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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3 , No. 7

[ Article ]
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3, No. 7, pp. 1191-1203
Abbreviation: J. DCS
ISSN: 1598-2009 (Print) 2287-738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Jul 2022
Received 15 Jun 2022 Revised 21 Jul 2022 Accepted 25 Jul 2022
DOI: https://doi.org/10.9728/dcs.2022.23.7.1191

버추얼 프로덕션과 강화된 시각효과 : <만달로리안> 시리즈에 대한 사례분석을 중심으로
이도훈1
1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전임연구원

Virtual Production and Intensified Visual Effects : Focusing on the Case Analysis of The Mandalorian Series
Do-Hoon Lee1
1Associate Researcher, Chung-Ang University Industry Academic Cooperation Foundation Korea, Seoul 06974, Korea
Correspondence to : *Do-Hoon Lee E-mail: mbc79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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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이 연구는 버추얼 프로덕션이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을 활용해 만들어진 <만달로리안>의 창의적인 시각효과에 주목한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사전 시각화, 게임 엔진, 모션 캡처, 가상 카메라, LED 월 등의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 이미지와 실사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합성하는 것을 가리킨다.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만달로리안> 장면 중 일부를 선별 및 분석하여 이 작품의 실시간 합성 방식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가상의 환경과 배우의 연기를 합성하는 방식. 둘째,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환경, 배우의 연기를 합성하는 방식. 셋째,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특수효과, 배우의 연기를 합성하는 방식. 나아가 이 실시간 합성의 결과물이 <만달로리안>의 디제시스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쓰인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처럼 기존의 시각효과의 전통과 기능을 계승하고 개선한다는 점에서,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만달로리안>은 강화된 시각효과를 활용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Abstract

This study focuses on the creative visual effects used in The Mandalorian which is created using a new production method called Virtual production. Virtual production refers to the real-time synthesis of virtual images and live-action images. As a result of selecting and analyzing some of the scenes using the main technologies of virtual production among The Mandalorian, the real-time synthesis method of this work could be classified into three major categories. First, the method of synthesizing the actor's performance with the virtual environment. Second, the method of synthesizing the virtual environment, the environment on the set, and the actor's performance. Third, the method of synthesizing the virtual environment, the special effects on the set, and the actor's performance. Images created through this real-time synthesis method are combined with the diegesis of the The Mandalorian. In this way, in that it inherits and improves the traditions and functions of the existing visual effects, the The Mandalorian series based on virtual production can be seen as a work using intensified visual effects.


Keywords: Virtual Production, LED Wall, Real-time Compositing, The Mandalorian, Visual Effects, Special Effects
키워드: 버추얼 프로덕션, LED 월, 실시간 합성, 만달로리안, 시각효과, 특수효과

Ⅰ. 서 론

2019년 <스타워즈(Star Wars)> 사가(saga)의 첫 TV 시리즈 <만달로리안(The Mandalorian)>(2019) 시즌 1이 온라인 플랫폼 디즈니플러스(Diseny Plus)를 통해 공개되자 이 작품에 쓰인 버추얼 프로덕션(virtual production)이라는 제작 방식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혹자는 <만달로리안>이 버추얼 프로덕션의 시험대가 될 것이며[1], 장차 버추얼 프로덕션은 할리우드를 넘어 영상 시장 전반의 판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거듭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작품의 총괄 책임자를 맡은 존 파브로(Jon Favreau)는 시각효과(visual effects) 전문 업체인 ILM(Industrial Light & Magic)과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의 에픽게임즈(Epic Games)와 협업하여 버추얼 프로덕션에 최적화된 워크 플로우인 스테이지크레프트(StageCraft)를 개발했다. 사전 시각화(previsualization), 게임 엔진, 가상 카메라, 모션 캡처, LED 월 등의 최신의 기술을 활용하여 가상 이미지와 실사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결합하는 이 제작 방식은 ILM이 참여한 여러 작품에 활용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만달로리안> 시즌 1~2, <미드나이트 스카이(The Midnight Sky)>(2020), <북 오브 보바펫(The Book of Boba Fett)>(2021), <더 배트맨(The Batman)>(2022) 등이 있다. 이 작품들의 등장만 놓고 보자면, 바야흐로 영화 제작 방식이 실제적인 것 중심에서 가상적인 것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릴 수 있으리라.

버추얼 프로덕션이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의 가능성을 <만달로리안>에 대한 사례분석을 통해서 살펴보려는 이 연구는 버추얼 프로덕션이 기존의 시각효과를 창의적으로 계승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통상적으로 시각효과는 환상의 구축, 모방적 재생산, 창의적 시뮬레이션, 스토리텔링 뒷받침, 시각적 향상과 보정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이는 버추얼 프로덕션의 기본적인 기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버추얼 프로덕션은 기존 시각효과에서 기대할 수 없었던 비선형적인 제작 공정, 몰입적인 제작 환경 구축, 실시간 합성과 같은 새로운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의 시각효과를 살펴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논문은 크게 두 가지 요건을 고려하여 분석 대상을 <만달로리안>에 한정했다. 첫째, 버추얼 프로덕션은 아직 영상 및 영화 산업 내에서 표준화된 것이 아니며, 제작 현장에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견되고 그것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기 위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영상 제작이 시범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수의 작품이 버추얼 프로덕션을 특정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대부분의 작품이 광고, 단편영화와 같은 짧은 러닝타임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버추얼 프로덕션 고유의 제작 방식과 그 결과에서 나타나는 시각효과의 특징을 일반화해서 서술하기보다는 <만달로리안>이라는 작품이 기존의 시각효과를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키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차 버추얼 프로덕션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것을 이 연구의 목표로 설정했다.

한편, 이 글은 버추얼 프로덕션이 기존 시각효과와 역사적으로 단절이 아닌 연속을 이루는 가운데 고유의 기술적 및 미학적 성과를 달성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강화된 시각효과(intensified visual effects)’라는 표현을 쓰고자 한다. 이 단어는 데이비드 보드웰(David Bordwell)의 강화된 연속성(intensified continuity)이라는 개념으로부터 부분적으로 영감을 받은 것이다. 보드웰은 디지털 영화 제작이 본격화된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 영화들 사이에서 평균적인 쇼트 길이의 축소, 빠른 편집, 대화 장면에서의 점층적인 화면분할, 양극단의 렌즈 심도와 같은 형식적인 변화가 나타난 것에 주목하면서, 그러한 작품들은 여전히 고전적인 할리우드의 규범인 연속성의 법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3]. 말하자면, 보드웰은 2000년대 초반 할리우드 영화에서 나타나는 여러 형식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연속성의 법칙만큼은 잔존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영화의 역사를 구성하는 어떤 요소들이 잔존하는 가운데 새로운 요소가 창발한다는 보드웰의 관점을 참고하여, 이 글은 버추얼 프로덕션이라는 최신의 기술이 시각효과의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개선하고 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

논의 전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이론적 논의 부분에서 버추얼 프로덕션의 정의와 주요 특징을 검토하고 이와 더불어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만달로리안>이 1970년대 시각효과의 비약적 발전에 공헌한 <스타워즈>의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고 발전시키는지에 주목한다. 이러한 이론적 논의를 바탕으로 본문에서는 <만달로리안>이 버추얼 프로덕션을 활용하여 기존의 시각효과와 서사적 관습을 개선하는 방식을 각각 검토한다. 먼저 <만달로리안>이 1970년대 이후 발전한 특수효과 및 시각효과를 부분적으로 계승하면서, 버추얼 프로덕션 고유의 실시간 합성을 달성하는 구체적인 방식을 세분화해서 살펴본다. 이어서 <만달로리안>의 시각효과가 단순히 하나의 볼거리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서사를 보조하거나 강화하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음을 확인한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이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에 기반한 <만달로리안>이 강화된 시각효과를 달성했음을 주장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논의
2-1 버추얼 프로덕션의 정의

버추얼 프로덕션은 여러 기술적, 산업적, 사회적 국면의 변화와 함께 출현했다. 그것은 시각효과 비중이 높은 장르가 인기를 누리고, 게임 엔진과 스튜디오 사이의 접근성이 증가하고, 스트리밍 플랫폼과 영화 스튜디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되고, 코로나19로 인한 콘텐츠의 고갈이 발생하는 등의 변화된 기술적 및 사회적 조건 속에서 등장했다[4].

