료, 낯선 팔로워 등 서로 다른 청중이 혼재하게 되면 사회적 맥락이 충돌하는 맥락 붕괴(context collapse) 현상이 발생한다[19]-[21]. 이는 이용자로 하여금 자기노출의 수위와 방식을 보다 신중하고 방어적으로 통제하도록 한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은 이러한 맥락 붕괴에 대응하고 자기표현의 범위를 조율하기 위한 디지털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국내외 연구들은 청년층 인스타그램 이용자들 사이에서 본계정과 부계정, 즉 린스타(Rinsta)와 핀스타(Finsta)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다중계정 실천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16],[17],[22],[23]. 이는 계정을 물리적으로 분할함으로써 얽혀 있는 관계망을 재배치하고, 공개 범위를 통제하며, 각기 다른 사회적 맥락에 부합하는 자아를 유연하게 드러내는 디지털 정체성 관리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17].
선행연구에서 나타난 다중계정의 형태와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층위로 구분된다. 첫째, 선택적 자기노출을 통한 사회적 평판 관리이다. 해외에서 공적 이미지를 위한 린스타와 사적 자아를 드러내는 핀스타가 구분되듯, 국내 이용자들 역시 본계정, 부계정, 비밀계정 등으로 계정의 역할을 분리하여 청중에 따라 자기표현과 평판을 조율한다[23],[24]. 둘째, 정보의 분리와 통제이다. 관심사에 따른 아카이브 계정이나 특정 소수와만 교류하는 계정 등을 통해 정보의 혼재를 줄이고, 친밀한 관계 안에서 유대감을 강화한다[22],[25]. 이러한 다중계정 사용은 특정 집단 내 소속감을 고취하고 다차원적인 정체성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동시에 계정 관리의 피로감, 타인의 시선에 대한 의식, 자기표현의 분화와 같은 부담을 동반할 수 있다[22],[24],[26].
본 연구는 선행연구의 논의를 바탕으로, 한국 20대 초반 여성이 인스타그램 다중계정을 사용하는 경험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고자 한다. 특히 다중계정 사용을 통해 자기노출과 관계망을 어떻게 조율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실천이 감정 표현, 관계 경계 및 플랫폼 이용 경험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연구문제 1. 20대 초반 여성은 인스타그램 다중계정을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며, 계정별 사용 목적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연구문제 2.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은 20대 초반 여성의 자기표현, 정서적 경험, 관계 경계 및 플랫폼 이용 경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Ⅱ. 연구방법
2-1 연구참여자
연구참여자는 A대학교 게시판과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모집하였으며, 참여자들로부터 다른 참여자들을 추천받는 눈덩이 표집(snowball sampling)을 병행하였다. 연구참여자 선정 기준은 첫째, 인스타그램 다중계정을 사용하는 21세~25세의 여성일 것, 둘째, 본계정 1개 외에 1개 이상의 부계정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었다.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는 9명의 참여자가 최종적으로 모집되었으며,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표 1과 같다.
2-2 자료수집
자료수집은 2024년 3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이루어졌다. 면담 문항 개발을 위해 다중계정 사용을 탐색한 국내외 질적연구 3편을 검토하고, 관련 연구의 주요 결과와 면담 과정을 참고하여 초안을 작성하였다. 이후 다중계정을 사용하는 동료를 대상으로 예비 면담을 실시하여 질문의 이해 가능성과 자료수집의 적절성을 점검하였고,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상담전공 교수의 자문을 받아 최종 면담 문항을 확정하였다. 최종 면담 문항은 표 2에 제시하였다.
면담은 연구진이 참여자를 각 3명씩 분담하여 반구조화 방식으로 실시하였다. 면담자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연구진은 면담 전 회의를 통해 연구 목적, 주요 질문의 의미, 질문 순서, 추가 탐색 질문 방식, 면담 시작과 종료 절차를 공유하였다. 또한 모든 면담자는 동일한 면담 질문지를 사용하고, 특정 답변을 유도하지 않도록 개방형 질문과 중립적 탐색 질문을 활용하였다. 면담 후에는 각 면담 내용을 점검하고 면담의 질적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 면담에서 추가적인 질문이 필요한 부분과 구체화해야 할 부분을 정리하여 모든 연구진이 공유하였다.
