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영방송 콘텐츠 전략으로서의 다양성 확대: 출연진 구성 변화와 수용자 평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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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사회 갈등이 심화되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의 다양성과 포용성 전략이 콘텐츠 차별화 전략으로서 어떠한 성과를 가지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KBS가 2024년 실시한 <다양성 및 포용성 확대 프로젝트>에 참여한 4개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여 콘텐츠 전략으로서의 효과를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실천 선언 이후 여성 출연진 비율이 증가하였으며, 특히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장애인과 다문화 출연진의 등장 비율이 뚜렷하게 확대되었다. 시청자 조사 결과, 응답자의 53.2%가 다양성 확대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출연진 다양성 강화는 프로그램 만족도, 재시청 및 추천 의향, 다양성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공영방송의 다양성 전략이 실제 제작 관행의 변화를 통해 콘텐츠 경쟁력과 동시에 시청자 평가를 긍정적으로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다양성은 사회 갈등이 심화되는 디지털 콘텐츠 환경에서 소수자 배려 차원을 넘어, 콘텐츠의 시각과 해석의 폭을 확장하고 공영방송의 차별성을 구성하는 전략적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whether diversity and inclusion strategies in public service broadcasting can function as an effective content differentiation strategy. Focusing on four programs that participated in the Korean Broadcasting System (KBS)’s 2024 Diversity and Inclusion Expansion Project, the study empirically investigates diversity not merely as a normative obligation but as a strategic approach to content production. The findings demonstrate that diversity strategies can move beyond symbolic declarations to produce substantive changes in production practices, thereby strengthening both content competitiveness and audience trust. The analysis further indicates that expanding diversity in cast composition and program production can contribute to the development of differentiated public service content while reinforcing the social value and credibility of public broadcasting.
Keywords:
Diversity, Inclusion, Content Strategy, Public Service Broadcasting, Audience Evaluation키워드:
다양성, 포용성, 콘텐츠 전략, 공영방송, 수용자 평가Ⅰ. 문제제기
최근 한국 사회는 이념, 성별, 세대, 계층, 지역, 문화적 배경 등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이러한 갈등과 분절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미디어 이용이 다채널·다플랫폼 환경으로 전환되면서, 이용자는 자신의 선호와 관점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한편, 플랫폼의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 역시 이러한 선택을 학습·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이용자 선택과 알고리즘의 상호작용은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확장하는 측면과 동시에, 특정 관점과 취향에의 노출을 반복적으로 강화함으로써 필터버블과 확증편향을 심화시키는 양면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1].
콘텐츠가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 때문에 특히 방송 콘텐츠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소재를 다루어야 하며 콘텐츠의 내용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과 정체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2]. 법적으로는 방송법 제11조(방송분야등의 고시)를 통해 채널의 다양성을 구현하도록 하며, 제69조(방송프로그램의 편성등)를 통해 방송사업자들로 하여금 방송 프로그램 편성에 다양성을 요구한다.
특히 공영방송은 사회 구성원 간의 차이를 조정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공론장에 반영해야 할 공적 책무를 요구받고 있으며, 공영방송으로서 다양성 실현은 전통적으로 공적 책임과 공공성의 핵심 요소로 논의되어 왔으나 디지털 환경 속에서 혐오와 차별, 사회 갈등 해소 및 사회 통합을 위해 공영미디어로서 다양성의 가치 추구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3]. 이러한 배경 속에 KBS, MBC 등 공영방송은 자체 제작가이드라인을 통해 소수자 보호와 다양성 존중을 주요 가치로 삼고 있으며, 성별, 연령, 장애, 다문화,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방지와 대표성 확보를 공영방송의 기본적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
한편, OTT와 글로벌 플랫폼의 부상은 공영방송 콘텐츠의 경쟁 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데이터 기반 추천 시스템과 장르 세분화를 통해 이용자의 취향을 정밀하게 공략하고 있으며, 공영방송 콘텐츠는 시청률과 화제성 측면에서 상대적 열위에 놓여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 콘텐츠의 차별성은 단순한 제작 규모나 포맷이 아니라, 어떠한 가치와 관점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설계해야 하는가라는 전략적 선택과 직결된다. 특히 글로벌 OTT들이 전세계 다양한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오히려 콘텐츠의 다양성과 인력의 다양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다양성이 방송의 공적 책무임을 넘어서 시장 확장과 글로벌 타깃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OTT는 글로벌 시장 확대 및 지역·정체성 기반의 타깃 확장을 염두한 산업적 전략 차원에서 다양성 확대를 꾀하고 있으며, 이는 콘텐츠에서 스크린 위의 캐스팅 다양성, 카메라 뒤의 제작진의 다양성, 서사의 다양성으로 구현된다.
