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확산을 위한 탐색적 연구: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통한 필요성, 교육영역, 정책과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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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성별화된 위험에 대응하고 미디어 안팎의 차별이나 배제를 제어하기 위한 탐색 목적으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 교육영역, 정책과제’에 대한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중요하다’고 하여 그 중요성과 의미를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둘째, 내용영역으로는 전통적으로 강조되어 온 ‘젠더재현’, 성별 고정관념과 성별 양극화를 강화하는 ‘알고리즘’, 그리고 ‘모든 영역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접목시켜야 한다’라고 하였다. 셋째, 정책과제로는 부처별 기관별 인식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디어교육의 국가적 목표와 과제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는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또 현행 시스템 속에서 성평등가족부의 특정성별영향평가제도 활용, 교육부 교과과정에 성인지적 관점 반영, 관련 정부부처와 기관의 협의체 구성방안 등이 제시되었다.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necessity, educational domains, and policy measures of gender-perspective media literacy to address gendered risks and discrimination in digital environments. Through in-depth interviews, three key findings emerged. First, all participants emphasized the urgent need to integrate gender perspectives into media literacy. Second, in terms of educational domains, the findings emphasized three core areas: gender representation in media; the role of algorithms in reproducing gender stereotypes and intensifying polarization; and the comprehensive integration of gender perspectives across all components of media literacy education. Third, regarding policy measures, there was a consensus on the urgent need for legislation to bridge perceptual gaps among government agencies. Based on such legislation, a macro-level approach is required to reflect gender perspectives in national media education goals. Proposed measures include utilizing the "Specific Gender Impact Assessment" by the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 incorporating a gender-perspective into the Ministry of Education's curriculum, and establishing inter-agency consultative bodies.
Keywords:
Gender-Perspective Media Literacy, Gender Sensitivity, Gender Equality Education, Media Education Policy, Expert In-Depth Interviews키워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성인지 감수성, 성평등 교육, 미디어교육 정책, 전문가 심층인터뷰Ⅰ. 서 론
2025년 8월 유엔(UN)여성기구 지식·파트너십 센터와 이화여자대학교 인공지능학과가 공동 주최한 컨퍼런스에서는 AI의 젠더편향을 보여주는 실증적 발표가 있었다. 오혜연은 거대 언어 모델 기반의 AI에서 전통적 성역할이 반영된 답변을 보여주면서, AI산업 내 종사자 중 여성 비율이 매우 낮고 데이터의 젠더 편향을 거를 수 있는 벤치마크(표준시험)도 고도화되지 않는 등 무관심이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의 사회에 미칠 영향이 우려된다고 하였다[1]. 또 황윤정은 “유엔여성기구의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85%가 디지털 폭력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면서 우리 사회가 AI와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기술매개 젠더폭력에 더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함을 강조했다[2].
국회가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학교 내 디지털 성폭력 피해 학생의 수는 1,898명으로 2022년 434명에 비해 네 배를 넘어선다. 교사들의 피해도 166명이나 되어 2022년 92명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증가이다. 가해 학생의 수 또한 2022년 483명에서 1,511명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전문적 기술이 없어도 쉽게 합성이나 편집을 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이 도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교육과 예방조치가 이루어지지 못한 데에 그 원인이 있다[3]. 딥페이크 성범죄 전담팀을 운영 중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 따르면, 생성형AI의 출현으로 인해 누구나 쉽게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이자 피의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촉진되고 있으며 피해자의 90%가 10대와 20대 여성이고 남성들의 피해도 일어나고 있다고 하였다. N번방 사건에서 확인되었던 바와 같이 “폐쇄형 소셜미디어가 범죄 도구로 활용되면서 피해가 ‘대량화’되고 ‘장기화’되는 특성이 확인된다”고 한다[4].
미국 사이버보안 업체 시큐리티 히어로(Security Hero)가 ‘온라인 플랫폼 전반에 걸친 85개의 전용 채널과 딥페이크 생태계 관련 100개 이상의 웹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2023년 기준 딥페이크 생태계에 존재하는 딥페이크 영상물은 95,820개로 2019년 대비 550% 증가하였으며, 그중 98%가 딥페이크 포르노물이었고, 주요 인물(피해자)의 99%가 여성의 얼굴을 합성하고 있었으며, 등장하는 인물의 53%가 한국 여성의 이미지 특히 가수, 배우 등의 유명인 이미지로 합성되었다고 한다. 이는 두 번째로 많은 여성 인물이 합성된 미국(20%)과 큰 격차를 보여주는 수치로[5], 한국이 딥페이크 포르노의 주요 생산지이자 소비지임을 추정케 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수치들은 우리 사회가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미디어에 접근하고 이용하며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뿐만 아니라 디지털 공간의 특성을 이해하고 성차별에 대응하며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성인지적이고도 비판적인 능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최근 디지털 성범죄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은 과거 음란물 차단과 같은 전통적인 규제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사이버 괴롭힘이나 온라인 그루밍, 개인정보 및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도 성인지적 관점을 동반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풀어갈 수 없다.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는 이러한 디지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성평등 문화 확산 태스크포스(TF),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성평등 문화 확산 10대 과제 발표’의 하나로 성인지적 관점에서 미디어를 이해하고 해독할 수 있는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의 필요성을 공표하였고[6], 이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교육, 온라인 교육 콘텐츠 등을 제공하고 있으나, 예산과 규모 면에서 매우 제한적이다[7].
청소년들은 디지털 공간에서 지식과 정보를 획득하면서 나를 형성하고 나를 전시하며 타인과 관계 맺기를 한다. 성이나 연애와 관련한 정보를 탐색하고 성 표현물을 향유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등 성적 존재이자 주체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성과 관련한 디지털 공간의 속성이나 위험을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기회는 현저히 부족하다[8]. 청소년의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은 차별이나 배제를 읽어내는 성인지 감수성에 영향을 주고 있을 뿐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의 정도에 따라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이 달라질 수 있음에도 이를 실행하는 단위는 많지 않다[9].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정부가 계속 교체되는 상황에서 매번 변함없이 국정과제의 하나로 다뤄지고 있다[10]. 교육부는 ‘2015개정교육과정’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내용을 일부 반영한 데 이어 ’2022개정교육과정’에는 ‘디지털 소양’을 ‘언어’와 ‘수리’에 준하는 3대 핵심역량으로 배치하였다[11]. 2020년에는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미디어교육을 실시해온 정부 부처 합동으로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하였고[12], 2024년에도 이와 유사한 형식으로 부처 합동의 ‘미디어 역량교육 지원전략’을 발표하였다[13]. 이는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국가 전략의 하나로 위치 지워졌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무엇이 담겨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고 명확한 방향도 없다. 관련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부처별 이해관계와 문제의식으로 인해 통합적이고도 체계적인 내용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를 총괄하는 법안은 여러 차례 발의만 되었을 뿐 계속 폐기되고 있고, 오히려 지역 조례들만 속속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지역별 편차가 커지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처가 관할하는 대부분의 교육이 여전히 미디어 제작교육과 활용교육, 팩트체크교육, 윤리교육 등에 머물고 있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비판적 리터러시 역량 강화에 기여하는 바가 적을 뿐 아니라 팩트체크교육이나 AI 기술 관련 교육은 오히려 기관별로 중복되는 양상이다. 또 성인지적 시각의 교육은 성평등 담당 부처의 일부 활동에만 머물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국가 수준의 책무로 규정되고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안에서 성인지적 관점이 구조적으로 반영되어 디지털 공간에서 발생하는 다양하고도 새로운 위험에 대응한 사회적역량이 제고되기를 기대하는 탐색의 목적으로, 담당부처, 공공기관, 교강사, 연구자 등을 심층인터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전반에 성인지적 관점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성인지적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주목하여야 할 내용과 정책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 • <연구문제 1>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필요성은?
- • <연구문제 2>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내용은 무엇인가?
- • <연구문제 3>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입법과 정책 방안은 무엇인가?
Ⅱ. 이론적 고찰
2-1 확장되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과 정의, 핵심역량
리터러시(literacy)는 문자로 기록된 텍스트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즉 일리터러시(문맹, illiteracy)의 반의어이다. 이러한 리터러시의 개념은 텔레비전과 인터넷 등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문자 해독 능력을 넘어 미디어에 ‘대한’ 리터러시, 즉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로 확장되었으며 영화 리터러시, 인터넷 리터러시 등 특정한 매체에 초점을 두는 용어로 사용되기도 하였다[14]. 또 새로운 언어 체계를 이해하는 능력이라는 점에서 모국어 교육의 한 영역으로 다루어지기도 한다[15].
유럽연합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시민들이 미디어를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이용하는 데 활용되는 기술과 지식, 이해력을 의미한다”고 정의하였고, “시민들이 정보에 접근해 이를 이용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할 뿐만 아니라 책임감 있고 안전한 방식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미디어 활용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하였다[16].