면담은 참여자 1인당 약 60~100분 동안 진행되었으며, 참여자의 선택에 따라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으로 실시하였다. 이에 따라 5명은 대면으로, 4명은 Zoom을 활용하여 면담하였다. 면담을 시작하기 전에 연구자는 연구참여자에게 연구의 목적과 절차, 예상 면담 시간, 면담 내용의 녹음, 수집된 자료의 활용과 보관 방법, 연구결과 활용에 대해 설명하였다. 또한 연구 참여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며, 참여를 거부하거나 면담 도중 또는 이후에 참여를 철회하더라도 어떠한 불이익도 없음을 안내하였다. 연구참여자가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연구 참여와 녹음에 대한 서면 동의서를 작성한 경우에만 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 과정에서 심리적 불편이나 부정적인 정서가 발생할 경우 참여자의 의사에 따라 면담을 일시 중단하거나 종료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필요한 경우 전문상담기관을 안내하거나 의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였다. 실제 면담 과정에서 전문상담 의뢰가 필요한 사례는 발생하지 않았다. 면담 종료 후에는 연구참여자에게 1만 원 상당의 보상을 지급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전사 과정에서 참여자의 이름, 소속, 지역 및 관계 정보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하거나 일반화하였으며, 참여자별로 고유번호를 부여하여 관리하였다. 녹음 파일과 전사 자료에는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연구진 이외의 사람이 접근할 수 없도록 별도로 보관하였다.
2-3 자료분석
자료분석은 Braun과 Clarke의 주제분석 6단계에 근거하여 이루어졌다[27]. 자료수집과 분석을 병행하면서 자료의 충분성을 검토하였다[28]. 참여자 수가 9명에 이르렀을 때, 본계정과 부계정의 구분, 사회적 이미지 관리, 친밀도에 따른 관계 경계 설정, 콘텐츠와 정보의 분리·관리, 제한된 공간에서의 정서적 안전감과 연결감, 경계 관리에 따른 피로감 등 주요 의미 패턴이 반복적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연구문제에 답하기에 자료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여 최종적으로 9명의 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확정하였다.
자료분석의 첫 번째 단계는 녹음된 면담 내용을 전사하고 이를 여러 번 읽는 단계로, 연구진은 전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자료에 친숙해지고자 하였다. 두 번째 단계는 전사 자료에서 의미 있는 문장이나 구절을 식별하고 초기 코드를 생성하는 단계였다. 연구진은 참여자들이 반복적으로 보고하는 경험과 표현에 주목하여 해석 메모를 작성하였으며, 각 연구자는 자신이 수집한 면담 자료를 1차 코딩하였다. 이후 연구진 회의를 통해 초기 코드의 의미를 공유하고, 코드명이나 범주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경우 해당 진술이 포함된 원자료로 돌아가 참여자의 발화 맥락을 함께 검토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총 58개의 초기 코드를 생성하였다.
세 번째 단계는 초기 코드를 잠정 범주와 주제로 통합하는 단계였다. 연구진은 유사한 의미를 지닌 초기 코드를 비교·통합하여 잠정 하위범주로 묶었고, 각 잠정 하위범주가 연구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검토하였다. 예를 들어 ‘본계정을 이미지 관리용으로 사용함’, ‘포장된 모습을 제시함’, ‘넓은 관계망을 의식함’ 등의 초기 코드는 ‘사회적 평판 구축 및 유지’라는 하위주제로 통합되었고, 이는 최종적으로 ‘사회적 이미지 관리’ 주제에 포함되었다. 또한 ‘계정별 알고리즘을 다르게 구성함’, ‘취업 정보를 수집함’, ‘전공 관련 자료를 모음’ 등의 초기 코드는 ‘관심사에 따른 정보 흐름 관리’로 묶였으며, 이는 ‘콘텐츠와 정보의 분리·관리’ 주제에 포함되었다. 연구자 간 의견이 불일치할 경우 연구문제와의 관련성, 자료 내 반복성, 주제 간 구분 가능성, 참여자 진술에 대한 적합성을 기준으로 논의하여 합의하였다.
네 번째 단계는 도출된 주제를 재검토하는 단계였다. 연구진은 각 주제가 원자료의 의미를 충분히 반영하는지, 주제 간 경계가 명확한지, 하위주제가 상위주제와 논리적으로 연결되는지를 반복적으로 검토하였다. 이 과정에서 일부 범주는 서로 중복되는 것으로 판단되어 통합되었고, 일부 범주는 자료의 의미를 더 잘 드러내는 명칭으로 수정되었다. 예를 들어 초기 분석에서 ‘관계 관리’와 ‘정보 관리’가 하나의 범주로 묶였으나, 재검토 과정에서 ‘누가 나를 볼 수 있는가’와 관련된 관계 경계 설정과 ‘어떤 콘텐츠와 정보를 어떤 계정에서 보고 관리하는가’와 관련된 콘텐츠·정보 관리가 구분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여 별도의 주제로 정리하였다.
