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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5 , No. 4

[ Article ]
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5, No. 4, pp. 919-928
Abbreviation: J. DCS
ISSN: 1598-2009 (Print) 2287-738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Apr 2024
Received 23 Feb 2024 Revised 18 Mar 2024 Accepted 26 Mar 2024
DOI: https://doi.org/10.9728/dcs.2024.25.4.919

웹툰에서 초점화와 동일시를 통한 몰입감 연출 연구
김세종*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조교수

A Study on Creating Immersion Through Focusing and Identification in Webtoons
Se-Jong Kim*
Professor, Department of Art&Webtoon, Paichai University, Daejeon 35345, Korea
Correspondence to : *Se-Jong Kim Tel: +82-2-6828-7157 E-mail: kimsai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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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상물들이 세계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콘텐츠 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웹툰 산업계는 웰메이드 작품의 감소로 인해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따라서 웹툰 IP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뛰어난 서사와 연출을 가진 웹툰 개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의 몰입을 유도할 수 있는 초점화와 동일시를 적용한 연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논증하기 위하여 장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원작인 웹툰 ‘유쾌한 왕따’를 중심으로 독자를 극에 몰입시키는 연출을 분석했다. 그 결과 독자가 등장인물의 감정에 이입하고 동일시를 느끼기 위해서는 초점화와 동일시가 복합적으로 융합될 때 극대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글과 그림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칸과 칸 사이를 통해 독자의 개입을 유도하는 웹툰 고유의 연출을 통해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Abstract

Recently, videos based on webtoons have become box office hits in the global market and have emerged as a core part of the content industry. However, the webtoon industry is experiencing limitations in growth due to the decline in well-made works. Hence, the development of webtoons with excellent narratives and directing are necessary for the continued growth of the webtoon IP market. Therefore, research is needed on directing that applies focalization and identification to induce reader immersion. To demonstrate this, we analyzed directing that immerses readers in a play, focusing on the webtoon “Jolly Outcast”, which is the original work of the feature film “Concrete Utopia”. We discovered that readers’ empathy with characters’ emotions and feelings of identification are maximized when focalization and identification are combined in a complex manner. In addition, we concluded that this process can be optimized via the unique directing of webtoons to create new meaning through a combination of text and pictures and induces reader intervention through spaces.


Keywords: Webtoon, Focus, Identification, Immersion, Webtoon Production
키워드: 웹툰, 초점화, 동일시, 몰입, 웹툰 연출

Ⅰ. 서 론
1-1 연구의 필요성

문화체육관광부의 보도 자료(2024. 01. 23. 화)에 의하면 2022년 기준 만화·웹툰 산업 시장 규모는 ‘2조 6,2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성장했으며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웹툰 플랫폼의 해외 진출에 힘입어 해외 수출 규모도 1억 764만 달러(전년 대비 31.3%p 증)로 처음으로 1억 달러를 돌파하며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통계를 바탕으로 만화·웹툰 산업이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기대하며 대한민국 플랫폼을 ‘만화·웹툰계 넷플릭스’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1]. 최근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드라마들이 성공사례를 만들어 내면서 영상화를 목표로 하는 웹툰 IP 발굴 및 개발은 콘텐츠 산업의 핵심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나아가 웹툰 오리지널 IP는 넷플릭스를 대표로 하는 OTT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세계화 시장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하여 웹툰이 원천 IP로서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처럼 여겨지기도 하는데 근래에 인기를 끈 노블코믹스 장르는 웹소설 IP의 미디어믹스 창구역할을 한다. 노블코믹스는 이미 시장검증을 마친 스토리를 웹툰으로 제작하는 것이므로 다수의 작가들을 투입하고, 고비용 투자가 가능하며 고품질의 완성도를 갖춘 웹툰으로 빠르게 제작할 수 있다[2].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웹툰 제작 스튜디오들은 단기간에 많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블코믹스 제작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노블코믹스는 연재되는 동안 시장검증을 할 수 있다는 장점과 투자를 바탕으로 웹툰의 주류가 되었으며 많은 작품들이 현재 플랫폼에서 순위권을 장악하자 웹툰 제작 스튜디오들이 급증하였고 투자금이 쏠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바탕으로 만들어 내는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분량이 많아지고 점점 완성도가 높아졌다. 그 결과 오리지널 창작 웹툰 작품의 분량 및 완성도 측면에서 격차가 더욱 벌어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창작자 중심의 1인 제작에서 제작 스튜디오 중심의 분업화 및 집단 창작으로 전환되면서 웹툰 제작 시스템에 큰 변화를 불러왔다.

노블코믹스의 원천 IP인 웹소설의 주요 장르는 액션 판타지와 로맨스 판타지로서 소위 말하는 양판소 즉, 양산형 판타지 소설로 불릴 정도로 정형화된 이야기 클리셰가 존재한다. 결국 웹소설에서 인기가 검증된 작품을 각색하여 이미지로 옮기는 작업이 계속되다 보니 웹툰 역시 비슷한 이야기 형태를 가진 작품이 반복적으로 발표가 되면서 양산형 웹툰이 플랫폼을 도배하는 상황이다. 기성작가들마저 막강한 자본력을 가진 웹툰 제작 스튜디오로 이동하면서 오리지널 웹툰 제작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집단 창작 작품에 비하여 제작 속도와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로 인하여 점점 플랫폼에서 연재 기회를 얻기조차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노블코믹스 집중화 현상은 웹툰 산업계에 장르의 획일화라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그림 1[3]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현재 주력으로 제작되고 있는 웹툰의 장르는 로맨스 판타지, 판타지, 액션 무협으로서 전체 작품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현재 노블코믹스가 장악한 웹툰 시장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는 지표이다.


