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Digital Contents Society
[ Article ]
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6, No. 11, pp.3045-3053
ISSN: 1598-2009 (Print) 2287-738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0 Nov 2025
Received 01 Sep 2025 Revised 01 Oct 2025 Accepted 31 Oct 2025
DOI: https://doi.org/10.9728/dcs.2025.26.11.3045

이머시브 연극과 디지털 게임의 놀이 공간 변형에 대한 연구

반능기1 ; 권용2, *
1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겸임교수
2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A Study on Playable Space Transformation in Immersive Theatre and Digital Games
Neung-Gi Ban1 ; Yong Kwoun2, *
1Adjunct Professor, Department of Theatre and Film, Hanyang University, Seoul 04763, Korea
2Professor, Department of Theatre and Film, Hanyang University, Seoul 04763, Korea

Correspondence to: *Yong Kwoun Tel: +82-2-2220-2737 E-mail: A00492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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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의 목적은 이머시브 연극과 디지털 게임의 공간을 ‘놀이 공간(playable spaces)’으로 각각 변형시킬 수 있는 메커니즘을 비교‧분석하는데 있다. 이를 위한 분석의 틀로 행동가능성(Affordance), 공간 서사(Narrative Architecture),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등 세 가지 개념을 활용하여 이머시브 연극 중 <슬립 노 모어>, <더 드라운드 맨>과 디지털 게임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곤 홈> 등의 사례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행동가능성은 감각적 신호와 공간 구조를 통해 참여자의 자발적 탐험을 유도하고, 공간 서사는 환경에 내재된 이야기 조각들의 재구성을 통해 개인화된 서사 경험을 창출하며, 헤테로토피아적 공간은 일상과 다른 규칙이 작동하는 대안적 경험의 장을 제공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연극과 게임 공간을 놀이 공간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전략적 차원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나아가 웨어러블과 생성형 AI 기술의 도입이 가져올 놀이 공간의 발전 가능성을 탐색하며 매체 융합적 창작을 위한 또 다른 실천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Abstract

The aim in this study was to comparatively analyse the mechanisms through which immersive theatre and digital games transform their spaces into playable spaces. In this study, the analytical framework consisted of affordance, narrative architecture, and heterotopia for examining cases including the immersive theatre productions Sleep No More and The Drowned Man as well as the digital games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and Gone Home. Affordance induces voluntary exploration through sensory signals and spatial structures; narrative architecture creates personalized narrative experiences through the reconstruction of story fragments embedded in the environment; heterotopic spaces provide alternative experiential fields where the rules are different from those in daily life. This study provides strategic methodologies for transforming theatrical and game spaces into playable spaces. Moreover, the exploration of opportunities for playable spaces through introducing wearable technology and generative AI established practical guidelines, demonstrating their value for media-convergent creation.

Keywords:

Immersive Theatre, Digital Game, Affordance, Narrative Architecture, Heterotopia

키워드:

이머시브 연극, 디지털 게임, 어포던스, 공간 서사, 헤테로토피아

Ⅰ. 서 론

21세기 연극은 디지털 게임의 문법을 도입하여 관객의 참여와 수행을 강화하는 “놀이 가능한 공연(playable shows)”을 실험하고 있다[1],[2]. 이러한 시도의 선봉에는 관객을 공연 공간 속으로 초대하여 자유로운 탐험을 허용하는 이머시브 연극(immersive theatre)이 있다. 이머시브 연극의 선도적 그룹인 펀치드렁크(Punchdrunk)의 바렛(F. Barrett)은 디지털 게임의 문법을 공연에 도입하여 놀이 가능한 공연을 만드는 것이 이머시브 연극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1].

비긴(R. Biggin), 티엘(S. B. T. Thiel), 클리치(R. Klich), 마촌(J. Machon) 등의 연극 연구자들은 연극과 게임 플레이의 유사성을 지적하며 관객이 어떻게 공연의 놀이공간과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창조적 서사를 체험하는지에 주목하였다[3]-[6]. 하지만 위 연구들은 주로 관객의 이동성과 비선형적 서사 경험에 초점이 맞춰있으며, 이를 작동시키는 공간 설계의 원리를 통합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한계는 이머시브 연극이 직면하는 중요한 과제와 직결된다. 관객에게 주어진 자유로운 탐험의 권리는 때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불안”을 야기하며, “이러한 불안함은 연극을 죽인다”[7]. 놀이가 규칙을 통해 자유를 창출하듯,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규칙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때 비로소 진정한 놀이 공간이 형성될 수 있다[8].

디지털 게임은 위와 같은 자유와 불안의 난제를 게임 공간의 디자인을 통해 해결한다. 게임 공간은 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의미 있는 놀이”가 일어나는 능동적 체험을 불러일으키는 장이 되며[9], 사실적 재현을 넘어 놀이를 위해 최적화된 “알레고리적 공간”으로 설계된다[10]. 정교하게 설계된 게임 공간의 구조와 규칙은 제약과 유도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자유로우면서도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제공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는 디지털 게임과 이머시브 연극이 공간을 어떻게 ‘놀이 가능한 공간(playable spaces)’으로 변형하는지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본 연구가 제안하는 ‘놀이 가능한 공간’이란 참여자의 능동적 행위를 유발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의미와 서사를 창출하는 상호작용의 장을 의미한다. 하위징아(J. Huizinga)가 제안한 ‘마법의 원(magic circle)’ 개념은 이를 위한 이론적 토대가 된다. 마법의 원은 일상과 구별되는 특별한 시공간적 경계 안에서, 특별한 규칙이 작동하며, 참여자의 자발적 행동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영역을 의미한다[8].

