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 도입에 따른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의 우연성과 통제 변증법 연구: 디지털 아우라 형성의 세 조건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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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생성형 AI가 도입된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에서 AI의 확률적 우연성이 전통적 결정론적 통제 미학과 어떻게 충돌하며, 제작자의 선택 행위를 통해 디지털 아우라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논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마노비치의 수치적 재현론과 벤제의 알고리즘 미학을 통제의 이론적 토대로, 확산 모델의 확률론적 비결정성을 우연의 기술적 근거로, 그리고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의 비판적 재해석을 디지털 아우라의 이론적 귀결로 삼는 변증법적 분석틀을 구성하여 아우라 변형적 재생이 이루어 질수 있음을 논증한다. 연구방법은 폴리곤 기반 3D CG와 스테이블 디퓨전 AI 생성 배경이 동일 파이프라인 안에서 결합된 《개와 소년(犬と少年)》을 핵심 분석 사례로 선정하여 연구한다.
Abstract
This study demonstrates how the probabilistic randomness of generative artificial intelligence collides with the deterministic control aesthetics of traditional animation production in hybrid animation pipelines, and how a digital aura is formed through the creator’s act of selection. Thus, it constructs a dialectical analytical framework in which Manovich’s numerical representation theory and Bense’s algorithmic aesthetics serve as the theoretical foundation of control. Moreover, the stochastic indeterminacy of diffusion models constitutes the technical basis of chance, and a critical reinterpretation of Benjamin’s concept of aura provides the theoretical conclusion of the digital aura—thereby arguing that the transformative regeneration of aura is achievable. The study selects The Dog & the Boy—a film combining polygon-based three-dimensional computer graphics and stable diffusion artificial intelligence-generated backgrounds within a unified production pipeline—as its primary analytical case.
Keywords:
Generative AI, Hybrid Animation, Digital Aura, Dialectical Aesthetics, Control Aesthetics키워드:
생성형 AI,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디지털 아우라, 변증법적 미학, 통제 미학Ⅰ. 서 론
전통적인 3D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은 철저한 통제의 미학을 따랐다. 제작자는 가상 공간의 XYZ 좌표계 위에 버텍스(Vertex)를 배치하고, 조명과 텍스처를 수학적으로 계산하여 의도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연이나 오류는 제거되어야 할 기술적 결함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미드저니(Midjourney) 등 생성형 AI(Generative AI) 기술의 도입은 창작의 메커니즘을 인간의 의도적 구축에서 데이터 확률에 기반한 알고리즘적 생성으로 급격히 이동시키고 있다. 이제 애니메이션 이미지는 제작자의 손끝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의 잠재 공간에서 확률적으로 호출된다. 마노비치와 아리엘리(Manovich & Arielli)는 소프트웨어 및 AI 시대의 창의성이 제작에서 선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논증하였다[1].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기계 복제 기술이 예술작품의 아우라(Aura)를 소멸시킨다고 논증하였다[2]. 그러나 본 연구는 생성형 AI(Generative AI)라는 새로운 기술적 조건이 이 명제를 역전시킬 가능성을 제기한다. 확산 모델(Diffusion Model) 기반의 생성형 AI는 매 생성 순간마다 수학적으로 비반복적인 출력을 산출하는 비결정론적 시스템이며, 인간 제작자가 이 무한한 확률적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하고 조율하는 결단의 순간에 고유한 디지털 아우라(Digital Aura)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 본 연구의 핵심 논제이다. 전통적 3D 애니메이션은 마노비치(Manovich)의 수치적 재현(Numerical Representation) 개념[3]과 벤제(Bense)의 알고리즘 미학[4]이 논증하는 바와 같이, 제작자가 모든 픽셀과 프레임에 대해 절대적 통제권을 행사하는 결정론적 미학의 패러다임 위에 성립한다. 이 패러다임에서 아우라의 조건인 일회성과 원본성은 원칙적으로 생성될 수 없다. 그러나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으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의 도입은 이 결정론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며, 동시에 새로운 형태의 아우라 형성 가능성을 열었다.
본 연구는 이 가능성을 세 가지 개념적 조건을 통해 논증한다. 첫째, 연산적 일회성으로 확산 모델의 가우시안 노이즈 샘플링은 동일 프롬프트에 대해서도 수학적으로 동일한 출력이 불가능한 비반복성을 내장하며[5], 이것이 물리적 원본 없이도 성립하는 새로운 형태의 일회성을 구성한다. 둘째, 파생적 원본성으로 AI 모델이 학습 데이터로부터 생성한 이미지는 전통적 원본도 단순 복제도 아닌 다층적 원본성을 형성하며, 이것이 문화 제도의 권위와 결합될 때 사회적으로 인증된 원본성의 효과를 발휘한다. 셋째, 제도적 아우라로 단토(Danto)의 예술계 이론[6]이 예견한 것처럼, 예술 제도의 공식적 인정 행위가 AI 생성물에 아우라적 지위를 부여하는 사회문화적 조건을 구성한다. 이 세 조건이 수렴하는 지점, 즉 제작자가 AI의 확률적 출력물을 선택, 조율하는 결단의 순간이 디지털 아우라의 생성 지점이다. 본 연구는 이것이 벤야민이 예언한 아우라의 소멸이 아니라, 기술적 우연성과 인간적 결단의 변증법적 통합을 통한 아우라의 변형적 재생임을 주장한다. 이를 실증하기 위해 본 연구는 《개와 소년(犬と少年)》을 핵심 사례로 삼는다. 이 작품은 폴리곤 기반 3D CG 캐릭터(결정론적 통제)와 스테이블 디퓨전 AI 생성 배경(확률적 우연성)이 동일한 파이프라인 안에서 공존하며[7], 감독의 선택, 보정이라는 인간적 결단으로 수렴하는 변증법적 구조를 단일 작품 안에서 직접 실현한 사례이기 때문이다[8].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3D 애니메이션 제작에 도입된 AI 기술을 통제와 우연의 이분법적 대립이 아닌, 변증론적 상호작용의 과정으로 파악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연구 목적을 근거로, 두 가지 연구 문제를 설계하였다.
