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Digital Contents Society
[ Article ]
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5, No. 1, pp.39-48
ISSN: 1598-2009 (Print) 2287-738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Jan 2024
Received 29 Nov 2023 Revised 21 Dec 2023 Accepted 05 Jan 2024
DOI: https://doi.org/10.9728/dcs.2024.25.1.39

VR 환경에서 재현된 개인적 공간 연출의 장소성이 사용자에게 주관적 시점으로 몰입되는 주체화 과정에 대한 연구

이화영1 ; 김상용2, *
1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로지학과 석사과정
2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로지학과 교수
Subjectivation Study for Immersing the User into the Perspective of Personal Space Represented in a VR Environment Display
Hwa-Young Lee1 ; Sang-Yong Kim2, *
1Master’s Course, Department of Art&Technology, Sogang University, Seoul 04107, Korea
2Professor, Department of Art&Technology, Sogang University, Seoul 04107, Korea

Correspondence to: *Sang-Yong Kim Tel: +82-2-705-8159 E-mail: nicos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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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논문은 사용자가 체험의 공간으로 마련된 VR 환경을 통해 작가가 제시한 낯선 장소에서 실감 체험을 통해 과연 인간 보편적인 정서, 즉 떠남-만남 그리고 가상공간에 녹아 있는 작가의 체험이 사용자를 통해 주체적으로 경험될 수 있는가에 관한 연구 질문으로부터 시작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일시적으로 머무르던 개인적인 공간 이자 장소를 영원의 장소로 보낸다. VR 환경은 작가가 살았던 장소들이며 이것이 표현되는 현실의 공간은 체험자로 하여금 가상의 비장소에서 장소로 거듭나게 된다. HMD를 통해 타인은 작가가 되어보는 전인적인 체험이 가능케 되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아의 현전감을 타인의 존재로 느끼게 하는 관점을 제공한다. 7년의 세월을 압축해놓은 이 비장소는 타자로 하여금 재탄생 되는 기회를 얻는다.

Abstract

This paper addresses the research question of whether the universal human emotions of departure, encounter, and an artist's experience in virtual space can be subjectively experienced by the user as a realistic experience in an unfamiliar place set up by the artist through a virtual reality (VR) environment. To this end, the artist wants to design a personal space and setting that was temporarily inhabited as a place of eternity. VR environments are where artists live, and the real-world spaces in which they are represented are transformed from virtual non-places into spaces for the person to experience. Through a head-mounted display (HMD), others can holistically experience becoming the artist, and through this experience, the artist wants to make others feel the presence of the self. This non-place, compressing seven years of time, hopes to be reborn through others.

Keywords:

Non-Place, Heterotopia, Ontology, Presence, Virtual Reality

키워드:

비장소성, 헤테로토피아, 존재론, 현존감, 가상현실

Ⅰ. 서 론

오늘날의 기술발전으로 현재 우리는 수많은 VR 기기가 출시됨과 동시에 전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놀이터들이 등장했다. 이러한 현상은 사이버 공간, 가상공간 등과는 또 다른 형태의 가상공간을 선사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속 2D의 그래픽 공간에서 텍스트 기반의 환경이 아닌, 3D 기반으로 고글과 같이 생긴 기기를 머리에 착용하고 3차원의 감각 경험을 체험하게 된다. 이러한 독특한 감각 경험은 마치 원래 있던 장소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으로의 이동을 경험한다. 우리는 가상공간에서 사물과 상호작용을 하기도 하고 마주하고 있는 아바타와 대화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다양한 경험 요소들이 존재하는 환경을 오늘 어떤 장소로 논의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SNS 와 같은 소셜 네트워크 환경으로 이용되는 공간이면서, 여러 예술가는 이를 또 다른 예술의 장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현실의 미술관, 박물관이 아닌 가상의 갤러리와 박물관을 제작하여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장소를 그대로 재현하여 체험할 수 있게도 한다. 한 연구에서는 “물리적 세계를 넘어 우리가 사는 디지털 세계는 정보의 세계, 게임의 세계, SNS의 세계, 거래의 세계, 놀이와 내러티브의 세계 등으로 다양하다. 우리는 그렇게 개인마다 달리 구성되는 이른바 ‘다중세계’를 산다. 미디어 기술이 만들어내고 현란한 미디어 객체들로 채워진 메타버스는 인간학적 장소라기보다는 새롭게 등장한 전형적인 비 장소”일 뿐[1]이라고 이야기를 하며 메타버스는 ‘비장소’(non-place)라고 말했다. 이에 반대하는 학자도 존재하였다. E.Ayiter[2]의 논문을 보면 메타버스가 개념적으로 모델링된 물리적 세계를 매우 많이 반영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가 물리적으로 사는 초현대적 세계와 마찬가지로 가상 세계에도 ‘장소가 아닌 것’과 ‘장소’가 모두 존재한다고 말한다. ‘장소’ 와 ‘비장소’의 이분법이 혼성 성이 존재하는 메타버스 환경 안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가상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Chat GPT (OpenAI가 개발한 프로토타입 대화형 인공지능 챗봇) 와 AI 기술의 발전과 함께 상호작용이 가능한 아바타들이 증가했다. 기존의 가상환경인 1인 엔터테인먼트에서 벗어나 다인원이 접속 가능한 멀티플레이 방식이 가능해지기도 했다. 가상환경 안에서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며 다른 사용자와의 음성기반의 대화가 가능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상환경은 사용자에 따라 변형과 확장을 할 수 있는 장소이고 이는 확장된 실재(Extended reality)처럼 보이기도 한다. 가상의 공간이 확장된 현실 세계라면 가상환경 또한 인간의 경험이 축적되는 인간학적 장소로 바라볼 수 있다. 개인의 경험이 축적되어 하나의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 본인의 개인 경험을 보여주는 장소로 가상 환경(Virtual Reality)을 활용하여 타자를 통해 경험이 녹아든 장소가 장소성(Sense of Place) 을 갖게 되는 실험을 해보고자 한다. 공간(space)와 장소(place)는 움직임의 차이가 있다. 공간은 단어 그대로 물리적인 유휴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물리적으로 어떠한 요소가 차지하고 있는 크기, 공간 말이다. 하지만 장소는 여기에 인간이 어떤 활동과 의미, 그리고 가치가 부여된 특별한 공간, 즉 의미화된 공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정리하면 장소의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정적인 물리적 환경, 활동, 의미는 장소의 정체성(identity)을 이루는 기본 요소이다[3]. E.Relph 는 장소의 의미에 그저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장소 속에서 정체성을 구성하는 본질적인 요소를 마주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렇다면 장소화는 물리적인 공간이 장소가 되어가는 과정일 텐데, 가상환경의 공간은 어떻게 물리적인 장소화를 가지게 되는 것일지 바라보고자 한다. M.Foucault 는 토포스(장소) 가 없는 인지적인 과정에서 우리 인간의 뇌 안에서도 특별하게 그 공간을 이야기하고 상상할 때에 헤테로토피아를 이야기한다. 이걸 확장된 물리적 공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본 연구에서는 가상의 공간을 헤테로토피아라고 바라보고 장소화를 이루어 낼 수 있을지 실험해보고자 한다.