버추얼 프로덕션은 기존의 시각효과 전통을 창의적으로 계승한다. 그것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거나 물리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대상이나 배경을 영화 속 세계에 포함하기 위해 고안된 기존의 여러 특수효과(special effects) 및 시각효과를 포함하면서 그런 기술들을 창의적으로 개선한다. 나아가 포스트-프로덕션에서 수행해야 할 사운드 믹싱, 색보정, 합성 등을 세트 내에서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데 쓰인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기존의 선형적인 제작 방식을 “비선형 협업 프로세스”로 전환하고[5], 사후 합성의 방식을 실시간 합성의 방식으로 바꾼다. 특히 그린 스크린의 비가시성을 LED 월의 가시성으로 대체함으로써 “(포스트-프로덕션이 아닌) 프리-프로덕션에서 고치라”는 새로운 관행을 만든다[6](그림 1 참고).


Fig. 1. 
Nonlinear virtual production workflow

*Source: https://www.unrealengine.com/en-US/virtual-production



오늘날 버추얼 프로덕션을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의 완성도는 두 가지 핵심적인 기술을 얼마나 능숙하게 잘 활용하는지에 달려 있다. 하나는 게임 엔진이며 다른 하나는 LED 월(LED wall)이다. 게임 엔진은 디지털 에셋의 제작에 활용되고, LED 월에 미리 제작된 가상의 환경을 렌더링하고, 세트 내에서 촬영이 이루어지는 동안 가상의 환경의 조명, 날씨, 공간, 앵글 등을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데 쓰인다. LED 월은 게임 엔진으로부터 얻은 가상의 환경을 여러 개의 LED 패널로 이루어진 스크린에 실시간으로 렌더링하는데, 그 이미지는 모션 트래킹(motion tracking) 기법을 통해서 세트 내 카메라의 위치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반영한 것이다. LED 월에 기반한 버추얼 프로덕션은 3D 컴퓨터 그래픽스를 거대한 스크린에 렌더링하는 방식을 통해 세트 내에 몰입적인 제작 환경을 구축한다. 또한, 그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상호작용적인 광원(interactive light)로 쓰인다. 개념적으로 보자면, LED 월에 기반한 버추얼 프로덕션은 과거 1930년대 이후부터 시도된 후방 영사(rear projection)와 유사하다. 하지만, 후방 영사의 경우 스크린에 투사된 이미지가 단일 시점에서 촬영된 것이고, 세트 내에 있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제한적이고, 최종 결과물에서 전경의 이미지와 후경의 이미지 사이에 질적인 차이가 발생하는 등의 한계점을 갖고 있다. 이와 달리 버추얼 프로덕션은 실시간으로 세트 내에 있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추적하여 카메라의 시점과 그에 따른 시차(parallax)를 반영할 수 있으며, 게임 엔진을 이용하여 전경의 이미지와 후경의 이미지를 이음매 없이 합성할 수 있다.

이처럼 버추얼 프로덕션은 기존의 시각효과를 혁신적으로 개선하는데, 특히 이미지의 합성과 관련해서 그린 스크린에 기반한 크로마키(chroma-key) 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디지털 영화 제작이 일반화되면서 분장, 의상, 소품, 미니어처, 애니마트로닉스 등과 같이 카메라 앞에서 물질적으로 현존하는 효과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실제적 효과(practical effects)는 점차 CGI(computer generated imagery)와 그린 스크린에 기반한 크로마키 합성과 같이 포스트-프로덕션 과정에서 최종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시각효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그린 스크린 기반의 영화 제작은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으로 이어지는 선형적인 제작 과정을 따르기 때문에 촬영이 이루어지는 동안 불안정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감독, 배우, 촬영감독, 편집자와 같은 스태프들은 컴퓨터 그래픽스가 들어가야 할 부분을 상상하면서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버추얼 프로덕션은 영화 촬영이 이루어지는 세트 내에서 모든 스태프가 컴퓨터 그래픽스로 구현된 가상의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버추얼 프로덕션은 기존의 디지털 영화 제작 방식을 계승하는 동시에 개선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2-2 버추얼 프로덕션과 강화된 시각효과

버추얼 프로덕션에서 나타나는 강화된 시각효과는 기존의 시각효과처럼 환상적인 세계와 가상의 생명체를 통해 관객에게 시각적인 볼거리를 이음매 없는 상태로 제공한다. 그리고 기존의 시각효과와 달리 일련의 공정을 유연하고,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처리하여 실시간 합성을 달성한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특정 대상에 대한 사실적 묘사 혹은 시뮬레이션, 인간과 동물의 움직임 시뮬레이션, 인간과 동물의 해부학적 특성의 활용, 합성, 렌더링, 디스플레이 등과 같이 물질적인 세계의 사실적 캡처를 위한 CGI의 기술적 발전의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것은 그 이전의 모든 과정을 완성하기 위한 실시간 고성능 계산과 디스플레이에 기초한다[7]. 버추얼 프로덕션의 고유한 특징 중 하나인 실시간 시각효과(real time visual effects)는 여러 효과의 동시적인 결합을 가능케 한다. 그것은 과거 제작 과정 내에서 서로 분리된 상태로 존재했던 기술, 인간, 사물,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LED 월을 활용하는 버추얼 프로덕션의 경우 세트 내의 무대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LED 월이 서로의 영역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가상의 이미지와 실사 이미지를 독립적으로 제작하고 그것을 포스트-프로덕션에서 합성하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버추얼 프로덕션은 세트 내에서 LED 월에 렌더링 된 가상의 세계와 카메라 앞에 전-영화적인 요소로 존재하는 실제 세계가 서로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영화의 디제시스적 세계를 확장한다.

시각효과를 통해서 영화 속 세계, 즉 디제시스를 확장하려는 시도는 비단 오늘날의 것이라고 단정하기 힘들다. <만달로리안>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과거의 시각효과의 전통을 재매개한다. 이 시리즈가 시각효과 부분에서 거둔 성취는 해당 작품의 원안이 된 <스타워즈> 시리즈의 제작 과정과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 조지 루카스(George Lucas)가 연출한 스타워즈의 첫 번째 작품인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Star Wars: A New Hope)>(1978)은 할리우드 특수효과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줄리 턴녹(Julie.Turnock)에 따르면,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시리즈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의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1977)와 같은 작품들은 당시 기준으로 발전된 특수효과를 활용해 무한히 확장되는 디제시스적 환경을 구축했다[8]. 두 작품은 특수효과와 광학효과(optical effects) 각각에서 획득한 이미지를 이음매 없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구성된 미장센을 구축했다. 턴녹의 표현을 빌리자면, 서로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효과들을 마치 한 장소에서 동시에 촬영한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강화된 합성(intensified compositing)”을 달성한 것이다. 특히 조지 루카스와 ILM은 <스타워즈>의 오리지널 3부작(에피소드 4~6)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특수분장, 미니어처, 애니마트로닉스와 같은 기존의 특수효과 외에도 은하계를 비행하는 거대한 우주선의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카메라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제어하는 모션 컨트롤 시스템(motion control system)을 자체 개발하고, 이를 다익스트라플렉스(Dykstraflex)라고 이름 붙였다. 또한 그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된 프리퀄 3부작(에피소드 1~3)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당시 막 도입된 CGI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스타워즈> 사가는 항시 최신의 시각효과를 통해서 관객에게 새로운 스펙터클과 합성의 미학을 제시했는데, <만달로리안>은 그런 정신을 이어받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만달로리안>은 문화적인 측면에서 과거의 것, 특히 1970년대 이후 트랜스 미디어적인 현상을 불러일으킨 <스타워즈> 고유의 문화적 전통을 계승한다. 이 작품의 구상과 기획은 2009년에 시작되었다. 당시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사가의 첫 번째 텔레비전 시리즈의 제작을 염두에 두고 약 3년에 걸쳐서 50편의 대본을 썼다. 그러나 막대한 제작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이 프로젝트는 무기한 연기되었다. 이후 2012년 월트디즈니컴퍼니(Walt Disney Company)가 루카스 필름(Lucasfilm)과 그 산하의 여러 자회사를 인수했고, 2018년 루카스 필름과 디즈니는 <스타워즈>의 첫 텔레비전 시리즈의 총괄 책임자로 존 파브로를 임명했다. 존 파브로가 여러 작가와 공동으로 각본을 집필한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은하 제국의 시대가 끝난 직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것은 <스타워즈 에피소드 6: 제다이의 귀환(Star Wars: Return of the Jedi)>(1983)의 시간적 배경을 기준으로 약 5년이 지난 시점에 가깝다.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주인공 딘 자린은 만달로리안 종족으로 그는 은하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이야기의 골자는 딘 자리인이 그로구라는 아기를 만나고, 그 아기를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더 나아가 그 아기가 가진 잠재적인 힘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미지의 누군가를 찾는 일련의 여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단순한 이야기는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가운데 느슨하게 연속성을 갖는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전개된다. 이 에피소드들은 여러 감독과의 분업 및 협업을 통해서 구축되었다. <만달로리안> 시즌 1~2의 제작에 참여한 감독으로는 데이비 필로니(Dave Filoni), 릭 파무이와(Rick Famuyiwa), 데보라 차우(Deborah Chow), 페이턴 리드(Peyton Reed), 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Bryce Dallas Howard), 칼 웨더스(Carl Weathers) 등이 있다. 이들은 루카스필름의 팬이었으며, <스타워즈>가 트랜스미디어적인 현상이었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해온 세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9]. 말하자면, 조지 루카스의 작품을 문화적으로 향유하면서 자란 세대들이 모여 <만달로리안> 시리즈를 만든 것이다.

