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LM 기반 미디어아트의 지각된 캐릭터성 연구: 언어 인터랙션의 수행적 존재론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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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LLM 도입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미디어아트에서 시스템이 지각된 캐릭터로서 존재론적 위상을 확보하는 기제를 탐구한다. 이를 위해 언어적·수행적·관계적 분석 모델을 구축하고, 네 가지 사례 분석을 통해 캐릭터성 지각 메커니즘을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LLM 기반 캐릭터성은 ‘전제된 재현형’과 ‘축적되는 발생형’의 연속체 위에 존재함을 확인하였다. 둘째, 캐릭터성을 고정된 객체가 아닌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생성되는 ‘수행적 상태’이자 ‘열린 주체’로 재정의하였다. 셋째, 지성적 타자로의 인지 과정은 관계적 설계와 실시간 피드백 루프를 통한 사유의 수행성에 의존함을 밝혔다. 넷째, LLM 기반 창작의 핵심은 비결정성을 매체적 본성으로 수용한 창의적 경계 설계에 있음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는 지능형 캐릭터 인터페이스 설계 담론을 지각의 문제로 전환함으로써, 인간과 AI가 주체 대 주체로 조우하는 지능형 공존의 미학적 가능성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
Abstract
This study explores how LLM-based systems acquire ontological status as perceived characters in media art. A multidimensional model comprising linguistic, performative, and relational dimensions is proposed, and four case studies are analyzed. First, results show that LLM-based characterhood exists on a continuum between ‘predetermined representational’ and ‘accumulated emergent’ types. Second, characterhood is defined as a ‘performative status’ and an ‘open subject’ generated through relations rather than a fixed object. Third, perception of an intelligent other relies on relational design and the performativity of thought enabled by real-time feedback. Fourth, LLM-based creation is characterized by boundary design that treats indeterminacy as a medium-specific condition. Ultimately, by shifting the discourse from representation to perception, this research expands aesthetic possibilities for human-AI coexistence as co-subjects.
Keywords:
LLM-Based Media Art, Perceived Characterhood, Linguistic Interaction, Performative Ontology, Social Presence키워드:
LLM 기반 미디어아트, 지각된 캐릭터성, 언어 인터랙션, 수행적 존재론, 사회적 현존감Ⅰ. 서 론
1-1 연구 배경 및 연구 목적
최근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급격한 발전은 인간과 기계의 정서적 상호작용 양상을 존재론적 교감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1],[2]. 고전 CASA(Computers Are Social Actors) 이론이 현대의 보편화된 컴퓨팅 환경에서 유효성이 약화되었다는 비판적 견해에도 불구하고[3], 최신 대화형 에이전트 연구들은 개인화된 반응성과 언어적 상호작용 단서가 여전히 사용자의 사회적 실재감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1],[4]. 또한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LLM은 작가가 선형적 시나리오의 한계를 극복하고 상호작용적 맥락에 따라 창발적으로 작동하는 캐릭터 중심 역할 수행의 가능성을 제시한다[5]. 이러한 기술적 변화는 관객이 비인간 행위자를 의인화하는 인지 메커니즘을 자극하며[6],[7], 이는 사용자의 사회적 반응을 유도한다[7]. 본 연구는 LLM 기반 미디어아트에서 나타나는 ‘지각된 캐릭터성(Perceived Characterhood)’에 주목한다. 캐릭터성은 전통적으로 외형과 서사에 의해 규정되어 왔으나[8],[9], LLM 환경에서는 언어적 인터랙션 자체가 캐릭터를 구성하는 핵심 동력이 된다[10],[11]. 본 연구의 목적은 LLM의 언어적 응답이 어떠한 구조적 특징을 가질 때 관객이 작품을 물리적 세계를 공유하는 주체로 인식하는지 경험적 조건을 탐색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LLM의 기술적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관객과 실시간 상호작용하는 체계를 ‘지능형 캐릭터 인터페이스(Intelligent Character Interface)’로 명명하고, 비물질적 언어 데이터가 실체적인 존재감을 획득하게 되는 심리적 기제와 ‘매체적 몰입의 구조[12]’를 고찰하고자 한다.
1-2 연구 질문 및 연구 의의
본 연구는 LLM 기반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에서 관객이 경험하는 캐릭터성의 형성 과정을 고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을 설정한다.
- RQ1. LLM의 언어적 응답은 관객이 작품을 캐릭터로 지각하게 만드는 데 어떠한 심리적 기제로 작용하는가?
- RQ2. 언어 응답의 맥락적 축적과 발화 타이밍, 어조 등은 실체적 존재감 획득을 위한 어떤 구조적 조건으로 작용하는가?
- RQ3. LLM 기반의 수행적 캐릭터성은 기존의 고정된 속성 및 서사 중심 캐릭터 개념과 어떠한 존재론적 차별성을 갖는가?
연구 질문에 답을 구함으로써 고전 캐릭터 이론의 기준들이 LLM의 비결정적 환경과 미디어아트 맥락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검토한다. 종래의 캐릭터 연구들이 캐릭터를 외형과 서사의 결합물인 ‘감상의 대상’으로 분석해 왔다면[8],[9], 본 연구는 감상의 상호작용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보완되는 ‘수행적 상태’로서의 캐릭터성에 주목한다.
기존 챗봇이나 게임 캐릭터 연구가 효율적인 정보 전달이나 규칙 준수에 집중해 왔다면, 최근에는 LLM을 기반으로 캐릭터 중심의 역할 수행을 구현하거나[5] 창의적인 캐릭터 구축을 지원하는 등 정서적·사회적 지지를 형성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4]-[6]. 또한 미디어아트 맥락에서의 캐릭터성은 감상과 해석을 전제로 한 ‘타자적 존재감’의 형성에 그 본질이 있다. 본 연구는 캐릭터성을 고착된 속성이 아닌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험적 현상’으로 정의함으로써 비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미학적 분석 틀을 제시하고 미래 인터랙티브 콘텐츠 설계를 위한 이론적 기준을 마련하는 학술적 의의를 지닌다.