Fig. 1. 
Main production webtoon genres

*captured 2023 Webtoon Business Survey Graph



그림 2[4]는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 보고 자료 중 노블코믹스의 성장 한계라는 주제로 웹툰 제작사에 종사에게 진행한 인터뷰이다. 내용을 보자면 현재 노블코믹스 시장은 포화 상태이며 웹툰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작품 연구가 필요하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특정 장르 쏠림 현상은 독자의 선택을 제약하고 나아가 다양한 작품 개발에 저해요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합하자면 웹툰 업계에서는 노블코믹스 포화상태는 웹툰 산업 성장의 한계로 이어질 것이라 진단하고 있다. 웹툰 산업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웹툰 제작사 및 플랫폼들은 다양성 확보를 위해 오리지널 IP 개발에 눈을 돌리고 있다.


Fig. 2. 
Interview on noble comics’ growth limits

*captured 2023 Webtoon Business Survey Interview



카카오 픽코마가 대원미디어와 손잡고 만든 셰르파 스튜디오는 2022년 7월 <제물인 나와 늑대의 왕(生贄の私と狼の王)>을 선보이며 직접 기획한 오리지널 작품을 제작해 일본에서 처음 선보였다. 웹소설 원작을 웹툰으로 제작해 유통하며 성장해온 카카오픽코마와 카카오엔터 역시 오리지널 작품을 선보였다는 점은 특기할 만한 점이다. 네이버 웹툰은 <더블클릭>, <인자강>, <갇힌 방>등 오리지널 웹툰을 연재하고 있는 스튜디오 1991,<싸움독학> 작화 담당을 맡은 김정현 작가와 <화이트 블러드>등을 연재한 임리나 작가가 설립한 스튜디오파란 등에 투자했다. 향후 이러한 다양한 장르의 오리지널 웹툰 IP 개발이 웹툰 시장에서 핵심 사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5].

최근 웹툰 IP가 트랜스미디어에 성공을 거두며 콘텐츠 사업의 원천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실상은 성장과 한계의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위태로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웹툰 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정 집단이 아닌 보편적인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구조의 서사를 가진 다양한 장르의 웹툰 작품이 필요하다. 물론 단순히 작품의 수적 증가가 아닌 높아진 독자의 눈높이와 IP 시장의 욕구를 충족시킬 작품의 질적 향상이 필수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서사뿐만 아니라 서사를 시각 이미지화하여 독자를 몰입시킬 연출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1-2 연구 내용 및 방법

웰메이드 웹툰이 만들어지려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개발된 탄탄한 시나리오와 이를 독자에게 몰입시켜 감정이입을 유도할 수 있는 연출이 필요하다. 웹툰은 텍스트와 이미지의 조합으로 연상 작용을 일으켜 독자를 극에 개입시켜야하므로 고유의 연출 문법이 발달했다.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웹툰만의 독창적인 연출을 활용하여 독자를 극에 몰입시키고 상호작용을 극대화할 수 있는 연출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한다.

만화는 텍스트와 이미지가 혼합되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며 이는 독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완성된다. 작가는 상호 작용을 끌어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미장센과 몽타주를 설계하여 독자를 극에 몰입시킨다. 독자를 극에 몰입시키기 위해서는 때로는 관찰자로 때로는 극 속의 등장인물이 되는 동일시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사 기반 콘텐츠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시점과 초점화, 그리고 동일시에 관한 연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만화는 이미지와 언어가 공존하면서 서사를 전달한다는 의미에서 영화의 그 구조와 유사하다. 독자는 만화 고유의 서사전달 기호 체계인 칸의 연속된 나열을 통해 이야기를 인식한다. 이때 나열된 이미지를 영상화시키고 말풍선 속의 텍스트를 대사로 인식하며 마치 한편의 영상을 보는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서사만화의 가장 독특한 특징이라 할 수 있고 서사의 연구에 있어서 영화의 그것과 비슷한 형태를 띤다고 할 수 있다[6].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웹툰에서의 이미지는 영화에서의 카메라 눈을 적용한 프레임과 동일 개념인 칸 안에서 발현된다. 칸에 들어가는 이미지는 카메라의 초점거리, 구도와 앵글 등 영상 언어를 거의 그대로 차용한다. 따라서 웹툰의 연출에는 영화에서의 카메라로 표현되는 다양한 영상문법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웹툰의 감정이입과 몰입을 끌어내는 서사 연구에서는 소설의 시점뿐만 아니라 영화에서의 카메라 시점을 통한 초점화와 동일시 이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는 영화와 웹툰의 표현 기법의 유사성을 전제로 영화연구에서 주로 적용하는 초점화와 동일시 이론을 바탕으로 독자를 극에 몰입시킬 수 있는 연출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논증하기 위하여 장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원작인 김숭늉의 ‘유쾌한 왕따’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시선의 주체와 초점 대상과의 관계, 초점화자의 거리와 이동에 따른 초점화의 과정과 그 효과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초점화를 통해 독자를 극에 완벽히 몰입하게 하여 동일시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연출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을 가진 연출의 방법을 제시하여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웹툰 IP 제작에 도움을 주고자 한다.