할리우드 시각효과의 전통을 기술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계승하는 <만달로리안>의 고유성은 그것이 버추얼 프로덕션이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에 기초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에 있다. 이 시리즈는 전체의 약 절반 정도의 장면을 LED 월에 기반한 버추얼 프로덕션 방식으로 제작했다. ILM은 자사가 소유한 맨해튼 비치 스튜디오스(Manhattan Beach Studios)에 1,326개의 LED 패널을 결합하여 270도로 구성된 반원형 형태의 LED 월을 구축했다[10]. 이 거대한 스크린은 업계 내에서 볼륨(volume)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그것은 높이 약 6미터, 너비 약 22미터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했다. 이러한 LED 월에 기반한 버추얼 프로덕션은 몰입적인 가상의 환경을 만들고, 가상의 환경을 배우의 실사 연기와 실시간으로 합성하고, 그 일련의 과정을 세트 내에 있는 모든 스태프가 공유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세트 내에서의 실시간 합성을 위해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4.25 버전이 쓰였다. 당시 촬영이 이루어지는 스튜디오 내에는 총 4대의 컴퓨터가 설치되었고, 이를 3명의 언리얼 엔진 전문가가 조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LED 월 기반 버추얼 프로덕션의 최종 결과물이 존 파브로의 최초 기획과는 다소 달랐다는 점이다. 최초 존 파브로는 LED 패널을 일종의 광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와 관련해서 그의 다음과 같은 말을 참고할 수 있다. “처음 구상했던 볼륨의 모습은 그냥 반응형 조명과 사람을 따라다니는 그린 스크린이었죠. 라이트 스크린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게요. 하지만 게임 엔진 기술을 더 자세히 연구하면서 실험을 하기 시작했죠. 여기서 일반 TV세트로 <라이언 킹>을 실험했었잖아요. TV 세트를 설치해놓고 <라이온 킹> VR에 쓰는 트래킹 정보를 스크린에 넣어 봤었죠. 카메라 움직임을 잘 따라오더군요. 사자 머리 모형을 스크린 앞에 뒀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배경이 뭉개지는 것 같고 이상했지만 렌즈로 보면 완벽했어요. 할만하다는 게 증명됐죠.”[11]

존 파브로가 한 이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영화가 영화 제작의 표준이 된 상황에서 버추얼 프로덕션이 개념적으로 시도되는 대략의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의 탄생지”로 언급되는 것은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 감독의 <아바타(Avatar)>(2009)이다(Bennett & Carter, 2014). 이 작품은 시뮬캠(simulcam)이라고 불리는 기술을 활용해서 만들어졌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사전 제작된 가상의 이미지와 세트 내에서 모션 캡처된 실사 이미지를 주문 제작된 태블릿 피시에 동시적으로 시각화하는 방법을 활용했다. 시뮬캠을 활용한 제작 방식은 <리얼 스틸(Real Steel)>(2011), <블레이드 러너 2049(Blade Runner 2049)>(2017),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2018)과 같은 작품에도 쓰였다[12]. 이 작품들은 포스트-프로덕션에서야 확인할 수 있는 최종 결과물에 대한 불안감을 최소화하고, 촬영 현장에서 합성된 결과물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위해 시뮬캠을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시뮬캠은 물질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이미지를 제작 단계에서 시각화하기 위해 고안된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일부 학자들은 최종 결과물에 들어갈 시각효과를 촬영 이전에 제작해서 확인하는 것, 즉 사전 시각화를 버추얼 프로덕션의 출발점으로 본다. 사전 시각화는 재촬영이 어렵고 경제적으로 큰 비용이 들어가는 장면을 촬영 전에 미리 제작하여,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 요소를 미리 제어하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이러한 사전 시각화는 촬영을 앞둔 영화의 전체 또는 일부를 3D 이미지로 구축하는 것을 가리키는데, 이는 스토리보드를 대신해 촬영 현장에서 쓰이기도 한다. 제프리 오쿤(Jeffrey Okun)과 수잔 즈워먼(Susan Zwerman)은 버추얼 프로덕션이 개념적으로 사전 시각화를 연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들은 <아바타>,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TinTin: The Secret of the Unicorn)>(2011)과 같이 사전에 세트의 일부나 영화 속 한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스로 구현하고 그것을 가상 카메라를 통해서 렌더링을 하여 실사 이미지와 결합하는 방법을 적용한 작품을 버추얼 프로덕션의 선구적인 사례로 간주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이 “세계의 구축, 사전 시각화, 세트에서의 시각화, 가상 카메라, 캐릭터 발전, 그리고 디지털 에셋 파이프라인과 같은 실천들을 모두 포괄한다”고 적는다[14].

버추얼 프로덕션은 비물질적인 이미지를 시뮬레이션하고 그것을 전-영화적인(pro-filmic)인 이미지와 결합한다는 점에서, 가상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비가시적인 제작에 의존하던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가시적인 제작 방식을 새로이 도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버추얼 프로덕션은 오직 최종 결과물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제작 단계에서부터 눈에 보이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제작 방식에 관심을 가진 또 다른 영화감독으로는 <만달로리안>의 총괄 책임자를 맡은 존 파브로가 있다. 그는 실사로 촬영된 <정글북(The Jungle Book)>(2016), <라이언 킹(The Lion King)>(2019)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사전 시각화, 모션 캡처, 시뮬캠, VR, LED 패널 등의 기법을 활용했다. 특히 <라이언 킹>을 제작할 때는 사전에 작품 전체를 컴퓨터 그래픽스로 애니메이팅하고, VR 기기와 게임 엔진을 활용하여 가상의 공간에서 촬영지를 물색하거나, 가상의 공간에서 가상의 카메라로 촬영하기도 했다. 또한, 존 파브로는 <정글북>을 만들 당시 스튜디오 내에 여러 개의 LED 패널을 연결하고, 그 구조물을 일종의 광원으로 활용했다. 비록 그 당시 LED 패널은 상호작용적인 광원 이상의 용도로 활용되지 않았지만, 그러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버추얼 프로덕션의 가능성을 점검하기에는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존 파브로는 게임 엔진, VR, LED 패널과 같은 여러 최신의 기술을 활용한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달로리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LED 월에 기반한 실시간 합성을 시도하게 된다.

