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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19 , No. 8

[ Article ]
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19, No. 8, pp. 1443-1451
Abbreviation: J. DCS
ISSN: 1598-2009 (Print) 2287-738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18
Received 28 Jul 2018 Revised 20 Aug 2018 Accepted 28 Aug 2018
DOI: https://doi.org/10.9728/dcs.2018.19.8.1443

사용자 태그를 통한 대안적 게임 장르의 가능성
안진경
이화여자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A Study on the Alt-genre of Digital Game based on User Tags
Jin-Kyoung Ahn
Department of Convergence Contents, Ewha Womans University, Seoul 03760, Korea
Correspondence to : *Jin-Kyoung Ahn, Tel: +82-2-3277-5992, E-mail: ruki3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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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디지털 게임의 장르는 고정 불변의 체계가 아닌, 수정과 변화를 거듭하는 생성적 체계이다. 본 연구는 디지털 게임의 장르에 대한 기존의 접근이 보편적 분류 체계의 도출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문제의식 아래, 대안적 장르로 자리할 수 있는 사용자 태그의 가능성을 고찰한다. 디지털 게임의 대안적 장르는 다양한 장르 요소의 조합으로 표현되는 동시에 사용자의 장르 인식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게임의 사용자 태그는 고전적 장르 개념을 가족유사성 기반의 범주화 과정으로 전환시키고, 사용자 주도의 상향식 장르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대안적 장르의 형식을 실현한다. 대안적 장르로서의 사용자 태그는 장르 요소의 다중성을 통해 ‘작은’ 장르를 확산시키며, 장르의 의사소통적 기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Abstract

The genre of digital games is not a fixed and invariable system, but a generative system of revisions and changes.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define a concept of alternative genre for digital games. The alternative genre of digital games should be presented in combinations of various genre elements and reflected the genre awareness of the user. In this context, user tags of the game transform the classical genre concept into a family resemblance based categorization and establish a user-driven bottom-up genre system. User tags as the form of alternative genre can spread the ‘small’ genre through multiplicity of genre elements and strengthen the communicative function of the genre.


Keywords: Digital Game, Game Genre, Alt-genre, User Tags, Folksonomy
키워드: 디지털 게임, 게임 장르, 대안적 장르, 사용자 태그, 폭소노미

Ⅰ. 서론

본 논문의 목적은 디지털 게임의 대안적 장르로서 게임의 사용자 태그가 지닌 가능성을 고찰하는 데에 있다.

예술적 실천의 담론에 있어 장르 연구는 양식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디지털 게임의 장르 연구 역시 게임의 본성에 대한 질문과 맞닿아 있다. 장르 범주화는 단순히 종류를 구별한다는 의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게임 경험의 인식 순서를 밝히는 작업으로, 게임이라는 문화 형식의 구조적 토대를 세우는 일에 해당한다.[1] 즉, 장르 연구는 개별 작품의 횡단과 작품 군의 종단을 오가며 예술로서의 게임을 체계화하고, ‘게임을 게임이게 하는 본질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장르’는 자연 과학에서 차용한 종의 개념이지만, 예술에서의 장르 개념은 생물학적인 종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다. 자연계 생물에 있어서는 새로운 표본이 나타나더라도 종의 특징이 반드시 변화하지 않으며 표본의 특성은 종의 공식 내에서 연역 가능하지만, 예술의 영역에 있어서는 새로운 표본의 등장이 저마다 종을 바꾸며 작품의 총체를 변경한다. 그렇기에 토도로프(Todorov)는 장르를 연구하는 데 있어 연역적 접근에 해당하는 ‘이론적 장르’와 관찰을 통한 귀납적 접근에 해당하는 ‘역사적 장르’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2] 전자가 장르의 고정성에 초점을 두고 추상적이고 공시적인 고찰을 통해 영구불변한 장르를 발견하고자 하는 입장이라면, 후자는 장르의 변화성에 초점을 두고 구체적이고 통시적인 고찰을 통해 시대적이고 사회적인 산물로써의 장르를 바라보는 입장이다. 이론적 장르만을 고집할 경우 작품의 실제를 간과하고 미리 예상한 장르상의 기대에 맞추기 위한 오류를 범하기 쉬우며, 역사적 장르의 입장에서만 볼 경우 전체를 보지 못하는 부분적 이해에만 머물 위험이 있다.[3] 수많은 작품을 바탕으로 추출된 유사한 특징들을 통해 장르의 공통 자질을 밝히고자 하는 시도가 이론적 장르 개념으로 장르 구성을 위한 선결 조건에 해당한다면, 통용되는 장르 관습을 지식으로 인정하고, 이전 유사 작품들과의 끊임없는 비교를 통해 해당 범주를 수정해나가는 것은 역사적 장르 개념의 차원이다. 양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장르 구성 작업을 통해, 수용자들은 장르 자질을 통한 작품의 이해를 시도하는 동시에, 장르의 범주를 재편성 할 수 있다.[4]

