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감 콘텐츠를 활용한 영화산업의 가능성과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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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초연결 시대 속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이와 배치되는 언택트 문화 속에서 가상 기술을 통한 상호작용 소통이 각광받게 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콘텐츠들 중, 가상영화가 이러한 문화의 맥락 속에서 상호작용 소통을 이루며 향후 실감 콘텐츠로서 잠재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에 대한 현주소와 개선 방안을 제시하였다. 현재 처한 문제점들을 살펴 본 결과, 관련자들의 인식과 역량의 부족과 정부차원의 지원 미비와 법제도적 체계가 확립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이에 제작자 측면에서는 인터랙티브 소통에 대한 수용과 이해, 가상영화에 대한 인식제고가 필요하며 정부 차원에서는 실감 콘텐츠로서의 영화 산업의 가능성을 살피고 미래의 영화산업을 위한 건전한 생태계 조성이 필요함을 제언했다. 향후 실감형 콘텐츠로서의 영화산업은 대중들에게 진정한 체험의 자율성과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고, 제작자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작품을 생성해 내는데 있어 가장 강력하고, 잠재력이 높은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Abstract
Due to the development of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we live in a hyper-connected era, but at the same time, interactive communication through virtual technology has been in the spotlight in the untact culture. This study emphasizes the fact that, among various contents, virtual films form interactive communication in the context of this culture, and have rich potential as realistic contents in the future. As a result of examining the current problems, it was revealed that the lack of awareness and capacity of the people involved, the lack of support at the government level, and the legal system were not established. Accordingly, it was suggested that the producers need to accept and understand interactive communication and raise awareness of virtual films, while the government needs to examine the possibility of the film industry as realistic content and create a sound ecosystem for the future film industry. In the future, the film industry as immersive content is expected to become the most powerful and high-potential means for the public to experience real autonomy and various contents, and for producers to create creative works.
Keywords:
Realistic content, Film industry, Virtual film, Interactive communivation, Cultural trend키워드:
실감 콘텐츠, 영화산업, 가상영화, 인터랙티브 소통, 문화트렌드Ⅰ. 서 론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사람들은 4차 산업혁명을 대변하는 5G 기술을 실제로 체감하고,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었다. 더 이상 지나간 순간과 벌어지는 사건들을 그 자리에서만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어디서나 일정한 플랫폼을 통해 전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는 초연결 시대에 진입하게 되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사회적 혼란은 위 흐름에 힘입어, 비접촉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 문화(untact)를 가속화시켰다. 기술의 발전과 과학의 발전은 현실을 보다 더 현실같이 만드는 하이퍼 리얼리즘적 추세를 대중문화 속에 끌어들였으며 새롭게 등장하게 된 기술들 또한 이들을 소화할 수 있는, 인간의 오감을 대변하는 다양한 센서들을 기본적인 사항으로 탑재하여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 발전에 중심에는 ‘실감 콘텐츠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글로벌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들을 통해 생중계되었던 ‘투게더 앳 홈(One World: Together At Home)’은 독보적인 퍼포먼스와 실감 있는 AR 기술, 인터랙티브(interactive) 기반 소통이 조화 있게 어우러져 단 120분간의 공연을 통해 약 7만 5천명의 시청자들이 공연을 유료로 관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명 가수들의 오프라인 콘서트가 회차 당 평균 만 명 내외의 규모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실로 적지 않은 규모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실감 콘텐츠의 기반이 되는 콘텐츠 산업은 국내에서 그 성장률이 꾸준하게 높아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19년 발표한 ‘2018년 하반기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보고서’에 의하면 콘텐츠 산업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 평균 5.8%씩 꾸준하게 성장했으며, 2019년 기준 125.4조 원의 매출액을 새롭게 경신했다. 콘텐츠를 구성하는 산업들은 출판업, 방송업, 지식정보업, 광고업, 게임산업, 음악산업, 만화산업과 영화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들은 나름대로의 빛과 그늘을 지니고 있지만,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영화산업은 특히 많은 그늘이 존재하고 있다.