지금까지 논의를 통해서 살펴본 것처럼, <만달로리안>은 기존의 시각효과를 부분적으로 계승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창의적으로 혁신한다. 이 작품은 한편으로는 1970년대 이후 할리우드에서 발전한 시각효과의 전통을 부분적으로 계승한 작품으로 볼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2000년대 이후 가상의 이미지와 실사 이미지의 실시간 합성을 지향하는 버추얼 프로덕션을 시범적으로 적용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여러 개의 LED 패널로 이루어진 거대한 스크린에 미리 제작된 가상의 환경을 렌더링하고 그것을 배경으로 촬영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기존 그린 스크린의 한계점으로 지적되었던 제작 공정의 불안정성을 제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린 스크린을 활용할 경우 배우들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가상의 환경을 상상하면서 연기해야만 했던 것과 달리 LED 월을 활용할 경우 컴퓨터 그래픽스로 만들어진 가상의 환경을 세트 내에 있는 모든 스태프들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결과적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만달로리안>은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의 구분이 사라지는 비선형적, 순환적, 반복적인 제작 공정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서 제작 과정 내에서의 불안정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강화된 시각효과를 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Ⅲ. 분석 결과
3-1 강화된 합성 : 가상의 환경과 실제 환경의 조화

그간 꿈의 공장으로서의 할리우드의 환영주의는 여러 효과에 대한 관객의 믿음과 신뢰 속에서 존재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리지널 3부작의 경우 특수효과를 기반으로 촬영한 영상과 광학효과를 통해서 사후 처리된 영상을 이음매 없이 연결하는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앞서 언급한 줄리 턴녹의 논의를 다시 참고하자면,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시각효과를 담당한 ILM의 미학은 “완벽하게 실현된 이음매 없는 포토리얼리즘(seamless photorealism)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거론되는데, 그것은 동일한 카메라로 동시에 촬영된 것처럼 보이게 실사 촬영과 특수효과 요소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다.”[8] 즉, ILM의 미학의 핵심은 여러 이질적인 효과들을 매끄럽게 봉합하는 강화된 합성에 있다. 비록 제작 방식의 차이가 있지만, ILM이 참여한 <스타워즈> 시리즈와 <만달로리안> 시리즈 모두 가상과 현실의 매끄러운 봉합을 통해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하나의 영화적 세계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달로리안>의 경우 강화된 합성을 실시간 합성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스타워즈>의 강화된 합성은 실제 카메라 앞에 동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여러 효과를 사후적으로 합성하는 방식을 따르지만,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강화된 합성은 실제 세트 내에서 동시적으로 존재하는 여러 효과를 실시간으로 합성하는 방식을 따른다. 전자가 여러 효과의 사후적 처리에 가깝다면, 후자는 여러 효과의 동시적 처리에 가깝다.

일찍이 크리스티앙 메츠(Christian Metz)는 시각효과를 작품 속 이야기가 전개되는 세계, 즉 디제시스의 주요 구성 요소 중의 하나로 간주했다. 그는 오늘날 특수효과와 시각효과로 구분되는 일련의 효과들을 트릭(trucage/trick)으로 통칭하고 그것을 세부적으로 분류한다. 우선, 그는 전-영화적 트릭(profilmic trucages)과 시네마토그래픽 트릭(cinematographic trucages)을 구분한다. 전자는 스턴트, 분장, 의상 등과 같이 배우의 연기와 특정 대상을 통해서 발휘되는 효과이다. 반면 후자는 와이프, 패닝, 페이드 인/아웃, 연초점, 슬로우 모션, 다중인화 등과 같이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셀룰로이드 필름에 모종의 처리를 가해서 발휘되는 효과이다. 이어서 메츠는 영화에 개입하는 일련의 효과가 관객에게 어떻게 독해될 것인지를 기준으로 지각되지 않는 트릭(imperceptible trucages), 비가시적인 트릭(invisible trucages), 가시적인 트릭(visible trucages)을 구분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완성도가 높은 효과일수록 관객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비가시적인 트릭이 관객에게 지각되지 않는다고 단정해서는 곤란하다. 어떤 장면에 대역 배우가 쓰였음에도 그 사실을 관객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비가시적이지만 지각될 수 있는 트릭에 해당한다. 그리고 비가시적인 트릭은 영화적 관습의 일부가 될 때 지각되지 않는 트릭으로 거듭난다. 메츠에 따르면, “트릭이라는 것은 오직 속임수가 있을 때만 가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이 용어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한다면, 관객들은 디제시스를 시각적인 요소들의 총체가 자신들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15]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실사 이미지를 포함하는 여러 효과가 어우러진 강화된 합성을 실시간으로 달성하여 최종 결과물에서 어떤 기술, 효과, 합성이 쓰였는지 구분할 수 없는 상태로 제시한다. 이 작품에서 옥외 스튜디오 촬영이나 그린 스크린에 기반한 촬영을 제외하면, 대부분 LED 월이 있는 세트 내에서 촬영된 것이다. 디지털 이미지가 배우, 공간, 디지털 효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진다고 주장한 아일리쉬 우드(Aylish Wood)의 표현을 빌리자면, LED 월에 기반한 버추얼 프로덕션을 통한 이미지 제작 과정은 카메라 앞의 배우, 세트 내 무대, LED 월에 렌더링 되는 여러 디지털 효과가 결합한 “수행적 공간(performative sapce)”을 통해 이루어진다[16].

<만달로리안>에서 실시간 합성이 적용된 주요 장면은 실사 이미지와 가상 이미지의 각 부분이 만들어지고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가상의 환경과 배우의 연기가 결합하는 방식이 있다. LED 월에 가상의 환경을 렌더링하고 그 앞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는 과정을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인데, 버추얼 프로덕션의 가장 일반화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환경, 배우의 연기를 결합하는 방식이 있다. 최종 결과물에서 LED 월과 세트 내 바닥 부분의 경계가 부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트 내 바닥 부분을 가상의 환경과 유사하게 꾸민 경우이다. 셋째,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특수효과, 배우의 연기를 결합하는 방식이 있다. 가상의 환경에서 구현할 수 없는 대상의 규모, 부피, 질감, 색채, 광원 등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촬영이 이루어지는 동안 배우들이 세트 내 여러 대상과 상호작용할 수 있게끔 설계된 경우이다. <만달로리안> 시리즈에서 주목할 부분은, 이 작품이 CGI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신 실제적 효과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스타워즈> 시리즈가 지향했었던 이음매 없는 포토리얼리즘의 미학, 즉 강화된 합성이 <만달로리안>에도 전승된 것이다.

먼저, 가상의 환경과 배우의 연기가 결합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은하계를 구성하는 여러 행성의 낯선 풍경을 가상의 환경으로 구현했다. 대표적으로 시즌 1의 1화에 등장하는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행성, 시즌 1의 2화에 등장하는 사막과 협곡으로 이루어진 행성이 그러하다. 각 에피소드에서 주인공 딘 자린은 자신이 소유한 우주선을 타고 어느 낯선 행성에 도착한다. 우주선에서 내린 그는 수배범을 잡거나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낯선 풍경 혹은 공간을 향해 걸어간다(그림 2~3 참고). 이 일련의 장면에서 버추얼 프로덕션의 전형적인 실시간 이미지 합성 방식, 즉 가상의 환경과 배우의 연기를 결합하는 방식이 쓰였다. 여기서 가상의 환경은 포토그래메트리(photogrammetry)를 통해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어느 지역의 풍경을 2D 이미지로 촬영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수천 장의 이미지를 통해 3D 이미지를 구현한 것이다. <만달로리안>의 포토그래메트리 팀은 미국의 유타 주, 유럽의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3D 제작 프로그램인 마야(Maya)를 통해서 가상의 환경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가상의 환경 중 약 40%는 이와 같은 방식을 거쳐 완성되었다[17]. 과거 <스타워즈> 시리즈가 사막으로 이루어진 어느 행성의 모습을 찍기 위해 튀니지에서 로케이션을 감행한 것과 달리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세트 내에서 가상의 사막을 구현한 상태에서 촬영을 진행한 것이다.