Ⅱ. 초점화와 동일시
2-1 시점과 초점화
1) 시점

‘르 로베르 LeRobert’ 프랑스어 사전에 의하면, '시점'이란 어떤 대상을 가능한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도록 위치하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다. 글과 그림을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만화에서 시점은 만화라는 매체를 특징짓는 가장 매력적인 요소 가운데 하나이다. 만화가는 등장인물과 사전의 관계가 독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는 단순히 독자가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독자가 과연 그것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를 나타낸다. 이처럼 만화에서의 시점은 단순히 시선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지각의 문제이며 관점의 문제라고 말할 수 있다. 시점은 크게 스토리의 상황을 외부에서 인식하는 객관적 시점과 등장인물을 통하여 안에서 공감하는 주관적 시점으로 나눌 수 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 보면, 객관적 시점은 '보이는 시점'인 것이고 주관적 시점은 '등장인물과 함께 느끼는 시점'인 것이다[7].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인칭이라 불리는 시점의 종류로는 작가가 극 속의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1인칭 시점과 객관적인 입장에서 이야기에 거리를 두고 풀어가는 3인칭 시점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특정 인칭에 국한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시점이 적절히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시점의 가장 큰 힘은 수용자를 극에 참여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독자는 등장인물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 인물의 눈을 통해 사건들을 경험하고 인물의 감정을 공유한다. 이야기의 주공인공이 되어 그 삶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8]. 시점은 주로 소설이나 영화와 같이 이야기 기반 콘텐츠에서 많이 쓰이는 개념이자 장치이다. 텍스트로만 이루어져 있는 소설에서는 이 시점을 통해 이야기하는 화자의 관점에서 여러 유형으로 나눠지며 독자의 몰입을 끌어낸다. 이러한 장치는 독자 및 관객을 때로는 관찰자 때로는 인물에게 동일시시켜 감정이입을 통한 몰입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때 창작자는 시점을 통해 누구의 눈으로 사건에 대한 정보의 양을 조절하며 서스펜스를 불러일으켜 독자가 몰입에 이르렀을 때 극 중 인물과의 동일시를 제공한다. 하지만 시점을 활용하는 서사를 바탕으로 하는 대표적인 두 콘텐츠인 소설과 영화에서의 시점은 차이가 있다. ‘인물의 눈’을 사용하는 소설은 영화에 접근하는 순간 감정이입을 제한하는 기법(카메라의 눈)을 구사하는 반면에 ‘카메라의 눈’을 사용하는 영화는 소설처럼 되기 위해 정서와 심리를 되살리는 다양한 영상기법을 전개한다[9].

이러한 영화의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 영상기법은 웹툰의 연출 문법과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웹툰과 영상 모두, 말(또는 소리)과 이미지가 결합되고 이 결합이 연속되면서 내용을 전달한다. ‘말(또는 소리)과 이미지의 결합’ 그리고 ‘이 결합의 연쇄’가 웹툰과 영상을 공통적으로 정의하는 기준이다. 반면 이 둘의 구분은 ‘말(또는 소리)과 이미지를 각각 어떻게 표현하는지’에서 비롯된다. 웹툰과 영상은 각각의 방식으로 언어와 이미지를 종속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 관계로 맺고 있다[10]. 정리하자면 기본적으로 프레임이라는 공간에 이미지를 선택적으로 제한시켜 안과 밖의 시공간 분리, 보여주기와 감추기, 즉 미장센을 통한 의미를 생성하고 영화의 쇼트, 웹툰의 칸은 연속적 연결되며 스토리를 진행 시키고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카메라의 눈을 통해 표출되는 이미지로 시점을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하기도 하고 연출 효과를 통해 통제하기도 하면서 독자를 이야기에 끌어들인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영상 이미지로 표출되는 의미 생성은 소설에서 다뤄지는 시점만으로는 분석의 한계가 있다.

2) 초점화

만화와 영상에서 등장인물에 따라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이 듣기가 앎의 정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할 때, 시점이란 용어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초점화는 ‘누구의 입장에서 보고 듣는가, 이를 통해 무엇을 경험하고 알게 되는가’를 분석하는 데 유용한 개념이다[11]. ‘제라드 쥬네뜨’는 시점이란 용어가 눈으로 본다는 의미가 너무 과하게 드러난다는 단점을 지적하며, 모든 종류의 서사물과 관련해 제시된 사건을 누가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를 설명하고자 '초점화 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초점화의 유형을 보면, 어떤 대상에도 초점이 맞춰지지 않는 제로 초점화(또는 무초점화)와 서술화자 또는 등장인물을 기준으로 초점이 내적인지, 외적인지에 따라 내적 초점화와 외적초점화로 나뉜다. 제로 초점화는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점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 또는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불리며 화자는 등장인물들보다 사건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 내적 초점화는 1인칭이나 3인칭 인물시점으로 객관적 상황을 제시하며 등장인물 입장에 몰입하게 만들며 시각, 청각, 내면상태 초점화로 구현된다. 세부적으로는 고정, 가변, 복합 내적초점화로 나눠진다. 마지막으로 외적 초점화는 화자가 한 등장인물 혹은 여러 등장인물들보다 사건에 대해 덜 알고 있는 경우로 화자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해석할 수 있으며 등장인물과의 거리두기를 통해 독자가 능동적으로 유추하고 해석할 수 있게 한다. 만화에서 고정 내적 초점화와 가변 내적 초점화는 독특한 서사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독자와의 거리를 조정하여 동일시에 관여한다.