본 연구의 목적은 연극과 디지털 게임이 공간을 ‘놀이 가능한 공간’으로 변형하는 방식을 비교ㆍ분석하고, 두 매체가 공유하는 놀이 공간 메커니즘의 특성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는 아래의 세 가지 핵심 개념을 분석의 틀로 활용하였다. 첫째, 깁슨(J. J. Gibson)의 ‘행동가능성(Affordance)’ 개념을 통해 공간의 행동 유도 및 행위 유발의 효과를 분석한다. 둘째, 젠킨스(H. Jenkins)의 ‘공간 서사(Narrative Architecture)’ 개념으로 공간에 내재된 이야기 조각을 통한 스토리텔링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셋째, 푸코(M. Foucault)의 ‘헤테로토피아(Heterotopia)’ 개념을 토대로 놀이 공간의 규칙의 재구성과 현실-가상의 중첩을 고찰한다.

본 연구의 의의는 관객 참여형 예술인 이머시브 연극과 상호작용형 디지털 게임의 공간 운영 메커니즘을 통합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위한 공간 설계 전략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특히 해외에서는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나 국내 연구는 미진한 상황인 것을 고려했을 때, 본 연구는 두 매체의 융합 공연 창작을 위한 실천적 지침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Ⅱ. 이론적 배경

2-1 행동가능성

깁슨은 동물-환경 간의 상호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행동가능성(affordance)’이라는 용어를 제안하였다[11]. 그는 유기체를 둘러싼 환경에 행동가능성이 내재하며 유기체는 각자의 상황, 관심, 욕구에 따라 지각을 통해 이를 파악한다고 주장하였다[11]. 예를 들어 평평하고 단단한 표면은 ‘걷기’의 행동가능성을 내재하며, 우체통은 “우편 시스템을 가진 공동체”에서 “편지쓰기를 할 인간”에게 “우편물을 보낼 수 있는 행동가능성”을 제공한다[11].

노먼(D. Norman)은 위 개념을 인간-디자인 환경 간의 유기적 상호작용을 유발하는 ‘인간 중심적 디자인(human-centered design)’으로 발전시켰다[12]. 특히 그가 제안한 ‘기표전달자(signifier)’의 개념은 사용자의 올바른 행동을 유도하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한다[12]. 기표전달자는 사용자에게 어떤 상호작용이 가능하며 어디서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전달하고, 필요시 ‘강제기능(forcing functions)’을 통해 사용자의 잘못된 사용을 방지하고 올바른 조작을 유도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행동가능성의 개념은 디지털 게임의 인터페이스와 공간 디자인에서 참여자의 행동을 유도하는데 적극 활용된다. 아슬람과 브라운(H. Aslam & J. A. Brown)은 게임 공간의 시각적 요소와 플레이어 간 소통 메커니즘 연구를 통해 조명, 색상, 애니메이션이 각각 ‘상호작용 가능’, ‘상태 변화’, ‘주목 필요’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한다고 분석했다[13].

이머시브 연극에서도 행동가능성은 관객의 자발적 행동을 유도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워렌(J. Warren)은 공연 공간의 건축 구조, 빛, 소리, 시선 등이 관객 행동을 암시적으로 유도하는 방법론을 경험적으로 분석하였으며, 이러한 방법을 통해 관객에게 규칙을 명시적으로 드러내기보다는 암시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더욱 우아한 공연”을 만드는 길이라 주장했다[14]. 마찬가지로, 마촌은 이머시브 연극의 감각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관객 행동을 이끈다고 보았다[6]. 그에 따르면, 조명의 변화(시각)는 다음 장면의 위치를 암시하고, 음악의 템포(청각)는 관객의 이동 속도를 조절하며, 향기(후각)는 특정 공간으로의 진입을 유도한다. 마촌은 이를 “감각적 융합의 미학(Syn-aesthetics)”으로 정의하며 관객의 의식적 판단 이전에 신체적 반응을 유발하는 인지적 과정으로 설명하였다[6].

2-2 공간 서사

젠킨스의 ‘공간 서사’ 개념은 디지털 게임의 서사가 시간적 순서가 아닌 공간적 탐험을 통해 전개됨을 강조한다[15]. 전통적 서사가 선형적 시간 축을 따라 진행된다면, 공간 서사는 “플롯의 발전보다 공간 탐험을 우선시하는 대안적 미학 원칙”을 제시한다[15]. 이는 공간 자체가 서사 생성의 메커니즘이 되는 것을 의미하며, 디지털 게임은 공간에 내재된(embedded) 이야기 조각을 통해 이를 실천한다. 책상 위의 편지, 벽의 낙서, 녹음기의 메시지 등의 오브젝트는 잠재적으로 서사를 내재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탐험을 통해 공간에 흩어진 이야기 조각을 수집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하여 공간에 내재된 서사를 능동적으로 조합한다.