Fig. 2. 
The Madalorian, season 1-1


Fig. 3. 
The Madalorian, season 1-2

버추얼 프로덕션에서 가상의 환경과 배우의 연기가 상수라면 세트 내 환경은 변수로 존재한다.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환경, 배우의 연기가 실시간으로 합성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시즌 1의 2화에 속하는 한 장면을 보자(그림 4 참고). 이 에피소드에 앞서 딘 자린은 구 제국 잔당들로부터 의뢰받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그로구라는 아기를 찾아 나선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그로구를 노리는 다른 무리를 제압한 후 그로구를 데리고 자신의 우주선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시즌 1의 2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딘 자린과 그로구는 우주선으로 돌아가기 위해 좌우가 바위로 둘러싸인 협곡을 지난다. 카메라는 딘 자린의 부츠를 클로즈업으로 보여준 후 협곡을 지나는 딘 자린과 그로구의 모습을 풀샷으로 보여준다. 이어서 유모차에 타고 있는 그로구를 보여준 다음 그의 시점으로 협곡의 풍경을 비춘다. 이 연속되는 쇼트들을 결합했을 때, 관객인 우리는 딘 자린과 그로구가 사방이 협곡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 있다는 것을 감각적으로 알 수 있다. 이후 딘 자린과 그로구의 모습이 다시 풀샷으로 등장하고,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협곡의 바위 위로 낯선 그림자가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제부터는 긴박한 액션이 전개될 차례이다. 딘 자린은 그로구에게 걸린 현상금을 노린 악당 세 명과 맞서 싸우는데, 이 장면은 빠른 편집과 초점 이동 등을 통해서 그 자체로 하나의 시각적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액션 장면은 실제 사막을 배경으로 촬영된 고전적인 서부극의 결투 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만달로리안>에 등장하는 협곡에서의 결투의 경우 LED 월이 있는 세트 내에서 촬영되었다는 점이다.


Fig. 4. 
The Madalorian, season 1-2

그렇다면, 이 장면은 어떻게 제4의 벽을 허물고 360도의 환경을 입체적으로 시각화할 수 있었던 것일까? 이 작품에 활용된 LED 월이 270도의 반원형이었음을 고려하면, 협곡에서의 결투 장면은 단순히 LED 월에 렌더링이 이루어진 이미지를 배경으로 활용해서 촬영한 것이라고 결론짓기 힘들다.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은 딘 자린이 밟고 있는 지면과 그의 신체를 기준으로 앞쪽에 해당하는 주변 환경에서 찾을 수 있다. 만약, 이 작품이 LED 월에 렌러딩이 이루어진 가상의 환경에만 의존해서 촬영을 진행했다면, 한 인물의 모습을 다양한 거리에서 촬영하거나 그 인물의 모습을 다양한 앵글로 보여주기 힘들었을 것이다. 제작 과정에서 LED 월과 세트의 바닥 부분이 분리된 공간임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최종 결과물에서 일련의 효과가 쓰였다는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끄러운 실시간 합성을 위해 일부 장면은 LED 월과 세트 사이의 경계를 감추거나 그 두 영역 사이의 연속성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따라야만 한다. 실제로 앞서 예시로 든 협곡에서의 결투 장면은 LED 월에 렌더링이 이루어진 협곡과 유사한 환경을 구축한 상태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환경, 그리고 배우의 연기가 쇼트들의 연쇄를 통해서 혹은 하나의 쇼트 내에서 절묘하게 결합하는 몽타주가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만달로리안>의 몽타주는 전통적인 몽타주 개념과 사뭇 다르다.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는 디지털 합성을 영화의 몽타주, 즉 쇼트들의 연쇄를 통해서 시간의 흐름을 구축하는 몽타주와 구분한다. 그는 고전적인 몽타주를 쇼트의 연쇄로 보고, 일부 실험적인 감독들과 비디오 매체를 활용한 감독들에 의해 쇼트 내의 몽타주가 시도되었던 것으로 본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몽타주를 다양한 미디어 객체를 혼합한 디지털 합성과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다양한 공간이 봉합의 흔적이 없는 하나의 가상공간으로 혼합되는 디지털 합성은 연속성이라는 대안 미학의 좋은 예이다. 더구나 합성은 일반적으로 몽타주 미학의 대안으로 이해되고 있다. 몽타주는 여러 요소 간의 시각적, 스타일적, 의미론적, 감정적 불일치를 창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반면에 합성은 봉합의 흔적이 없는 전체, 하나의 게슈탈트로 요소를 섞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18] 나아가 마노비치는 디지털 합성이 영화적 몽타주의 불연속성의 원리를 연속성의 원리로 대체하고, 여러 쇼트가 연속되는 시간의 차원보다는 합성물과 레이어가 결합하는 공간의 차원을 더 중시한다면서, 이러한 특징을 반영하여 공간적 몽타주(spatial montage)라는 개념을 제시한다. 디지털 합성을 몽타주와 개념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다소 논쟁적일 수 있지만, 적어도 마노비치는 디지털 영화가 모듈성의 원리에 따라 객체화되어 있는 여러 대상을 공간적으로 배치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개념적으로 강화된 합성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포토그래메트리 기법을 통해 여러 사진적 이미지가 3D 모델링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에 의해서 매끄럽게 합쳐진 가상의 환경은 그 자체로 마노비치가 말한 디지털 합성, 즉 공간적 몽타주에 속한다. 한 가지 유의해야 할 부분은 버추얼 프로덕션의 실시간 합성을 구성하는 요소에는 가상의 환경 외에도 세트 내 환경과 배우의 연기가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마노비치의 논의를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는다. 그의 디지털 합성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미디어 객체들을 자유롭게 불러들인 다음 그것들을 다시 매끄럽게 혼합하는 것을 가리키며,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CGI 합성이나 크로마 키 합성 등이 있다. 마노비치는 이러한 디지털 합성 과정에 대해 논의하면서 전-영화적인 요소들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염두에 둔 디지털 영화의 합성은 버추얼 프로덕션에 의해서 실시간 합성이 가능해지기 이전에 쓰인 것들이다. 예를 들어, 모든 장면이 컴퓨터 그래픽스 간의 합성이나 그린 스크린 앞에서 찍은 배우의 모습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그것을 디지털 소프트웨어에서 컴퓨터 그래픽스와 합성 방식이 그러하다. 버추얼 프로덕션에서 나타나는 강화된 합성은 기존 특수효과 및 시각효과의 전통을 계승한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영화적 전통에 따라서 카메라에 의해 포착되고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에 기초한 전통적인 영화 몽타주의 원리를 염두에 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전산적으로 처리된 비물질적 객체가 공간적으로 배열되는 디지털 합성의 원리를 따른다. 이 두 가지 효과는 각기 구분되는 공정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세트 내에서 이루어지는 실시간 합성에 기초한 것이다. 강화된 합성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버추얼 프로덕션은 과거 한 장소에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했던 여러 효과를 실제 세트 내에서 동시적으로 다루면서 그것을 실시간으로 합성한다.

이처럼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기술적으로나 형식적으로나 옛것과 새것을 혼합한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특수효과, 배우의 연기를 결합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앞서 언급한 두 합성 방식과 달리 이 경우에는 전-영화적인 구성 요소로서의 특수효과가 추가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 도식에서 실제적 효과는 디지털 환영에 사실감을 강화하는 요소로 쓰인다고 볼 수 있다. 정혜진에 따르면, 초국적인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제작되는 영화 중 일부가 재현하는 가상의 풍경은 대체로 “물리적인 세트, 실제적인 효과, 그리고 로케이션 촬영으로 이루어진 물질적인 환경에 기초”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디지털 환영이 현실로 새어 들어갈 수 있다[19]. 흥미롭게도 <스타워즈>의 일부 팬들은 이 시리즈가 1990년대 이후로 CGI의 비중을 높였다는 점에 대해 다소 못마땅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경우 스타워즈 관객들이 과도한 CGI의 활용에 대해 품고 있던 불만을 잠식시킬 정도로 다양한 특수효과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핵심 캐릭터 중 하나인 그로구는 간단한 신체 동작을 전자 신호로 제어할 수 있는 실물 크기의 인형으로 제작되었다. 일부 세밀한 동작이 필요한 경우에는 전문가가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는 위치에서 인형을 수작업으로 조종했다. 이를 통해 그로구와 딘 자린 사이의 상호작용이 전-영화적인 요소로 포착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만달로리안> 시리즈에는 과거 <스타워즈> 시리즈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특수효과들이 대거 쓰였다. 딘 자린의 우주선 내부와 외부의 일부를 포함해서 주요 장면들에 쓰이는 소품과 모형 등이 실제로 제작된 것이 그러한 경우에 속한다.

