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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0 , No. 10

[ Article ]
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0, No. 10, pp. 2025-2034
Abbreviation: J. DCS
ISSN: 1598-2009 (Print) 2287-738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Oct 2019
Received 16 Sep 2019 Revised 01 Oct 2019 Accepted 20 Oct 2019
DOI: https://doi.org/10.9728/dcs.2019.20.10.2025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 교육을 위한 정부 지원사업 사례연구: 일본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를 중심으로
김도형 ; 오동일*
선문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

A Case Study on Government Support Project for Education of Animation Character Acting: Focusing on Japanese ‘Animation Boot Camp’
Do-Hyeong Kim ; Dong-Il Oh*
Department of History and Cultural Contents, Sun Moon University, Sunmoon-ro 221, Asan-si, Korea
Correspondence to : *Dong-Il Oh Tel: +82-41-530-2448 E-mail: ohdi7200@sunmo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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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일본의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활성화를 목표로 운영되는 정부 지원사업 기반의 워크숍이며, 잠재적인 애니메이터 양성을 통한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기존 일본 애니메이션 미학의 전통성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잠재적인 애니메이터들을 대상으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보편적 연기를 유연하게 구현할 수 있는 창조성의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므로 본 연구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실제적이며 효과적인 정책 수립에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선행 연구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Abstract

Japan’s ‘Animation Boot Camp’ is aimed at revitalizing the Japanese animation industry. And, it is a workshop based on government support project and approaches from a long-term perspective to lay the foundation for industrial development through the cultivation of potential animators. In particular, the Animation Boot Camp is not to educate the traditionality of the existing Japanese animation aesthetics, but to strengthen the creativity that can flexibly implement the universal acting of animation characters for potential animators in the Japanese animation industry. Therefore, this study is worthy of a preceding study that can lay the foundation for establishing a practical and effective policy for the revitalization of the Korean animation industry.


