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거상의 미학적 계보: 메트로폴리스의 기계적 신체에서 디지털 퍼포먼스의 탈신체화된 권력 표상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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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 연구는 현대 퍼포먼스의 디지털 거상을 거대자아의 시각적 발현으로 규정하고 그 미학적 계보를 추적한다. 연구는 신체가 기계화·거대화되어 탈신체화된 권력의 기호로 전환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영화 「Metropolis」(1927)의 안드로이드를 기계적 신체의 기원으로 설정하고, 크리스 커닝햄(Chris Cunningham)이 연출한 「All Is Full of Love」(1999)와 「Come to Daddy」(1997)를 통해 신체의 기계화와 자아 분열의 단계를 분석한다. 비욘세의 「Renaissance World Tour」(2023)와 리사의 「Coachella 2026」에서 완성되는 디지털 거상의 형식을 고찰한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거상은 신체에서 기호로 이행하는 자아의 정점이며, 압도적 스케일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권력을 구축하는 미학적 장치임을 시사한다.
Abstract
This study defines the gigantic self as an ego that exceeds physical limits and projects into external space, and it analyzes the digital colossus as its visual manifestation through a multi-theoretical framework based on Panofsky, Benjamin, Deleuze, and Lacan. The genealogy originated with the android in Metropolis (1927) and evolved through Chris Cunningham's works for All Is Full of Love (1999) and Come to Daddy (1997). This trajectory continued with Ron Mueck's sculptures and culminated in the digital colossi of Beyoncé's Renaissance World Tour (2023) and LISA’s Coachella 2026 performance. While Beyoncé constructed a unified mythic power, LISA employed a fragmented, uncanny authority, demonstrating the dual structure of the gigantic self. The study concludes that the digital colossus is the apex of the self's transition from the body to a sign, functioning as an aesthetic apparatus that constructs new visual power through overwhelming scale.
Keywords:
Gigantic Self, Digital Colossus, Mechanical Body, Techno-Aura, Detached Power키워드:
거대자아, 디지털 거상, 기계적 신체, 기술적 아우라, 탈신체화된 권력Ⅰ. 서 론
본 연구는 이러한 디지털 거상(Digital Colossus)의 등장이 지닌 위압적 미학이 단순한 기술적 과시가 아닌, 특정 미학적 계보의 정치적 재전유(reappropriation)라는 점에 주목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핵심 비평적 쟁점은 과거 독일 표현주의 영화 「메트로폴리스」가 정립한 전체주의적 기계 도상과 1990년대 에이펙스 트윈(Aphex Twin)의 비디오 아트가 실험했던 불쾌한 골짜기의 기괴함이 2020년대의 거대 자본 및 기술과 결합하여 어떻게 권력의 시각 문법으로 변모했는가 하는 점이다. 이를 위해 본 연구는 다음의 세 가지 핵심 연구질문을 설정한다. 첫째, 디지털 거상의 도상학적 계보는 어디에서 기원하며, 어떠한 단계적 변형을 거쳐 현대 AR 퍼포먼스로 이어지는가? 둘째, 거대자아(Gigantic Self)라는 개념은 신체의 기계화·분열·확대라는 각 단계에서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되는가? 셋째, 비욘세와 리사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거상의 권력 표상 방식은 어떤 미학적·정치적 차이를 지니는가? 본 연구의 방법론은 파노프스키(Panofsky)의 도상학적 분석 틀을 기반으로, 벤야민(Benjamin)의 아우라 이론, 들뢰즈(Deleuze)의 시뮬라크르 개념, 라캉(Lacan)의 거울 단계론을 분석적 렌즈로 활용하는 복합 이론 비평(multi-theoretical critique) 방법론을 채택한다. 분석 대상은 영화 텍스트(「메트로폴리스」), 뮤직비디오(「All Is Full of Love」, 「Come to Daddy」), 조형 예술(론 뮤익의 조각), 라이브 퍼포먼스(비욘세 Renaissance World Tour, 리사 Coachella 2026)이며, 각 사례를 도상 분석, 이론 적용, 계보 연결의 3단계로 분석한다. 기존 선행연구들은 디지털 퍼포먼스의 기술적 측면이나 개별 사례를 부분적으로 다루어왔다. 딕슨(Dixon)[1]은 디지털 퍼포먼스의 역사를 체계화하였으나 AR 거상의 미학적 권력 구조까지는 분석이 미치지 못하였으며, 아우슬란더(Auslander)[2]의 매체화된 현장성 논의는 디지털 신체의 기호 전환 메커니즘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선행연구[3]에서 디지털 퍼포먼스에서의 거상성 미학이 논의된 바 있으나, 비욘세 단일 사례에 집중된 것으로 계보학적 흐름과 이중 권력 구조의 비교 분석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메트로폴리스」(1927)로부터 리사의 코첼라 무대(2026)에 이르는 약 100년의 시각적 계보를 복합 이론으로 통합 분석하고, 통합된 신화적 권력과 분열된 기괴한 권력이라는 거대자아의 이중 구조를 규명한다는 점에서 선행연구와 차별화된 독창적 기여를 지닌다. 벤야민[4]이 제기한 복제 기술에 의한 아우라의 붕괴 담론과 달리, 현대의 디지털 거상은 복제를 통해 아우라를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거대 AR이라는 매체를 통해 기술적 아우라를 인위적으로 제조하며 아티스트를 신격화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미첼(Mitchell)은 이를 생체사이버네틱 복제의 시대로 확장하여, 디지털 이미지가 원본의 아우라를 단순히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권력을 생성함을 논한다[5]. 본고는 애니마(ANIMA) 스튜디오로 대표되는 이러한 연출 방식이 지닌 매너리즘적 경향과 포스트모던적 차용의 반복성을 학술적으로 해부하고, 이를 통해 아티스트의 신체가 디지털 파사드(Facade)로 전락함과 동시에 신격화되는 역설적 과정을 규명하고자 한다. 그러나 본 연구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나 스펙터클의 확장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자신의 신체를 과잉 확대하고 외부로 투사하려는 근본적인 욕망, 즉 거대자아의 형성과정에 주목한다. 이는 단순한 신체 확대가 아니라, 자아가 외부 공간 속에서 권력의 형상으로 시각화되는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 거상은 돌발적으로 등장한 기술적 산물이 아니라, 일정한 계보를 따라 발전해온 시각적 구조의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 그 기원은 「메트로폴리스」의 안드로이드 마리아에서 발견되는 기계적 신체의 도상에서 비롯되며, 이는 인간 신체를 통제 가능한 기계적 질서로 환원시키는 근대적 욕망을 드러낸다. 이후 크리스 커닝햄의 영상 미학과 에이펙스 트윈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신체의 기괴한 변형과 복제는 자아의 통일성을 해체하며 ‘불쾌한 골짜기’를 통해 관객의 감각을 교란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흐름이 2020년대의 AR 퍼포먼스에서 디지털 거상이라는 형태로 완성된다고 본다. 즉, 기계적 신체의 도상인 「메트로폴리스」, 자아의 분열(에이펙스 트윈), 신체의 확대(론 뮤익)는 하나의 계보적 흐름 속에서 결합되며, 이는 아티스트를 탈신체화된 권력의 표상으로 전환시키는 시각적 장치로 작동한다. 본고는 심리적 기제로서의 거대자아가 기술을 통해 시각적 형상인 디지털 거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추적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메트로폴리스」의 마리아로부터 계승된 기계적 거상의 도상이 에이펙스 트윈의 잔혹 연극적 신체 변이를 거쳐 현대 퍼포먼스에서 어떻게 탈신체화된 권력으로 완성되는지 고찰하는 데 있다.