2020년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여론 속의 여론’에서는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대해 불만족을 갖는 원인에 대한 이유를 규명했는데, 1위로 선정된 사유는 ‘영화의 소재와 줄거리가 빈약해서(69%)’로 꼽혔다. 앞선 ‘2018년 하반기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보고서’에서도 영화 산업은 매출 부분에서 11개 콘텐츠 사업 중 가장 뒤처지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수출 부분은 전년 동기 대비 -30.5%를 기록해 다양한 콘텐츠 산업들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은 한국 영화가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되는 기념해였으나 일부 <기생충>, <극한직업>과 같은 국제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영화들의 일부를 제외한다면 아직까지 다양한 영화산업의 문제점들로 인해 영화산업에 대한 성공적인 회고가 어려운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에, 국내 영화산업에 대한 새로운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연구에서는 현재 글로벌적 산업기술의 변화점이라 할 수 있는 ‘콘텐츠화’에 주목하여, 이 중 ‘실감형 콘텐츠’에 한정해 국내 영화산업의 발전 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기술의 패러다임적 변화뿐만 아니라 최근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가속화되며 비대면, 비접촉의 문화가 보편화됨에 따라 유튜브, 넷플릭스 등의 OTT(Over-the top) 서비스가 각광받게 되었다. 이에 영상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들이 새롭게 제작되고 재조명받게 되는 시점에서 획기적인 영화산업의 실감 콘텐츠화 전략은 향후 지속가능한 성장은 물론, 부진의 흐름을 겪고 있는 국내 영화산업에 있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영상을 기반으로 한 영화콘텐츠에 있어 실감 미디어의 출현을 연구한 대표적인 선행연구로 고호빈(2018)은 이전의 미디어의 제작 방식과 실감 미디어로 대변되는 새로운 제작 기법은 이종(異種)의 것이기 때문에, 기존의 방법을 통해 학습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는 기존의 영상 콘텐츠 제작 기법이 무용되는 현실을 지적하며 현재 갖고 있는 기술을 보다 진보시켜 실감 미디어의 현실에 대치해 경쟁력을 키울 것을 제안했다[1].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주헌식(2013)은 실감 콘텐츠 기반의 영화산업이 차후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창출할 수 있으며 수요를 창출할 가능성을 살펴 긍정적인 전망을 시사했다[2]. 실제로, 실감형 미디어를 통한 영상제작이 2D 기반의 영상보다 시청자에게 약 16%의 몰입감을 향상시켜준다는 정량적 연구 사례가 존재하며[3], 이는 근본적인 영화 포맷상의 특징으로 인해 실감형 영상이 갖고 있는 장점이 객관적으로 도출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영화 산업에 있어 실감형 영상과 관련한 학계의 논의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고루 존재하나, 실감형 콘텐츠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했다는 사실과 이런 흐름에 따른 새로운 대처가 필요한 시점임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사실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국내 영화산업의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서 실감형 콘텐츠를 활용하기 위해 갖춰져야 할 영화 산업의 생태계적 측면에서 이를 조명하고 제언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선행연구에서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실감형 콘텐츠의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수행한다는 점에 차별성이 존재하며, 기존 영화산업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의 실감형 콘텐츠를 주목한다는 점에서도 다른 접근으로서 의의가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Ⅱ. 본 론
본 연구의 목적을 위하여 실감 콘텐츠의 개념과 국내외 동향을 살펴보고 실감 콘텐츠와 영화 산업의 연관성, 각 산업의 문제점을 연결시켜 종합적인 문제점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실감 콘텐츠와 영화 산업의 한계점을 서로 융합하여 지속가능한 영화 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2-1 실감 콘텐츠
실감 콘텐츠란, 디지털 콘텐츠에 실제적인 감각 기술을 적용하여 인간이 느끼는 오감의 자극을 통해서 정보를 제공해 실제와 흡사한 현실감을 제공하는 콘텐츠로, 몰입감(Immersive)과 상호 작용(Interactive), 지능화(Intelligent)의 세 가지 특징을 지닌 콘텐츠를 의미한다. 여기서 몰입감이란 실감 콘텐츠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구성된 가상공간 속에서 인간의 오감 체험을 극대화하여 실감성을 제공하는 것이며, 상호 작용이란 콘텐츠와 사용자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사용자가 콘텐츠를 수정 및 변형할 수 있다는 특징을 의미하고 지능화란 인공지능의 적용, 사용자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지능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특징을 말한다.