김도헌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한 개념이 “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에서 ‘특정 분야의 역량과 지식’으로 의미를 확장”하면서 분화되고 있다고 하였다. 그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디지털 리터러시, 정보 리터러시, ICT리터러시 등의 용어가 처음 제안된 당시의 개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환경 변화와 함께 끊임없이 재개념화되었다고 하였다. 예컨대 디지털 리터러시의 개념은 길스터(Gilster)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을 당시에는 기술적 조작 능력 등 기능적 역량에 초점을 둔 용어였으나 이후에는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과 같이 미디어에 ‘접근’하고 ‘이해’하며 ‘창조’하는 등의 내용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재개념화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참여’나 ‘공유’ 같은 사회문화적 맥락의 리터러시와도 통합되었다고 하였다[17].
이처럼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과 정의는 고정불변의 어떤 것이 아니라 기술변화에 대응하면서 계속 변화 중이다. 안정임은 소셜미디어 환경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이 미디어 영역에 대한 논의뿐 아니라 “삶의 기회, 평등, 보편적 권리, 민주주의의 개념”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어왔다고 하였다. 이는 미디어 활용 능력의 격차가 사회 참여나 불평등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유해한 미디어를 차단하는 전통적 방식으로는 더이상 문제해결을 도모할 수 없는 삶의 필수 역량이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의제로 인식하기 시작했으며 국가적 차원에서 이와 관련한 교육 목표와 계획을 수립해나가고 있다고 하였다[14].
유럽연합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업무, 고용, 학습, 여가, 그리고 사회 참여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자신감 있고 비판적이며 안전하게 사용하는 능력”으로 정의하였으며, 정보 및 데이터 리터러시(Information and data literacy), 소통 및 협업(Communication and collaboration), 디지털 콘텐츠 생성(Developing digital content), 안전(Safety), 문제해결(Solving technical problems)을 다섯 가지 핵심역량으로 제시하였다[18]. OECD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정보에 안전하고 적절하게 접근, 관리, 이해, 통합, 소통, 평가 및 생성하여 고용, 양질의 일자리,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하며, 수많은 정보 중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정보의 편향성을 감지하는 ‘비판적 평가’와 분절된 정보들을 연결하여 능동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지식의 구성’이라는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19].
김경희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개념을 “다양한 형식의 미디어를 특정 성과를 위해 이용, 분석, 평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며, 기능적 역량과 비판적 이해 역량을 포괄한다”고 하면서, 그동안 정책 집행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로 인해 정책 전달상의 혼선이 빚어지기도 하여 이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미디어 역량’이라는 한글사용을 제안한다고 하였다[20].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 발표한 ‘미디어 역량교육 지원전략’의 보도자료에서는 각 부처가 집행하고 있는 미디어교육과 관련해 ‘미디어 역량’이라는 용어가 공표되면서, 이를 “미디어에 원활하게 접근·이용하고, 비판적으로 이해·분석하며, 미디어로 자유롭게 표현·소통하고, 그 결과에 대한 권리 행사와 책임 등 수준 향상을 위해 지식·기술· 태도·가치를 결집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13].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능력을 아우르는 역량이라는 의미이다.
양소은은 그동안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강조되어 온 ‘접근’ ‘분석’ ‘평가’ ‘창조’ ‘소통’ ‘참여’ ‘행동’ 등 일곱 가지 구성요소를 “수용하기”, “생산하기” “살아가기” 3개 영역의 하위요소로 구조화하고, 이를 “기능적 차원”에서 “비판적 차원”으로 심화시키는 방향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초중등 프레임워크를 제안하였다[21]. 한국언론학회 미디어 다양성·리터러시 특별위원회는 미디어교육자가 가져야 할 전문성을 “미디어 역량”, “시민적 역량”, “교육 역량”으로 범주화하고 그 하위 역량으로 “접근과 통제, 비판적 이해, 표현과 창작, 사회적 소통, 책임과 권리, 교육설계, 교육방법 및 교육자료, 평가 및 네트워킹 등”을 제안하기도 하였다[22]. 이는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한 논의가 학술적이고도 철학적인 범주에서 실천적인 교육 목표와 내용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2-2 성인지적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
EU성평등연구소는 성인지적 관점(gender perspective)을 “사회 현상, 정책 또는 과정을 바라볼 때 성별에 따른 차이(gender-based differences)를 고려하는 관점”이라고 개념화한다. 이는 “모든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의 정책 및 프로그램 설계, 실행, 모니터링 및 평가에 필수적인 요소”로 포함되어 불평등이 영속화되지 않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23]. ‘행정학사전’에서는 성인지적 관점을 “남녀 성차별의 개선이라는 문제의식에 기반하여 각종 제도나 정책에 포함된 특정 개념이 특정 성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지, 성역할 고정관념이 개입되어 있는지 아닌지 등의 문제점을 검토하는 관점”이라고 하였다[24].
‘성인지적 관점’은 95년 성주류화 전략을 채택하였던 UN북경여성대회를 기점으로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하여 주로 정책용어로 사용되어왔다. 이후 사회문화적인 성을 의미하는 영어단어를 그대로 사용하는 ‘젠더(gender) 관점’이라는 용어와 함께 사용되면서 성불평등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 연장선에서 다양한 의제나 사안에 나타날 수 있는 차별이나 배제를 읽어내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25]. 또 성인지적 관점의 토대가 될 수 있는 ‘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은 “일상생활에서 성별 차이로 인한 차별과 불평등을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의미하며[26], 이는 성폭력이나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되고 관련 보도나 판결에서 빈번하게 언급되면서 비교적 널리 알려진 개념이다.
홍지아는 “성인지 미디어 교육을 미디어가 성차별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비판 능력을 키우고 나아가 성평등을 이루기 위해 미디어가 어떠한 콘텐츠를 생산해 내야 하는가를 아우르는 미디어교육”이라고 정의하면서, 미디어 리터러시의 주체에 따라 ‘여성주의’ ‘성평등’ ‘성인지’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어서 아직 용어 변경 가능성이 남아있는 개념이라고 하였다[7]. 윤보라는 ‘이루다’ 사태를 통해 전 시대의 가치와 통념이 신기술과 결합되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젠더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였다. 그는 ‘젠더 관점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해 기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페미니즘적 지식과 내용이 폭넓게 반영되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 젠더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비전과 내용,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27].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의 생산과 분배, 소비의 전 과정에서 나타나는 성차별적 단서들을 포착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며 대안적인 미디어를 창조하고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예컨대 미디어 속의 고정관념이나 성차별적 관행을 밝혀내는 일뿐 아니라 성별 이용 격차가 성차별에 미치는 영향, 젠더 편향을 강화하는 알고리즘이 성별에 미치는 영향, 혐오와 젠더기반폭력의 기반이 되는 미디어 플랫폼의 산업구조 등을 민감하게 읽고 쓸 수 있는 역량 등을 포함하는 것이다.
유네스코(UNESCO)는 미디어 정보 리터러시 커리큘럼인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현명하게 클릭하기(Think Critically, Click Wisely)’에서 성평등과 관련한 별도의 모듈6을 구성해 “차별적인 묘사가 용인될 때 누가 이득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가?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러한 이미지는 우리의 직접적인 경험을 넘어선 세계에 대한 지식과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성 평등 및 기타 불평등에 대한 함의는 무엇인가?”를 질문하는 등 미디어와 정보 영역에서 젠더 표상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다루는 커리큘럼을 소개하고 있다[28]. 유럽연합은 성중립어 사용을 공표하고, AI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데이터 보호 및 개인정보 보호, 윤리, 아동 권리, 편견(접근성, 성별 편견, 장애 포함)과 관련된 잠재적 문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하며, 온라인 안전과 관련해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한 기초에서 전문 레벨까지의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18].
성용석은 운동선수들을 위해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한 결과, “양성평등의식, 성역할 고정관념, 성폭력 공감성, 성폭력 민감성, 성 태도 및 성 행동, 성 허용성과 성 개방성 등”의 영역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확인하였다. 이는 성인지적 교육이 인식 개선과 태도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잘 보여준다[29]. 김수아는 이러한 교육을 디지털 리터러시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와 관련해 ‘개인화된 윤리 차원이 아니라 차별에 대한 사회적 영향을 고려한 공동체적 지식과 기술 형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지식역량(미디어 활용 이해, 정보확산 방식 이해, 경계 이해), 디지털 안전관리 역량(개인정보 관리, 경계 존중, 디지털 범죄 이해, 위험 인지, 위험 대처), 디지털 문화 참여 역량(디지털 성인지 감수성, 디지털 성찰과 책임, 조력과 개입, 구조적 맥락 이해와 회복력)”이라는 3개 범주와 하위 역량으로 구조화하였다[30].
2-3 국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제도화 현황과 과제
국내 미디어교육은 1984년 한국여성단체협의회의 모니터교육에서 시작되었다[31],[32]. 1986년 KBS시청료거부운동을 기점으로 하여 비판적 언론감시 필요성을 인지한 다수의 시민사회단체가 언론수용자운동의 주체로 성장하면서 비판적 방송 모니터링과 이를 위한 모니터교육, 청소년 대상 방송(제작)학교 등이다.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워치 등의 미디어교육이 있다. 해직언론인을 중심으로 창립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언론지망생이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언론학교나 글쓰기강좌와 같은 미디어교육 강좌를 열기도 하였다[31]. 1990년대 초반에는 권력 감시를 위해 시민에 의한 대안적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주창한 퍼블릭액서스운동이 본격화되었으며, 미디액트 등 관련 단체와 활동가들에 의해 미디어 제작 교육이 활성화되었다[32]. 이러한 시민단체 주도의 미디어교육은 민주화 이후 정부 부처 산하의 미디어교육이 제도화되고 관련 공공기관의 활동이 확대되면서 상대적으로 규모와 대상이 줄어들었다.