시청각적 스토리텔링을 갖는 영화나 만화에서는 문자로만 이루어진 장르와는 구분된 초점화가 필요하다. 크리스티앙 메츠는 '보는 것, 듣는 것, 알고 있는 것의 관계를 구분하기 위해 시각 초점화와 청각 초점화를 제안했고 이수진(2004)은 영화기호학에서 발전된 시각과 청각 초점화의 양태를 만화에 적용했다. 표현 방법에 있어 유사한 부분이 많은 영화와 만화는 특히 시각적인 이미지와 대사로 대표되는 말을 동시에 이용한다. 영화를 보는 도중 관객이 보는 것과 듣는 것에 의존하여 정보를 얻는 것처럼, 만화를 읽으면서 독자는 그림과 말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만화 그림은 등장인물이 보는 것을 보여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는 보지 못하는 것을 독자에게만 보여줄 수도 있다. 심지어 등장인물이 생각하는 것, 느끼는 것, 회상하는 것, 등도 보여줄 수 있다. 말풍선 안에 배정된 말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들을 수 있는 무초점화된 상태이지만, 인물의 생각을 옮기는 말들은 그 상황에 함께 등장하는 다른 인물은 다가갈 수 없는 독자에게만 주어진 정보이다[12]. 초점화를 만화 작품 연구에 접목시키면서 얻는 장점은, 각 칸의 구성에서, 독자에게 주어진 정보적 측면과 그림, 말풍선과 의성어, 의태어, 그림과 글의 중간기호 등 각 표현 수단의 미장센 측면을 누구의 시각에서 해석할 것인가의 2차적 문제를 환기시킨다는 사실이다[13].

웹툰에서의 시각 초점화는 보는 것을 중심으로 칸이나 컷의 내부에서 보이는 대상이 누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나 알 수 있으며, 청각 초점화는 소리 공간에 포함된 말과 부호, 말풍선의 꼬리 방향, 의성어와 의태어의 형태나 위치 등의 시각적 표현으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특히 내면 상태 초점화는 웹툰에서 사용하는 독특한 표현으로 등장인물의 생각, 감정 등을 내레이션, 생각 말풍선 등으로 인물의 심리 상태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등장인물만이 알고 있는 정보를 독자에게 보여주고 들려주어 독자를 몰입시켜 등장인물과 동일시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2-2 동일시

크리스티앙 메츠(Chistian Metz)는 관객과 영화와의 관계를 정신분석학적 측면의 동일시라는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도출하게 되는데, 이 메츠의 동일시 개념은 관객이 영상을 바라보는 사건의 주체로서 작동하여 카메라에 동일시하는 1차 동일시와 영상 속에 재현된 대상, 주로 주인공 인물과의 동일시를 의미하는 2차 동일시의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14]. 이러한 메츠의 동일시 이론은 창작자의 주관적 경험과 해석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을 제시함과 동시에 창작자와 감상자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의미를 창출한다고 주장했다. 메츠의 동일시는 ‘주관적 동일시(Subjective Identification)’와 ‘객관적 동일시(Objective Identification)’로 나눌 수 있다. 주관적 동일시는 감상자가 특정 캐릭터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을 나타낸다. 캐릭터의 감정, 생각, 경험을 공유하면서 극에 몰입하는 상태를 뜻한다. 감상자가 자신을 극 속 인물의 위치에 놓고, 그들의 시각을 통해 이야기에 몰입하며 관객과 캐릭터 간의 감정적 연결을 통해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감정이입을 어떻게 유도하는지를 연구할 때 적용된다. 객관적 동일시는 감상자가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경험하지 않고 외부적으로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관객이 극 속 캐릭터와 감정, 시각, 경험을 공유하지 않고 외부에서 관찰하며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인 관찰자의 역할을 한다.

서사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는 감상자가 극 중 주인공 또는 특정 인물의 감정에 빠져들면서 감정이입을 하고 그 인물과 동일시를 느끼는 몰입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동일시는 카메라의 눈을 통해 특정 인물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되어 이야기의 절정이나 감정이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순간 최종적으로 그 인물이 되어 이야기 속에 현존하는 듯한 완전 몰입의 단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웹툰의 독자는 시각 이미지로 표현된 상황이나 감정을 보는 동시에 텍스트로 표현된 대화나 내레이션을 읽으며 동시에 머릿속에서 조합을 한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각각 단독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작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것으로 독자의 개입이 어느 장르보다 더 중요하다. 이러한 독자의 개입은 칸 안 또는 연속된 칸의 나열을 통해 제공되며 이러한 간극은 캐릭터와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이 순간 독자는 등장인물에 공감하며 동일시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동일시는 작가가 독자와 감정적으로 소통하고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 서스펜스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독자의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이렇듯 웹툰에서 동일시는 독자의 작품에 대한 몰입을 극대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Ⅲ. 초점화와 동일시를 활용한 몰입감 연출 분석
3-1 시선을 통한 초점화