다시 말해, 다양성과 포용성은 더 이상 공영방송의 선언적 가치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환경에서 공영미디어로서 콘텐츠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적 요소로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4]. 또한 공영방송에서 강조되는 콘텐츠 다양성이 실제로 프로그램 구성과 시청자 인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실증적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기존 연구들은 미디어 다양성을 주로 정책적 가치나 규범적 필요성의 관점에서 논의하거나, 시민단체가 주축이 되어 출연자 분포를 비판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지는 등 규범적 평가와 현상 진단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었다[5].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다양성과 시청자 인식 간의 관계를 탐색적으로 분석하기도 하였으나[6],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의 전략적 개입(예: 출연진 구성 변화)이 실제로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실증적으로 검증된 연구는 제한적인 실정이다. 특히 공영방송의 다양성을 ‘규범적 책무’가 아닌 ‘콘텐츠 경쟁력 및 시청자 평가와 연결된 전략’으로 보고, 제작 관행의 변화와 수용자 반응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충분히 축적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본 연구는 공영미디어의 다양성 전략을 하나의 콘텐츠 차별화 전략으로 개념화하고, 실제 제작 현장에서의 출연진 구성 변화와 시청자 인식 및 만족도 간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기존 연구를 보완하고 확장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KBS의 2024년 ‘다양성 및 포용성 확대 프로젝트’ 사례를 콘텐츠 전략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한다. 다양성을 공영미디어가 당위적으로 실현해야 할 규범적 가치로 한정하는 기존 접근을 넘어, 콘텐츠 기획과 제작 단계에서 의도적으로 설계·개입된 전략적 변수로 설정하고, 그 효과를 실증적으로 검증하는 데 연구의 목적이 있다. 나아가 경쟁이 심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공영미디어가 어떠한 콘텐츠 전략을 통해 차별성과 신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지 학술적·실천적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선행 연구
2-1 규범적 가치로서 미디어 다양성과 공영방송
다양성(diversity)은 “서로 다른 요소 또는 질적으로 다른 것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상태)”의 개념으로[7], 미디어 다양성은 “최대한 다양한 수용자들에게 최대한 다양한 내용을 제공하는 공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채널의 성격이 서로 다르면 다를수록 더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8]. 미디어 다양성은 방송산업 소유 규제 완화 흐름 속에서 논의되어 왔으며, 정책 목표로서 증진되어야 할 사회문화적 가치로 다뤄지며,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논의되고, 특정한 관점이 편중된다거나 미디어로부터 소외되는 집단이 없는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미디어 다양성은 소유 주체의 다양성과 내용의 다양성으로 나눌 수 있음. 이때 내용의 다양성은 다양한 주제와 소재, 형식, 등장인물, 관점을 담은 내용이 수용자들에게 제공되고 있는지로, 개인이나 사회 집단이 미디어 속에서 어떻게 재현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이때 내용 다양성을 콘텐츠의 공적 속성을 근거로 분류하면 상업적 다양성과 공익적 다양성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상업적 다양성은 시장에서 요구되는 콘텐츠가 수적으로 충분하여 다양한 형식과 취향의 콘텐츠가 제공되는 것이다. 반면 공익적 다양성은 시장의 논리에 의해 제공되지 못하는 콘텐츠(소수 취향·공익성)가 충분히 제공되어 미디어 시장에서 소외되는 사회 구성원이 발생하지 않고 다원성이 실현되는 것으로 구분될 수 있다[9]. 해외 주요 국가들은 미디어가 실제 사회를 구성하는 사회문화적 인구집단의 문화를 반영하고 집단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게 미디어 정책 논의를 지속해오고 콘텐츠 다양성 조사를 실행해 오기도 한다[10].
방송에서의 다원주의적 경쟁이 콘텐츠 다양성을 보장하진 못하기 때문에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공영방송을 구축해왔다[11]. 공영방송은 모든 사람들이 각자 처해 있는 입장과 이해관계를 소외시키지 않고 방송에 다양하게 반영시켜야 하며, 프로그램 내용을 통하여 균형을 배려하고 신뢰성의 안전지대를 제공하는 문화적 임무를 부여받는다[12].