곧, 실감 콘텐츠는 시각과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구성된 인간의 오감을 통해 사용자들이 현실과 유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하며, 특정한 사건과 장소, 사물 내지는 상상의 공간에 대해서 사용자들에게 시공간의 제약 없이 현실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할뿐더러 기술력이 중요시되기보다는 사용자들의 체험을 기반으로 하는 세 가지 필수요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진정한 실감 콘텐츠의 개념이 완성되는 것이다.
기존 시각과 청각을 이용한 기술은 영상 미디어적 요소와 음향을 대표하는 오디오 기술이 그 발전 시기가 오래되었기에 충분한 발전의 단계에 이르렀다. 이에, 실감 콘텐츠에서 각광받는 기술은 촉각과 후각, 미각에 대한 구현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촉각과 관련된 기술은 특정한 기계장치를 신체에 부착 또는 삽입하여 실제로 없는 사물 내지는 세계를 경험할 수 있게 제공하는 기술로 대변되며, 미각 관련 기술은 일본의 네이키드(Naked) 사와 같이 HMD(Head Mounted Display)와 연계해 인간의 미각을 실제의 맛처럼 느낄 수 있는 프로젝트를 구상하여 실현하는 등 다양한 복합적인 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인간 감각을 활용하는 실감 콘텐츠의 특성으로 인해 기존 미디어와는 달리 더욱 깊은 표현력과 몰입감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전후방적 연계 산업도 성장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실감 콘텐츠의 주요한 기술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홀로현실의 세 가지로 나뉜다. 가상현실이란 사용자의 오감을 가상의 공간으로 확장하고 공유함으로써 환경적인 제약에 의해서 실제로 경험하지 못하는 상황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총체적인 기술을 의미하며, 증강현실은 디지털 콘텐츠들을 현실의 공간과 사물 및 동적인 인체 등에 증강시킴으로써 사용자들에게 보다 많은 체험과 정보제공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또한, 홀로현실이란 홀로그래픽(Holographic) 기술을 활용해 안경이나 윈도우 디스플레이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하여 인간 시각의 한계를 뛰어 넘어 사용자들에게 초 실감의 콘텐츠와 차세대의 UI(User Interface)를 제공하는 총체적인 기술이다.
전 세계적인 거대 IC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 구글 및 페이스북과 같은 주요 대기업들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이끌어 나갈 핵심 기술로서 가상현실과 증강기술에 주목해 실감 콘텐츠의 생태계 선점을 위해 지속적 투자를 해 오고 있는 추세이다[5].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의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혼합현실의 생태계 확대와 콘텐츠 플랫폼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으며, 대표적으로 홀로렌즈2의 출시를 통해 의료와 교육 분야에 있어 2019년 이를 시연한 바 있다.