2000년 통합방송법에 따라 출범한 방송위원회는 ‘시청자 권익과 소외계층 지원’이라는 맥락에서 미디어교육 관련 정책을 주목하였으며 언론수용자운동과 퍼블릭액서스운동의 미디어교육 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지역별 시청자미디어센터를 건립해 직접 미디어교육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는 현재 시청자미디어재단과 12개 지역 시청자미디어센터라는 미디어교육의 거점으로 대표된다. 주로 방송(미디어)제작교육, 미디어활용교육, 인터넷윤리교육, 팩트체크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센터 건립과 함께 지역의 영상미디어센터들도 개관하였는데,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역MBC, 지방자치단체와의 연계 속에서 각기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있으나 미디어(제작)교육의 또 다른 거점으로 기능하면서 지역민과의 소통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활동을 펼쳐왔다. 시청자미디어재단과 함께 국내 미디어교육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신문활용교육(NIE)에서 출발하였으나 지금은 뉴스리터러시교육 뿐 아니라 팩트체크교육, AI 등 디지털리터러시교육, 교사 연수 등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그 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에는 영화 리터러시나 게임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하는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문화재단 등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활용교육이나 인터넷윤리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20],[32],[33].
여성가족부(현 성평등가족부)는 2018년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성평등 문화 확산 10대 과제 발표의 하나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6], ‘양성평등정책 시행계획’에 청소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반영하고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을 통해 성인지적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실시해 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해 학교 교사 대상 온·오프라인 연수, 청소년 대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콘텐츠 제작, 온라인 플랫폼 운영 등을 하여 왔다[7]. 하지만 이러한 성평등가족부 차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다른 부처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연계되지 못한 채 철저히 고립되어있는 상황이다.
2020년 8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참여해 ‘디지털 미디어 소통역량 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하였으며[12], 2024년 3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합동으로 ‘미디어 역량교육 지원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13]. 이는 국정과제의 하나인 미디어교육의 정책목표를 가시화하는 것과 더불어, 허위조작 뉴스 대응을 강조하는 정치적 환경 속에서 팩트체크교육 확대와 밀접히 연관되어있다. 2024년 합동 발표에서는 “미디어 교육의 5대 원칙(보편성·체계성·포괄성·전문성·협력성)으로서 ▲보편적 교육 인프라 확충, ▲체계적 교육 시스템 확립, ▲교육 영역의 포괄성 실현, ▲교육 전문성 강화, ▲협력·소통의 네트워크 정립 등 5대 추진전략”을 공표하였으나 이는 추상적인 목표를 기반으로 하여 기존에 하고 있던 각 기관의 사업을 단순 나열한 것에 가깝다[12],[13].
기관별 미디어 교육 협력방안을 연구한 전주혜는 각 기관의 미디어 교육 목적이 제작 참여, 올바른 정보 습득, 미디어 역기능 차단 등으로 상이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거시적 목표나 전략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핀란드의 미디어교육위원회나 프랑스 교육문화부 산하의 끌레미(CLEMI, 국립미디어교육센터)처럼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33]. 배상률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관련 지역 조례가 다수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과 목표를 수립하지 못하는 상황은 매우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관련 법률과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관계부처 간 독자적·분절적 정책 추진에 따른 정책의 효과성 저해, 중복사업에 따른 예산 낭비, 정책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였다[34]. 이처럼 국내 미디어교육의 통합적인 목표와 로드맵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사회적 요구가 높은 상황이다.
김슬기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각 부처에 흩어져 미디어교육의 중복 혹은 누락 논란을 최소화하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입법이 시급하다고 하였다. 이는 “미디어 교육의 개념과 정의, 국가의 역할, 종합계획, 중앙과 지역 단위의 협의회, 전문 강사양성 및 자격제도 운영 등” 국가적 목표와 전략을 담아내는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35]. 그동안 미디어교육의 국가적 방향과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은 모두 열 개나 여덟 차례나 된다. 하지만 표 2에서 보는 것과 같이 모두 폐기되었다. 이는 부처의 민감한 이해관계와 국회의 무관심으로부터 초래된 결과이다. 22대 국회에서도 두 개의 법안이 제출되어 있으나 특정 부처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는 냉소 앞에서 계류 중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육부의 변화이다. 학교교육은 2015교육개정과정을 통해 일부 교과과정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관련 내용을 반영하였다. 2022교육개정과정에서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총론’에 “모든 학생이 학습의 기초인 언어⋅수리⋅디지털 기초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하여 학교 교육과 평생 학습에서 학습을 지속할 수 있게 한다”고 하여 ‘디지털 기초소양’을 ‘언어’와 ‘수리’에 준하는 필수적 3대 핵심역량으로 공표하고 초중고 전 학년과 교과에 반영하고 있는 과정이다[11]. 물론 공교육에 도입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아직 멀다. 무엇보다 이를 지원하는 교사 연수를 포함해 교육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그 내용을 다루도록 체계화하고, 입시제도 안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외면되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많은 후속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Ⅲ. 연구방법
본 연구에서는 문헌조사와 기존 정책, 입법내용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연구 문제를 설정하고, 보다 전문적 의견을 수집하고, 교환하기 위해 정부부처, 유관 공공기관, 유관 단체, 교강사, 연구자 등 전문가들과의 심층면접(구조화된 면접)을 수행함으로써 연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자 하였다. 심층인터뷰 대상은 정부부처 3인(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성평등가족부), 유관 공공기관 3인(시청자미디어재단, 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유관단체 1인(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교강사 4인(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아웃박스, 미디어교육사,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전문강사), 연구자 2인(대학교수) 총 13인으로 모두 소속이 다르다(표 3).
인터뷰 대상자 12인은 모두 미디어 리터러시 영역에서 10년 이상 30년 미만 관여해 온 전문가들이다. 그 외 1인은 해당 부처 내에서 미디어교육과 관련한 업무를 연속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인물로, 해당 부처에서 2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어 관련 인터뷰를 해줄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라 보아 선정하였다. 섭외는 제도화된 미디어 교육의 현황과 내용, 정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위해 활동 기간이 길고 역할 범위가 넓은 전문가, 관련 활동을 함께 하는 동료들이 많은 대표성을 가진 전문가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직접 인터뷰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경우에는 그에 상응하는 조건의 인터뷰 대상자를 추천받았다. 하지만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의 경우 입법과 정책 등을 둘러싼 민감성으로 인해 인터뷰에 응하는 것을 주저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개인 신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논문작성이 이루어진다는 점을 거듭 서약하고서야 비로소 인터뷰가 성사될 수 있었다.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해 본문에는 인터뷰 대상자의 소속을 밝히되 표 3에는 소속분야와 경력만을 기술하였다. 이는 정부부처나 공공기관 내에서 오랫동안 미디어교육 관련 활동을 해온 전문가가 매우 소수라는 점에서 정책 관련 인터뷰 내용으로 인해 인사적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필요성을 진단한 [연구문제 1]과 관련해서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 디지털 시민성 관련 논의가 기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 일반적인 질문,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한 집중 질문으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내용과 관련한 [연구문제2]는 ‘①접근과 이용 ②재현(representation)에 대한 비판적 이해 ③제작 ④산업구조에 대한 이해 ⑤관계와 참여 ⑥그 외(__________) ⑦모든 영역이 중요하다’ 등의 예시를 주어 본인이 생각하는 내용 영역을 복수로 응답하도록 하였고 우선순위, 이유 등을 듣는 방식으로 이후 논의를 진행하였다.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활성화를 위한 입법과 정책대안을 모색한 [연구문제 3]은 그간의 입법과 정책 경과를 간략히 정리한 개요를 공유하고 그 내용에 대한 상호 질문을 바탕으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입법과 정책방안을 모색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심층인터뷰는 2025년 11월 3일부터 26일까지 24일간 이루어졌다. 장소는 사무실, 교실, 스터디룸, 까페 등 오프라인 공간, 줌이나 카카오톡 등 화상회의 기능을 활용해 모두 1대1로 이루어졌으며, 각 인터뷰에 소요된 시간은 1시간~1시간 30분 정도이다. 인터뷰 과정에서 연구문제 관련 핵심적인 내용이 포착되는 경우, 연구자가 이해한 바가 맞는지를 되묻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모든 인터뷰는 인터뷰 대상자의 동의를 바탕으로 네이버 클로바노트에 녹음되었고 바로 변환되었다. 텍스트로 변환된 내용은 인터뷰가 이루어진 당일에 한글파일로 다운로드하여 인터뷰 녹음과 변환내용을 일일이 대조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이 제대로 받아적지 못한 내용과 고유명사 오류 등을 수정하는 보완과정을 거쳤다.
