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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 |
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4, No. 7, pp. 1413-1422 | |
Abbreviation: J. DCS | |
ISSN: 1598-2009 (Print) 2287-738X (Online) | |
Print publication date 31 Jul 2023 | |
Received 05 Jun 2023 Revised 15 Jun 2023 Accepted 16 Jul 2023 | |
DOI: https://doi.org/10.9728/dcs.2023.24.7.1413 | |
놀이이론 기반 상호작용적 공공미술 연구: <핑퐁텡>을 중심으로 | |
김준서1 ; 김현주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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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융합미디어학과 석사과정 | |
2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융합미디어학과 교수 | |
Interactive Public Art Based on Play Theory: Focusing on “Ping-Fontaine” | |
Jun-Seo Kim1 ; Hyun Ju Kim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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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Master's Course, Department of Convergence Media, Seoul Media Institute of Technology, Seoul 07590, Korea | |
2Professor, Department of Convergence Media, Seoul Media Institute of Technology, Seoul 07590, Korea | |
Correspondence to : *Hyun Ju Kim Tel: +82-2-6953-3174 E-mail: hjkim@smit.ac.kr | |
Copyright ⓒ 2023 The Digital Contents Society | |
Funding Information ▼ |
본 연구는 과거 예술에 대한 반성과 실험을 통해 진화해온 공공미술의 흐름에 대해 살펴보고 현대 공공미술과 동시대 공공미술이 가지는 특징과 가치, 당면한 과제들에 대해 논의한다. 그리고 새로운 공공미술의 대안으로써 조형 언어에 놀이를 통한 상호작용을 접목한 미디어아트 작품 <핑퐁텡>에 대해 이야기한다. <핑퐁텡>은 과거 공공미술이 가지는 조형언어와 동시대 공공미술이 추구하는 대중과의 소통을 놀이이론에 기반해 접목하려는 실험작품이다. 이를 위해 하위징아의 놀이이론과 매직써클 개념을 탐구하고 규칙이 없는 게임형태의 상호작용적 공공예술의 제작을 시도했다. 이러한 시도는 하위징아가 주장하는 인간의 보편적 행위인 놀이와 유희를 작품에 접목하여 과거와 현재의 예술을 연결하고 기술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공공미술의 대안을 제시하는 데 의의가 있다.
In this study, we examined the evolution of public art through reflection and experimentation with traditional art forms, discussing the characteristics, values, and challenges faced by both modern and contemporary public art. We also explored the media artwork “Ping-Fontaine” as an alternative to new public art, incorporating play and interactivity within its visual language. “Ping-Fontaine” is an experimental work that aims to merge the visual language of past public art with the contemporary pursuit of communication with the public through play. We incorporated Huizinga’s play theory and magic circle concept by attempting rule-less, game-like interactive public art. This attempt integrates the universal human activities of play and leisure, as discussed by Huizinga, into the artwork, connecting past and present art while offering a sustainable alternative for public art through technology.
Keywords: Public Art, Interactivity, Play Theory, Huizinga, Interactive Media Art 키워드: 공공미술, 상호작용, 놀이이론, 하위징아,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
공공미술은 조각, 회화와 같은 전통적인 방식에서 대중과의 소통과 담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동시대 공공미술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다. 공공미술의 정의가 미술관을 벗어나 공공장소에 설치되거나 진행된 예술이라는 점에서 커뮤니티 아트, 건축물 미술 장식품, 정부 주도의 작은 미술관 설치사업, 낙후된 공간을 예술로 변화시키는 도시재생사업까지 포함할 수 있다.
공공미술의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과거에 공공미술이 미술관 밖으로 나온 조각과 벽화로 대표되는 미술 장식품이 대부분이었다면 현재는 공공예술의 주체에 대해 질문하고 지역과 커뮤니티의 구성원, 참여자들의 소통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건축물 미술 장식품’이라는 형식의 조각을 기반으로 한 공공 조형물의 과잉팽창에 대한 반성과[1] 사회적 참여나 예술이 속한 공동체의 경험을 중시하는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2]. 이에 따라 동시대 공공미술은 작가 개인의 예술적 표현에서 공공이 함께 할 수 있는 예술적 실천과 탐색에 주목하게 되었고 이후 많은 예술가가 지역의 역사와 문화, 지역민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전시형태로 진화하게 되었다.
저자는 2010부터 시작되었던 우리동네 예술사업을 시작으로 도시재생사업과 장애 예술 프로젝트, 예술축제에 예술가로 참여하면서 소통과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참여형 공공미술을 경험함과 동시에 조형 언어를 실험하는 조각가로 활동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전통적 형식의 조각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 다시 말해 과거 예술이 가지는 형상적 실험과 현재의 공공미술이 가지는 소통과 상호작용의 융합을 고민하게 되었고 그 해결책으로 인간의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행위인 놀이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놀이는 그 행위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필요로 하므로 전통적인 형식을 추구할 수 있으며 동시에 놀이가 가지고 있는 상호작용성을 통해서 동시대 공공미술이 추구하는 소통 요소를 반영할 수 있다.