비긴은 이머시브 연극이 위와 같은 게임의 환경적 스토리텔링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고 지적했다[3]. 예를 들어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 2011)에서는 각 방에 배치된 오브제가 게임의 이야기 아이템(lore)처럼 기능하며[3], 각 방은 마치 하나의 이야기 챕터처럼 존재한다[6]. 클리치는 이머시브 연극이 미스터리적 분위기를 활용하여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험의 욕구를 자극하고, 이것이 탐험과 서사를 추진하는 핵심 동력이자 인지적 몰입을 극대화하는 요소라고 강조했다[5]. 이러한 몰입의 양상을 라이언(M. L. Ryan)은 서사(narrative) 몰입과 놀이(ludic) 몰입으로 구분했다[16]. 서사 몰입이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 세계를 재구성하는 것에서 유발된다면, 놀이 몰입은 신체적인 참여 행동을 통해 유발된다는 것이다. 공간에 숨겨진 단서는 관객의 “알고자 하는 욕망”을 촉발하고, 단서를 추적하고 미스터리를 해결하려는 관객의 신체적, 인지적 탐험을 유발한다[3].

2-3 헤테로토피아

푸코가 제안한 헤테로토피아는 유토피아와는 다르게 실재하면서도 일상과는 다른 규칙이 작동하는 대안적 공간이다[17]. 푸코는 헤테로토피아가 하나의 장소에 여러 이질적 규칙을 가진 공간을 병치하고, 시간을 축적하거나 정지시키며, 폐쇄와 개방이 동시에 작동하는 역설적 체계를 갖고,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환상적이거나 보상적으로 재배치하는 특징을 지닌다고 설명했다[17].

푸코는 헤테로토피아의 대표적 사례로 극장과 거울을 제시하였다[17]. 극장은 “직사각형 무대 위에 전체 일련의 서로 낯선 장소들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공간으로 단일한 실재 장소에 여러 개의 공간을 병치하며, 거울은 유토피아와 헤테로토피아의 혼합적 경험을 제공한다[17]. 거울을 볼 때 거울 속 대상은 실재하지 않는 유토피아적 공간에 있지만 거울 자체는 실재하듯, 거울은 유토피아를 통해 현실을 재구성하여 지각하게 만든다[17].

현대의 매체환경은 이러한 푸코의 거울 개념을 기술적으로 확장·구현한다. 증강현실게임(ARG)과 이머시브 연극에서 스마트폰 스크린과 태블릿은 21세기의 거울이 되어 물리적 현실과 가상현실을 실시간으로 병치하여 놀이 공간을 확장시키는 도구가 된다. 루소와 투브냉(F. Rousseaux & I. Thouvenin)은 이러한 현상을 ‘헤테로비르토피아(heterovirtopia)’로 명명하며, 가상공간이 현실-기억-기술의 교차를 통해 현실의 규칙을 해체하고 새로운 감각적 질서를 창출하는 실험적 장치로 작동한다고 주장했다[18].

레기스와 페라니(F. Régis & L. Perani)는 <포켓몬 고> (Pokémon Go, 2016) 같은 위치기반 게임의 공간을 “헤테로토피아적 하이브리드 공간”으로 규정한다[19]. 여기서 플레이어는 물리적 환경과 정보 공간을 오가며 현실의 질서를 정지시키고 새로운 규칙을 창출한다[19]. 우즈(Woods)는 디지털 게임이 도시 위에 놀이의 층을 덧입히며 이동·시선·만남의 공공적 규칙을 놀이 규칙으로 치환하여 도시를 “놀이의 규칙이 각인된 이중 공간”으로 전환한다고 주장했다[20].

이 같은 헤테로토피아의 하이브리드 공간은 이머시브 연극 연구에도 나타난다. 비긴은 이머시브 연극에 오프라인-온라인 플레이어를 결합한 사례를 분석하며 관객-플레이어의 선택과 행동이 온·오프라인 공연 공간의 규칙을 변형시킨다는 점에 주목했다[3]. 피어슨(M. Pearson)은 이러한 하이브리드 공간의 상호작용 구조를 ‘host(기존의 물리적 장소성)’와 ‘ghost(가상의 장소성)’의 중첩으로 설명하며 이것이 게임의 모드(mod)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주장했다[21]. 또한 티엘은 게임 공간 이론을 이머시브 연극에 적용하여 <슬립 노 모어>의 로비와 엘리베이터 공간이 디지털 게임의 ‘튜토리얼’의 기능을 수행한다고 분석했다[4].

위에서 살펴본 세 가지 이론적 개념과 선행 연구는 각 개념들이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놀이 가능한 공간’을 형성함을 드러낸다. 현대의 이머시브 연극과 디지털 게임은 이를 통합적으로 활용하여 단순한 관람이나 플레이를 넘어 현실과 가상, 규칙과 자유, 참여와 통제가 역동적으로 교차하는 복합적인 놀이 공간을 창출한다. 행동가능성은 참여자의 탐험을 이끌고, 공간 서사는 탐험을 통해 발견한 이야기 조각을 참여자가 능동적으로 재구성하게 하며, 헤테로토피아는 특별한 놀이 규칙이 작동하는 변형의 장을 제공한다.


Ⅲ. 놀이 공간의 변형 전략 분석

3-1 행동가능성의 적용

오픈월드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최대한의 공간 탐험의 자유를 주면서도 유의미한 탐험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난제를 안고 있다.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BotW; The Legend of Zelda: Breath of the Wild, 2017)는 이 문제를 ‘인력(引力)’ 시스템으로 해결한다[22].