이렇게 정리된 인터뷰 결과는 전사본 전체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핵심 의미 단위에 색상 마킹, 메모, 하이라이트 기능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범주화하고 범주화된 코드를 그룹화하여 주제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분석하였다. 새로운 코드가 나올 때마다 이전 데이터와 반복적으로 대조하여 코드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전문 지식을 보유한 교수진과의 지속적인 디브리핑을 통해, 도출된 코딩 범주와 분석 결과의 논리적 타당성을 검증받고 주관적 편향을 제어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또한 인터뷰 현장의 생생함과 맥락을 살리기 위해 표준어와 맞춤법을 엄밀하게 적용하지는 않았다.
Ⅳ. 연구결과
4-1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
변화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필요성에 대해서는 참여한 전문가 13명 중 12명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변하였고, 나머지 1명의 전문가도 ‘중요하다’고 답변하여 모두 그 필요성에 동의하였다. 그 이유로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비판적 역량의 중심에 성인지적 관점이 포함되어 있고 또 포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주목되고 있는 디지털 시민성 함양이나 민주시민교육 차원에서도 성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을 포함시키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미디어교육 현장의 상황은 이와 달라서 굳이 성인지적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그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의견도 있었다.
“미디어 교육에서 비판적 이해 능력에 해당하는 것 중 하나가 미디어 재현에 관한 이해인데, 재현에 편향이 존재하는지 나의 선입견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이런 부분들을 증거 기반으로 체크하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성인지적 관점을 가지지 않으면 사실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가 없어요.” (연구자A)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배경에는 성인지 감수성 그런 게 기반이 되어서 나왔다고 보구요. 미디어 리터러시가 제대로 안되기 때문에 여성폭력, 젠더갈등 문제 등이 더 심화되는 측면도 존재한다는 것이죠. 어쨌든 성평등과 관련한 배경과 문제가 다 연결되어 있어서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정부부처A)
“저는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라고 하는 그 용어 자체가 조금 이상한 거예요. (중략) 사실 성인지 감수성을 가져야 제대로 미디어 리터러시를 할 수 있고, 성인지적 관점이 미디어 리터러시에 담겨야 할 기본적 내용이라고 생각되거든요. 그런데 이걸 따로 떼어서 앞에 이야기하는 것은 실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성인지 관점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겠지요.” (공공기관A)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성인지적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이유로 가부장주의에 기반한 우리나라의 독특한 맥락이 숨어있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이는 성차별과 인종주의에 민감한 감수성을 가지도록 교육해온 서구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인종과 젠더 관련 ‘재현’을 필수로 다루고 그 내용에 비판적이고도 성인지적 관점 적용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반면 우리는 이러한 내용을 애써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관점에 성인지적 관점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것을 감추는 경향이 있다는 거죠. 감춘다고요. 그러니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자체에 당연히 성평등이 포함되어 있고, ‘재현’을 다룰 때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할 내용이 성별, 인종 등에 대한 문제인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는 사람들이 이를 애써 감추고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맥락인 것 같아요.” (교강사A)
이처럼 우리 사회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차별이나 인권을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고 전통적이고도 남성 중심적인 관점을 ‘보편’이자 ‘기본’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디어교육을 통해 약자의 존재와 입장을 드러냄으로써 인식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양한 존재와 시선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성인지적 관점이자 차별에 민감한 감수성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내 삶을 보여주는 거잖아요. 그런데 미디어를 보면 늘 정상성이나 어떤 범주 안에 있는 내용, 또 의도를 갖고 보여주는 내용만 보게 되기 때문에 그러한 미디어의 한계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성인지적 관점이 필요하구요. 예를 들면 발달장애인이 TV에 나오기 시작하고 수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면 그런 삶이 우리 주변에 있다라는 걸 모두가 이해하게 되잖아요. 근데 예전에는 표준화된 몸과 표준화된 특성을 중심으로만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거죠. 저는 미디어교육이 성평등 관점에서 관계에 대한 고려, 이런 걸 잘 다뤄주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최근 드라마나 예능 비슷한 프로그램에서도 가정폭력과 관련한 주제가 폭넓게 등장하면서 ‘그걸 폭력이라고 정의하고 문제니까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나의 삶과 연결해 성찰해보도록 해준다고 생각해요.” (공공기관C)
“저는 어떤 것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미디어 제작자들이 반드시 ‘젠더(gender)’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미디어 재현에 있어 성인지적 관점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저희학교에서는 아예 젠더과목을 하나 만들었어요. 남자든 여자든 미디어 제작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모두 다 공부해야 되는 과목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미디어 제작자뿐 아니라 미디어 이용자들 역시 그런 관점을 가져야 우리가 제대로 된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구자A)
성인지적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고 또 관련 교안 개발에 직접 참여하는 등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관련 기관에서 제공되는 교육내용이나 주제에 성평등이나 성인지와 관련한 예시나 매뉴얼이 강조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기 어려웠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또 성인지적 관점에서 교안 수정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교안을 어떻게 해라. 뭐는 넣고 빼라 이런 언급 같은 거는 전혀 없어요. 어떤 것을 강요하지도 않죠. 전적으로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 학습자한테 정말 도움이 되는 강의를 만드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원칙입니다. (중략) 하지만 OO기관의 강사 교육과정에 없는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내용을 교안에 넣는 것은 부담이 있지요.” (교강사B)
“어떤 용어를 문제적 표현, 성차별적 표현이기 때문에 다른 용어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건의하였으나 이 강의안을 만들 때 OOO 관점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그 용어를 바꿀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어요. 해당 강의안으로 강의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이상 의견을 제시하기 어려웠지요.” (교강사D)
자신이 보고 싶은 정보를 선택적으로 얻고 그 편향이 강화되는 알고리즘 기반 사회가 되면서 성인지적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상업적 목적으로 구성된 알고리즘에 의해 계층과 연령, 성별에 따라 정보 습득이 달라지는 경험이 늘어나면서 성별에 따른 인식차가 벌어지고 갈등을 유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정보를 선택적으로 습득하는 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많다 보니 이게 계층 간 갈등이나 연령 간 갈등뿐 아니라 성별 갈등도 유발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성인지적 관점의 접근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부처C)
“지금의 청소년들을 둘러싼 환경은 기본적인 학습이나 소통 구조가 모바일 숏폼, 개인 방송, AI 검색, SNS 이런 것들이 됐기 때문에 미디어를 사용하는 능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학생들이 하루에 8시간 이상 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는데 추천 알고리즘이 편향되어 있다는 점, 어떤 젠더 재현이 왜곡되거나 AI 기반의 이미지나 텍스트가 성차별적인 패턴을 보인다거나 익명성에 기대어 혐오나 폭력이 계속 재생산된다는 거 그리고 빨리빨리 소비하는 구조이다 보니 거기서 생기는 판단 오류 등등 이런 문제들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에 비판하고 분석하고 직접 참여하고 생산하는 능력까지 포괄하는 그런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가 이제는 학습뿐만 아니라 생존 역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교강사C)
딥페이크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여성혐오나 사이버 괴롭힘 등 디지털 환경에서 성차별적 사고에 근거한 문제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이를 민감하게 포착하고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원래도 중요했지만 지금의 디지털 환경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원래도 중요했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더욱 중요해지고 있죠. 말씀드린 디지털 리터러시가 중요해지는 이유들 안에서 성인지적 관점의 필요성이 가장 핵심적인 거라고 생각하구요. 대표적으로 딥페이크 이슈 같은 것이 있다고 봅니다.” (유관단체)
“오프라인 사회에서뿐만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여러 가지 어떤 상황과 내용들 속에 이러한 성별의 문제가 들어 있기 때문에, 우리의 기본적인 사회 구조를 형성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우리가 비판적으로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어떤 성적 고정관념들과 여성에 대한 혐오, 딥페이크 같은 여러 가지 폭력 등 사회 현상들을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B)