최근 동시대 미술과 기술 기반의 예술 실천에서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의 개념은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뉴미디어 기술이 접목되어 작품과 관객의 교감에 의해 작품이 경험되는 것을 일컬어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interactive media art)로 부르기도 한다[3]. 본 논문에서 상호작용(interaction)은 관객이 작품 및 작품의 맥락과 지니는 관계적 행위를 뜻하며, 하나의 작품이 상호작용적(interactive)이라는 의미는 관객이 작품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작품의 형태 및 움직임 등의 양상에 영향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경우를 의미한다. 작품의 상호작용성은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가능할 때 지니는 작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본 작품 연구에서는 상호작용하는 조각, 과거와 동시대 예술의 융합을 목표로 <핑퐁텡>이라는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이는 불특정 다수가 전통적 방식의 조각을 경험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공공미술의 상호작용 방식을 도입해 해결하려는 실험이었으며, 동시에 하위징아의 매직써클이론을 도입해 규칙이 없는 게임 형태의 참여형 예술의 시도이기도 했다.
본 연구는 예술에서의 놀이요소에 주목하여 과거와 동시대 공공미술의 간극을 줄이고 융합하는 방법 모색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공공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동시대 공공미술이 당면한 과제를 논의함으로써 전통적 조형형식과 대중과의 상호작용이 융합된 새로운 공공미술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하위징아의 놀이이론과 매직써클의 개념을 통해 사회, 문화적으로 놀이가 가지는 의미를 되짚어보고 예술에서 놀이가 가지는 의의에 대해 탐색해 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작품 <핑퐁텡>을 통해 공공미술에서 과거 조형적 형식과 대중과의 상호작용의 결합에 대해 하위징아의 놀이 이론에 비추어 이야기하고 작품에 참여한 관객의 특성과 관찰 결과를 통해 공공미술의 나아갈 방향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위와 같은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공공미술에 대한 정의와 탄생의 배경을 조사하고 전통적인 공공미술인 조각과 벽화에서 참여하는 예술 형태로 초점이 이동하는 과정을 검토함으로써 공공미술의 진화과정을 이해하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서 고찰한다. 동시에 한국에서의 공공미술의 특징과 변화 과정을 조사하고 과거의 공공미술과 동시대 공공미술과의 간극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또한 하위징아의 놀이이론과 매직써클 개념을 탐구하고 예술에서 놀이가 적용된 공공미술의 사례를 조사함으로써 작품 <핑퐁텡>이 만들어진 배경과 형식적 특징, 관객의 참여방식을 분석한다. 이로서 전통적 예술과 동시대 공공미술 융합의 가능성을 궁극적으로 모색하고자 한다.
공공미술은 공공장소에 의도적으로 설치되어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고 광범위한 청중과 소통할 수 있는 예술적 표현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는 조각, 벽화와 같은 전통적인 형태뿐만 아니라 사회적 참여, 소통 및 다양한 예술적 방법을 강조하는 동시대 공공미술의 형태가 포함된다. 공공미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성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장식과 기념 목적에서 사회적 참여와 다양한 예술적 방법을 강조하는 형식으로 발전해 왔다[4].
공공미술의 진화과정을 서양미술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권력과 부를 보여주는 고대 공공 예술에서 예술적 표현과 종교적 주제에 중점을 둔 르네상스 및 바로크 공공 예술;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현실을 반영하는 현대(modern) 공공 예술; 사회적 참여, 협업 및 다양한 예술적 방법을 강조하는 동시대(contemporary) 공공 예술로 구분할 수 있다[4].
공공미술을 구분하는 다른 시각으로는 ‘건축 속의 미술’과 ‘공공장소에서의 미술’, ‘공공관심으로의 미술’에서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로 구분할 수 있다[5]. 먼저 ‘건축 속의 미술’은 미술작품을 통한 정부 건물의 미적 가치 추구를 목적으로 설치된 조각, 회화 위주의 작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미국 연방정부 공공시설청(CSA) ‘건축 속의 미술 프로그램’(1963년)을 통해 연방정부는 건물 신축 시 공공미술 비용을 의무화하여 미술관 밖에서도 대중들이 예술가의 작품을 접할 수 있게 하였다. ‘공공장소에서의 미술’의 시작 배경에는 공원, 광장 같은 공공의 공간에 관한 관심과 공공미술의 가치가 공공장소의 맥락에 적합한 미술로 변화되면서 미술과 삶의 결합을 지향하는 미술로 발전하게 된다. NEA ‘공공장소 속의 미술 프로그램’(1967년), 자치단체의 ‘미술을 위한 퍼센트법’(1967)과 같은 제도적 지원에 의한 공공미술은 미술관이나 화랑에 전시되는 미술품과 다른 양상의 미술로 발전하게 된다. ‘공공관심으로의 미술’은 공공미술을 통한 도시 공공 장소의 인간화와 네트워크화를 목적으로 하며 조각과 회화와 같은 예술작품에서 도시 디자인, 가로시설물, 공원 설계, 문화시설, 문화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공공미술의 영역을 확장했다.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은 광범위하고 다양한 관객과 함께 그들의 삶과 사회 문제들에 관해 담론을 형성하고 상호작용하는 시각예술로 정의되며, 미술을 통한 시민 간의 커뮤니케이션 확대와 시민 문화공동체 형성이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게 되었다[5].