또한 애플 사는 애플TV+를 2019년 발표하여 기존 스마트폰을 넘어 콘텐츠 서비스를 수행하는 기업으로 변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구글은 모바일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여 구글 앱스토어와 유튜브에 가상현실 플랫폼인 ‘점프’를 2015년 출시한 바 있다. 또한 페이스북은 가상현실이 미래의 소셜 플랫폼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가상현실 기반 플랫폼 생산기업인 오큘러스를 지난 2014년 인수하는 등 가상현실 생태계 기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선점하고자 노력 중에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4], 2023년까지 세계 실감 콘텐츠 시장은 2017년 289억 달러에서 3,641 달러로 약 12.6배가 증가할 것으로 세계에서 전망하고 있음을 밝혔으며, 특히 실감 콘텐츠의 핵심적인 기술인 가상현실 기술과 증강현실의 기술이 6년 간 7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해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국가차원의 실감콘텐츠 연관 연구개발을 추진하여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교육과 국방, 의료와 같은 공공분야에 활용하고자 지난 2019년 744만 달러를 투자계획한 바 있으며 일본 또한 자국의 강점분야라 할 수 있는 의료산업과 로봇산업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의 기술을 적용해 응용기술을 개발하고, 실증사업과 지역활성화를 지원한 바 있다. 무엇보다 가상현실 기술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가상현실 제작기술 활용 가이드라인을 이미 2018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기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여 다양한 연관산업에 있어 기술의 표준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으로, 국가가 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핵심산업으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행보라 볼 수 있다.
유럽국가 또한 대형 실감 콘텐츠 기술 확보를 위해 관련 프로젝트에 한화 약 1.6조원을 지난 2015년 이래로 꾸준히 지원하고 있으며 대국민의 관심을 제고하고 산업 육성을 위해 핵심 기술력을 확보하는 과정 중에 있다.
2019년 기준 국내 실감 콘텐츠 생산액은 2.81조 원으로, 지난 2017년 1.23조 원 대비 2.3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4]. 실감 콘텐츠를 통한 산업의 성장세는 매출액 측면에서 2006년 대비 2017년 기준 76%가 증가했으며, 수출은 400%, 고용률은 33% 증가하는 등 모든 지표에서 성장률이 높고, 특히 국내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청년실업에 있어 빛을 발하는데, 청년들에 대한 종사자의 비중은 타 업종 대비 2배의 수준(30.6%)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감 콘텐츠가 5G 기술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에 국내에서는 통신사를 기점으로 기술개발과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SK텔레콤은 ‘소셜 VR’ 서비스를 론칭하여 VR 및 SNS가 결합되어진 소셜 VR 플랫폼을 구축하였으며 KT는 무선 VR인 ‘KT 슈퍼 VR’을 공개하여 다양한 실감 콘텐츠들을 출시 중에 있다. 또한 LG유플러스는 2019년 기준 향후 5년 간 5G 혁신 콘텐츠를 육성하기 위해 총 2조 6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2020년 3분기에 ‘AR 글래스’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고자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위 사례 외에도 현대자동차는 2016년 ‘AR 매뉴얼’을 통해서 소비자들이 차량의 내부 정보들을 3D 시뮬레이션을 통해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였으며, ‘알집’의 개발사인 이스트소프트는 인공지능과 증강현실 기술 기반의 안경을 통한 가상 피팅 앱인 라운즈를 개발하는 등 실감 콘텐츠와 관련된 국내 기업들의 행보도 세계적 흐름에 못지않게 적극적이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정부는 지난 2020년 2월, 실감 콘텐츠에 대한 기업들의 신 시장 창출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자 「5G 실감콘텐츠 신시장 창출 프로젝트」를 추진하였다. 세계 최초 5G의 상용화 및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기술의 확산으로 실감 콘텐츠 시장의 창출을 가속화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된 프로젝트는 공공부문과 산업부문을 중점으로 지원하는 프로젝트이다. 이 외에도 5G 기반 킬러 실감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기 위해 「5G 콘텐츠 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위치기반 증강현실 서비스, 자전거 탑승자용 증강현실 콘텐츠, 혼합현실 원격회의와 증강현실 방송중계의 과제를 지원한다. 이와 같이 실감 콘텐츠에 대한 국내의 동향과 정부의 지원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나, 다양한 콘텐츠 산업 중 영화산업에 있어서는 부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2-2 실감 콘텐츠와 영화산업
영화의 발전은 과학과 긴요하게 연관되어 있다. 토머스 에디슨의 영사기와 축음기의 발명은 곧 시청각 매체의 영화를 탄생시켰으며,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는 관객들이 영화를 한 장소에서 볼 수 있는 시네마의 탄생을 이끌었기 때문이다[6]. 이에,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혼합현실의 시대는 곧 영화의 발전을 동인하는 기술로 점차 자리 잡고 있으며, 이에 따라 영화에게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영화와 실감 콘텐츠를 잇고자 하는 시도는 아직까지 가상현실 기술에 머물러 있으며, 점차 발전하는 추세로 보인다.