유네스코가 공영방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문화 다양성의 형성과 유지에 공영방송이 가장 중요한 제도적 수단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며, 유럽연합은 공영방송이 문화 다양성, 건강한 여론 형성 등의 주요한 제도적 장치라고 본다[13]. 특히 글로벌 OTT 이용이 증가하면서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콘텐츠는 상업성을 우선할 수밖에 없어 다양성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과 고유의 문화와 사회현상을 반영할 수 없는 한계를 안고 있기 때문에[14], 거대 글로벌 미디어 기업에 맞서 자국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키는 공영방송의 다양성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공영방송의 존립 가치로 ‘구별성’과 ‘신뢰성’이 강조될 때, 공영방송은 다양성과 같은 가치를 통해 민영·상업 미디어와 다른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15].
특히 방송법 제44조는 국가기간 방송으로서 KBS의 공적 책임을 적시하고 있으며, 다양성은 방송법상 방송의 공적 책임과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 실현 의무 등으로 나타난다. 따라서, 공영방송으로서 다양성 강화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 개선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KBS는 다양성을 주요 과제로 인식하며, 중장기 계획에 ‘소수자 포용과 다양성 확대’를 포함시키고 있다. 또한 MBC 역시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의 일반준칙을 통해 ‘차별 금지 및 소수자 보호’를 명시하고, 우리 사회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프로그램에 반영하도록 한다[4].
전통적으로 미디어 다양성은 다양한 콘텐츠가 공급되는 상태를 중심으로 정의되어 왔으나, 이용자의 콘텐츠 선택이 개인화되고, 알고리즘 기반 추천 시스템이 콘텐츠 노출을 매개하는 환경에서는, 공급자 관점이 아니라 무엇이 실제로 이용자에게 노출되고 경험되는가가 다양성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즉, 미디어 다양성은 이용자의 선택 구조와 기술적 매개 방식 속에서 재구성되는 문제임을 시사한다.
2-2 다양성 관점에서의 미디어 재현과 등장인물
미디어 재현(representation)에서의 다양성은 공동체 내 다양한 인구 집단을 골고루 묘사하고 왜곡되지 않게 재현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논의되어 왔다. 미디어 재현에서의 다양성은 소수자에 관한 이슈와도 연관되는데, 주류 미디어가 소수자를 어떻게 재현하는지, 그 속에 왜곡이나 오류는 없는지, 특정 소수자에 대한 스테레오타입(stereotype)과 편견은 어떻게 나타났는지를 보여준다[16].
이처럼 재현에서의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시청자 개인은 미디어상의 등장인물을 통해 사회적 규범을 ‘학습’하고, 미디어 속 등장인물이 다양하면 공동체 내의 감수성을 높이고 갈등과 차별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10]. 거브너(Gerbner)는 미디어가 인종, 젠더, 성적 취향 등의 문제와 관련된 소수자 집단을 현실보다 과소재현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묘사하여 해당 집단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한다고 지적하고 이를 ‘상징적 소멸(Symbolic annihilation)’이라고 명명한 바있다[17]. 터크만과 다니엘(Tuchman & Daniel)은 ‘상징적 소멸’은 미디어가 특정 집단을 아예 등장시키지 않거나(omission)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바가 없는 사소하고도 의미 없는 존재들로 묘사하고(trivialisation), 부정적인 인물로 재현해 비난의 대상이 되도록 구성한다고(condemnation) 보았다[18].
미디어는 여성을 과소재현(underpresentation)할 뿐 아니라 특정 영역에서, 특정 방식으로 존재하도록 허용함으로써 성차별적 미디어 현실을 재구성한다[18]. 남성 장르로 인식되어 온 뉴스는 주로 공적 영역을 다루며, 이는 지배계층이나 남성의 활동과 관련되어 뉴스에서 여성의 보도가 적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다[19]. 현재의 방송뉴스에도 ‘상징적 소멸’의 양상은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데, 성적 소수자의 목소리가 아예 없거나 여성들을 비전문적이고 보조적이며 의존적인 존재로 다루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16].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 국제결혼 등으로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TV뉴스와 신문, 드라마 등 장르에 관계 없이 외국인 이주민들을 사회적 소수자로 위치시키고 이들을 이질적이고 배타적인 존재로 재현하고 있다고 지적된다[20]. 장애인에 대한 재현 자체가 적기도 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관점과 표현 또한 문제다. 미디어가 재현하는 장애인은 능동적 주체라기보다는 감동을 주는 대상이나 소재인 경우가 많고, 장애인의 날 특집 등에서 일회성 이슈로 다루는 경우가 많고, 방송에서의 장애인 뉴스는 미담 중심으로, 대부분의 뉴스가 장애인을 시혜적 관점으로 바라보거나 ‘인간승리’류의 영웅담으로 미화하는 등 편향된 시각에 머무른다는 지적을 받는다[21]. 최근에는 오히려 디지털 공간에서 장애인들이 직접 생산한 콘텐츠에서는 장애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담기면서 주류 미디어의 과소 재현, 왜곡, 타자화에 도전하게 된다[16].