이와 같은 두 가지 방향은 장르 연구의 어려움을 역설한다. 장르에 대한 접근은 이론과 실제, 보편성과 역사성, 유사성과 차이성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게임의 보편적 체계를 밝히고자 하는 시도는 게임의 존재론적 목적을 밝힐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생산되는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장르의 범주는 시대의 흐름과 작품의 생산, 수용자의 이해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간 게임의 장르에 대한 국내의 연구는 장르의 보편성에 초점을 두고 절대적 분류 기준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5]-[9] 시대의 흐름을 고려한 이론적 논의가 일부 위치한다.[10],[11] 해당 논의들은 장르의 보편성에만 집중한다는 한계와 더불어, 학술적인 장르 분류에만 머무름으로써 대중의 인식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점을 지닌다. 즉, 장르의 고정성 혹은 변동성 중 어느 하나에만 집중하여 이론 중심의 분류체계를 도출한 것이다. 이는 상호배타적인 종의 개념이 성립하지 않는 디지털 게임의 장르에는 어울리지 않으며, 사용자가 장르의 지위를 재편해나가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본질을 고려하지 않은 접근에 해당한다.

본고는 상호배타적이고 절대적인 분류 기준을 도출하기 위한 장르 개념을 넘어, 게임 장르가 지닌 생성적 성격을 반영할 수 있는 대안적 장르 개념을 도출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생산자와 연구자로부터 부여되고 ‘수용’되었던 장르가 아닌, 플레이어의 적극적인 ‘사용’을 통해 그 지위를 인정받는 게임의 장르가 지닌 가능성을 보고자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주목하는 것이 플레이어의 언어로 범주화되는 게임의 사용자 태그이다. 사용자 태그는 플레이어의 인식을 기반으로 게임의 장르적 특질을 재편함과 동시에,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장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장에서는 게임 장르 연구의 흐름을 훑어보고, 쟁점을 도출함으로써 디지털 환경을 위한 대안적 장르의 조건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가족유사성 이론과 퍼스의 기호학을 통해 대안적 장르로서 사용자 태그가 지닌 의미를 고찰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장르 개념의 전환이 지닌 가능성을 장르의 생산과 수용 측면에서 짚어볼 것이다.


Ⅱ. 게임 장르 연구의 흐름과 쟁점

짧은 시간 동안 변화를 거듭해 온 디지털 게임에 있어 장르는 게임 연구자 및 개발자, 사용자들의 주된 논의 대상이었다. 초기에는 소위 4대 장르라 불리는 아케이드, 어드벤처, 액션, 롤플레잉의 산업적 분류가 거부감 없이 통용됐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게임의 형식과 내용이 다변화되기 시작했다. 게임의 특징을 반영한 장르 체계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의 교감 아래, 게임이 주는 경험의 양상을 묶고 구별하기 위한 장르에 관한 논의가 이어진 것이다. 이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크게 네 가지 경향으로 정리해볼 수 있으며 표 1.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서사 중심적 장르 분류를 거부하고 게임의 본질에 기반한 장르 체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의이다. 1984년, 게임 고유의 장르 분류를 시도한 크로포드(Crawford)는 지각 기반의 ‘기술과 동작 게임’과 인식 기반의 ‘전략 게임’으로 게임을 분류하고, 이들의 하위 장르로 전투와 미로, 모험과 전쟁 게임 등의 분류를 제시했다. 관찰할 수 있는 작품군이 한정적이었던 만큼, 크로포드는 범주의 모호성을 인정하며 개발자들이 유형의 빈 칸을 찾아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분류 체계를 재편성하리라 예측했다.[12] 이 후의 유의미한 논의로는 문학이나 영화에서 비롯된 테마 중심의 장르 분류에 반발하여 게임의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42가지의 장르를 분류한 울프(Wolf)나[13] 공간이나 시간, 규칙 등의 구성 요소를 17가지 차원으로 구분해 게임을 분류하고자 했던 아세스와 엘버담(Aarseth & Elverdam),[14] 게임의 최소 단위를 추출, 조합하여 형태론적 게임 분류를 시도하는 자우티 외(Djaouti et al.)의 연구를 들 수 있다.[15]

둘째, 서사적 특징과 놀이적(ludic) 특징을 아우르는 다층적 분류 기준을 제시하고자 하는 논의이다. 게임의 행위에 기반한 분류로는 게임의 장르를 도출할 수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서사적 측면이나 플랫폼 등을 아우르는 다층적 분류를 시도하는 경우로, 킹과 크르치윈스카(King & Krzywinska)가 제시한 플랫폼과 장르, 모드, 밀레유의 네 가지 기준이나[16] 이를 발전시킨 애펄리(Apperley),[17] 환경과 규칙, 테마를 비롯한 9가지 기준을 제시한 야르비넨(Järvinen)의 논의가 이에 해당한다.[18]

셋째, 장르의 변화성에 초점을 맞춰 장르종의 진화를 추적하는 논의이다. 이는 게임 텍스트의 양적 발전으로 관찰가능한 작품군의 경향이 자리잡은 데에 기인한다. 고전게임을 역사적으로 추적하며 게임 메커닉의 변이 양상을 살핀 코스티키얀(Costikyan)이나,[19] FPS로 이어지는 슈팅게임의 역사를 장르의 진화와 혁신 관점으로 분석하고자 한 아르스노(Aresenault)의 논의가 대표적이다.[20]