이와 같이 가상현실로 대표되는 영상의 변화는 기존의 영화문법을 본격적으로 해체하는 기술로 다가왔다. 360° 의 이미지 재현은 기존 영화 장면들의 비가시 영역들을 가시적인 영역으로 확장시키며, 특정한 캐릭터를 통해 정서적인 공감과 감정을 이입하는 데 주목하기보다는 공간에 대한 사실적이며, 간접적인 체험을 극대화 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에 다수의 영화산업계 관련자들은 기존 영화의 문법을 전복하는 수단으로서 가상현실 기술을 바라보는 입장도 있으나, 오히려 프레임이 없다는 특징으로 인해 관객이 능동적인 외화면적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 서사 전개에 따라서 시선을 유도하는 장치로서 사운드를 활용할 수 있고 이러한 사운드 자체는 시공간의 중계자 역할이자 모든 공간적인 단절을 뛰어 넘는 장소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도 있다[7].
한편, 콘텐츠를 교양, 또는 오락에 속하는 저작물로 수신자의 맥락에 따라서 가치가 있는 정보 내지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8]이라 본다면, 영화는 기존 감독의 정해진 문법 속에서 가치가 있는 정보와 경험을 제공했으나 가상현실을 가미한 실감형 콘텐츠로서 시청자들에게 체험이라는 의미 있는 가치를 부여하는 콘텐츠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가상현실 기반의 영화는 실감형 콘텐츠에 있어 시각적·청각적 층위를 완벽하게 재현해낼 수 있다는 잠재력과 향후 다양한 센서기술로 발전될 촉각과 후각, 미각에 이르는 오감에 기반한 실감 요소들을 담을 수 있는 준비된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부산영상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등과 같은 영화관련 공공기관들은 VR 세미나 등을 주기적으로 개최해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실제로 영화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관계자들 중 단 한 명도 가상영화를 위한 기초 디바이스인 HMD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라는 보고가 있다[9]. 또한, 영화업계 관련자들은 실감 콘텐츠로서의 가상영화에 대해 무엇을 보여야 할지에 관한 문법체계 설정에 대한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시선에 따라 다른 정보들을 주고받을 수 있기에 얼마나 화자의 입장으로 끌어들여야 할지에 대한 작법상의 문제와 소재와 장르에 대한 고민이 대표적이다. 더불어 영화진흥위원회는 ‘첨단기술실험단편영화 상영회’를 지난 2015년 제3회를 시행한 것을 마지막으로, 이후의 관련 정보들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더불어 정부차원의 실감형 콘텐츠와 관련된 논의 속에서 영화산업이 빠져있다는 점도 문제점이다. 앞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보고서에서 가장 부진을 겪고 있는 콘텐츠 산업은 영화산업이었지만, 동 보고서에서 콘텐츠 기업들의 인력 수급 수요와 연구개발의 직무 수요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제도적 미비와 자금 확보의 어려움으로 인해 영화산업의 고충을 제시하고 있었다.
위와 같은 인식의 차원과 정부 지원의 차원뿐만 아니라 법제도적 정비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HMD 장비를 착용해 관람할 수밖에 없는 가상영화의 특성상,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영상물을 관람하기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의 제 2조의 정의인 ‘“게임물”이라 함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를 말한다.’에 따라 법적으로 게임물에 속하게 되는 현실이다.