Ⅱ. 기계적 신체와 자아의 분열
2-1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1927)와 기계적 신체의 도상
디지털 거상의 도상학적 기원은 프리츠 랑(Fritz Lang)의 「메트로폴리스」 안드로이드 마리아에서 발견된다[6]. 이 기계적 신체는 인간의 유기적 생명성을 제거하고,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질서로 재구성된 존재이다. 금속성 외피와 대칭적 구조는 감정이 제거된 권위를 상징하며, 이는 근대 산업 사회의 전체주의적 시각 문법을 반영한다. 「메트로폴리스」의 안드로이드 마리아는 근대 기계 문명의 전체주의적 질서와 여성성에 대한 공포가 결합된 상징체다[7],[8]. 이러한 기계적 신체는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스스로를 통제 가능한 대상으로 재구성하려는 욕망의 산물이다. 이는 거대자아가 기계적 질서를 통해 안정화되는 단계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림 1의 우측 하단은 마리아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가 매혹적인 춤을 수행하자, 상류 계급의 인물들이 서로 뒤엉키며 혼란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장면이 제시된다. 이러한 시각적 구성은 리사나 비욘세의 퍼포먼스가 단순한 춤의 재현을 넘어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집단적 몰입과 감각적 동조를 유도하는 구조와 유사하게 작동한다. 이는 파노프스키(Panofsky)가 제시한 도상학적 해석 단계 중 내재적 의미(intrinsic meaning)의 층위[9]에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리사와 비욘세의 무대 상공에 군림하는 거대 형상은 이 고전적 기계 도상의 현대적 재전유다. 특히 질 들뢰즈의 시뮬라크르 개념[10]을 적용하면, 이 거상은 원본 리사의 복제가 아니라 원본과 복사본의 위계를 무너뜨리고 스스로 실재가 되는 사건으로서 관객을 압도한다. 거대 형상이 관객을 내려다보는 구도 자체가 권위주의적 시각 문법을 강화한다[3]. 이러한 시선 구조는 푸코(Foucault)가 제시한 판옵티콘적 권력 메커니즘과 상응하며, 권력이 물리적 강제 이전에 시각적 배치와 감시의 구조를 통해 내면화된다는 점을 시사한다[11]. 이 안드로이드는 대칭적 완벽함과 금속성 외피를 통해 유기적 생명력이 배제된 비인간적 질서를 대변한다. 현대 AR 연출이 아티스트의 아바타에 부여하는 차가운 금속성(Metallic texture)과 무표정한 외면은 인격을 거세하고 오직 권위만을 남긴 이 고전적 기계 도상의 직접적인 계승이다. 이러한 형상적 권위는 도시의 수직적 공간 구조와 결합될 때 더욱 강한 지배의 시각 문법으로 작동한다. 프리츠 랑이 설계한 미래 도시의 수직적 구조는 건축적 규모를 통해 계급적 지배를 정당화한다. 2026년 리사의 코첼라 무대에 나타나는 무대 위 아티스트와 상공의 거대 아바타라는 이분법적 배치는 이 수직적 공간 미학의 현대적 번안이다. 거대 신체는 관객을 물리적으로 내려다보는 위치를 점유함으로써 시각적 권력을 획득하며, 관객은 압도적 스케일 앞에서 기계적 숭고(Mechanical Sublime)를 경험하게 된다.
2-2 기계적 신체의 재구성: 「All Is Full of Love」와 탈신체적 친밀감
「메트로폴리스」에서 제시된 기계적 신체가 근대적 통제와 권위의 도상으로 기능했다면, 「All Is Full of Love」의 뮤직비디오는 이러한 기계적 신체를 보다 정제된 형태로 재구성하며 탈신체적 존재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크리스 커닝햄이 연출한 이 작품은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들이 등장하지만, 그 질감과 움직임은 유기적 신체와 기계적 구조 사이의 경계에 위치한다.
