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콘텐츠 시청과 대인커뮤니케이션이 조기연애 인식형성에 미치는 영향: 중국동포 청소년을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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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한국 미디어의 중시청자이지만 미디어에서 다루는 관점과는 다른 현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국동포 청소년들을 연구대상으로 미디어 노출 정도와 어른들과의 대화 빈도가 조기연애의 현실적 인식(문화계발 1차 효과)과 태도(문화계발 2차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 연구 결과, 미디어 노출 정도는 문화계발의 1차, 2차 효과 모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한국 미디어를 시청한 기간이 길면 길수록 중국동포 청소년들은 조기연애를 현실적으로 흔히 일어나는 현상으로 인지하고 조기연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문화계발이론 연구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연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스커뮤니케이션 채널 내에 한정되어 연구가 진행되어왔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대인커뮤니케이션 요인을 추가하여 측정하였다. 그 결과, 문화계발 1차 효과에 있어 대인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지만 문화계발 2차 효과에 있어서는 미디어 노출 정도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 것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대인커뮤니케이션은 정보의 유통 과정에서 매개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정보 확산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연구가 진행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Abstract
The effects of South Korean media viewing and interpersonal communication with adults on the cognition of puppy love among Korean-Chinese teenagers are investigated in this paper. The Cultivation Theory divides cognition into two levels: realistic cognition(First-Order Effect) and attitude cognition(Second-Order Effect). The findings reveal that media viewing have a direct impact on the First- and Second-Order Effects. To put it another way, greater media viewing and direct communication with adults can lead Korean-Chinese youth to believe that puppy love is prevalent in reality and to have a positive attitude regarding it. This confirms Cultivation Theory's traditional hypothesis once again. This study expands the components of interpersonal communication to compensate for the limitations of this theory. The findings reveal that only interpersonal communication and television viewing have a direct impact on the First-Order Effect and the Second-Order Effect, respectively. This also demonstrates that interpersonal communication plays more than a medium function in the process of information circulation, implying that it should be researched independently of earlier information communication mechanisms.
Keywords:
Cognitive formation, Cultivation theory, Interpersonal communication, Korean-chinese, Media viewing키워드:
인식형성, 문화계발이론, 대인커뮤니케이션, 중국동포, 미디어 시청Ⅰ. 서 론
TV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지상파 3사의 시장점유율이 매년 감소되고 있지만 이는 TV 프로그램의 시청량이 줄어들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방송 통신 기술의 발전으로 하여 시청자들이 TV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나 IPTV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하여 TV 프로그램의 시청이 가능해졌기에 단지 TV를 통한 시청률이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TV 수상기에 피플미터(people meter)를 설치하여 시청률을 측정하였다면 오늘날에는 PC나 모바일 기기에까지 미터기를 설치하여 시청률을 산출한다.
따라서 인터넷이 있는 한 해외 방송 시청은 그 어느 때보다 용이해졌다. 중국정부는 중국 경내에서의 외국방송 시청을 불법행위로 간주해왔고 2017년부터는 중국동포의 최대 집거지인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도 위성 TV 불법 수신에 대해 더 엄격한 단속을 실시해왔다[1].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TV 프로그램의 시청은 TV 수상기이외에도 다른 매체로 대체 가능하기에 이러한 제한은 연변동포들의 한국 방송 시청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한국 방송을 자주 시청하는 중국동포들은 미디어 효과연구, 특히 인식 형성에 대한 미디어의 누적적인 효과를 주로 다루는 문화계발이론(Cultivation theory) 연구를 진행함에 있어 가장 적절한 연구대상이다. 가령 미디어의 중시청자일수록 ‘TV세계’를 ‘현실세계’로 인식하고 TV에서 생산해내는 태도, 신념이나 가치를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더욱 효과적으로 수용한다고 했을 때[2], ‘TV세계’와 ‘현실세계’가 확연히 이질적인 중국동포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문화계발이론 연구는 기존의 자국 미디어와 자국민을 상대로 진행한 연구들과 비교해도 차별성을 갖는다. 이미 재미동포를 대상으로 한국 미디어의 문화계발효과를 검증한 연구[3]가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동포는 1860년경에 최초로 해외 이주를 시작한 반면 미주로의 이주는 196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4]. 또한 한국과는 다른 사회체제 속에서 반세기 넘어 살아왔기에 한국의 미디어를 수용함에 있어 재미동포나 다른 지역의 동포보다 한국 미디어에서 그리는 상에 대해 더 이질적으로 느낄 수 있으며 현실과의 괴리를 더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연구대상의 선택은 기존의 문화계발이론 연구가 ‘TV세계’와 ‘현실세계’의 경계가 모호하여 이론적으로 설명력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일정한 정도 보완해 줄 수 있다[5][6]. 이외에 문화계발이론은 전반 사회의 거시적 환경이 수용자의 인식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학문[7]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연구들은 채널별, 장르별, 포맷별 등으로 미디어를 세분하거나 누적적이고 장기적인 효과가 아닌 단시간 내의 미디어 효과를 측정하였다. 본 연구는 문화계발이론이 지향하는 거시적인 측면에 입각하여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지만 미디어 효과연구에서 자주 간과되는 대인커뮤니케이션 요인을 추가하여 논의해 보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한국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세계와 현실 세계의 괴리가 조기연애에 대한 중국동포 청소년들의 인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탐구하는 것이 본 연구의 주요 목적이다. 중국은 사회적으로 청소년의 연애를 조기연애로 일컫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반면 한국은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미디어에서도 자주 소재로 다루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중국동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국 미디어 노출정도와 어른들과의 대화 정도가 각각 인지된 현실감과 관련된 문화계발의 1차 효과와 태도와 관련된 2차 효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고자 한다.