Keywords: Animation, Character, Acting, Government Support Project, Japanese Animation Industry
키워드: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 정부 지원사업,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Ⅰ. 서 론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19년 애니메이션 분야 지원 사업에 약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배정했다. 지원 사업은 산업의 성장과 다양성 측면을 고려해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국산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차세대 플랫폼 애니메이션 제작지원’, ‘아시아 애니메이션 공동 마켓 활성화 지원’, ‘애니메이션 해외 방영지원’ 등 총 7개의 세부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1]. 이들 세부사업의 내용을 살펴보면, 창작기반 조성과 융합콘텐츠육성 지원, 글로벌 도약과 상호교류를 강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 그것은 전체적인 지원사업의 특성이 애니메이션 산업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는 제작과 유통 단계의 산업적 활성화 지원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의 전반적인 추진 목적과 세부사업의 내용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애니메이션 산업 중장기 발전전략 추진 현황 및 보완계획’에서 제시된 주요 추진과제의 방향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추진과제는 1. 안정적 투자재원 확보, 2. 기술개발·창작 인프라 조성, 3. 우수 전문 인력 양성지원, 4. 해외 진출 확대 및 협력 강화, 5. 애니메이션 저변확대 및 법·제도의 개선이다[2]. 그러나 이 중에서 3. 우수 전문 인력 양성지원 분야와 관련해서는 다소 변화된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이 사업 분야의 세부추진 방향이었던 ‘기획 및 마케팅 인력 집중 육성’과 관련해서는 인적, 재정적 측면의 여러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분야 지원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면에, 그것의 또 다른 세부추진 방향이었던 ‘산학 협력을 통한 신규 유입인력의 전문화’와 관련된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을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가 없다. 즉, 애니메이션 제작 전문 인력의 양성과 산업적 연계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직접적인 지원 사업 모델이 부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 인력의 양성은 주로 대학교육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정부의 대학구조조정 정책에 따른 대학의 자생적 노력은 대학 경영과 지표 개선이라는 명분을 앞세우며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여러 대학의 애니메이션 학과는 영화 등의 인접 분야 학과와 통합되면서 교육과정의 정체성이 크게 훼손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러한 국내 대학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상대적으로 근무 환경이 우수한 게임 산업 등으로 진로 분야를 선택하는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 졸업생들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상업적인 수익구조 창출을 우선시하는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의 흐름 속에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생태계는 완구산업과 캐릭터 산업에 구조적으로 점차 종속화 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산업적 상황은 실제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가치를 감소시킬 뿐만 아니라, 산업적 생태계를 지탱하는 새로운 전문 인력의 유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이 처해있는 그와 같은 문제 해결과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 차원의 실효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어떠한 산업 분야이든지 우수 인재의 양성과 유입의 선순환적인 구조는 산업 생태계의 전반적인 발전과 미래를 위해 반드시 구축되고 유지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논의와 관련하여 본 논문은 애니메이션 미학의 차별적인 정체성을 표현하고 풍요로운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 교육에 관한 정부 지원사업의 사례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 과정을 통해 애니메이션 제작 우수 인력 양성과 산업적 유입이라는 측면에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의 실질적인 근간이 될 수 있는 정부 지원사업의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선행적인 연구 성과를 산출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연기는 애니메이션이 하나의 산업 분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 중요하게 인식되기 시작했으며, 실제로 디즈니 스튜디오의 경우는 1930년대부터 동작 분석 등의 실질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에 관한 실험적인 시도와 연구를 거듭했다. 그들은 그러한 연구 과정을 통해 애니메이션 고유의 리얼리티를 구현하기 위한 애니메이션 원리를 정립했으며, 그와 같은 연구 성과는 디즈니 스튜디오 최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1937)>가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미학적 토대가 되었다[3]. 그리고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와 관련된 그들의 미학적 성취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약 100여 년간 애니메이션 사실주의의 척도로서 인식되며, 전 세계적인 디즈니 제국을 지켜올 수 있었던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구성 요소를 개발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에 주목하고, 그것을 ‘애니메이션 부트캠프(ANIMATION BOOTCAMP)’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미래를 이끌어갈 잠재적인 새로운 인력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4]. 물론, 국내에서도 201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의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부트캠프의 추진 방향, 운영 형식과 내용 등에서 일본의 그것과 큰 차이를 보여준다. 국내에서 개최되는 부트캠프의 목적과 방향성은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 있는 애니메이션 프로젝트의 경쟁력을 높이고, 본편 제작을 위한 투자 확보 연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에 따라서 국내외 전문가 초청 강연, 경쟁 피칭 및 멘토링, 비즈니스 미팅과 네트워킹 같은 세부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5]. 반면에, 일본의 부트캠프 경우에는 앞서 언급했듯이 애니메이션 미학의 정체성과 산업 발전의 기저가 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 교육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러한 접근 시각은 장편 애니메이션 제작을 향한 디즈니 스튜디오의 발전 과정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본 연구의 내용적인 범위와 연구 방법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첫 번째, 이론적 배경으로써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학적 흐름과 산업적 현황,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기존 정책 방향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러한 선행 연구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나타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에 관한 교육적 가치와 산업적 효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두 번째, 일본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서 활용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와 관련된 실제적인 교육 방법과 내용 등을 중점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방법론적으로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와 관련된 문헌연구뿐만 아니라, 관련 현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대면 및 서신 인터뷰를 다각적으로 진행함으로써 더욱 객관적이며 실증적인 연구 성과를 도출하고자 한다.


Ⅱ.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학과 산업
2-1 일본 애니메이션 미학의 발전: 3콤마 애니메이션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살펴보면, 산업 초기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동양의 디즈니 스튜디오를 목표로 1956년에 설립된 토에이 애니메이션(TOEI ANIMATION)이 그러하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은 설립 초기 연구팀을 미국으로 보내거나 미국의 여러 현장 전문가를 멘토로 초청해 ‘풀 애니메이션(Full Animation)’과 ‘조립공정생산(Assembly Line Production)’ 같은 디즈니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백사전(The Tale of the White Serpent, 1958)> 등과 같은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6].

또한, 테즈카 오사무(Tezuka Osamu)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부터 많은 미학적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디즈니 스튜디오의 장편 애니메이션 <밤비(Bambi, 1942)>가 1951년 일본에서 개봉했을 때 가정용 비디오가 출현하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번을 반복해 감상했으며, 이를 통해 만화 <밤비>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실은 그의 예술 스타일이 ‘디즈니에스크(Disneyesque, 사람과 사물 등의 태도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혹은 디즈니랜드와 같은)’라는 시각에 대한 직접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7].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에서 테즈카의 중요성은 미학과 산업의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TV 방송 산업의 발전 속에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제작을 통한 애니메이션 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모색했다. 일본의 방송 산업은 1960년대부터 컬러 TV시대를 맞이하며 급속히 발전했으며 대량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저비용으로 빠르게 생산할 수 있는 제작 기법과 방식이 필요했다. 그는 이와 같은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듯 TV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Astro Boy, 1963)> 시리즈를 제작하며 초당 8프레임(Frame)의 3콤마(Comma) 애니메이션 기법과 일본 리미티드 애니메이션의 미학적 토대를 마련했다.