다섯 번째 단계는 주제를 정의하고 명명하는 단계였다. 연구진은 각 주제의 핵심 의미를 논의한 후, 최종적으로 ‘사회적 이미지 관리’, ‘친밀도에 따른 관계 경계 설정’, ‘콘텐츠와 정보의 분리·관리’, ‘제한된 공간에서의 정서적 안전감과 연결감’, ‘경계 관리에 따른 피로감’이라는 5개의 주제를 도출하였다. 각 주제의 하위주제는 참여자 진술의 반복성과 의미의 구체성을 기준으로 구성하였으며, 최종적으로 5개의 주제와 11개의 하위주제가 도출되었다.
여섯 번째 단계는 결과를 작성하는 단계였다. 연구진은 최종 주제와 하위주제에 해당하는 대표 인용문을 선정하고, 인용문과 연구자의 해석이 긴밀하게 연결되도록 결과를 서술하였다. 또한 최종 결과가 참여자의 경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거나 자료를 넘어 해석하지 않도록 질적 연구 경험이 있는 외부 전문가 1인의 검토를 받았다.
2-4 연구의 진실성 확보
연구의 진실성(trustworthiness)을 확보하기 위하여 Lincoln과 Guba가 제시한 신빙성, 적용가능성, 의존성, 확증성의 네 기준을 활용하였다[29]. 첫째, 신빙성(credibility) 확보를 위해 연구진은 면담을 분담하여 실시하였고, 자료분석 역시 여러 연구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연구자 삼각검증(investigator triangulation) 방법을 활용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에게 연구결과로 활용될 발췌 내용과 범주화 결과를 확인받는 참여자 검토(member checking)를 실시하였다. 연구결과에 활용될 주요 인용문과 범주화 결과를 모든 참여자에게 전달하고, 자신의 경험이 왜곡되거나 과도하게 해석된 부분이 있는지 확인을 요청하였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진술과 연구자의 해석이 전반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적절히 반영하고 있다고 하였고, 일부 대표 인용문에 대해 정제해 줄 것을 요청하여 참여자의 진술 의미가 훼손되지 않도록 인용문을 다듬었다.
둘째, 적용가능성(transferability) 확보를 위하여 자료수집 및 분석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는 상세한 묘사(thick description)를 통해 참여자의 경험과 맥락을 풍부하게 기술하였다[30]. 셋째, 의존성(dependability) 확보를 위하여 연구자들은 감사추적(audit trail)을 통해 연구에서 핵심적인 의사결정이 일어난 경우 그 과정을 상세하게 기록하여 연구자가 어떻게 해석 과정을 형성하고 결정하였는지를 투명하게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확증성(confirmability) 확보를 위해 자료 수집 전에 연구주제에 대한 연구자들의 선이해와 편견을 공유하였다. 연구진은 상담학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로서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을 자기노출, 정서 표현, 관계 갈등, 정체성 문제와 연결하여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을 수 있음을 인식하였다. 또한 20대 초반 여성의 SNS 사용을 심리적 불안정성이나 인정 욕구의 표현으로 단순화하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이에 분석 과정에서는 다중계정 사용을 문제적 행동으로 전제하기보다, 계정 기반 자기표현, 콘텐츠와 정보의 분리, 온라인 관계 경계 설정, 플랫폼 이용 경험의 맥락에서 이해하고자 하였다. 연구진은 이러한 반성적 검토를 바탕으로 해석 메모를 작성하고, 분석 결과가 참여자 진술에 근거하고 있는지 반복적으로 점검하였다.
Ⅲ. 연구결과
본 연구는 주제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20대 초반 여성 참여자의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 경험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의미 패턴을 도출하였다. 분석 결과, 참여자들의 다중계정 사용 경험은 ‘사용 목적’과 ‘사용의 영향’이라는 두 영역으로 구성되었다. 사용 목적 영역에서는 ‘사회적 이미지 관리’, ‘친밀도에 따른 관계 경계 설정’, ‘콘텐츠와 정보의 분리·관리’라는 세 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다. 사용의 영향 영역에서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정서적 안전감과 연결감’과 ‘경계 관리에 따른 피로감’이라는 두 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다. 연구결과를 요약한 내용은 표 3과 같다.