본 연구는 2022년도 11월, VR를 이용한 예술작품 전시 <HotelMeta>[4]를 기점으로 하여 장소와 가상에서의 재현에 대해 바라보고자 한다. <HotelMeta>전시는 각자의 무의식 혹은 기억 속에 남겨져 있는 공간이자 장소를 재현하여 가상의 환경에 구현하였다. 비어있는 전시장에 HMD를 착용하고 들어가 1인칭의 시점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4명의 작가의 4개의 무의식의 방을 재현한 가상환경은 타자에게 그때의 그 순간의 경험을 시각과 청각을 이용하여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구현하였다. 이때의 구현 방식은 [그때 거기에 있음] (to be there)[5]과 같은 방식으로 작가들의 오랜 기억 속 하나의 경험이 발화되어 체험자는 [그때에 놓아둠]으로 체험을 하였다. 체험자는 HMD를 벗음과 동시에 그때에 벗어나 현재에 곧바로 돌아오게 된다. 존재하고 있는 Real World 그리고 체험을 하였던 Virtual World 사이 어떤 간극도 벌어지지 않은 채 종료된 경험은 가상이 환경을 단순 재현했기 때문에 그 장소의 정체성을 확인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다. 다시 말해 체험자는 경험한 장소에 대해 아우라를 보지 못했고 이는 가상으로 재현된 공간이지 재현된 장소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가상으로 재현이 된 장소는 기억의 소환을 통하여 실질적인 아우라를 가진 형태로 우리 앞에 보인다. 실질적인 아우라, Real World와 Virtual World 그 간극을 벌어지게 만드는 아우라는 사전적인 의미로서 아우라는 영기, 신비스러운 분위기 등을 뜻하며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벤야민은 예술의 영역에서 아우라를 바라보았다. 그는 아우라의 근원을 일차적으로 예술작품의 진품성과 원본성에서 찾았다[6].

본 연구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실질적인 아우라를 갖는 예술작품은 전통적인 순수회화 매체가 아닌 가상의 환경 즉, Virtual Reality에서의 아우라를 보고자 한다. 가상환경은 벤야민이 바라본 복제예술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현실에 존재하는 것들을 가져와 구현하기도 하지만 이것에는 현실성만 있는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가상성 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푸코의 공간개념인 헤테로토피아(Hétérotopie)[7] 관점을 바라보고자 한다. 현실 바깥에 있는 장소, 반공간이라 의미하는 헤테로토피아는 가상의 환경에서 그 기능을 하고 있다고 바라본다. 가상현실, 증강현실, 혼합현실, 확장현실 등의 공간은 또다른 일상 공간이며 새로운 현실이고 이를 디지털 헤테로토피아의 등장이다[8].

본 논문에서는 헤테로토피아 개념을 가진 가상의 현실에 ‘거리감으로서의 아우라’를 바라보려 한다. 여기에서 의미하는 헤테로토피아는 어느 개인 스스로가 특정한 장소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가운데 생겨나는 이른바, 자기만의 공간을 곧, 사적인 장소로서의 공간을 의미한다. 따라서, “예술작품의 진품성과 원본성을 예술 작품을 수용할 때 가까이 할 수 없는 ‘거리’를 형성한다.”[6] 예술작품에서의 아우라는 위와 같이 표현된다. ‘가까이할 수 없음’이라는 의미는 신성한 작품을 보거나 그 작품 속의 스토리텔링이 성스러울 경우 해당한다. 본 연구에서는 신성함과 같은 감성에서의 아우라가 아닌 문자 그대로의 ‘거리감으로서의 아우라’를 보고자 한다. 이는 현존 감을 중심으로 현상학적 관점에서 가상환경 속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향유자와 작품 사이의 아우라이다. 가상환경 예술작품은 그 작품을 바라보는 향유자와 작품 간의 거리는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향유자는 가상의 장소로 들어가 작품을 관람하게 되며 그 안에서의 상호작용과 교감을 통해 ‘낯섬’ 과 ‘가까움’을 느낄 수 있으며 가상의 환경에서 벗어나는 순간 가상 성에서 멀어지고 다시 마주하는 현실에서 멀어지는 의식적인 거리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실질적인 아우라를 만나게 할 것이다. 이러한 가상공간에서의 재현을 통해 마주하는 아우라는 철저하게 복원된 아우라 [6]가 된다. 이는 매체가 지닌 특성을 이용한 새로운 아우라의 모습이다.