연구문제 1) 생성형 AI가 도입된 하이브리드 3D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에서, AI의 확률적 우연성은 전통적 결정론적 통제 미학을 어떻게 해체하며, 이 해체는 역설적으로 디지털 아우라 형성의 조건을 어떻게 출현시키는가?
연구문제 2) 제작자가 AI의 확률적 출력물을 선택하는 순간, 연산적 일회성, 파생적 원본성, 제도적 아우라의 세 조건은 어떻게 동시에 수렴하여 디지털 아우라를 발생시키는가?
Ⅱ. 이론적 고찰 및 연구 방법
본 장은 디지털 아우라 형성의 이론적 조건을 정(正)-반(反)-합(合)의 변증법적 구조로 논증한다. 이 세 단계는 단순한 개념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 논증이다. 정(正)은 아우라 부재의 조건을 확립하고, 반(反)은 그 조건의 해체와 새로운 가능성의 출현을 논증하며, 합(合)은 그 가능성이 제작자의 선택 행위를 통해 실현되는 메커니즘을 규명한다. 세 단계 전체가 답하려는 질문은 하나다. 생성형 AI 환경에서 인간 제작자의 어떤 행위가, 어떤 조건에서, 디지털 아우라를 발생시키는가이다.
2-1 정(正): 결정론적 통제의 미학
전통적 3D 애니메이션 제작이 디지털 아우라 논의의 출발점이 되는 이유는, 이 패러다임이 아우라의 두 핵심 조건인 일회성과 원본성을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 위에 성립하기 때문이다. 마노비치는 뉴미디어 객체의 제1원칙으로 수치적 재현을 제시하며, 디지털 이미지가 형식적 기술로 환원될 수 있으며 알고리즘적 조작이 가능하다고 논증하였다. 이 원칙이 3D 애니메이션에서 의미하는 바는 단순한 기술적 서술이 아니다. 버텍스 좌표 하나, 키프레임 타이밍 하나까지 수치로 확정된 이 세계에서는 동일한 파라미터 입력이 언제나 동일한 출력을 산출한다. 벤제는 이를 알고리즘 미학의 관점에서 더욱 명확히 정식화하였다. 그에 따르면 수학적 연산에 의한 이미지 생성에서 미적 상태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사전에 수학적으로 기술되며, 생성 가능한 미적 구조는 형성, 분포, 집합의 세 원리에 따라 결정론적으로 조작될 수 있다[9]. 즉 전통 3D 제작자는 결과물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미리 규정된 것을 실행하는 것이다. 이 결정론적 구조가 아우라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유는 벤야민의 아우라 정의를 역으로 적용하면 명확해진다. 벤야민은 아우라를 원본의 ‘지금-여기(Hier und Jetzt)’에 기반한 시공간적 일회성, 즉 특정 시공간에서만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현존으로 규정하였다. 전통 3D 파이프라인에서 동일 씬 파일을 다시 렌더링하면 완전히 동일한 이미지가 생성된다. 물리적 원본의 유일성도, 생성 순간의 비반복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통 3D 애니메이션은 기술적 완성도가 높을수록 아우라의 조건으로부터 멀어지는 역설적 구조를 가진다. 모리 마사히로(Mori Masahiro)의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 시사하듯[10], 완벽한 사실적 재현의 추구가 오히려 인간적 생동감으로부터 멀어지는 이 역설은, 통제의 극대화가 아우라의 극소화와 일치한다는 논점의 직관적 근거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정(正)의 단계는 다음을 확립한다. 전통 3D 애니메이션의 결정론적 통제 미학은 아우라 부재의 조건을 완성한다. 이것이 반(反)의 출발점이 된다. 생성형 AI는 이 결정론의 어느 지점을 어떻게 해체하며, 그 해체가 왜 아우라의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가이다.
2-2 반(反): 확률적 우연성의 침입
생성형 AI의 도입이 단순히 새로운 제작 도구의 등장이 아닌, 3D 애니메이션의 존재론적 기반을 전환시키는 사건인 이유는 이것이 결정론적 패러다임의 핵심 전제, 즉 ‘동일 입력 = 동일 출력’의 원칙을 수학적으로 붕괴시키기 때문이다. Ho 등이 정식화한 확산 모델의 역확산 과정(Reverse Diffusion Process)은 가우시안 노이즈 벡터(z₀ ~ N(0, I))를 초기값으로 취한다. 이 노이즈 벡터의 확률론적 샘플링은 동일 프롬프트에 대해서도 두 번의 생성이 수학적으로 동일한 출력을 산출할 수 없음을 보장한다. 제작자가 입력하는 프롬프트는 마노비치적 의미의 알고리즘적 명령이 아니라, 학습된 데이터의 분포 확률에 따라 매번 다른 결과물을 산출한다[11]. 이것이 3D 제작 공정에서의 우연성 침입이 단순한 오류 발생이 아닌 구조적 필연임을 의미한다. 이 비결정성은 두 가지 층위에서 제작자와 충돌한다. 기술적 층위에서, 할루시네이션과 글리치는 알고리즘이 학습 데이터 간의 통계적 연관성을 예측 불가능하게 해석한 결과물이다. 보든(Boden)은 이를 기계가 기존 개념 공간의 경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탐색적 창의성(Exploratory Creativity)’의 부산물로 분석하였다[12]. 주체적 층위에서, Draxler 등의 연구는 AI 생성 결과물을 활용한 제작자들이 해당 출력물에 대한 소유감을 느끼지 못하면서도 스스로를 저자라고 선언하는 역설적 저자성 분열을 경험함을 실증하였다[13]. 이 분열이 창작 주체성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본 연구가 주목하는 것은 이 위기의 다른 얼굴이다. AI의 비결정성은 결정론적 미학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바로 그 조건, 즉 생성 순간의 비반복성을 역설적으로 복원한다. 동일 프롬프트를 아무리 반복 입력해도 동일한 배경화가 생성될 수 없다면, 감독이 특정 출력물을 선택하는 순간의 그 이미지는 수학적 의미에서 유일하다. 전통 3D가 정밀한 제어를 통해 아우라를 소멸시켰다면, AI의 비결정성은 그 소멸된 조건을 연산의 층위에서 재창출하는 역설적 구조를 형성한다. 이것이 반(反)이 단순한 위기 서술이 아니라 합(合)을 향한 논리적 전제로 기능하는 이유이다. 결정론의 해체는 아우라 부재의 조건을 해체하며, 동시에 새로운 아우라 형성의 조건을 출현시킨다. 다음 단계의 질문은 이 연산적 비반복성이 어떤 행위를 통해 실제 아우라로 전환되는가이다.