이와 관련해서 시즌 1의 2화에 자와족과 그들의 운송 수단인 샌드크롤러가 등장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자와족과 샌드크롤러는 <스타워즈 4: 새로운 희망>에 처음 등장했는데, 당시 조지 루카스와 ILM은 샌드크롤러의 모형과 함께 샌드크롤러의 하단 부분을 실물 크기로 제작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만달로리안> 시리즈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샌드크롤러의 하단 부분이 실물로 제작되었고, 그것은 LED 월 앞에 배치된 다음 가상의 환경에 렌더링된 샌드크롤러의 상단 부분과 합성되었다. 실제 영화 속에서 샌드크롤러는 풀샷으로 등장하지만, 그것은 실사 이미지와 가상 이미지를 이음매 없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샌드크롤러의 하단 부분은 딘 자린이 샌드크롤러에 매달린 상태로 자와족과 총격전을 벌이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만달로리안>의 스태프들은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서까지 특수효과를 고집했던 것일까? 이와 관련해서 <만달로리안>에 감독으로 참여한 릭 파무이의 말을 참고해볼 수 있다. “‘스타워즈’를 ‘스타워즈’로 만들어주는 건 첨단 기술이지만, 결국 그건 개인적이고 공감되며 인간적인 모습을 만들기 위한 도구예요. 인형, 애니매트로닉스, 볼륨을 섞어서 사용했고, 대단한 배우들이 우리와 함께했죠. 모든 요소가 어우러지면서 사실성을 만들어줬어요.”[20] 파무이의 말은 <만달로리안>이 새로운 기술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으면서 고전적인 영화적 형식과 새로운 영화적 형식을 결합했음을 시사한다. 또한, 이는 서로 다른 효과들이 실시간으로 이음매 없이 결합하는 버추얼 프로덕션 특유의 강화된 합성을 통한 강화된 시각효과의 달성을 의미한다.

3-2 강화된 서사 : 디제시스적 구성 요소로서의 시각효과

지금까지 이 글에서는 <만달로리안>의 주요 장면이 가상 이미지와 실사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합성한 결과물이며, 관객은 그 이음매 없는 이미지를 비가시화된 상태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중심적이며 제작 과정에 기초한 논의만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을 바탕으로 제작된 어떤 영화의 이미지가 그 작품의 의미, 서사, 주제와 어우러진다고 단정하기 힘들다. 분명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영화의 촬영, 편집, 보정, 합성 등의 과정에서 “미시적인 차원의 이미지 조작”[21]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미지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스펙터클로 존재하거나 영화 속 서사, 인물, 공간 등을 구성하는 요소로 쓰인다. 그렇다면,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이미지는 어떻게 한 편의 작품 속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는 것일까? 다시 말해, 가상의 이미지와 실사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합성된 그 결과물은 어떻게 한 편의 작품을 구성하는 디제시스적 요소로 거듭나는 것일까?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이야기 구조에 대해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자. 이 작품의 원안이 되는 <스타워즈>의 세계관은 조지 루카스가 구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프닝 크레디트에 반복적으로 등장한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라는 구절은, 이 시리즈의 세계관을 압축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루카스가 구축한 이야기가 사실적인 것보다는 정신적인 것에 가깝다는 것을 암시한다. 먼 과거의 은하계는 공화국이 해체되고 제국이 들어서는 과정에서 정치적인 혼란을 겪고 있었다. 그리고 이 무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제다이로 불리는 영웅들이 적과 맞서 싸우고, 마침내 그들은 은하계의 힘(force)의 균형을 이루는 데 성공한다. 이러한 이야기는 한 영웅의 모험담을 그리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특정 집단을 포함하는 특정 세계의 꿈을 보편화한다. 그런 점에서, <스타워즈>의 이야기는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이 언급한 신화적 이야기의 도식을 따라 영웅의 “세계로부터의 분리, 힘의 원천에 대한 통찰, 그리고 삶을 향상시키는 귀향의 패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22]. 캠벨은 개개의 신화는 독립적이지만, 그 모든 것은 어떤 원형으로 수렴된다고 주장한다. 그의 관점을 수용한다면, 딘 자린과 그로구가 은하계로부터 분리되고, 그들이 자신들의 힘의 원천에 대해서 통찰하면서, 미지의 세계를 향해 끝없는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는 인류의 보편적인 꿈으로서의 영웅 신화를 다룬 것으로 볼 수 있다.

조금 더 세속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미국적인 신화를 그린 작품에 가깝다. 이 작품은 여러 장르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그 중심을 차지하는 두 축으로 서부극과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를 활용하고 있다. 딘 자린이 현상금 사냥꾼이며 그가 은하계 주변부에 있는 행성을 배회한다는 설정은, 전통적인 서부극의 고독한 영웅이 황야를 누비면서 모험과 맞닥뜨린다는 설정과 비슷하다. 한편, 이 작품은 SF 영화의 하위 장르에 속하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관습 또한 가지고 있다. 통상적으로 SF 영화가 기계 문명이 발전하면서 도래하게 될 유토피아적 미래 또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외계인의 존재와 그런 외계인의 지구 침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과 달리, 스페이스 오페라는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영웅들의 모험을 그린다. 서부극과 스페이스 오페라 모두 영웅의 비범한 능력을 통해 공동체가 위기를 극복한다는 이야기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르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1940년대 전후로 유행한 서부극이 1960년대 이후에 유행한 스페이스 오페라로 계승 및 발전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다. 특히 서부극의 장르적 도상인 사막, 카우보이, 말, 권총 등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장르적 도상인 행성, 우주인, 우주선, 레이저 총 등으로 대체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두 장르에서 각기 다른 관습으로 그려지는 천 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의 이야기는 문명이 야만을 다스리고, 무질서가 질서를 회복하고, 개인주의가 공동체주의에 귀속된다는 그 일련의 보편적인 이야기 속에서 하나가 된다. 서부극과 SF영화를 가로지르는 서사적 원형에 대해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나타나는 스펙터클한 이미지와 내러티브 간의 긴장과 통합에 대해 연구한 제오프 킹(Geoff King)의 논의를 참고해볼 수 있다. 그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스펙터클과 내러티브는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지 않으며, 스펙터클은 단순히 관객을 속이거나, 기만하거나, 내러티브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가 보기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미국 개척 신화를 통해서 스펙터클과 내러티브의 긴장을 해소한다. 이러한 그의 생각은 SF영화를 서부극 개척 신화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잘 드러난다. “내러티브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SF는 인류가 과학, 기술, 그리고 합리성과 맺는 관계에서 마주할 수 있는 광범위한 이슈를 포함하는, 수많은 억압된 사회적 이슈를 탐구하고 그것에 대한 약간의 해결책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특히나 SF는 개척 신화에 의존하고 있는 담론을 표명하기 위한 이상적인 장소를 제공한다.”[23]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여러 에피소드는 위기에 빠진 공동체를 구원하는 영웅들의 활약을 다룬다. 그중 시즌 1의 4화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딘 자린은 자신과 그로구가 숨어 있을 곳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인구 밀도가 낮은 소르간이라는 행성으로 향한다. 그곳은 다른 행성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문명이 덜 발달한 상태이며, 부락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동체의 삶이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 행성에도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 사이의 권력관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딘 자린은 약탈자들을 물리쳐 달라는 어느 마을 사람들의 부탁들 받고, 카라 듄이라는 용병과 힘을 합쳐 적과 맞서기 위한 준비를 한다. 주목할 부분은 이 작품의 대결 구도가 단순히 영웅과 악당의 대립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의 후반부의 이야기는 딘 자린과 카라 듄이 적의 가공할 힘에 대적하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에게 전투 기술을 가르치고, 영웅과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적을 제압한다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것은 한편으로는 <셰인(Shane)>(1953)과 같은 서부극처럼 어느 마을의 공동체가 외부에서 온 영웅의 비범한 능력에 의해서 질서를 회복하는 이야기를 그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황야의 7인(The Magnificent Seven)>(1960)과 같은 서부극처럼 위기에 빠진 공동체의 주민들이 영웅과 힘을 합쳐 마을의 평화를 지키는 이야기를 그린다.