토에이 애니메이션 초기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던 미야자키 하야오(Miyajaki Hayao)와 다카하타 이사오(Takahata Isao)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으며 미학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TV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에 따라서 니혼 애니메이션(Nippon Animation)의 <알프스 소녀 하이디(Heidi, Girl of the Alps, 1974)>, <미래 소년 코난(Future Boy Conan, 1978)>, <빨강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1979), <톰 소여의 모험(The Adventures of Tom Sawyer, 1980)> 등의 제작에 참여하면서 3콤마 애니메이션에 의한 캐릭터의 연기적 표현에 도전해야만 했다[8].

미야자키와 타카하타는 스튜디오 지브리(Studio Ghibli)를 1985년 설립한 이후 <천공의 성 라퓨타(Laputa: Castle in the Sky, 1986)>, <이웃집 토토로(My Neighbor Totoro, 1988)>, <반딧불의 묘(Grave of the Fireflies, 1988)>,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The Spiriting Away of Sen and Chihiro, 2001)> 등의 여러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며, 일본의 3콤마 애니메이션 미학을 안정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들 애니메이션은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국한되어 있었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산업적 영향력을 장편 애니메이션으로까지 확장하며 전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의 새로운 도약과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2-2 일본 애니메이션 미학의 특성: 연기적 표현의 다양성

현존하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터 이노우에 토시유키(Inoue Toshiuki)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학적 특징은 인상적인 움직임만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것이며 그것은 3콤마 애니메이션 기법을 토대로 하는 것이다.” 그의 관점에서 훌륭한 3콤마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에는 콤마와 콤마 사이에 이상적인 궤도가 있다. 그 속에는 여백이 존재하며 관객 각자가 나름대로 생각하고 여백을 채워나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와 같은 콤마를 전부 채워버리는 것은 여백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다[9].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의 애니메이션에서는 여백의 미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캐릭터의 절제된 동작과 연기적 표현 미학이 매우 중요시될 수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이론가 하라구치 마사히로(Haraguchi Masahiro)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는 3콤마 애니메이션 기법을 동일하게 활용하면서도 여러 미학적 경향의 연기적 스타일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현실과 비현실적 연기를 극단으로 하는 스펙트럼 상의 위치에 따라 토에이 애니메이션과 테즈카가 1961년에 설립한 무시 프로덕션(Musi production) 계보로 구분할 수 있다. 토에이 애니메이션 계보는 스튜디오 지브리, 니혼 애니메이션을 포함하며 현실적, 비현실적 움직임을 동시에 보여주지만 좀 더 비현실적인 스타일의 캐릭터 연기를 보여준다. 무시 프로덕션 계보는 눈알이 튀어나오는 것과 같은 만화적이며 비현실적 경향이 강하고 스토리에 중심을 두는 캐릭터의 연기 스타일을 보여준다. 여기서 ‘비현실’이라는 것은 현실의 물리적 법칙을 벗어나 감독이나 애니메이터의 예술적 영감과 아이디어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을 의미하며, 하늘을 날아가는 코끼리 캐릭터 ‘덤보(Dumbo)’가 좋은 예이다. 위 두 계보와는 달리 <독수리 오형제(Science Ninja Team Gatchaman, 1972)>, <개구리 왕눈이(Demetan Croaker, The Boy Frog, 1973)>, <이상한 나라의 폴(Paul’s Miraculous Adventure, 1976)> 등으로 친숙한 타츠노코 프로덕션(Tatsunoko Production)은 시대적 흐름과 유행을 따르는 연기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10].

위와 같은 사실을 비추어 볼 때,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은 특정의 주류적인 애니메이션 미학과 스타일을 근간으로 하기보다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다채로운 연기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여러 계보의 다양한 표현 양식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영향력을 지탱하는 실제적인 저력이라고 할 수 있다.