2-3 합(合): 선택 행위의 미학
합(合)의 단계는 AI의 비결정적 출력이 자동으로 아우라를 형성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핵심은 제작자의 선택 행위가 그 전환을 발생시키는 결정적 개입이라는 것이다. 이 선택은 수동적 클릭이 아니라, 무한한 확률적 가능성의 흐름을 하나의 일회적 사건으로 고정시키는 미학적 결단이다. 마노비치는 디지털 문화에서 창의성의 정의가 제작에서 선택으로 이동했다고 통찰하였다. 전통 3D 제작자가 무에서 유를 구축하는 조각가적 주체였다면, 생성형 AI 환경의 제작자는 알고리즘이 생성한 무한한 가능성 중 특정 순간을 골라내는 큐레이터적 주체로 전환된다. 이 전환이 주체성의 소멸이 아닌 재구성임은, 멩크만(Menkman)의 글리치 미학 논의에서 보완적으로 논증된다. 멩크만은 오류가 제거의 대상이 아닌 고유한 표현 언어로 재맥락화될 때 새로운 미학적 가치가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14]. 제작자가 AI 출력물 중 특정 할루시네이션이나 시각적 불일치를 수정하지 않고 작품의 언어로 수용하는 판단, 혹은 반대로 그것을 보정하여 제거하는 판단, 이 두 결단 모두가 제작자의 미학적 의지의 표현이다.
이 선택 행위가 벤야민적 의미의 아우라를 발생시키는 메커니즘은 세 조건의 동시적 수렴으로 설명된다.
첫째, 연산적 일회성(Computational Singularity)의 고정. AI가 생성한 무수한 확률적 결과물들 중 제작자가 하나를 선택하여 저장하는 순간, 그 이미지의 연산적 비반복성이 ‘지금 이 순간’이라는 일회성으로 고정된다. 아우라는 이제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생성되는 과정과 체험의 일회성에서 찾아야[15] 하며, 선택 행위가 바로 그 일회성을 현실화하는 결정적 개입이다.
둘째, 파생적 원본성(Derived Authenticity)의 인증. 보드리야르는 시뮬라크르의 마지막 단계를 어떤 실재와도 무관한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크르로 규정하였다[16]. AI 생성 이미지는 표면적으로 이 정의에 부합하지만, 제작자의 선택 행위는 그것을 순수 시뮬라크르의 논리로부터 탈출시킨다. 선택된 이미지는 제작자의 미적 의지, 작품의 서사적 맥락, 학습 데이터의 예술적 전통이 교차하는 다층적 원본성의 담지체가 된다. 이 다층적 원본성을 본 연구는 파생적 원본성으로 개념화한다.
셋째, 제도적 아우라(Institutional Aura)의 작동. 단토에 따르면 예술적 가치는 작품 자체의 내재적 속성이 아니라 예술계의 분위기, 즉 예술 이론의 지식과 예술사에 대한 앎이 부여하는 것이다. AI 생성물에 예술적 지위를 부여하는 예술 제도의 공식적 인정, 즉 크레딧 명기, 플랫폼 공개, 비평적 담론의 형성이 파생적 원본성을 사회적으로 인증하는 제도적 아우라를 구성한다.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우라는 생성되는 과정과 체험의 일회성에서 발생하며[17], 제도적 공인은 그 일회적 생성 행위를 예술로 인정하는 사회문화적 행위이다.
이 세 조건은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자의 선택 행위라는 단일 사건에서 동시에 수렴한다. 선택의 순간이 연산적 일회성을 고정하고, 파생적 원본성을 현실화하며, 제도적 아우라의 기반을 마련한다. 따라서 디지털 아우라는 AI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도, 제도가 사후적으로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제작자가 AI의 확률적 흐름 속에서 특정 순간을 선택하는 결단의 순간에 발생하는 미학적 사건이다. 이것이 본 연구가 주장하는 변증법적 합의 내용이며, 벤야민의 아우라 소멸론에 대한 비판적 계승의 핵심 논점이다.
