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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cle ] | |
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4, No. 7, pp. 1381-1390 | |
Abbreviation: J. DCS | |
ISSN: 1598-2009 (Print) 2287-738X (Online) | |
Print publication date 31 Jul 2023 | |
Received 22 Apr 2023 Revised 22 May 2023 Accepted 25 May 2023 | |
DOI: https://doi.org/10.9728/dcs.2023.24.7.1381 | |
탈성장 관점의 미디어아트 작품 연구: <오토-포이에시스의 삶> 중심으로 | |
1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융합미디어학과 석사과정 | |
2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박사과정 | |
3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융합미디어학과 교수 | |
Media Art Practice from the Degrowth Perspective: Focusing on <Autopoiesistic Life> | |
1Master's Course, Department of Convergence Media, Seoul Media Institute of Technology, Seoul 07590, Korea | |
2Ph.D. Course, Chung-Ang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Advanced Imaging, Seoul 06974, Korea | |
3Professor, Department of Convergence Media, Seoul Media Institute of Technology, Seoul 07590, Korea | |
Correspondence to : *Hyun Ju Kim Tel: +82-2-6393-3238 E-mail: hjkim@smit.ac.kr | |
Copyright ⓒ 2023 The Digital Contents Society | |
Funding Information ▼ |
본 연구는 성장지상주의 사회의 비경제성, 한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이에 저항적 성격을 지닌 현세대의 태도를 담아낸 <오토-포이에시스의 삶> 미디어아트 작품을 소개한다. 성장 질서의 한계적 상황에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는 ‘탈성장 논의’의 주장과 흐름을 짚어가며, 자율성 회복과 확보를 위한 자기충족적 활동, 외부 강제로부터 해방된 삶을 요구하는 지점에 주목한다. 자율성의 확대, 필요의 한계 설정을 위한 자기이해는 현세대의 행동양식에서 보여지는 오토포이에시스적 특징과 연결된다. 연구는 ‘작동’을 통해 자기를 산출하고 자기 구조를 바탕으로 바라보는 현세대의 오토포이에시스적 삶의 방식에서 성장 질서에 대한 저항적 성격을 발견하고 이를 탈성장 논의의 실천적 형태로 바라본다. 이러한 해석과 접근은 작품에서 디지털 공간의 가상 생물과 전시 공간의 키네틱한 기계장치 시스템의 연결구조를 통해 시각화한다.
This study discusses <Autopoiesistic Life>, a media artwork containing the attitude of the current generation with a critical mind on uneconomical growth and limitations of growthism. This study examines ‘degrowth’ that presents an alternative perspective to the limiting situation of the growth order. In particular, it pays attention to ‘self-satisfied behavior’ and ‘demanding a life free from external coercion’ for restoring and securing autonomy. Securing autonomy and expanding self-understanding are connected to the autopoietic characteristics of the current generation's behavior. This study discusses resistance to the growth order in the current generation's autopoiesis way of life. In addition, this work interprets this situation as a practical form of ‘degrowth’. This interpretation and approach are visualized through the structure of virtual creatures in the digital space and kinetic mechanisms in the exhibition space.
Keywords: Media Art, Degrowth, Autopoiesis, Kinetic Art, Digital Biology Art 키워드: 미디어아트, 탈성장, 오토포이에시스, 키네틱아트, 디지털 생물 |
‘성장’을 통한 자기실현이 불가능한 시대에 대한 의식과 함께 성장사회의 비경제성, 지구 생태계의 위기 상황 등은 사회·경제의 구조적, 제도적 요소들에 대해 새로운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기후가 아니라 체제를 바꾸자(System Change, Not Climate Change)’라는 기후 운동의 구호처럼 근본적인 ‘체제’의 문제를 인식하고 체제 전환을 모색하는 전환 운동과 담론들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그 체제 전환을 둘러싼 논의의 한 자리에 ‘탈성장’이 있다. ‘탈성장’ 논의가 담론 차원의 정치·사회적 의제로서 자기 완결적 이론체계가 부재하긴 하나, ‘성장’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기반으로 여러 정치·사회 세력과 학문적 분파를 결합함으로써 사상적·이론적 외연을 확장해가고 있다.
1972년 국제 민간 단체 로마클럽이 낸 미래 예측 보고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에서 무한한 성장이 지구의 기반과 일치하지 않음을 경고하였듯[1], 탈성장 논의는 지구의 유한한 물리학적, 생물학적 조건상 끝없는 경제성장은 불가능하다는 비판적 시각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실제로 기술 진보를 통해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재생 불가능한 자원고갈과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이 눈앞의 재난으로 펼쳐지면서 ‘성장의 한계’가 현재적 쟁점이 되고 있다.