시점은 “누가 지각하는가(보고 듣는가)?, 누가 이야기하는가(서술하는가)?, 그 각각에 누구의 태도와 입장이 개입되어 있는가(관점이 드러나는가)?, 그것들이 결합하거나 상충하면서 통합적으로 관객에게 형성시켜 주는 태도는 어떤 것인가?, 그리고 그렇게 통합된 시점 체계는 어떻게 교체되고 변경되면서 텍스트의 어떤 의도와 목적을 달성하는가?를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15]. 영화에서의 시점은 고전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피사체의 실제 크기를 고려하면서 관객에게 보여줄 일부 공간을 절단해내는 것이다. 즉 그 공간을 프레임으로 한정 지으면서, 어느 지점에서 공간을 보여줄 것인가를 결정하게 된다[16]. 이러한 웹툰의 프레임은 영화와 마찬가지로 카메라의 눈을 통해 프레임 안에서 시점을 제시하고 이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프레임과 프레임을 연결해 의미를 생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시점의 이동은 독자와 동일시를 끌어낼 수 있는데 움직이는 동영상이 아닌 고정된 이미지로 표현되다 보니 독자의 개입이 훨씬 용이하다. 김숭늉의 작품에서는 단순히 카메라의 눈을 프레임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등장인물들의 시선과 결합하여 초점화를 끌어낸다. 작가의 의도된 시선 유도는 프레임 안에서 인물의 시선과 시선의 이동에 따른 프레임의 연결에서도 나타난다.

그림 3은 김숭늉 작가의 웹툰 ‘토끼대왕’ 중 한 장면이다. 지면의 한계로 인하여 칸의 순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편의상 편집했다. 우선 첫 컷에서는 학교 복도를 걷고 있는 한 인물이 보인다. 이때는 외적 초점화로서 독자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본다. 그리고 다음 컷에서 등장인물이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고 다음 컷에서 카메라가 주인공 반대 방향 복도로 이동하여 오버 더 숄더로 프레임을 잡는다. 오버 더 숄더 기법은 등장인물이 바라보는 대상을 보여주고 다음 컷에서 특정 대상을 보여주면 독자는 등장인물과 같은 것을 바라보게 느껴지게 한다. 여기서 주인공의 시선이 고정되는 학교 뒷산은 독자의 시선과 일치되며 주인공과 같은 곳을 바라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이후 흑백 그러데이션 통해 회상 장면으로 전환됨을 암시한다. 다음으로 산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독자를 주인공과 함께 산으로 이동시킨 뒤 주인공이 학창 시절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일진 무리들의 얼굴은 철저히 감춘 채 실루엣으로 처리한 뒤 그 사이로 비굴한 주인공 모습을 보여준다. 일진들 사이로 바라보는 카메라의 눈은 곧 독자의 시선이 되고 산에서 벌어지는 사건 현장에 같이 있는 현존감을 느끼게 한다. 이때 외적 초점화가 발생함과 동시에 독자는 관찰자가 된다. 하지만 여기서 외적 초점화는 보통의 객관적 위치와 달리 이전에 설치된 내적 상태 초점화를 통한 주인공과의 동일시 작업으로 인하여 독자를 관찰자인 동시에 일진 무리들의 한 사람으로 사건의 공범이 되는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에 따라 독자는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게 되고 극에 몰입하게 된다. 이후 일진들의 괴롭힘은 계속되고 독자는 이러한 현존 감으로 인하여 방관자로서의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몰입하게 된다. 외적 초점화는 등장인물과의 거리를 두고 사건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경험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철저히 객관화된 동일시이지만 극 속 인물들의 시선과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그 인물의 내적 초점화까지 확장될 수 있다. 이를 통해 강력한 감정이입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러한 극 속 인물의 시선을 통한 내적, 외적 초점화를 오가는 복합적인 방식은 김숭늉 작가만의 동일시를 끌어내기 위한 독특한 연출이라 할 수 있다.