4-2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내용(또는 영역)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어떤 영역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까’와 관련해서는 여전히 ‘재현’을 지목한 전문가가 13명 중 무려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미디어가 여성의 이미지를 상품화하고 성별 고정관념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재현함으로써 성차별적 사고를 유지하고 존속시키는데 기여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우선순위에서 다뤄야 할 영역으로 ‘재현’을 지목한 전문가는 5명이다. 이는 디지털 환경에서 ‘재현’뿐 아니라 다른 영역의 중요성이 커졌고 또 상호연결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환경에서 여성혐오 콘텐츠가 돈이 되면서 한층 더 극단적인 성차별 메시지를 쏟아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때문에 미디어가 재현하는 성적 고정관념과 차별, 혐오를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하였다.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에서는 여전히 ‘재현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여성의 이미지가 너무 상품화되고 그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면 희화화되거나 혐오 콘텐츠로 소비되잖아요. 그게 돈이 되구요. 그쪽으로 사람들이 마구 몰려가니까. 이러한 미디어와 구조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공공기관C)
“가장 중요한 것은 ‘재현에 대한 비판적 이해’라고 생각을 합니다. 미디어 콘텐츠 뿐 아니라 플랫폼 안에서 어떤 여성에 대한 부분, 여성에 대한 자극적인 콘텐츠 그리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소비하고 재확산시키고 있는 산업구조의 여러 가지 측면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B)
“여전히 재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가 보여주는 성별 고정관념과 차별, 광고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관행, 그런 내용을 다뤄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비판적 시각을 확산해 나가는 게 필요하고요.” (교강사B)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러한 재현의 문제를 산업구조의 문제, 특히 알고리즘 기반 사회의 속성과 연관지어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 전문가가 많았다.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를 중요한 영역이라고 한 전문가는 6명이었고 그중 가장 우선으로 다뤄야 한다고 이야기한 전문가는 2명이다. 플랫폼 기업의 이윤추구라는 속성을 제대로 이해할 때 디지털 세상에서 자신과 타인을 보호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는 의미이다.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고 이게 되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접근과 이용, 재현 이런 것들도 모두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서 왜 이런 상황이 나타나는지 그런 점에서 당연히 산업구조에 관한 이해 그런 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정부부처A)
“일단은 사회적인 내용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플랫폼은 기업이거든요. 기업이라서 언론하고는 진짜 다르더라고요. 언론은 문제가 많은 언론이라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다면 플랫폼 기업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고요. 제가 보니까 플랫폼 기업들은 이윤추구가 목적이고, 사회적 기여를 생각은 하지만 실제 그렇지는 않은 것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연구자A)
‘접근과 이용’이 중요하다고 한 전문가는 모두 6명이었고 가장 중요하다고 한 전문가는 1명이었다. 기능적 측면이 강조되는 ‘접근과 이용’의 경우 그 중요성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이러한 격차가 이후 사회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주어왔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특히 AI환경으로 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일 수 있고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해서도 이러한 지점이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가 비쌌던 시절 남자애들한테만 사주었던 문화가 해당 분야의 성별 불균형이나 인식 차이, 남초사이트 출현 배경이 되었다 뭐 그런 이야기처럼 ‘이용과 접근’ 문제는 기울어진 산업구조에 영향을 미치잖아요. 사람들이 스마트 미디어 때문에 평등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인공지능 분야에서 남성 편향 굉장히 심각해요. 이게 되게 무서운 게 인공지능 산업과 모든 담론에서 지금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앞으로 10년 후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게 두렵다는 거죠. 그래서 접근과 이용이 의외로 많이 안 나왔을 수 있지만, 사실은 지금 되게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교강사A)
‘관계와 참여’ 관련해서는 5명의 전문가가 중요한 영역이라고 답변하였고, 가장 중요하다고 답변한 전문가는 2명으로 모두 정부부처 종사자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회통합을 중요한 과제로 고민해야 하는 위치인 만큼 언론에서 호명하는 ‘젠더 갈등’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주목하고 있었다. 상업적 알고리즘이 이를 강화할 뿐 아니라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이와 관련한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첫 번째는 ‘관계와 참여’, 두 번째는 재현, 세 번째는 산업구조. 그리고 ‘모든 영역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0여 년 이상 젠더 갈등, 성별 갈등 문제가 이제 계속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SNS나 온라인 공간에서 갈등 이슈가 촉발되고 이게 오프라인으로 확산되는 과정 그런 것들이라고 봅니다.” (정부부처B)
“우선은 ‘관계와 참여’가 중요한 것 같고, 미디어 재현에 대한 비판적 이해, ‘접근과 이용’,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든 영역이 중요하다’ 입니다. 개인의 선호나 취향에 맞춰서 알고리즘이 제공되다 보면 확증 편향이라든지 이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양극화 문제라든지 계층 간 대립이라든지 성별의 갈등이라든지 이런 게 디지털 환경의 부작용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그걸 해소해 줄 수 있는 교육이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고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부처C)
“서로 같은 생각끼리 모여지는 환경이 점점 더 편리해졌다고 할까요. 알고리즘 사회가 되니까 알고리즘 추천에 따라 비슷한 성향, 사람들끼리 대화를 하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떤 종류의 콘텐츠를 즐기고 이런 경향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람들의 사고가 더욱 양극화되는 거죠. 미디어 교육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자기 생각을 성찰하는 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성찰 과정을 통해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구자A)
제작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전문가는 1명이었다.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전문가는 아예 없었다. 제작은 재현과 밀접히 연관되어있는 영역이고 미래세대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에서 좀 의외의 측면이 있다. 사후 모니터링이나 분석보다 생산에 개입하고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성별이나 연령, 장애 등 차별에 민감한 감수성을 아우르는 성인지적 관점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제작 환경을 통제하고 그걸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것보다 미디어 콘텐츠가 달라질 수 있는 제작자, 제작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어요. 미디어 콘텐츠가 최근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성작가들의 영향력이 커졌고, 투자자나 의사결정 구조 안에 여성들, 그다음에 소비구조보다는 생산구조 안에 여성들이 어떻게 들어가 있느냐가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다양한 시선으로 제작을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거죠. 그건 굳이 성별뿐만이 아니라 연령, 장애 등 모든 걸 포괄할 수 있어야 되는 부분인 것 같고요.” (공공기관C)
‘모든 영역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전문가는 모두 7명이었고 이 중 2명이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 강조했다. 성차별이 발생하는 배경을 성인지적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성평등에 접근하는 과정이라고 이해되기 때문에 이는 특정 영역이 아닌 모든 영역에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또 그러한 변화는 시간이 필요한 것일 뿐 결국 당연한 수순이 아니겠냐는 낙관적 견해도 있었다. 해당 전문가는 이전에는 성인지적 관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한다는 상상을 아예 하지 못했고 각기 다른 독립적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다고 언급하였다. 이는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를 하고 있는 기관과 그렇지 않은 기관 사이에 소통과 교류가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말해준다.
“모든 영역이 다 그런 관점을 가지고 가는 게 중요하다. 시간이 걸리는 거지 이미 다 그렇게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은 육아휴직하는 거 가지고 뭐라고 하거나 째려보거나 그러면 큰일 나거든요. 강사들을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기본 컨셉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모든 교육에 이를 다 접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여지네요. 전부 다 필요하고 활용할 수 있는 거다. 인터넷 윤리 교육에도 팩트체크에도 모두 집어넣을 수 있는 거고.” (정부부처A)
“에스디지스(SDGs, 지속가능발전목표)랑 똑같은 것 같아요. 에스디지스에서도 성평등이 하나의 지표이지만 모든 것을 교차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듯이 하나의 하위 주제이기도 하지만 전체와 다 연관성을 가지는 교차적인 주제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중략) 그러니까 모든 주제를 관통하는 주제이고 왜 관통하는지 저희가 설명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각 영역에 과제가 있다 별도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기후위기를 다룬다고 하면 ‘기후위기의 여성’을 다루는 것이 성평등 이슈라 자꾸 생각하세요. 기후위기의 여성을 다루는 것이 성평등 이슈가 아니라 기후위기가 발생하는 거, 겪는 거 그 근원이 되는 그리고 시스템과 토대, 이후 관리 안에도 성평등이 다 관여되고 있다라고 얘기하는데 그 설명이 잘 이해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공공기관C)
디지털 환경에서는 영역별로 따로 떼어놓고 보기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 속에서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각 영역에서 다뤄져야 할 구체적 내용과 목표는 다르지만, 각각의 문제요인이 연결되어 있어서 이를 따로 구분하여 가르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영역별로 되게 다르고 요구되는 것도 다르고, 해야 하는 일도 달라서 그냥 모두인 것 같아요. (중략) 그러니까 산업구조에 대해서 알아야 재현이 왜 이 모양 왜 혐오 차별이 가장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지 이런 거죠. 그다음에 ‘접근과 이용’을 통해 왜 그렇게 혐오 이슈가 늘어나는가나 지금 10대가 절대적으로 숏폼을 보게 되어 있는 구조라든가 이게 다 떼어놓고 보기 어렵게 연결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이게 ‘모두 중요하다’라는 게 어떤 역량별로 따로 있어서가 아니라 또 이게 뭐 하나를 안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알아야 되는 거다 이런 느낌이거든요.” (연구자B)