탈성장 논의에서 성장의 한계는 생태학적 문제 외에도, ‘지나친 상품화, 사유화’’, ‘노동력 착취’, ‘불균등 교환’, ‘가사·돌봄 노동의 저평가’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지적된다. 더군다나 지속적인 ‘성장’이 행복감 증가와 일치하지 않다는 ‘이스털린 역설’(Esterlin’s Paradox)[2], 경제학자 고센(Hermann Heinrich Gossen)의 한계 효용체감의 법칙[3] 등과 같은 경제학자들의 견해가 등장하고, 사람들 역시 “적어도 특정 관점과 상관없이, 경제성장을 지속해서 추구하는 것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하기는커녕 심지어 저해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점차 인식해가고 있다.”[4] ‘기존의 질서와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기존의 세대와는 다른 스스로의 신념과 가치를 표출하는 실천적 태도들로 나타난다. 이는 MZ세대 또는 N세대, ‘경계 없는 세대’ 등의 특징으로 관찰되며 다양한 학문영역과 연계되어 연구되고 기획 및 전략 수립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생태 위기라는 시대적 배경, 특정 세대의 특징이 본 연구의 배경이 되는 동시대적 상황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배경 안에서 개개인의 실천적 행위, 삶을 구성하는 방식이 가진 ‘오토포이에시스’적 구조를 발견하고 이를 탈성장의 입장에서 바라본 연구자의 예술적 시도인 <오토-포이에시스의 삶> 미디어 아트 작품을 다룬다. 이에 작품의 각 세부 요소의 기획 배경과 각각의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작품이 가진 특징적 요소와 시의성, 미학적 특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론의 첫 장인 ‘이론적 배경과 선행연구’에서 작품 제작의 의의를 파악하기 위해 이론적 배경이 된 탈성장 논의의 시작과 전개 과정을 살피고, ‘오토포이에시스’라는 생물학적 개념을 이해한 후 사회현상과 연결 지은 지점을 설명한다. 선행사례 연구에서는 본 연구의 배경이 되는 동시대 상황을 공유하며 비슷한 맥락을 지닌 작품들의 특징과 관점을 분석하여 본 작품이 갖는 문제의식과 선행 작품들과 구별되는 전개 지점을 설명한다. 다음 장 ‘작품 <오토-포이에시스의 삶>’에서 이상의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기획한 연구자의 작품 주제와 제작 프로세스를 분석하여 본 작품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고찰한 지점들, 작품이 제시하는 논의들과의 연계 지점을 설명한다. 나아가 미디어 아트로써 해당 작품이 갖는 의의와 향후 발전 가능성을 살핀다.
탈성장 논의의 시작점에는 1972년 ‘데크로상스(décroissance)’를 처음 사용한 프랑스 학자 앙드레 고르의 ‘자본주의와 지구의 균형이 양립할 수 있는가?’라는 주요 질문이 있다[5]. 데크로상스는 ‘성장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의미로, 이러한 요구와 그의 질문을 살펴보면, 탈성장은 지구 위기 상황을 진단하며 그 원인으로써 자본주의적 성장 논리를 지적한다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는 이윤의 극대화를 위한 ‘확대재생산’과 상호경쟁을 핵심 동력으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다. 산업화 이후 “생산과 소비가 상호 순환적 상승 관계로 작동하면서 무한한 성장이 가능한 시스템으로”[6] 여겨졌다. 실제로 경제성장은 GDP와 같은 세계의 공통지표로 진단되며, 산업화 이후 국가의 경제 규모, 개인의 소득수준 향상과 물질적 풍요를 위해 현재까지도 많은 나라의 가장 중요한 정책 목표이자 체제의 기초가 되어왔다. 그러나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생산, 무한 자원, 강도 높은 노동력 등이 필요했다. 결국, 기술 발전과 환경친화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성장은 자원고갈, 폐기물과 오염의 증가, 지구 온난화, 기후변화 등의 생태계 위기를 초래하였다. 탈성장 논의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구 생태계 위기의 원인으로 자본주의의 성장을 문제 삼으며, 지구의 균형이 무한 성장과 양립할 수 없음을 예측한 부분이다.
게다가 이러한 성장의 한계는 생물리학적 한계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영역에서도 지적된다. 성장을 위한 생산력 향상, 이윤율 증가, 자원확보 등은 “주변부 국가·지역과의 생태적 불균등 교환(ecological unequalexchange), 가사·돌봄 노동과 자연에 대한 저평가”[7], 지나친 상품화와 사유화, 무한경쟁을 대가로 한다. 개인의 심적인 세계마저도 성장을 위한 요소로 작동시키는 상황 역시 성장의 한계로 지적되는 지점이다. 때문에 탈성장 논의가 “성장의 기술적 측면에 대한 비판을 넘어 인간의 사유와 행위, 사회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8]한다. 이는 탈성장 논의에서 주요한 쟁점으로 다뤄지는 자율성 개념으로 이어진다.