2-4 통합분석모델과 연구 방법
이상의 변증법적 논증은 다음의 통합적 분석 모델로 수렴된다. 각 이론가는 독립적 개념 제공자가 아니라 단일 논증의 특정 고리를 담당하는 역할로 재배치된다. 마노비치와 벤제는 정(正)의 토대를 제공한다. 수치적 재현과 알고리즘 미학은 전통 3D가 아우라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적 이유를 설명한다. Ho 등의 확산 모델 수학은 반(反)의 기술적 근거를 제공한다. 가우시안 노이즈 샘플링의 수학적 비결정성은 연산적 일회성의 물리적 토대이다.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론과 보든의 탐색적 창의성은 반(反)의 미학적, 인식론적 함의를 설명한다. 마노비치의 선택 이론, 멩크만의 글리치 미학, 드랙슬러 등의 저자성 연구는 합(合)의 주체 구조를 설명한다. 벤야민의 아우라, 김석진의 디지털 아우라론, 심혜련의 매체 미학, 단토의 예술계 이론은 합의 결과물인 디지털 아우라의 세 조건을 각각 이론적으로 논증한다.
이 통합 분석 모델은 단일 사례 연구를 통해 실증된다. 사례 연구는 이론적 명제를 단일 사례에 집중 적용함으로써 심층적 분석을 가능하게 하며, 특히 새로운 기술적 현상의 미학적 함의를 탐구하는 데 적합한 방법론이다[18]. 분석 사례는 《개와 소년(犬と少年)》이며, 분석은 기술적 단계(아우라 조건의 발동 지점 규명), 미학적 단계(연산적 일회성과 파생적 원본성의 시각적 실현), 담론적 단계(제도적 아우라의 사회문화적 작동)의 세 축으로 구성된다.
Ⅲ. 《개와 소년(犬と少年)》 사례 분석
본 장은 통합분석모델에서 도출한 디지털 아우라의 세 형성 조건, 즉 연산적 일회성·파생적 원본성, 제도적 아우라가 《개와 소년(犬と少年)》의 실제 제작 구조 안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기술적, 미학적, 담론적 세 축으로 실증한다. 이 작품이 본 연구의 핵심 분석 사례로 갖는 이론적 특권성은, 폴리곤 기반 3D CG(正: 결정론적 통제)와 스테이블 디퓨전 AI 생성 배경(反: 확률적 우연성)이 동일한 파이프라인 안에서 공존하며, 감독의 선택, 보정이라는 인간의 결단(合)으로 수렴하는 변증법적 구조가 단일 작품 안에서 직접 구현되어 있다는 점에 있다. 세 축의 분석은 독립적으로 진행되지만, 최종적으로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제작자의 선택 행위의 어떤 순간에, 어떤 조건의 결합으로 디지털 아우라가 발생하는가이다.
3-1 디지털 아우라 발동 지점의 기술적 규명— 파이프라인 분석
《개와 소년(犬と少年)》은 2023년 1월 31일 넷플릭스(Netflix) 공식 유튜브(YouTube) 채널을 통해 공개된 약 3분 분량의 단편 애니메이션이다. 제작 구조는 세 층위로 구성된다[19]. 첫째, 소년 캐릭터는 WIT스튜디오 애니메이터가 수작업으로 그린 2D 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둘째, 로봇 개 캐릭터는 폴리곤 기반 3D CG로 구현되었다. 셋째, 전체 컷의 배경 그림은 린나(rinna) 주식회사가 개발한 일본어 특화 스테이블 디퓨전 기반 이미지 생성 기술이 적용되었다[20]. 이 세 층위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이 작품의 기술적 핵심이며, 각 배경 컷 생성 시 확률론적 비결정성이 구조적으로 개입된다. 이 비결정성이 동일 파이프라인 안에 공존하는 폴리곤 기반 3D의 결정론적 렌더링과 충돌하는 지점이 본 연구가 주목하는 아우라 형성 조건의 발동점이다.
전통 3D 애니메이션과 《개와 소년(犬と少年)》의 하이브리드 파이프라인을 단계별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표 1에서 주목할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로봇 개(3D CG)와 배경(AI 생성)이라는 이질적 두 기술 층위가 하나의 화면 안에서 공존함으로써, 정(正; 결정론적 통제)과 반(反; 확률적 우연성)이 이론적 구조가 아닌 시각적 현실로 실현된다. 마노비치가 논증한 수치적 재현의 완결 형태인 3D 폴리곤 로봇과, 역확산 과정의 확률론적 산물인 AI 배경이 동일한 프레임 안에 공존하는 이 구조가 《개와 소년(犬と少年)》을 본 연구의 가장 직접적인 실증 사례로 만드는 핵심 조건이다. 둘째, 배경 미술 단계에서 발동한 연산적 비결정성이 최종적으로 감독의 선택·보정 단계로 수렴된다. 감독 마키하라 료타로(牧原亮太郎)는 제작 과정에서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AI가 출력한 이미지에 직접 가필하거나 부분을 잘라내어 활용하는 시행착오를 반복하였다고 밝혔으며[21], 이 과정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게 해주는 창작 방식으로 평가하였다. AI가 산출한 무한한 확률적 가능성이 감독의 결단에 의해 하나의 일회적 사건으로 고정되는 이 과정이 디지털 아우라 발생의 기술적 구조이다.