따라서 이 에피소드의 중심에 있는 것은 영웅이 아닌 공동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에피소드의 중심 배경이 되는 곳은 마을 주민들이 거주하는 공동체이다. 에피소드 초반부에 마을을 롱샷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원경에는 거대한 수풀이 있고, 중경에는 몽골족의 게르를 연상시키는 집들이 모여 군락을 이루고 있고, 전경에는 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여러 개의 작은 호수가 있다(그림 5 참고). 과거 미국의 영토확장이라는 명백한 사명을 가슴에 품고 서부로 향했던 사람들이 농경지와 목초지가 있는 공동체를 꿈꾸었던 것처럼,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마을은 서부극이 신화적으로 그린 낙원에 가깝다. 그러나 약탈자의 침입으로 이 마을은 전쟁터로 바뀐다. 마을 주민들은 호수와 늪지를 일종의 지형지물로 이용하여 레이저 총과 전투로봇으로 무장한 약탈자들을 상대하고, 최종적으로 그들을 제압한다. 이처럼 이 작품은 과거 서부극이 그러했던 것처럼, 선과 악 혹은 문명과 야만이 충돌하는 이야기를 자연적이고 목가적인 풍경을 가지고 있는 공동체의 모습을 통해서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Fig. 5. 
The Madalorian, season 1-4

버추얼 프로덕션에서 가상의 환경은 촬영이 이루어지는 세트 내에서 일종의 배경(backdrop)으로 존재하지만, 그것은 영화 속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로 통합됨으로써 하나의 독립된 세계를 재현한 풍경(landscape)이 된다. 미술사학자 W.J.T. 미첼(W.J.T. Mitchell)은 우리가 풍경이라고 부르는 것은 하나의 예술 장르가 아니며, 그것은 특정 문화적 관점을 통해서 매개되어 의미를 획득한다고 주장한다[24]. 영화 속 풍경과 관련된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하나는 풍경이 서사로부터 독립되어 그 자체로 하나의 자율적인 형식을 갖는 경우이며, 다른 하나는 풍경이 서사에 종속되어 이데올로기적인 의미를 갖는 경우이다. 전자는 주로 실험영화, 독립영화와 관련된 논의에서 후자는 주로 장르적인 영화와 관련된 논의에서 다루어진다. 마우리치아 나탈리(Maurizia Natali)는 미국영화가 풍경을 충격과 경외와 같은 이미지로 제시하며, 이를 통해 “이데올로기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하나의 제국으로 거듭나려는 (그리고 그렇게 행동하려는) 근원적인 미국의 판타지를 실현한다”고 적는다[25]. 미국의 건국 신화를 원형적으로 가지고 있는 대다수의 할리우드 영화는 그 작품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풍경 이미지를 통해서 의미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관점은 영화사의 흐름을 느슨하게 따라가면서 이미지의 분류 체계를 정립하려고 했던 질 들뢰즈(Gilles eleuze)의 논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특정한 시공간으로서의 환경과 그 안에서 현실화하는 물적 상태로서의 상황, 인물, 행위의 상호작용을 행동-이미지로 분류하고 그것을 세분화했다. 그는 주변 환경이 일련의 상황을 포괄하고 그 안에서 결투가 행동으로서 드러나는 것을 상황-액션-상황(SAS’)으로 도식화하고 이를 큰 형식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특정 행동이나 습관에 의해서 상황이 드러나는 것을 액션-상황-액션(ASA’)으로 도식화하고 이를 작은 형식이라고 불렀다.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큰 형식이다. 그것은 주로 기록물, 사회-심리물, 필름 누아르, 서부극처럼 특정 집단, 공동체, 국가를 다룬 작품들 속에서 영웅들이 주변 환경으로서의 자연이나 문명과 대결하거나 결투를 벌이는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작품은 일련의 변화된 상황을 포괄하고 무너진 질서를 회복하는 역할을 하는 환경을 주요 이미지로 활용한다. 그것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 환경이다. 그런 점에서 들뢰즈는 “결국 미국영화는 계속해서 기본적인 하나의 영화를 찍고 또 찍었던 셈이다. 그것은 그리피스가 최초의 원본을 만들었던 한 문명-국가의 탄생에 관한 것”이라고 적는다[26]

하지만 나탈리가 말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풍경과 들뢰즈가 말하는 미국영화의 환경에 대한 논의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크게 두 가지 한계점을 갖는다. 첫째, 두 논의는 영화를 구성하는 세부적인 요소를 거대 담론으로 환원한다. 둘째, 두 논의 모두 고전적인 영화를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그들이 말하는 풍경 또는 환경은 세트나 로케이션과 같은 물질적인 공간에 기초한 것이다. 두 논의를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영화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시각효과를 하나의 독립적인 요소로 간주하고 그것을 디지털 영화에서 나타나는 풍경에 관한 논의에 접목해볼 필요가 있다. 아날로그 영화와 달리 디지털 영화는 물질적인 요소와 비물질적인 요소를 기술적으로 매개하여 하나의 세계를 구성한다. 아일리쉬 우드에 따르면, 디지털 시각효과 속 세계는 사람, 사물, 로케이션, 기술을 포함하는 특정 영향들의 집합으로 존재하는 무형적 공간(intangible space)에 가깝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다음과 같이 적는다. “무형성의 개념은 물질적인 현존이 부재한 존재에 대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실제로 무형의 공간은 단순히 그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세계에 위치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무형의 공간이 비가시적이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공간은 오직 영향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만 존재한다.”[27] 이러한 관점에서 보자면, 고전적인 서부극의 사막은 유형(tangible)의 공간에 가깝지만, <만달로리안>에 등장하는 어느 행성의 사막은 무형의 공간, 즉 다른 효과들과의 관계 속에서 가시화되고 그것의 의미가 형성되는 것에 가깝다.