자본주의 성장의 논리는 우리가 스스로 필요와 욕구를 결정할 권한을 박탈하며 개인의 자율성을 위협한다고 본다. “자율성의 사전적 정의는 외부로부터 구속이나 제약받지 않고 자기의 행동을 스스로 제어하는 성질이다. 즉 법과 규칙이 타인들에 의해 부과되는 타율성과는 달리, ‘스스로에게 법과 규칙을 독립적이고 의식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8] 이러한 자율성의 문제는 끊임없는 확장과 소비를 조종하는 성장사회에 대안으로써 탈성장 논의와 주요하게 연관을 맺는다. 앙드레 고르의 자율성에 대한 언급부터, 이반 일리치의 자율성 사회를 위한 ‘공생공락’[9], 자율적 개인의 판단과 직접 행동을 강조한 카스토리아디스의 자율성 기획[10], 자율성을 스스로 고유한 법칙을 부여하는 ‘자율 규범’이라는 강력하고 독창적인 의미로 이해한 세르주 라투슈의 논의[11]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 사상가마다 그 의미와 이를 적용하고자 하는 영역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율성 회복 또는 확보를 통한 제한된 규모의 체계. 자기충족적 활동, 외부 강제로부터 해방된 삶을 기획한다.
작품은 이러한 지향점에 공감하며 자율성에 대한 논의를 오늘날 개인의 행동양식과 연결하고자 한다. 작품을 통해 형상화한 개개인의 실천적 행위, 삶을 구성하는 방식의 특징을 일종의 탈성장 알레고리로써 제시하려는 시도인 것이다.
연구자는 앞서 탈성장의 실천 방식으로써 주목한 오늘날 현세대에서 나타나는 자기조절적이고 자기순환적인 태도에 생물학에서 등장한 ‘오토포이에시스’ 개념을 적용하여 특징짓고자 한다.
오토포이에시스(Autopoiesis)는 1970년 신경물리학자 움베르토 마루라나와 바렐라 의해 등장한 이론이다. 이는 살아있는 세포들의 생화학적 자기 유지 방식을 나타낸 용어로 생물의 특징이 자기생성조직에 있음을 이야기한다. 생명체는 작동을 통해 자기를 형성하고 이러한 자기-구성 과정에 의해 세계의 의미를 구성하는 행위적 산출 시스템을 특징 한다. 즉, 생명체는 자기가 따르는 법칙이나 자기에게 고유한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율적인 체계를 가진 것으로 이러한 특징 안에서 생물의 자기실현과 구체화 과정이 일어난다[12]. 이후 사이버네틱스 이론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인지과학, 시스템 이론 등이 이 자연과학적 이론을 적용하여 실체를 파악하는 등 사회과학 분야에서 분석적으로 활용된다. 니클라스 루만의 사회시스템 이론과 같이 “세포나 뇌, 면역 체계 등의 유기적 체계와 마찬가지로 심리적 체계와 사회적 체계들 역시 자신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스스로 생성함으로써 자기 생산적(autopoietic) 이다.”[13]라는 관점을 근간으로 사회와 인류체계를 설명하는 시도들이 대표적이다. 본 작품 역시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을 통해 상황을 분석적으로 활용하여 현세대가 취하는 태도와 삶을 구성하는 방식을 특징짓고자 한다.
이때 주목한 현세대의 특징적인 태세는 자기조절적이고 자기순환적인 태도이다. 이는 스스로의 삶을 사유하고 자신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을 고민하며,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있어 이러한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작품에서 이러한 태도를 ‘작동’을 통해 자기를 산출하고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자기 구조를 바탕으로 ‘바라보고’ 처리하는 오토포이에시스 이론의 개체 특성과 연관 짓는다.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기보다 스스로를 위한 내적 회복에 초점을 두면서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대처해 나가는 기제를 “자신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자신을 주위 환경과 다른 것으로 구성하는 자기생성조직”[14]적으로 바라본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와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를 합쳐 부르는 MZ세대 또는 돈 탭스콧 (Don Tapscott)이 말한 N세대(Net generation) 등으로 설명되는 특징이기도 하다[13]. 이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전과 동시에 경제위기와 저성장을 겪으며 자란 세대이다. 덕분에 일과 삶의 균형을 기반으로 자신의 만족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자신의 욕구, 성향을 파악하여 미디어를 개인화하고 맞춤화하는 것에 능숙하다. 또한 환경 보호나 사회적 가치가 반영된 물건을 구매거나 적극적 실천 운동을 펼치는 등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표출하며 기존 질서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표방하고 있다[15]. 이러한 특성은 이외에도 ‘경계 없는 세대’, ‘멀티플리스트’ 등의 다양한 용어로 관찰되고 있으며, 미래세대의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관한 연구에서 건강, 자아실현, 자아 탄력, 자율성, 공정성 인식, 삶의 만족과 같은 개인적 요인의 중요성이 드러나는 점에서도 현세대가 중요히 여기는 지점을 예측할 수 있다[16]. 물론 각각의 용어와 연구에서 특징짓는 요소와 배경, 적용 범위는 조금씩 다르지만, 집단의 가치보다는 개인을 우선시하고, 자기이해의 과정을 중시한다는 공통된 해석을 두고 있다. 이때 개인 중심은 지나친 이기심이 아닌 개인의 독립성을 인정하여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성향과 실천에서 자본주의적 성장 질서와의 단절의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자본주의 시장과 성장의 논리는 개인의 행동과 결정에 대한 역량을 제한하며, 스스로 필요와 요구에 대한 감각을 마비시킨다[17]. 현세대는 이러한 ‘성장’을 통해서는 자기실현이 불가능하다는 의식과 성장사회의 비경제성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다. 진화발전에 천착하는 기존의 획일화된 체제 속으로 진입하려 하기보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고,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에 집중하기보다는 내적 회복력을 강화하는 일상성을 추구하는 실천을 이룬다. 이는 탈성장 논의 속 자율성의 확대, 자립을 위한 역량 강화, 필요의 한계 설정을 위한 자기이해와 같은 개념의 실천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은 이상의 오토포이에시스적 해석과 탈성장 관점의 연결점을 발견하여 이를 통해 오늘날 사회현상을 관찰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바이다.