2-3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우수 애니메이션 인력의 부족

일본동화협회(The Association of Japanese Animations)가 2017년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내외 동향을 정리한 ‘애니메이션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8.1% 증가한 2조 1,527억 엔으로 8년 연속 성장에 이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기준 1조 2,842억 엔에서 8년간 1.7배 증가한 높은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러한 수치에는 일본 국내외 매출과 TV, 영화, 비디오 마켓, 전송 서비스 등과 같은 플랫폼별 수익, 그리고 캐릭터 상품, 음악, 라이브 엔터테인먼트(뮤지컬, 애니메이션 성우들의 콘서트 등) 등 다양한 2차 산업의 매출도 포함하고 있다[11].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파급효과와 높은 위상을 직간접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애니메이션 산업은 OSMU(One Source Multi Use)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의 대상과 비율이 증가하면서, 일본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창구 효과(Window Effect)의 핵심적인 역할과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는 매달 수십 편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발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와 학계의 전문가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지 않다[12]. 그것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기획과 유통 단계에서 야기되는 문제 때문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만화산업의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대중적으로 검증된 애니메이션 기획 자원(스토리와 캐릭터)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유통 단계에서도 TV 방송, 비디오 마켓 등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에서부터 다양한 OTT(Over The Top)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대량 소비를 위한 산업적 생태계가 잘 구축되어 있다.

그렇다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위협하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그것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애니메이션 역량과 관련이 있으며, 실제로 그들이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연기적 표현이 기성세대 애니메이터들이 기대하는 미학적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주로 3콤마 애니메이션 기법을 기반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이상적인 궤도에 따라 일관된 움직임과 양감을 제대로 구현해야만 한다. 즉, 애니메이터는 그러한 역량을 토대로 콤마와 콤마 사이에 존재하는 여백의 미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관객은 나름의 감성으로 그러한 여백을 채워나가는 것이다[13]. 이것이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대부분에서 나타나는 고유의 캐릭터 연기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애니메이터들의 대부분은 그러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연기를 적절하게 구현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와 같은 미학적 역량의 부족함은 소수의 유능한 작화 감독에 의해 개선되고 보완되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실인 것이다. 그러므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현재 처해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애니메이션 역량이 우수한 전문 인력의 부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를 통해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한국의 그것과는 형식과 내용에서 차별되는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Ⅲ. 일본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 관한 분석
3-1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 대한 이해
1) 추진배경 및 목적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는 2D 혹은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등 애니메이션 형식에 상관없이 관객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연기적 표현을 통해 의미와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인재가 요구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산업계와 학계 등이 상호협력을 통해 위와 같은 과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실천적인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참가를 통해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에 대한 실질적인 관심과 체험을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기존 애니메이션 표현의 패턴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애니메이션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애니메이션을 교육하는 전문학교와 대학 등의 교육기관이 다수 있으나, 교육과정에 있어서 창조성과 기술교육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14]. 즉,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는 이와 같은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잠재적인 애니메이션 인력 양성의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2012년 문화청(일본의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미디어 예술 진흥을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워크숍 형태의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산학공동 시스템으로 운영되며, 서로 다른 환경의 다양한 참가자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새로운 애니메이션 방법론을 탐색하고 공유하는 ‘인재육성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주로 대학이나 전문학교 등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며 애니메이션 산업 현장의 유능한 애니메이터들이 참가자들을 지도한다.

애니메이션 부트캠프가 추구하는 인재육성의 기본 이념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디지털에 의한 급속한 기술발전과 환경의 변화 속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고 자기발전이 가능한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두 번째, 관찰과 신체적인 경험을 토대로 연기적 표현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인재육성을 하고자 한다. 세 번째, 관객 대부분이 공유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표현방식을 통해 애니메이션 스토리텔링을 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15].

위와 같은 인재육성의 기본 이념은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산업적 연계성을 강화하기 위한 실천적인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일본의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요구되는 잠재적인 애니메이터를 양성하기 위한 선순환적인 교육의 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재육성의 기본 이념은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반영한 것이다.


Fig. 1. 
Industrial Connection of Animation Boot Camp

기존의 애니메이션 산업 현장에서는 입사 후 재교육을 통해 위와 같은 인재를 양성하고자 노력했다. 실제로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12년간 애니메이터로 작업을 하며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Howl’s Moving Castle, 2004) 등의 제작에 참여했던 이마이 후미에(Imai Fumie)는 위 논의와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후배 애니메이터들과 캐릭터의 연기를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할 때 항상 직접 몸을 움직이며 몇 번이고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연기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여기서 미야자키는 관찰과 신체적인 경험을 통해 스스로 느끼며 가장 보편적인 애니메이션을 표현할 수 있도록 강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볼 때,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애니메이터를 육성하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2) 추진실적 및 현황