영상 속 로봇은 금속성 외피를 지니면서도 매끄럽고 유연한 곡선을 유지하며, 인간의 피부를 연상시키는 광택과 온기를 동시에 전달한다. 특히 두 로봇이 서로 접촉하고 결합하는 장면은 기계적 존재가 단순한 기능적 객체가 아니라, 감각과 관계를 형성하는 주체로 재구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표현은 기계적 신체가 더 이상 인간성을 제거한 채 권위만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감각과 정서를 대체하거나 재구성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상학적 층위에서 분석하면, 이 뮤직비디오는 파노프스키의 내재적 의미 차원에서 기계성과 친밀성의 역설적 공존을 시각화한다. 들뢰즈의 시뮬라크르 논리를 적용하면, 이 로봇-비요크는 원본 인간 신체의 복제가 아니라 원본과 복사본의 위계를 무너뜨리는 새로운 실재로 기능한다. 이 작품은 기계적 통제에서 감각적 재구성으로 이행하는 분기점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이 지점에서 거대자아는 새로운 단계로 이행한다. 신체는 물리적 실체로서의 한계를 벗어나, 기계적 구조를 통해 재구성된 이미지로 확장되며, 자아 역시 유기적 신체에 고정되지 않고 기술적 매개를 통해 외부화된다. 이러한 점에서 「All Is Full of Love」는 기계적 신체가 통제의 도상을 넘어 자아의 탈신체화를 매개하는 전환적 단계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이후 에이펙스 트윈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자아의 분열과 불쾌한 골짜기로 이어지는 미학적 흐름을 예비한다.
2-3 에이펙스 트윈과 자아의 분열: 불쾌한 골짜기
「All Is Full of Love」가 기계적 신체에 감각적 친밀성을 부여하는 전환을 보여주었다면, 「Come to Daddy」는 그 친밀성을 역전시켜 신체의 분열과 공포를 전면화함으로써 불쾌한 골짜기를 미학적 무기로 전환한다. 디지털 휴먼이 유발하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현상[12]-[15]은 모리(Mori)[16]의 이론에 따르면 단순한 기술적 한계가 아닌, 의도적인 미학적 귀환으로 해석된다. 프로이트(Freud)[17]가 정의한 친숙하면서도 두려운 낯설음(The Uncanny)은 관객에게 심리적 위축과 동시에 강렬한 매혹을 선사한다. 동시대 퍼포먼스에서 나타나는 거대 얼굴 이미지와 신체 변형 역시 이와 유사한 정서적 메커니즘을 공유한다. 이는 크리스 커닝햄의 전위적 미학[18]과 맥을 같이하며, 나아가 안토냉 아르토(Artaud)[19]의 잔혹 연극(Theatre of Cruelty)이 지향했던 감각적 폭력성을 재현한다. 가수의 얼굴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어 투사될 때 발생하는 정서적 충격은 자크 라캉(Lacan)[20]의 거울 단계를 산산조각 내며, 관객은 아티스트를 나와 같은 인간이 아닌 두려운 타자로 인식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탈신체화된 이미지의 권력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21].
크리스 커닝햄이 연출한 에이펙스 트윈의 「Come To Daddy」(1997)는 이러한 불쾌한 골짜기의 미학을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사례이다. 이는 프로이트의 언캐니(Uncanny) 개념과 연결되며, 친숙함과 낯섦이 동시에 발생하는 심리적 긴장을 유발한다. 이러한 신체의 왜곡과 복제는 자아를 하나의 고정된 정체성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이미지로 전환시키며, 이는 들뢰즈적 시뮬라크르의 논리와 맞닿아 있다. 이 과정에서 자아는 더 이상 안정된 주체가 아니라, 분열되고 증식되는 이미지의 집합으로 변화한다. 현대 공연의 자이언트 AR 역시 아티스트의 실제 얼굴을 디지털로 복제하여 거대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쾌한 골짜기는 단순한 기술적 결함이 아니라 관객의 심리적 방어 기제를 무너뜨리는 미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아르토의 잔혹 연극이 관객의 감각을 마비시켜 새로운 지각을 일깨우려 했듯, AR 거상의 기괴한 위압감은 관객을 압도하여 아티스트와 대중 사이의 절대적 위계를 형성한다. 익숙한 가수의 얼굴이 비정상적인 크기와 기계적 질감으로 다가올 때 발생하는 낯선 공포는 아티스트를 친숙한 인간의 영역에서 이탈시켜 범접할 수 없는 신화적 기호로 격상시킨다.
2-4 기계와 자아의 결합: 거대자아의 전환 단계
론 뮤익의 신체 확장이 자아의 물리적 외부화를 보여준다면, 「메트로폴리스」와 에이펙스 트윈은 그 자아가 기계적 구조와 결합하며 변형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이 단계에서 자아는 더 이상 인간적 신체에 종속되지 않고 기계적 질서 속에서 재조직된다. 거대자아는 단순한 확대된 신체가 아니라, 분열된 이미지와 기계적 통제가 결합된 복합적 구조로 발전하며, 이는 이후 디지털 거상으로 이어지는 전환적 단계로 기능한다. 이 계보적 과정은 각 단계가 이론적 틀과 명시적으로 대응된다. 신체의 물리적 외부화 단계(론 뮤익)는 벤야민의 아우라 개념과 연결되며, 거대화된 신체 자체가 원본의 유일성에서 기인하는 아우라를 조각적으로 구현한다. 기계적 신체의 결합 단계(「메트로폴리스」, 에이펙스 트윈)는 들뢰즈의 시뮬라크르 논리에 의해 분석되는데, 원본과 복사본의 위계가 붕괴되고 기계적 이미지가 스스로 실재가 되는 이 과정은 자아가 기계적 질서로 해체되는 동시에 새로운 권위를 획득하는 방식을 설명한다. 디지털 거상의 단계(비욘세, 리사)는 한병철의 기술적 아우라(Techno-Aura) 개념으로 분석되며, 고도화된 AR 기술은 복제를 통해 아우라를 소거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 신비주의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형태의 아우라를 제조한다[28]. 이러한 맥락에서 연출 스튜디오 애니마(ANIMA)의 작업은 디지털 매너리즘(Digital Mannerism)으로 규정된다[22]. 매너리즘 예술이 선행 양식을 과장하고 기교화했듯, 이들은 과거의 전위적 코드를 고해상도 기술로 재포장하여 시각적 스펙터클을 양산하며, 특히 고해상도 텍스처의 과잉 사용(Hyper-textured rendering)을 통해 인간의 신체성을 지우고 그 자리를 공학적으로 설계된 초현실적 실재감으로 대체한다. 이러한 기술적 완결성은 포스트모던적 차용의 성격을 띠는 동시에 디지털 환경에서만 가능한 독자적인 미학적 지표를 형성한다.