이처럼 공공미술 개념의 변화는 사회적, 역사적 흐름을 반영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제도적 지원에 따라 그 양상이 달라졌다. 또한 조각과, 회화와 같은 전통적 형식에서 시각 예술 밖의 표현형식까지 확장해, 개인의 미적 실현에서 공공과의 소통으로 그 가치가 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공공미술을 위에 언급한 내용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현대 공공미술과 동시대 공공미술이 혼재된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다시 건축과 공공장소에서의 미술에서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로 진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 공공미술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공동주택과 도시에 설치된 건축물 미술 장식품이다. 건축물 미술 장식품의 75%가 조각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건축물 외부에 설치되는 벽화와 실내에 설치되는 회화, 부조들이 나머지를 차지한다[5]. 현대 공공미술의 형태를 가진 건축물 미술 장식품은 사실적인 표현보다 추상성을 추구하며 작품의 형태와 색상 구성 그리고 새로운 재질과 형식적 표현기법에 집중하였다. 또한 개별 예술가의 시각적 예술 실험을 중요시했으며 이에 따라 대부분은 작가의 작품이 확대된 형태로 공공장소에 설치되는 형식을 취하였다. 건축물 미술 장식품은 지금까지도 공공미술을 대표하는 예술 장르로 유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건축물에 미디어 파사드가 설치되면서 미디어 아트도 미술 장식품에 편입되고 있는 추세이다. 미디어 아트의 경우, 1997년 경기에서의 2점 설치를 시작으로 1999년까지 총 8점의 작품이 설치되었다. 2000~2010년에는 총 14개로, 2011~현재까지 총 121개로 작품설치가 증가하였다. 2022년 한 해만 22개의 미디어 작품이 설치되었다[6].
건축물 미술 장식품의 시작은 1982년 제정된 문예진흥법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법의 내용은 신축 건축물의 건축비용 1%를 미술 장식품에 배정함으로써 예술가의 예술활동 지원과 공공미술의 활성화 그리고 예술의 발전 도모를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법의 취지와는 무관하게 공공미술의 질적 향상보다 양적 팽창을 초래했으며 지역적 특성과 공공과의 소통을 배제한 채 조각과 벽화 형태로 전국에 번지기 시작했다. 법적 허점도 존재하는데, 3년의 유지보수 기간이 지나면 법적 관리주체가 모호해지며 일부 지역의 관공서만이 관리대장을 만들어 보존관리를 하는 실정이다[7]. 이 또한 파손되거나 오염된 상태로 방치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의 공공미술은 지역의 랜드마크가 아닌 흉물로 자리 잡게 되는 상황도 발생하였다(그림 1).
이러한 문제에 대해 예술가들은 공공미술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으며 수잔 레이시(Suzanne Lacy)의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 (New Genre Public Art)』로 촉발된 소통과 커뮤니티 형태의 공공미술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하였다[2]. 이는 다시 동시대 공공미술로 정의할 수 있으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참여와 소통을 목적으로 한 예술 프로젝트, 지역 예술사업, 예술 축제, 공연 등은 여기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 동시대 공공미술이 가지는 대표적인 특징은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커뮤니티 구성원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점이며 예술가를 포함하여 지역 사회 구성원과 기타 협력자 사이에서 소통과 관계에 중점을 둔다는 점이다. 그리고 특징은 전통적인 방식의 결과물 생산보다 활동하는 과정 그 자체를 중요시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8].
수잔 레이시의 『새로운 장르의 공공미술』로 상징되는 동시대 공공미술은 기존 공공미술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사회적 협력과 참여를 촉진하는데 이바지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존재했다. 참여형 공공미술은 사회적, 윤리적 문제를 우선시하기 때문에 예술의 시각적, 형식적 측면이 소홀하게 되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다[9]. 미술사학자이자 비평가 클레어 비숍(Claire Bishop)은 미적 경험이 비판적 사고, 성찰, 심지어 정치적 행동을 유발할 수 있어서 참여 예술에서 미학적 접근은 중요하다고 말한다[9].
또한 커뮤니티와의 소통 과정에서 예술가의 착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참가자의 목소리나 필요를 고려하지 않고 예술가의 목적을 위해 도구로써 사용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10]. 그리고 단기적 프로젝트로 끝나는 문제점도 동시대 공공미술이 당면한 과제 중의 하나이다. 많은 동시대 공공미술이 예술가의 일시적 개입으로 설계되었고 짧은 기간의 공연, 예술 프로젝트, 아카이빙 전시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프로젝트 종료 후 진행됐던 금전적, 물적 자원이 폐기돼버리거나 프로젝트가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고 종료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11].
마지막으로 동시대 공공미술의 급진적인 변화는 현대 미술과 동시대 공공미술 사이에 소통의 단절로 이어지게 되었고 이분법적인 생태계를 만들게 되었다. 현대 공공미술에서는 소통이 동시대 공공미술에서는 지속성과 미적 형식에 관한 질문이 과제로 남게 되었다.