3-1 다중계정 사용 목적
참여자들은 본계정을 넓은 관계망 안에서 자신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그 안에서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모습과 정돈된 이미지를 선별하여 제시하였다.
• 사회적 평판 구축 및 유지
참여자에게 본계정은 대체로 가장 먼저 만든 계정이거나 팔로워 수가 많고, 학교 친구, 직장 동료, 동창, 지인, 가족 등 다양한 관계가 함께 연결된 공간이었다. 따라서 본계정은 편안하게 모든 것을 드러내는 공간이라기보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고려하면서 자신의 공개 자아를 조절하는 공간이었다.
“본계정에서는 그냥 안 보여주고 싶어요. 본계정의 인맥들은 지금은 안 친한 사람들도 있고 끊고 싶은데 못 끊는 사람들도 있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 사람들한테도 나의 이런 모습을 공유하고 싶진 않다라는 생각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오해받을 수도 있고요.” (참여자 3)
“본계정은 좀 친밀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가볍게 만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거기에 모든 걸 다 올리긴 싫은 거죠. 이미지 관리용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참여자 7)
• 자기홍보 및 포트폴리오 관리
일부 참여자에게 인스타그램 계정은 단순한 일상 공유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 감각, 작업물, 직업적 역량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로 기능하였다.
“무슨 카페 SNS 관리하는 일에 지원을 했는데 내 SNS 계정을 보여달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그때 본계정을 사진으로 되게 신경 쓰면서 꾸미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때부터 생각한 게 인스타그램이 단순히 다른 사람들과 소통 목적이 아니라 정말 포트폴리오가 되어서 내 경력이 될 수도 있구나. 그래서 그 계정은 포트폴리오 중심으로만 관리를 한 거죠.” (참여자 7)
“제가 어떤 교육을 듣고 느낀 점을 다 기록하고 싶어서 비즈니스용 계정을 만들었어요.” (참여자 5)
참여자들은 다중계정을 통해 누가 자신의 사적 일상과 감정을 볼 수 있는지 조절하고, 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접근 가능성을 다르게 설정하였다.
• 공개 대상의 선별
참여자들에게 부계정이나 비밀계정은 단순히 또 하나의 계정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제한된 관계 공간이었다.
“회사 사람들이랑 안 가까워지고 본계에 두고 싶지 않아서 부계를 팠어요.” (참여자 4)
“팔로우 요청이 온다고 해서 다 받는 거는 아니고요. 제 기준에 친한 친구들만 받아요. 사실 저는 애초에 안 친한 친구들에게 비공개 계정을 공개하지 않아요.” (참여자 2)
• 관계 경계의 유지와 조정
참여자들은 계정별 공개 대상을 한 번 정한 뒤에도, 관계 노출의 가능성에 따라 경계를 계속 유지하고 조정하였다. 본계정에서는 게시물뿐 아니라 댓글을 통한 친밀한 관계의 상호작용까지 노출될 수 있다고 느끼며,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댓글창을 닫는 방식으로 관계 노출을 조절하였다. 또한 부계정이나 비밀계정에 원치 않는 사람이 접근하려고 할 때는 기존 계정 사용을 줄이거나 새로운 계정을 만드는 방식으로 사적 공간의 경계를 다시 설정하였다.
“보통 친한 사람들이 댓글을 달잖아요. 안 친한 사람들과 친한 사람들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는 게 좀 그래요. 그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댓글창을 닫아요.” (참여자 8)
“별로 안 친한 친구가 나랑 제일 친한 친구들만 있는 부계에 팔로우를 걸게 되면 그 순간부터 그 계정을 사용 안 하게 되는 게 커지고, 따로 계정을 만든다거나 그런 경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참여자 9)
참여자들은 다중계정을 통해 관계를 구분할 뿐만 아니라, 계정별로 접하는 정보와 기록하는 콘텐츠의 성격을 분리하였다. 하나의 계정 안에서 모든 정보를 소비하거나 모든 일상을 기록할 경우, 친구들의 일상, 관심사 콘텐츠, 정보성 게시물, 사적인 감정과 기록이 뒤섞이기 쉬웠다. 이에 참여자들은 관심사에 따라 정보 흐름을 다르게 구성하고, 본계정에 올리기 어려운 일상과 감정은 별도의 계정에 남김으로써 콘텐츠와 정보의 맥락을 계정별로 관리하였다.