2012년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참가자들은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되었으며, 2018년까지 해외 참가자를 포함해 총 370명이 참가했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대상은 애니메이션에 흥미가 있는 고등학생 이상이며, 일본어 소통이 가능하다면 외국인 학생도 참가할 수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 제작 경험이 없는 사람에서부터 프로 애니메이터까지 참가자의 계층과 연령대는 매우 다양하다.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참가자 수는 2012년 12명에서 2018년 61명으로 확대됐다. 특히, 2014년에는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국제화를 모색하기 위해 중국 및 한국유학생을 별도의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2015년에는 ‘Animation Boot Camp in Asia’라는 주제로 해외(태국)에서 실시됐으며, 이를 통해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산학연계적인 선순환적 모델을 해외로 확대해나가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2018년에는 그동안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 참가했던 모든 참가자를 대상으로 진로 분야 선택과 관련해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표 1]에서와 같이 총 285명이 응답을 했으며, 이 중에서 127명이 애니메이션 산업 분야에 취업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16].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총 참가자 370명 중 대략 34%가 애니메이션 산업 분야에 취업했다는 점은 상당히 놀라운 것이다. 여기서 2014년에 참여했던 다수의 해외 유학생들과 2015년 태국에서 개최될 당시 참여했던 현지인 25명을 제외할 경우 애니메이션 산업 분야로의 취업 비율은 50%를 쉽게 넘어설 것이다. 또한, 참가자들의 다수가 게임 등의 인접 분야로 취업했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일본의 문화콘텐츠 산업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에 부합하는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위에서 언급된 취업자들의 산업적 기여도를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는 없으나,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잠재적인 애니메이터의 양성과 그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 취업했다는 사실은 애니메이션 부트캠프가 지닌 산업적 연계성과 유의미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Table 1. 
The Current Status of the Career for ‘Animation Boot Camp’ participants
Employment Status Person
Animation Industry Field 127
Adjacent Industrial Field(Such as Games) 15
Other Field 86
In School 57
Sum 285

3) 형식과 내용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단기형 1Day 워크숍’과 3박 4일 동안 함께 합숙하며 진행하는 ‘합숙형 워크숍’이 있다. 그리고 합숙형 워크숍에서는 2D와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분야가 함께 진행된다. 2018년도 기준, ‘1Day 워크숍’에는 40명(남자 19명, 여자 21명), ‘합숙형 워크숍’에는 21명(2D 12명,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9명)이 참가했다.

먼저, ‘1Day 워크숍’은 캐릭터의 움직임을 키 포즈(key poses)로 표현하도록 함으로써 애니메이션의 기초적인 개념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캐릭터의 움직임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키 포즈에 관한 기초적인 개념을 스스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리고 프로그램은 팀 단위로 진행되며 각 팀은 대략 4~5명으로 구성된다.

[표 2]에서와 같이, 단기형 1Day 워크숍에서는 하나의 주제 속에 두 가지 패턴의 연기적 표현을 하도록 과제를 주며, 각 팀은 이 중 하나의 패턴을 선택하고 개별적으로 애니메이션을 완성한다.

Table 2. 
Performance Tasks Examples and Processes of Short-term 1Day Workshop
Performance
Task Example
Process Content
Jump
(2018)
1. The man jumps and catches a balloon hanging on a branch
2. The woman jumps over the pool
Lifting up
(2019)
1. The bowling ball in which there is no place to catch and the surface is smooth
2. It is a light balance ball, which can be held with both hands

세부 단계적으로 보면, 각 참가자는 먼저 자신의 신체와 주어진 사물을 이용해 애니메이션에 필요한 키 포즈를 관찰하고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체적 관찰을 반복하면서, 키 포즈를 중심으로 애니메이션의 연기적 표현을 이미지화한다. 즉, 일상 속에서 이미 알고 있는 움직임일지라도 기존의 애니메이션 표현을 벗어나 실제로 몸의 감각과 뼈, 관절, 무게 중심의 변화 등을 느끼며 애니메이션 연기에 접근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음 단계에서는 각자가 신체적으로 느끼며 기억하고 있는 움직임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신체적 관찰과 경험’은 계속해서 반복될 수 있다. 그리고 완성된 키 포즈의 원화는 동경예술대학 대학원 후야마 타루토 교수(Fuyama Taruto)가 개발한 iPad용 애플리케이션 <코마코마(Komakoma)>를 활용하여 촬영을 진행한다[17]. 끝으로 키 포즈를 토대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을 다 함께 보면서 캐릭터의 연기적 표현에서 나타나는 현실성에 관해 토론을 진행하며, 각자가 가장 자연스러웠다고 느꼈던 키 포즈를 선정하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끝난다.