본 연구에서 새로운 매체 즉, VR라는 특성을 기초로 하여 첨단 미디어 매체에서의 아우라 가능성을 바라보고 이를 기억의 소환과 엮어 풀어내고자 한다. 기억의 소환은 매체 속에서 스스로 피어날 수는 없다. 어떠한 사실에 대한 인상이나 행위 등을 의식 속에 기억하는 일은 시각, 촉각, 후각, 미각, 청각 등과 같은 감각과 함께 의식 속에 저장되는 것이다. 이를 소환하는 것은 본 연구에서 다감각을 VR 와 현실의 Physical 한 environment 에 끌어와 향유자로 하여금 무의식 혹은 의식 속의 이야기를 경험 캐 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감각적 경험들을 다양한 장치를 통해 재현하고자 한다. 총체적 감각은 장치를 통해 마주한다. 가상과 실재 그 사이를 이어주기도 하며 간극을 더욱 떨어뜨리게 하기도 한다. 장치는 이러한 역할을 하게 된다. 체험자에게 계속해서 공간 그리고 장소에 대한 의심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바라보기만 하는 작품 장치에서는 발현되지 않는다. ‘장치’ le dispositif 의 사전적 의미는 ‘배치’이다. 기계나 매커니즘 등이 배치된 방식을 말하거나 군사적 의미에서는 ‘작전 계획에 따른 배치된 수단들의 집합체’ 이다. 푸코는 이러한 ‘장치’ 를 요소들 사이에 수립된 네트워크, le réseau 라고 말했다. 모든 장치 는 주체화 과정을 내포 하고 주체화를 생산하는 하나의 기계라고도 말했다[9]. 본 연구 에서 기억의 소환을 불러내는 주체화의 과정을 내포하는 장치를 실험 도구로써 사용 하여 장치를 통해 체험자가 타자의 기억을 다 감각적으로 경험하고 이를 통해 현존성(présent)을 느끼고 비로소 체험자가 머물러 있는 가상의 공간이 실체가 있는 장소성으로 태어나는 과정을 바라보고자 한다.

1-1 연구 배경 및 필요성

위의 서론에서 언급하듯, VR환경에 대해 많은 연구자는 ‘비장소’로 바라보기도 하며, 하나의 공간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이는 VR환경이 장소의 개념에서 확실히 정의해지지 않음을 말한다. 본연구에서는 가상의 환경을 수많은 장소 개념들 속에서 어떠한 개념에 해당될 수 있는지를 실험해보고자 한다. 또한, 예술작품을 품은 가상환경은 체험하는 체험자들에게 어떠한 장소로 치환될 수 있을지도 실험하고자 한다. 다시말해 본 연구에서는 가상환경을 비장소가 아닌, ‘장소’로 바라보고자 하는 실험을 해보고자 한다.

‘공간’과 ‘장소’ 그리고 ‘비장소’의 차이점을 먼저 비교하여 바라보자. 지리학자 Yi-Fu Tuan은 ‘공간’이라는 개념이 ‘장소’ 개념보다 추상적이며 공간을 움직임이 허용되는 곳이라면 장소는 정지가 일어나는 곳이라 설명한다[10]. 그는 또한 인간의 경험(experience)이 공간과 장소를 결정짓는다고 말한다. sensation, perception, conception이 세 가지의 요소는 경험을 구성하며 emotion은 고차원적 사고 thought를 포함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투 안은 총체적인 감각 경험이 공간과 장소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준다고 말하며 이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경험하게 될 때 비로소 장소는 현실감을 갖게 된다[10]고 설명한다. ‘공간’과 ‘장소’를 가상의 공간에서는 구별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상의 환경 안에서는 움직임이 일어나기도 하며 정지가 일어나기도 한다. 감각, 지각 등 여러 경험을 구성하는 감각들도 깨어 있으며 현실과 다르게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장소의 경험을 충분히 구성할 수 있다. 이처럼 경계의 모호함은 본 연구의 실험에서 현실의 장소와 비현실의 장소를 인식하고 체험과정 속에서 두 장소가 혼재되는 것을 바라보고자 한다. 이는 현존감 또 는 현실감을 체험자가 느끼게 하는 중요한 실험장치가 될 것이다. 체험자는 현존성 깨닫거나 혹은 무(無) 하거나 공(空) 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인류학자 Marc Auge는 초현대성의 배경으로 장소와 비장소를 바라보았다. 그는 전통적인 장소, 즉 인류학적인 장소의 요건으로 관계성, 역사성, 정체성 등을 말하며 이를 잃은 현 대적 공간들을 비장소로 구분 지어 말하였다.

The difference between places and non-places

표와 같이 장소와 비장소는 특징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 표를 가상환경에 대입하여 바라보면 가상환경에서는 일시적 시간에서 축적된 시간으로 보여질 수 있다. VR의 애플리케이션을 보면 시간이 축적되고 흐르는 시간에 따른 변화하는 배경을 볼 수 있다. 사용자의 작업 경과를 기록하여 저장할 수 있다. 정체성의 부분에서는 체험자가 여행자가 되어 공간과 장소를 탐험하고 체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VR에서는 거주도 가능하며 이동, 순환, 통과도 가능하다. 또한, 다른 사용자 (NPC가 아닌)와 음성 대화를 통해 만나거나 이야기를 공유하거나 이미지를 공유하기도 가능하다. 이처럼 VR은 장소와 비장소, 그사이 구분이 명확히 나누어지지 않는 곳에 머무른다. 이것이 VR을 확장된 실재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 현실감을 가지게 되는 가상의 환경, 그리고 그 공간을 체험한 체험자가 이곳(가상환경)을 그의 ‘장소’로 부를 수 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실험을 통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을 통해서 타자로서의 주체화된 경험 공유가 장소의 기능을 유의미하게 갖는지에 대하여 최종적인 연구 목적을 가지고자 한다.


Ⅱ. 선행연구 사례

이슬아 작가는 최근 작품 <끝내주는 인생>을 통해 본인의 첫 가상현실 체험기를 풀어내었다.