Ⅱ. 이론적 논의
2-1 조기연애 관련 한·중 양국의 인식 차이
중국에서는 조기연애를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아직 미숙하고, 혼인에 대한 책임을 가하지 못 하는 단계에서의 감정교류 활동으로 정의하면서 조기연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8]. 즉 조기연애는 청소년 시기의 일종 일탈 행위로,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수반되는 심리적 문제로 인식한다[9]. 정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성숙되지 않은 청소년들이 연애를 시작하면 상대방한테 과도한 감정소모를 하게 되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간관계 형성에 영향을 주며 정서적 불안을 유발한다는 등 원인 때문이다[10]. 중국 연변대학교 채미화와 김선화도 '재한 중국 조선족 이주노동여성의 조사연구'에서 중국동포 학생 중 결손가정 자녀가 39%를 차지하며 그들은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 처해있으며 특히 조기연애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11]. 이러한 인식 때문에 조기연애와 관련된 중국 논문은 조기연애 예방책을 제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8][9][10]. 비록 "조기연애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행위"라는 반박[12]도 제기되지만 양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매스 미디어에서도 조기연애를 미화하는 내용은 금지되어 있는데, 예로 <드라마 콘텐츠 제작 통칙(电视剧内容制作通则)>에서는 조기연애는 미성년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이와 관련된 콘텐츠의 상영을 금지한다고 명확히 언급하였다[13].
반대로 한국은 사회적으로 청소년들의 조기연애에 대해서는 관용적이면서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학계에서는 조기연애가 보편화, 연소화 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오히려 기성세대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면서 "청소년기에 이성과의 교제를 자연스럽게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성에 대하여 수치심을 가지게 되고, 성 자체를 혐오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14].
2-2 미디어 시청과 인식형성
문화계발이론(Cultivation theory)은 미디어 효과연구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로, 1970년대에 조지 거브너(George Gerbner)가 처음 제기 하여서부터 2010년까지 총 500여 편의 논문이 발표되었다[15]. 시청자들의 사회적 현실인식에 미치는 텔레비전 영향에 초점을 맞추는 이 이론은 인구사회학적변인이 통제된 상황에서 텔레비전의 중시청자(heavy viewers)는 경시청자(light viewers)보다 텔레비전 세계를 실제 세계로 인식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주장한다[16][17].