미디어 재현 관점에서 보면 다양성은 단순한 가치 선언이 아니라, 공영방송이 사회 전체를 대표하는 제도로 기능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특정 집단이 얼마나 등장하는가에 대한 양적 수준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불균형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 즉, 양적 대표성에 대한 체계적인 측정이 선행될 때, 재현 방식과 서사적 위치 등 질적 차원의 개선 또한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2-3 콘텐츠 차별화 전략으로서 다양성
기업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경쟁 전략에는 가격 경쟁 전략, 비용 전략과 차별화 전략 이 세 가지가 있다[22]. 방송 산업의 경우 콘텐츠가 가지는 공공재적 성격과 경험재적 특성으로 인해 가격 전략의 적용이 제한적이며, 비용 절감 역시 콘텐츠 품질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선택지가 되기 어렵다. 따라서 방송 및 콘텐츠 산업에서는 차별화 전략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경쟁 방식으로 작동한다.
차별화 전략(Differentiation Strategy)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함으로써 산업 전반에 걸쳐 그 기업의 독특한 경쟁력을 창출하고자 하는 전략으로[23], 다른 방송사들이 만들지 않는 콘텐츠, 경쟁사와는 다른 콘텐츠가 그 전략이 된다. 특히 미디어 산업과 같이 소수의 주요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하는 과점 구조에서는 콘텐츠의 동질화가 발생하기 쉬우며, 이러한 환경에서는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차별화’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특히 플랫폼 경쟁이 심화된 미디어 환경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다양성은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혁신과 창의력이 성장 동력인 미디어 기업은 특히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가 중요하다.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복잡한 문제해결에 필요한 인지적 자원 등의 증가로 인해 혁신 성과가 높아질 수 있다[24]. 특히 다양성을 갖춘 조직 구성은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케 하고, 이는 이용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작동시킨다. 이처럼 경영 측면에서도 다양성은 중요한 가치가 된다. 조직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재무적 성과는 높게 나타나고 구성원의 긍정적인 조직 태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25]. ESG 경영 관점에서 사회(Social) 요소로 인권, 성평등, 다양성 등과 같은 비재무적 가치가 주목되면서, 다양성은 기업에게 기회로 포착된다. 특히 시청자의 다양한 욕구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사회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미디어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4].
최근에는 다문화 사회인 미국, 유럽 등에서 다양성과 포용에 대한 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주요 미디어 기업들은 다양성을 콘텐츠의 품질 향상, 수익 증대로 연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공영방송 BBC는 소위 ‘50대 50 프로젝트’를 2017년 시작하면서, 콘텐츠와 인력 다양성 목표를 여성 50%, B.A.M.E.(Black, Asian and minority ethnic) 20%, 장애인 12%로 설정하고 모니터링한 결과를 연차보고서를 통해 공표하고 있다. 구성원들이 추적 조사 전반에 참여해 실제 변화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만한 점은 ‘50:50 프로젝트’는 수용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가져오는 것으로 확인되었다는 점이다. 2022년 3월 BBC 이용자 2,0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69%가 BBC 프로그램에 여성이 더 많이 출연하는 것을 느꼈다고 답했고, 여성 출연 증가와 관련해 16~24세 여성 응답자의 80%가 BBC 온라인 콘텐츠를 더 즐기게 되었다고 응답함. 특히 16~34세 여성 응답자의 68%가 여성 출연의 증가 때문에 BBC 온라인 콘텐츠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되었다고 밝혔다[26].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는 자발적으로 스크린 앞과 뒤의 다양성을 조사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펼쳐왔다. 넷플릭스는 오리지널 실사 영어권 영화·시리즈(2018~2023)를 대상으로 ① 화면 속 재현(on-screen)과 ② 제작진 구성(behind-the-camera)에서의 성별, 인종·민족, 성소수자, 장애인 포용성 수준을 추적·분석해왔다. 여성 감독·작가·프로듀서가 참여한 작품일수록, 여성 주인공·주요 배역·대사 비중이 유의미하게 높았으며, 대사 보유 인물 기준 소수 인종/민족 비율은 42%로, 미국 인구 구성비(40.7%)와 거의 일치하게 되었다. 이는 2018년 대비 대부분의 지표에서 뚜렷한 개선 추세 확인된다. 제작진 구성에 있어서는 시리즈의 경우 여성 감독 비율이 40% 이상으로 크게 증가하였으며, 소수자 제작진이 참여한 작품일수록, 화면 속 소수자 재현 비율도 높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된다[27].