저자는 과거 예술의 형식적 접근과 동시대 공공미술이 가진 상호작용성을 통합함으로써 새로운 공공미술의 진화를 고민하였고 그 실마리를 놀이에서 발견하였다. 이는 장애 예술 프로젝트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설치한 작품 <탁구대 폭포>에서 출발한다(그림 2).
<탁구대 폭포>는 동시대 공공미술이 추구하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 참여와 상호작용적 요소가 반영되어 있으며 이를 위해 제작된 설치물에서 조형적 실험과 놀이의 기능성을 포함한다. 이는 전통적 예술과 동시대 예술과 융합 가능성의 발견이었으며 놀이라는 형식이 과거와 현재의 미술을 연결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의 놀이이론[12]은 그의 저서 Homo Ludens: A Study of the Play-Element in Culture(1938)에서 논의되었다. 그에 따르면 놀이는 인간 문화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측면이며 우리의 제도, 의식 및 사회적 상호 작용을 형성한다. 하위징아가 말하는 놀이는 일상생활과 분리된 정의된 공간과 시간 내에서 일어나는 자발적인 활동으로 정의된다. 그리고 놀이의 핵심 요소로 규칙, 자발성, 본질적인 즐거움을 언급한다[12].
놀이는 외부의 힘이나 의무에 의해 강제되지 않는 자발성을 추구하는데 이는 공공미술에서 예술가가 지역 커뮤니티 구성원의 자율적 참여를 중요시하며 개인의 이익보다 예술 활동의 과정에서 예술가를 포함한 커뮤니티 구성원 모두가 만족을 추구하는 점과 유사하다. 규칙은 놀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화된 환경을 만들고 놀이 경험과 외부 세계 사이의 경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하며 이는 공공미술에서 관객과 상호작용을 하기 위한 일련의 장치와 기술을 사용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놀이는 평범한 일상에서 책임과 구별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공공미술은 불특정 다수의 참여를 촉진 시키고, 작품의 감상과 이해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일상과 단절된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준다는 점에서 놀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하위징아에 따르면, 놀이는 본질적으로 '자체적인 목적성'을 지닌 행동이며, 이는 놀이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그는 놀이를 "자유로운 활동"으로 정의하며, 이는 "생활의 보통 흐름에서 구분되고, 정확한 시간과 공간 내에서 진행되며, 즉각적인 만족감과 목적성을 가진 순간"이라고 설명한다[12].
하위징아는 위에 언급한 요소뿐만 아니라 긴장, 불확실성, 가상의 요소(믿음과 상징)의 필요함을 강조하기도 하는데 특히 믿음과 상징은 예술가가 만든 전통적인 조각과 설치작업이 이에 포함될 수 있으며 동시대 공공미술이 표현하는 결과물들에서 은유와 상징이 포함된 영상과 사진들 역시 여기에 해당한다.
하위징아는 놀이를 단순히 개인이나 심리적 경험이 아니라 시간, 연령, 사회적 경계를 초월하는 문화적 현상으로 바라보았다. 즉, 놀이는 모든 인간 문화에 걸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언어, 예술, 종교, 법률 및 기타 사회 제도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예를 들어 사회적 의례와 예식은 참가자의 행동 및 역할을 지배하는 특정 규칙, 관습 및 규약을 따르게 되는데 이러한 규칙은 게임과 스포츠에서 규칙이 놀이를 지배하는 방식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놀이이론의 매직써클(Magic Circle) 개념은 일상에서 벗어난 공간이나 시간으로, 그 안에서는 일상의 규칙이나 제약이 적용되지 않으며 참여자들이 놀이에 몰입하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상황을 상징한다. 매직써클 내에서 참여자들은 일상과는 다른 규칙과 행동 양식을 따르며, 놀이를 통해 사회적 경험을 쌓고 상호작용할 수 있다[12].
하위징아의 ‘매직써클’ 개념은 커뮤니티 참여, 상호 작용 및 비판적 사고를 촉진하는 경험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동시대 공공미술이 추구하는 가치와 맥락을 함께 한다고 볼 수 있으며 동시에 규칙과 형식을 통해 놀이가 생성된다는 점에서 형식이 매직써클의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다음에 소개하는 매직써클과 놀이의 개념이 적용된 공공미술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일상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을 구축하고 놀이를 통해 작품과 불특정 다수와 상호작용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또한 놀이를 통해 유희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능을 통해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에 쉽고 명확하면서도 단순한 규칙을 포함한다.
<Play Me, I'm Yours>(2008)는 영국 예술가 루크 제럼(Luke Jerram)이 만든 국제적인 공공 예술 프로젝트이다(그림 3).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사람들이 연주하고 즐길 수 있도록 피아노를 배치하여 공공장소에서 자발적인 상호 작용, 창의성 및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작용을 한다.
<Play Me, I'm Yours> 작품은 “Play Me, I'm Yours”라는 간단한 문구와 함께 공공장소에 피아노를 배치하는 설정이다. 초대를 통해 모든 연령, 배경, 연주 기술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피아노를 사용하고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공공장소를 일시적인 놀이와 소통을 만드는 공간으로 변화시킨다.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피아노는 지역 사회에서 기부를 통해 조달되며 설치된 피아노는 지역 예술가나 커뮤니티 그룹이 예술적으로 장식하여 시각적 요소를 피아노에 추가하였다. 피아노는 정기적인 조율과 수리를 통해 프로젝트 기간 내내 유지 관리된다. 2008년 시작된 이래 <Play Me, I'm Yours>는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시드니, 상파울루 등 전 세계 60개 이상의 도시로 퍼져나갔다. 총 1,900대 이상의 거리 피아노가 설치되었으며 천만 명의 사용자가 참여하였다.