2-5 디지털 파사드로서의 신체: 포스트모던적 차용과 기술적 아우라
이러한 경향은 마노비치(Manovich)[23]-[25]의 뉴미디어 소프트웨어적 속성이 예술의 형식을 규정하는 양상과 맞닿아 있으며, 데이터베이스 미학(database aesthetics)[26]으로 확장된다. 또한, 포스트시네마틱 정동(post-cinematic affect)[27],[28]의 관점에서 볼 때, 애니마의 정밀한 시각적 구성은 관객의 감각을 조직하고 소비하는 고도의 미학적 방식으로 작동하고, 이를 디지털 파사드(Facade)로서의 신체라 명명한다. 아티스트의 실제 육체는 이 화려하고 정교한 기술적 외벽 뒤로 소외되지만, 역설적으로 그 자리에 배치된 거대 기호는 서사가 거세된 정보의 과잉으로서 관객을 위압하며 아티스트를 신화적 지위로 격상시킨다[28]. 이때 기호의 과잉은 단순한 시각적 포화 상태에 그치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의미를 해독하려는 인지적 시도 자체를 중단하게 만드는 압도적 스펙터클로 기능한다. 즉, 수용자는 해석하는 주체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포획되는 대상으로 재위치되며, 이는 보드리야르(Baudrillard)의 시뮬라크르 논리 안에서 원본 없는 기호가 실재를 대체하는 과정과 구조적으로 등가를 이룬다. 결국 거대 아바타는 내면이 거세된 채 표면의 스펙터클로만 존재하는 디지털 파사드로서, 실제 신체를 은폐하는 동시에 제조된 기호를 전면에 부상시켜 거대자아의 시각적 권력을 완성한다.
Ⅲ. 거대자아의 형성과 신체의 확장
3-1 거대자아의 개념 정의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거대자아란 개인의 심리적 자아가 신체의 물리적 한계를 초과하여 외부 공간에 시각적으로 투사되고 확장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신체의 물리적 확대를 넘어, 자아의 감각적·정서적 밀도가 스케일의 변형을 통해 외부화되는 과정이며, 관객을 압도하는 심리적 위계를 형성하는 기술적 숭고로서 기능한다.
거대자아는 세 가지 층위에서 작동한다. 첫째, 심리적 층위에서 라캉의 거울 단계에서 형성되는 이상적 자아 이미지의 과잉 투사로 이해된다. 둘째, 시각적 층위에서 스케일의 왜곡을 통해 관객의 지각 체계를 재편하며, 들뢰즈의 시뮬라크르 논리에 따라 디지털 거상은 원본 신체보다 더 실재적인 것으로 지각된다. 셋째, 정치적 층위에서 기존의 시각 권력 구조를 전복하거나 재편하는 미학적 장치로 기능한다. 비욘세의 경우 흑인 여성의 신체를 역사적 배제의 반대편에 위치시키는 정치적 전략으로, 리사의 경우 기괴한 전위성으로 권력을 획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라캉의 거울 단계[20]에서 자아는 거울 속 통합된 이미지를 통해 주체의 동일성을 형성한다. 디지털 거상은 관객에게 결점 없는 이상적 자아를 투사함으로써 이러한 동일성의 미학을 극대화하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실제 신체를 소외시킴으로써 동일성을 파괴하는 변증법적 양상을 띤다. 자아는 더 이상 내부의 심리적 구조에 머물지 않고 외부 공간을 점유하는 시각적 권력으로 변환되며, 이 과정에서 인간적 주체는 탈신체화된 기표적 권력[21]으로 전이된다. 들뢰즈의 시뮬라크르 개념[10]에서 원본과 복제의 위계가 붕괴되듯 거대자아 역시 실재 신체를 대체하는 자율적 이미지로 기능하며 관객에게는 원본보다 더 강력한 실재로 지각된다.
3-2 론 뮤익의 신체 스케일의 전복
론 뮤익(Ron Mueck)의 초사실적 조각은 인간 신체를 극단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함으로써 현실의 스케일 감각을 교란한다. 이러한 스케일의 조작은 단순한 형식적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신체적 좌표를 재조정하게 만드는 현상학적 충격으로 작동한다. 메를로-퐁티(Merleau-Ponty)의 신체도식(body schema) 개념에 준거할 때, 관객은 작품 앞에서 지각의 준거틀 자체가 해체되는 경험을 하게 되며, 이는 조각이 재현의 대상이 아닌 신체적 관계의 장(場)으로 기능함을 시사한다. 결국 뮤익의 작업은 극사실적 질감과 비정상적 스케일의 길항 관계를 통해, 친숙한 인간 형상을 낯설고 불안한 타자성의 영역으로 전이시키는 숭고(sublime)의 현대적 변주로 독해될 수 있다.
그림 3에 제시된 론 뮤익의 작업은 피부의 질감, 주름, 혈관, 체모 등 미세한 디테일까지 집요하게 재현함으로써 관객에게 강렬한 실재감을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극사실적 묘사는 비정상적인 스케일과 결합하며 심리적 불안을 유발한다. 관객은 전형적인 인간의 모습을 마주하면서도, 자신을 압도하는 거대 두상이나 인체의 크기 앞에서 자신의 신체성을 왜소하게 느끼는 심리적 위축을 경험하게 된다. 즉, 론 뮤익의 조각은 신체를 재현하는 것을 넘어, 자아의 추상적인 감각적 밀도를 가시적인 물리적 크기로 번역해내는 장치로 작동한다.