3-2 연산적 일회성의 실현: 글리치를 아우라의 시각적 증거로
미학적 분석의 목적은 AI가 산출하는 시각적 비결정성, 즉 글리치와 불일치가 연산적 일회성의 시각적 현현임을 논증하는 것이다. 분석 대상은 넷플릭스(Netflix) 공식 공개 영상 전체(약 3분)이며, 특히 계절 전환 장면, 로봇 개와 소년의 조우 장면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개와 소년(犬と少年)》의 화면은 두 개의 이질적 시각 언어가 동시에 공존하는 긴장 구조를 형성한다. 폴리곤 기반 3D CG로 구현된 로봇 개는 기하학적 정밀함, 일관된 표면 텍스처, 예측 가능한 광원 반사를 가진 결정론적 이미지이다. 동일 파라미터로 다시 렌더링하면 완전히 동일한 이미지가 재현된다. 이것이 벤제가 논증한 알고리즘 미학의 순수한 구현이자, 아우라 조건인 일회성이 원칙적으로 부재하는 정(正)의 시각적 형태이다. 반면, 리나(rinna)의 스테이블 디퓨전이 생성한 배경은 이와 질적으로 다른 존재 방식을 가진다. 각 배경 컷은 역확산 과정의 확률론적 노이즈 샘플링으로부터 생성되었기 때문에, 동일 프롬프트를 재입력하더라도 수학적으로 동일한 배경이 재생성될 수 없다. 계절 전환 장면에서 나타나는 색채의 미세한 번짐, 원경의 유동적 윤곽, 빛의 불규칙한 확산은 폴리곤 렌더러의 결정론적 광원 계산으로는 산출 불가능한 시각적 결과물이다. 이것이 연산적 일회성의 시각적 현현이다. 두 시각 언어의 공존이 만들어내는 긴장, 즉 기하학적 정밀함(3D 로봇)과 확률적 유동성(AI 배경)의 대비가 《개와 소년(犬と少年)》의 핵심 미학적 특징이며, 이 긴장이 한 화면 안에서 정(正)과 반(反)이 실재하는 근거이다.
스테이블 디퓨전 기반 이미지 생성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배경과 3D 캐릭터 간의 시각적 질감 불일치는 전통 3D 제작 공정이라면 기술적 오류로 분류하여 수정했을 현상이다. 그러나 《개와 소년(犬と少年)》에서 이 불일치는 제거되지 않고 작품의 시각적 특징으로 수용되었다. 멩크만은 글리치가 제거의 대상이 아닌 고유한 표현 언어로 재맥락화될 때 새로운 미학적 가치가 형성된다고 논증하였다. 《개와 소년(犬と少年)》에서 이 전유는 두 층위에서 작동한다. 기술적 층위에서, AI가 생성한 배경의 유동적 텍스처는 인간 배경 작가의 수작업 붓질과 유사한 시각적 결과를 산출한다. AI 이미지 생성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발생하는 시각적 아티팩트, 즉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은 보든(Boden)이 논증한 탐색적 창의성의 부산물에 해당하며, 여기서는 애니메이션 배경의 수공예적 특질로 재맥락화된다. 미학적 층위에서, 감독이 AI 출력물 중 특정 배경을 선택하고 나머지를 기각하는 행위는 글리치의 일부를 수용하고 일부를 제거하는 미학적 판단이다. 이 판단 자체가 해당 이미지를 연산적 비결정성의 무한한 흐름으로부터 분리하여 일회적 사건으로 고정시키는 행위이다. 따라서 글리치는 연산적 일회성의 시각적 증거이다. 완벽하게 매끄러운 AI 배경(오류 완전 제거)는 3D의 결정론적 완성도를 모방하는 것으로, 연산적 일회성의 흔적을 소거한다. 반면 적절히 수용된 시각적 불일치는 그 배경이 확률론적 과정의 비반복적 산물임을 시각적으로 증언한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글리치와 시각적 불일치가 특정 미학적 맥락 안에서 연산적 일회성의 시각적 증거로 자동 전유되는 사례가 된다.
연산적 일회성이 실제 디지털 아우라의 조건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제작자의 선택 행위가 개입해야 한다. 마노비치가 디지털 문화에서 창의성의 정의가 제작에서 선택으로 이동했다고 통찰한 것은 이 지점에서 가장 구체적인 의미를 가진다. AI가 확률적으로 생성한 수십 개의 배경 후보들 중 감독이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그 이미지의 연산적 비반복성은 ‘지금 이 작품의 이 장면’이라는 일회성으로 고정된다. 김석진이 논증하듯 아우라는 이제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생성되는 과정과 체험의 일회성에서 찾아야 하며, 선택 행위가 바로 그 일회성을 현실화하는 결정적 개입이다. Draxler 등의 연구에서 확인된 저자성 분열은 이 선택 행위가 단순한 클릭이 아니라 창작 주체성의 재구성을 수반하는 미학적 결단임을 시사한다.
3-3 파생적 원본성의 형성— 시뮬라크르를 넘어서
파생적 원본성 분석의 목적은, AI 생성 이미지가 보드리야르적 의미의 순수 시뮬라크르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 제도의 권위와 결합함으로써 독자적 원본성을 획득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 메커니즘이 디지털 아우라 형성의 두 번째 조건인 파생적 원본성의 내용이다.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 4단계 도식을 《개와 소년(犬と少年)》의 배경화 생성 과정에 적용하면 다음과 같다. 제1 단계에서, 리나(rinna) 모델의 학습 데이터인 기존 일본 애니메이션 배경화는 인간 배경 작가의 창작 행위라는 실재의 반영이다. 제2 단계에서, AI 모델 내부의 통계적 표현은 이 이미지들의 압축으로서 실재를 변질, 은폐한다. 제3 단계에서, 프롬프트 해석 과정은 원본 이미지들과의 직접적 연결을 상실하기 시작한다. 제4 단계에서, AI가 최종 생성한 배경화는 특정 원본 이미지와의 연결 고리가 희미해진 순수 시뮬라크르가 된다. 이 분석에 따르면 《개와 소년(犬と少年)》의 AI 생성 배경화는 보드리야르가 말한 ‘어떤 실재와도 무관한 자기 자신의 순수한 시뮬라크르’로 규정될 수 있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 결론이 《개와 소년(犬と少年)》의 실제 문화적 수용을 설명하기에 불충분함을 주장한다. 시뮬라크르 분석은 이미지의 존재론적 지위를 규명하지만, 그 이미지에 아우라적 가치가 어떻게 귀속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파생적 원본성 개념이 필요한 이유이다.