문화계발이론은 폭력물의 영향뿐만 아니라 미디어에서 표출되는 타 의제와 다양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도 일관된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나타났다[2][7]. 본 연구의 주제와 관련된 선행연구에 한정해 살펴보면, 로맨틱 장르의 시청은 시청자의 결혼이나 연애에 관한 태도 또는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많은 연구들에서 검증된 바가 있다. 시트콤이나 연속극과 같은 특정 장르의 시청량은 텔레비전 전체 시청량 보다 결혼에 대한 이상적인 기대와 미혼 수용자들의 결혼 의도의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었고 이러한 영향은 청소년층에까지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18][19]. 즉 텔레비전 시청과 청소년들의 결혼에 대한 갈망, 가정에 대한 갈망은 정적인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문화계발이론은 미디어 효과를 측정함에 있어 유용한 이론 중 하나라고 평가 받지만 최근에는 그 기본 가설 중 독립변인으로 되는 미디어 노출량의 측정 방식에 논쟁이 된다. 미디어의 발전으로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포맷과 장르뿐만 아니라 채널과 매체의 형태도 다양해졌기에 초기 문화계발이론에서 주로 측정했던 전체 미디어 노출량이 아닌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세분화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 되기 때문이다[20]. 하지만 시청자는 어느 특정한 프로그램 장르만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며 인식의 형성과정에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기에 이러한 장르별 측정은 문화계발이론이 제기된 목적과 어긋나는 부분이 존재한다. 즉 문화지표(Cultural indicators) 연구 프로젝트로부터 시작된 문화계발 연구는 당시 미디어 효과연구의 대안 이론으로 제기된 것으로, 전통적인 미디어 효과연구는 특정 내용의 영향력에 주목했다면 문화계발이론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그 사회의 정보 시스템을 비롯한 전반 미디어 문화적 환경이 현실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론적 틀을 제공한 것이다[21]. 비록 특정한 프로그램 또는 채널은 시청자들에게 단기적으로 특정한 영향을 주고 있지만 미디어는 장기적으로 다수의 이질적 수용자를 위해 집중적으로 중복적인 이야기 시스템을 생산해 내기에 문화계발이론의 검증은 전체 미디어 노출량과 장기적인 노출량을 필요로 한다[22]. 따라서 본 연구는 전반 한국 미디어의 시청 기간으로 미디어의 노출 정도를 측정하며 중시청자 집단과 경시청자 집단을 나누어 미디어 노출량과 인식 형성의 관계를 밝혀내고자 한다.
2-3 문화계발의 1, 2차 효과
최근의 문화계발이론 연구는 강효과론적 접근이나 개인차적 접근보다는 미디어 시청으로부터 인식 형성까지의 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인지론적 접근을 주로 다룬다.
문화계발 효과에 대하여 처음으로 인지적 접근을 시도한 한 연구에서는 ‘학습과 구성 모델’(learning and construction model)을 제시하여 ‘학습’과 ‘구성’ 이라는 두 단계로 그 과정을 설명했다[23]. 이 모델에 근거하면 문화계발 효과는 학습과 구성이라는 심리적 하부구조로 구성되었는데 학습과정은 TV에서 보여주는 세계에 대한 사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과정이고, 구성과정은 학습 과정에서 얻은 정보를 기초로 현실 세계에 대한 인식을 발전시키는 과정이다. 따라서 문화계발 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서 시청자는 먼저 자신이 시청한 TV 세계의 현실을 기억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기억을 근거로 실제 세계의 현실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24]. 또한 ‘문화계발효과의 인지심리학적 모델’에서는 TV 노출, TV 세계에 대한 인식, 실제 세계에 대한 인식으로 나누어, TV에 노출되면 학습을 통해 TV 세계를 이해하고, 인지된 TV 세계를 바탕으로 실제 세계를 인지적으로 구성한다고 주장했다[25].
따라서 문화계발 효과에서 종속변인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인식은 두 가지 차원에서 설명할 수 있는데, 하나는 빈도에 근거한 인식(1차적 효과)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2차적 효과)이다[26]. 구체적으로, 1차적 효과는 한 사건의 유행 정도(prevalence) 또는 가능성을 계발하는 것이고 2차적 효과는 태도와 가치관을 계발하는 것을 지칭한다[27].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 두 단계 효과의 형성에는 서로 다른 인지적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밝혀낸 바가 있다[28]. 1차 효과는 휴리스틱 처리과정(heuristic processing)을 통해 배양되는 것으로, 이때 TV 콘텐츠는 시청자들이 인지적 판단을 내림에 있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하며, 2차 효과는 시청 과정에서 형성되어 보다 보편적인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28][29]. 여기서 휴리스틱 처리과정에는 소량의 인지적 자원을 필요로 하지만 2차 효과를 형성하는 체계적인 처리과정(systematic processing)에서는 보다 많은 인지적 자원을 필요로 한다[37]. 즉 1차 효과는 주로 시청자 혼자서 미디어 내용에 근거하여 정보를 처리하면서 현실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지만 2차 효과는 더 광범위한 측면에서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31][32][33].