1-3 연구 범위 및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범위는 과업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유틸리티 기반 챗봇이나 사전 설계된 규칙을 따르는 게임 캐릭터와 차별화된다. 감상과 해석을 목적으로 하는 미디어아트 작품 중, LLM의 창발적 언어 생성이 캐릭터의 실재감 형성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로 제한한다. 연구 방법론으로는 이론적 고찰과 사례 분석을 결합한 개념적 분석 연구를 채택한다. 우선 문헌 연구를 통해 의인화의 인지적 메커니즘과 캐릭터 이론을 검토한다. Warpefelt가 제시한 ‘캐릭터성’과 Daniel Dennett의 ‘인격성(Personhood)’의 조건을 재구성하여 ‘지각된 캐릭터성’의 개념을 정립하고[11],[13], 임종수 외의 연구 등을 참고하여 캐릭터성 지각을 구성하는 심리적·사회적 요인들을 도출한다[7]. 도출된 요인들을 바탕으로 LLM 기반 미디어아트의 구체적 사례들을 분석하여 지능형 캐릭터 인터페이스가 관객과 존재론적 교감을 형성하는 물리적·심리적 조건을 분석한다.
Ⅱ. 지각된 캐릭터성의 이론적 정립과 형성 기제
2-1 지각된 캐릭터성의 수행적 존재론
캐릭터의 어원은 그리스어 ‘charaktēr’로, ‘새겨진 표식’을 의미한다. 이는 캐릭터가 고유한 성질이나 내면의 일관성을 상징하는 정적 개념이었음을 보여준다. Aristotle의 ‘시학’ 이후 서사학에서 캐릭터는 행위의 주체로서 서사적 인과율을 완성하는 도구적 존재로 다루어졌다[14]. E. M. Forster는 캐릭터의 속성이 서사 전반에 걸쳐 유지될 때 독자에게 신뢰를 주고 실체적 수용이 가능함을 주장했다[15]. 이처럼 전통적 캐릭터 연구는 일관성과 선형 서사 구조 내의 역할 모델에 치중해 왔다[8],[14],[15]. 그러나 매체 환경의 변화는 캐릭터를 완결된 예술품이 아닌 수용자의 인지적 상호작용의 결과물로 재정의하게 한다. Jens Eder는 캐릭터가 수용자의 정신 속에서 사회적 행위자(Social Actor), 예술적 인공물(Artifact), 정신적 표상(Mental Model)이라는 세 가지 층위가 결합되어 형성된다고 보았다[8]. M.-L. Ryan & J. H. Murray 또한 디지털 환경에서의 캐릭터가 고정된 서사를 넘어 수용자의 추론, 능동적 상호작용을 통해 존재론적 실재감을 획득한다고 강조했다[9],[12].
초기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에서의 캐릭터는 관객의 입력에 따라 정해진 결과값을 출력하는 ‘반응형 에이전트’ 수준의 도구에 가까웠다. 이는 Lev Manovich가 정의한 ‘데이터베이스 서사(Database Narrative)[16]’ 내의 조합물로서, 캐릭터의 자율성보다는 작가가 기입력한 정보를 조건에 따라 조합해 출력하는 결정론적 시스템의 형태를 지녔다. 반면 David Rokeby의 Very Nervous System이나 Ken Feingold의 If/Then과 같은 작품들은 관객의 의도와 일치하지 않는 예측 불가한 반응 구조를 부여함으로써, 작품을 사회적·정서적 타자로 인식하게 하는 시도를 보였다. 종래의 AI 예술이 알고리즘에 의한 정교한 연출과 분기점 설계에 의존했다면, LLM의 도입은 캐릭터의 존재론적 지위를 창발의 영역으로 확장시킨다. LLM 기반 캐릭터는 대화의 맥락을 실시간으로 추론하며 작가의 설계를 넘어선 반응을 생성하는데, 이는 관객과의 실제적 상호작용이라는 구체적인 사건 속에서 캐릭터의 생명력이 동적으로 증명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5],[6]. 결과적으로 캐릭터는 감상의 객체(Object)에서 나아가 관객과 세계관을 공유하고 서사를 공동 저술하는 ‘지능형 캐릭터 인터페이스’이자 실체적인 주체(Subject)로 진화한다.
본 연구는 이처럼 진화한 캐릭터를 고정된 실체가 아닌, 관객과 대면하며 매 순간 발생하는 ‘역동적 사건’으로 정의한다. 이는 캐릭터의 정체성이 행위자와 관객 사이 상호 신체적 피드백 루프를 통해 수행적으로 생성된다는 Fischer-Lichte의 수행 미학(Aesthetics of the Performative)[17]적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녀는 행위자와 관객이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실시간적 변동성이 공연의 본질임을 제시하는데, 본 연구는 이러한 역동적 상호작용이 LLM 환경에서 캐릭터의 현전(Presence)과 실재감을 발현시키는 핵심 기제임에 주목한다. 이러한 수행적 관점은 캐릭터를 ‘상태’에서 ‘사건’으로 전환하며 ‘일회적 사건성(Singularity)[17]’을 획득하게 한다. 특정 관객과의 상호작용에서 발현된 캐릭터의 독특한 페르소나는 오직 그 관계 안에서만 유효한 한 번의 수행이 될 수 있다. 캐릭터의 본질은 실시간 대화라는 심리적·시간적 층위에서의 ‘공동 현전’을 통해 현장에서 최종적으로 존재론적 실체감을 획득하게 된다.