《개와 소년(犬と少年)》에서 원본성은 단일 층위로 환원되지 않고 세 층위의 복합적 구조로 재구성된다. 첫째, WIT스튜디오 애니메이터와 감독 마키하라 료타로(牧原亮太郎)의 창작 의도라는 인간 창작의 원본성이 존재한다. 둘째, 리나(rinna) 모델이 학습한 일본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전통이라는 예술 계보의 원본성이 존재한다. 셋째, 이 두 원본을 통계적으로 내재화한 AI 모델이 확률적으로 생성한 배경화는 전통적 원본도 단순 복제도 아닌, 두 원본의 연산적 교차점에서 산출된 파생적 원본성을 형성한다. 이 세 번째 층위가 순수 시뮬라크르의 논리를 넘어서는 이유는, 제작자의 선택 행위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감독이 AI 출력물 중 특정 배경을 선택하는 행위는 그 이미지에 ‘이 작품의 이 장면을 위한 것’이라는 맥락적 원본성을 부여한다. 바르트(Barthes)가 텍스트를 ‘단일한 신학적 의미를 가진 것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들이 충돌하고 통합되는 다차원 공간’으로 규정한 것과 유사하게[22], 선택된 배경그림은 감독의 의도, AI의 통계적 해석, 일본 애니메이션 전통이 교차하는 다층적 텍스트로서 파생적 원본성을 획득한다.
파생적 원본성이 디지털 아우라의 조건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문화 제도의 인증이 필요하다. 벤야민이 원본성을 전통의 전체 무게를 인수하는 것으로 규정한 것은, 원본성이 물리적 유일성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문화적 전통과의 연결성의 문제임을 의미한다. 《개와 소년(犬と少年)》에서 WIT스튜디오(진격의 거인 제작사)라는 예술적 브랜드 권위와 넷플릭스(Netflix)라는 글로벌 플랫폼의 공인이, AI 생성 배경화의 파생적 원본성에 일본 애니메이션 전통과의 연결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제도적 인증이 파생적 원본성을 아우라 조건으로 격상시키는 경로이며, 이것이 다음 절에서 분석하는 제도적 아우라로 이어진다.
3-4 제도적 아우라의 작동: 담론 분석
담론 분석의 목적은 《개와 소년(犬と少年)》 공개 이후 형성된 두 가지 대립적 담론의 길항이 제도적 아우라 형성의 사회문화적 조건을 어떻게 구성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이다. 단토(Danto)에 따르면 예술적 가치는 예술계의 분위기, 즉 예술 이론의 지식과 예술사에 대한 앎이 결정하며, 담론의 형성과 충돌 자체가 예술계의 작동 방식이다.
넷플릭스 일본(Netflix, Japan)은 이 작품을 ‘인력 부족의 애니메이션 업계를 보조하는 실험적 시도’로 공식 프레이밍 하였다[21]. 일본 애니메이터 인구는 5,000~6,000명에 불과한 반면 연간 300편에 가까운 작품이 제작되는 구조적 인력 부족을 AI로 보완한다는 것이다. 이 담론은 AI를 생산성 보조 도구로 위치시키며, AI의 확률적 우연성을 관리 가능한 기술적 변수로 축소한다. 이것은 전통 3D 미학의 통제 논리를 디지털 효율성의 언어로 계승하는 것으로, 변증법 구조에서 정(正)의 논리가 담론 층위에서 반복되는 양상이다.
감독 마키하라는 이 프로젝트를 단순한 효율화 실험이 아닌 ‘배경 미술 제작을 최신 기술로 보완할 수 있는지 탐색하는’ 예술적 실험으로 프레이밍 하였다. 또한 크레딧에 ‘AI (+Human)’을 명기한 행위는 AI의 기여를 부정하거나 은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협업 주체로 공식 인정하는 예술계 차원의 선언이다. 이 담론은 AI의 확률적 우연성을 작품의 고유한 미학적 특질로 수용하며, 인간-기계 협업을 창작의 새로운 형태로 제시한다. 이것은 변증법 구조에서 합(合)의 논리가 담론 층위에서 구현되는 양상이다.
《개와 소년(犬と少年)》은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 담론도 형성하였다. AI 사용이 인간 배경 아티스트의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비판과, ‘AI (+Human)’ 크레딧이 인간 창작자의 기여를 지워버린다는 저작권 귀속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되었다. 이 비판 담론은 표면적으로 이 작품의 예술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비판 담론의 형성 자체가 제도적 아우라를 강화하는 효과를 낳는다. 단토의 예술계 이론에 따르면, 예술적 가치는 찬사가 아니라 예술계 내의 담론 형성, 즉 논쟁과 비평을 통해 부여된다. 《개와 소년(犬と少年)》이 국제적 비평 담론의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작품을 예술계의 공인된 논의 대상으로 위치시킨다. 인력 부족 담론(正의 논리 계승)과 예술 실험 담론(合의 논리 구현), 그리고 비판 담론(예술계 내 논쟁 촉발)의 삼중 길항이 제도적 아우라를 구성하는 사회문화적 조건의 총체이다.
세 담론의 구조를 종합하면 표 2로 정리할 수 있다.
표 2가 보여주듯, 제도적 아우라는 찬사나 비판의 일방적 방향이 아니라 담론의 형성과 충돌 자체를 통해 구성된다. 심혜련이 지적하듯 디지털 환경에서 아우라는 생성되는 과정과 체험의 일회성에서 발생하며, 《개와 소년(犬と少年)》의 AI 생성 배경화는 세 담론이 충돌하는 예술계 내 논쟁의 장에서 그 일회적 사건성을 제도적으로 인증받는다. 이것이 디지털 아우라의 세 번째 조건인 제도적 아우라가 실현되는 사회문화적 메커니즘이다.