“나사 NASA에서 설계한 구조를 그대로 구현한 장소였다. 우주정거장 진입 버튼을 누르고 눈을 한 번 깜빡이자 우주선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선체에 밀착한 채 아주 조심히 뒤를 보니 지구가 보였다. 조이스틱이 땀을 축축해졌다⋯. 등 뒤에 추진장치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 얼마든지 나가보아도 된다고 하였고 두 손으로 우주선을 밀어내 있는 힘껏 우주 밖으로 나갔다. 나는 거실에 있었지만, 중력의 지배를 받지 않았고 고글 속 광활한 세계에서 유영을 배우고 있었다”[11].

작가는 우주를 가상의 환경에서 마주하는 순간을 공유하였다. 그녀는 어떠한 행위에도 다치지 않을 몸을 곱씹었다. 또한, 실제 세계에서는 마주할 수 없는 용기, 감정을 경험한 작가는 태양과 가깝게 마주했던 순간으로 두고두고 회상할 것이라 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이 글에서 본 연구와 중요하게 연관 되어있는 부분은 현실의 거실에 서 있었지만 광활한 세계에서 유영을 배우고 있던 작가의 모습이다. 이 경험은 현실에 있지만, 현실에 있지 않은 것이며 가상의 세계에 들어와 현존감을 경험하게 되는 순간인 것이다. 현실세계에서의 신체와 물리적 환경으로 다가갈 수 없는 개체에 가까워지는 경험을 통해 깊은 아우라를 느낀 작가는 그곳을 마음과 의식 한켠에 두고 곱씹을 것을 상상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신체, 즉 몸을 가지고 가상의 세계에서 현상학적 체험을 경험하고 의식은 중력을 잃은 상태에 놓여있을 때 아마 가상의 우주는 작가에게 하나의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어떻게 이슬아 작가는 거실에 있었지만, 가상의 광활한 세계에서 유영을 배운다고 경험하듯 작가는 본인의 신체가 어디에 있는지 끊임없이 의식했다. 특히 가상의 세계에서 떨어지거나 다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고 가상의 SNS 채팅에서 누군가 머리에 물을 부어도 본인의 머리카락이 젖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식하였다. 작가의 온몸 전체가 우주를 여행하는 순간에 몰입하였다. 이러한 온 신체가 전부 한 곳에 몰입이 되는 경우는 가상환경을 이용한 예술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고 볼 수 있다.

프랑스 대성당 중 하나인 파리 시내에 있는 La grande Cathédrale Notre-Dame(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화재로 인해 현재 복구공사 중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인 그리고 세계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역사를 품었던 성당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해 당 성당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많은 세계인이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었다. 프랑스는 화재 이후 노트르담 대성당의 복구 계획을 발표하며 복원 기간에 관람객들을 위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프랑스 미디어 그룹 Emissive와 통신회사인 Orange의 합작으로 VR(가상현실)을 이용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게 되었다. <L’éternelle notre dame>(영원한 노트르담 대성당)[12] 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과거모습을 가상현실로 재현한 작품이다. 관람객들은 제공된 HMD를 착용하여 플레이할 수 있다. 다인원 플레이가 가능하고 시간여행의 컨셉으로 관람객들은 대성당의 역사와 건설 모습을 눈앞에서 바라볼 수 있다. 가상현실을 엔터테인먼트 형태로 이용하여 더욱 많은 인원이 동시에 제작된 영상을 체험하게 할 수 있다. 여기서 관람객은 실제의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체험할 수 있어 실제 건축물을 보고 그 건축물에 관한 역사와 정보를 HMD를 통해 추가 정보를 얻고 시간성이 사라진 가상현실 안에서 현재와 과거를 옮겨 다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여기서 관람은 설정된 시간성에 따라 의식이 옮겨 다니는 과정을 느낄 수 있다. 1800년대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가상으로 관람한 후 실제 노트르담 대성당을 마주한 관람객들은 직전까지 본인이 존재했던 과거의 토포스와 현실의 토포스 두 장소에 현존했던 존재로 주체(노트르담 대성당)을 마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화재로 인해 완전한 모습을 잃어버린 성당을 다시 마주하기 위해서는 HMD를 착용하여 만나러 가는 것이 가능해진 지금, 그리고 그것을 체험한 관람객은 언제고 다시 온전한 모습의 대성당을 보러 가기 위해 전시장을 방문하거나 가상현실의 그 장소를 방문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이 헤테로토피아의 체험이라 보여진다. 또 다른 프랑스 회사 “histovery”[13]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증강현실(AR)를 이용하여 프랑스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노트르담 대성당을 만날 수 있게 해준다. 히스토버리에서 자 체 제작한 히스토패드를 가지고 관람하는 방식으로 증강된 과거 모습을 통해 대성당의 과거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장소 특정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두바이, 미국 그리고 드레스덴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각 도시 혹은 국가에 존재하는 성당이나 성의 내부를 활용하였다. 이는 관람객들이 물리적인 이동이 없이도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만날 수 있게 해준 구조로, 관람객들은 각자 위치한 나라에 있으면서 동시에 파리의 성당을 경험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험 구조 형식은 실제로 그 장소에 가지 않아도 방문하였다는 의식을 가지게 해 주며 독특한 장소성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 그리고 ‘여기’에 존재하며 두 전혀 다른 공 간이 합쳐지는 새로운 장소성을 선사하기도 한다. 마치 명동에 있는 명동 성당에 들어서니 증강된 현실로 마주하는 것은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현대 기술이 만들어낸 장소의 상실이다.


Ⅲ. 실험 개요 및 제작

공간과 장소 그리고 비장소와 무장소성에 대한 정의를 작품 속에서 바라보고 이것이 실험을 통해 어떤 의미로 쓰이게 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모든 작품의 시작은 본 연구자이자 작가인 이화영의 개인적인 서사로 시작된다. 작품을 통해 보이는 모든장소들은 (현실과 가상에서) 전부 실재했던 장소들이다. 작가 이화영이 7년간 머무르던 공간과 장소들을 가상과 현실에 재현될 것이다.