이처럼 1차, 2차 효과의 구분은 명확해 졌지만 이러한 효과가 발생하는 인과관계나 과정에 대한 연구는 아직 일관된 검증 결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TV 토크쇼가 독일 청소년들의 현실 인식과 개인 신념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동성애, 성전환, 피어싱, 문신 등 콘텐츠를 접한 실험집단은 비록 이러한 사람들의 비율을 과대평가하고 일반 대중들이 이러한 사안에 대해 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지만 개인적인 태도에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34]. 이 연구에서 1차적 효과는 검증되었지만 2차적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다. 텔레비전 시청이 연애에서의 소비 및 소비 수준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1차, 2차 효과 모두 검증되었는데 텔레비전 시청을 많이 하는 응답자일수록 현실적으로 연인들이 연애할 때 높은 소비 수준을 향유할 것이라고 인식하였으며 연애할 때 높은 소비 주준을 향유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35]. 하지만 반대로 미국 LA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들에 대한 한국 미디어의 문화계발효과를 조사한 연구에서는 TV노출은 1차, 2차 효과에 대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신문 노출은 1차적 효과와 2차적 효과 중 일부에서만 그 효과가 발견된 바가 있다[3]. 본 연구는 연변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동포 청소년들을 연구대상으로 한국 미디어의 문화계발효과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 중 문화계발효과의 1차적 효과와 2차적 효과는 중국에서는 사회 전반적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조기연애에 대한 연구대상들의 현실적 인식과 태도를 조사하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연구문제를 제시한다.
- 연구문제 1: 한국 미디어 노출 정도는 중국 동포 청소년들의 조기연애 관련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 가설 1-1: 한국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된 수용자일수록 조기연애를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식할 것이다.
- 가설 1-2: 한국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된 수용자일수록 조기연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것이다.
2-4 대인커뮤니케이션과 미디어 효과
중시청자나 경시청자를 불문하고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소통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기에 미디어의 영향력은 그 자체로 전파되는 것뿐만 아니라 대인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도 전파된다[36]. 대인커뮤니케이션은 문화계발효과를 검증함에 있어 중요한 변인임에도 많은 선행연구들에서는 이를 간과하였고, 1차적 효과와 2차적 효과의 일관되지 않은 결과도 이러한 이유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 몰리(1990)는 정치커뮤니케이션의 연구에 있어 응당 미디어에서 구현되는 담론 간 관계 등을 포함한 더욱 거시적인 측면에서 다루어져야 할 필요성을 주장한 바 있다[37].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정치커뮤니케이션 뿐만 아니라 전반 커뮤니케이션 연구에도 유의미하며 미디어의 특정 장르나 단시간의 효과에서 벗어나 한 사회의 전반 문화적 환경이 수용자들한테 누적적으로 미치는 영향력에 관심을 둔 문화계발연구와도 관점을 공유한다. 그 중 대인커뮤니케이션이 수용자에 대한 미디어의 영향력에 크게 관여함에도 불구하고[38][39] 매스커뮤니케이션과 대인커뮤니케이션을 모두 다룬 연구는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주로 정치커뮤니케이션[40][41], 헬스커뮤니케이션[42][43][44]과 마케팅 분야[45][46]에서 그나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커뮤니케이션의 2단계 유통 모델(the two-step flow model)에서는 일찍이 의견지도자(opinion leaders)의 매개효과를 강조하면서 미디어는 수용자에 직접적으로 영향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었다[53]. 구체적으로, 의견지도자는 미디어 효과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들은 미디어를 수용함과 동시에 그들의 추종자들에 정보를 전파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비록 미디어의 영향력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지만 대인간 커뮤니케이션이 강조되고 이를 통해 미디어 효과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였다는 점에 있어서 이후의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줬다고 할 수 있겠다. 학계에서는 비록 대인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지만 미디어의 영향력이 수용자한테까지 미치는 과정에서 대인커뮤니케이션이 행하는 역할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거니와 체계적인 분석도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대인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관련하여, 2단계 유통이론에서의 주장처럼 대인커뮤니케이션이 매개효과를 한다는 관점이 그 중 하나이고, 대인커뮤니케이션은 단지 미디어가 의도한 결과 중 하나라는 관점 또한 대표적이다[48]. 이외에도 매스커뮤니케이션과 대인커뮤니케이션을 서로 다른 채널로 인식하여 각각 독립적으로 어떤 요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간주하는 연구들도 있다[51]. 사우스웰과 이저(2007)는 사람들이 정보를 습득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지 아니면 대화를 하기 위해 정보를 습득하는지 불분명하기에 대인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밝혀내기에 어려운 부분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48].