상술한 바대로,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환경, 배우의 연기를 적절하게 결합하는 방식으로 시각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특히 이 작품은 배우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특정 인물의 성격과 심리 변화를 드러낸다. 이 작품 속 배경으로 쓰이는 환경은 설원, 사막, 숲, 제단, 마을, 바다, 고철 처리장, 우주 정거장 등으로 다양하다. 딘 자린은 만달로어 종족 특유의 금속 재질로 된 갑옷을 입고, 각종 공격 장비를 갖춘 상태로 여러 환경과 맞닥뜨리고, 그 환경 속에서 다양한 모험을 경험한다. 딘 자린의 갑옷은 그가 현상금 사냥을 마칠 때마다 조금씩 보완되는데, 최초 자줏빛에 가까웠던 그의 갑옷은 회를 거듭할수록 은빛으로 바뀐다. 그의 새롭게 바뀐 갑옷은 만달로어 종족 내에서 하나의 전설처럼 전해지는 베스카라는 금속을 제련해서 만든 것으로, 딘 자린의 신체를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정도로 강도가 높다. 한편, 딘 자린의 갑옷은 주변을 거울처럼 비추고, 주변의 빛을 반사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이 작품이 서사적인 차원에서 딘 자린과 그를 둘러싼 환경을 상호 반영적인 관계로 설정했음을 암시한다. 시리즈 초반 현상금 사냥꾼이었던 딘 자린이 그로구를 만나서 점차 불의에 맞서는 영웅으로 거듭나는 과정은, 그가 척박한 환경을 극복하고 더 강한 갑옷을 갖추어 입는 과정과 나란히 전개된다. 이와 같은 딘 자린의 외형은 그린 스크린에 기반한 합성이 아닌 LED 월을 활용하는 버추얼 프로덕션의 실시간 합성에 최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그린 스크린 앞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면, 딘 자린의 갑옷에 반영된 녹색 빛을 지우기 위해 별도의 작업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LED 월은 그 자체가 하나의 상호작용적인 광원이기 때문에 딘 자린의 갑옷에 반사된 빛을 하나의 시각적인 효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작품에 촬영감독으로 참여한 배즈 이두완(Baz Idoine)은 LED 월이 “단순히 생각하면 거대한 라이팅 박스죠. 객체에 떨어지는 빛이 매우 사실적” 이라고 말한 바 있다[28]. 수사적 표현을 허용한다면,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빛의 세계에 거주하는 영웅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버추얼 프로덕션이 한 작품의 세계를 구성하는 전체로서의 환경과 부분으로서의 디테일을 각각 시각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시리즈의 시즌 2의 일부 장면은 버추얼 프로덕션의 세트 자체를 확장하는 가운데 세부적인 시각효과를 강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촬영되었다. 시즌 2의 5화를 예로 들어보자. 딘 자린은 그로구의 정체를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소카라는 인물을 찾아서 코르버스라는 행성으로 향한다. 이 행성의 한 마을은 모건 엘스베스라는 영주가 폭압적으로 다스리고 있었는데, 아소카는 엘스베스를 제압하고 마을 주민들에게 자유를 주려고 한다. 코르버스에 도착한 딘 자린은 아소카를 찾아 화마가 휩쓴 후 검게 그을린 숲속을 걷는다. 생기를 잃어버린 나무들의 잔해와 암석으로 가득한 그 숲은 시각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어두워 보인다. 카메라는 롱샷, 풀샷, 미디엄 샷을 번갈아 활용하면서 아소카를 찾기 위해 숲을 헤매는 딘 자린의 모습을 비춘다(그림 6~7 참고). 이것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환경, 배우의 연기를 결합하는 방식을 따른 결과물이다. 그러나 시즌 1이 세트 내 바닥 부분, 특히 LED 월과 경계를 이루는 세트의 바닥 부분에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는 비교적 단순한 방식을 따랐던 것과 달리, 이 장면은 LED 월을 기준으로 물리적 세트를 타원형으로 확장하고 그곳에 가상의 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물리적 환경을 구축한 상태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딘 자린이 영화 속 공간을 걷는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비교적 긴 지속시간을 갖고 촬영할 수 있었다.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시각효과 감독을 맡은 리처드 블러프(Richard Bluff)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더 긴 시간 동안 걷고 대화를 할 수 있는, 다른 모양으로 된 더 큰 무대를 갖는 것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28]. 이것은 가상의 환경을 가지고 정적인 촬영이 아닌 동적인 촬영을 하고 싶었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만약 시즌 2에서처럼 물리적 세트를 타원형으로 확장하게 되면 LED 월에 렌더링이 이루어진 가상의 환경은 세트 내에서 단순 배경이 아닌 물리적으로 구축된 환경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또한, 배우는 가상의 환경을 뒷배경으로 하고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환경이 연장된 하나의 완벽한 환경 속에서 연기를 할 수 있다.


Fig. 6. 
The Madalorian, season 2-5, Studio


Fig. 7. 
The Madalorian, season 2-5

<만달로리안> 시즌 2는 시각적으로 디테일을 가공하는 것에 있어서도 고심한 흔적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위에서 언급한 시즌 2의 5화에서 아소카와 엘스베스의 대결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두 사람의 대결 장소는 엘스베스가 소유한 성의 정원으로, 그곳은 작은 연못과 그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하나의 통로로 이루어져 있다. 카메라는 아소카와 엘스베스가 서로를 향해 걸어오는 장면을 풀샷으로 담는다. 화면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상단에는 아소카와 엘스베스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서 있고 그들의 뒤로 정원과 성곽이 보인다. 그리고 화면 하단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는 연못이 보이는데, 그 연못의 표면에 빛이 반사되고 있다. 역시나 LED 월에 렌러딩이 이루어진 가상의 환경과 세트 내에 구성된 환경을 중심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촬영한 이 장면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연못에 반사된 빛이다. 그 빛은 LED의 빛을 반사한 것이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의 눈에는 자연광이 반사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빛이 가상인지 혹은 실제인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혹은 우리는 그 빛을 단서로 이 장면 속 세계가 가상인지 혹은 실제인지를 따져 볼 수 있다. 이 난제는 디지털 영화가 현실에 존재하는 물질적 대상의 흔적으로서의 지표성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것은 이미지가 재현하는 대상의 색, 크기, 부피, 깊이와 같은 세부적인 정보를 통해서 지각적 리얼리즘(peceptual realism)을 달성한다는 스티븐 프린스(Stephen Prince)의 논의를 통해 돌파할 수 있다[29]. <만달로리안>의 시즌 2는 버추얼 프로덕션을 활용해서 자칫 가상의 세계를 재현하는 과정에서 디테일이 간과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극복하기 위해 지각적 리얼리즘에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버추얼 프로덕션을 통해 가상의 환경을 역동적이고 디테일하게 묘사함으로써, 작품 속 세계를 지각적인 차원에서 사실적으로 구현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Ⅳ. 결 론

지금까지 이 글은 버추얼 프로덕션을 통해 제작된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강화된 시각효과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LED 월을 활용하여 가상 이미지와 실사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합성하는 방식으로, 그것은 비선형적인 작업 공정, 디지털 에셋의 재활용,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감 제거 등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기술적, 서사적, 미학적 전통을 계승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실시간 합성 방식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가상의 환경과 배우의 연기를 결합하는 방식. 둘째,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환경, 배우의 연기를 결합하는 방식. 셋째, 가상의 환경, 세트 내 특수효과, 배우의 연기를 결합하는 방식.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시각효과의 결과물은 관습적으로 서사에 통합되거나, 영화 속 주요 장면의 역동성과 디테일을 묘사하기 위해 쓰인다. 결과적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을 통해 만들어진 <만달로리안> 시리즈의 시각효과는 디제시스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활용되어 관객에게 전달된다. 이처럼 기존 시각효과의 전통과 기능을 계승하고 개선한다는 점에서, 버추얼 프로덕션에 기반한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강화된 시각효과를 활용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이 논문의 논의가 버추얼 프로덕션이라는 새로운 기술의 성과를 한 작품을 구성하는 내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서술했다는 점이다. 아직 버추얼 프로덕션이 영화 산업 내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니지만, 이 논문의 연구 범위가 작품의 내재적인 요소들에 관한 논의에 한정되었다는 사실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앞으로 버추얼 프로덕션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기대될 수 있는 효과들이 있고, 이는 <만달로리안> 시즌 2에서 부분적으로 시도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것은 LED 월의 규모와 범위, 그리고 LED 월과 함께 구성되는 세트 내의 환경과 관련이 있다. 또한 그것은 LED 월을 통해서 구현되는 가상의 세계를 단순히 정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조금 더 동적으로 묘사하기 위한 고민과도 연관이 있다. 그런 점에서 버추얼 프로덕션과 관련된 또 다른 과제는 이 기술이 영화 관객의 지각을 재구성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디지털 영화가 발전하면서 빠른 편집과 이음매 없는 합성을 통해서 혼란스러운 세계에 대한 지각적 경험을 관객에게 제시했던 것처럼, 버추얼 프로덕션 또한 새로운 영화 경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비록 아직 그 변화의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현재 버추얼 프로덕션이 영화 언어와 형식의 변화를 견인하는 새로운 기술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하기 힘들 것이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년 문화콘텐츠 R&D 전문인력 양성(문화기술 선도 대학원) 사업으로 수행되었음 (과제명 : 버추얼 프로덕션 기반 콘텐츠 제작 기술 R&D 전문인력 양성, 과제번호 : R2021040044, 기여율: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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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Disney Gallery / Star Wars: The Mandalorian, seasons 1-4.
29. Mandalorian Season 2 Virtual Production Innovations. [Internet]. Available:https://www.fxguide.com/fxfeatured/mandalorian-season-2-virtual-production-innov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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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이도훈(Do-Hoon Lee)

2010년 : 한양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정치학 학사)

2012년 :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상문화 학협동과정 (문학 석사)

2018년 :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대학원 (영상학 박사)

2021년~현 재: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전임연구원

※관심분야 : 영화, 영상학, 문화연구, 미디어 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