넷째, 사회문화적 맥락을 적용해 ‘장르 연구’의 개념 전환을 시도하는 논의이다. 학술적 분류에 머무르지 않고 산업적 측면과 수용자의 기대를 반영한 장르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클리어워터(Clearwater)와[21] 클라크 외(Clarke et al.)의 연구가 바로 그것이다.[22] 특히 클라크 외의 논의는 수용자 언어 중심의 게임 분류에 대한 정보 공학적 접근에서 이어지기도 한다.[23]

Table 1.  
Research Trends of Video Game Genres
Purpose Researchers(year)
Genre Classification
based on gameness
Crawford(1984), Wolf(2002),
Aarseth et al.(2007)
Extracting
Multilayered classification criteria
King & Krzywinska(2002), Apperley(2006),
Järvinen(2008)
Tracking Characteristics of Genres
focused on Genre Evolution
Costikyan(2005), Aresenault(2009)
Re-conceptualization Game Genres
by Socio-cultural context
Clearwater(2011),
Clarke et al.(2014, 2015)

이상에서 볼 수 있듯, 게임의 장르는 게임의 구성 요소를 통해 분류 체계를 확립하고자 하는 초기의 논의부터 축적된 작품을 바탕으로 진화 양상을 추적하는 현재의 논의에 이르고 있다. 고정 불변의 체계를 찾고자 하는 시도에서 유동성에 초점을 둔 역사적 관찰로, 서사학과 게임학의 논쟁에서 다층적 분류 기준의 절충으로, 학술적 장르에서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한 장르 체계로 그 모습을 바꿔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통해, 게임의 장르 논의에서 제기되는 쟁점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장르 분류 기준의 다양성 및 중층 가능성이다. 디지털 게임은 서사를 비롯해 그래픽, 음향 등 다양한 층위의 예술 양식을 품고 있기에 어떠한 요소를 기준으로 장르를 분류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범주가 적용될 수 있다. 서사적 주제에 따라 ‘포스트-아포칼립스(post-apocalypse)’ 로 분류되는 게임은 플레이어가 바라보는 시점과 수행하게 되는 행위를 기준으로 ‘3인칭 슈터(Thrid-Person Shooter, TPS)’에 포함되거나, 네트워크 환경에서 플레이 되는지의 여부에 따라 ‘멀티 플레이어 게임(Multi-player game)’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서사 중심적 장르 분류는 게임의 매체적 특질을 담을 수 없기에 문제적이지만, 게임 메커닉 중심의 장르 분류 역시 게임을 구성하는 다양한 문화적 형식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게임의 장르는 절대적이며 상호배타적인 유형화의 기준을 찾기보다는 다층적인 측면을 고려하는 동시에 장르 요인이 중층적으로 제시될 수 있음을 전제해야 한다.

둘째, 기술의 발전에 따른 범주의 생성과 소멸 문제이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새로운 장르를 창출하는 주요 형성 원인이다.[24]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온 게임의 영역은 새로운 기술과 매체의 출현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다. 오락실 문화의 쇠퇴로 소멸된 ‘아케이드(Arcade)’ 장르나 가상현실 HMD(Head-Mounted Display)의 대중화로 VR(Virtual Reality) 게임 장르가 생성된 것이 그 사례이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문화적 층위에 해당하는 내용의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25] 즉, 매체의 변화에 따라 기존 장르의 수정이 일어나는 것인데, 게임 외 통화와 같은 간섭 요인이 존재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플레이의 시간 소비 패턴과 중단가능성을 반영해 게임의 캐주얼화가[26] 심화되는 현상을 예로 들 수 있다. 기술의 발전 문제는 곧 장르의 역사성과 맞닿아 있으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게임 장르의 유동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셋째, 게임의 장르가 게임 텍스트의 생산에 끼치는 영향 문제이다. 개발자들은 장르 관습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며 전형을 답습하는 것만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비틀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거나 변형과 조합을 통해 혼종 장르를 만들어낸다. 신생 장르나 혼종 장르는 장르 간 경계를 해체하며, 기존 장르의 패턴을 하나의 장르적 요소로 품는다. 두 번째 제시된 기술적 발전에 따른 장르 변화 문제와 더불어, 장르에의 접근은 유사성을 가진 일련의 집합을 산출하는 작업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개체가 덧붙여져 가는 진화적 과정, 각 장르가 관계 맺는 양상을 함께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적 분류나 사용자 측면의 장르 인식과 학술적 분류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는 문제이다. 뉴먼(Newman)은 게임 장르에 관한 학술적 연구들이 영화와 같이 유사한 대중 예술 장르 체계를 빌려 장르를 분석하는 반면, 게임 매거진이나 게임 산업계에서는 ‘슛뎀업(shoot’em-ups, 진행형 슈팅게임)’이나 ‘빗뎀업(beat’em-ups, 진행형 격투게임)과 같은 소비자 용어를 통해 장르를 설명한다고 지적한다. 지나친 텍스트 중심적 접근을 통한 장르 범주화는 텍스트 자체를 폐쇄적이며 닫힌 체계로 인식하게 만들 염려가 있다는 것이다.[27] 수용의 측면을 고려해야한다는 지적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영화의 장르론에서도 장르의 형성과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관객의 역할이 언급되기 때문이다. 헐리우드 영화의 장르를 연구했던 샤츠(Schatz)는 대중 예술 형식은 관객과 예술가 사이의 상호(reciprocal) 관계에 의해 생산과 피드백, 관습화의 과정을 거치며 관습화된 패턴이 곧 장르를 규정한다고 지적한다.[28] 대중 예술의 한 영역인 게임 역시 필연적으로 장르 수용의 층위, 플레이어의 문화적인 맥락을 고려하여 장르에 접근해야 한다. 때문에 추상적으로 도출된 이론적 구분 외 플레이어들이 실제로 보여주고 있는 장르 인식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와 네 번째 항목은 장르와 관련한 생산과 수용의 문제를 담고 있는데, 이는 장르의 사회 문화적 효용성에 대한 질문과 연결된다. 밀러(Miller)에 따르면, 장르에 대한 지식은 서로 다른 게임을 분석하고 차별화되는 특징을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데, 장르 간 차이를 식별하는 능력은 시장을 조사하고 여러 장르의 게임이 어떻게 살아남는지 관찰하기에 유용하다. 그렇기에 장르는 게임의 생산적 측면과 이어져 있으며, 게이머들에게 있어서는 선택의 기준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29] 샤츠가 대중 예술인 영화의 장르를 엘리트주의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한 것도 이에 관련한다. 장르를 주어진 자동적인 체계로 바라보고 사회 문화로부터 분리시킬 경우, 장르라는 현상을 바라보는 ‘왜’라는 질문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30] 장르는 게임이 지니고 있는 내재적 구조 분석을 통해 해당 작품이 총체적 지형의 어디에 위치하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도구이자, 작품의 생산과 수용, 게임의 창작과 경험에도 유용한 지표를 제공하는 틀로써 기능하기에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총체적인 이해에 이를 수 없다.