두 시스템 모델(2-system model)에 따르면 인간의 사회적 행위는 사실과 가치에 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성찰적인(reflective) 시스템과 연관성(associative links)과 동기 지향성(motivational orientations)에 의해 작동되는 충동적인(impulsive) 시스템이라는 두 가지 시스템의 상호작용 속에서 유발된다[49]. 대인커뮤니케이션 역시 사회적 행위 중 하나로 이러한 두 시스템의 영향을 받는데, 성찰적 시스템이 더 많이 작동하였을 경우 대인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 시청행위로부터 인지변화로 이르는 과정 속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즉 (미디어를 통한) 정보습득은 오로지 대화를 하기 위한 것으로, 미디어의 내용이 개인적 효능감이나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을 경우 대인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 영향력의 결과물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48]. 청소년 임신관련 콘텐츠 시청과 모녀사이의 대화 간 관계를 밝힌 연구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다룬 콘텐츠를 시청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성(性)건강 관련 대화에 더 만족하였고 더 빈번하게 대화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50].
하지만 1차적 문화계발효과는 체계적인 처리과정을 거쳐 형성되는 2차적인 효과와는 달리 빈도에 근거한 휴리스틱 처리과정을 통해 형성되기에 대인커뮤니케이션의 형성요인이 무엇이든 간에 미디어 내용과 관련된 대화를 많이 진행될수록 수용자는 그 내용을 반복적으로 인식하여 1차적 문화계발효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미디어 시청이나 대화의 빈도이지 내용이 아니며 이러한 주장은 질병에 대한 공포감과 관련된 연구에서 이미 검증된 바가 있다[51][52]. 이상 논의를 종합하여 본 연구는 아래와 같이 연구문제를 설정한다.
- 연구문제 2: 한국 미디어 노출 정도와 어른들과의 대인커뮤니케이션 빈도는 중국동포 청소년의 연애관련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 가설 2-1: 한국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된 수용자일수록, 어른과 대인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는 수용자일수록 조기연애를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식할 것이다.
- 가설 2-2: 한국 미디어에 장시간 노출된 수용자일수록, 어른과 대인커뮤니케이션을 자주 하는 수용자일수록 조기연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것이다.
Ⅲ. 연구방법
3-1 조사대상
설문조사는 중국 연변조선족자치주 연길시 소재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중학교 학생 수가 고등학교보다 적다는 점을 감안하여 중학교인 연길시 제13중학교와 제10중학교, 1개의 고등학교인 연변제1고급중학교를 선택하여 단순 무작위표본추출방식으로 표본을 추출하였다. 설문지는 총 300부를 배포하였지만 282부만 회수되었고 그 중 유효한 210명의 데이터를 최종 연구에 사용하였다.
3-2 분석방법
이론적 논의 부분에서도 언급했듯, 지금까지 수용자에 영향을 미치기까지의 매스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대인커뮤니케이션 채널의 관계가 제대로 밝혀진 바가 없다. 본 연구는 미디어 노출과 대화가 복합적으로 인식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총 네 개 집단으로 구분한다. 구체적으로, 2(미디어 노출정도: 중시청자, 경시청자) × 2(대화 빈도: 고, 저)의 요인설계에 근거하여 수집된 210명의 데이터를 4개 집단으로 나누어 공분산분석(ANCOVA)을 진행한다. 공분산분석을 선택한 이유는 본 연구에서 연애 경험을 통제변인으로 설정하여 미디어 노출과 대화가 조기연애의 인지된 현실감과 태도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노출량은 중시청자와 경시청자를 나누는 가장 정확하고 빠른 방식으로, 문화계발이론의 연구에서 항상 독립변인으로 들어가고 있다. 문화계발이론의 전통이 특정 프로그램 장르나 단기간의 영향력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 만큼 본 연구도 중국동포 청소년들의 한국 방송 전체 시청량을 미디어의 노출량으로 측정한다[53]. 본 연구에서는 한국 방송 전체에 대 시청이 인식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국 방송을 시청한 전체 연도수를 선택하도록 했다. 선택항은 5점 척도로, “1년 미만”, “1~3년 전부터”, “4~6년 전부터”, “7~10년 전부터”, “10년 이상”에서 선택하도록 했다.
또한 연구대상인 중국동포 청소년들이 한국 미디어에서 조기연애를 자주 언급한다고 인지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본 연구는 미디어 세계인식 조사문항을 변형시켜 “한국 드라마는 사랑을 다룬 내용을 자주 다루고 있다”, “나는 한국 드라마에서 고등학교(고중) 및 이하 청소년들의 사랑을 다룬 내용을 많이 접했다” 등 5개 문항을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7점)까지 리커트 7점 척도를 사용하여 조사하였다(Cronbach’s α=.839)[54].