BotW의 게임 디렉터 후지바야시(H. Fujibayashi)는 인력을 “그것이 플레이어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에 거기에 가고 싶게 만드는 힘”으로 정의한다[22]. BotW는 플레이어의 심리적 욕구와 공간적 배치의 접점을 통해 아래와 같은 인력의 행동가능성 전략을 도입한다.

첫째, ‘크기’의 인력은 구조물의 크기와 거리의 차등을 통해 플레이어를 유도한다. 예를 들어, 게임의 핵심 랜드마크인 ‘탑’은 거대한 크기로 멀리서도 시야에 들어와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그곳을 목표로 설정하도록 유도한다. 탑의 정상에 오르면 주변 지역에 대한 주요 정보가 담긴 지도가 활성화되며 주변 지역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는 플레이어가 다른 지역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다음 경로의 탐험을 유발하는 동기가 된다.

둘째, ‘목적’의 인력은 플레이어의 현재 상태와 목표에 따라 동적으로 변하며 행동가능성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게임 속 ‘사당’은 체력이 부족한 플레이어에게 체력을 증가시키는 ‘하트 조각’을 얻을 수 있는 인력으로 작용하며, 무기를 얻고 싶은 플레이어에게는 ‘적 기지’가 더 강한 인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동적인 인력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매 순간 필요에 따라 다른 경로를 선택하도록 이끈다.

셋째, ‘밝기’의 인력은 시간 변화에 따른 공간의 인력 위계를 재구성한다. 낮에는 크기에 의한 인력이 지배적이지만, 밤이 되면 주변 지형이 어둠에 잠기고 ‘탑’, ‘마구간’, ‘사당’ 등 발광하는 구조물들이 눈에 들어오며 새로운 인력의 위계를 만든다.

BotW는 플레이 캐릭터의 위치에 따른 시야의 차폐를 활용한 공간 디자인을 통해 탐험과 발견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지형 디자이너 요네츠(M. Yonetsu)는 모든 지형을 기본적으로 삼각형 구조로 설계했다고 밝힌다[22].

Fig. 1.

Structural revelation based on the ‘Field Triangle Rule’ in BotW[22]

이러한 지형 설계는 플레이어에게 시야를 가리는 정상 너머로 직진할 것인가 아니면 경사면을 따라 우회할 것인가 선택에 놓이게 한다. 직진 경로를 선택하면 정상에서 이전에 보이지 않던 거점이 드러나며 새로운 탐험을 유도하고, 우회 경로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점진적으로 시야가 열리며 연속성 있는 발견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정교하지만 강제적이지 않은 “느슨한 인력의 무한 루프”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자신이 주체적으로 탐험하며 새로운 지점을 발견하고 있다는 감각을 불러일으킨다[22].

펀치드렁크의 <슬립 노 모어>는 공간의 설계 전략을 통해 관객들에게 ‘길 찾기’ 또는 ‘길 잃기’의 행동가능성을 유도한다. 이 중 5층의 ‘자작나무 숲’은 행동가능성 설계의 정교함을 보여준다. 자작나무 숲은 시야의 차폐와 조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관객에게 탐험과 발견을 유도한다.

Fig. 2.

Sleep No More’s 5th-floor birch forest (left) and hut (right)[23]

자작나무 숲에 들어서는 순간, 관객은 방향 감각을 잃는다. 안개가 자욱하고,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으며, 공간은 미로처럼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의도된 방향감각의 상실은 작품의 제목이 암시하는 ‘불면의 밤’의 혼돈스러운 정신 상태를 공간적으로 구현하여 전달한다.

숲은 그림 3의 검은 실선으로 표시된 시야를 가리는 빽빽한 나무들의 경계와 검은 점선으로 표시된 시야가 뚫린 성긴 나무들의 경계로 구획되어 있다.

Fig. 3.

Affordances based on audience sightlines in Sleep No More’s birch forest

관객은 ‘입구 A’ 또는 ‘입구 B’를 통해 진입하게 된다. ‘입구 A’로 입장한 관객은 낮은 나무들 사이로 조명이 켜져 있는 ‘철문’을 어렴풋이 볼 수 있다. 이는 관객이 ‘철문’으로 이동하게 되는 행동가능성을 유발한다. 한편, ‘A’의 위치에서는 ‘헛간’을 향한 시야가 막혀 볼 수 없다. 따라서 관객은 ‘헛간’의 존재를 모른 채, ‘철문’에 유도되어 통로를 따라 ‘A1’의 위치로 이동하게 된다.

한편, ‘입구 B’로 진입한 관객에게는 ‘철문’이 보이지 않으며 반대로 ‘헛간’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주요 이벤트 장소인 ‘철문’과 ‘헛간’은 관객이 두 입구 중 어느 쪽으로 입장해도 한 번에 발견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다. 위와 같은 공간 구조는 관객에게 탐험을 통한 발견의 재미를 부여한다.

자작나무 숲의 행동가능성 설계 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어두운 조명, 시야의 차폐, 미로 구조 등을 통해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관객의 방향 감각 상실을 유도한다. ② 관객이 입구에서 즉각적으로 1차 목표 지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조명을 통해 행동가능성을 강화한다. ③ 1차 목표 지점은 바로 인식되지만 목표 지점을 향하는 경로는 물리적 장애물로 차단하여 우회 탐험을 유도한다. ④ 양쪽 입구에서 동일하게 5번의 방향 전환을 통해 2차 목표를 발견할 수 있게 설계하여 관객이 완전히 방향 감각을 잃기 전에 새로운 탐험 동기를 유발한다. ⑤ 각 입구에서 반대편 출구로 나가기 위한 최단 거리는 9번의 방향 전환을 통해 발견할 수 있도록 균등하게 설계하며 출구는 1, 2차 목표 지점으로의 이동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견된다. ⑥ 미로를 재방문하여 다시 통과할 경우 피로를 줄이기 위해 헛간을 랜드마크 삼아 외벽을 따라 쉽게 통과할 수 있게 설계한다. ⑦ 탐색을 마친 미로 공간은 탐험의 가치를 잃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배우들의 이벤트를 발생시켜 재방문의 동기를 부여한다.