게임의 장르 개념은 디지털 미디어 환경의 특성에 걸맞게 변화를 거듭할 수 있어야 한다. 상기의 쟁점에 따라, 본 연구의 ‘대안적 장르(alternative genre)’는 다음과 같은 특성으로 귀결된다. 먼저, 다층적인 장르 요소의 조합이 가능하고, 변화에 따른 수정이 자유로운 열린 체계로서의 장르이다. 닫힌 체계로서의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은 이론을 위한 연역적 접근 이상이 될 수 없으며, 열린 체계를 인정하고 역동성을 추적해야만 디지털 게임에서 장르가 갖는 의미를 담을 수 있다. 이 때 열린 체계는 형식이나 유형화를 부정하는 장르 회의론적 입장은 아니다. 여러 장르 요소의 집합과 관계 맺기를 통해 장르가 형성되기에, 끊임없이 증식해나가는 그물망으로서의 장르 구조를 전제한다는 뜻이다. 즉 수목형 구조의 위계적 체계로서의 장르가 아닌, 리좀형 구조의 개방형 체계로서의 장르를 추구하는 것이다. 단위의 자유로운 연결을 통해 새로운 전체를 구성하는 게임의 장르는 여러 장르적 요인의 집합으로 표현되며, 도출된 장르는 종결 상태의 명사가 아니며 연결을 목표로 하는 형용사의 중첩으로 표현된다.

다음으로 장르의 생산과 수용 측면에서, 적극적인 해석의 주체로서의 플레이어에 주목한다. 플레이어는 개발자가 제시한 규칙을 일방적으로 따르는 존재가 아닌, 때로는 규칙을 어기고 개조하는 능동적 행위자이다.[31] ‘보는 것’이 아닌 ‘하는 것’인 게임의 플레이어는 전통적인 수용자의 개념을 뛰어넘으며,[32] 경험의 스펙트럼이나 사용자의 욕망은 일방향적 매체에서의 그것보다 넓고 다양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디지털 게임에 있어 장르는 생산자로부터 일방적으로 부여받고 ‘수용’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들의 적극적인 ‘사용’에 의해 지위를 획득한다. 요컨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유통되는 게임의 장르는 다층적 장르 요소의 집합으로 표현되고, 플레이어의 장르 인식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대안적 장르는 이러한 두 가지 차원에서의 고려를 통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Ⅲ. 대안적 장르로서의 사용자 태그
3-1 가족유사성에 기반한 장르 개념의 전환

장르의 구분은 곧 인간의 범주화 능력과 궤를 같이한다. 범주화는 유사한 성질 별로 사물을 묶어가는 정신적 과정으로, 인지언어학에서는 인간이 새로운 경험을 수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기존의 범주를 수정하며 새로운 범주를 창조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다층적 장르 요소의 집합’을 특징으로 하는 대안적 장르는 인지언어학의 범주화 이론을 살펴봄으로써 그 형식을 짐작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이어져 온 고전적 범주화 이론에서는 하나의 실체가 범주 구성원이 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가령 사람의 범주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두 발’과 ‘동물’이라는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구성원의 자질은 존재하거나 부재하는, 두 값 중 하나만을 취할 수 있는 배중률에 근거한다. 때문에 고전적 범주화 이론에서는 범주 간 명확한 경계가 설정되며, 어떠한 실체는 범주의 구성원이거나 아니라는 이원법적 논리를 따른다. 이는 초기의 게임의 장르 논의가 상호배타적이고 중복되지 않는 분류 자질을 찾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을 연상케 한다.