BBC와 넷플릭스라는 공영방송과 글로벌 OTT라는 상이한 제도적 기반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이 콘텐츠 전략으로 작동한다는 공통점을 보여준다. 다양성의 확대는 규범적 선택일 뿐만 아니라 시청자 풀의 구조적 확대와 정체성 기반 몰입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과적인 양적 수치는 단순한 외형적 변화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집단의 가시성 확대와 서사 참여 기회의 증가로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재현의 질적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공영방송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공영방송이 추구하는 다양성은 공적 책무를 넘어, 시청자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제고하는 전략적 자원으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즉, 다양성은 단순한 ‘포용’의 문제가 아니라, 공영방송이 플랫폼 환경 속에서 차별성을 확보하고 시청자 기반을 확장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다.
Ⅲ. 연구문제 및 연구방법
이와 같은 논의를 종합하면, 미디어 다양성은 전통적으로 공영방송이 추구해야 할 규범적 가치로 이해되어 왔으나, 디지털 플랫폼 환경에서는 콘텐츠 경쟁력과 직결되는 전략적 요소로 재해석될 필요가 있다. 특히 글로벌 OTT 플랫폼이 다양성을 이용자 기반 확장과 콘텐츠 차별화를 위한 전략적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영방송 역시 다양성을 단순한 규범적 가치를 넘어 경쟁 환경 속에서의 핵심 전략 변수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출연진의 성별, 장애, 다문화 등 인구사회학적 구성은 사회적 대표성과 포용성을 반영하는 공익적 지표이면서 동시에, 콘텐츠의 시각과 해석의 폭을 확장하고 시청자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요소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다양성’을 공익적 다양성의 관점에서, 성별, 장애, 다문화 등 인구사회학적 특성을 기준으로 한 출연진 구성의 분포를 의미하며, 각 집단의 출연 비율을 통해 측정하였다.
본 연구는 한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KBS가 2024년 실시한 <다양성 및 포용성 확대 프로젝트>를 사례로 삼아, 공영방송의 다양성 전략이 실제 콘텐츠 구성과 시청자 인식에 어떠한 성과를 가져왔는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본 프로젝트는 우리 사회의 인구학적 현실을 반영하여, 전체 인구 대비 여성 50%, 장애인 5%, 다문화 3%를 목표 비율로 설정하고, 교양 프로그램은 여성, 장애인, 다문화 출연진을, 시사 프로그램은 여성 출연진 구성의 다양성 확대를 실천 전략으로 제시하였다. 공적 가치로서의 다양성 확대를 목표로 하면서도, 이를 재현 개선과 제작 관행 변화라는 구체적 차원에서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연구자는 실천 선언(2024년 3월 3일) 전과 후의 출연진 구성을 비교하였으며, KBS 국민패널을 대상으로 4개 프로그램 이용자들의 다양성 확대에 대한 인식 및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였다.
- RQ1. 공영방송의 콘텐츠 차별화 전략으로서 다양성 확대는 프로그램 출연진 구성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가?
이를 분석하기 위해 실천 선언 4개 프로그램의 출연진(MC 제외) 인구 구성 분포를 분석하였다. 실천 선언 전(2023.11~2024.2)과 후(2024.3~6)의 각 4개월치 출연진의 성, 연령, 장애, 다문화 등을 분류하였다. 이때 장애인 단체 관련자 6명, 이주민 단체 대표 1명도 분류에 포함시켰다. 코딩은 연구자가 다시보기와 제작진이 제공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입력하였다. 분석 대상은 표 1과 같다. 1R 뉴스레터K는 첫 방송을 2024년 1월 1일부터 시작하여, 1~2월과 3~6월을 비교하였다.
- RQ2. 프로그램 출연진 구성의 다양성 확대는 시청자 만족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RQ2-1. 다양성 확대 프로젝트 인식에 따라 다양성 만족도는 어떻게 차이가 나는가?
- RQ2-2. 다양성 확대 프로그램의 재시청 및 추천 의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엇인가?
연구문제 2를 분석하기 위해 해당 프로그램을 시·청취한 국민패널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 조사를 실시하였다.