실제 교육대상에 따라 무엇을 더 주목할 것인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예컨대 초등의 경우에는 재현과 ‘접근과 이용’, ‘관계와 참여’를 연결함으로써 인식 개선과 행동 변화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고, 중등의 경우에는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를 배치해 구조적인 측면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다. 또 영역으로 구분하기보다 사안에 따라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방식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우선순위를 정하자면 재현에 대한 비판적인 이해가 초등단계에서 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은 것 같고 그다음이 ‘관계와 참여’죠. 학생들의 사고가 생각보다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문제를 인지하기만 하면 행동으로 잘 연결되거든요. 그래서 ‘관계와 참여’가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다음에 ‘접근과 이용’이나 제작과 관련된 걸 할 수 있어요.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도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거는 중등부터가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해서 순위를 조금 뒤로 내렸어요.” (교강사C)
“만약에 딥페이크 기술이 동반되어 있는 어떤 무료 프로그램을 접했을 때 내가 만들 수 있다는 효능감, 다른 사람의 사진을 허락 없이 넣어서는 안된다는 윤리의식, 남자사진과 여자사진 중 왜 여자 사진을 먼저 선택하게 되고 어떤 여자의 얼굴을 고르게 되는지 등의 문제를 따로 떼어 설명하기보다 하나로 엮어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기술을 이용하고 활용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나의 행동에 허용 가능한 범위가 존재하며, 내 안의 고정관념 같은 것을 함께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논의를 해나가는 방식이 교육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강사D)
4-3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입법과 정책방안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정책에서 오래된 과제인 법률 제정에서부터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3명을 제외한 전문가들이 모두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안정적으로 지원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제정되어 국가적 목표, 예산, 지원범위, 역할 등이 체계화되면서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각 기관이 담당해야 하는 역할에 대해 인식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여타 부처나 기관과의 협의 등 문제해결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온 법안만 봐도 수없이 많지만 이게 계속 제자리걸음이거든요. 사실은 미디어만 해도 문체부의 게임이 있고 엔아이이(NIE)도 있고. 그런데 또 방통위와 언론재단이 겹쳐지는 부분도 있구요. 점검받을 때마다 통합을 해야 되네 미디어 부처가 따로 만들어져야 되네 거기다 플러스로 해야 하는 교육들이 계속 생기다 보니 관련된 부처들이 많고 해서 왜 거기서 해야 돼 뭐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이렇게 어디가 주도권을 가지냐 이런 상황에서 성인지적 미디어 교육 뭐 그런 걸 생각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 보여요. 그런 관점을 좀 벗어나서 ‘전 국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에 대해 고민이 되면 좋겠어요. 정말 이해관계를 떠나서 꼭 입법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어요.” (공공기관A)
“이제 미디어 교육의 제도적인 측면이 체계적으로 정비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법률을 통해서 안정적인 예산과 체계적 진행 그런 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개념 정의가 각 기관마다 좀 다르기 때문에 표준화되는 과정,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하면 어떤 요소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하고, 그러한 요소가 무엇인지 등 정확한 가이드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성인지, 성평등뿐만 아니라 장애라든지 여러 인권 이야기, 그리고 이제 미디어의 전반적인 산업구조라든지 재현이라든지 윤리, 이런 전반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도 일정 정도 가이드가 있고 그 가이드 안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공공기관B)
컨트럴타워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미디어교육 전반을 아우르는 컨트럴 타워 기능을 담당하는 부처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입장 차이, 인식 차이가 있는 부처와 공공기관을 기계적이고도 병렬적으로 나열하고 공동의 목표를 정하는 형식 정도로는 통합적인 목표나 전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주무부처가 어디인지, 각 기관의 담당 역할은 무엇인지 등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적인 목표나 계획을 만들어 갈 때 성평등가족부의 역할이나 위상,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필요성 등도 함께 체계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부처마다 생각하는 관점과 인식들이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용도 다르다. 산하에 있는 기관들도 그 정부 부처의 관점과 의견들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전체의 방향을 통합할 수 있는 부처가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성인지 등이 통합적인 목표나 계획에 들어가서 정책에 반영되고 실행까지 되는 그런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공공기관B)
“저는 이제 부관이라든지 영역에 대한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그냥 미디어 교육 주무부처는 어디니까 어디가 해야 된다 이렇게 논의하게 되면 끝도 없고 정리도 안 될 것 같고요. 미디어가 뭔지 미디어교육이란 어떤 건지 어떤 영역에 대해서는 어떤 부처가 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등을 정리해 어떤 부처가 조금 더 역할을 해줘야 된다든지 이런 것들이 갖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정부부처C)
“단순히 부처 간의 역할 분리가 아니라 공동책무체계가 만들어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총괄기능도 필요하겠죠. 또 그러한 여러 부서와 교육 부처에다가 무언가 요구할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고요.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AI 생성물 기반의 성 착취나 표현 편향과 관련된 별도의 교육 모듈이 개발됐으면 좋겠다 이런 욕심이 있고. 이런 걸 건의할 수 있는 통합적인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교강사C)
법제화가 이루어진다면 미디어교육 관련 연구기관의 설립이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금처럼 미디어교육 담당부서나 기관이 모두 각 부처 내에서 지엽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제한적인 예산과 인력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면 제대로 된 연구개발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디어교육 연구기관의 설립을 통해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연구나 교안 개발 등도 좀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미디어 교육 관련 연구기관이 하나 있어서 내용을 생산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해보여요. 각 부처나 공공기관 미디어교육 예산 규모를 고려하면 이렇다 할 제대로 된 알앤디(R&D)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게 현실이거든요. 법제화가 이루어진다면 미디어교육 연구기관 같은 게 생겨서 미디어교육 전문성 가진 연구자들이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포함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그동안 여러 단위에서 느껴왔던 답답함이나 아쉬움을 해소해주면 좋겠어요.” (교강사A)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는 교육을 수행하기 위해 입법 필요성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미디어교육 관련 법을 제정하고자 하는 취지와는 다소 결이 다른 문제의식이나 법 제정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었다. 실제로 교육부의 민주시민교육, 성평등가족부의 성평등교육 등은 정치적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아 법률에 의무교육으로 명시하는 등 지속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법이 만들어지면 정권이 바뀌어도 꾸준히 계속된다는 그런 장점이 있더라고요. 어느 정도 내용의 연속성도 보장할 수 있구요. 재원도 확보가 되고 그러면 지원이 계속 이루어질 수 있고 그래서 법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미디어 관련 법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디어 교육을 받을 권리’를 명시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모든 국민이 미디어교육을 받을 권리를 법적으로 규정한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부여하여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 성인지 미디어교육도 안정적으로 지원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구자A)
“전 대통령이 성평등 예산, 특히 교육예산을 대거 줄여버려서 법에 명시되지 않은 교육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니 이래서 법에 박아야 되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성폭력 예방교육은 의무교육으로 되어 있어서 사이버교육으로 형식을 돌리더라도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의무교육이 아닌 영역은 다 멈춰버리는 거예요. 저는 초중고, 유치원까지 포함해서 학생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그냥 미디어 교육이 아니라 성인지적 미디어 교육이라고 딱 정해줘야 공무원분들이 신경써주시지 않을까 싶어요. 초중고, 유치원 미디어교육 1년에 얼마 이상 미디어교육 하고 그중 최소 50%는 성인지 관점의 교육을 해야 된다라고 못 박아 놔야 그 이후에 파생되는 다른 교육들이 나와도 계속 고민하는 그런 환경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교강사D)
성평등가족부의 특정성별영향평가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전문가도 있었다. 성별영향평가제도는 성별영향평가법에 따라 중앙행정기관의 장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정책을 수립하거나 시행하는 과정에서 그 정책이 성평등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여 성평등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성평등가족부 장관도 성평등이나 여성의 지위에 영향이 미치는 사업에 대해 특정성별영향평가를 시행할 수 있다. 이는 정부부처나 지자체뿐 아니라 공공기관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에 제도화된 공공의 미디어교육 현황을 성인지적 시각에서 분석하고 점검하여 개선방안을 권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 부처가 모여 논의하는 양성평등위원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되었다.