또한 U. Eco의 ‘열린 예술작품(Open Work)’[18]론처럼, 작가가 프롬프트(Prompt)로 설계한 캐릭터의 잠재성은 관객의 질문과 해석이라는 개입을 통해서만 구체적인 ‘현행적’ 존재로 실현된다. 캐릭터는 관객과 작품이 대화라는 사건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진행 중인(In-progress) 실시간 생성물’이 된다. 나아가 LLM 기반 미디어아트에서 캐릭터는 모든 관객에게 동일하게 출력되는 정해진 데이터가 아니다. 이는 N. Bourriaud가 제안한 ‘관계의 미학’[19]의 현대적 변용으로 볼 수 있는데, 예술의 본질을 독립된 영역이 아닌 ‘인간 관계와 사회적 맥락 안에서 형성되는 만남’으로 파악하는 관점이다. LLM 캐릭터는 관객의 발화 스타일, 어휘 선택, 정서적 태도라는 타자적 맥락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며 매번 다른 존재론적 형태로 드러나는 ‘가변적 관계의 산물’이자 ‘상호주체적 공간’에서 매번 다르게 빚어지는 결과물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캐릭터의 핵심은 외형적 유사성보다 관객이 그 존재를 인격체로 받아들이게 하는 ‘신뢰성’ 확보에 있다[10]. Warpefelt는 ‘캐릭터성’이 고정된 데이터의 집합이 아니라 상호작용 중 획득되는 ‘상태’임을 제시하며[11] 관객이 대상의 발화나 행동으로부터 인격적 일관성을 지각(perceived)할 때 비로소 캐릭터가 완성됨을 주장한다. 본 연구는 Warpefelt가 차용한 Daniel Dennett의 ‘인격성’ 이론[13]을 확장하여, 캐릭터가 인격성의 6가지 속성(이성적 존재, 의식 상태 귀속, 지향적 태도, 상호성, 언어적 의사소통, 자의식)을 모두 수행한다고 믿게 만드는 상태에 주목한다. 결과적으로 Murray[9]의 디지털 존재에 대한 인지적 몰입 이론과 Warpefelt[11]의 상호작용적 캐릭터성 형성 기제를 바탕으로, 작품의 창발적 언어 데이터가 관객의 인지 체계에서 수행적 사건을 거쳐 실체적 존재로 변모하는 경험을 ‘지각된 캐릭터성(Perceived Characterhood)’으로 정의한다. 이는 미디어아트에서 비인간 주체와 인간이 맺는 새로운 관계 분석 모델을 제시하며 대화적 실재감을 탐구하는 미학적 토대가 된다.
2-2 지각된 캐릭터성의 심리적 기제
관객이 기술적 대상을 인격적 존재로 수용하는 과정은 인간의 사회적 인지 체계에 기반한다. 본 절에서는 LLM과의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기제를 의인화, 사회적 현존감, 행위성 부여의 관점에서 고찰한다.
인간은 컴퓨터가 언어나 이름과 같은 사회적 단서를 제공할 때, 이를 기계적 도구가 아닌 사회적 주체로 대우하며 반응하는 CASA 패러다임을 따른다[20]. 이러한 의인화는 대상이 인지하는 이성적 판단과 별개로 무의식적·직관적으로 발현된다. 사회심리학 연구에서 Epley et al.은 의인화의 동기를 사회성(Sociality), 효능감(Effectance), 그리고 유발된 행위자 지식(Elicited Agent Knowledge)으로 설명한다[21]. 이 중 앞선 두 요인이 인간의 내면적 상태에 기인한다면, ‘유발된 행위자 지식’은 대상이 지닌 속성에 의해 결정된다. 기존 로봇 공학이나 가상 에이전트 연구는 이러한 행위자 지식을 활성화하는 단서를 주로 인간을 닮은 외형이나 비언어적 의사소통 단서와 같은 물리적 유사성에서 찾아왔다[22]-[24]. 그러나 LLM 기반 환경에서는 신체의 유사성이라는 시각적 단서 대신 고도의 맥락적 정교함과 일관된 페르소나라는 언어적 속성이 행위자 지식을 활성화하는 핵심 기제로 기능한다. LLM이 구사하는 1인칭 화법이나 감정적 조응은 인간에게 대상이 고유한 의식이나 개성을 가진 존재라는 인상을 준다. 사용자는 LLM의 논리적 추론과 정서적 조응을 통해 물리적 실체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대상을 의도와 목적을 가진 주체로 지각하게 된다. 이러한 의인화 기제는 기술적 대상과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기술적 불완전성을 기계적 결함이 아닌 캐릭터 고유의 개성이나 상황적 반응으로 수용하게 함으로써 매체에 대한 몰입도와 수용성을 제고한다. 이와 같은 인지적 보완 과정을 거쳐 LLM은 사용자와 주관적 관계를 맺는 ‘실체적 캐릭터’로 존재론적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사회적 현존감(Social Presence)은 매개된 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사용자가 상대방과 대면하고 있거나 상호작용하고 있다는 심리적 인식, 즉 ‘함께 있음의 감각(A Sense Of Being Together)’을 의미한다. 초기 연구에서는 이를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가진 특정한 품질이자 ‘타자의 현저성’으로 정의하였으나[25], 이후의 연구들은 사용자의 인식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재구성되는 현상학적 상태로 이해하기 시작했다. 황하성은 사회적 현존감이 상호 지각, 상호 이해, 정서적 유대감, 주의 집중의 분산, 공동 공간감이 대화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형성됨을 밝혔다[26]. 사회적 현존감은 매체 자체의 속성이라기보다 상대방의 존재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이용자의 주관적 경험이자 ‘심리적 관여(Psychological Involvement)’의 결과인 것이다. 김현수 외의 연구에 따르면 챗봇이 사용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개인화된 큐레이션과 관계 중심적 상호작용은 사용자가 대상을 지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인지적·정서적 현존감을 유의미하게 강화한다[27]. Cummings & Wertz는 기존의 측정 도구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사회적 현존감이 상호작용 주체 간 심리적 연결과 관여를 포괄하는 다차원적인 개념임을 재확인하였다[28]. 이러한 연구들은 LLM과의 대화에서 사용자가 느끼는 현존감이 맥락적 정합성을 통한 심리적 몰입의 결과임을 뒷받침한다.