<슬립 노 모어>의 미로는 불안을 조성하지만, 그것은 통제된 불안이다. 관객은 길을 잃되 완전히 잃지는 않는다. 조명, 랜드 마크, 배우의 이동, 다른 관객들의 움직임이 경로의 길잡이가 된다. 규칙은 명시되지 않지만 공간의 행동가능성을 통해 암묵적으로 전달된다.

3-2 공간 서사의 적용

현대의 디지털 게임과 이머시브 연극은 전통적인 선형 서사에서 벗어나 공간 자체를 서사의 매체로 활용하는 접근을 보여준다. 이러한 공간 서사 전략은 환경에 내재된 이야기 조각들을 통해 플레이어/관객 각자의 고유한 서사 체험을 구축할 수 있게 한다.

디지털 게임 <곤 홈>(Gone Home, 2013)은 ‘워킹 시뮬레이터’라는 새로운 장르를 정립하며 공간 서사의 가능성을 극대화한 작품이다[24]. <곤 홈>에는 적도, 퍼즐도, 시간제한도 없다. 위 게임은 기존 게임의 관습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며 공간 탐험을 통한 서사 발견에 집중하는 환경을 조성한다.

Fig. 4.

Narrative clues in Gone Home (left) and The Drowned Man (right)[24],[25]

<곤 홈>에서 플레이어는 게임 속 주인공의 시선으로 텅 빈 집을 탐험하며 이야기 조각을 습득한다. 집에는 현관문에 휘갈겨진 메모, 아버지의 거절당한 원고, 동생의 일기장 조각 등이 있으며 모든 오브젝트는 이야기의 조각을 담고 있다. 특히 동생의 일기는 무작위순으로 발견되어 플레이어는 탐험한 경로에 따라 다른 순서로 일기장의 서사를 마주하게 된다. 일기장에 담긴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어떠한 순서로 마주 하냐에 따라 플레이어는 각기 다른 정서적 체험을 된다.

<곤 홈>의 공간 스토리텔링은 ‘잘 짜여 있지’ 않으며 이야기에 공백을 남긴다. 그러나 바로 이 느슨함이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력이 된다. 명확하지 않은 정보와 암시적인 관계, 열린 결말 등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스스로 공백을 채우도록 유도하며, 이를 통해 플레이어 각자가 투영된 개인화된 서사가 재구성된다.

이머시브 연극 <더 드라운드 맨>(The Drowned Man, 2013) 또한 위와 같은 공간 서사 전략을 활용한다. 작품의 예술감독 바렛은 이러한 접근을 오픈월드 게임 <스카이림>(The Elder Scrolls V: Skyrim, 2011)에 비유하며 “캐릭터를 따라 미션을 수행하고, 풍경을 탐험하며, 또 다른 이야기의 순간을 발견하는 감각”을 체험하도록 의도적으로 공연을 설계했음을 언급한다[2].

작품은 런던 패딩턴의 오래된 우체국 물류 창고를 개조한 공간 전체를 서사 체험의 공간으로 활용한다. 거대한 4층 건물은 1960년대 헐리우드 영화 스튜디오로 변형되고 관객은 공간을 탐험하며 각 장소의 이야기 조각을 만나 영화 산업의 화려함과 이면의 어둠을 동시에 목격한다. 관객은 특정 배우를 따라다니거나 다른 장소로 경로를 바꾸기도 하고, 홀로 빈 세트장의 영화 대본을 마주하거나 분장실에 숨겨진 연애편지, 금고의 계약서, 편집실의 검열된 필름 등을 발견하며 공간에 숨겨진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체험한다.

위 두 작품은 둘 다 고정된 순서의 서사 전개가 아닌 참여자의 공간 탐험에 따른 이야기 조각의 획득 순서로 전달된다. 여기서 공간은 이야기를 담는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되며 관객/플레이어는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주체가 된다.

나아가 <곤 홈>과 <더 드라운드 맨>은 참여자의 개별적 서사 해석을 넘어 집단적 서사의 구축을 촉발시킨다. 참여자들은 각자의 해석과 경험을 온라인 포럼이나 SNS를 통해 교환하고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 조각을 공유한다. 이러한 개별적 서사의 합은 또 다른 메타 서사를 생성하며 이는 다시 새로운 참여자들의 체험에 영향을 미쳐 서사-메타서사의 순환 고리로 확장된다[5].

3-3 헤테로토피아의 적용

이머시브 연극과 디지털 게임의 놀이 공간은 규칙의 재정의와 시공간의 중첩을 통해 헤테로토피아의 특성인 ‘특별한 규칙의 작동’과 ‘이질적 공간의 병치’를 활용한다.