3-5 종합: 세 조건의 수렴과 디지털 아우라의 발생
이상의 세 층위 분석을 종합하면, 《개와 소년(犬と少年)》에서 디지털 아우라가 발생하는 구체적 메커니즘을 표 3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표 3이 보여주듯, 세 조건은 각각 독립적으로 발동하는 것이 아니라 감독이 AI의 확률적 출력물을 선택하고 조율하는 결단의 순간에 동시에 수렴한다. 연산적 일회성은 그 이미지가 수학적으로 비반복적 생성물임을 보장하고, 파생적 원본성은 그 이미지가 예술적 전통과 제작자의 의도가 교차하는 다층적 원본성의 담지체임을 확인하며, 제도적 아우라는 예술계의 공식 인정이 그 이미지에 문화적 권위를 부여함을 인증한다. 따라서 《개와 소년(犬と少年)》에서 디지털 아우라는 AI가 자동으로 생성하는 것도, 제도가 사후적으로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제작자가 AI의 확률적 흐름 속에서 특정 순간을 선택하는 결단의 순간에, 세 조건이 수렴함으로써 발생하는 미학적 사건이다. 이것이 본 연구가 주장하는 변증법적 합(合)의 구체적 내용이며, 벤야민의 아우라 소멸론에 대한 비판적 계승이 지향하는 결론, 즉 기술적 우연성과 인간적 결단의 변증법적 통합을 통한 아우라의 변형적 재생의 실증이다.
3-6 반례: 《중간계》(2024)와 디지털 아우라의 실패 조건
본 연구가 제안한 디지털 아우라의 세 조건, 즉 연산적 일회성, 파생적 원본성, 제도적 아우라가 세 조건의 동시 수렴을 필요로 한다는 명제는 단일 사례의 실증만으로는 충분히 논증되지 않는다. 이론의 설명력을 강화하기 위해 세 조건 중 하나 이상이 결여된 반례 검토가 요구되며, 본 연구는 《중간계》(감독 강윤성, CGV 개봉, 2024)를 이 반례로 제시한다. 《중간계》는 국내 최초로 생성형 AI 기술을 전면 활용하여 상업 개봉한 장편 영화로, 12지신 크리처 VFX와 광화문 붕괴 장면 등 핵심 시각 효과에 AI 생성 기술이 적용되었다. 감독은 기존 CG로 수개월이 걸리던 작업을 AI로 수일 내에 구현하였다고 밝혔으며, 이 사실은 연산적 일회성의 기술적 조건, 즉 확률론적 역확산 과정에 의한 비반복적 생성이 이 작품에도 동일하게 작동하였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간계》는 연산적 일회성의 첫 번째 조건을 기술적으로 충족한다. 그러나 《개와 소년(犬と少年)》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두 번째 조건, 즉 파생적 원본성 형성 과정에 있다. 《중간계》에서 AI가 생성한 크리처 장면은 실사 배우, 실제 촬영 배경과의 시각적 질감 충돌이 미학적으로 통합되지 못한 채 화면 위에 어색하게 부유하는 것으로 관객과 평론가들에게 인식되었다. 이는 AI의 확률적 출력에서 발생한 시각적 이질감, 즉 글리치적 현상이 멩크만이 논증한 미학적 전유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술적 오류로 수용자에게 그대로 노출되었음을 의미한다. 제작자의 선택, 조율 행위가 이 이질감을 작품의 고유한 미학 언어로 통합하지 못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파생적 원본성의 두 번째 조건, 즉 제작자의 창작 의지, 예술적 전통, AI의 확률적 해석이 선택 행위를 통해 교차하는 다층적 원본성이 형성되지 않았다. 세 번째 조건인 제도적 아우라 역시 《개와 소년(犬と少年)》과 상이한 경로로 전개되었다. 이 작품은 상업적 부진과 AI 크리처의 조악함에 대한 비판적 담론이 형성되었으며, 이 담론은 단토의 예술계 이론이 말하는 예술적 지위 인정이 아닌 기술적 실패의 사례로 예술계 안에서 위치화 되었다. ‘AI (+Human)’이라는 협업 주체성의 공식 인정을 통해 국제적 예술 담론을 형성한 《개와 소년(犬と少年)》의 경로와 달리, 《중간계》의 AI 사용은 제도적 아우라의 긍정적 구성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이 반례 검토는 본 연구의 핵심 명제를 역설적으로 확인한다. 연산적 일회성의 기술적 조건이 충족되더라도, 제작자의 선택, 조율 행위를 통한 파생적 원본성의 형성과 예술 제도의 공식 인정을 통한 제도적 아우라의 구성이 동시에 수반되지 않으면 디지털 아우라는 발생하지 않는다. 《개와 소년(犬と少年)》이 세 조건의 수렴으로 디지털 아우라의 형성을 실증하는 긍정 사례라면, 《중간계》는 첫 번째 조건만 충족하고 나머지 두 조건이 결여됨으로써 디지털 아우라가 발생하지 않는 부정 사례로 기능하며, 이 대비가 세 조건 모두의 동시 수렴이 디지털 아우라 형성의 필요조건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다.
Ⅳ. 결 론
본 연구는 생성형 AI가 도입된 하이브리드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에서 AI의 확률적 우연성이 전통적 결정론적 통제 미학을 어떻게 해체하며, 제작자의 선택 행위가 어떤 조건의 수렴을 통해 디지털 아우라를 발생시키는지를 논증하였다. 이를 위해 《개와 소년(犬と少年)》을 긍정 사례로, 《중간계》를 반례로 삼아 세 조건의 필요 충분성을 검증하였다.