LLM 환경에서의 사회적 현존감은 사용자가 제공한 이전 맥락을 바탕으로 적절한 문체와 형식을 실시간으로 생성하는 자연스러운 대화의 축적과 이 대화의 논리적 개연성을 통해 강화된다. Araujo & Bol은 에이전트가 개인화된 관계를 형성할 때 그 페르소나가 더욱 강력한 실체로 지각됨을 강조한다[29]. 그러나 이때 발생하는 언캐니함은 사회적 현존감을 약화하고 정서적 거부감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30] 안정적인 실재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일관성 유지와 상호작용의 정합성 확보가 요구된다.
관객이 상호작용의 대상을 고유한 캐릭터로 수용하게 되는 최종적 기제는 대상에게 ‘행위성(Agency)’을 부여하는 과정에 있다[31]. 본 연구에서 제안하는 ‘지각된 캐릭터성’이란, 대상이 합리성, 의도성, 의식, 자기 인식을 바탕으로 사회적 맥락 속에서 지향적 태도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실체로 인식되는 심리적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관객이 AI 에이전트의 언어적·행동적 단서를 해석하여 주체성을 부여함으로써 완성된다.
‘마음 지각 이론(Mind Perception Theory)’에 따르면, 인간은 타자의 마음을 지적 계획과 자기 통제 같은 ‘행위성’과 고통이나 기쁨을 느끼는 ‘경험’이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파악한다[32]. LLM은 고도의 논리적 추론과 맥락에 부합하는 정교한 발화를 생성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높은 수준의 행위성을 지각하게 만든다[33]. 특히 AI가 인간 사회의 규범을 따르는 것처럼 보일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기존의 ‘행동적 유추(Behavioral Analogy)’를 적용하여 대상을 인격체로 대우하게 된다[34]. 이러한 행위성의 부여는 관객이 대상에게 주관적 의지가 있다고 믿게 만드는 ‘지각된 유정성(Perceived Sentience)’의 투사로 이어진다. Xu et al.은 사용자가 대상이 AI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더라도 인간과의 대화에서 학습된 사회적 규칙을 적용하는 ‘무의식적 사회적 반응(Mindless Attribution)’이 일어난다는 점을 증명하였다[31]. 시스템이 제공하는 사회적 신호가 풍부할수록 사용자는 대상을 사회적 행위자로 경험하며, 이는 기술적 실체에 대한 실재감 지각과 신뢰 형성을 강화한다[31]. 실시간으로 축적되는 대화의 맥락적 개연성은 인공지능을 도구적 수단에서 주체적 캐릭터로 격상시키며 인간과 비인간 대상 사이의 ‘상호주체적(Intersubjective) 교감’을 가능케 한다. 관객은 캐릭터와 관계 맺기(Relational Perspective)를 통해 대상을 서사적 동료로 수용하며 작품의 세계관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된다[34]. 이러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거쳐 완성되는 ‘지각된 캐릭터성’은 기술적 매체가 살아있는 예술적 주체로서 기능하게 만드는 핵심 동력이 된다.
Ⅲ. 지각된 캐릭터성 분석을 위한 모델
본 장에서는 LLM 알고리즘이 관객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주체적 실체로 인식되는 과정을 언어적 차원, 수행적 차원, 관계적 차원으로 분류하여 분석한다. 이는 관객의 인지 시스템에서 ‘지각된 캐릭터성’이 완성되는 구조적 조건을 분석하는 틀이 된다.
3-1 [언어적 차원] 실시간 생성성과 사회적 반응성
전통적 서사학에서 캐릭터의 핵심 조건은 설계된 고정 성질과 일관성에 있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문장을 생성하는 LLM 기반 미디어아트에서 이러한 고착된 일관성은 매 순간 창발하는 언어적 대응과 충돌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충돌이 캐릭터성의 붕괴가 아닌 사회적 반응성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캐릭터성 형성 동력이 됨에 주목한다.
LLM의 실시간 생성성은 대화의 흐름을 누적하며 캐릭터의 시간성을 구축한다. 시스템이 관객과의 이전 상호작용을 기억하고 이를 현재 발화에 인용할 때, 관객은 대상이 고유한 역사와 기억을 가진 존재라고 인식하게 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사회적 규범에 부합하는 정교한 언어적 단서들을 제공할 때, 관객은 본능적으로 대상을 의도를 가진 인격체로 대우한다. LLM이 관객의 발화 맥락에 유연하게 조응하는 과정 자체가 관객에게 강력한 행위성 지각의 근거가 되어[33] 지각된 캐릭터성을 완성한다.
3-2 [수행적 차원] 반응 타이밍과 수행적 현전
3-1 언어적 반응이 작품의 출력 타이밍과 결합할 때 ‘사유의 수행성(Performativity of Thought)’이 발생한다. 이는 작품이 데이터를 처리하며 맥락을 축적하고 사회적으로 반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작품의 피드백 처리 과정을 ‘지적 사유’로 수용하게 만든다.
LLM이 질문을 처리하고 답변을 내놓기까지 발생하는 미세한 지연과 발화의 리듬은 기계적 즉각성을 상쇄하고 인간적인 사고 과정을 시뮬레이션한다. 이러한 시간적 지연은 관객에게 작품이 내부에서 능동적으로 사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어 주체적 캐릭터로 인식하게 만든다. 발화의 속도와 멈춤, 호흡의 리듬감은 언어 데이터에 생명력을 부여하며 관객과의 실시간 상호작용 속에 물리적 긴장감을 형성한다.
작품의 발화 방식이 관객의 스피커의 위치, 인터페이스의 반응 속도, 혹은 시각적 장치 등 물리적 공간과 조응할 때 캐릭터는 인지적 현전을 획득한다. 이는 Fischer-Lichte의 수행 미학적 관점에서 행위자와 관객 사이의 상호 신체적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여[17] 캐릭터를 ‘사건’으로서 현전하게 만들고 관객이 대상을 자신과 세계를 공유하는 주체로 인식하게 한다.