디지털 게임은 현실 공간의 물리법칙을 선택적으로 변형하여 놀이의 규칙을 생성한다. BotW의 테크니컬 디렉터 도타는(T. Dohta)는 이를 “플레이어가 게임 속 설정된 규칙들을 믿게 만드는 영리한 거짓말”이라고 표현한다[22]. 예를 들어, <테트리스>(Tetris, 1984)는 수직으로 하강하는 블록들을 조합해 구조를 만들지만 현실 세계의 물리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현실 세계의 물리법칙이 적용된 <낫 테트리스>(Not Tetris, 2011)의 경우, 블록들은 실제 중력의 영향을 받아 균형을 잃고 불규칙하게 쓰러진다.

Fig. 5.

Tetris (left) and Not Tetris (right) [26],[27]

이머시브 연극에서 또한 현실 세계 규칙의 변형한다. <슬립 노 모어>에서 가면은 헤테로토피아의 ‘개방과 폐쇄의 체계’를 구현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관객이 가면을 쓰는 순간 현실 세계의 사회적 규범은 정지되고, 타인을 관음하고 쫓는 행위가 허용되는 새로운 놀이 공간이 열린다.

블라스트 씨오리(Blast Theory)의 <아이 라이크 프랭크>(I Like Frank, 2004)는 휴대전화와 GPS를 활용하여 도시 전체를 온라인 공간과 중첩하여 헤테로토피아를 창출한다[28]. 온라인 플레이어의 컴퓨터 화면에는 오프라인 플레이어가 탐험하는 도시가 3D 게임 공간으로 나타난다. 온라인 플레이어가 3D 게임 공간에 숨겨진 아이템을 발견하면 오프라인 플레이어의 휴대폰의 지도에 아이템의 위치가 표시된다.

Fig. 6.

I Like Frank [28]

<아이 라이크 프랭크>의 작품 속 공간인 실제 도시의 거리는 시민들에게는 평범한 공간이지만 플레이어들에게는 추적의 공간으로 변형된다. 평범한 벤치, 전화부스 등은 비밀 정보를 담은 특별한 장소가 된다. 같은 공간이지만 인식의 전환을 통해 다른 공간이 되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플레이어의 가상공간과 현실공간의 시간차는 ‘시간의 헤테로토피아(헤테로크로니아)’를 구현한다. 온라인 플레이어는 가상공간 속 도시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지만, 현실공간의 오프라인 플레이어는 더 긴 시간을 이동해야한다. 작품은 온-오프라인 플레이어에게 다른 시공간의 층위를 제공하며 과거의 자취, 현재의 추적이라는 다른 시공간을 병치한다. 증강현실게임인 <포켓몬 고>가 물리적 도시와 가상 세계를 투명하게 일치시키는 것과 다르게 공간의 불투명성, 정보의 비대칭, 시간의 불일치를 통해 작품은 탐험의 긴장과 동력을 창출한다.

리미니 프로토콜의 작품은 헤테로토피아의 양립 불가능한 공간들의 병치를 드러낸다. <시츄에이션 룸스>(Situation Rooms, 2013)에서는 20명의 관객이 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지만 각자의 태블릿을 통해 각각 수술실, 무기 거래 현장, 난민 캠프 등 완전히 다른 공간의 이벤트를 경험한다[29]. <카르고 소피아>(Cargo Sofia, 2006)에서 관객은 트럭의 화물칸을 개조한 이동식 극장에 올라타 여정을 함께한다[30]. 관객은 실제로는 베를린의 도로를 달리고 있지만, 창문을 개조한 스크린에 동유럽 배경의 영상이 투사되어 동유럽 횡단의 여정을 체험하게 된다. <카르고 소피아>의 놀이 공간은 푸코가 이상적 헤테로토피아로 제시한 ‘배(船)’의 은유를 연상케한다. 배는 “장소 없는 장소이자 떠다니는 공간의 조각”으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하는 “상상력이 보고”다[17]. 이러한 일상도 아니고 완전한 환상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경계적(liminal) 공간은 분리와 통합을 오가며 삶에 환상을 부여하고, 환상을 삶으로 실현시킨다.

Fig. 7.

Situation Rooms (left) and Cargo Sofia (right) [29],[30]


Ⅳ. 놀이 공간의 변형 설계 메커니즘

4-1 통합 설계 메커니즘

지금까지 살펴본 행동가능성, 공간 서사, 헤테로토피아의 통합적 분석을 통해 도출한 ‘놀이 가능한 공간’의 설계 메커니즘은 표 1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Design mechanism for playable spaces

행동가능성은 공간의 물리적 구조와 감각적 신호를 통해 참여자의 자발적 움직임을 유도하는 기제가 된다. BotW의 ‘인력’은 크기, 목적, 밝기의 행동가능성을 활용해 플레이어의 능동적 탐험을 이끈다. 이머시브 연극의 미로 설계는 시야의 전략적 차폐와 노출, 조명을 통한 방향 제시, 랜드마크의 배치를 통한 이정표 제시 등으로 탐험과 발견의 재미를 이끌어낸다. 위 사례들은 명시적 지시를 최소화하면서도 암시적인 안내를 통해 제약 속의 자유를 실현한다. 참여자는 주체적으로 선택과 행동을 결정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정교하게 설계된 행동가능성의 체계 안에서 움직이게 된다.