Fig. 2. 
Initial Screen of Komakoma Applicationdustrial Connection of Animation Boot Camp

합숙형 워크숍은 단기형 1Day 워크숍과는 형식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차이를 보인다. 우선 대상자는 주로 애니메이션 업계에 취업을 희망하고 있는 학생이나 일반인, 혹은 프로 애니메이터, 프리랜서 등으로 1Day 워크숍보다는 전문성을 높인 형식과 내용으로 진행된다.

또한, 응모단계에서부터 [그림 3]과 같이 주어진 캐릭터를 이용한 ‘힘차게 걷는 캐릭터의 연기’라는 과제 1개를 먼저 수행하고, 이후 실제 프로그램 진행 중에는 2개의 과제가 주어진다[18]. 이렇듯 합숙형 워크숍은 애니메이션 제작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선발된 참가자는 3박 4일 동안 합숙을 통해 팀별로 과제를 수행한다.


Fig. 3. 
Advance Performance Tasks for Applicant ‘Powerfull walking Performance’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이하, 3D) 분야의 참가자들에 한해서는 사전강습을 1일 더 진행한다. 사전 강좌에서는 2018년도부터 새롭게 적용된 3D 프로그램인 마야(Maya) 프로그램의 기본 UI(User Interface)에 대해 배우고, 실제로 연습과제 등을 실행해 보기도 한다.

합숙형 워크숍에서 수행하는 과제는 [표 3]에서와 같이 총 두 개의 주제가 주어진다. 기본적인 제작과정은 1Day 워크숍과 같지만 3D 팀만 프로그램을 활용해 캐릭터를 모델링하고 연기적 표현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한다. 특히, 합숙형 워크숍 기간 중 ‘서로 다른 무게의 공을 건네고 받는’ 과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해야 한다. 1. 날아오는 공을 잡는 장면, 2. 받은 공을 다음의 캐릭터에게 건네주는 장면이다. 그러므로 참가자는 공을 받은 캐릭터가 느끼는 무게감을 제대로 표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또한, 공을 잡고 건네는 캐릭터의 연기적 표현이 연속적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한다. 이렇듯, 복합적인 동작 표현을 하는 합숙형 워크숍의 과제는 단기형 1Day 워크숍의 과제와 비교해 난이도가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이 경우에도 참가자 스스로가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창작적 자유를 보장해준다. 그리고 워크숍을 수료한 이후에도 참가자 전원과 강사들이 함께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방문하고 현장 전문가들과의 직접적인 간담회를 진행한다. 이를 통해 창조성이 뛰어난 애니메이터의 양성과 실제적인 취업 연계를 추구하는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방향성에 부합하는 성과를 창출하고자 노력한다.

Table 3. 
Performance Tasks Examples and Processes of Stay together Workshop
Performance
Task Example
Process Content
Bus - 3cm x 3cm rectangular, set to a large city bus and move
Ball 1 : Balloon
Ball 2 : Soccer ball
Ball 3 : Bowling ball
- Three people become a team and make three cuts of animation
- production of animation in which characters exchange balls

3-2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차별성 분석
1) 애니메이션 미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교육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운영자들은 캠프가 진행되는 곳을 ‘제3의 공간’이라고 칭한다. 그것은 애니메이션 부트캠프가 개최되는 장소가 산업계나 학계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중립적인 곳이며, 동시에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부여하는 것이다[20].

애니메이션은 그 어떤 분야보다도 OSMU와 같은 비즈니스 전략을 통해 부가가치 창출이 쉬운 산업 분야이다. 그러한 만큼 산업계에서는 시장의 흐름을 끊임없이 주시하며 관객의 감성적 욕구에 부합하는 미학적 경향을 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학계에서도 동시대 애니메이션의 미학적 현상에 대해 중점적으로 접근하는 연구적 시각이 팽배해 있다. 산업계나 학계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접근 시각은 자칫 애니메이션 미학의 단기적 효과만을 보여주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산업계나 학계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간이며, 참가자 모두는 어떠한 간섭이나 강요 없이 애니메이션의 본질을 탐구하고 실질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자연법칙을 기반으로 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연기적 표현은 대부분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선행적으로 이해하고 있으므로 그에 대한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서는 절대적인 추측이나 선입견 혹은 이전의 경험이나 학습에 의존하는 접근을 엄격하게 금지한다.