이러한 스케일의 왜곡은 거상성(Gigantism)이 유발하는 원초적 경외감[3]을 창출하는 핵심 기제이다. 이 지점에서 거대한 신체는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위압적 권위체로 작용하며, 거대자아가 최초로 고정된 물리적 형태를 획득하게 한다. 신체는 더 이상 생물학적 실체가 아니라, 감정과 권력의 크기를 가시화하는 매개로 기능하는 것이다. 이는 앞서 논의한 동일성과 파괴의 변증법이 조형적으로 실현된 결과이기도 하다. 극사실적 디테일이 주는 인간적 동일성과 비정상적 크기가 주는 기호적 이질성이 충돌하며, 관객은 아티스트를 친숙한 인간이 아닌 숭고의 대상으로 지각하게 된다. 이러한 뮤익의 미학적 성취는 이후 디지털 환경에서 나타나는 기술적 아우라(Techno-Aura) 제조를 위한 중요한 계보학적 전조가 된다. 결국 신체의 확장은 자아의 외부화를 가능하게 하여 아티스트를 신화적 존재로 격상시키지만, 동시에 인간적 주체를 거대 기호 속에 고립시키는 조건을 형성하며 디지털 거상의 미학으로 이어진다.
Ⅳ. 포스트-디지털 환경에서의 거대자아: 기가포닉 스펙터클의 작동 방식
4-1 매체적 현장성과 어트랙션 2.0의 부상
2020년대 이후의 대형 퍼포먼스는 단순한 공연 형식을 넘어, 기술과 이미지가 결합된 복합적 감각 장치로 재구성되고 있다. 특히 AR 기술의 개입은 무대 위 아티스트의 신체를 물리적 실재로서가 아니라, 시각적 기호로 전환시키며 새로운 형태의 현존감을 생성한다. 이러한 변화는 매체화된 현장성(mediatized liveness)[2],[29]의 극단적 확장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담론의 극단적 발현으로서, 포스트-디지털 퍼포먼스는 실제 신체가 부재한 자리에 기술적으로 설계된 현존감을 대입하여 새로운 형태의 공연 미학을 구축한다. 기존의 현장성이 물리적 신체의 지금-여기에 기반했다면, 포스트 디지털 환경에서의 현장성은 기술적으로 구성된 이미지의 즉각적 현시를 통해 구축된다. 이때 관객이 경험하는 것은 아티스트의 신체 자체가 아니라, 그 신체가 변환된 거대한 시각적 형상이다.
2026년 코첼라(Coachella) 페스티벌에서 리사(LISA)가 선보인 거대 AR 퍼포먼스는 현대 공연 예술이 도달한 기가포닉(Gigaphonic) 스펙터클의 전형을 보여준다. 기가포닉 스펙터클은 단순한 규모의 확장을 넘어 관객의 지각 체계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기술적 숭고의 집약체로 정의된다. 이는 드보르(Debord)가 제시한 스펙터클 사회에서 이미지가 현실을 대체하고 지배하는 구조와 맞닿아 있으며[30], 현대의 디지털 퍼포먼스는 이러한 스펙터클이 기술적으로 극대화된 형태로 작동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거닝(Gunning)[31]이 제시한 어트랙션 시네마(Cinema of Attractions)는 어트랙션 2.0(Attractions 2.0)의 개념과 조응한다. 이는 포스트-시네마적 스펙터클 개념[32]과도 연결된다. 초기 영화가 서사보다는 시각적 충격 그 자체로 관객을 매료시켰듯, 현대의 AR 거상은 서사적 개연성을 배제한 압도적인 시각적 현시(visual monstration)를 통해 관객의 감각을 장악한다. 이 과정에서 기가포닉 스펙터클은 앞서 논의한 거대자아가 감각적 차원에서 구현되는 장치로 작동한다. 관객은 더 이상 개별적 신체로서의 아티스트를 인식하지 않고, 공간 전체를 점유하는 확장된 자아의 형상을 경험하게 된다. 라이브 퍼포먼스 내 AR 기술의 급진적 개입은 무대 위 아티스트의 유기적 신체를 실재(presence)의 영역에서 해방시키는 동시에, 그것을 거대한 디지털 기호(sign)로 전환한다. 이제 관객은 아티스트의 육체적 현존을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상공을 점유하며 군림하는 탈신체화된 권력의 표상을 조우하게 된다.
4-2 기가포닉 스펙터클과 기술적 아우라의 제조
기가포닉 스펙터클은 물리적 규모의 확장을 넘어, 감각적 압도와 정서적 위계를 동시에 생성하는 구조를 지닌다. 이러한 구조는 발터 벤야민이 논의한 아우라 개념과 긴밀하게 연결되며, 특히 현대의 디지털 환경에서는 그 의미가 역전된다.
이러한 현상은 벤야민이 예견한 복제 기술에 의한 아우라의 상실[4]을 역설적으로 뒤집는다. 벤야민에 따르면 복제 기술은 원본의 아우라를 붕괴시키는 것으로 이해되었으나, 고도화된 AR 기술은 오히려 이미지에 새로운 형태의 기술적 아우라(Techno-Aura)를 부여한다[28]. 이는 물리적 원본의 유일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적으로 설계된 시각적 위압과 스케일 효과에서 산출된다. 현대의 고도화된 AR 기술은 원본의 유일성을 해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상 신체에 기술적 아우라라는 인위적 신비주의를 주입하는 설계된 생산 체계로 기능한다. 이 아우라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를 넘어, 관객의 지각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한다. 거대한 디지털 형상은 관객의 시야를 점유하며, 개인의 감각을 압도하는 동시에 위계적 관계를 형성한다. 이때 관객은 더 이상 수평적 관계에서 아티스트를 인식하지 않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존재로서의 형상과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위계 구조 속에서 거대자아는 완전히 외부화된다. 즉, 자아는 더 이상 신체 내부의 심리적 구조가 아니라, 기술적 스펙터클을 통해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시각적 권력으로 기능하게 된다.
이는 레이놀즈(Reynolds)가 강조한 거상성(Gigantism)이 유발하는 원초적 경외감과 결합하여 아티스트를 인간적 차원을 넘어선 신화적 존재로 격상시킨다. 현대 팝 퍼포먼스는 아티스트의 신체적 결함을 고해상도 그래픽으로 은폐하고, 완벽하게 통제된 디지털 기호로서의 카리스마를 공학적으로 설계함으로써 대중에게 조작된 숭고를 생성한다.