고전적 범주화 이론에 대한 반증은 가족유사성 개념을 통해 이루어졌다.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은 놀이의 범주화 사례를 통해 가족 유사성 개념을 주창한다. 예를 들어 숨바꼭질, 카드게임, 농구 등은 구성원의 자질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모두 ‘게임’이라는 범주로 묶일 수 있다. 어떠한 실체의 모든 실례를 특정짓는 단 하나의 본질적 자질은 있을 수 없으며, 그 대신 범주를 결합시키는 것은 가족 유사성 관계라는 것이다. 구성원들 모두가 공유하는 본질적 특징은 없지만 몇몇 구성원하고만 공유하는 특징을 통해 닮음 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범주를 이룬다는 것이 바로 가족유사성이다.[33]

대안적 게임 장르의 형식은 가족유사성 관계를 추구한다. 어떠한 장르 범주는 구성원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을 만족시킬 때에만 성립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 게임 장르는 장르적 특질을 일부 공유하는 게임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낸다. 가령 <배틀그라운드(PUBG)>와 <카운터-스트라이크(Counter-Strike)>는 전장의 규칙이나 플레이어 구성원, 시점 등의 차이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쏘기’ 액션이 주가 된다는 점에서 ‘슈팅 게임(Shooter)’ 장르라는 상위 범주에 속할 수 있다. 또한 <배틀그라운드>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와 같은 액션-어드벤처 게임과 ‘시점’의 자질을 공유함으로써 ‘3인칭 게임’의 범주에 함께 속할 수도 있다. 즉, 가족유사성에 기반한 대안적 장르는 절대적인 분류체계를 의미하던 장르의 개념을 ‘유사한 성질의 중첩과 집합’으로 전환시킨다.

유사한 성질들의 묶음으로 표현되며, 하나의 게임에 대한 다층적인 범주화를 가능케 하는 ‘사용자 태깅 시스템’은 가족유사성에 기반한 대안적 장르의 개념을 실천한다. 사용자 태그는 멀티미디어 객체의 설명을 위해 사용자가 만든 텍스트 키워드로, ‘정보에 대한 정보’, ‘데이터에 대한 데이터’를 의미하는 메타데이터(metadata)이다. 그 중에서도 사용자 태그는 사용자가 다른 사용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어떠한 디지털 자원에 대해 개인의 의견이나 경험, 관점에 따른 재해석과 평가를 행한 소셜 메타데이터에 해당한다.[34]

디지털 게임에 있어 사용자 태깅은 ‘스팀(Steam)’과 같은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을 통해 실현된다. 사용자들에 의해 만들어진 태그는 다양한 조합을 통해 개별 게임 텍스트를 구조화하고, 유사 성질의 게임을 범주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기존의 장르 체계에서 RPG 장르로 분류되던 <위처 3: 와일드 헌트(Witcher 3: Wild Hunt)>는 {오픈월드, 롤 플레잉, 이야기 깊은, 분위기 있음, 성인, 판타지, 어드벤처, 선택의 중요, 싱글 플레이어, 3인칭, 누드, 훌륭한 사운드트랙, 액션, 중세, 어두운 판타지, 복수 결말, 액션 롤 플레잉, 마법, 어두운, 샌드박스}라는 사용자 태그의 집합으로 설명된다. 게임의 매커니즘 외 세계관과 주제, 게임 시점, 게임의 수위를 포함해 게임을 범주화하는 것이다. 사용자는 {오픈 월드, 롤 플레잉, 판타지, 이야기 깊은, 잠입}의 공통 태그를 도출함으로써 <엘더스크롤 Ⅴ: 스카이림(The Elder Scrolls Ⅴ: Skyrim)>과 <위처 3>의 유사성을 파악할 수 있다. 이처럼 사용자 태그는 단순한 단어의 나열이 아니며, 특정한 성질을 내포한 기호로 기능한다. 개별 태그가 지닌 성질과 태그 간 조합의 의미 구조를 파악하는 것은 곧 개별 게임 텍스트에 내재한 게임성을 파악하고 다른 게임 텍스트와의 관계를 설정할 수 있는 초석이 된다.