여기에 기술을 접목한 상호작용을 극대한 매직써클 요소를 담은 공공미술의 예로 <Musical Swings>(2011)을 들 수 있다. <Musical Swings>는 몬트리올에 기반을 둔 디자인 스튜디오 Daily tous les jours에서 만든 공공미술로 "21 Balançoires"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Musical Swings>는 움직일 때 각각 다른 음표를 생성하는 그네를 표현한 대화형 공공미술 설치물이다(그림 4).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함께 그네를 타며 조화로운 멜로디를 만들며 낯선 사람들 사이의 협업과 소통을 유도한다. 이 설치물은 작품을 통한 소통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이 일상 세계와 분리된 놀이를 위한 매직써클을 만든다. 이 설치물은 음악적 능력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함께 음악을 연주하고 창작하도록 고안되었다. 이는 사람들에게 자발적 참여를 만들고 소리를 통해 유희를 만들어 내는 방식으로 함께 상호작용하는 경험을 만든다. <Musical Swings>는 뉴욕 타임스퀘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파리 라빌레트 공원 등 전 세계 곳곳에 설치됐다. 그들은 음악 축제, 미술 전시회, 공공장소에서 인기 있는 작품이 되어 모든 연령과 배경의 사람들을 참여시켰다. <Musical Swings> 상호작용적 가치 외에도 놀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창조할 수 있는 놀이를 통한 공공미술의 사례로 볼 수 있다.
공공미술과 매직 써클, 참여형 공공 예술 설치의 또 다른 예는 아티스트 젠 르윈(Jen Lewin)의 <The Pool>(2008)이다. <The Pool>은 밟을 때 빛을 발하고 색의 잔물결을 만드는 대규모 인터렉션 설치 작품이다. 참가자들이 플랫폼에서 걷거나 춤을 추거나 점프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빛과 색상의 디스플레이를 함께 만들게 된다(그림 5). <The Pool>은 모든 연령대와 계층 간의 상호 작용을 추구한다. 참가자는 설치물을 탐색하면서 매직 써클에 들어가 일상을 초월하는 놀이와 낯선 이와의 공유 경험에 참여한다. 작품은 개인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집단 놀이의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 설치물은 또한 한 사람의 움직임에 의해 생성된 빛과 색상의 패턴이 다른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동체 의식과 협력을 유발한다. 이 상호작용은 참여자들이 의사소통하고 협력하도록 유도하여 공유된 놀이 경험을 통해 연결을 만들어 낸다[13].
이처럼 공공미술에서 하위징아의 놀이이론과 매직써클은 관객의 자율적인 참여와 다양한 계층과의 연결을 만들며 공유된 놀이를 통해 작품과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유발한다. 작품 <핑퐁텡> 역시 놀이를 통한 자발적 관객 참여와 상호작용을 목표로 제작하였으며 매직써클을 구축하기 위해 탁구공이 솟구치는 분수대 형상을 만들고 센서가 달린 탁구채를 통해 각자 자신만의 목표와 규칙을 만들 수 있게 유도하였다.
<핑퐁텡>은 수많은 변수가 모여 만들어 내는 미디어 조형물을 목표로 기획되었다. 장식적 조각을 상징하는 분수와 기술을 통해 관객과의 상호 작용을 구축함으로써 상호작용하는 조각, 미디어 조형으로써 새로운 공공미술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핑퐁텡>은 시스템과 개체 그리고 상호작용이라는 큰 키워드를 가지고 있다. 시스템은 센서에 반응하는 바람과 탁구공을 순환시키는 장치이며 개체는 게임에 참여하는 관람객과 탁구공이다. 여기에 관객이 참여함으로써 시스템, 개체, 변수들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유희는 하나의 게임이면서 현실의 삶을 대변한다.
이전의 작품인 <탁구대 폭포>와 <핑퐁텡>의 대표적인 차이는 조형적 형상과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들 수 있다.
<탁구대 폭포>는 예술 축제 “배리어프리 플레이그라운드”에서 하루의 축제 기간 동안 사용될 수 있도록 기능성을 목적으로 설계되었으며 재질 선택과 조형적 고민이 배제된 채 제작되었다. 하부레이어의 지지대와 공을 순환시키는 파이프 등 모든 구조가 노출 형태로 제작되었고 직선적 형태를 지닌다. 또한 형태적으로 탁구대를 형상화했기 때문에 관객은 게임으로서 공을 치는 행위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반해 <핑퐁텡>은 곡선 형태의 분수대를 형상화하였으며 공을 순환시키는 시스템을 내부에 숨겨 조형적 완성도를 높였다. 이는 관객에게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시킴과 동시에 놀이로서 다양한 접근방식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탁구공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 행위에 집중하거나 공을 집어넣고 순환을 관찰하는 모습이 탁구대 폭포와의 차이점으로 볼 수 있다.