‘만족도’는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평가, 출연진 및 주제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그리고 다양성 확대가 공정성과 대표성 인식에 미치는 영향 등을 포함하는 구성 개념으로 설정하였다. 다양성 확대 만족도에 대해서는 주제와 출연진으로 나누어 질문하였다. 주제와 관련해서는 대상 프로그램에 대해 “사회적 약자, 소수자 포용(장애, 다문화) 등의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출연진과 관련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골고루 등장하고 있다”, “000 프로그램에는 장애가 있는 출연진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000 프로그램에는 다문화가족, 외국인, 탈북자 등 다양한 민족과 인종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총 5개 문항으로 구성하였으며, 각각 5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또한 다양성 확대 성과와 관련서는 프로그램 재시청, 추천 의향, 인식 개선을 5점 척도로 측정하였다.
Ⅳ. 분석 결과
4-1 출연진 구성의 변화
2024년 3월 3일 KBS의 <다양성 및 포용성 확대 프로젝트> 실천 선언 이후, 분석 대상이 된 4개 프로그램 모두에서 출연진 구성의 다양성이 확대되는 경향이 확인되었다.
특히 성별 구성에서는 모든 프로그램에서 여성 출연진 비율이 증가하였으며,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장애인 및 다문화 출연진 비율 역시 선언 이후 뚜렷한 증가를 보였다.
<아침마당>은 프로그램 특성상 우리 사회 다양한 일반인 뿐만 아니라 소외 계층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출연진이 등장한다. <아침마당>은 실천 선언 전 여성 비율이 33.7%였지만, 실천 선언 이후 43.0%로 늘었으며, 장애인 비율은 2.0%, 다문화 출연진 비율은 3.1%로 증가하였다. 성비의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χ2(1)=10.64, p<.01).
다양한 인물을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인 <지금 이 사람>은 실천 선언 전 성비 불균형과 장애 및 다문화 등 출연진 비율이 낮았으나, 선언 이후 다양성이 확대되었다. 실천 선언 전 여성 비율이 20.8%에 불과하였으나 52.3%으로 크게 늘어났으며 이와 같은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χ2(1)=20.22, p<.001). 또한 장애인 및 장애 관련 전문가의 비율은 0%에서 15.9%로 크게 올랐으며, 다문화 출연진도 3.0%에서 5.8%로 늘어났다.
시사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 전문가 풀이 좁아 남녀 성비의 불균형이 존재한다. <사사건건>은 분석기간 동안 스튜디오에 출연한 전문가 534명 가운데, 여성 비율이 17.1%에서 23.6%로 증가하였다(χ2=3.77, p=0.052). <뉴스레터K>는 분석기간 동안 출연진 800명 가운데, 여성 비율이 26.6%에서 29.3%로 소폭 증가하며(χ2=0.66, p=0.416), 성비 개선의 효과를 거두었다.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다양성 확대 효과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난 반면, 시사 프로그램에서는 그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르별 제작 구조와 출연자 구성 방식의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4-2 출연진 다양성 확대에 대한 만족도
다양성 확대 프로젝트 프로그램을 시청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총 1,006명 가운데 53.2%는 다양성 증가를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사 프로그램 <사사건건>, <뉴스레터K>는 여성 패널 비율 증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인지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다양성 확대‘ 프로젝트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5점 척도에서 평균 3.66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특히 성비 균형 뿐만 아니라 장애인 및 다문화 출연이 확대된 <아침마당>과 <지금 이 사람>의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제와 관련해 프로그램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3.78)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를 포용하는 내용(3.69)도 만족도가 높게 나타났다. 출연진과 관련해서는 성비 균형에 대한 만족도가 컸으며(3.69), 장애인(3.63) 및 다문화(3.62) 구성원 출연에 대한 만족도 역시 컸다. 방송사에 대해서는 다양성 확대 프로젝트로 프로그램 만족도(3.72) 뿐만 아니라 KBS 전반에 대한 만족도(3.66)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그램에서의 ‘출연진 다양성 강화’는 프로그램의 만족도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재시청 의향’을 높였으며(3.9), ‘프로그램 추천 의향’(3.69)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며, 시청자들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 개선(3.71)에서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문제 2-1과 관련해 다양성 확대를 인지한 집단과 비인지 집단 간 만족도의 차이를 검증하기 위해 독립표본 t-test를 실시하였다. 분석 결과, 방송사에 대한 만족도는 다양성 확대를 인지한 집단의 만족도(M=3.87)가 비인지 집단(M=3.42)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t=9.09, p<.001).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는 다양성 확대를 인지한 집단의 만족도(M=3.92)가 비인지 집단(M=3.50)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t=8.64, p<.001). 다양성 확대 프로젝트를 인지하고 있는 집단의 만족도가 인지하지 못하는 집단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 즉, 시청자가 다양성 확대를 인지할수록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으로 형성됨을 보여준다.