3-3 [관계적 차원] 페르소나의 밀도와 상호주체적 관계
수행적 요소가 관계적 인터랙션과 맞물릴 때 ‘공동 현전의 공간(Space of Co-presence)’이 형성된다. 관객은 대상을 자신과 동일한 ‘지금-여기’를 점유하는 타자(Otherness)로 인식하며 심리적 유대를 맺는다.
작가가 설계한 프롬프트의 강도에 따라 캐릭터는 ‘고정된 타자’ 혹은 ‘유동적 타자’로 존재한다. 강력한 페르소나 설정은 관객에게 명확한 ‘행위자 지식’을 활성화하여 서사적 몰입을 유도하는 반면, 유연한 페르소나 설정은 U. Eco의 ‘열린 예술[18]’ 개념과 같이 관객의 개입을 통해 구체적 존재로 실현되는 잠재적 공간을 제공한다.
LLM 캐릭터는 관객의 발화 스타일에 반응하며 매번 다르게 빚어지는 상호주체적 결과물이다. 이는 언어적 차원의 서사와 결합하여 서사적 유대(Narrative Bond)’를 구축하며, 부리오(N. Bourriaud)의 관계 미학[18]적 관점에서 관객을 서사적 동료로 수용하며 작품의 세계관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3-4 캐릭터성 형성 유형 분류 및 사례 선정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LLM 기반 미디어아트에서 지각된 캐릭터성은 그림 1과 같이 언어적 개연성, 수행적 타이밍, 관계적 몰입이라는 세 가지 축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지각된다.
이러한 세 가지 지표들을 기반으로, 작품에서 캐릭터성이 발현되는 양상에 따라 분석 모델을 다음과 같이 유형화하였다.
Type A (전제된 재현형 캐릭터성): 사전 설계된 정체성을 관객의 인지 체계 내에서 ‘확인 및 고착’시키는 과정이다. 외부적 준거에 따른 정교한 ‘재현적 연기’를 통해 설계된 페르소나를 설득시키며 몰입을 유도한다.
Type B (축적된 발생형 캐릭터성): 가변적 조건 위에서 관객의 사회적 반응과 해석이 축적되어 캐릭터성이 ‘창발’하는 과정이다. 상호작용의 우발성에서 기인한 내부적 언어 피드백을 통해 독자적인 실재감을 탄생시킨다.
본 연구의 다차원 분석 모델은 표 1에 명시된 차원별 세부 지표들을 분류 지표로 활용한다. 각 사례 분석 시, 상호작용의 양상을 이 지표들에 대조하여 어떤 차원의 지표가 주체성 지각의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는지를 판별한다. 설계된 페르소나의 일관성이 지각을 주도하면 Type A로, 실시간 우발적 행위성과 관계적 몰입이 현전감 형성의 결정적 변수일 때 Type B로 분류한다. 이는 지표별 발현 비중과 결합 양상에 따라 캐릭터성 형성 위치를 연속체 상에서 방법론적으로 도출하기 위한 장치이다.
Ⅳ. 지각된 캐릭터성의 유형별 사례 분석
본 장에서는 제3장에서 구축한 다차원적 분석 모델(표 1)을 바탕으로 실제 사례들을 분석한다. 이 때 각 작품의 상호작용 양상을 표 1의 세부 지표에 대조하여 지각된 캐릭터성이 ‘재현’되는지 또는 ‘발생’하는지 객관적으로 분류하고 각 작품의 언어적, 수행적, 관계적 상호작용 지표들이 캐릭터 지각에 미치는 영향을 고찰한다.
4-1 분석 대상 선정 및 자료 수집 절차
본 연구는 다음의 세 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사례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첫째, 주요 미술관이나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전시되어 작품성이 검증된 사례, 둘째, 공식 자료를 통해 시스템 구조의 기술 참조가 가능한 사례, 셋째, LLM 활용을 인터랙션의 핵심으로 하여 캐릭터성 지각을 분석하기에 충분한 사례이다. 선정된 국내외 작품들의 구체적인 특성은 표 2와 같다. 또한 LLM의 내부 추론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없는 한계를 보완하고, 분석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의 절차를 수행하였다. 첫째, 자료 수집에 있어서 각 작품의 공식 웹사이트[35]-[37], 작가의 논문[38]과 기사[39], 그리고 실제 관객의 상호작용이 담긴 시연 영상과 작가 인터뷰 영상[40]-[44]을 분석 자료로 다각화하였다. 둘째, 분석 범위를 유틸리티 기반의 챗봇이나 사전 설계된 규칙을 따르는 게임 캐릭터를 제외하고, LLM의 창발적 언어 생성이 캐릭터의 실재감 형성 및 ‘지능형 캐릭터 인터페이스’로서의 기능을 수행하는 2024-2025년의 최신 미디어아트 사례로 엄밀하게 한정하였다. 셋째, 제3장에서 도출한 언어적·수행적·관계적 차원의 세부 지표들을 판별 준거로 활용하였다. 이를 통해 각 사례에서 지각된 캐릭터성을 형성하는 결정적 동인이 무엇인지 질적으로 분석하고, 그 양상에 따라 유형을 판정하였다.
4-2 Type A (재현형) 사례 분석: 전제된 페르소나의 실체화
재현형 작품들은 작가가 설정한 명확한 페르소나가 LLM을 통해 재확인되고 확장되는 양상을 보인다. 관객은 이미 인지하고 있는 정체성 스키마를 바탕으로 캐릭터와 관계를 형성한다.