대인커뮤니케이션은 어른과의 대화 정도를 측정하였다. 조기연애에 긍정적인 한국 방송 시청과 관점을 달리하는 어른들과의 대화가 마냥 미디어의 영향력을 증폭할 것이라고 판단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인커뮤니케이션 관련 설문문항은 “나는 부모님 혹은 선생님들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있다”, “부모님 혹은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연애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했다” 등 문항을 통해 어른들과의 대화 빈도를 측정하였다(Cronbach’s α=.711)[45].
또한 조기연애에 대해 어른들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지를 검증해보기 위해 “부모님 혹은 선생님들은 청소년도 연애를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부모님 혹은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하여 연애에 대한 정보는 긍정적 내용이 대부분이다” 등 문항을 사용하였다. 모든 문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7점)까지 리커트 7점 척도에 응답하도록 했다(Cronbach’s α=.940).
이외에 미디어 노출량과 문화계발효과 사이에 정적인 관계가 있다는 주류효과(mainstream effect)이외에도 개인의 직접적인 경험도 문화계발에 적극 개입한다는 공명효과(resonance effect)가 밝혀진 바가 있다[55]. 본 연구는 주류효과의 틀 속에서 미디어의 영향력을 측정하는데 목적을 두며 미디어의 영향력이 행사되는 과정 속에서 대인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알아보고자 한다. 공명효과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연애 경험을 통제 변인으로 설정하며, 연애 경험과 관련된 문항은 지금까지의 연애횟수를 직접 기입하도록 했다.
공분산분석을 진행하기 이전에 독립변인과 통제변인 사이에 관계가 없음을 증명해야 됨으로 우선 연애 경험이 미디어 노출 및 대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일원분산분석(one-way ANOVA)을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55]. 공변인으로 통제한 연애 경험이 미디어 노출 및 대화에 영향을 미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일원분산분석을 실행한 결과 독립변인인 연애 경험은 종속변인 미디어 노출 정도(F=2.158, df=5, P=0.06) 및 어른들과의 대화 빈도(F=0.888, df=5, p=0.49)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본 연구는 공분산분석(ANCOVA)을 분석방법으로 채택할 수 있었다.
3-3 측정변인
상술한 듯, 매스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대인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어떻게 복합적으로 문화계발효과의 1차적, 2차적 효과에 영향을 주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본 연구는 미디어 내용에 대한 현실적 인식인 인지된 현실감 및 조기연애 관련 태도에 대해 측정한다. 우선, 문화계발의 1차적 효과와 관련하여 선행연구들에서는 미디어 내용에 대한 현실적 인식을 측정하였다[3][35][54][56][57]. TV세계 인식, 현실성 인식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변인을 본 연구에서는 인지된 현실감이라는 명칭으로 사용한다. TV에서 묘사되고 있는 세계를 어느 정도 현실적이라고 인지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이 변인을 상기 연구들에서 사용한 설문문항을 변형하여 “한국 방송은 그러한 일들이 실제 삶에서 있는 것처럼 표현한다,” “한국 방송에서 사람들이게 일어난 일과 똑같은 일들이 내 주변에서 일어난다,” “한국 방송에서 다룬 청소년들의 사랑은 실제 내 주변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등으로 역시 리커트 7점 척도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Cronbach’s α=.650).
태도와 관련된 변인은 “나는 조기연애를 하는 것에 대해...”라는 문항에는 “매우 부정적이다”(1점)부터 “매우 긍정적이다”(7점)까지, “나는 조기연애를 한하는 것은 ( )행위라 생각한다”라는 문항에는 “매우 도덕에 어긋나는”(1점), “매우 정당한”(7점)까지, “나는 사랑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등 문항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1점)부터 “매우 그렇다”(7점)까지 리커트 7점 척도를 사용하였다(Cronbach’s α=.961)[45].
Ⅳ. 연구결과
4-1 기술통계
표본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살펴보면 여성 비율이 75.4%로 절대다수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MD=14.80, SD=1.87)은 13살에서 17살 사이에 많이 분포되었고 전체 표본 중 82%를 차지한다. 미디어 노출 정도(MD=2.64, SD=1.13)를 보면, 한국 방송을 시청 기간이 1년에서 3년 정도인 응답자가 가장 많았는데 전체 표본 중 33.8%를 차지하였고, 4년에서 6년 정도인 응답자가 두 번째로 많았는데 전체 표본 중 30.5%를 차지하였다. 10년 이상 한국 방송을 시청한 응답자 수는 가장 적었으며 전체 표본에서 8.1%를 차지하였다.