공간 서사는 행동가능성을 통해 유도된 탐험 행동을 이야기의 재구성으로 변환시킨다. <곤 홈>과 <더 드라운드 맨>은 환경적 스토리텔링을 통해 공간 곳곳에 흩어진 이야기 단서를 만나게 하며 플레이어가 발견하는 순서에 따라 각기 다른 서사의 체험과 재구성의 기회를 제공한다. 양 매체 모두 의도적으로 서사에 공백을 남겨 참여자의 상상력을 통한 해석을 촉발하고 이 과정은 개인화된 서사의 재구성으로 이어진다.

헤테로토피아는 이러한 행동과 서사가 펼쳐지는 특별한 공간적 조건을 제공한다. ‘놀이 가능한 공간’은 현실 공간의 규칙을 재구성하고 가상과 현실을 중첩시켜 시공간을 병치하여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인식하게 하는 인식론적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서는 일상의 물리적·사회적 규범과는 다른 대안적 규칙 체계가 작동하며, 참여자에게 현실에서 불가능한 행위와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경험은 현실의 삶에 침투하여 변화와 재통합을 이끌어낸다. 살렌과 짐머만(K. Salen & E. Zimmerman)이 제시한 ‘규칙-놀이-문화’의 삼중 구조처럼 규칙이 놀이를 생성하고, 놀이가 문화를 창출하는 과정이 공간적으로 구현되는 것이다[9].

나아가 이러한 참여자들의 경험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면서 집단적 서사로 확장되고 메타 서사를 생성한다. 이 지점에서 ‘놀이 가능한 공간’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아닌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능동성과 창조성을 회복시키는 문화적 실천의 모델로서 의의를 갖는다.

4-2 발전 전망

현대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웨어러블 기술과 생성형 AI의 도입은 ‘놀이 가능한 공간’에 새로운 차원을 더하고 있다.

<야무브!>(Yamove!, 2010)는 손목에 스마트폰을 착용한 두 플레이어가 서로를 마주보며 움직이는 게임으로, 가속도 센서가 움직임의 동기화 정도를 측정한다[31]. <야무브!>의 플레이어들은 기존의 댄스 게임과 달리 게임 화면이 아닌 서로의 신체를 응시하며 리듬과 동작을 조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설계는 플레이어들이 서로의 움직임을 모방하고 예측하며 조율하는 친밀한 신체적 소통과 집중을 이끌어내는 행동가능성을 유발한다[31].

Fig. 8.

Wearable device in Yamove! (left) and Hotaru (right)[31],[32]

<호타루>(Hotaru, 2016)는 신체 접촉을 게임 진행의 필수 메커니즘으로 설계했다[32].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은 LED가 달린 특수 장비를 착용하고 ‘지구의 마지막 반딧불’이 되어 어둠과 맞선다. 지구를 정화하기 위한 에너지는 두 플레이어가 손을 맞잡을 때 충전된다. 웨어러블 기기에 표시된 게임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플레이어를 향하여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타인의 신체가 행동가능성의 진원지가 되어 사회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매개체가 된다.

<드로우 미 클로스>(Draw Me Close, 2017)는 이러한 웨어러블 기술의 가능성을 VR 연극에 적용한다[33]. 관객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가상 세계의 인물이 되어 배우가 연기하는 아바타를 VR 세계 속에서 마주한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 관객과 배우는 같은 물리적 공간에 함께 존재한다. 관객과 배우의 움직임은 실시간으로 렌더링 되어 VR 세계 속에 나타나고, VR 세계 속 인물이 서로 접촉할 때 현실 세계의 관객과 배우가 실제로 접촉한다.

Fig. 9.

Draw Me Close (left) and the audience-responsive stage of AI-integrated Playback Theatre (right)[33],[34]

이 같은 가상 세계와 물리적 접촉의 완벽한 동기화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투과하며 또 다른 놀이 공간의 헤테로토피아를 창출한다. 관객이 가상 세계의 어머니에게 안길 때, 현실 세계의 배우가 실제로 관객을 안아주는 장면은 현재의 가상기술로는 대체할 수 없는 살아있는 인간의 체온, 호흡, 정서를 통한 현존감을 제공한다.

대규모 언어 모델과 멀티 모달 등 생성형 AI의 발전은 놀이 공간의 공동창작을 더욱 진화시킬 수 있다. <임프로보틱스>(Improbotics, 2018)는 AI 챗봇이 실시간으로 생성한 대사를 인간 배우가 즉흥적으로 소화하는 공연이다[35]. AI의 기계적 논리와 인간의 정서적 해석이 충돌하는 순간은 이질적 공존을 넘어 예측 불가능한 창발적 경험을 발생시킨다. 생성형 AI를 결합한 한양대학교의 <플레이백 씨어터 : 인생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초대합니다>(2024)의 실험은 관객의 실제 삶의 드라마가 놀이 공간의 중심이 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34]. 관객이 무대에서 자신의 사연을 말하면 그림, 영상, 음악, 텍스트가 이를 실시간 재현하고 변형하여 놀이 공간을 채우고, 배우들은 이 인생 드라마의 공간 위에서 즉흥적으로 관객의 삶의 서사를 재현한다.