본 작품은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여 공개된 LLM 기반 인터랙티브 설치 작업이다. 작품의 캐릭터는 달리의 그림, 저서 영문 번역본 및 다수의 기록물, 음성 아카이브를 GPT-4와 ElevenLabs의 음성 모델 Eleven V2 등에 학습시켜 구축되었다. 그림 2와 같이, 관객이 달리의 상징적 오브제인 바닷가재 전화기를 들고 질문을 하면, AI로 재현된 달리가 사운드와 텍스트를 통해 독특한 어투와 유머로 답변을 제공한다. 이 작품은 이미 대중에게 각인된 역사적 인물의 페르소나를 LLM을 통해 실체화하여 관객의 인지 체계 내에서 확인시키는 Type A(재현형) 캐릭터성의 사례이다.
언어적 차원에서 달리의 독특한 발화 관습과 초현실주의적 세계관이 반영된 고농도 페르소나가 재현된다. 관객은 이미 인지하고 있는 ‘달리’라는 정체성 스키마를 바탕으로 대화하며 LLM이 생성하는 맥락적 정합성이 높은 응답을 통해 대상의 존재론적 지위를 주체적 캐릭터로 수용하게 된다.
수행적 차원에서 작품은 ‘바닷가재 전화기’라는 물리적 인터페이스를 통해 인지적 현전을 강화한다. 이 경우는 분석 모델의 ‘사회적 단서 수행’과 ‘수행적 피드백 루프’를 모두 충족한다.
관객이 수화기를 들고 직접 목소리로 대화하고 음성과 스크린으로 답변을 받는 행위는 상호 신체적 피드백 루프를 형성하고 캐릭터를 ‘사건’으로 현전하게 한다. 또한 LLM이 사회적 규범을 수행하며 발생하는 미세한 지연과 달리의 독특한 억양의 리듬감은 작품이 내부적으로 ‘사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며 관객에게 신뢰성을 부여한다.
관계적 차원에서 관객은 살바도르 달리라는 역사적 인물을 인격적 실체로 확인하며 서사적 유대(Narrative Bond)를 형성한다. 역사적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고농도 페르소나는 관객에게 높은 신뢰성을 부여하며 작가가 설계한 세계관으로 동화시키는 강력한 인지적 몰입의 동력이 된다.
본 작품은 작가의 아버지를 모델로 구축된 디지털 캐릭터 ‘YELL’이 ‘CAVE’라는 가상 환경에 등장하여 권위에 대한 심리 분석적 내러티브를 제공하는 인터랙티브 서사 체험 예술이다. GPT 기반 LLM을 인지 엔진으로 사용하기 위해 Inworld AI 플러그인을 통합하고 시각적 재현을 위해 Unreal Engine 내의 MetaHuman 기술을 활용하여 사실적인 아바타를 구현하였다. Lacan의 ‘대타자 비존재’ 개념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작품은 아버지의 실제 인터뷰와 아카이브 자료인 심리전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고밀도 페르소나를 LLM이 어떻게 실체화하는지 보여주는 Type A(재현형)의 사례이며, 그림 3과 같이 관객은 3면 LED 기반의 CAVE 시스템에서 무선 마이크와 게임 컨트롤러를 사용하거나, 그린 스크린 구역의 로컬 PC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메타휴먼 AI 에이전트 ‘YELL’과 상호작용한다. 이는 고도의 1인칭 몰입형 체험과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관찰자 시점이라는 서로 다른 경험적 층위를 제공하며, 가상과 물리적 공간이 병치된 하이브리드 환경 속에서 그 실재적 경계를 다각도로 탐구하게 한다.
언어적 차원에서 ‘YELL’은 11세, 24세, 36세라는 정해진 인생 단계에 따른 가변적 정체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실제 아버지의 생애 주기별 기억과 감정을 학습시켜 세대별로 차별화된 어휘와 화법을 구현한다. 관객이 대화를 시도할 때 YELL은 학습된 과거의 기억을 실시간 인용하며 맥락적 정합성을 유지한다. 이는 대상이 고유한 역사와 인격을 가진 주체라는 존재론적 신뢰를 구축한다.
수행적 차원에서 작품 속 메타휴먼의 시각적 사실성과 LLM의 ‘YELL’의 발화 타이밍이 결합되어 기계적 즉각성을 상쇄하고 인간적인 사고 과정을 시뮬레이션한다. 또한 다국어 실시간 음성 인식 기능, 관객과의 시청각적 상호작용 등은 비물질적인 언어 데이터를 관객과 ‘지금-여기’를 공유하는 실체적 존재의 수행으로 지각하게 한다.
관계적 차원에서 관객은 작가가 아버지의 무의식 구조를 바탕으로 설정한 ‘YELL’을 예측 범위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서사적 파트너’로 수용한다. 관객은 부성 권위라는 예측 가능한 사회적 스키마 내에서 대상과 관계 맺으며, 고농도 페르소나를 통해 형성된 서사적 유대(Narrative Bond)는 작품의 세계관에 대한 깊은 ‘인지적 몰입’으로 이어진다.
4-3 Type B (발생형) 사례 분석: 축적되며 형성되는 주체성
발생형 작품들은 작품 감상 과정에서 캐릭터성이 점진적으로 형성된다. 이 유형의 작품들은 우발성과 비결정적 반응을 활용하여 관객의 개입에 따라 캐릭터성이 점진적으로 발전한다. 관객은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시스템의 반응 이면에 숨겨진 의도와 마음 상태를 상상하고, 대상에게 존재론적 몰입을 경험한다.