3-2 잠재된 장르 지식의 기호화

올드 미디어 환경에서 유사 성질을 파악하고 범주화하는 주체는 이론을 정립하는 비평가 혹은 작품의 생산자였으나, 참여적(participatory)이고 백과사전적(encyclopedic)인 속성을 지닌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의[35] 범주화 주체는 컨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 태그가 게임의 대안적 장르 체계로 기능할 수 있는 두 번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적극적인 해석 주체로서의 게임 플레이어는 자신의 플레이 경험을 범주화해 장르 지식을 형성하고, 끊임없이 생산되는 게임 텍스트를 이해하기 위해 활용한다. 태그를 통한 플레이어들의 범주화는 게임의 내적 특질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팀에 등록된 게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용자 태그는 액션과 어드벤처, RPG와 같이 기존에 통용되던 장르명을 답습한 태그 외에도 소재와 분위기를 문화적 맥락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러브크래프트식(Lovecraftian)’, 게임 플레이의 핵심 메커니즘을 표현하기 위한 ‘선택의 중요성(Choices Matter)’, 게임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어두운(Dark)’와 같은 태그가 함께 목격된다. 태그가 검색의 용이성을 위한 기능적 목적에 머물지 않고, 개인의 플레이 경험을 구조화하고 확산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Table 2.  
Tagging frequency Top 30 Steam user tags (2018.7)
Num User tags (frequency) Num User tags (frequency)
1 Indie (5468) 16 Story Rich (825)
2 Action (4096) 17 Co-op (785)
3 Adventure (3530) 18 Difficult (768)
4 Casual (2651) 19 Shooter (738)
5 Singleplayer (2581) 20 Sci-fi (727)
6 Strategy (1901) 21 First-Person (723)
7 Simulation (1714) 22 Horror (708)
8 RPG (1627) 23 Anime (689)
9 Multiplayer (143) 24 VR(680)
10 Great Soundtrack (1299) 25 Pixel Graphics (678)
11 Atmospheric (1134) 26 Funny (669)
12 2D (1015) 27 Platformer (637)
13 Puzzle (941) 28 Fantasy (632)
14 Early Access(902) 29 Free to Play (624)
15 Open World (835) 30 Female Protagonist (616)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사용자들은 ‘액션’이나 ‘시뮬레이션’과 같은 전통적인 게임의 장르명 외 ‘공포(Horror)’나 ‘공상과학(Sci-fi)’과 같은 서사적 요소를 바탕으로 한 태그를 달거나, ‘이야기 깊은(Story Rich)’이나 ‘분위기 있음(Atmospheric)’과 같은 해석을 태그로 기록하기도 한다. 광활한 게임 월드를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는 게임을 의미하는 ‘오픈월드(Open World)’나 ‘여자 주인공(Female Protagonist)’과 같은 태그는 기존의 장르 분류에서는 주요 장르명으로 드러나지 않는 특질이기도 하다. 이들은 디지털 게임의 전통적인 장르 분류 체계가 플레이어 경험의 다양성을 포함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예증하는 동시에, 사용자 태그를 통한 게임의 범주화가 플레이어의 장르적 인식을 관찰할 수 있는 수단임을 드러낸다.

게임의 사용자 태그는 단순히 게임 텍스트와 장르 명칭 간의 관계만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의 해석 행위를 포함하는 기호작용의 결과이다. 사용자 태그를 플레이어들에 의한 장르 해석의 지표로 바라보기 위해서는 태그와 게임 텍스트, 그리고 플레이어가 개인의 선험 지식을 통해 이를 의미화 해나가는 과정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기호의 의미작용을 대상체를 지시하는 기호인 표상체(representamen)와 기호가 지시하는 실재적 대상물인 대상체(object), 하나의 기호에서 산출된 고유한 의미인 해석체(interpretant)의 삼항 관계를 통해 파악하고자 한 퍼스(C.S. Peirce)의 기호학은[36] 이를 고찰하기 위한 유의미한 단초를 제공한다. 퍼스의 기호학은 ‘컨텍스트’의 기호학으로, 기호의 생성과 수용 양상의 문맥을 고려하는 화용론적 지표를 포함한다. 구조기호학에서 화용적 차원에 속하는 파롤(parole)의 영역이 등한시되었던 반면에, 퍼스의 기호학은 의미론과 화용론을 통합해 기호의 역동적 작용에 초점을 둔다.[37] 태깅이 자원(resource), 태그(tag), 그리고 사용자(user)의 관계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게임의 사용자 태그는 단순히 자원에 해당하는 게임 텍스트와 장르 명칭 간의 관계만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닌 플레이어의 해석 행위를 포함하는 기호작용의 결과임을 알 수 있다.

퍼스의 용어를 빌리자면 유사한 관습을 지니는 일련의 게임 텍스트는 대상체, 플레이어가 지닌 장르에 대한 이해가 해석체, 장르명은 표상체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FPS의 경우 ‘캐릭터가 된 듯한 1인칭 시점(First-person)’과 ‘총기를 사용해 적을 제거(Shooter)’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게임의 규칙과 목표가 장르명으로 표상화된 결과이다. FPS 장르로 제시된 게임을 대하는 플레이어는 게임의 시점과 행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관념을 머릿속에 형성한다. 그런데 장르는 하나의 텍스트가 지닌 성질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유사한 성질을 지닌 게임 텍스트들을 플레이하는 과정을 겪으며 또 다른 공통적 관습을 발견한다. FPS로 보자면 시점과 쏘기의 액션 외, 현실 재현적 총기와 물리적 법칙, 대칭형 공간과 공감각적 사격 메커니즘[38] 등의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이다. 때문에 반복되는 요소들을 장르적 특질로 인지한 플레이어는 FPS라는 기호의 관념에 이와 같은 장르 관습들을 포함시킨다. 이후 플레이어가 FPS라는 장르명을 접했을 때에는 플레이어의 관념에 속한 장르 관습 전체가 해당 장르에 대한 해석으로 작용한다.