이에, 지난 2020년 7월 VR, AR 규제 혁신 로드맵을 통해 VR 시뮬레이터를 통한 영화의 제공을 위해 개정이 이루어질 예정임을 밝혔으나, 선제적 규제혁신 로드맵의 주요내용에서는 의료 기능성 콘텐츠와 관련된 내용에 한정하여 게임물 규제 미적용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설정되었다. 영화와 관련된 새로운 규제는 ‘VR 영화 전용관 운영’ 외에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가 없다. 이러한 종합적인 동향으로 인해 다양한 콘텐츠 사업들 중 2019년 하반기 기준 폐업을 고려하거나 예정하는 비중이 11개 실감형 콘텐츠 사업들 중 영화산업이 1위(1.4%)를 차지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4]. 무엇보다 이들은 창작자 개인이 제작한 뒤 상업적인 콘텐츠 시장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으로 인해 정부의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지원 또한 녹록치 않은 현실이기에 발전적인 동향은 더 멀어져만 가고 있다.
정리하자면 국내 실감 콘텐츠 산업으로서의 영화산업은 관계자 측면에서의 인식 부족과 역량의 부족, 이에 따른 유관 기관들의 적극적인 활동의 부족으로 보이며 정부차원에서는 실감형 콘텐츠로서의 영화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의 부족, 영화 콘텐츠 산업으로의 자금 지원 부족과 법제도적 체계가 미비하다는 점으로 보인다.
Ⅲ. 실감 콘텐츠를 활용한 국내 영화 산업의 발전 방안
3-1 실감 콘텐츠로서의 영화 산업의 가능성
위와 같은 다양한 문제점이 존재하는 가운데, 실감 콘텐츠로서의 영화 산업의 가능성을 보여준 두 가지 사례가 존재한다. 하나는 지난 2019년 한국 콘텐츠진흥원 주최의 실감콘텐츠 페스티벌인 VROUND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VR영화 ‘소년좀비’의 사례와 다른 하나는 2020년 제 36회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된 정지현 감독의 VR 영화 ‘허수아비’의 사례이다. 두 사례 모두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객이 서사 속의 세계 안에서 현존감을 느끼는 몰입적인 환경을 구성하여 관객이 곧 무대를 움직이는 ‘이머시브 연극’과 같이 관계를 맺음을 통해 호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이러한 가능성들은 최근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전되는 트렌드의 흐름과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의 확산으로 인해 기존 영화가 갖는 공동체적 경험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 가상공간은 곧 이상적인 조건의 공동체적 경험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현재 언택트로 대변되는 문화의 취약점을 메워줄 수 있다는 실감 콘텐츠로서의 영화에 대한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야기의 세계 속에 관객들이 직접 들어가 배우와 같이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부여받으며, 자신의 창조성을 동원하여 서사에 참여하며 동시에 캐릭터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이 가상 영화가 콘텐츠로서 그 가능성을 시사하는 점이다.
3-2 제언
앞선 영화 관계자 차원의 현 실감 콘텐츠로서의 영화산업은 인식의 부족과 역량부족, 이로 인해 파생되는 유관 기관들의 적극적인 활동의 부족으로 제시되었다. 더불어 정부차원의 전반적인 관심 부족, 법제도적 체계의 미비, 자금 지원의 부족 또한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이에, 가장 선제적인 발전방안으로서 가상현실 기반 영화를 차후 제작해 나갈 제작사들과 감독, 관련자들에 대한 인식의 제고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기존의 문법체계와 가상현실 기반의 영화의 문법체계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해 관련 개발에 있어 주저하는 유관 관련자들을 위한 정부차원의 캠페인, 지원 등을 통해 이들의 인식을 환기하는 방법이다. 현재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주체로 가상영화와 관련된 교육과정이 소수 운영되고 있으나, 지난 100년 간 이어져 온 영화의 전통은 영화진흥위원회의 단편적인 움직임으로 쉽사리 변화하기엔 어려움이 따른다. 프레임 속 메시지들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차원의 서사 구조가 기존의 영화였다면, 상호 작용으로 대변되는 인터랙티브적 요소가 새로이 등장하는 문화적 트렌드이며, 더 이상 영화 관람객들이 소비자가 아닌 프로슈머로 발전하고 있는 시대임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 디바이스의 발전과 상호 의사소통의 대중화로 인해 웹드라마, 웹 기반 소통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소셜 인플루언서들의 행보들은 하루가 지날 때 마다 거듭 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더 이상 ‘전달’이 아닌 ‘참여와 소통’이 새로운 리터러시(literacy)로서 자리 잡고 있음을 이들에게 알릴 필요성이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콘텐츠 전략 중 영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게임물’에 머물러 있는 HMD 기반의 가상영화들은 고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여타의 콘텐츠 산업에 비해 상당히 뒤처지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정부가 가상영화에 대한 가능성과 성장 잠재력을 면밀히 검토한 뒤, 이를 뒷받침할 제도와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VR 영화 전용관 운영‘이라는 사후적 시장의 형성이 아닌, 영화산업에 있어 VR이 가져다 줄 수 있는 체험요소와 실감 콘텐츠로서의 다양한 장점을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화 시켜 현재 대기업 위주의 스크린 독점 현상을 타파하고 가상 영화에 대한 제작과 연구를 지원하여 이들로 인해 견인될 미래의 가상영화 시장으로 바뀔 수 있는 새로운 영화 생태계의 조성이 필요하다.