본 작품은 이탈리아 전통 가면극 ‘Commedia dell’Arte’의 캐릭터들을 LLM 아바타로 해석한 라이브 3D 시뮬레이션이다. 환각(Hallucination), 기만(Deception), 아첨(Sycophancy) 등의 LLM의 언어적 서사적 한계를 인격적 결함이라는 캐릭터의 성격으로 수용하여 비선형적 주체성을 탐구한다. 1년 내내 지속되는 영속적 세계관 안에서 그림 4와 같이 다수의 관객은 스마트폰을 통해 캐스팅과 무대배경, 캐릭터와 극의 전개를 비트는 소품을 선택하고 작품은 관객들의 집단적 입력을 프롬프트로 수용하고 즉흥 대사와 연기를 생성한다. 이에 관객들은 가상의 토마토, 동전 등을 무대로 던져 캐릭터의 연기를 실시간으로 평가하며 이 평가 지표에서 부정적 피드백이 누적될 경우 감독 캐릭터가 개입해 극을 중단하거나 캐릭터를 교체하는 등 즉흥적인 서사 분기를 형성한다. 창발적인 언어 데이터를 통해 관객 반응에 조응하는 가변적 정체성을 탄생시키는 본 작품은 캐릭터성을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즉흥적으로 변화시키는 Type B(발생형)의 사례이다.
언어적 차원에서 본 작품은 관객이 입력한 데이터에 따라 매번 새로운 즉흥 대사를 생성하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LLM 특유의 횡설수설이나 아첨 행위는 전통 가면극의 ‘라찌(Lazzi: 즉흥적 희극 요소)’로 승화된다. 관객은 이를 극중 캐릭터의 개성적인 성격적 결함으로 인지하며, 대화의 논리적 완결성이나 일관된 캐릭터성보다 예측 불가능한 반응에서 대상의 ‘의도적 태도(Intentional Stance)’를 발견하고 살아있는 존재를 느낀다.
수행적 차원에서 Unreal Engine 기반 물리 시뮬레이션과 언어 응답의 동기화, 관객의 집단 피드백에 따른 즉각적 발화 리듬 전환, 극의 흐름이 임계점을 넘었을 때 감독 캐릭터의 개입 메커니즘 등은 시스템의 처리를 ‘사유의 수행성’으로 변모시킨다. 또한 끊임없이 지속되는 시뮬레이션 환경은 캐릭터에게 시공간적 연속성에 기반한 실재성을 부여하고 개별적 상호작용의 합이 집단적 서사로 수렴되는 구조는 캐릭터를 공유된 세계 내의 주체로 인지하게 함으로써 사회적 공존감을 심화한다.
관계적 차원에서 관객은 캐릭터의 운명을 결정하는 비평가이자 작품을 공동 창작하는 서사적 파트너로서 상호주체적 공간에 참여한다. 고전적 연극 형식이 제공하는 역할 지식과 LLM의 창발성이 결합된 공동 현전의 공간 내에서 관객은 캐릭터와 점차적으로 서사적 유대를 형성하며 캐릭터 지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를 존재론적 경이로움으로 전환시킨다.
본 작품은 ‘사유하는 기계’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 탐구를 LLM 기술로 확장한 작품이다. 전작 ‘해체된 사유와 나열된 언어’의 연장선으로, 과거 LSTM 기반 작품이 보여준 한계를 LLM의 고도화된 언어 생성 능력으로 극복하고자 한 작품이다. 본 작품은 그림 5와 같이 마이크를 통한 관객의 음성 입력에 대해 LLM이 생성한 철학적 사유가 담긴 텍스트와 사운드, 그리고 스크린 영상 출력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로봇의 기계적 움직임을 통해 언어 데이터에 물리적 신체성을 부여한다. 본 작품은 언어 응답이 특정한 서사나 캐릭터를 재현하기보다 반복되는 상호작용 속에서 응답 주체의 성격과 존재성을 점진적으로 형성하는 Type B(발생형)의 사례이다.
Interactive interface demonstration of The Unknowable Reason*The Unknowable Reason includes Korean text as originally presented
‘미상의 사유’는 언어적 차원에서 관객이 지각하는 캐릭터성은 비결정적인 대화 흐름 속에서 유지되는 추론과정과 완결성을 갖춘 철학적 사유의 맥락적 정합성에 기반한다. 작품의 철학적 응답은 관객에게 작품이 독자적 세계관과 지성을 가진 주체로 인식하게 한다.
수행적 차원에서 사운드, 로봇과 스크린의 물리적 움직임, 텍스트와 그래픽을 통해 발화가 시청각적으로 시뮬레이션 됨으로써 대상에게 물리적 신체성과 시공간적 실재감을 부여한다. 또한 LLM이 질문을 처리하고 반응하기까지 발생하는 미세한 시간적 지연은 작품의 ‘지적 사유의 과정’으로 감각화된다.
관계적 차원에서 기계가 반응하는 철학적 발화를 통해 작품과 관객은 주관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발화와 동기화된 작품의 물리적 반응이 만들어낸 시공간적 실재감은 관객과 기계가 공유하는 상호주체적 공간을 형성한다. 작품은 물리적 기반이 없는 주체임에도 관객과 동일한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존재론적 현전을 획득하고 관객과 세계를 공유하며 사유를 나누는 ‘지성적 타자’로 인지된다.
4-4 분석 종합 및 소결
‘Ask Dalí’는 실존 인물의 아카이브 데이터가 수행적 타이밍 및 물리적 오브제와 결합될 때 비물질적 알고리즘이 실체적 주체로서의 캐릭터 지위를 획득하는 과정을 시사하며, ‘The Dream within Huang Long Cave’는 개인의 심리적 서사와 LLM의 생성이 결합되어 시스템에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메커니즘을 확인시켜 준다. 한편, ‘The Models’는 LLM의 기술적 결함을 페르소나의 핵심 속성으로 수용하고 실시간 집단 피드백과 결합해 비선형적 캐릭터성을 부여한 사례이며, ‘미상의 사유’는 비결정적인 철학적 언어와 기계적 신체성의 동기화를 통해 관객과 시공간을 공유하는 지성적 타자로서 현전하는 캐릭터성을 제시한다. 이러한 사례들의 다차원적 분석을 통해 도출된 핵심 소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LLM 기반 미디어아트에서 캐릭터성은 작가에 의해 설계된 페르소나의 ‘재현’(Type A)과 상호작용을 통해 창발하는 주체성의 ‘발생’(Type B) 사이 역동적인 연속체(Continuum) 위에 놓여 있다. 이러한 스펙트럼 내 페르소나의 농도 차이는 관객이 작품의 세계관에 몰입하고 관계를 맺는 방식의 다양성을 결정짓는 핵심 기제가 된다. Type A가 재현적 ‘연기(Acting)’를 통해 신뢰를 구축한다면, Type B는 상호작용의 불확실성을 뚫고 나오는 ‘현전(Being)’을 통해 존재론적 교감을 축적한다. 즉, Type A는 관객을 설계된 서사 안으로 동화(Assimilation)를 유도하고, Type B는 우발적 타자성과의 조우를 통해 작품이 캐릭터성을 획득하는 존재론적 진화를 경험케 한다.