앞서 살펴본 사회적 배경과 논의들은 예술 영역에서도 예술적 실천으로 이어진다. 단순한 환경 문제에 대한 재고를 넘어 지구 생태계 안에서의 인간 또는 그러한 인간의 사고방식을 지적하고 인간과 자연,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성을 고찰하는 등 다양한 연결지점을 분석하고 제시한다.
본 단락에서는 이러한 여러 갈래 중 자본주의적 성장에 대한 비판의식, 기후생태계에 대한 문제의식, 이를 바탕으로 비인간 존재에 대한 주목과 인간과의 관계성에 관한 고찰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의 작품들을 살펴본다. 이러한 선행연구를 통해 본 작품 <오토-포이에시스의 삶>이 갖는 문제의식을 이해하고 선행 작품들과 구별되는 전개 지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아티스트, 활동가, 기술자,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콜랙티브 그룹 ‘DISNOVATION.ORG’은 탈성장 논의가 지적하는 성장의 한계와 문제점에 주목한다. 그들은 포스트 성장 논의를 주요 화두로 두며, 특히 기술 만능적 사고에 문제의식을 던진다[8]. 대표적으로 <SHADOW GROWTH>(2021)에서 설치와 일러스트로 시각화한 성장률 그래프의 그림자는 GDP 성장에 따른 화석연료 소비, 탄소배출과 같은 사회환경적 비용의 증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그림 1). 오늘날의 경제 체제의 모순점에 대한 지적은 그들의 또다른 작업 <LIFE SUPPORT SYSTEM>(2020~)에서 실제 실험을 통해 보여준다(그림 2). 해당 작품은 인공적으로 조성한 환경에서 1제곱미터의 밀을 재배하고 재배과정에서 들어간 물, 빛, 열 및 영양분과 같은 데이터를 측정하여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작가가 구획한 인공 공간 내에서 생산된 제품은 과도한 자원과 에너지를 소비하며 낮은 생산율을 가졌다. 이러한 실험을 통해 작가는 오늘날의 일반적인 경제 관습이 생태계의 본질적인 가치를 인식할 수 없음을 지적하며, 저평가되고 과도하게 착취된 “생물권”에 대해 이야기한다. 에릭 홉스봄의 말처럼 경제성장은 필연적으로 단위 시간당 제품의 생산 및 배송량, 즉 처리량을 늘리고 생물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18]을 경험적으로 보여주었다.
성장과 자본주의적 질서에 대한 지적은 그로 인한 생태계 위기 상황을 인지시키거나 도래할 미래 상황을 그려내며 논의를 이어가기도 한다. 특히, 자연과 지구 생태계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미 현재의 생태적 위기 상황을 경고하며 주요한 예술 실천 중 하나였다. 이러한 흐름과 관심은 오늘날 자연과 생태의 변화와 더불어 기술 발전 아래 변화된 생명 개념, 인간과 비 인간종의 관계와 구분, 발전 중심의 기술변화에 대한 사유 등으로 보다 근원적인 탐구와 결합한다.
길베르토 에스파자(Gilberto Esparza)의 <도시 기생충 Parasitos Urbanos>(2007) 작품은 대도시에 자율로봇을 배치하여, 인간의 기술환경 사회를 상기시키고 이를 살아가는 생명체와의 관계를 상상한다. 그의 로봇들은 버려진 폐기물이 혼합되어 외관이 구성되었고, 도시의 쓰레기 더미나, 전선에 기생하며 오염된 물질들에서 영양을 공급받는 구조이다(그림 3). 그들의 에너지원이 되는 잉여와 잔류의 물질들은 과잉 생산된 창조물의 결과이자,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점을 시사한다[19]. 이는 자본주의의 생산성 위주의 시스템에 따른 환경변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이와 동시에 그의 인간에 의해 생성된 에너지원을 이용하여 살아가는 생명체에 대한 연구는 현재의 기술 생태계 속 새로운 유기체에 대한 근미래적인 상상을 실현하며 비인간 생명체를 출현시킨 인간 중심적 환경을 고찰하게 한다.