연구대상들이 과연 한국 미디어에서 조기연애를 자주 언급한다고 인지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미디어 세계 인식을 조사한 결과 연구대상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고등학교 및 이하 청소년들의 사랑을 자주 다룬다고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MD=4.51, SD=1.37). 부모님과 선생님을 포함한 어른들이 조기연애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는지를 조사한 결과 연구대상인 중국동포 청소년들은 어른 세대가 조기연애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였다(MD=2.45, SD=1.86). 2(미디어 노출정도: 중시청자, 경시청자) × 2(대화 빈도: 다(多), 소(少))의 집단 빈도수 및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래 <표 1>에 제시된 바와 같다.
4-2 연구문제 검증
본 연구는 매스커뮤니케이션 채널과 대인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수용자의 인식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문화계발이론의 인지론적 측면에서 접근하였으며 대인커뮤니케이션 채널도 추가하여 복합적으로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조기연애를 긍정적으로 다루는 한국 미디어에의 노출과 조기연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어른들과의 대화가 중국동포 청소년들의 조기연애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지된 현실감과 태도로 세분하여 측정하였다.
미디어 노출정도가 1차적, 2차적 효과 모두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문제 1>을 측정하기 위해 먼저 t-test 분석을 실시하였다. 결과, 미디어 노출 정도는 현실세계인식(p<.01)과 태도(p<.001) 모두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중시청자일수록 조기연애를 보편적인 현상으로 인지하였고(중시청: M=3.36, 경시청: M=2.87) 긍정적인 태도(중시청: M=4.25, 경시청: M=3.45)를 가지고 있었다. 대인커뮤니케이션의 영향력을 알아보기 위한 추가분석으로 t-test 분석을 진행하였는데, 어른과의 대화 빈도 역시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관점과 다름에도 불구하고 현실세계인식(p<.001) 및 태도 형성(p<.001)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구체적으로, 어른과 대화를 많이 할수록 조기연애를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인지하였고(대화多: M=3.64, 대화少: M=2.63) 조기연애에 더 긍정적인 태도(대화多: M=4.19, 대화少: M=3.55)를 가지고 있었다(<표 2> 참조).
조기연애 관련 현실세계인식 및 태도에 대한 미디어 노출과 어른과의 대인커뮤니케이션의 상호작용을 알아보기 위한 <연구문제 2>의 검증을 위해 공분산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2(미디어 노출정도: 중시청자, 경시청자) × 2(대화 빈도: 다, 소)네 개 집단은 현실세계인식(F(1,205)=18.651, p<.001) 및 태도(F(1,205)=13.094, p<.001)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나타냈다(<표 3> 참조).
그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시청자이면서 어른과의 대화를 가장 많이 하는 집단이 조기연애를 현실적으로도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가장 많이 인지하였으며(M=3.51) 그 다음으로는 경시청자이지만 어른과의 대화를 많이 하는 집단이 그 뒤를 따랐다(M=2.91). 즉 1차 문화계발효과인 현실세계인식에 있어 대인커뮤니케이션이 미디어 노출량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도에 대한 영향에 있어 중시청자이면서 어른과의 대화를 많이 하는 집단 역시 조기연애에 대해 가장 긍정적으로 생각하였으며(M=4.53), 그 다음으로는 중시청자이면서 어른과의 대화를 적게 하는 집단이 그 뒤를 이었다(M=3.99). 즉 2차 문화계발효과인 태도에 있어서는 미디어 노출 정도가 대인커뮤니케이션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표 4> 참조).
Ⅴ. 결 론
대인커뮤니케이션 채널 또한 수용자의 인식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함에도 불구하고 기존 문화계발이론 연구는 미디어 또는 수용자 측면에서만 다루어져 왔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한 시도로 본고는 기존 문화계발이론 연구를 기반으로 대인커뮤니케이션의 요인을 추가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구체적으로 한국 미디어의 중시청자이지만 미디어에서 다루는 관점과는 다른 현실에서 생활하고 있는 중국동포 청소년들을 연구대상으로 미디어 노출 정도와 대인커뮤니케이션 채널 중 하나인 어른들과의 대화 빈도가 그들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았다.