연구문제 2-2의 다양성 확대 프로그램의 재시청 및 추천 의향과 관련해 회귀분석을 실시하였다. 재시청 의향을 종속변수로 한 회귀모형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했으며(F=175.48, p<.000), 수정된 R2 값은 .465로 나타나 재시청 의향의 46.5%를 설명하였다. 프로그램 출연진 다양성 확대 노력 만족도: 표준화 계수(β)가 .605(t=25.417, p<.000)로 가장 강력한 정(+)의 영향을 미쳤다. 주제 측면의 다양성 실천 필요성 인식(β=.132, p<.000)과 출연진 측면(β=.098, p<.000) 모두 유의미한 예측 변인으로 확인되었다. 인구통계적 특성으로 연령(β=.068, p=.004)과 성별(β=.059, p=.012) 역시 유의미하였으나, 심리적 만족도 요인들에 비해 상대적 영향력은 낮았다.
다양성 확대 프로그램 추천 의향을 종속변수로 한 회귀모형 역시 통게적으로 유의미했으며, 수정된 R2 값은 .465로 나타나 재시청 의향의 46.5%를 설명하였다. 프로그램 출연진 다양성 확대 노력에 대한 만족도(β=.635)로 나타나 재시청 의향보다 더 높은 영향력을 보였다. 방송사의 다양성 확대 선언 및 실천에 대한 만족도(β=.605)로 매우 높은 유의성을 보였다. 또한 출연진의 다양성 확대 필요성(β=.317)이 주제의 다양성 확대 필요성(β=.215)보다 추천 의향에 더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Ⅴ. 결론 및 함의
본 연구는 KBS의 <다양성 및 포용성 확대 프로젝트>에 참여한 4개의 프로그램을 사례로, 공영방송의 다양성 전략이 프로그램 출연진 구성과 시청자 인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본 프로젝트는 선언적 차원에 머물지 않고 실제 제작 현장에서의 실천을 통해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첫째, 출연진 성비 측면에서 실천 선언 이후 분석 대상 4개 프로그램 모두에서 여성 출연진 비율이 뚜렷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사 프로그램에서의 여성 패널 증가는 전문가 집단 내에서 상대적으로 가시화되지 못했던 여성의 목소리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이는 다양성 확대가 단순한 수적 균형을 넘어, 공적 담론 형성 과정에서 대표성의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교양 프로그램의 경우 장애인과 다문화 출연진의 등장 빈도가 눈에 띄게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변화는 시청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이는 프로그램 장르와 특성에 따라 다양성 확대 전략의 수용성과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며, 특히 교양 프로그램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실험하고 확산시키는 데 있어 보다 유연한 장르적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셋째, 본 프로젝트는 ‘선언’이라는 대내외적 행위가 제작진 내부에서 공유되고 실천될 경우, 기존의 ‘최소한의 준수’ 관행을 넘어 실제 제작 관행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공영방송의 다양성 정책이 규범적 요구에 대한 소극적 대응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시청자 조사 결과를 통해 공영방송의 다양성 확대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긍정적 인식이 이미 일정 수준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넷째, 분석 결과는 단순히 다양성을 실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청자가 이를 ‘인지’하게 만드는 홍보나 브랜드 전략이 시청자 만족도 제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지 집단은 모든 영역에서 4점에 육박하는 높은 만족도를 보인 반면, 비인지 집단은 보통(3점) 수준에 머물렀다. 다양성 실천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용자들이 인지할 수 있는 적극적인 홍보를 펼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출연진 다양성 확대 노력에 대한 만족도가 재시청 및 추천 의향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다양성은 선언적 차원이 아닌 콘텐츠 완성도와 직결된 경쟁력 요소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또한 시청자는 주제의 다양성보다 출연진 구성의 다양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다양성 전략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보다 ‘누가 등장하는가’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나아가 방송사의 다양성 선언 및 실천에 대한 평가 역시 높은 영향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다양성은 콘텐츠 차원을 넘어 조직 신뢰와 브랜드 가치 형성에 기여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결과는 공영방송의 다양성 정책이 공적 책무를 넘어 시청자 경험과 콘텐츠 확산을 동시에 견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다양성 및 포용성 확대를 제작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한 결과, 출연진 구성의 변화는 단순한 수적 조정을 넘어 콘텐츠의 시각과 해석의 폭을 확장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여성 출연진 확대는 시사 프로그램에서 전문가 담론의 지평을 넓힐 수 있으며,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다양한 삶의 경험과 서사를 가시화함으로써 콘텐츠의 정보적·정서적 풍부함을 제고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또한 시청자 설문조사 결과는 이러한 변화가 시청자 인식과 만족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다양성 확대는 소수자 집단을 위한 ‘배려’ 차원이 아니라, 균형 잡힌 정보 제공과 공감 가능한 콘텐츠라는 측면에서 시청자들에게도 유의미한 가치로 인식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OTT 중심의 플랫폼 환경 속에서 공영방송이 다양성을 통해 정체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주목할 점은 다양성 확대 프로젝트와 같은 상징적·제도적 장치가 제작진의 인식과 실천을 자극함으로써 실제 콘텐츠 생산 과정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콘텐츠 전략에서 다양성이 개별 프로그램의 자율적 선택에 맡겨질 때보다, 조직 차원의 명확한 방향 제시와 공유가 있을 때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조직 차원의 명확한 목표 설정과 실행 체계를 통해 제도화될 필요가 있다.