상호작용에서도 차이는 존재한다. 탁구대 폭포에서 개개인이 공을 쫓는 행위에 집중했다면 <핑퐁텡>에서는 관객 사이의 상호작용을 만들어 냈다. 탁구채에 설치된 자이로센서의 동작 방식은 상호 보완적인 형태로 설계되어 있어 함께 탁구채를 휘둘렀을 때 더 높은 가속도 값을 출력할 수 있다. 실제 관객들은 호흡을 맞춰 탁구채를 휘두르는 모습을 보였고 공을 쫓기보다 같이 힘을 합쳐 공을 높이 올리는 행위에 집중했다. 그리하여 낯선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함께하는 행위를 통해 유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핑퐁텡>은 조형적 완성도와 기능성과의 균형 그리고 관객 참여를 목표로 하였다. 이를 위해 하위징아의 놀이이론에서 자발성과 무목적성, 유희 추구, 매직써클의 개념을 통해 관객의 참여와 몰입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을 통해 놀이 유희를 생성하며 기술 융합을 통해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고민하였다. 이를 위해 조각의 형태적 접근과 놀이를 위한 기능적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였다.
<핑퐁텡>에서 순환 시스템은 기능적으로 탁구공을 모으는 포집부와 팬으로 구성되어 있다. 포집부는 중앙을 중심으로 공이 모일 수 있도록 곡선 형태이며 중앙에는 공을 순환시킬 수 있는 팬과 깔때기 모양의 덕트가 존재한다(그림 6).
탁구공은 분수에서 물이 솟구치는 모습처럼 팬의 바람에 의해 위로 솟구치는데 이는 다시 포집부에 모여 순환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공의 충돌과 반동의 범위, 그에 따라 생성되는 적절한 탁구공 소리를 구현하기 위해 포집부 레이어를 재질과 두께의 변화를 주며 테스트하였고 최종적으로 6mm MDF를 사용하여 포집부를 제작하였다. 순환 시스템은 <핑퐁텡>의 놀이를 위한 핵심 요소이자 형상의 뼈대 역할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분해 설치가 쉽도록 8개의 모듈로 제작해 프로젝트 종료 후에도 보관과 재사용이 쉽게 하였다.
<핑퐁텡>의 순환시스템과 함께 작품의 형식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조형요소를 추가하였다. 이점이 이전의 <탁구대 폭포> 작품과의 차별점이다. 장식 조각과 분수를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레이어와 기둥, 테두리의 형상을 구성하였다. 또 조각의 관점에서 레이어의 비례와 기둥 형상, 몰딩의 배치를 고려하여 설계하였다. 동시에 <핑퐁텡>에 참여하는 관람객의 시선과 높이, 공의 방향과 각도와 같은 기능적 균형을 함께 고민하였다. 재료는 구조적인 안전성을 위해 가볍고 대형 조형 표현이 가능한 EPS 가공으로 진행하였다. <핑퐁텡>의 조형 요소도 순환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보관과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8개의 모듈과 3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조립과 분리가 어렵지 않도록 설계하였다(그림 7).
<핑퐁텡>에서 상호작용성은 탁구채와 팬과의 데이터 통신으로 이루어진다(그림 8). 탁구채에는 자이로센서 인터페이스(그림 9)가 설치되어 관람자가 탁구채를 휘둘렀을 때의 가속도 변화를 팬의 PWM 인터페이스와 연동되어 바람의 세기에 변화가 생긴다. PWM 인터페이스는 8개의 탁구채와 연동되며 각 탁구채의 가속도 변화 값을 가감해서 동작한다. 예를 들어 1명보다 4명이 동시에 탁구채를 휘둘렀을 때 팬 최대 풍속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핑퐁텡>에서 핵심 요소는 관객의 자발적 참여와 스스로 놀이를 만드는 행위에 있다. 이를 통해 작품과 불특정 다수의 관람자와 상호작용과 놀이 유희가 완성될 수 있다.
많은 관람객과 다양한 변수들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핑퐁텡>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직관적인 상호작용이었다. 이를 위해 놀이 형태로 작품에 참여를 유도했고 직접적인 개입 없이 관찰자의 관점에서 작품과 관람객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 그리고 이것은 관람객 자신의 행위를 통해 변화를 발견하고 행위를 반복하게 하며 지속적으로 게임에 참여하게 만드는 동기가 되었다. 8일의 전시기간 동안 다양한 연령과 성별이 참여하였으며 하위징아의 놀이이론에 핵심 요소인 자발적 참여와 유희의 생성을 위한 불확실성, 무목적성에 초점을 맞춰 관찰하였다.
참여자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를 일으키기 위해 탁구공이 낮은 높이로 순환하는 분수대를 설정하였고 입구에 탁구채를 설치했다. 이는 시각적인 호기심을 일으키고 작품에 다가가는 동기를 만들었다. 동시에 간단한 이미지 형태의 매뉴얼(그림 10)을 두어 참여자가 특별한 설명 없이 탁구채를 들고 자발적으로 게임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였다.