인간이 만든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는 피나 욜다스(Pinar Yoldas)의 플라스틱 <과잉의 생태계(An Ecosystem of Excess)> 프로젝트에서도 찾을 수 있다(그림 4). 욜다스는 플라스틱을 소화(대사)할 수 있는 생명체를 예측해 우리의 자본주의적 욕망이 만들어 낸 유독성을 지닌 잉여물들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생명체를 상상한다. 플라스틱과 박테리아의 관계에서 얻은 영감에서 나아가 욜다스의 과학적 상상력은 소비 자본주의, 종의 위협과 같은 일련의 포스트휴먼적 문제를 포괄한다[11].
새로운 생명체, 인공적 생태계 창조는 생명을 은유하고 기술과 인간, 생태계의 공진화 상황을 재현하는 인공생명 예술과도 연결된다. 인공 생명 예술은 생물학적 이론들에 근거해 자율성 및 창발성을 지닌 ‘생명’ 또는 ‘유사 생명(life-like)’을 디지털 이미지로 시뮬레이션하여 보여주거나, 조각이나 로봇 등의 하드웨어 또는 물질적 실체에 자율성의 근간이 되는 ‘창발 행동’이 나타나도록 한다[20]. 칼 심스(Karl Sims)의 <Galápagos>(1977)(그림 5)에서 등장하는 컴퓨터 안에서 배양되는 ‘번식자(Breeders)’나 소므러와 미느뇨(Christa sommerer & Laurent mignonneau)의 <interactive plant growing>(1992)(그림 6) 속 컴퓨터와 외부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사이버 자연 (Cybernatures)’을 창조하여, 새로운 환경에 의한 잉여적 존재를 경험하게 한다[21]. 디지털 생명체는 결국 오늘날의 생태계 변화를 주지하고 정치, 사회, 경제적 산물로써의 자연이라는 변화된 개념을 제시한다. 이는 새로운 개체 종을 포함한 미래 자연에 대한 탐구로 이어질 수 있으며, 비인간 생명체에 대한 인식과 관계를 재고하는 비판적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를 지적하거나, 현재 시대 상황을 내포하며 다가올 미래 생태계를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의 선행사례들은 결국 동시대적 배경을 전재하고 현재 지구환경과 사회의 총체적 문제를 점검하는 공통된 맥락을 지닌다. 나아가 이를 구체적인 표현 형태로 시각화하여 미학적 경험을 통해 미래를 상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본 작품 역시 비슷한 동시대적 배경과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기획되었다. 또한 기후, 환경 자체의 문제보다 그러한 상황적 배경을 관찰하고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개체들의 관계, 작동방식, 체제 등에 주목한다.
본 장에서는 이상의 이론적 배경과 선행연구에서 살펴본 탈성장 논의와 오토포이에시스 개념을 차용 한 작품 <오토-포이에시스의 삶>을 소개한다. 작품은 자본주의의 성장 질서에 저항적인 성격으로 비추어진 현대인의 태도에서 오토포이에시스적 특징을 발견하고 이를 키네틱 장치의 구조와 장치와 디지털 생물과의 연계 방식으로 형상화하였다.
분석을 위해 작품을 기획하게 된 작가적 배경을 설명하고 제작과정에서 연구요인들을 적용한 지점, 작품의 구조 및 세부 요소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현시대에 미디어아트로써 작품이 갖는 의의를 도출해 보고자 한다.
본 작품은 경제침체, 불평등 심화, 기후변화 등의 현시대적 배경 속에, 자본주의적 성장질서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성장과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 시스템이 개개인을 소외시키고 우리 사회를 자기 착취의 ‘피로사회’로 만들어가고 있음”[22]을 작가인 연구자가 스스로 몸소 경험하며, 개인의 차원에서 기존의 사고방식과 체제에 대한 제고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에 ‘왜 성장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바탕으로 성장이라는 강요된 목적에 가려진 일상과 그 일상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실천적 행위 속 자기조절적이고 자기순환적인 태도에 주목한다.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외부 문제와 관계 맺으며 가치와 신념을 표출하는 실천의 기반이 되는 태도의 특징에서 성장 질서에 대한 저항적 성격을 발견하고 이를 탈성장 논의의 실천적 형태로 바라보고자 한다. 이상의 경험과 문제의식 속에서 본 작품이 기획되었다.
<오토-포이에스의 삶 Autopoiesistic Life> (2022)은 키네틱 장치<D-타디그레이드 양육 실험 장치>와 웹상의 가상 생물<D-타디그레이드>, 배경 서사를 담은 소설<D-타디그레이드 양육 보고서>로 구성된 미디어 작품이다. 이는 가상의 두 인물이 웹에서 살아가는 가상 생물 ‘D-타디그레이드(D-Tardigrade)’를 발견하고 이와 소통하고자 만들어 낸 기계장치라는 가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이야기는 현대인이 처한 성장사회와 이러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일상을 영위하고 이를 구조화하며 나름의 자기가치를 추구해나가는 상황을 담아낸다. 작품의 전체구조뿐 아니라 ‘<오토-포이에시스의 삶> 2022 설치 다이어그램’(그림 7)에 작성된 요소들을 활용한 세부 설치물들 역시 가상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각각의 의미를 내포하며 작품이 갖는 문제의식을 은유한다.