Fig. 3. 
A scene from Naver Webtoon <Rabbit King>

*captured real Korean webtoon scenes



3-2 내적 초점화를 통한 감정이입

서술 내용이 그림으로만 전달되는 무성만화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서사형식의 장편만화에서는 말도 그림 못지않게 중용한 역할을 수행한다. 의성어나 의태어의 역할, 지문과 말풍선 안에 들어간 혹은 그림 속에 직접 표기된 여러 종류의 말이 포함되는데, 이들이 어떤 지점에서 발화되었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청각 초점화의 관심사이다[17]. 웹툰은 그림 이미지로서 극 속 인물의 시선과 카메라의 눈을 통해 보는 것을 보여 줄 수도 있고 독자만 보이게 할 수도 있다. 특히 만화만의 독창적인 기호를 통해 인물의 생각, 감정, 느낌 등을 변형 혹은 차별화된 이미지로 등장인물의 내면 상태를 표현할 수 있다. 이는 프레임 안에서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칸과 칸의 이동을 통해 구현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은 주로 회상이나 꿈 장면을 연출할 때 사용되는 컬러의 차이 또는 긴 세로 형태의 메타 컷 등 장면의 전환에서 나타난다. 이때 독자가 극에 개입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지게 되며 증폭된 감정이입을 통해 내적 초점화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내적 초점화는 시각 이미지뿐만 아니라 청각의 시각화 과정에서도 끌어낼 수 있다. 웹툰에서 청각의 시각화는 주로 의성어와 의태어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말풍선을 기반으로 칸의 연결을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지문 말풍선 속 내레이션을 들 수 있다. 웹툰에서의 지문은 말풍선 안에 들어갈 수도 있고 말풍선에서 빠져나와 독립적인 이미지로 전달되기도 한다. 이때 지문은 전지적 시점인 제로 초점화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극중 인물에 고정된 내적 초점화도 될 수 있다. 이러한 표현은 시각과 청각의 활용을 통해 그 인물과의 동일시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감정의 표출과 이입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연출 요소이다.

그림 4는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 중 한 장면이다. 일진들의 놀이 일종인 찐따 싸움에서 치욕을 당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시작으로 서서히 암흑으로 변하며 장면이 전환된다. 이러한 표현은 주로 회상이나 꿈으로 장면을 전환할 때 쓰이는 방법이다. 이때 독자는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환상성을 제공받으며 등장인물들의 생각, 감정, 느낌 등이 주로 내레이션을 통해 표현된다. 이를 통해 감정이입이 극대화되면서 내적 시각 및 청각 초점화가 이루어진다. 이후 장면에서 이미지는 보조 수단이 되고 지문 말풍선 속 내레이션이 사건을 진행시킨다. ‘동현이는 기도했다.’라는 지문 말풍선 속 대사는 누구와도 초점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전지적 시점으로서 무 청각 초점화 상태에서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그다음 컷에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학생이 자신을 경멸하는 얼굴을 보여줌으로서 독자에게 관찰자의 역할을 부여한다. 그리고 다음 컷에서 지문 말풍선 속 대사를 ‘제발’이라는 주인공의 대사를 보여줌으로써 내적 초점화가 이뤄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말풍선 안의 대사는 독자에게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내적 청각 초점화이자 내면 상태 시각 초점화가 동시에 발생한다. ‘제발’이란 주인공의 내면 소리를 표현하는 말풍선은 스크롤이 진행되면서 점점 커지며 독자에게 더욱 선명하게 들리는 효과를 준다. 그리고 이때 말풍선의 꼬리가 삭제된 말풍선 속 불특정 인물의 소리는 무 청각 초점화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독자는 이러한 청각의 연결만으로 주인공의 심리와 내면 상태에 몰입하게 된다. 이후 ‘제발’이라는 주인공의 속마음은 지문 말풍선에서 빠져나와 독립되고 ‘모두 죽어버려’라는 이미지화된 텍스트로 전환되면서 독자를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시킨다. 이 장면은 청각의 시각화로서 완전히 독립된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되는 만화만의 독특한 형태의 연출을 보여준다. 이러한 표현은 이미지 위주로 사건을 진행시키는 일반적인 전개 방식 대신에 오로지 텍스트 즉, 청각만으로 내적 초점화를 끌어내 감정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고차원의 연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Fig. 4. 
A scene from Naver Webtoon <Pleasant Bullying>

*captured real Korean webtoon scenes



3-3 동일시와 현존감

동일시는 주관적 동일시와 객관적 동일시로 나눌 수 있다. 주관적 동일시는 감상자가 특정 인물의 시각에서 그 인물의 감정, 생각, 심리상태,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야기에 몰입하는 상태를 뜻한다. 객관적 동일시는 감상자가 등장인물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경험하지 않고 외부에서 관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관객은 극 속 인물과 감정, 시각, 경험을 공유하지 않고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인 관찰자의 역할을 한다. 이 동일시를 잘 활용하면 독자가 마치 극 속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유도할 수 있다. 그때 독자는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과 감정이입을 통해 그 인물에 동일시되어 현존 감을 느끼게 된다. 이를 통해 감상자가 작품 속 인물의 상황이나 감정 등에 대해 공감하고 몰입하여 마치 극 속 상황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 작품의 세계에 몰입하게 된다.

김숭늉 작가는 다양한 초점화를 이용하여 인물의 심리상태나 감정을 고조시키고 긴장감을 유도한다. 이때 단순히 하나의 초점화를 사용하여 직관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상반되는 개념의 초점화를 연결하여 독자로 하여금 더욱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자세히 말하자면 김숭늉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이거나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로서 심각한 부조리를 겪는다.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을 기존의 학교폭력물처럼 직설적인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초점화를 통해 감정을 이입시켜 독자를 그 현장으로 끌어들인다. 이때 독자는 관찰자이자 방관자의 입장이 되는 현존 감을 느끼게 된다.