4-3 디지털 거상과 탈신체화된 권력의 구축
포스트-디지털 퍼포먼스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거상은 앞선 계보적 과정을 종합하는 결과물이다. 론 뮤익의 작업에서 나타난 신체의 과잉 확대, 「메트로폴리스」의 기계적 신체, 그리고 에이펙스 트윈의 자아 분열은 이 단계에서 하나의 시각적 구조로 통합된다. 특히 2026년 리사의 코첼라 무대에서 구현된 거대 AR 형상은 이러한 통합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무대 위의 실제 신체와 상공에 투사된 거대한 디지털 형상 사이에는 명확한 스케일의 단절이 존재하며, 관객은 이 두 층위를 동시에 인식하게 된다. 이때 실제 신체는 오히려 주변화되고, 거대한 디지털 형상이 중심적 존재로 기능한다. 즉, 신체는 존재의 근거가 아니라, 기호를 생성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디지털 거상은 거대자아의 최종 단계로 기능한다. 자아는 신체를 넘어 기계적 구조를 거쳐,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탈신체화된 기호로 전환되며, 이는 관객에게 절대적 위압과 동시에 숭고의 감각을 유발한다. 결과적으로 기가포닉 스펙터클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의 산물이 아니라, 자아가 신체에서 기계, 그리고 기호로 이행하는 계보적 과정이 동시대 퍼포먼스 환경 속에서 실현되는 방식이며, 디지털 거상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형성된 탈신체화된 권력의 시각적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탈신체화된 권력의 완성은 비욘세와 리사의 구체적 사례에서 각각 상이한 방식으로 실현되며, 이는 거대자아의 이중 구조를 드러내는 결정적 근거가 된다.
Ⅴ. 디지털 거상의 동시대 구현: 거대자아의 완성과 권력의 시각화
5-1 거대자아의 실현으로서의 디지털 거상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거대자아는 신체의 물리적 확장을 넘어 자아가 기계적 구조와 결합하고, 궁극적으로 기호적 권력으로 전환되는 계보적 과정을 통해 형성된다. 론 뮤익의 작업에서 나타난 신체 스케일의 왜곡은 자아의 감각적 밀도를 물리적으로 외부화하는 단계이며, 「메트로폴리스」의 기계적 신체는 이를 통제 가능한 구조로 재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나아가 에이펙스 트윈의 영상 미학은 자아의 통일성을 해체하고 분열된 이미지로 재구성함으로써, 자아가 더 이상 고정된 주체가 아님을 드러낸다. 이러한 흐름은 기가포닉 스펙터클을 통해 감각적·공간적으로 완성된다. 기술적 환경 속에서 자아는 더 이상 신체 내부에 머무르지 않고, 공간 전체를 점유하는 시각적 형상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디지털 거상은 거대자아의 최종 단계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신체의 확대, 자아의 분열, 기계적 구조의 결합이라는 과정을 거쳐, 완전히 탈신체화된 형태로 구현된 자아의 시각적 완성이다.
리사와 비욘세의 무대는 동일한 기술적 기반을 공유함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권력의 표상을 창출한다. 리사는 하이퍼-리얼리티를 통한 파괴적 록스타 페르소나를 강화하기 위해 기괴한 위엄을 선택한다. 반면 비욘세의 무대를 블랙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거상성을 전유하여 역사적 배제에 대한 시각적 보상을 꾀하는 행위로 평가한다. 두 사례 모두 딕슨(Dixon)[1]과 그라우(Grau)[33]가 말한 가상 퍼포먼스의 역사 속에서, 크라우스(Krauss)[34]가 정의한 포스트-매체 조건 하의 신체가 어떻게 신화적 기호로 박제되는지를 실증한다. 결과적으로 이들 사례는 톰 거닝의 어트랙션 시네마적 충격[31]을 라이브 무대로 소환하며, 실제 신체가 사라진 자리에 조작된 카리스마의 정점을 구축한다.
5-2 비욘세의 퍼포먼스: 신화적 거대자아와 권력의 전유
비욘세(Beyoncé)는 「메트로폴리스」가 정립한 안드로이드 도상을 전유하면서도, 이를 전체주의적 공포의 이미지가 아닌 신화적 숭고의 영역으로 재맥락화한다. 금속성 외피와 기계적 형상이라는 시각적 요소는 동일하게 유지되지만, 그것이 생성하는 정서는 위압이나 불안이 아니라 장엄함과 초월성에 가깝다. 프리츠 랑의 마리아가 파괴적 유혹자로 기능했다면, 비욘세의 디지털 거상은 마크 데리[35]가 정의한 아프리카 미래주의(Afrofuturism)와 결합된 기계 여신의 형상으로 재구성된다.