본 작품은 작품의 기획 배경과 문제의식, 작가적 관점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서사구조를 갖는 가상의 이야기를 마련하였다. 이에 가상의 캐릭터와 장면들을 기획하여 작품을 통해 그려내고자 했던 상황을 서사화해 소설 작품을 별도로 제작하였다. 소설 속에서 세부 이야기를 통해 작품의 상황과 세부 요소들, 구조 등에 대한 배경과 의미, 서로 간의 연결점을 마련하고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소설의 내용은 어느 두 미디어아트 지망생이 우연히 웹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가상 생물을 발견하게 되고 이와 소통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두 인물은 성장사회에서 보기에 정체되고 무기력한 인물들로 비추어지지만, 오히려 스스로에 주목하고 자기 일상을 가꾸며 유지하는, 삶에 있어 자기주도적인 성향의 인물들이다. 이러한 특징은 가상 생물을 만나고 이와 소통하는 과정, 이외 등장인물과의 사건들에서 드러난다. 가상 생물이 언제 어떻게 탄생하였고 어떠한 생육 과정을 겪는지에 관한 내용은 들어있지 않지만, 가상생물 역시도 반응과 회복을 반복하며 삶을 유지하는 모습을 가진 존재로 그려진다. 결국 소설은 두 인물과 가상 생물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한 상태에서 서로를 변화시키기보다 각자의 일상을 유지하며 처음과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매일매일 겪는 일상의 경험을 발견하고 목표지향적인 삶이 아닌 과정의 연속으로 이뤄진 삶에 충실하며, 주변을 발견하고 소통하는 상황을 상상하며 은유적으로 그려내고자 하였다.
키네틱 설치물인 <D-타디그레이드 양육 실험 장치>는 배경 서사 속 두 인물이 가상 생물 “D-타디그레이드”을 만나고 이와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 낸 기계장치라는 가정에 바탕을 둔다. 해당 설치물은 마블머신의 구조로 구슬을 올려주는 구동부와 구슬이 따라 내려가는 아크릴 파이프, 이를 지지하는 프레임으로 구성되었다. 여러 개의 쇠구슬은 파이프를 따라 내려갔다가 모터로 돌아가는 원형 판에 의해 끌어올려져 다시 파이프에 떨어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기계를 순환한다. 이때 구슬이 파이프의 4곳에 설치한 버튼을 누르며 지나가고 버튼 신호는 웹에 사는 가상 생물에게 전해져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그림 9). 이러한 가상적 메커니즘을 통해 기계장치는 개별적이면서 동시에 일종의 입력장치로써의 역할을 갖는다. 기본 구조 이외에도 모터에 달린 선풍기 날개나 S자 조형물, 키 꾸러미가 달린 모빌, 좌우로 움직이는 리니어 레일에 달린 컵들이 프레임 주변에 설치되어 있다(그림 10). 각 요소는 소설에 등장하는 사물들로 각각의 배경과 의미를 갖고 작품이 갖는 문제의식을 상징한다. 외형적으로도 순환하는 형상을 통해 계속해서 작동하며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만들어 내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실제 공간에서 작동하는 이러한 기계장치 시스템은 작동 과정 과정에서 물리적으로 미세한 차이를 만들어가며 순환한다. 연구자는 이러한 성격을 통해 자기이해를 바탕으로 과정 과정에 주목하고 가꿔나가는 현대인의 태도를 은유하고자 하였다. 더 넓은 관점에서는 반복적이고 연속적인 삶과 그 속에서 삶을 유지하는 순간순간의 경험이 만들어가는 차이를 그려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특징은 기획과정에서 참고한 골드버그 장치의 특징이기도 하다. 골드버그 장치(Goldberg Machines)는 만화가 ‘루브 골드버그’가 그린 기계구조의 일종으로 외부에서 전달된 동력이 연쇄반응을 일으켜 최종 결과에 다다르는, 단순한 목표를 이루기 위한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의 기계장치이다. 등장 당시에 이것은 세상을 복잡하게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풍자였다[23].
그러나 연구자는 오히려 골드버그 장치의 가시적인 기계적 시스템을 통해 질서를 파악하고 원리를 이해해 가는 과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성장과 성과 중심의 기술 발전은 인간의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시켜가고 있다. 이에 기술의 원리를 파악하는 일은 진화의 방향성을 재고하며 나아갈 수 있는 실천 방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상징적인 의미로 골드버그 장치를 참고하였다.