기존의 장르 체계에서 장르명에 따른 해석작용은 장르 지식의 함축을 통해 이루어진다. 게임과 장르에 대한 플레이어의 다양한 해석체는 지배적 장르명에 가려 잠재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의 사용자 태그를 통한 대안적 장르 체계에서, 플레이어의 장르 지식은 잠재태가 아닌 실재태로 발현된다. 크고 작은 장르 요인들이 플레이어의 언어를 빌려 자신의 지위를 주장한다.


Fig. 1.  
Classical Genre Semiosis(left) & Alt-Genre Semiosis through User tags(right)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기존의 장르에 관한 기호작용은 복수의 게임 텍스트에서 반복되는 특성들과 이를 표상하는 장르명, 그리고 대상체의 기호화 과정에서 내포된 플레이어의 장르 지식 사이에서 일어난다. 장르 지식은 플레이어가 장르 관습에 기반해 선험적으로 지니고 있는 장르에 대한 모델이다. 그림 2.의 좌측은 플레이어의 다양한 해석체가 내포된 상태로 기호에 정박되는 과정을 표현하기에, 텍스트와 장르명과 관계하는 해석체는 점선으로 그려진다. 반면 태그는 하나의 게임 텍스트의 범주화를 위해 사용된다. 어떠한 게임 텍스트를 플레이하며 해당 텍스트가 속한 장르의 관습을 발견한 플레이어는 하나의 장르명, 하나의 기호만으로 현시되지 않는 해석들과 새롭게 목격되는 장르 요인에 대해 또 다른 기호로 남기길 시도한다. 사용자 태그의 장르 기호작용을 나타낸 그림 1.의 우측에서 어떠한 게임 텍스트와 장르명에 관계된 플레이어의 해석체가 실선으로 연결되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장르명의 기호가 플레이 경험에 내재한 장르 관습과 틈을 보일 때나 플레이 경험을 통해 획득한 장르 요인들을 모두 반영하지 못했을 때 그 틈을 메우기 위한 해석이 이어지고, 이를 실재태의 기호인 사용자 태그로 다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카탈로그나 이론서를 통해 하향식(top-down)으로 주입되던 게임의 장르 분류 체계는 디지털 게임 유통 플랫폼의 등장과 함께 사용자 주도의 상향식(bottom-up) 방식으로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게임과 장르에 대한 해석을 실천하고자 하는 플레이어의 욕망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현실화될 수 있는 수단을 획득했다. 잠재되어 있던 게임과 장르에 대한 해석은 사용자 태그라는 언어적 표상을 통해 실재태로서 기능하며, 플레이어 중심의 대안적 장르 체계를 구축한다.


Ⅳ. 대안적 게임 장르의 가능성

대안적 장르로서 사용자 태그가 지닌 의미를 전통적 장르 개념의 전환과 사용자의 장르 지식 표상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봤다면, 이러한 전환이 게임의 장르 체계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차례다. 생산과 수용의 측면에서, 대안적 게임 장르의 가능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먼저 생산적 측면에서, 장르 요소의 다중성을 통한 ‘작은’ 장르의 확산이다. 사용자 태그를 통한 대안적 장르의 형식은 수직적 위계의 수목형 구조를 따르지 않고, 수평적 연결의 리좀형 구조를 따른다. 기존의 장르 체계에서 지배적 장르 요소에 매몰되었던 미시적 장르 요소는 대안적 장르의 리좀형 연결망 속에서 하나의 중심으로 부각될 수 있는 지위를 부여받는다.

소위 ‘워킹 시뮬레이터(Walking Simulator)’ 장르의 등장은 소외되었던 장르 요소의 조망을 통한 장르군의 다양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다. 워킹 시뮬레이터는 캐릭터의 걷기 행위에 비중을 둔 게임으로, 게임 내 장소를 탐색하며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형식의 게임들을 총칭한다. 해당 용어는 하나의 장르명으로 등장한 것이 아닌, 가벼운 인터랙션과 단순한 퍼즐에 의존해 스토리 전개에만 신경을 쓰는 게임을 비판하기 위한 사용자 용어에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워킹 시뮬레이터 게임으로 불리는 <디어 에스더(Dear Esther)>는 공간을 배회하며 그 안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데에만 목적을 두는 게임이다. 전투나 퍼즐과 같은 게임의 상호작용을 배제한 채, 스토리 조각의 발견과 연결로만 게임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은 ‘이것은 게임이 아니다. 워킹 시뮬레이터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해당 용어를 만들어냈지만 ‘걷기 행위를 통한 공간적 스토리텔링’이라는 특징을 중심으로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현재 ‘워킹 시뮬레이터’가 태깅된 스팀 게임은 312개로, 대다수의 게임이 용어가 통용된 이후인 2014년 이후에 출시된 것으로 집계된다. 흥미로운 점은 ‘워킹 시뮬레이터’ 태그가 ‘어드벤처’ 태그와 함께 등장할 확률이 88%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는 기존의 장르 체계에서는 단순히 ‘어드벤처’ 장르로 함축되며 변별성을 드러낼 수 없었던 ‘워킹 시뮬레이터’의 장르 요소가 지배적 장르 요소 사이에서 자신의 지위를 확보해가고 있음을 증명한다.