• 관심사에 따른 정보 흐름 관리
참여자들은 취업, 전공, 소비, 취미, 덕질, 쇼핑, 카페, 미용, 건축 등 관심 영역에 따라 계정을 분리하고, 각 계정에서 접하는 정보의 흐름을 다르게 구성하였다. 또한 참여자들은 팔로우하는 계정, 검색하는 콘텐츠, 반응하는 게시물에 따라 계정별 알고리즘과 콘텐츠 노출 흐름이 달라진다고 인식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관심사별 정보 환경을 관리하였다.
“본계정은 취업 공고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든가, 다른 계정은 내가 좋아하는 건축가나 건축물 이런 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작품 재료의 정보를 얻는 거죠.” (참여자 9)
“계정마다 알고리즘이 다르거든요. 비즈니스 계정은 일 관련돼서 궁금한 게 나오고, 친목용 계정은 20대들이 좋아할 것 같은 유행하는 것들이 나와요.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여러 가지 계정을 이용해서 인스타를 하는 것 같아요.” (참여자 5)
• 일상과 감정의 기록 공간 분리
참여자들은 본계정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사진이나 사적인 감정을 삭제하거나 억제하기보다, 별도의 계정에 남김으로써 경험을 계정별 맥락에 따라 구분하였다.
“본계정에는 올릴 수 없는 사진들이 생기더라고요. 웃기게 나온 사진이라든지, 안 친한 사람들한테 보여주기는 싫은데 친한 사람들한테는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을 비계정에 올리는 것 같아요.” (참여자 8)
“하루하루를 알리고 기록하는 것을 되게 좋아해서 그런 걸 올려요.” (참여자 5)
3-2 다중계정 사용의 영향
참여자들은 부계정이나 비밀계정을 통해 보다 안전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선택된 대상과 정서적 연결을 경험하였다. 참여자들은 본계정에서는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해야 했지만, 부계정에서는 힘든 일, 우울한 감정, 억울함, 스트레스, 사소한 일상과 감정을 더 쉽게 표현할 수 있었다.
• 부정적 감정의 표현과 해소
참여자들은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을 봐줄 수 있다는 가능성, 혹은 친한 사람들이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경험하였다.
“저는 사소한 일상까지 공유하는 부계가 있는데요, 거기에 일기장처럼 온갖 TMI와 감정들을 적곤 해요. 그냥 ‘오늘 진짜 힘들었다’, ‘오늘 기분 진짜 우울하다’ 이 정도뿐이지만요. 그냥 이렇게 올리는 것만으로도 해소가 어느 정도 돼요. 사실 내가 힘들다는 걸 누가 보고 알아줄 것 같은 마음만으로도 도움이 되니까요.” (참여자 1)
“부계정이 저에겐 대나무 숲 같아요.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는데 그걸 누군가한테 말함으로써 풀리는 때도 있잖아요. 말했다는 자체로도 뭔가 후련해질 때가 많아요.” (참여자 2)
• 선택된 대상과의 친밀감
일부 참여자들은 부계정끼리 맞팔로우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친밀감과 소속감을 느꼈다. 부계정에서 공유되는 일상은 본계정의 정돈된 게시물과 달리 더 즉흥적이고 솔직했기 때문에, 친구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거나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경험으로 이어졌다.
“친구들과 부계정끼리 팔로우가 돼 있는 경우가 있고, 그 친구와 나의 엄청 편한 모습이 있기도 해요. 그래서 부계끼리 팔로우하면 좀 더 친밀감을 느낄 수 있더라고요.” (참여자 5)
“그 친구가 되게 조용한 애인 줄 알았는데 부계정을 보니까 음악 취향도 저랑 맞고, 부계정에서는 솔직한 모습을 보이니까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참여자 6)
• 자유로운 자기표현
부계정은 또한 자유로운 자기표현의 공간으로 기능하였다. 참여자들은 본계정에서는 부담스러운 사진이나 감정 표현도 부계정에서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올릴 수 있었다. 이때 자유로움은 완전한 무제한의 자유라기보다, ‘선택된 사람들만 본다’는 조건 속에서 가능해지는 자유였다.