그러므로 [그림 4]에서와 같이 참가자는 반드시 자신의 신체와 준비된 소품을 직접 활용해 움직임을 관찰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21]. 이 과정에서 운영진이나 강사는 참가자 스스로 관찰과 경험의 방법론을 체득할 수 있도록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준다. 즉, 이와 같은 교육 형식의 활용을 통해 애니메이션 미학의 본질을 탐구하는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정체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Fig. 4. 
Observe the movement by using the body or props directly by group

2) 미학적 폐쇄성을 탈피하는 교육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공동 운영자 후야마 타루토 교수는 일본의 예술이나 미술 교육이 전통적으로 경험과 학습에 의해 체득되는 감각적 측면을 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그로 인해서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합리적이며 논리적인 미학적 접근에 대해 어려움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서는 참가자들이 스스로 애니메이션 미학을 이론화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은 특정 스튜디오의 미학적 전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개별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며, 애니메이션 부트캠프가 추구하는 열린 교육의 실제적인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Fig. 5. 
A discussion of key poses drawn by participants by group

참가자들은 각자 주어진 과제에 맞추어 원화를 그린다. 그리고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현장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유능한 애니메이터가 강사로 참여하여 그룹별 참가자들의 원화를 대상으로 토론을 진행한다[22]. 이 과정에서 강사는 참가자 각자의 관찰과 경험을 통해 표현한 원화에 대해 논리적으로 이론화할 수 있도록 조언자의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다.

위와 같은 교육과정의 궁극적인 목적은 기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연기적 표현이 가진 미학적 형식을 극복할 수 있는 참가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기성세대 애니메이터들은 그러한 미학적 역량의 중요성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은 유능한 애니메이터 인력의 부족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써, 지속 발전 가능한 산업적 체제를 갖추기 위해 애니메이션 미학의 본질로 회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3) 보편적 애니메이션 미학을 향한 교육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개별적 표현의 차이, 즉 미학적 개성을 중요시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상호 간에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애니메이션 미학에 관한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23]. 그러나 일본 대학의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지향하는 교육적 방향은 개인의 개성과 표현적 차이를 존중하며 그것을 작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에,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현장에서는 애니메이터의 개성 있는 연기적 표현보다는 미학적으로 일관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실제로 신입 애니메이터를 대상으로 그와 같은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을 진행하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서는 ‘신체’라는 각자의 공통적 부분을 토대로 보편적 애니메이션을 경험해나가는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24]. 그러한 보편적 애니메이션은 작품에 나타나는 애니메이션 미학의 일관성과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에 관한 이와 같은 접근 시각은 이미 1930년대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더욱 성숙한 애니메이션을 위해 더욱 발전된 제작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테일러리즘(Taylorism)의 적용을 통해 분업화, 표준화된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을 구축했다. 그리고 디즈니 스튜디오가 정립한 애니메이션의 원리는 애니메이션 미학의 일관성과 효율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능을 수행했다[25]. 즉, 애니메이션 원리를 기반으로 하는 캐릭터의 동작과 몸짓, 태도, 표정 등과 같은 보편적 언어를 구현함으로써 대량생산의 산업적 환경 속에서도 관객과의 효과적인 의미작용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디즈니 스튜디오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사실을 비추어 볼 때, 애니메이션 부트캠프가 지향하는 보편적 애니메이션은 디즈니 스튜디오의 그것과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보편적 애니메이션을 지향하는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교육적 차별성은 궁극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생태계를 새롭게 개선하고 만들어가는 중요한 단계적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3-3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기대효과

먼저, 산업적 측면에서 볼 때, 애니메이터와 같은 인재육성의 문제를 산업계 전체가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일본동화협회와 같은 단체와 비교해 소규모로 조직되고 운영되는 워크숍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봤듯이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지난 7년간 약 140여 명의 인력을 애니메이션 산업과 게임과 같은 인접 산업 분야로 진출시켰다[26]. 이와 같은 실적은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규모를 볼 때 그다지 크다고 할 수는 없으나, 앞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도약과 발전을 위한 토대로써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가치와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를 통해 애니메이션 미학에 관한 산업계와 학계의 개별적이며 폐쇄적인 접근 시각을 열린 공간으로 끌어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전통적으로 활용해 왔던 캐릭터의 연기적 표현, 즉 양식적인 기호의 패턴을 비판 없이 수용하기보다는 보편적이면서도 새로운 애니메이션 기호를 향한 토대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27]. 그리고 그와 같은 미학적 시각과 형식을 애니메이션 부트캠프 참가자 스스로 느끼고 체득할 수 있도록 교육함으로써, 향후 일본 애니메이션 미학의 발전을 이끌어갈 잠재적 애니메이터들의 창조성을 강화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Ⅳ. 결론