기존의 연구에서 1차적 및 2차적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지만 일관된 결론을 도출해내지는 못한 상황이다. 5일간 진행된 한 실험연구에서는 1차적 효과는 검증 되었지만 2차적 효과는 검증되지 않았으며[34], 미디어 시청이 연애에서의 소비 및 소비 수준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검증에서는 1차적, 2차적 효과 모두가 검증되었던 바가 있다[35]. 미디어의 유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도출된 연구도 있었는데 재미동포들에 대한 한국 미디어의 문화계발효과를 조사한 연구에서 신문 노출은 1차적 효과와 2차적 효과에 일정한 정도 영향을 미친 반면 TV 노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3]. 결론적으로 본 연구의 결과는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시청은 시청자의 인식이나 태도를 개변시킨다는 문화계발이론의 주장을 재차 검증하였다[35][58].
문화계발이론 연구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연구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스커뮤니케이션 채널 내에 한정되어 연구가 진행되어왔던 점을 보완하기 위해 본 연구는 대인커뮤니케이션 요인을 추가하였다. 문화계발의 1차적, 2차적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노출 정도 이외에도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가 이 과정 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연구문제 2>로 제기되었다. 우선 <가설 2-1>의 결과를 보면 현실세계인식 변인과 관련하여 중시청자이자 어른과의 대화를 많이 하는 집단이 조기연애를 현실 속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인지하였으며 그 다음으로는 경시청자이자 어른과의 대화를 많이 하는 집단, 중시청자이자 어른과의 대화를 적게 하는 집단, 경시청자이자 어른과의 대화를 적게 하는 집단 순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1차적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사용된 현실세계인식 변인에 있어 대화 빈도가 미디어 노출 정도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휴리스틱 처리과정으로 문화계발의 1차적 효과가 형성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해준다[59]. 즉 1차적 효과는 빈도에 근거한 인식으로 미디어 노출과 대화는 한 사건에 대한 기억을 심화시켜 어떠한 판단을 내리는 데 근거를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마약퇴치 공익광고의 빈도는 이 광고에 대한 시청자의 기억을 심화시켰고 대인커뮤니케이션은 심화의 정도에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가 있다[60]. 이러한 결과는 미디어 효과는 미디어 자체의 정보와 대인커뮤니케이션의 상호작용을 거쳐 증폭할 것이라는 주장을 지지한다[61]. 본 연구에서는 미디어와 관점을 달리하는 대인커뮤니케이션 상대와의 대화 빈도를 측정하였지만 이 역시 1차적 효과를 강화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시 말해, 대인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의 1차적 문화계발효과를 강화하며 대화 내용이나 커뮤니케이션 상대의 입장 차이는 1차적 효과 강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을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연구문제 2-2>의 결과를 살펴보면 태도 변인에 있어서는 중시청자이자 어른과의 대화를 많이 하는 집단, 중시청자이자 어른과의 대화를 적게 하는 집단순으로 조기연애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태도 형성에 있어 미디어 노출이 대화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비록 중국은 집단주의 사회로 사회 구성원 다수의 의견이 개개인의 행위에 영향 준다고 하지만[62] 본 연구의 결과가 보여주듯 부모님 또는 선생님 등 어른들과의 대화나 중국의 전반 사회적 인식은 중국동포 청소년들의 조기연애에 대한 태도에 부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대인커뮤니케이션은 정보의 유통 과정에서 매개 역할을 수행한다는 주장[53]에 다시 한 번 의문을 던졌으며 대인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을 정보 확산의 메커니즘에서 벗어나 가정하여야 함을 증명하였다[64].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응답자의 개인적 특성, 특히 자기효능감과 관련된 변인을 간과한 것이다. 1차 문화계발효과에 참여하는 휴리스틱 정보처리 과정과 2차 문화계발효과에 참여하는 체계적인 정보처리 과정에서 개인의 동기와 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체계적인 정보처리 과정이 더욱 현저하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 둘째, 대화 연결망에 대한 세부적인 구분을 진행하지 않은 것이다. 대화의 연결망은 크기, 밀도와 이질성 등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속성을 나타내지만 본 연구는 어른들과의 대화에만 한정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셋째, 본 연구는 중국동포 청소년의 조기연애인식 변화에 한하여 진행되었기에 결과의 일반화를 위해 다양한 환경 및 연구대상으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추후 연구에서는 국내 청소년에 대한 인식 연구도 함께 진행하여 인식 형성에 대한 매스커뮤니케이션과 대인커뮤니케이션 채널의 역할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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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20년 :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수료)
※관심분야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 미디어 경제학, 미디어 산업, 미디어 정책
2018년 :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수료)
2013년~2016년: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석사 졸업
2016년~2018년: 한양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사과정 수료
※관심분야 :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미디어, 미디어 콘텐츠, 미디어 산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