“거기는 완전 그냥 자유로워요. 자다 일어난 모습, 엽기 사진 같은 것 올려도 아무 상관 없는 계정이에요.” (참여자 6)
“부계는 친한 사람들이니까 뭐 이렇게 올려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참여자 4)
다중계정은 참여자에게 관계 경계를 설정할 수 있게 해주었지만, 그 경계를 유지하는 과정은 때로 피로를 유발하였다. 참여자들은 누가 어떤 계정에 들어올 수 있는지, 어떤 사람의 팔로우 요청을 수락하거나 거절할지, 어떤 계정을 계속 사용할지 등을 반복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또한 계정을 나누어 사용하더라도 릴스, 홍보성 게시물, 자극적 콘텐츠 등 플랫폼 자체의 콘텐츠 흐름은 사용 시간을 늘리고 피로감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 관계 선별 부담과 노출 불안
누군가의 팔로우 요청을 수락할지 거절할지, 친한 친구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지, 특정 사람이 들어오면 기존 계정을 계속 사용할 수 있을지 등을 판단하는 과정은 관계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 너무 많이 생각하게 되는 점이 오히려 SNS 사용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참여자 7)
“처음에는 다 받아주고 차라리 내가 계정 따로 파야지 이런 느낌이었다면, 나중에는 그냥 안 받고 나중에 둘러댔던 것 같아요.” (참여자 9)
• 계정 관리와 시간 사용 부담
일부 참여자는 인스타그램 플랫폼 자체에 대한 피로도 경험하였다. 자극적 콘텐츠, 홍보성 게시물, 끝없이 이어지는 릴스, 익명 계정의 공격적 댓글 등은 참여자에게 스트레스를 주었고, 사용 시간을 줄이거나 계정을 비활성화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요즘엔 인스타에서 익명 계정으로 모르는 사람들한테 이유 없이 욕하고, 전반적으로 모든 게시물이 홍보 아니면 자극적인 콘텐츠뿐인 것 같아서 최대한 멀리 하려고 하고 있어요. 보는 것 자체로도 스트레스더라고요.” (참여자 1)
“릴스 한 번 보면 끝도 없이 내리게 되고, 그래서 몇 시간을 쓴 것 같아요.” (참여자 1)
Ⅳ. 논 의
본 연구는 주제분석 방법을 활용하여 한국 20대 초반 여성의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 목적과 그 영향을 탐색하였다. 분석 결과,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 목적은 ‘사회적 이미지 관리’, ‘친밀도에 따른 관계 경계 설정’, ‘콘텐츠와 정보의 분리·관리’로 나타났으며, 다중계정 사용의 영향은 ‘제한된 공간에서의 정서적 안전감과 연결감’, ‘경계 관리에 따른 피로감’으로 도출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주요 논의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인스타그램 본계정을 사회적 이미지를 관리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본계정은 대체로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계정이거나 팔로워 수가 많고, 학교 친구, 동창, 직장 동료, 가족, 지인 등 다양한 관계가 함께 연결된 공간이었다. 이처럼 서로 다른 관계망이 하나의 계정 안에 공존하면서 참여자들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특정 게시물이 어떻게 해석될지, 어떤 오해를 받을 수 있을지를 고려하였다. 이는 인스타그램에서 자기표현이 타인의 시선과 반응을 의식한 자기제시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는 선행연구와 연결된다[18]. 또한 하나의 계정 안에 다양한 청중이 혼재하면서 이용자가 자기노출의 범위와 방식을 조절하게 된다는 맥락 붕괴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19]-[21].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는 기존의 자기제시나 맥락 붕괴 논의를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참여자들에게 본계정은 한국 20대 초반 여성이 성인기로 이행하며 형성한 대학, 직장, 아르바이트, 동창, 가족 등의 관계가 중첩된 공간이었다. 이들은 친밀하지 않더라도 끊기 어렵거나 오프라인에서 계속 마주쳐야 하는 관계의 시선을 고려해 본계정을 ‘사회생활용’ 또는 ‘이미지 관리용’으로 사용하였다. 따라서 사회적 이미지 관리는 과시적 자기연출이라기보다, 중첩된 사회관계망 안에서 체면과 평판, 오해 가능성을 조절하고 자신을 과도하게 노출하지 않기 위한 자기보호적 실천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일부 참여자가 인스타그램을 자기홍보와 포트폴리오 관리에 활용한 점은 이들이 인스타그램을 직업적 자기표현의 장으로 확장하여 활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20대 초반 여성이 학업에서 직업세계로 이행하면서 자신의 취향, 감각과 역량을 디지털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는 상황적 특성을 드러낸다.