작가는 모든 감각 형태를 이용해 작품의 이야기를 풀어낼 예정이다. 시각은 물론이고 청각적인 형태, 후각으로 느낄 수 있는 형태 등과 같은 여러 감각을 총체적으로 이용하여 관람객이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지속해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한다[14]. 두 공간이며 장소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설치된 physical 세계의 작품과 virtual world에서 만나는 작품이 공존할 때 이루어진다. 작가 이화영이 2022년도 작업한 작품 <un ans apres (1년이 지난 후)>는 침대가 설치된 작품으로 작가가 2015년, 2017년 두세 차례에 걸쳐 받게 된 부모님에게서 온 편지가 함께 설치되어있으며 그에 대한 답장으로 작가의 편지가 이불 위에 자수로 표현되어있다. 침대에 앉으면 보이는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편지는 사적인 경험과 공감을 표현하고 있다. 침대라는 아주 개인적인 사물과 개인적인 이야기와 감정을 담아내고 있는 편지지가 함께 설치되어있는 장소는 관람객에게 아주 사적인 공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왜냐하면, 생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의 방에 설치된 침대’는 대단히 사적인 영역이므로 이 사적인 영역의 장소성에서 작가가 유일한 수신자이기도 한 편지글이 침대보 위에 텍스트로 펼쳐져 있는 공간이 가상환경 안에서 어떤 실재감을 지니고 사용자에게 혹은 관객에게 다가갔을 때 인간 보편적인 정서, 즉 향수, 떠나옴, 등의 감정 등을 관객들은 어떻게 느끼고 감지할 수 있는가를 주요 연구 설계의 기반으로 삼았다. 그 이유는 그동안 VR이라는 가상환경 안에서의 여러 실험이 사실, 사용자에게 상호작용하는 한 능동적 참여를 끌어내는 도구까지는 발전시켜 왔으나, 여전히 사용자는 ‘타자’로서만 콘텐츠에 다가갈 수밖에 없는 실존적 한계를 지니고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에서는 ‘작가의 방’이라는 사적인 장소성에서 그 사적으로 전유된 장소성이 가지는 헤테로토피아적인 아우라가 관객들도 주체적으로 상응하는 감각 혹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지를 실험한다. 즉, 관객의 주체적 수용이라는 측면에서 관객이 작가가 되어볼 수 있는 실험을 설계한 것이다. 따라서 작가 이화영은 지난 전시를 통해 “물리적인 공간에서 어떻게 관객들이 가상을 경험하는가”를 물리적인 공간에서 물리적으로 실험을 하였다. 이번 실험에서는 사적인 공간, 사적인 사물, 그리고 사적인 콘텐츠가 만나 물리적으로 전시되었는데 나아가 가상의 공간에서 사적인 공간이 어떻게 환경 안에서 경험되는가를 실험하고자 했다.

Fig. 1.

The artwork <un ans apres>

또 다른 설치작업인 두 개의 페인팅이 표현된 설치작업 <ici, ma chambre> 작업은 작가의 두 도시 속 집을 표현하고 있다. 하나는 Bordeaux의 집과 Nancy의 집으로 작가의 시선이 제일 많이 닿았던 공간을 그려내고 있다. 하나는 도시 Bordeaux의 집 테라스를 표현하였으며 왼쪽 이어져 있는 작품은 Nancy 스튜디오의 한쪽 벽지를 표현하였다. 두 개의 회화 작품은 하나의 설치작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2차원적인 회화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 두 장소에 다 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체험적인 요소들을 추가하였다. 또한, 페인팅 뒤의 이야기가 상상되게끔 Ambience sound를 구상하였다. 이는 가상환경 속 마주했던 장소들이 현실에도 빠져나와 존재하는 느낌을 주고자 하였다. 반복되는 패턴과 반복되는 장소의 마주함 을 통해 가상과 현실에 혼재를 주고 불명확하고 불확실했던 공간들이 지속적인 체험을 통해 작가의 공간과 장소가 아닌 체험자의 장소로서 변해가는 과정을 보고자 했다.

Fig. 2.

The artwork <ici, ma chambre> -1

Fig. 3.

The artwork <ici, ma chambre> -2

관찰자이던 관람객은 HMD를 통해 직접적인 참여가 가능해진다. 이야기의 흐름과 작가와의 간접적인 만남을 통해 풀어지는 경계에 집중할 수 있다. 가상현실 작품인 <떠남-(도착)-거주>는 기차역에서 시작한다. 기차역에 울려펴지는 알림음을 통해 작품에 들어가게 된다. 프랑스의 기차회사인 SNCF의 알림음은 “출발지인 OO 에서 시작하는 이 기차를 이용하는 모든 여 행객들은...” 으로 시작한다.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승객이 아닌 여행객(les voyagers)도 지칭하며 그 어떤 이동이든 여행으로 만들어주는 신비한 경험을 선사한다. 기차를 타는 행위 자체가 설레는 일이 되기도 하며 타는 이를 배웅하는 순간과 타고 오는 사람을 반기는 순간까지가 기차 플랫폼에 담겨 있다. 그렇게 기차 안에서 부터 이동되어 관람객은 새로운 공 간을 마주한다. 지하철에서부터 올라온 듯 지하철 출구 가로등이 보이고 지하철이 막 도착하고 떠나는 소리가 들린다. 눈앞에 책상과 원탁 테이블 그리고 멀리 방 하나가 보이게 된다. 이 장소는 현실이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유토피아같은 공간도 아니다. 환상과 현실 그 경계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제작하였다. 컨트롤러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으며 방 안에서 작가의 7년의 생활이 하나의 방에 옮겨진 듯 보이는 공간에는 각 방에 놓인 오브젝트를 통해 작가의 이야기를 지켜볼 수 있다. 책상 위 놓여진 기차표와 침대에 놓인 부모님에게서 온 뜯지 않은 편지, 그리고 발코니가 보인다. 이렇게 공간마다 놓인 사물은 조각으로 기억되는 작가의 사적인 공간과 서사를 표현해준다.

Fig. 4.