다만 이러한 성과는 모든 장르에서 동일하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시의성과 속보성이 강조되는 데일리 시사 프로그램, 제작진이 출연자 구성에 개입하기 어려운 경연 프로그램 등에서는 다양성 확대의 실행에 구조적 한계가 확인되었다. 또한 현실에서의 전문가 구성 자체가 다양해지지 않고서는 방송에서 이를 실현하기 어렵다는 점도 현실적 한계로 작용한다. 이는 향후 다양성 전략이 일률적인 목표 설정이 아니라, 장르와 포맷의 특성을 고려한 차별적 접근을 통해 설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프로젝트 실행과 결과 분석을 바탕으로 향후 공영방송의 콘텐츠 전략으로서 다양성은 다음과 같은 방향에서 논의될 필요가 있다.
첫째, 교양·정보·시사기획 등 비교적 제작 자율성이 확보된 장르와 제작진이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다양성 프로젝트 실천을 확대하고, 이를 점진적으로 다른 장르로 확산시키는 전략이 요구된다. 둘째, 드라마와 예능과 같이 영향력이 큰 장르에서는 고정 출연자 및 주요 캐릭터 구성에서의 다양성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해, 자연스럽게 시청자 접점을 넓히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출연진 다양성 확보를 넘어, 제작 인력의 다양성 뿐만 아니라 프로그램에 출연‧자문하는 전문가 풀의 다양성을 확장하기 위한 내부적·외부적 연계 전략이 병행되어야 한다. 넷째, 시청자들이 다양성 증진에 따른 효능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시청자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홍보 전략도 함께 병행되어야 그 성과도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확인된 성과는 다양성이 콘텐츠 경쟁력과 공적 가치의 이분법을 넘어, 공영방송의 차별화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향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실행을 통해 그 효과는 더욱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콘텐츠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콘텐츠 생태계 전반 속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콘텐츠에 등장하는 전문가, 패널, 주제의 다양성은 결국 사회 전반의 인력 구조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방송 내부의 제작 관행 개선과 더불어 시민사회, 산업 영역에서의 다양성 증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는 공영방송이 다양성을 반영하는 수동적 매체를 넘어 다양한 사회적 주체를 발굴하고 공론장으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함을 의미한다.
본 연구는 프로젝트에 참여한 KBS의 일부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존재한다. 프로그램 장르와 포맷, 제작 환경에 따라 다양성 전략의 적용 방식과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시사 프로그램의 경우 교양 프로그램에 비해 출연진 다양성 확대의 효과가 제한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단순히 제작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 중심의 출연 구조, 제한된 패널 풀, 시의성과 속보성을 요구하는 제작 환경 등 장르적·구조적 제약에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교양·예능·드라마와 같은 장르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제작 자율성과 서사적 유연성을 활용하여 출연진 및 캐릭터 구성 단계에서부터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설계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시청자 접점을 확장하고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출연진 구성과 시청자 인식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분석함에 따라, 제작 과정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나 조직문화 변화, 장기적인 시청 행태 변화까지는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다. 또한 관찰된 변화가 해당 프로젝트의 효과인지 아니면 동시기 사회적 이슈나 프로그램 특성 등 외생 요인의 영향인지 완전히 구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향후 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방송사와 장르를 포함한 비교 연구를 통해 다양성 전략의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으며,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제작진 인터뷰, 참여 관찰 등 질적 접근을 병행함으로써 실제 제작 현장에서 다양성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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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04년: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언론학석사)
2016년: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언론학박사)
2004년~2010년: 한국방송공사 보도본부
2021년~현 재: 한국방송공사 미디어연구소
※관심분야:방송 콘텐츠, 미디어 산업 및 정책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