둘째, 참여자들은 인스타그램 다중계정을 통해 친밀도에 따른 관계 경계를 설정하고 있었다. 부계정이나 비밀계정은 단순히 본계정에 올리기 어려운 게시물을 올리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사람들만 접근할 수 있는 제한된 관계 공간이었다. 참여자들은 부계정의 팔로워를 구성할 때 친밀도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고, 친한 친구, 오래 알고 지낸 사람, 자신의 모든 일상을 보여주어도 괜찮은 사람만을 부계정에 포함하였다. 반대로 회사 사람, 상사, 가족, 덜 친한 지인, 모르는 사람은 부계정에서 배제되거나 팔로우 요청이 수락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다중계정 사용이 사적 자아와 공적 자아를 구분하고, 청중을 분리하며, 자기노출을 조절하는 방식이라는 선행연구의 결과와 일치한다[16],[17],[22]-[24]. 그러나 본 연구는 계정 분리가 단순한 프라이버시 조절을 넘어, 관계의 친밀도와 접근 권한을 세밀하게 정하는 경계 설정의 실천임을 보여준다. 참여자에게 부계정 수락 여부는 상대를 자신의 사적 경계 안에 포함할지를 판단하는 관계적 행위였으며, 댓글 노출과 팔로우 요청, 계정 사용 여부를 조정하는 과정까지 포함하였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인스타그램 다중계정이 콘텐츠와 정보를 분리·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됨을 확인하였다. 선행연구에서는 다중계정 이용자들이 계정별 청중과 자기표현의 수준을 달리하고, 본계정과 부계정에 서로 다른 유형의 게시물을 공유함으로써 공적·사적 맥락과 콘텐츠를 구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7],[23]-[25]. 본 연구에서도 참여자들은 본계정에 올리기 어려운 일상과 감정을 별도의 계정에 기록하고, 계정의 목적에 따라 접하는 콘텐츠를 구분하였다. 나아가 참여자들은 취업, 전공, 소비, 취미 등 관심사에 따라 계정을 나누고, 계정별로 팔로우 대상과 검색 및 반응 활동을 달리함으로써 서로 다른 추천 결과와 콘텐츠 흐름을 형성하였다. 이는 기존 연구에서 확인된 계정별 자기표현과 콘텐츠 구분을 확장하여, 다중계정 사용이 이용자의 목적과 관심에 맞는 정보를 선별·조직하고 디지털 정보 환경을 능동적으로 구성하는 전략으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넷째, 다중계정 사용의 영향으로 참여자들은 제한된 공간에서 정서적 안전감과 연결감을 경험하였다. 부계정과 비밀계정은 참여자들이 사소한 일상, 우울함, 억울함, 스트레스, 부정적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였다. 중요한 점은 이 공간이 완전히 사적인 일기장도, 완전히 공적인 고백의 장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직접적인 위로나 반응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친밀한 누군가가 자신의 감정을 볼 수 있다는 가능성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경험하였다. 이는 부계정이 감정 표현의 위험을 낮추면서도 최소한의 사회적 연결감을 유지하는 제한된 공유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다중계정 사용이 특정 집단 안에서 친밀감과 소속감을 강화할 수 있다는 선행연구와 연결된다[22],[24]. 다만 본 연구에서 부계정은 단순한 관계 강화의 공간을 넘어, ‘모두에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는 힘든’ 감정과 일상을 담는 중간적 공간으로 기능하였다. 이는 한국 20대 초반 여성 참여자들이 제한된 공유를 통해 감정 표현의 부담을 낮추고, 친밀한 관계와의 연결감을 확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섯째, 본 연구는 다중계정 사용의 긍정적 기능과 함께 경계 관리에 따른 피로감도 확인하였다. 다중계정은 참여자에게 자기표현의 자유와 정서적 안전감을 제공했지만, 동시에 누가 어떤 계정에 들어올 수 있는지, 어떤 게시물을 어느 계정에 올릴 것인지, 각 계정의 알고리즘과 콘텐츠 흐름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계속 판단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다중계정 사용을 일방적으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참여자들은 자기노출을 조절하고 정서적 안전감을 얻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 팔로우 요청, 친한 친구 기능, 게시물의 계정별 배치와 콘텐츠 흐름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했다. 자기제시 관점에서 본계정과 부계정의 구분은 서로 다른 사회적 장면에서 기대되는 자아를 조율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18]. 또한 다양한 청중이 하나의 계정에 모일 때 발생하는 맥락 붕괴[19]-[21]에 대응하여, 다중계정은 청중과 자기표현의 범위를 재구성하는 경계 조절 전략으로 기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절이 반복될수록 관계 선별과 노출 불안, 계정 관리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다중계정은 자기보호와 정체성 조율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관계와 콘텐츠의 경계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게 하는 양가적 플랫폼 실천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편, 친밀도에 따른 관계 경계 설정과 제한된 공간에서의 정서적 안전감 및 연결감은 관계문화이론(Relational-Cultural Theory)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Jean Baker Miller와 Judith Jordan 등 Stone Center 학자들이 발전시킨 관계문화이론은 인간이 생애 전반에 걸쳐 관계를 통해 성장하며, 상호 공감적인 연결이 심리적 성장과 안녕을 촉진한다고 본다[31],[32]. 