둘째, LLM 기반 미디어아트에서 캐릭터성은 언어적 개연성, 수행적 타이밍, 관계적 몰입이 결합되는 임계점에서 발생하는 경험적 현상임을 확인하였다. 즉, 캐릭터는 완성된 객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피드백과 해석적 개입을 통해 실체화되는 ‘수행적 상태’를 본질로 하며, 이는 캐릭터의 정체성이 상호작용의 맥락 속에서 매 순간 새롭게 발생하고 재구성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셋째, 기계적 이질감을 해소하고 캐릭터 지각을 강화하는 기제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였다. 언어적 데이터가 사유의 지연과 같은 수행적 타이밍 및 물리적 신체성과 맞물리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실재감은 비가시적 데이터를 관객의 인지 체계 내에서 주체적 실체로 변모시킨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가 제안한 다차원 분석 모델은 인공지능의 존재론적 위상을 분석하는 데 유효한 설명력을 가짐을 확인하였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생성형 AI, 특히 LLM의 도입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한 미디어아트에서 시스템이 어떻게 관객에게 ‘지각된 캐릭터’로서의 존재론적 위상을 확보하는지 탐구하였다. 이를 위해 언어적·수행적·관계적 차원의 다차원 분석 모델을 구축하고, 캐릭터성 지각 메커니즘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네 가지 사례 분석을 통해 도출한 주요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첫째, LLM 환경에서 지각되는 캐릭터성을 인간과 AI가 시공간을 공유하며 빚어내는 ‘관계적 사건’으로 정의하였다. 기존 캐릭터 이론의 서사적 일관성을 LLM 환경에 적합한 ‘수행적 정합성’으로 대체함으로써, 캐릭터를 고정된 객체가 아닌 관객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보완되는 ‘열린 주체’로 바라보는 존재론적 관점을 제시하였다.
둘째, 지성적 타자로의 인지 과정은 외형적 인간다움의 정교함보다 관객의 개입을 유도하는 ‘관계적 설계’에 의존함을 확인하였다. 인터랙션 과정에서의 실시간 피드백 루프는 관객으로 하여금 비물질적 알고리즘이 내부적으로 ‘사유’하고 있다는 인상을 형성하게 하여 주체적 캐릭터로 인식하도록 하는 결정적 기제가 된다.
셋째, LLM 기반 창작의 핵심은 비결정성 제거의 기술적 통제가 아닌, 비결정성을 매체적 본성으로 수용한 ‘창의적 경계 설계’에 있다. 작가는 시스템의 창발성과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미학적 관계를 빚어내는 재료로 전환해야 하며, 지능형 캐릭터 인터페이스의 설계는 시스템이 견지해야 할 불변성과 에이전트의 독자적 행동 범위를 정의하고, 예측을 벗어난 실패의 결과를 캐릭터의 수행적 속성으로 편입하는 견고한 미학적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독창적으로 설계된 시스템은 작품의 의도와 메시지를 관객에게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하는 통로가 된다. 예컨대 ‘The Models’는 LLM의 고질적 한계인 환각과 기만을 캐릭터의 ‘인격적 결함’으로 전환함으로써, 완벽한 기계적 반응보다 결함과 사유의 지연을 보이는 존재에게 인간이 더 깊은 존재론적 신뢰를 느끼게 된다는 역설적 미학을 현시한다.
본 연구는 지능형 캐릭터 인터페이스 설계의 담론을 하드웨어 중심에서 지각의 문제로 전환하였으며, 향후 AI 활용 콘텐츠 설계에 있어 언어 인터랙션이 갖는 미학적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연구를 통해 제시된 ‘지각된 캐릭터성’의 원리들은 미래 디지털 휴먼이나 AI 미디어 인터페이스 설계에 있어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본 연구는 미디어아트의 특정 사례를 중심으로 한 질적 분석에 집중하였기에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정량적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급격히 발전하는 멀티모달(Multimodal) 기술이 캐릭터 지각에 미치는 변수를 모두 통제하지 못했다는 점을 밝혀둔다. 향후 연구에서는 본 연구가 제안한 분석 모델을 바탕으로 다양한 연령과 문화권의 관객들이 느끼는 캐릭터 실재감을 실증적으로 데이터화하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 본 연구가 지향하는 지점은 인간과 기술이 위계적 관계를 넘어 주체 대 주체로 조우하는 지능형 공존의 미학적 가능성 확장이다. 인공지능의 언어 생성력이 인간의 사유와 인식을 가시화하고, 인간의 개입이 인공지능에게 생명력과 캐릭터성을 부여하는 역동적인 상호작용은 미래 예술의 새로운 존재론적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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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12년:이화여자대학교 영상디자인 졸업
2014년:동대학원 석사 졸업
2021년:동대학원 박사 수료
2022년~2025년: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과 겸임교수
2023년~2025년: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겸임교수
2024년~2025년: 세종대학교 디자인이노베이션전공 겸임교수
2025년~현 재: 경일대학교 사진영상학부 조교수
※관심분야:인터랙티브 아트, 인공지능 예술, 버추얼 프로덕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