국내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을 중심으로 애니메이션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 종류의 지원사업이 다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한 지원 사업들은 애니메이션 산업 생태계의 기획과 제작, 유통 전 분야에 걸쳐 추진되고 있으며, 기획인력의 부족이나 본 제작을 위한 투자자의 필요와 같이 산업적 역량이 미진한 부분을 재정적 지원을 통해 개선하고 보완해주는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가 일본의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사업의 취지와 방향성에 있어서 애니메이션 산업과 관련된 국내 정부 지원 사업에서 볼 수는 없는 차별성을 보여주고 있다. 즉,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본 연구의 주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라는 애니메이션 미학 분야에 대한 경험적인 교육을 통해 보편적 애니메이션을 구현할 수 있는 잠재적 애니메이터의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정부 지원 사업이나 일본의 애니메이션 부트캠프 모두 궁극적으로는 애니메이션 산업의 활성화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애니메이션 산업 관련 정부 지원사업의 대부분이 재정지원을 통한 단기적 사업성과 창출을 목표로 하지만, 일본의 애니메이션 부트캠프는 잠재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인력 양성을 통한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더욱이,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의 방향성은 기존 애니메이션 미학의 전수를 통한 일본 애니메이션 미학의 전통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애니메이션 언어를 구현할 수 있는 잠재적인 애니메이터 양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와 같은 추진 방향은 산업적으로 상당히 유용하고 바람직한 접근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장편 애니메이션 등의 경우 문화적, 언어적 장벽을 뛰어넘어 전 세계 관객이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애니메이션 언어 기반의 스토리텔링을 추구해야하기 때문이다[28].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보편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 연기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부트캠프에 관한 연구는 향후 애니메이션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실효적인 정책 연구의 기반이 되는 선행 연구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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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Tezuka in English. http://tezukainenglish.com/wp/?page_id=3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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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T. Fuyama, face to face interviewed, 2019.07.17.
11. Korea Creative Content Agency, Weekly Global, 2018.12.03.
12. In a face-to-face interview, Inoue and Taruto mentioned the problems of the Japanese animation industry as above.
13. I. Toshiuki, face to face interviewed, 2018.08.13.
14. Animation Bootcamp 2018 Implementation Report, 2019, p. 3,
15. Animation Bootcamp 2018 Implementation Report, 2019, p. 4
16. Animation Bootcamp 2018 Implementation Report, 2019, p. 68
17. http://komakoma.org/?page_id=2
18. Animation Bootcamp 2018 Implementation Report, 2019, p. 39.
19. Animation Bootcamp 2018 Implementation Report, 2019, p. 53.
20. T. Fuyama, interviewed by e-mail, 2019.09.18.
21. Animation Bootcamp 2018 Implementation Report, 2019, p. 26
22. Animation Bootcamp 2018 Implementation Report, 2019, p. 26
23. T. Fuyama, interviewed by e-mail, 2019.09.18.
24. T. Fuyama, interviewed by e-mail. 2019.09.18.
25. D. I. Oh, “Development in the 1920-30’s for production of Feature-Length Animation,” Preview, Vol. 10, No. 1, pp. 65-84, 2013.
26. T. Fuyama, interviewed by e-mail, 2019.09.18.
27. T. Fuyama, interviewed by e-mail, 2019.09.18.
28. D. I. Oh, “Hayao Miyazaki’s Animation Storytelling: Aesthetics of Confrontation and Coexistence Represented in the Mythical Space,” 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Vol. 18, No. 4, p. 652, 2017.

저자소개

김도형(Do-Hyeong Kim)

1995년 :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학사

2005년 : 무사시노미술대학 영상학과 학사

2008년 : 일본대학교 대학원 영상예술학 석사

2011년 : 일본대학교 대학원 예술학 박사수료

2003년~2013년: KARMS TV

2013년~2017년: 서울호서예술실용전문학교 영상사진예술학부 학부장

2017년~현 재: 선문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 외래교수

※관심 분야:애니메이션, 영상제작, 영화학 등

오동일(Dong-Il Oh)

1998년 :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학사

2001년 :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학석사

2005년 : 사우스웨일즈대학교 대학원 PhD (문화콘텐츠 분야)

2011년~2013년: ㈜브로콜리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2013년~현 재: 선문대학교 역사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관심 분야: 애니메이션, 영상기획,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