다음으로는 수용적 측면에서, 장르가 지닌 커뮤니케이션 기능의 강화를 들 수 있다. 사회문화적인 맥락에 있어 장르는 수용자의 기대를 반영하는 의사소통적 기능을 수행한다. 태그의 조합에 따라 실현되는 대안적 장르는 무한에 가까운 장르 요소의 조합을 만들어내며 게임에 대한 플레이어의 기대를 형성한다. 가령, 특정 작품에 ‘FPS’라는 장르명만이 제시되었을 경우, 플레이어는 해당 게임이 지닌 세계관이나 분위기, 주요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FPS라는 태그에 ‘선형적, 복고풍, 공상과학, 조용한 주인공’ 등의 태그가 함께 제시될 경우, 플레이어는 게임에 대한 기대를 구체화할 수 있으며 게임 선택의 기준으로 활용하게 된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운영중인 넷플릭스社의 사례는 요소의 조합으로 표현되는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내부적으로 대안장르(altgenres)라 불리는 분류 체계를 구축해, 76,000개 이상의 하위 장르를 구분하고 있다. 이러한 대안장르는 메타데이터로 태깅된 지역과 수식어, 상위장르명, 원작과 배경 등을 조합한 형태로 제시된다. 예를 들자면 ‘유럽을 배경으로 한 60년대 공상과학-판타지’, ‘어두운 서스펜스 중심의 갱스터 드라마’와 같은 형식이다.[39] 넷플릭스는 개인화 추천 시스템을 정교화하기 위해 대안장르 체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의 기대를 반영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급증하는 게임 텍스트 속에서, 게임의 태그를 통한 장르에의 접근은 사용자의 기대와 선택을 중심으로 한 지식 구조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다. 마노비치에 따르면 인터넷은 거대한 미디어 데이터베이스이며 모든 종류의 정보는 과잉 상태로 존재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앞에서, ‘뉴미디어 객체를 어떻게 제작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수많은 객체를 어떻게 찾을 것이냐’의 문제로 옮겨간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이 필요해진 것이다.[40] 머레이(Murray)는 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정보를 체계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태깅의 유용성을 설명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한 정보를 체계화할 수 있는 요인은 정보에 라벨을 달고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태깅 기능은 정보의 배치를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조화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요소를 통해 기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방성을 지닌다.[41] 사용자들이 개별 게임에 달아둔 태그들은 방대한 양의 작품 데이터베이스를 분류하는 동시에 지평을 재구축하며, 대안적 장르 체계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Ⅴ. 결론

디지털 게임의 장르는 고정 불변의 체계가 아닌, 끊임없이 수정과 변화를 거듭하는 생성적 체계로 자리한다. 새로운 작품의 출현은 기존의 범주를 수정하거나 새로운 범주를 만들어내면서 장르의 유기체적인 진화를 이끈다. 본 연구는 디지털 게임의 장르에 대한 기존의 접근이 장르의 보편성에 기반한 절대적 분류 체계를 도출하는 데에만 머물러 있었다는 문제의식 아래, 대안적 장르 개념으로 자리할 수 있는 사용자 태그의 가능성을 살펴봤다.

디지털 게임의 대안적 장르는 수정과 변화가 자유로운 다양한 장르 요소의 조합으로 표현되며, 사용자의 장르 인식을 반영할 수 있는 형식을 갖춰야 한다. 이에 적합한 형식으로 주목할 만한 것이 바로 게임의 사용자 태그다.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등장한 게임 사용자 태그는 고전적 장르 개념을 가족유사성 기반의 범주화 과정으로 전환시킨다. 또한 지배적 장르명에 잠재태로 존재했던 플레이어들의 인식을 기호화함으로써, 사용자 주도의 상향식 장르 체계를 실천한다. 생산과 수용의 측면에서, 사용자 태그를 통한 대안적 장르가 지니는 가능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먼저 장르 요소의 다중성을 통한 ‘작은’ 장르의 확산이다. 수목형 위계 구조 하에 주목받지 못했던 미시적 장르 요소는 리좀형 연결 구조의 장르 체계에 이르러 자신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다. 다음으로, 대안적 장르 개념은 장르의 의사소통적 기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용자 태그 기반의 대안적 장르는 게임 텍스트의 홍수 속 사용자의 선택을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의 문제와 결부되어, 게임에 대한 기대를 구체화하고 지평을 재구축하도록 돕는다.

본 연구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대안적 게임 장르로서 사용자 태그가 지닌 가능성을 고찰한 개념적 연구이다. 이는 본 연구의 한계로 지적될 수 있겠으나, 대안적 게임 장르의 구체적인 문법을 구축하기 위한 전제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현재 사용자 태그의 의미와 관계를 바탕으로 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대안적 장르의 구체적 문법에 관한 논의를 확장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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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안진경(Jin-Kyoung Ahn)

2007년 :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문학사)

2009년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디지털미디어학부 (디지털미디어학 석사)

2017년 :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융합콘텐츠학과 (박사 수료)

2009년-2014년: 바른손게임즈, 엔씨소프트 게임기획자

2014년-2015년: 제일기획 BTL 기획자

2015년~현재: 계원예술대학교 게임미디어과 겸임교수

※관심분야:게임학, 디지털 스토리텔링, 게이미피케이션, 융합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