<D-타디그레이드>(D-Tardigrade)는 작품의 배경 서사 속에서 등장하는 가상 생물을 지칭한다(그림 11). 이는 기계장치와 별개로 웹 공간에서 움직임과 사운드를 내며 자신의 상태를 유지하다가 기계장치의 신호, 즉 외부 환경에 반응하고 다시 회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D-타디그레이드>는 ‘타디그레이드 Tardigrade’라는 실제 하는 생물에 D를 붙인 이름으로, 타디그레이드의 특징을 차용 한 것이다. ‘타디그레이드’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죽지 않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아주 오랜 시간 살아왔으나, 진화나 성장, 그 움직임은 아주 미미한 특징을 갖고 있다. ‘D-타디그레이드’에 이러한 특징을 녹여 이미 오랫동안 가상의 웹 사이트에서 기존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며 생존해 왔을 것이란 배경을 마련하였다. 가상 생물의 외형과 배경 사운드 역시 기존의 타디그레이드의 모습에 웹 공간에 사는 특징을 조합하여 가상의 이미지와 사운드, 움직임을 만들었다. 이러한 특징을 차용 한 의도 역시 느린 진화 속도에 의해 변화나 성장은 미비한 듯 보이지만 각자만의 삶의 방식과 속도가 있음을 은유하고, 외부 질서에 맞추기보다 스스로의 작동방식을 통해 삶을 유지하고 환경과 상호작용해나가는 특징을 지닌 생물을 그려내고자 함이다.
웹에서 살아가는 가상 생물을 그려냄에 있어 생물이 사는 공간의 모습과 특징에 대한 기획과정도 본 작품의 중요한 부분이다. 웹이라는 환경을 활용함에 있어서는 인간이 인간뿐 아니라 자연, 사물, 기술 등과 같은 비인간적 콘텍스트와 상호작용하는 오늘날의 상황을 담지한다. 이러한 상황은 새로운 개체 및 환경과의 관계와 소통 방식을 필요로 하는 근미래에 대한 상상을 제시하고 있다. 본 작품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상상하며, 이에 자기조절적 태도와 같은 현대인의 삶의 방식을 녹여내고자 한 시도로 볼 수 있다. 비인간 종과의 관계에서도 역시 성장을 위한 지배나 위계, 획일화된 가치 강요와 같은 이전의 인간 중심적 질서가 아닌 각 개체가 각자의 환경에서 존재하고 일부 소통하며, 상황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갖는다. 이를 위해 사이트를 디자인하고 웹서버를 활용하여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구현한 웹 화면은 전시 공간에서 프로젝션하여, 장치가 구동하고 이에 반응하는 생물을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장치와 가상생물의 연결에 있어 실시간성을 더하고 연결 상황에 대한 몰입감을 주고자 함이었다.
<오토-포이에시스의 삶>은 가상 생물이 업로드된 디지털 환경(D-타디그레이드의 방)과 물리적인 장치(D-타디그레이드 양육 장치)가 놓인 환경으로 구성되었다. 이때 두 환경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도록 연동되어 있다(그림 12).
D-타디그레이드(가상 생물)는 Houdini를 통해 제작된 3D 그래픽이며, 이를 웹서버에 업로드하여 디지털 환경(D-타디그레이드의 방)에 존재하는 특성을 재현하였다. 웹 공간은 HTML과 JAVA script로 구현하였으며, 특정키에 값을 주어 입력되었을 때 저장되어 있던 애니메이션이 불러와지도록 VideoWrapper 클래스와 Key Down 이벤트리스너를 함께 연동하여 설계하였다. 이때 키를 입력하는 것은 물리적인 외부 장치에서 이뤄진다. 이 장치는 마블머신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쇠구슬이 굴러 내려갈 수 있는 레일들이 이어지고 끝부분에서 모터에 달린 원판이 회전하여 아래로 내려온 쇠구슬을 다시 레일의 출발 지점으로 올려놓는다. 이렇게 쇠구슬은 장치 안에서 순환하며, 이때 레일 위에 설치된 푸쉬버튼을 누르며 지나간다. 푸쉬버튼이 눌려 입력된 값은 연결된 아두이노(Arduino)를 통해 웹이 띄워져 있는 PC로 전달된다. 마우스나 키보드 에뮬레이션이 수월한 아두이노의 레오나르도(Leonaedo) 보드를 활용하여 푸쉬버튼을 통해 키보드를 제어하도록 하였다. 즉, 외부 버튼이 눌리면 띄워져 있는 웹 브라우저 창을 통해 특정 키값이 웹서버에 전달되고 이에 저장되어 있던 애니메이션이 브라우저에서 플레이된다. 총 4개의 버튼이 설치되어 있으며 각각은 다른 애니메이션을 불러오고 재생이 끝나면 기본 애니메이션으로 돌아가 새로운 버튼 입력 신호가 오기 전까지 재생된다. 동시에 푸쉬버튼은 키네틱 장치 자체에 달린 모터와도 연결되어 이를 각각 가동 시킨다. 이를 통해 장치가 계속해서 순환하고 움직이는 형상을 만들어낸다. 가상 생물이 띄워진 웹 화면은 전시 공간 한쪽 벽면에 프로젝터를 통해 띄워져 있어 현장에 설치되어 있는 키네틱 장치에 반응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는 성장지상주의 사회가 인간의 사유와 행위, 사회적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오늘날의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 이에 저항적 성격으로 발견한 현대인의 특징적인 태도를 담아낸 <오토-포이에시스의 삶> 미디어아트 작품을 설명하였다. 이를 위해 연구의 배경이 되는 동시대적 상황을 살피며,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대안적 관점을 제시하는 ‘탈성장 논의’의 주장과 흐름을 짚어보았다. 특히 탈성장 논의가 지적하는 성장 질서로 인한 ‘자율성’ 제한과 박탈에 주목하였다. 자율성에 대한 관점과 적용 분야는 이론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본 연구에서는 자율성 논의가 지적하는 성장 질서와의 관계에 중점을 두고 이에 대한 제한된 규모의 체계, 자기충족적 활동, 외부 강제로부터 해방된 삶을 요구하는 지향점을 참고하였다. 작품은 이러한 탈성장 논의의 지향점과 오늘날 개인의 행동양식이 가진 오토포이에시스적 특징을 연결 짓는다. 이에 오토포이에시스 개념을 살피고 현대인의 삶에 태도와 연결 짓고자 하는 작가적 관점을 설명하였다. 