그림 5는 주인공이 괴롭힘을 당하지만 교실 안의 학생들은 그 누구 하나 나서서 도와주거나 말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 상황으로 표현하여 방관자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 장면은 교실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주인공의 상황을 지극히 제한된 이미지만으로 제시하고 나머지는 주변 인물들의 대사로 이루어져 있다. 이미지와 말풍선 속 대사를 통해 사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문 말풍선 속 전지적 시점의 대사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출이 나타난다. 말풍선들은 말꼬리가 생략되어 화자를 알 수 없는 불특정 대사들은 주인공이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과는 아무런 관계없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러한 여백에 떠다니는 듯한 말풍선표현은 독자를 철저하게 객관적인 관찰자의 역할로 만들면서 그 장소에 있는 듯한 현존 감을 준다. 어찌 보면 철저히 관찰자 입장인 외적 초점화가 일어나는 상황이지만 현존 감으로 인하여 독자는 주인공에게 내적 초점화가 이루어지게 되고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연출이다. 이는 앞서 철저한 객관적 동일시를 구축시켜 독자를 극 속 즉, 교실 안으로 데려 놨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후 독자는 다시 주인공의 감정과 심리상태에 감정이입 되어 주관적 동일시로 전환된다. 그 뒤 지문 말풍선 속에 ‘모두를 공범이나 방관자로 만드는’ 이란 전지적 시점의 대사는 마치 독자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느끼게 된다. 이는 어찌 보면 철저한 객관적 동일시 일어나는 장면이지만 독자가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게 만든다. 객관적 동일시와 주관적 동일시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김숭늉 작가만의 독특한 연출이라 할 수 있다.


Fig. 5. 
A scene from Naver Webtoon <Pleasant Bullying>

*captured real Korean webtoon scenes



웹툰에서 동일시 과정은 칸 내부의 고정된 이미지나 말풍선 속 대사 독자적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칸과 칸 사이에서 발생하는 시간과 연속성은 독자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김숭늉 작가의 작품에서는 이러한 독자가 극에 개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연출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극과 현실을 끊임없이 오가는 경험을 하게 되고 더욱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3-4 시간의 정지와 확장을 통한 동일시

서사에 몰입하는 만큼 객관적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게 된다는 점을 이용해, 완전히 몰입하게 되는 순간을 기준으로 비시간성(timelessness)으로 개념화하고 이를 주관적 시간 벡터의 ‘0’으로 정의한다[18]. 이러한 현상은 소설이나 영화 같은 서사 기반 콘텐츠의 완성도에 대한 척도의 기준이 될 만큼 중요하다. 웹툰에서도 역시 시간의 흐름을 조절하는 연출은 몰입감을 높이 효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웹툰의 독자는 재미있는 이야기에 감정이입을 하며 몰입하게 될수록 감상의 시간을 짧게 느낀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사건을 빠르게 편집한다고 해서 만들어 낼 수 없다. 독자가 사건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시간이 멈추고 매우 느리게 흘러가도록 연출하여 독자의 개입을 유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에 몰입하고 동일시를 느끼게 된다.

그림 6은 김숭늉 작가의 웹툰 ‘유쾌한 왕따’의 한 장면으로서 무초점화가 나타나는 장면이다. 카메라는 고정된 채 초점거리를 멀게 잡아 교실 속 다양한 인물이 프레임 안에 잡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독자를 등장인물과 거리를 두게 하고 사건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고정된 카메라의 초점거리에 동일한 공간이 계속해서 보임으로써 정적인 느낌을 준다. 이 고정된 시선으로 인해 독자는 관찰자로서 마치 연극의 무대를 보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게 된다. 이 장면에서 주된 움직임은 머리를 감싼 채 바닥에 엎드려 있다 일어나 의자에 앉는 주인공의 행위뿐이다. 딥 포커스 기법으로 교실 안 여러 인물이 프레임에 잡지만 움직임 없어 마지 정지된 배경처럼 느껴진다. 이를 통해 분명히 극 속의 시간은 흐름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오로지 주인공의 행위에만 초점이 맞춰지며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할 수 있게 된다.


Fig. 6. 
A scene from Naver Webtoon <Pleasant Bullying>

*captured real Korean webtoon scenes




Fig. 7. 
A scene from Naver Webtoon <Pleasant Bullying>

*captured real Korean webtoon scenes



보통 만화에서의 시간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칸과 칸의 연결될 때 나타나는 칸 새를 통해 표현되는데 이때 칸과 칸 사이 간격의 크기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칸의 연속에서뿐만 아니라 칸 안에서도 시간을 표현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시간의 확장이다. 만화에서의 칸 즉 프레임은 이미지 표현에 있어 제약과 통제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칸의 영역이 사라지게 되면 경계가 사라지고 무한한 확장이 이뤄진다. 이때 독자는 시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위 그림 7은 칸이 사라진 무한의 공간에 덩그러니 남겨져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인물과 말풍선 꼬리가 생략된 불특정 다수의 대사만으로 등장인물의 상태를 표현한 장면이다. 이때 독자는 외부에서 바라보는 관찰자가 되며 객관적 동일시가 나타나게 된다. 더 나아가 확장된 시간과 공간으로 인하여 환상성이 발현되고 독자는 단순 외부 관찰자가 아닌 극 중 한 인물이 되어 그 공간에 놓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계가 사라진 무한한 시·공간성은 객관적 동일시를 넘어 그 장소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는 독자를 극에 적극적으로 개입시켜 상호작용을 생성하는 연출이라 할 수 있다.