특히 2023년 「Renaissance」 투어에서 구현된 무대 연출은 이러한 변화를 극대화한다. 무대 상공에 등장하는 거대한 금속성 형상은 날개를 펼친 기계 여신의 모습으로 제시되며, 실제 퍼포머의 신체를 압도하는 규모로 배치된다. 이 거상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선의 중심을 점유하는 구조로 작동하며, 관객의 주의를 개별 신체에서 확장된 이미지로 이동시킨다. 이는 자아가 신체를 넘어 공간 전체를 점유하는 거대자아의 완성 단계를 드러낸다. 이는 역사적으로 가시화되지 못했던 흑인 여성의 신체를 거상성(Gigantism)의 문법을 통해 확장함으로써, 기존의 시각적 권력 구조를 재편하려는 미학적·정치적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거대자아의 형성은 2022년 「Cozy」 퍼포먼스에서 나타난 기계적 장치와의 결합 구조에서 이미 예비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비욘세는 로봇 팔 장치에 둘러싸인 상태로 등장하며 신체를 기계적 환경 속에 배치하였는데, 이는 자아가 외부 시스템과 결합하는 초기 단계로 해석될 수 있다. 비욘세 무대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복제는 에이펙스 트윈식의 자아 파편화나 기괴한 분열과는 구별되며, 오히려 자아의 확장과 통합에 가까운 방식으로 작동한다. 거대한 디지털 파사드로 구현된 신체는 건축적 규모를 획득하며, 이는 과거 제국주의 건축이 지녔던 권위적 스케일을 흑인 여성의 신체로 대체하는 상징적 전환을 수행한다. 다시 말해, 리사의 사례가 기괴한 전위성을 통해 권력을 획득하는 방식이라면, 비욘세는 기존 도상의 고전적 권위를 자신의 신체에 덧입힘으로써 역사적 소외에 대한 미학적·정치적 보상의 효과를 실현한다. 이러한 점에서 비욘세의 디지털 거상은 거대자아가 단순한 시각적 과잉을 넘어 정치적 의미를 획득하고, 신화적 권력의 형식으로 재구성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기계적 신체 이미지는 실제 시각문화 영역에서도 논쟁의 대상이 된 바 있다. 비욘세의 「Renaissance」 투어에서 구현된 금속성 여성 신체와 안드로이드적 형상은 일본 아티스트 하이메 소라야마가 자신의 로봇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전유 논쟁을 촉발하였다. 이러한 반복은 제임슨(Jameson)[36]이 말한 포스트모던의 과거 양식의 재활용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성은 특정 작가의 스타일 차용 여부로 환원되기보다, 「메트로폴리스」(1927)로부터 이어지는 기계적 신체의 시각적 계보가 동시대에 반복적으로 호출되고 재구성된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 이 논쟁은 개별 창작의 영향 관계를 넘어, 기계적 여성 신체의 이미지가 어떻게 역사적으로 축적되고 재맥락화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 장면은 거대자아가 개인의 창작을 넘어 집단적 시각문화의 층위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드러내며, 기계적 신체 이미지가 단순한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과 위계를 구성하는 시각적 장치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5-3 리사(LISA)의 무대: 거대자아의 시각적 완성
리사의 2026년 코첼라 무대는 거대자아의 형성과정이 동시대 기술 환경 속에서 어떻게 시각적으로 완성되는지 집약적으로 드러낸다. 애니마(ANIMA)와의 협업곡 「Bad Angel」이 공연된 코첼라(Coachella) 2주 차 메인 무대에서,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수행하는 실제 신체와 상공에 투사된 거대한 AR 형상은 명확한 스케일의 단절을 형성하며 이중적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는 공학적으로 설계된 카리스마가 실제 아티스트의 물리적 현존을 어떻게 주변화시키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여기서 구현된 자이언트 AR은 에이펙스 트윈의 「Come to Daddy」가 보여준 자아 복제의 기괴한 문법과는 달리, 극도로 정제된 하이퍼리얼 이미지를 통해 자아를 확장한다. 특히 무대 전반을 지배하는 차가운 청색광과 금속성을 띠는 AR의 질감은 리사 특유의 파괴적 록스타 페르소나를 시각화한다. AR 거상의 표면은 매끄러운 피부를 넘어 서늘한 기계적 텍스처로 재현되며, 점멸하는 붉은 스트로보 조명과 결합하여 관객에게 위압적인 기술적 숭고를 선사한다. 실제 리사의 유연한 신체와 대비되는 상공의 거상은 피부 질감과 미세한 표정까지 정밀하게 재현됨으로써, 과잉된 사실성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위압과 몰입을 유도한다.
도상학적 관점에서 리사의 AR 거상이 지닌 차가운 금속성 질감과 비인간적 비율은 「메트로폴리스」 안드로이드 마리아의 도상 계보를 직접적으로 계승한다. 또한 무대 상공에서 관객을 내려다보는 거대 형상의 위치 구조는 푸코의 판옵티콘적 시선을 시각화하는 것으로, 관객은 권력의 시선을 내면화하게 된다. 이는 리사의 퍼포먼스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적 스펙터클을 넘어 구조화된 권력 관계를 생산하는 장치임을 시사한다. 이때 관객은 두 개의 신체를 동시에 인식하게 된다. 하나는 물리적 공간에 존재하는 실제 신체이며, 다른 하나는 공간 전체를 점유하며 군림하는 디지털 형상이다. 그러나 지각의 중심은 점차 후자로 이동한다. 거대한 형상은 시야를 장악하고, 감각적 우위를 점유하며, 결과적으로 실제 신체를 주변화시킨다. 이러한 구조는 신체의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킨다. 실제 신체는 더 이상 의미의 중심이 아니라, 거대자아를 생성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기능하며, 그 위에 투사된 디지털 형상이 오히려 실재처럼 인식된다. 이는 기술적 아우라가 실제 아티스트의 물리적 한계를 지우고 그 자리에 유령적 위엄을 덧입히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이 지점에서 거대자아는 완전히 실현된다. 자아는 신체 내부의 심리적 구조가 아니라, 외부 공간을 지배하는 시각적 형상으로 전환되며, 관객은 이를 하나의 권위적 존재로 경험하게 된다. 이는 친밀성과 동일시를 기반으로 한 기존 아이돌 이미지와는 다른 방식의 시각적 권위를 구성한다.
리사의 AR 거상이 지닌 질감은 「메트로폴리스」의 마리아가 지녔던 비인간적 권위를 동시대적으로 재현한다. 아티스트의 신체는 거대한 디지털 외피(Facade) 뒤로 소외되지만, 역설적으로 그 소외를 통해 리사는 개별적 인간을 넘어선 하나의 아이콘으로 격상된다. 이는 실제 신체의 부재를 기술적 스펙터클로 메우는 방식이며, 관객은 리사라는 인간이 아닌 그가 투사하는 유령적 거상의 위엄에 압도당하게 된다.