정부차원의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되어 제작자들의 가상 영화에 대한 가능성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킬러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면 차후 가상현실 기술 기반 영화 콘텐츠의 이용환경이 조성되게 될 것이고, 자연스레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 새로운 미래 트렌드에 맞는 영화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Ⅳ. 결론
소니와 코닥은 승자의 함정에 빠져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하지 못해 시장에서 도태되었다. 세계 1위의 명성을 지닌 기업들조차 새로운 트렌드를 외면하게 된다면 자연스레 따르는 패러다임의 외면에 따른 대가로 생각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모바일 디바이스, 원격 기술 등의 발전에 더욱 비대면화는 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1인 방송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으며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영상시장 또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극장을 대표로 하는 영화 산업은 좀처럼 지속적인 성장에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게임 산업은 모바일 게임과 가상현실을 이용한 게임의 돌파구를 찾고, 연극과 뮤지컬은 온라인 공연의 새로운 발견을 통해, 출판업계는 전자책 등을 통해 새로운 판로를 열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영화산업은 백 년 전 그대로, 스크린을 통해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에 머물러 있다. 이에, 2020년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여론 속의 여론’의 결과와 같이 우리나라 영화산업에 대해 불만족을 갖는 원인에 대한 첫 번째 이유가 영화의 소재와 줄거리가 빈약하다는 것으로 돌아오게 되었으며, 무엇보다 OTT 서비스의 등장으로 인해 더욱 국내 영화산업은 앞으로의 현실이 어둡기만 해 보인다.
한편, 대중화되지는 못했으나 일부 가상영화의 성공적인 사례들이 보고되는 가운데, 정부 또한 이에 주목하여 VR 전용 영화관을 신설하는 등 실감 콘텐츠로서의 영화에 조금씩 주목하기 시작했다. 허나 이들에 대한 진정한 지원은 시장을 형성시키는 단계가 아닌, 제작자들에 대한 1차적인 지원과 교육,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실정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1차적 지원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자연스레 다양한 실험적 가상영화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고,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서사와 기술들을 개선해 나가며 점차 대중에게 가까워질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문화비전 2030의 ‘사람이 있는 문화’는 자율성과 다양성, 창의성의 3대 가치를 중점으로 문화를 융성하는 데 역점을 둔 바 있다. 실감형 콘텐츠로서의 영화산업은 대중들에게 진정한 체험의 자율성과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하고, 제작자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작품을 생성해 내는데 있어 가장 강력하고, 잠재력이 높은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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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03년 : ACADEMY OF ART UNIVERSITY, 미국, 샌프란시스코, Motion Picture and TV : EDIT
2013년 :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영화영상학과 편집 석사
2018년 :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영화영상학과 편집 박사
2020년 :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영화영상학과 겸임 교수
※관심분야: 영화연출 및 편집, 디지털 영상,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