“제가 지금 생각나는 거는 몇 가지가 있는데 어쨌든 이런 의제를 논의하라고 양성평등위원회가 있는 거잖아요. 각 부처들이 참여하는 양성평등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와서 같이 좀 논의가 돼야 하고, 성평등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입장에서 성별영향평가라는 제도가 있어서 적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한 정부 정책사업들을 한번 모아서 특정성별영향평가를 하고 거기서 개선방안을 뽑아서 권고를 하고, 양성평등위원회에서도 그 결과를 갖고 논의하면서 개선에 동력을 부여하는 방안이 어떨까 싶네요.” (정부부처B)
성평등가족부가 성평등 관련 행정을 해온 노하우를 살려 다른 부처의 사업을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성평등가족부는 성인지적 교육에 전문성을 갖고 있고 전문가들과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성인지적 교육의 방향을 선도하고 강사 교안을 지원해주는 등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역할분담이 될 때 교육의 효과도 발생하고 이차적인 문제도 생겨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다. 성평등가족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러한 미디어교육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게 좀 쉽지 않은 거는 전문적인 교재와 자료가 동반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서 성별 갈등에 관한 부분도 잘못 전달이 되면 한쪽으로 치우친 교육을 했다고 해서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위험성이라든지 이런 걸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부처에서 중요성만 가지고 교육을 하게 되면 그걸로 인해서 미디어 교육이 또 위축될 수가 있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전문적인 역할, 예를 들면 이제 방통위는 방송, 문체부는 뉴스 이런 것처럼 전문성을 갖고 있는 영역에서 주도를 하는 방식, 성평등가족부에서 성인지적 미디어 교육에 대한 교육을 제공해주는 방식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교육의 효과가 있을 거고 그로 인한 이차적인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부처C)
“솔직히 양평원에는 좋은 관점과 좋은 교육자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되는데, 교육부 영역이어서 여가부 산하기관인 양평원에서는 개발할 수 없다 뭐 이런 이야기도 있다는 거죠. 어쨌든 부처가 쪼개져 있다는 문제 때문에 선생님들의 요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잘 협력이 안된다는 거죠. 양평원에 좋은 교강사들이 있고 개발하시는 팀원 분들도 되게 좋은 관점을 갖고 계시는데 막상 예산 등의 한계로 교육자료는 많이 만들어지지 않아 서로 연결이 잘 안되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교강사C)
학교교육에서 교육과정에 명시적으로 재현 분석이나 AI편향 같은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내용을 ‘필수화’하고 정규 시수도 확보해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교과서에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교사들에게 ‘이 단원에서는 이 내용을 꼭 가르쳐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등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입시체계 속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외면될 수 있는 한계도 지적되었다. 정작 디지털 위험에 대응해야 하는 연령대가 중학교 이후일 수 있어 이런 시스템의 한계를 잘 보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일단은 학교에서 교사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예를 들어 AI 편향이나 재현 분석과 관련한 것들이 교육과정에 ‘필수화’되고 국어교과든 도덕교과든 교육과정의 성취 기준에 들어가는 것이 하나의 대안일 것 같아요. 그래서 쇼핑몰 분석하고 AI 이미지 편향 분석하고 이런 것들이 교과서에 반영되지 않았더라도 ‘이 단원에서는 이 내용은 배워야 해요’라는 요소에 이게 들어가면 생각보다 영향이 클 거고요. 교사입장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반영된 과목에 정규 시수를 확보해줬으면 좋겠고, 성인지 기반의 디지털 시민성 진단 도구나 어떤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 같은 게 있어서 같이 해볼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는지 그런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교강사C)
“정말 교육부가 뿌리를 내려야 해요. 지금 어린 학생들에게 굉장히 중요하니까. 앞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제대로 안 됐을 때 어떻게 될까를 미리 알고 진단하고 할 수 있는 눈을 가진 분이 계시면 학교 교육이 달라지는데 22년 개정교육과정에 내용요소가 들어갔다고 하지만, 사실은 별로 체감되지 않기는 해요. 그래서 그 개정교육과정 안에 ‘성인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반드시 들어가야 된다’라는 이런 게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있느냐 없느냐 그 단어 한마디에 굉장히 달라지거든요.” (공공기관A)
“초등 때 되게 잘하고 중등 가면서 바로 무너진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씩씩하게 미디어 라이프를 잘 즐기던 사람들이 중학교 2학년쯤 가면은 갑자기 딥페이크를 만들 수 있는 그런 환경인 거죠. 이게 사실 제일 중요한 문제이고 여기에는 미디어 교육이고 뭐고가 상관없는 우리나라 입시체계가 있는 거죠. (중략) 공교육 교과서가 하나 나오는 게 가장 바람직하고 중고등학교에는 특히나 별도 교과목이 아닌 교과목 안에 통합이 되어야 하고 그게 입시와 관련이 좀 되어야 하고 이런 고민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연구자B)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차시 안에 반드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차시가 포함되면 좋을 것 같아요. (중략) 수업 시간에는 아이들이 그걸 이해하고 활동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미있어 하지만 사실은 그때뿐이라고 느낄 때도 있어요. 상반기 하반기 이런 식으로 꾸준하게 가줘야 되는 거죠. 또 전 대상이 함께 교육이 이루어져야 돼요. 왜냐면 아이들만 성인지적 관점을 배웠어요. 하지만 가정에서 사회에서 어른들이 그게 되지 않으면 아이들은 쉽게 또 무너지거든요.” (교강사B)
지금 당장 시도해볼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전문가도 많았다. 현재 각 기관 간의 정기적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별도의 회의체도 없다고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 같은 시기에도 각 기관 간 협의 없이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연 2~3회라도 미디어교육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정도의 논의체계가 필요하지 않겠냐는 의견이다. 이런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성평등가족부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도 협력체계에 참여해 필요한 지원을 나눌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적어도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부처 간에 1년에 한두 번이라도 만나서 목표를 정하고 계획과 평가를 하는 협의체가 필요해 보입니다. 예를 들면 성평등가족부는 범부처를 아우르는 총괄조정업무를 담당하잖아요. 그래서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해야 할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를 점검하는 회의 같은 것도 있구요. 미디어교육도 기본법이 있으면 그런 모델을 가져갈 수 있겠지만 아직은 입법이 되지 않았으니 그게 불가한 거죠. 일단 법이 없어도 그런 협의체를 연 2~3회 정도 열고 성평등가족부나 양평원 같은 조직들이 성인지적 관점의 미디어 리터러시 내용을 제공하고 협업하고 점검하는 구조를 만든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물론 입법이 되면 더 좋구요.” (연구자A)
“모든 영역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할 수도 있는데 사실 융합되거나 어떤 한 요소를 가져오는 부분도 좀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이제 언론이나 저널리즘, 산업적인 측면 그리고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윤리적인 측면 등등 여러 가지 내용이 들어가니까 도덕, 교육, 국어처럼 하나의 교과로 봤을 때는 모든 영역들이 통합된 교과라는 거지요. 그래서 하나의 어떤 정책을 수립할 때는 과기부, 문체부, 방통위뿐 아니라 여가부(현 성평등가족부)도 들어가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성평등, 성인지 이런 내용요소가 들어갈 수 있도록 강력하게 의견제시를 하고, 그렇게 해서 하나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체계적인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고 그게 또 센터든 어떤 실행기관을 통해서 운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공기관B)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주간이 사실 전 세계적인 주간이잖아요. 예를 들어서 캐나다의 경우 이렇게 쫙 떠요. 곳곳에 다른 행사가 뜨는 거죠. 근데 우리 같은 경우는 이게 약간 그러니까 각자 움직이는. 한 기관 한 부처 안에서도 따로따로 기관별로 움직이구요. 서로가 뭐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거예요. 이런 걸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교강사A)
국가적으로는 중앙부처의 협의와 활성화가 중요하겠지만 내용을 지원해줄 수 있는 인프라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지역 단위 미디어센터와 대학, 여성단체, 학교가 연계되는 것이 가지는 긍정적 시너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역별 미디어센터를 중심으로 여성단체나 여성주의 그룹이 네트워킹되고 함께 역량을 쌓아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역 네트워크의 형성은 학교교육에도 자원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역의 여성주의단체하고 같이 기획해서 그 지역의 성평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나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민들과 함께 운영하는 거죠. 그 지역 안에 여성주의 미디어 리터러시 또는 성평등 미디어 리터러시 활성화를 위한 사람들의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전북 지역에서 학교 청소년 미디어 교육을 어떻게 할 건지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시군에 있는 미디어센터들 하고 연계해서 별도의 사업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전북대학교가 하고 있는데 그 당시에는 전북민언련 그러니까 지역에 있는 언론미디어단체하고 완주, 익산, 전주에 있는 미디어센터하고 그 지역에 있는 학교 교사, 연구자 이렇게 해서 사업 단위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범운영을 하고 또 확산하고.” (유관단체)
“지역 단위의 미디어센터랑 학교가 좀 연결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함께 필요한 교육 내용을 개발할 수도 있고 제작교육 같은 것을 지원받을 수도 있구요. 이런 지역 단위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교강사C)
교육현장에서 관련 소스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이나 공공기관이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교사가 별도의 노력으로 AI 가상 기사 만들어 수업해야 하는 환경에서 다수의 교사가 참여하는 제대로 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성인지적 관점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영국 총리와 넷플릭스 협력 사례를 언급하면서 꼭 필요한 교육 영상물은 무료로 공유되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하였다.