나아가 웨어러블 센서와 AI를 결합은 생체 신호를 매개로 놀이 공간을 더욱 역동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관객의 심박수, 피부 전도도 등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측정되고, AI를 통해 분석되어, 관객의 신체적ㆍ정서적 반응이 직접적으로 조명, 영상, 무대 장치 등의 기술과 연결된다면 놀이 공간은 더욱 개별화되고 역동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계와 인간이 결합하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예술의 과제는 새로운 감각과 관계를 실험하면서도 여전히 인간적인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것이라 전망할 수 있다. 이러한 질문은 놀이 가능한 공간의 미래를 위한 핵심 논제 중 하나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놀이 가능한 공연’을 실험하는 현대 연극의 흐름에서 이머시브 연극과 디지털 게임이 공유하는 놀이 공간의 변형 전략을 행동가능성, 공간 서사, 헤테로토피아라는 세 가지 이론의 통합적 렌즈로 분석하고자 했다.

연구 결과, ‘놀이 가능한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환경을 넘어 참여자의 행동을 유발하고 의미를 생성하는 역동적 시스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매체는 모두 ‘통제된 자유’라는 역설을 공유하며 참여자가 자율적으로 선택을 한다고 느끼면서도 실제로는 정교하게 설계된 틀 안에서 행동하게 한다. 허나 이러한 설계는 제약이 아닌 더 깊이 있는 몰입과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내는 기제로 작동한다.

본 연구의 이론적 기여는 연극학과 게임학의 학제간 연구가 미진한 국내 학술적 지형에서 서로를 연결할 수 있는 또 다른 통합적 분석 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게임을 결합한 공연을 실험하려는 창작자들에게 ‘놀이 가능한 공간’의 설계를 위한 실천전략을 제안하고자 했다. 행동가능성-공간 서사-헤테로토피아의 삼각 구조는 두 매체 간의 공통 언어를 제공하며 향후 두 매체 간 융합 예술 연구의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연구는 문헌 분석과 사례 연구에 집중하여 실제 참여자들의 경험을 심층적으로 조사하지 못한 한계를 지닌다. 향후 연구에서는 참여자 경험에 대한 실증적 조사와 더불어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놀이 공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다.

기술과 예술, 가상과 현실, 개인과 집단이 교차하는 21세기의 융합적 창작 환경에서 연극과 게임은 상호 학습하며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은 연극의 신체적 현존과 집단적 경험에서, 연극은 게임의 상호작용성과 플레이어의 주도적 참여에서 서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본 연구가 제시한 분석 틀과 설계 원칙이 참여적 연극 창작의 미래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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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반능기(Neung-Gi Ban)

2005년:한양대학교(학사_연극영화학)

2014년:University of Essex (Theatre Directing, M.F.A)

2024년:한양대학교(박사_연극학)

2019년~2021년: 서경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조교수

2021년~현 재: 한양대학교 공연예술연구소 부소장

※관심분야:연극(Theatre), 게임(Game), 응용연극(Applied Theatre), 뮤지컬(Musical),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Interactive Storytelling), 공연예술교육(Performance Education), AI 등

권용(Yong Kwoun)

1990년:한양대학교(학사_연극영화학)

1995년:State University of New York (Dramaturgy, M.A)

1999년:University of Missouri at Kansas City (Set Design, M.F.A)

2000년~2009년: 호남대학교 다매체영상학과 조교수

2009년~현 재: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2009년~현 재: 한양대학교 공연예술연구소 소장

※관심분야:연극(Theatre), 무대 디자인(Set Design), 드라마터지(Dramaturgy), 뮤지컬(Musical),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Interactive Storytelling), 공연예술교육(Performance Education), AI 등

Fig. 1.

Fig. 1.
Structural revelation based on the ‘Field Triangle Rule’ in BotW[22]

Fig. 2.

Fig. 2.
Sleep No More’s 5th-floor birch forest (left) and hut (right)[23]

Fig. 3.

Fig. 3.
Affordances based on audience sightlines in Sleep No More’s birch forest

Fig. 4.

Fig. 4.
Narrative clues in Gone Home (left) and The Drowned Man (right)[24],[25]

Fig. 5.

Fig. 5.
Tetris (left) and Not Tetris (right) [26],[27]

Fig. 6.

Fig. 6.
I Like Frank [28]

Fig. 7.

Fig. 7.
Situation Rooms (left) and Cargo Sofia (right) [29],[30]

Fig. 8.

Fig. 8.
Wearable device in Yamove! (left) and Hotaru (right)[31],[32]

Fig. 9.

Fig. 9.
Draw Me Close (left) and the audience-responsive stage of AI-integrated Playback Theatre (right)[33],[34]

Table 1.

Design mechanism for playable spaces

Participant Experience Implementation Strategies
Affordance (Exploration Induction)
• Voluntary movement
• Free choice
• Sense of autonomous decision-making
• Gradual rule learning
• Utilization of sensory signals
• Closed/open spatial arrangement
• Balancing freedom and constraint
• Implicit guidance design
Narrative Architecture (Meaning Construction)
• Collection of story fragments
• Personal interpretation and narrative reconstruction
• Narrative immersion through imagination and physical action
• Distributed placement of story fragments using various media
• Intentional narrative gaps
• Possibility of multiple interpretations
• Open-ended conclusions
Heterotopia (Experience Expansion)
• Deviation from everyday rules
• Experience of overlapping time-spaces
• Penetration experience of openness and closure
• Ludic transformation of existing rules
• Utilization of allegorical spaces
• Juxtaposition of multiple spaces
• Rewards for multiple pathways
Feedback Loop (Emergent Generation)
• Sharing and exchange of experiences
• Collective meaning generation
• Meta-narrative construction
• Building experience-sharing platforms
• Supporting community formation
• Respecting uniqueness of individual experi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