하위징아의 놀이이론에서 놀이 유희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매직써클을 구축하는 핵심 요소이다. <핑퐁텡>에서는 불확실한 상황, 즉 변수들을 통해 놀이 유희를 만들고자 하였다. 관람객은 탁구채를 들고 공간으로 들어오는 순간 처음에는 떨어지는 공을 쫓거나 치는 행위에 집중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행위를 통해 공의 운동 값에 변화를 인지하게 된다. <핑퐁텡>에서 변수는 제어할 수 있는 변수와 그렇지 않은 변수 두 가지가 있다. 제어할 수 있는 변수는 관람객의 참여와 환경에서 맞게 조절해 나가고, 제어할 수 없는 변수는 제거하지 않고 우연을 만들어 내는 요소로 남겨두었다. <핑퐁텡>에서 제어 가능한 변수는 공을 배출하는 바람의 속도와 센서의 민감도였고 반대의 변수는 설치 공간의 자연 바람, 공이 튀어 오르는 각도와 방향이었다. 그리고 이런 변수들의 조합으로 탁구공은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튕기거나 순환하였고 이를 통해 놀이 유희가 만들어졌다.
분수대에 설치된 RF 데이터 수신기는 탁구채에 설치된 자이로센서의 변화 값을 PWM 모터제어에 반영한다. 자이로센서의 변화 값은 참여자의 수만큼 가감되는데 가령 3명의 참여자가 동시에 탁구채를 휘두른다면 그 값이 더해져 최댓값에 빠르게 근접할 수 있다. 참여자는 시각적으로 높이 솟구치는 탁구공을 보면서 다른 참여자들과 동시에 탁구채를 휘두르는 행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함께 같은 행위를 함께 반복하면서 관람자들은 상호작용과 놀이 유희를 만들어 냈다(그림 11).
마지막으로 하위징아의 놀이이론에서 목적성에 집중하여 관객을 관찰하였다. 처음에는 참여자에게 목표를 제시하는 것은 동기부여와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분수대 위에 교회 종, 표적 형태의 사인물, 골네트 형태로 목표를 계획지만 정해진 목표는 다양한 참여자들의 놀이를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유보하였고, 관람자 스스로가 각자의 목표를 만들고 행동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령과 성별에 따라 참여하는 모습은 다양했다. 아이 대부분은 공을 분수대에 집어넣고 자신이 선택한 공이 떨어지는 것을 찾는 행위에 집중하였고, 성인 남성들은 센서 작동 원리를 파악해 공을 높이 솟구치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일부 여성들의 경우 분수대를 두고 그 안에서 다른 참여자들과 놀이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림 12).
8일의 전시기간 동안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관객들이 <핑퐁텡>에 참여하였으며 총 152명 참여자의 상호작용을 관찰할 수 있었다. 기록방식은 작가 개인적 관찰과 QR코드를 통한 설문지작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였으며 성별, 연령별 참여방식을 관찰하고 기록하였다.
연령별로 참여 특징과 성격을 분석해보면 8세 미만의 아이의 경우 공과 탁구채 탁구공의 순환에 흥미를 느끼고, 남아는 공을 탁구채로 치는 행위에 여아의 경우 시각적 관찰과 공을 분수에 집어넣는 행위에 집중했다. 가장 적극적인 참여와 놀이를 만들어 낸 연령층은 중, 고등학생이며 불특정하게 솟아오르는 공을 쫓거나, 공을 치는 행위는 물론 센서 동작을 통해 공을 높이 올리는 놀이까지 다양한 형태로 참여하였다. 20대 이후 연령대에 공통으로 드러나는 부분은 남성이 센서의 동작 원리를 파악하고 작품과의 상호작용에 집중하고, 여성이 탁구공을 치며 주변 참여자와의 놀이에 집중하는 점이다.
탁구공과 센서, 순환 시스템과 변수가 만들어 내는 <핑퐁텡>의 매직써클 안에서 관람객은 놀이요소를 발견하고 다양한 형태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규칙을 정하지 않음으로 관람객 스스로가 놀이를 만들어 냈고 연령대와 성별에 관계없이 불특정 다수의 관객이 참여하고 놀이로 유희할 수 있는 동기로 작용하였다.