The artwork process <Leaving-(arriving)-dwelling> screen capture


Ⅳ. 실험 데이터 결과

4-1 실험 과정 및 방법

본 연구에서 가상환경의 장소성과 현존감을 실험하기 위해 설치 작품 2점과 가상현실 작품 관람을 위해 HMD를 이용하여 실험을 진행하였다. 2023년 10월 20일과 21일 양 일에 걸쳐 진행하였다. 실험 장소는 서강대학교 하비에르관 신영균 스튜디오에서 진행되었다. 설치 도면에 맞추어 설치를 진행하였고, 2번 작품인 <ici, ma chambre> 작품에 Paris의 실제 Ambience sound를 녹음한 Sound installation도 설치되었다. 실험 순서는 실험 참여자가 전시 장소에 도착과 동시에 먼저 HMD를 통한 작품 관람을 진행하게 된다. 총 2개의 scene으로 나뉘어 각각 참여자에 따라 원하는 시간만큼 충분한 시간으로 관람하게 된다. 2개의 scene 관람을 마친 후 참여자는 HMD을 벗고 밖에 놓인 설치 작품 2개를 연달아 관람을 진행한다. 해당 실험을 마친 후 실험자는 뒤에 놓인 테이블에서 설문을 진행하였다. 해당 실험의 질문지는 Part 1, 2 로 나뉘어 정성적 평가질문지와 기술구현에 관한 평가질문지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Sample experiment questions

4-2 실험 평가

총 10명의 실험자는 약 20분~40분의 시간으로 설문 문항에 답변하였다. 설문 문항에 대한 질문은 자유롭게 진행하였으며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실험자에게는 본 연구자의 자체 통역으로 실험은 진행되었다. 총 10명의 실험 평가는 다음과 같다.

Fig. 5.

Experimenters in action

Experiment answer analysis data experimenters: 10 persons

해당 설문에 대한 1차 분석표는 이러하다. 현실감이나 현존 감을 질문에서는 모든 실험자가 “느꼈다”라고 답했으며 스토리의 전달력 부분에서는 “스토리의 전달성이 좋았다”라는 실험자 50%와 “스토리가 전달되었는지 잘 모르겠다.”라는 실험자가 50%로 결과가 나왔다. 또한, 어지러움의 부분에서는 4:6으로 “어지러움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라고 답변하였다. 현실과 가상의 작품 연결성 및 호환성을 질문에서는 “호환성이 충분했다”라는 실험자 8명과 “그렇지 못했다”라는 실험자 2명으로 결과가 집계되었다.

4-3 데이터 분석 및 종합

해당 작품에 관한 설문과 평가는 정성적인 평가로 개인의 경험과 공감이 해당 작품을 높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었다. 해당 결과 데이터로 본 연구의 서론에서 이야기하고자 하였던 실험의 목표와 주제를 분석하고 결과를 종합해보고자 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가장 중요한 실험의 목표와 주제는 첫째, 비장소가 아닌 장소로 바라보는 실험이다. 둘째,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경험하게 될 때, 우리는 장소가 현실감을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셋째, 현존감과 현실감을 깨닫게 하는 실험장치는 현실의 장소와 비현실의 장소 혼재이다. 마지막으로, 체험자는 현존성을 깨닫거나 무(無) 하거나 공(空) 함을 느낀다. 이 네 가지의 분석 지표를 바탕으로 데이터 분석을 하고자 한다. Part 1의 1번 설문으로 우리는 본 연구가 HMD를 착용 후 바라보는 그 장소에서 실험자가 그 안에 존재했는지를 물어보았다. 참가자들의 답변을 요약하면 가상현실(VR) 경험에서 소리와 시각적인 요소가 현실감과 감정을 현실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요하다고 대답하였다. VR로 여행하거나 공간을 탐험하면서 현실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일부 참가자는 초현실적인 느낌도 받았고, 다른 참가자는 VR 경험을 통해 작가의 내면을 탐구하는 감정을 느끼기도 했다. HMD(Helmet-Mounted Display) 장치 덕분에 프랑스 열차와 창밖 풍경이 특히 현실적으로 느꼈으며 이러한 의견은 VR 기술이 현실감과 감정을 전달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볼 수 있다. 참가자들은 VR 경험을 통해 다양한 감정과 기억을 떠올렸다 말했다. 몇몇 참가자들은 특정 장면이나 물건을 보며 가족을 떠올리거나, 과거 여행이나 개인적인 경험을 상기시켰다. 또 어떤 참가자들은 가상공간에서 공허함과 외로움을 느끼며, 과거의 기억과 연관된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이러한 의견들은 각 참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이 VR 경험을 통해 자극된 것을 보여준다. ‘거기에 있음’을 느꼈는지를 묻는 물음에 모든 실험자는 그렇다고 답했다. 또한, 작가의 경험과 기억에 이어져 있는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연결감, 그리고 공간이나 장소에 방문한 경험을 하였다고 답했다. 기차 소리나 발소리와 같은 사운드에 현존감을 많이 느끼는 실험자도 있었으며, 기차 탑승권과 같은 특정 오브젝트에 현존감을 느끼는 실험자도 있었다. 실험자 스스로 상상을 통해 그려낸 스토리와 일치되는 부분을 찾으며 현존감을 느끼는 실험자도 존재했다. 가상환경의 스토리가 잘 짜였는지, 그리고 스토리의 전달력을 묻는 스토리텔링의 설문에서는 작가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는지를 느끼는 실험자와 스스로 생각해낸 스토리에서 공감하고 다시금 추억하는 과정을 곱씹는 실험자도 있었다. 일단 전이(transference)는 옮아감을 뜻한다. 이 설문에서의 대상은 작가가 재현한 장소일 수도 있으며 실험자가 스스로 만들어간 상상의 장소일 수도 있다. 참가자는 작가가 느꼈던 감정이 전이되어왔다는 이야기를 하였으며 몇몇 참가자는 작가의 고국에 대한 향수가 전해지는 느낌이라 답하였고 작가의 감정이 전달되었다고 답했다. 컨트롤러를 이용한 움직임에 불편함이 있었냐는 설문에 다수의 실험자가 직접 걸으면서 이동하는 형식을 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몰입감을 방해하였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작품 몰입에는 전혀 방해되지 않았다고 답하였다. HMD를 통한 작품 관람과 다른 평면 시각 미디어 예술관람의 차이점으로 새로운 경험, 그리고 높은 몰입감을 뽑았다. 또한, HMD기기의 특성인 시야가 완전히 차단된다는 특징은 작품 관람에 더욱 몰입하게 하였다고 답했다. 프레임을 벗어나거나 프레임 밖의 모습도 관람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Part 2의 설문에서는 기술구현에 관한 설문이 주를 이루었다. 흔히 HMD가 가지고 있는 특성인 어지러움에 관한 질문과 공간을 이동하는 것의 기술구현 부분 설문이 있었으며, VR로 제작된 예술작품을 관람하는 것이 일반 시각 미디어 매체 예술을 관람하는 것에 대한 차이점을 물어보았다. 이후 이 연구의 차별점인 가상현실 작품과 현실의 설치예술 작품이 공존할 때의 현존감 상승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설문을 진행하였다. 컨트롤러를 이용한 움직임에 불편함이 있었냐는 설문에 다수의 실험자가 직접 걸으면서 이동하는 형식을 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몰입감을 방해하였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작품 몰입에는 전혀 방해되지 않았다고 답하였다. 대부분의 실험자 모두 호환성이 높았고 조화로웠다고 답하였다. 특히 그중 현실 과 가상 모두 설치되어있는 물체들의 모습이나 가지고 있는 느낌이 비슷하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현실 공간 설치 덕분에 가상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느낄 수 있었다는 실험자도 있었으며, 오히려 현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작품의 아우라는 절대 가상에서는 표현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의견을 주는 실험자도 있었다. 하지만 몇몇 실험자는 똑같지 않은 공간이나 가상에는 없었는데 현실에는 존재하는 공간이 있어 조화롭지 않았던 것 같다는 의견을 주기도 하였다. 가상과 현실의 상호작용에 대한 설문에서는 2명의 참가자가 가상공간의 설치물에서 보았던 사물을 실제로 만질 수 있어서 좋았다고 답했으며 최종적으로 작품 관람의 순서가 좋았다는 실험자도 있었다. 작품을 순서에 맞게 관람하니 작가의 기억이나 감정이 하나로 묶이는 것 같았다고 답하였다.