생성형 AI의 확산 모델은 가우시안 노이즈 샘플링의 확률론적 특성으로 인해 동일 프롬프트에 대해서도 수학적으로 동일한 출력을 재현할 수 없다. 이는 마노비치의 수치적 재현 원칙과 벤제의 알고리즘 미학이 정의하는 전통 3D 애니메이션의 결정론적 패러다임, 즉 동일 입력에 언제나 동일 출력을 산출하는 구조를 수학적으로 붕괴시킨다. 그 결과 결정론이 불가능하게 만들었던 조건, 즉 생성 순간의 비반복성이 역설적으로 복원된다. 이것이 연산적 일회성의 출현이며, 결정론의 해체가 오히려 디지털 아우라 형성의 첫 번째 조건을 만들어낸다는 본 연구 문제 1의 핵심 답이다.
연산적 일회성 단독으로는 디지털 아우라가 완성되지 않는다. 이를 실증하는 것이 《중간계》(2024) 반례와 《개와 소년(犬と少年)》(2023) 긍정 사례의 대비이다. 《중간계》는 AI 생성 크리처 VFX에서 연산적 일회성의 기술 조건을 충족하였으나, 글리치가 미학적으로 전유되지 못하고 실사와의 시각적 이질감으로 귀결되었다. 파생적 원본성이 형성되지 않았고, 기술 실패 사례로 담론화되어 제도적 아우라 역시 구성되지 않았다. 세 조건 중 하나만 충족된 결과 디지털 아우라는 발생하지 않았다. 《개와 소년(犬と少年)》에서는 감독이 AI 확률적 출력물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결단의 순간, 세 조건을 동시에 수렴하였다. 첫째, 선택 행위가 연산적 비반복성을 ‘지금 이 작품의 이 장면’이라는 일회적 사건으로 고정시켰다(연산적 일회성). 둘째, 선택된 배경화가 감독의 창작 의도, 일본 애니메이션 시각 전통, AI의 확률적 해석이 교차하는 다층적 원본성의 담지체가 되었다(파생적 원본성). 셋째, WIT스튜디오와 넷플릭스의 제도적 공인, 그리고 ‘AI (+Human)’ 크레딧이 촉발한 국제 담론이 AI 생성물에 예술적 지위를 공식 부여하였다(제도적 아우라). 이 세 조건의 동시 수렴이 연구문제 2의 답이자 디지털 아우라가 발생하는 정확한 지점이다.
이론적 기여로, 본 연구는 벤야민의 아우라 소멸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여 생성형 AI 시대에 아우라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 우연성과 인간적 결단의 변증법적 통합을 통한 변형적 재생이 가능함을 논증하였다. 연산적 일회성, 파생적 원본성, 제도적 아우라의 세 개념은 벤야민의 아우라론과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론 사이의 이론적 공백을 연결하는 새로운 분석 도구이며, 두 사례의 대비 분석을 통해 세 조건의 동시 수렴이 디지털 아우라 형성의 필요 조건임을 반증 가능한 방식으로 논증하였다. 방법론적 기여로는 동일 작품 안에서 3D CG와 AI 배경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파이프라인을 분석 단위로 설정하여 기술적, 미학적, 담론적 3축 분석을 결합한 방법론을 제시하였다.
연구의 한계는 세 가지이다. 첫째, 비교 사례의 이질성 문제이다. 《개와 소년(犬と少年)》은 단편 실험 애니메이션이고 《중간계》는 상업 장편 영화라는 점에서 두 사례 간 기술적, 제도적 조건의 차이가 크며, 동일 장르, 동일 규모의 비교 연구가 후속 과제로 요구된다. 둘째, 수용자 경험 검증의 부재이다. 본 연구는 제작자, 텍스트, 제도의 층위에서 디지털 아우라의 형성 가능성을 논증하였으나, 아우라가 실제 수용자의 심미적 경험 속에서 발생하는지를 실증하지 못하였다. 셋째, 이론 개념의 귀납적 수준이다. 세 개념은 두 사례 분석으로부터 도출된 귀납적 개념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인접 분야와의 학제적 대화를 통해 이론적 엄밀성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과제이다.
벤야민이 예언한 아우라의 소멸은 생성형 AI 시대에 완성되지 않는다. 확산 모델의 비결정성은 결정론이 소멸시킨 일회성을 연산의 층위에서 복원하고, 제작자의 선택이 그 일회성을 현실화하며, 예술 제도의 공인이 아우라적 지위를 부여한다. 이것은 아우라의 소멸이 아니라, 기술적 우연성과 인간적 결단의 변증법적 통합을 통한 아우라의 변형적 재생이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6년도 교육부 및 서울특별시의 재원으로 서울RISE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서울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의 일환으로 도출된 결과물입니다(2026-RISE-01-0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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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02년:Jiangxi Science and Technology Normal University (영상공학 학사)
2009년:Wuhan University Computer Software and Theory (공학석사)
2012년~현 재: Jiangxi Science and Technology Normal University, China. Assistant Professor
2020년~현 재: 세종대학교 대학원 공연·영상·애니메이션학과 애니메이션학 박사수료
※관심분야:생성형 AI(Generative AI), 애니메이션 이론(Animation theory), 디지털콘텐츠(Digital content)
1994년:서강대학교 대학원(석사)
2006년:서강대학교 대학원(신문방송학 박사)
2000년~현 재: 세종대학교 창의소프트학부 만화애니메이션텍 전공 교수
2000년~현 재: 세종대학교 융합콘텐츠산업연구소 연구소장
2000년~현 재: 한국캐릭터학회 회장
※관심분야:캐릭터산업(Character Industry), 웹툰과 애니메이션 이론(Web Comics Animation Theory), 콘텐츠IP(Content Intellectual Propert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