<핑퐁텡>은 하위징아의 놀이이론을 반영하여 조형성과 상호작용의 융합을 시도했으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놀이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조각이라는 새로운 조형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age | observed characteristics | examples |
---|---|---|
~8 | • Different participation styles based on gender • Simple actions • Visual observation |
• Playing with a table tennis paddle to hit the table tennis ball. • Observing the circulation of the ball as part of the play. • Showing interest in the fallen table tennis balls. |
9~18 | • Active participation • Complex and diverse play actions |
• A game of putting the ball outside the fountain back in. • Using sensors to raise the height in the game. • Putting the floor balls into the fountain. |
20~40 | • Different participation styles based on gender • Focused on collaborative actions • Passive participation |
• Group activity of raising the ball height using sensors. • In the case of individual participation, exhibiting passive participation. |
40~ | • Different participation styles based on gender • Focused on collaborative actions • Passive participation |
• Group activity of raising the ball height using sensors. • In the case of individual participation, exhibiting passive participation. |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살펴본 공공미술의 역사는 과거 조각을 중심으로 한 공공미술에서 공공의 참여와 소통을 촉진하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공공미술로 진화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공공미술이 가지는 문제점 (예술가 중심적이며 공공과의 소통 부재)에 대한 반성과 대안 찾기에서 출발했으며 형식을 무너뜨리고 공공과의 협업을 통해 사회적 담론과 예술가의 역할을 새롭게 만들었다. 하지만 급진적인 변혁의 과정은 전통방식의 예술과 동시대 공공미술의 간극을 만들어 냈으며 둘의 관계는 소통할 수 없는 다른 장르의 예술로 각자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이것은 다른 의미에서 과거와 현재의 단절이며 세대 간의 소통방식의 문제처럼 보일 수도 있다. 과거 공공미술과 동시대 공공미술의 결합은 세대 간의 연결과 지속할 수 있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새로운 공공미술의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인간의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인 놀이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핑퐁텡>이라는 매직써클을 구축하였다. 과거 장식 조각의 상징인 분수와 기술을 매개로 한 상호작용을 통해 관객은 자신만의 놀이를 발견하고 참여자와 소통을 통해 유희를 만들어 간다. 작품의 형식적 완성도와 키네틱 요소는 관객에게 시각적 흥미를 유발해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모듈 형태의 작품설계는 분해, 보관을 가능하게 하여 지속 가능한 공공미술로서 대안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핑퐁텡>의 규칙 없는 놀이는 참여자 각자의 놀이유희를 찾게 만들며 이를 관찰함으로써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공공미술로의 발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었다. <핑퐁텡>에서의 규칙이 없고 자율적인 참여 요소는 때로는 작품의 훼손으로 연결되기도 하였는데 탁구채를 던지거나 작품에 올라타는 등의 문제에 대해 통제와 규칙이 불가피해 보였다. 이는 관객의 자율적 참여, 유희 생성 그리고 작품 유지보전의 사이에서 어디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 생각해보게 만드는 과제이다. 또한 많은 관객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아트페어와 함께 진행된 전시에서 특정 공간에 한정된 전시설치는 예술 관계자 위주의 참여로 이루어져 작품의 지속성 확보와 다양한 계층의 데이터 수집과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공간에서의 설치와 게릴라성 전시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본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년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고, 논문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일반공동 연구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이다(NRF-2020S1A5A2A03045921).
1. | H. M. Jung, “One Thing after Another in One Place: After ‘New Genre Public Art’,” Journal of History of Modern Art, No. 47, pp. 141-172, 2020. |
2. | S. Lacy, “Time in Place: New Genre Public Art a Decade Later,” In The Practice of Public Art, Routledge, pp. 32-46, 2008. |
3. | H. J. Kim, “An Interdisciplinary Study for Analysing the User Experience of Interactive Media Art,” Contents Plus, Vol. 17, No. 3, pp. 129-149, June 2019. |
4. | C. K. Knight, Public Art: Theory, Practice and Populism, John Wiley & Sons, 2011. |
5. | C. K. Park and H. M. Yang, “Public Art and the Publicness of Art,” Culture Science Magazine, Vol. 53, pp. 95-125, 2008. |
6. | Public Art Portal. 2023 [internet]. Available: https://www.publicart.or.kr/statistics/genreStatistics.do |
7. | T. Kang, A Study on the Current Status and Improvement Measures of Artistic Decoration in Buildings, Seoul: Korean Cultural Policy Institute, p. 4, 1998. |
8. | C. Bishop, “The Social Turn: Collaboration and Its Discontents,” Artforum, Vol. 4, No. 46, February 2006. Available: https://www.artforum.com/print/200602/the-social-turn-collaboration-and-its-discontents-10274 |
9. | C. Bishop, Artificial Hells: Participatory Art and the Politics of Spectatorship, London: Verso Books, 2023. |
10. | G. H. Kester, Conversation Pieces: Community and Communication in Modern Art, CA: Univ. of California Press, 2004. |
11. | T. Barnett, “Dialogues in Public Art,” The Oral History Review, Vol. 28, No. 2, pp. 162-164, 2001 |
12. | J. Huizinga, Homo Ludens, Editora Perspectiva SA, 2020. |
13. | E. Sun, “The Importance of Play in Digital Placemaking,” in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AAAI Conference on Web and Social Media, Vol. 9, No. 2, 2015. |
저자소개
2008년:홍익대학교 조소과 (미술학사)
2011년:일본 타마대학교 (MFA-Sculture)
2020년~현 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융합미디어학과 석사과정
※관심분야:미디어아트(Media art), 키네틱 아트(Kinetic art), 피지컬 컴퓨팅(Physical computing) 등
1996년:포항공대 산업공학과 (BS)
2004년:미국 시라쿠스대학교 (MFA-Computer Art)
2016년: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박사수료 - 디지털미디어문화)
2005년~2009년: 매사추세츠대학 로웰 조교수
2010년~현 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뉴미디어학부 부교수, 확장미디어스튜디오 디렉터
※관심분야:미디어 아트(Media art), 미디어 미학(Media aesthetics), 미디어 기술(Media techn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