본 실험을 통해 가상환경으로 구현한 제 3자의 사적인 기억과 추억을 높은 현존 감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체험자에게 또 다른 사적인 기억이 떠오르는 경험을 선사했다는 것을 결과물로 볼 수 있었다. 많은 실험자는 시각적인 정보와 더불어 청각적인 정보 예를 들어, 기차 안에서의 소리 혹은 사람들의 발소리 등에 많은 현실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가상환경을 보여주던 HMD기기를 벗은 후 현실에서 마주하는 설치물들을 통해 촉감과 그 이상의 감정들을 느꼈다고 답하였다. 이를 통해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수의 감각을 통해 현실감을 갖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는 모든 감각을 동원하여 장소를 만들게 된다는 것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대상이 전이되었느냐는 물음에 많은 실험자의 감정의 전이를 느꼈다. 이야기의 전이나 경험이 전달되는 것보다 작가가 여기에서 그리고 그곳에서 느꼈을 감정, 그리움 등이 전달 되었다는 답변에 놀랐다. 편지나 평면회화가 보여주는 시각적인 정보에 전이를 느낄 거로 생각하였지만 대부분 실험자는 느낌이 나 분위기 혹은 그곳에서 느낀 본인의 감정이나 작가의 감정 등을 읽어 내었고 이런 감정이 실험과 동시에 전이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이상의 것들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이는 초반 서론에서 이야기한 공(空)의 맥락과도 비슷하다 보인다. 실험자들은 결코 실험하는 그 순간순간에 감정들의 전이를 느끼지 않았고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전이됨을 느꼈다. 작가의 7년의 유학과 그 국가에 대한 감정이 떠나오니 생겨난 그리움과 추억의 장소라는 감정을 마음에 품게 된 것처럼 실험자들은 작가의 모든 장소를 경험하고 나서 본인의 개인적인 서사를 내밀히 들여다보게 되었으며 이후 감정의 전이를 느꼈다. 본 연구를 통해 작가의 장소를 재현하는 것이 가능했음을 알게 되었고 이렇게 재현된 장소는 실험 참가자들에게도 또 다른 장소로 존재하게 됨을 바라보았다. 더 나아가 실험자들의 내밀한 사적 이야기들도 함께 발현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Ⅴ. 결론 및 시사점