이러한 관점에서 다중계정 사용은 관계를 단순히 분리하거나 회피하는 행동이라기보다, 자기노출이 가능한 관계적 조건을 선택하고 조정하며 친밀한 관계와의 연결을 유지하려는 실천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상담학적으로 SNS 사용을 부적응이나 과시적 자기표현으로만 판단하기보다, 이용자가 어떤 관계에서 자신을 드러내거나 감추는지,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떠한 연결과 안전을 경험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상담자는 사용 시간과 게시 빈도뿐 아니라 계정별 공개 대상과 표현 내용, 각 계정의 관계적·정서적 기능, 노출 불안과 경계 관리의 피로를 함께 탐색할 필요가 있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20대 초반 여성 참여자의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 목적과 영향을 탐색하였다. 그 결과, 다중계정은 사회적 이미지와 자기노출을 조절하고 관계 경계를 설정하며, 콘텐츠와 정보의 흐름을 관리하고 일상과 감정의 기록 공간을 분리하는 플랫폼 실천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한된 관계 안에서 정서 표현과 연결감을 가능하게 했지만, 관계와 계정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피로를 수반하였다.
본 연구의 한계와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연구참여자가 20대 초반 여성 9명으로 한정되어 있어 결과를 전체 청년층이나 인스타그램 이용자에게 일반화하는 데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눈덩이 표집으로 인해 다중계정 사용에 비교적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참여자가 연속적으로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성별, 연령, 직업과 플랫폼 이용 목적이 다양한 참여자를 포함하여 경험의 차이를 비교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자기보고식 면담 자료에 기반하였으며, 실제 게시물과 스토리, 팔로워 구성, 공개 범위, 사용 로그 등의 플랫폼 행동 자료를 직접 분석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참여자가 서술한 경험과 실제 이용 행동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본 연구결과는 자료가 수집된 2024년 3월부터 6월까지의 플랫폼 환경을 바탕으로 해석해야 한다. 후속 연구에서는 면담 자료와 실제 게시물 및 사용 로그를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에서는 계정 관리의 피로와 노출 불안은 확인되었으나, 중독적 사용, 정체성 갈등이나 파편화와 같은 부정적 영향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현재 다중계정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참여자를 중심으로 모집한 표집 특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후속 연구에서는 다중계정 사용 중단자를 포함하여 부정적 영향과 중단 과정을 함께 탐색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본 연구는 인스타그램 다중계정 사용을 단순한 부계정 운영이나 사생활 보호 전략으로 설명하는 데서 나아가, 이용자가 관계의 친밀도와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자기노출과 정보 흐름을 조율하는 구체적인 과정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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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13년:대구대학교 (이학석사-심리치료학과)
2009년~2010년: 경남아동보호센터
2012년~2024년: 창원 명성언어심리치료센터
2023년~현 재: 인제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관심분야:자살, 자살예방, 여성학, 낙인
2025년:인제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사)
2025년~현 재: 인제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관심분야:청소년상담, SNS 중독, 상담자발달
2026년:인제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사)
※관심분야:청소년상담, SNS 중독, 국제학생 교육
2025년:인제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사)
※관심분야:청소년상담, SNS 중독, 진로상담
2006년:서울대학교 (공학사)
2014년:서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석사)
2021년:The University of Iowa, College of Education (철학박사-상담자교육)
2013년~2016년: 서울대학교 대학생활문화원
2022년~현 재: 인제대학교 상담심리치료학과 교수
※관심분야:자살예방, 상담자 발달, 근거이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