이때, 작가가 주목한 특징적인 태도 분석을 통해 이러한 태도가 가진 ‘왜 성장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 물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작가 스스로 일상성을 회복하는 계기이자 성장과 성과를 중시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재고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 작품의 시작점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 더불어 소위 MZ세대, N세대로 분류되어 다양한 학문영역에서 연구되고 기획 및 전략 수립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특징들로써 시의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은 서사 구조를 갖는 이야기를 마련하여 작품의 세부 표현과 매체를 연결하고 있다. 허구적 이야기를 매개한 전개 방식은 작품에 등장하는 다매체의 활용을 이으며, 내용과 형식의 이분법적 국면을 넘어 각 구성요소 간의 상호침투적인 구조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키네틱한 시스템 구조의 설치물과 웹이라는 환경에 사는 디지털 생물 그리고 네트워크를 통한 두 요소 간의 연결방식이 특징적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자연현상에서 발견한 생성적인 시스템을 기계의 작동방식에 녹여 작품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독립된 개체로 바라보게 함은 미디어아트 작품이 갖는 주체적 성격을 담지하고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순환하는 장치와 오브제들을 통한 생명적 형상 역시 작품의 독립성을 더하며 나아가 새로운 ‘타자’와의 관계성을 체현하고자 하는 의도도 담겨있다. 이러한 특징을 네트워크, 웹과 같은 일상적 기술을 활용한 부분에서도 찾아볼 수 있듯, 수단을 넘어 기술의 사회문화적 의미까지 활용하여 배경적 상황을 마련하려는 미디어아트적 시도로 해석하고자 한다.
이상에서 이론적 배경 연구와 작품 <오포-포이에시스의 삶>의 키네틱 장치의 구조와 장치와 가상 생물과의 연계 방식과 그 과정에서 장치와 가상생물이 개별적으로 또는 하나의 체계로써 오토포이에시스적일 수 있도록 설계한 구조를 분석적으로 살펴보았다. 각 세부 요소의 기획 배경과 각각의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작품이 가진 특징적 요소와 미학적 특성을 제시하였다. 성장의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과 생태 위기라는 시대적 배경, 특정 세대의 특징은 예술계에서도 주요한 화두로 표현되고 있음을 살펴, 작품의 시의성과 본 작품만의 전개 방식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연구 분석을 통해 ‘왜 성장해야 하는가?’라는 작품이 가진 근원적 물음을 발견하며 성장과 성과 중심의 사회시스템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는 동시대적 상황을 재고하고 향후 관련 논의를 미디어 작품으로 표현하는데 있어 참고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작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사회 문화가 작품에 녹아드는 것은 필수불가결하며, 예술적 표현을 통해 이를 시사하고 문제의식을 던지는 것은 예술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시대적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그 속에서의 경험은 작가에게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에 본 작품 역시 오늘날의 성장지상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과 그 속에서 저항적 태도를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관점으로 연결 지었다는 점에서 예술적 의의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예술적 시도를 통해 근미래를 상상하며, 사회변화와 고찰지점을 표현한 미디어아트 사례로써 미디어아트의 다양성과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본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년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고, 논문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일반공동 연구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NRF-2020S1A5A2A03045921)로 해당 관계부처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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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23년: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2020년~현 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융합미디어학과 석사과정
※관심분야:미디어아트(Media art), 키네틱 아트(kinetic art), 피지컬 컴퓨팅(Physical Computing) 등
2023년: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2022년~현 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박사과정
※관심분야:미디어아트(Media art), 게임 엔진(Game Engine), 가상현실(virtual reality)
1996년:포항공대 산업공학과 (BS)
2004년:미국 시라쿠스대학교 (MFA-Computer Art)
2016년: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박사수료 - 디지털미디어문화)
2005년~2009년: 매사추세츠대학 로웰 조교수
2010년~현 재: 서울미디어대학원대학교 뉴미디어학부 부교수, 확장미디어스튜디오 디렉터
※관심분야:미디어 아트(Media art), 미디어 미학(Media aesthetics), 미디어 기술(Media technolog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