“영국에서 있었던 사례인데요. 영국 총리가 넷플릭스에 이런 요청을 했었다고 해요. 요즘 아이들의 젠더문제를 다룬 넷플릭스의 ‘소년의 시간’은 영국의 학부모, 교사, 아이들 모두 보아야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어 넷플릭스에 가입할 수 없는 아이들과 학부모까지 무료로 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줄 수 없겠냐고요. 넷플릭스가 오케이를 해서 중학생 정도가 무료로 볼 수 있는 영국 영화교육 플랫폼에 ‘소년의 시간’을 제공해주었다고 해요. 이런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생각해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는 거죠. 좋은 영화가 가지는 힘 그런 게 있잖아요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를 하려면 이런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관단체)
“미디어 교육을 하려면 다양한 소스가 필요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우리가 어떤 영상 자료 같은 걸 가지고 수업을 활용하려고 하면 그게 어려운 거죠. 적어도 언론사 자료, 최소한 공영방송 KBS나 EBS 자료라도 선생님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무료 개방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맨날 AI로 가상 기사 만들고 이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선생님들이 요새 느끼는 거는 교과서도 마찬가지인데 자료를 어떻게 쓸 것인가 그런 거예요. 좋은 다큐멘터리라든가 이런 거를 영국 BBC나 캐나다처럼 선제적으로 만들어서 배포해주는 거죠. 아이들에게 ‘저작권 지켜라’ 하기 전에 필요한 저작권은 나라가 사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교강사A)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서 좀더 다양한 커리큘럼과 사례를 볼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영역이 워낙 방대하고 디지털 리터러시 경험도 아직 초보적일 뿐 아니라 젠더 재현이나 AI 젠더편향 등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사례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좀더 다양한 커리큘럼과 사례를 볼 수 있는 국내외 축제나 박람회, 포럼 같은 공간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이는 다양하고도 창의적인 성인지적 커리큘럼의 교류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미디어 교육을 하고 어떤 커리큘럼으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 수 있는 기회가 좀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예를 들어 교재 같은 것도 그렇구요. 윤리주간 운영처럼 미디어 교육 축제도 하고 ‘이런 교재를 이렇게 사용하는구나’ 등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늘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정부부처A)
Ⅴ. 연구결과 종합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필요성을 진단한 <연구문제 1> 관련해서는 모든 전문가가 ‘중요하다’는 의미를 확인해주었다. 이는 매우 큰 의의가 있다. 성인지적 관점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역량이라고 할 수 있는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내용 요소 중 하나이고 이를 굳이 따로 떼어서 언급하지 않아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어야 할 중요한 관점이라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 성별에 따른 위험이 커지고 있어 이에 대응한다는 측면에서도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하였다. 공공기관의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이러한 관점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교안에도 담기지 않아 실행의 어려움이 있고, 학교 현장에서도 이를 애써 외면하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를 구조적으로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다뤄져야 할 내용에 대한 <연구문제 2>는 첫째, 개별 영역으로는 ‘재현에 대한 비판적 이해’가 다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여전히 성별 고정관념을 정당화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재현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견해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는 ‘재현’ 그 이상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강조되었다. 둘째, 디지털 환경에서는 각 영역이 연결되어 있고 이를 구조적으로 강화하는 성차별적이고도 상업적인 알고리즘의 문제를 중요하게 고려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예를 들어 재현의 문제를 다룰 때도 조회수 등 이를 부추기는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관계와 참여’를 다룰 때도 양극화를 유도하는 알고리즘의 속성을 연결해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적 속성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성인지적 ‘디지털 리터러시’의 핵심 내용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았다. 셋째,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AI관련 ‘접근과 이용’, 언론의 ‘젠더 갈등’ 담론에 대응한 ‘관계와 참여’를 강조한 전문가도 있었다. AI관련 ‘접근과 이용’은 성별 불균형이 미래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면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주요 영역으로 수렴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부처 종사자들은 언론의 ‘젠더 갈등’ 담론에 대응한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성인지적 관점으로 ‘관계와 참여’를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넷째, 제작의 중요성을 강조한 전문가가 적었다. 성인지적 관점의 제작(혹은 표현)은 바람직한 재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외의 측면이 있다. 이는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를 문제나 위험에만 대응하는 관점으로 축소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질문하게 한다. 또 현재 부처나 기관, 학교의 제작교육이 기능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어 비판적 차원에서 ‘제작영역’을 바라보지 않는 관행 때문이라고 해석되기도 하였다. 마지막으로 ‘모든 영역이 중요하다’고 응답한 전문가가 많았다. 이는 성인지적 관점이 어떤 교육에도 통합될 수 있는 도구 혹은 관점으로서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안이나 영역을 넘어 모든 리터러시 교육영역에서 성인지적 관점이 적용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모색한 <연구문제 3>은 첫째, 미디어교육 관련 입법 필요성을 언급한 전문가가 가장 많았다. 이는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를 위한 별도의 입법이나 정책대안을 마련하기보다 미디어교육 부처와 기관의 역할을 통합적으로 정리하고 국가적 목표와 전략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내용을 반영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견해이다. 컨트럴타워 지정, 협의체 구성, 미디어교육연구기관 설립, 정치권력에 영향받지 않는 일관성 있는 집행 등을 염두에 두고 미디어교육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았다. 둘째, 성평등가족부의 특정성별영향평가제도나 양성평등위원회를 활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성평등가족부가 ‘성평등이나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의 사업’에 대해 성별영향평가를 실시하고 개선방안을 권고하는 제도를 통해 미디어교육 전반의 성인지적 관점 제고 필요성을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 부처가 참여하는 양성평등위원회에서 이를 안건으로 다뤄 관련 부처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인식 개선과 정책 마련을 권고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른 부처나 기관의 입장에서는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내용 생산을 위해 성평등가족부의 전문성이 적극적으로 연계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셋째, 교육부의 교과과정에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내용을 구체적으로 반영하고 입시제도에서 외면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과과정에 명시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교사들의 참여를 촉진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건이라고 하였다. 교육의 성과가 평가되고 측정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특히 입시교육으로 인해 아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효과가 사라지지 않도록 입시와 연계된 대안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넷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기관과 부처의 협의체가 필요하다. 법 제정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연 2~3회의 협의체를 운영하는 것이 요구되며 이를 통해 입장 차이, 인식 차이 등을 조율하고 공동의 목표를 수립해 집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성평등가족부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다섯째, 지역 단위에서 미디어센터, 대학, 여성단체, 학교가 연계된 거버넌스 활동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이는 학교교육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부여할 수 있고 미디어센터의 활동에도 활력을 부여할 수 있다.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만큼 미디어교육에 대한 입법이 이루어지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여섯째, 교육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소스(다큐멘터리, 뉴스 등)를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며, 다채로운 커리큘럼에 접근할 수 있는 장도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Ⅵ. 결 론
6-1 연구 결과 논의
본 연구는 전문가 심층인터뷰를 통해 디지털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분석 결과, 인터뷰에 참여한 모든 전문가로부터 성인지적 관점의 필요성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를 확인하였으며, 이는 미디어 리터러시가 국가적 아젠다로 정립되어 가는 현시점에서 성인지적 관점이 핵심적으로 반영되어야 할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교육내용과 관련해서는 젠더 재현과 알고리즘, 그 외 미디어 리터러시 모든 영역에 대한 성인지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도출된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영역은 ‘생산-유통-추천-소비’로 이어지는 디지털 생태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생산 및 유통’과 관련해서는 콘텐츠 제작 단계에서의 성별 고정관념 탈피와 플랫폼 내 혐오 표현 필터링 시스템 등 구조적 차원의 리터러시가 요구된다. ‘추천 및 소비’와 관련해서는 알고리즘이 성별 고정관념과 갈등을 강화하는 방식(필터 버블)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함께, 디지털 성범죄 뿐 아니라 전반적인 젠더기반폭력에 대한 이용자의 인지적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제도적 안착을 위한 단계별 정책 로드맵은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단기적 과제로서 현행 성평등가족부의 성별영향평가제도 및 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적극 활용하여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의 미디어 교육 사업에 성인지적 관점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또 교육부의 2022개정교육과정 내 디지털 소양 관련 교육에서 성인지적 관점의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교사 연수 체계를 구축하는 등의 기초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단기적인 실현 가능성을 넘어, 관련 부처와 산하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범부처 협의체 구성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정책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둘째, 장기적 과제로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디어 교육 관련 법안들이 본격적인 입법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공론화를 추진해야 한다.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해 미디어 교육을 국가적 아젠다로 명문화하고, 그 핵심 원칙으로서 성인지적 관점의 중요성을 명시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책 컨트롤타워를 수립하고, 부처와 유관기관 간의 협의체를 공식 제도화하며, 전문적인 연구 및 교육을 전담할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체계적인 로드맵 이행이 필요하다.
6-2 연구의 의의와 한계
본 연구는 그간 미디어 교육 및 성평등 정책 담론에서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과 교육내용, 정책과제를 통합적으로 고찰한 시론적 연구라는 점에서 학술적 의의가 있다.
본 연구가 제안하는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는 기존의 정책과 교육이 지향해 온 ‘기술적 활용 역량’ ‘‘보편적’이라고 간주되어 온 비판적 사고’의 프레임을 넘어, 미디어 생태계 내에 내재된 권력관계와 젠더 불평등을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기존 담론과 차별화된다. 기존 정책이 이용자 개별 역량 강화에 집중하여 디지털 공간의 구조적 차별 문제를 간과해 온 한계를 지닌다면, 본 연구는 성인지적 관점을 리터러시의 핵심 원리로 재설정함으로써 디지털콘텐츠의 ‘생산-유통-추천-소비’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젠더 기반 배제와 왜곡, 차별을 분석하고 해체할 수 있는 이론적 확장을 시도하였다. 이는 미디어 교육의 범위를 중립적인 정보 해독 차원에서 ‘사회 정의와 평등을 향한 실천적 리터러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향후 국가 전략 수립 시 성인지적 관점이 부수적 요소가 아닌 필수적인 토대로 기능해야 함을 강력히 시사한다.
그러나 본 연구는 미디어 교육 및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인터뷰에 기초한 탐색적 성격의 연구로서, 전문가들이 소속된 그룹과 교육내용, 정책과제 등 각각의 층위에서 심층적인 모든 논의를 담아내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었다. 또한 국내외 선행 연구가 많지 않아 기존 연구와 연계한 다각적인 시사점 도출에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랐다. 이러한 한계점은 향후 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의 교육내용과 법·제도적 실행 방안을 다루는 후속 연구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점진적으로 보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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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08년:고려대학교 언론대학원 언론정보학 석사
2026년: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2005년~2016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정책위원
2017년~2022년: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 상임대표
2019년~2021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익보호특별위원회 위원장
2019년~2021년: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성범죄 근절 추진협의회 위원
2020년~2024년: 방송통신위원회 자체평가위원회 위원
2021년: 국무총리실 양성평등위원회 위원
※관심분야:성인지적 미디어 리터러시. 성평등정책, 미디어정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