본 논문은 가상의 공간에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루어진 사적인 장소를 보편적인 인간 감수성을 느낄 수 있도록 재현함으로써 그동안 관객으로 VR 환경에서 작가의 주관적 시점에 피동 되는 타자로서의 사용자가 실감 체험형 콘텐츠의 몰입감을 통해 VR 환경에서 주체가 되어 가상의 공간이 사용자에게 특별한 장소성을 가지게 되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가상공간에서의 장소성 재정의를 할 수 있게 하였으며 타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물리적 환경에서 어떻게 경험하게 되는지에 관하여 알 수 있었다. 기존의 가상환경, 가상공간은 장소성의 논의에서 장소가 아니거나, 장소가 존재하지 않는 무장소였다가 현실과 가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혼재의 장소라고 보여지곤 하였다. 하지만 이번 실험을 통해 연구자는 VR이라는 가상의공간이 장소성을 갖는지에 대한 부분에서 인간 정서의 보편적인 감각들, 이를테면 가족과의 유대, 자신이 익숙한 곳으로부터의 떠남 혹은 떠나온 곳으로부터 느끼는 향수 그리고 새로 마주하게 된 장소에서의 만남 등 한 인간 개인이 갖게 되는 의미화된 장소의 기능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고, 이를 통해 가상공간은 한 사용자 개인에게 그동안 VR 기기가 견지해 왔던 스펙타클 위주의 몰입감을 넘어서서 한 개인에게 특별한 정서로서의 감각을 불러올 수 있는 장소성을 갖는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여기에서 장소성은 작가라는 매우 개인적인 차원의 사적인 경험들이 VR 기기가 갖는 존재론적인 특성, 즉 개인화된 디바이스(personal oriented device)라는 그 특성을 살려내어 작가의 체험이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가 개인에게 이입되어 그 체험의 정서가 관객 혹은 사용자에게 주체적인 감각으로 전이되는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장소성이라 결론 지었다. 더불어 장소성을 가지며 장소성에 필수 요소인 현존성 또한 동시에 느낀다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현존감은 실험자들 모두 공통으로 ‘거기에 있음’과 같은 감정을 느꼈으며 사적인 작가의 기억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타자였던 주체가 작가의 감정선에 상응하게 되면서 작가가 되어보는 경험을 하였다. 이는 타자가 주체성을 가지게 되면서 가상의 공간에서 주체성을 가지고 짓게 된 장소는 헤테로토피아적 아우라를 가지는 장소로써 기능을 하게 되었다. 이번 실험은 결과적으로 가상의 장소에서 타자의 주체성을 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VR이라는 매체 성에서 사용자는 타자에 머무르지 않고 주체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주체성을 가지고서 비장소를 장소로 만들 수 있었으며 실재가 아닌 비실재의 공간에도 헤테로토피아를 세울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의 VR 작품은 단순한 일회성 체험이나, 단편적인 시각만을 주는 타 체험형 작품이었다. 하지만 본 논문을 통해 우리는 여러 시각을 보여주고 오디오와 함께 다 감각적인 체험을 하는 예술작품으로서 가상, 증강현실은 매체 적인 측면에서 더욱 깊이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재료가 되었다. 본 논문을 통해 VR이 가질 수 있는 매체성 중 예술의 재료로서 연구자는 사적인 경험과 공간이 전이됨을 보았으며 이는 가상, 증강현실들이 사용자들에게 더 깊은 공유와 공감을 끌어내 작품 속에서 ‘주체’를 가지게 하는 것에 대해 의의가 있다 하겠다. 본 연구자는 후속 연구로 VR과 더불어 AR, MR 등 매체에 작가의 이야기나 경험, 그리고 시각이 사용자에게 어떻게 더욱 깊이 전이 되게끔 하고 사용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이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하여 깊은 연구를 하고자 한다. 또한, 사적인 경험과 이야기가 표현되는 방식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지 연구해보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는 사적인 사물과 사적인 공간, 콘텐츠와 같이 주로 시각적인 것에 집중하여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루었다면 다음 연구와 작품을 통해서는 시각과 더불어 직접적인 상호작용, 오디오의 활용과 같은 풍부한 감각이 표현되는 방식도 연구에 깊은 의의를 선사할 것이다. 이는 사적인 경험을 사용자로서 경험한 후 어떠한 경험방식이 주체성을 더 높게 가져오는지에 대한 다른 실험으로 후속 연구를 통해 VR 매체의 예술작품 재료로서의 기능적인 부분을 바라보는 연구자 그리고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하겠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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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 Heim, The Metaphysics of Virtual Reality, Trans. by M. Yoh, Chaeksesang, p. 213, 1997.

저자소개

이화영(Hwa-Young Lee)

2021년:Beaux-arts de Bordeaux France, Option Art 학사과정 졸업

2021년~현 재: 서강대학교 일반대학원 아트&테크놀로지 석사과정

※관심분야:VR, AR, 장소성, 존재론, 헤테로토피아

김상용(Sang-Yong Kim)

1999년: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

2005년:서강대학교 대학원 (미디어 석사) 졸업

2012년:미국 뉴욕, SVA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전공 석사 M.F.A.) 졸업

2012년~2015년: 덕성여자대학교 강사

2015년~현 재: 서강대학교 아트&테크놀로지학과 교수

2020년~현 재: 서강대학교 인재센터 소장

※관심분야: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Interactive Documentary), VR/AR, 메타버스(metaverse) 등

Fig. 1.

Fig. 1.
The artwork <un ans apres>

Fig. 2.

Fig. 2.
The artwork <ici, ma chambre> -1

Fig. 3.

Fig. 3.
The artwork <ici, ma chambre> -2

Fig. 4.

Fig. 4.
The artwork process <Leaving-(arriving)-dwelling> screen capture

Fig. 5.

Fig. 5.
Experimenters in action

Table 1.

The difference between places and non-places

Concept elements Place Non-place
Human activity premise Homogeneity and standardization of places
Identity Traveler Passenger
Action 'Dwelling' 'community' Movement, circulation, passage, access
Relation Meet, share, celebrate Encounter on the go
Create Socialization Solitary contractuality

Table 2.

Sample experiment questions

Types Keywords Survey questions
Qualitative assessment Realism Did the places you encountered with the HMD have a sense of realism?
Evocative experiences Did the experience remind you of your own personal experiences?
Sense of presence Did the viewer feel like they were "there"?
If so, in what ways did they feel present?
Story Was the story well told?
Object Transfer Did the objective transfer?
Technical implementation Dizziness Did the VR space make you dizzy?
Did you experience any discomfort with controller movements, and if so, did they break your immersion?
Differences in VR Art Were there any experiential differences in experiencing artwork with Hmd compared to other visual arts?
High compatibility How was the compatibility of the installation in the real world and the artwork in the virtual world?
How did you feel about the interaction between the physical and virtual artworks?

Table 3.

Experiment answer analysis data experimenters: 10 persons

Keyword Yes No idk
Reality 10
Evoke a private experience 9 1
Sense of presence 10
Storytelling 5 5
Target transition 8 2
Dizziness 4 6
High compatibility 8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