5-4 거대자아의 이중 구조: 기괴한 권력과 신화적 권력
비욘세와 리사의 사례는 동일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 상이한 형태의 거대자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비교 지점을 제공한다. 비욘세의 거대자아는 통합된 신체와 안정된 형상을 기반으로 하며, 고전적 권위와 신화적 이미지를 통해 관객에게 숭고의 감각을 전달한다. 이는 자아가 분열되지 않은 채 확대되며, 하나의 완결된 상징으로 기능하는 구조이다. 반면 리사의 거대자아는 신체의 왜곡과 기계적 변형, 그리고 불쾌한 골짜기를 통해 자아를 낯선 타자로 전환시키며 권력을 획득한다. 이는 자아의 분열과 불안정성을 통해 오히려 강력한 시각적 위압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이 두 사례는 거대자아가 단일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신화적 권력과 분열된 기괴한 권력이라는 이중 구조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Ⅵ. 결 론
본 연구는 현대 퍼포먼스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거상을 단순한 기술적 스펙터클이 아닌, 거대자아의 형성과정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디지털 거상은 기술적 과시의 결과물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신체를 과잉 확대하고 기계화하며 궁극적으로 기호적 권력으로 전환시키는 계보적 흐름의 산물임을 규명하였다.
분석 결과, 이러한 거대자아의 형성은 단계적으로 전개된다. 첫째, 론 뮤익의 조각에서 나타나는 신체 스케일의 왜곡은 자아의 감각적 밀도를 물리적 크기로 외부화하는 단계로 기능한다. 둘째, 「메트로폴리스」(1927)의 안드로이드 마리아는 신체를 기계적 질서로 재구성함으로써 통제 가능한 존재로 전환하는 근대적 도상을 제시한다. 셋째, 비요크의 「All Is Full of Love」(1999)는 기계적 신체가 감각적·관계적 특성을 획득하는 전환 단계를 보여주며, 자아가 물질적 신체를 넘어 이미지로 재구성되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넷째, 에이펙스 트윈의 영상 작업은 자아의 분열과 불쾌한 골짜기를 통해 동일성의 붕괴를 드러낸다. 이러한 흐름은 포스트-디지털 환경에서의 기가포닉 스펙터클을 통해 공간적·감각적으로 완성되며 자아는 신체 내부를 벗어나 외부 공간을 점유하는 시각적 형상으로 확장된다.
본 연구는 서론에서 제시한 세 가지 연구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첫째, 디지털 거상의 도상학적 계보는 「메트로폴리스」(1927)의 기계적 신체 도상에서 기원하며, 크리스 커닝햄의 불쾌한 골짜기 미학과 론 뮤익의 신체 스케일 전복을 거쳐 2020년대 AR 퍼포먼스에서 완성되는 단계적 변형 과정을 따른다. 각 단계는 벤야민의 아우라 → 들뢰즈의 시뮬라크르 → 한병철의 기술적 아우라라는 이론적 계보와 정밀하게 대응된다. 둘째, 거대자아는 신체 외부화(론 뮤익), 기계 결합(「메트로폴리스」, 에이펙스 트윈), 기호 전환(비욘세, 리사)의 세 단계에서 각각 심리적·시각적·정치적 층위로 구현된다. 이 과정에서 자아는 점차 신체 내부에서 외부 공간으로, 생물학적 실체에서 기호적 권력으로 전환된다. 셋째, 비욘세와 리사의 디지털 거상은 동일한 기술적 기반 위에서도 상이한 미학적·정치적 결과를 낳는다. 비욘세는 아프로퓨처리즘과 결합된 통합적 신화 권력을 구성함으로써 흑인 여성 신체의 역사적 배제에 저항하는 반면, 리사는 기괴한 전위성과 불쾌한 골짜기를 통해 기존 아이돌 문법을 해체하는 분열적 기괴 권력을 구성한다.
결과적으로 디지털 거상은 자아가 신체에서 기계, 그리고 기호로 이행하는 과정의 정점에 위치하며, 이는 아티스트를 탈신체화된 권력의 표상으로 전환시키는 시각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때 형성되는 권력은 물리적 강제력이 아니라 스케일, 이미지, 그리고 감각적 압도를 통해 작동하는 시각적 권력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권력 개념과 구별된다.
나아가 본 연구는 이러한 계보적 완성이 향후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및 메타버스 공연 환경과 결합하며 새로운 미학적 지형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래의 거대자아는 고정된 시각적 기호를 넘어, 실시간 데이터 피드백과 결합된 유기적 거상으로 진화할 것이다. 다만 본 연구는 특정 대형 퍼포먼스 사례를 중심으로 논의를 전개하였기에 다양한 장르와 매체 환경에서 나타나는 거대자아의 변형 양상을 포괄적으로 다루지 못한 한계를 지닌다. 또한 기술 구현의 주체와 관객의 지각 반응에 대한 실증적 분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한 점 역시 향후 연구 과제로 남는다. 특히 본 연구가 제안하는 벤야민의 아우라 → 들뢰즈의 시뮬라크르 → 한병철의 기술적 아우라로 이어지는 3단계 이론적 계보는, 신체·기계·기호라는 물질적 변형 과정과 정밀하게 대응하며 디지털 거상 분석을 위한 통합적 비평 프레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학술적 기여를 지닌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생성 기술과 결합된 포스트-휴먼 퍼포먼스 환경 속에서, 신체가 완전히 소멸된 이후에도 거대자아가 어떠한 방식으로 지속되거나 변형되는지에 대한 다각적인 비평적 논의가 요구된다. 결국 디지털 거상은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를 과잉 확대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며, 우리는 이 유령적 거상이 형성하는 새로운 시각 권력 구조를 비판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물리적 감시나 강제에 의존하지 않고, 스케일과 이미지, 그리고 감각적 압도를 통해 관객의 지각을 조직하는 권력의 형태이며, 동시대 퍼포먼스는 이러한 권력이 스펙터클의 형식으로 내면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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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2000년:홍익대학교 (미술학사)
2007년: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석사)
2024년: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박사-영상학)
1999년~2003년: ㈜ 서울비젼
2003년~2004년: ㈜ 화이어웍스
2004년~2008년: ㈜ 믹스 필름
2007년~2010년: ㈜ SBS 에이앤티
2016년~현 재: 가톨릭관동대학교 CG디자인전공 교수
※관심분야:CG, VFX, Motion Graphics, VR, AR 디지털영상, 역사연구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