Ⅴ. 결 론

최근 만화·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 드라마들이 세계 OTT 시장에서 흥행하며 웹툰 IP가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현재 웹툰 제작의 흐름을 보자면 제작 스튜디오가 주도하는 노블코믹스에 편중되고 있다. 그 결과 오리지널 서사 웹툰 IP의 수가 급감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블코믹스는 판타지라는 특정 장르에 집중되어 있어 보편적 대중성을 가진 서사가 부족하여 트랜스미디어의 한계가 있다. 따라서 웹툰 IP가 지속해서 트랜스미디어 시장에서 핵심 원천이 되기 위해서는 확장성이 뛰어난 다양한 장르의 오리지널 웹툰 IP가 꾸준히 개발되어야 한다. 물론 단순히 많은 작품 수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질적 향상이 동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이란 만화의 기호체계를 통해 독자를 극에 몰입 시킬 수 있는 연출에 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에서는 영화와 OTT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한 장편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원작인 김숭늉 ‘유쾌한 왕따’를 중심으로 독자를 몰입시킬 수 있는 연출의 요소들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로 독자를 몰입시키기 위해 서사에서 초점화와 동일시를 만화 고유의 기호체계에 적용해 시각화하는 연출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연출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등장인물의 시선을 활용한 시점의 전환과 초점화 연출이다. 만화에서 등장인물의 시선 처리는 매우 중요하다. 인물의 시선은 곧 사건의 시작이자 감정 몰입을 위한 동일시의 시작이다. 이는 작가의 철저한 의도를 통해 설계되어야 하며 독자는 이러한 등장인물의 시선을 따라 사건에 몰입할 수 있다. 즉, 시선은 시점에 대한 기본 장치라 할 수 있다. 김숭늉 작가는 이런 시선과 카메라의 눈을 이용한 초점화의 이동 통해 독자를 때로는 관찰자로 만들고 때로는 극 속 인물과 동일시시키는 연출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로 내적 초점화를 통한 극 속 인물에 감정이입 시키는 연출이다. 내적 초점화는 극 속 등장인물의 보이지 않는 속마음이 감정 등을 표현하여 독자의 감정이입을 유도할 수 있는 독특한 연출방법이다. 김숭늉 작가는 내적 초점화를 만화만의 독창적 기호를 사용하여 인물의 생각, 감정, 느낌 등을 변형 혹은 차별화된 이미지로 등장인물의 내면 상태를 표현한다. 특히 극 중 인물 내면의 소리를 만화 고유의 텍스트 표현 방식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이때 전지적 시점의 대사를 프레임의 안과 밖으로 적절히 오가며 외적 초점화와 내적 초점화를 넘나드는 독특한 연출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대사가 시각 이미지로 전환되면서 내적 청각 초점화와 내면 상태 시각 초점화를 동시에 발생시킨다. 이미지와 말풍선 속 대사로 사건을 전달하는 일방적인 방식이 아닌 청각만으로 내적 초점화를 끌어내며 독자의 감정을 증폭시키는 연출 방법이다.

세 번째로 동일시를 통한 현존 감을 극대화하는 연출이다.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과 감정이입을 통해 그 인물과 동일시되는 연출은 최고 단계의 상호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때 독자는 극 속 시간과 공간에 자신도 현존한다는 착각을 느끼게 된다. 김숭늉 작가는 독자에게 현존 감을 부여하기 위해 단순히 하나의 초점화를 사용하여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상반되는 개념의 초점화를 연결하여 더욱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극 중 인물의 심리상태나 감정에 몰입하게 유도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하며 서사의 시간을 의도적으로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그 방법은 바로 시간의 정지와 확장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는 동시에 시간과 공간이 확장된다. 그때 독자는 단순 관찰자가 아닌 극 속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이 되어 적극 개입하고 몰입하게 된다.

김슝늉 작가는 초점화와 동일시를 서사에서만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글과 그림의 결합을 통해 의미를 생성하는 만화 고유의 기호체계를 이용해 칸 안 또는 칸의 연속성을 통해 복합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복합적인 연출방식으로 의미를 생성하고 독자를 몰입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감상자가 자신을 극 속 인물의 위치에 놓고, 그들의 시각을 통해 이야기에 몰입하며 관객과 캐릭터 간의 감정적 연결을 통해 상호 작용을 끌어내는 연출의 예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김숭늉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연출은 단순한 카툰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캐릭터의 감정과 연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 다룬 웹툰 연출은 대중의 취향과 해석에 따른 불분명한 경계로 인하여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에 있어 정확히 규정짓기 어렵다는 점에서 연구의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한계에도 웹툰이 원천 IP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서사를 독자에게 몰입시켜 감정이입을 유발할 수 있는 연출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이 연구를 바탕으로 실제작에 적용되어 다양한 장르의 웰메이드 작품이 발표로 이어져야 한다. 본 연구를 시작으로 웹툰이 단순히 스낵컬처로서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닌 형식적, 내용적 측면에서 한 단계 성장하여 향후 세계화를 주도할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기를 응원한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2023년도 배재대학교 교내학술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이루어진 연구로서, 관계부처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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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세종(Se-Jong Kim)

1999년:목원대학교 미술학부 만화·애니메이션전공

2008년:목원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석사

2013년:공주대학교 대학원 만화학 박사수료

2019년~현 재: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부 조교수

※관심분야:웹툰창작, 만화연구, 만화비평, 대중문화연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