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Digital Contents Society
[ Article ]
Journal of Digital Contents Society - Vol. 26, No. 5, pp.1293-1303
ISSN: 1598-2009 (Print) 2287-738X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May 2025
Received 03 Apr 2025 Revised 22 Apr 2025 Accepted 16 May 2025
DOI: https://doi.org/10.9728/dcs.2025.26.5.1293

생성형 AI와 시각적 내러티브의 확장: ‘피규어 김초록’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김아영1 ; 박진완2, *
1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학과 석사과정
2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영상학과 교수
Generative AI and the Expansion of Visual Narrative: Focusing on the “Figure KimChorok” Project
Ah-Yeong Kim1 ; Jin-Wan Park2, *
1Master’s Course, Department Technology Art, GSAIM, Chung-Ang University, Seoul 06974, Korea
2Professor, Department Technology Art, GSAIM, Chung-Ang University, Seoul 06974, Korea

Correspondence to: *Jin-Wan Park Tel: +82-2-820-5710 E-mail: jinpark@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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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현대 사회에서 정체성은 끊임없이 재구성되며, 예술은 이러한 변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주요 수단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의 AI 예술은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한 새로운 표현 방식을 가능하게 한다. ‘피규어 김초록’ 프로젝트는 아기와 피규어의 혼종적 캐릭터를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과정에 있어, 인간-AI 공동 창작의 가능성을 시각화하는 예술적 시도이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협업의 주체적 파트너로 설정하여 기획·서사·공간·사운드 등 예술 창작의 전 과정에 AI의 제안과 인간의 해석이 순환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을 실험한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를 통해 예술 창작의 주체성과 매체의 경계를 확장하며, 서사 기반 AI 예술의 새로운 창작 생태계와 미적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Abstract

Identity is constantly being reconstructed in the modern world, and art serves as a primary means of exploring the nature of this change. In particular, recent AI art has enabled new modes of expression through human–AI collaboration. The “Figure Kim Chorok” project is an artistic attempt to visualize the possibilities of human–AI co-creation in expressing the social identity of an individual in modern society through a hybrid character of a baby and a figure. By setting AI as an active partner in collaboration rather than a mere tool, the project experiments with AI suggestions and human interpretation in artistic creation, including planning, narrative, space, and sound. Consequently, this study expands the boundaries of subjectivity and medium of artistic creation and suggests new creative ecosystems and aesthetic possibilities for narrative-based AI art.

Keywords:

Human–AI Collaboration, Collaborative Subjectivity, Posthuman Subjectivity, Narrative-Based AI Art, AI Narrative Extending

키워드:

인간-AI 협업, 협업적 주체성, 포스트휴먼 주체성, 서사 기반 AI 예술, AI 내러티브 확장

Ⅰ. 서 론

현대사회에서 ‘정체성’은 더 이상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기술적 조건에 따라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석되는 관계적 개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1]. 정체성은 현대예술의 핵심 주제 중 하나로, 다양한 매체와 방식으로 탐구되고 있다. 예컨대, ‘True Self: The Search for Identity in Modern and Contemporary Art’과 같은 전시에서 작가들은 인종, 젠더, 사회적 배경 등 복합적 정체성을 예술의 중심에 두고 있다. 이는 현대사회가 직면한 다양성, 소수자 권리, 사회적 불평등 이슈와 긴밀히 연결된다[2]. 현대 예술에서의 정체성 개념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등장과 맞물려 예술 창작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도구와 협업 파트너를 제공하는 동시에, 예술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 창작 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는 파트너로 등장하며, 예술의 내러티브 형식과 표현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폴 리쾨르(Paul Ricoeur)는 내러티브 정체성 이론에서 자아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재구성되는 “이야기 속의 나(narrative self)”로 정의하였다. 자아란 단순히 주어진 존재가 아니라, 이야기되는 주체이며, 시간 속에서 지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담보하는 이야기 구조를 통해 자신을 이해한다고 주장한다[3]. 이와 같은 주장은 이야기 구조와 정체성 형성의 관계를 긴밀하게 연관짓는다.

생성형 AI는 데이터 기반의 학습을 통해 인간의 창작 능력을 모방하고 확장하며, 예상치 못한 조합과 변형을 통해 새로운 예술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예술가가 자신의 창작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4]. 또한, AI는 예술 작품의 제작 과정을 자동화하고, 예술가에게 더 많은 시간과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AI의 개입은 예술의 진정성과 독창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AI가 생성한 작품은 누구의 창작물로 간주해야 하는가? AI는 단순히 도구일 뿐인가, 아니면 공동 창작자인가? 이러한 질문들은 예술의 가치 평가 기준과 저작권 문제에 대한 새로운 논의를 필요로 한다[5].

본 연구는 이러한 맥락 속에서 생성형 AI 도구들과의 협업을 통해 ‘피규어 김초록’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창조하고, 김초록의 정체성과 서사를 시각적으로 구축해가는 과정을 탐색한다. ‘피규어 김초록’은 아기와 피규어의 형태를 결합한 혼종적 존재로서,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기술적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인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AI와의 협업을 통해 ‘피규어 김초록’의 내러티브를 시각화하고, 이를 통해 인간과 AI의 협업이 단순한 기술적 결합을 넘어 정보의 재구성과 시각적 표현 측면에서 어떻게 서사를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연구자는 본 연구를 통해 다음의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 - 생성형 AI와 인간의 협업은 시각 예술의 내러티브 구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 - 각 AI 도구는 서사 구조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변환하는가?
  • - AI 미학은 AI 기반 예술에서 어떻게 실현되는가?

질문에 관한 탐구방법은 이론적 고찰과 실험적 창작 과정을 통합한 복합적 접근법을 채택한다. 이론적 고찰은 정체성의 개념과 포스트휴먼 주체성, AI 예술의 협업적 주체성, 그리고 AI 미학 속의 내러티브 재구성을 중심으로 구성되며, 문헌 연구와 분석을 통해 관련 이론을 검토한다. 실험적 창작 과정은 ‘피규어 김초록’ 프로젝트의 기획과 AI 협업을 통한 서사구조의 시각화 과정을 중심으로 다루며, 이 과정에서는 AI 도구인 ChatGPT, Tripo AI, Loudly 등을 활용하여 서사를 구성하고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각 도구의 기능, 특성을 제시한다. 본 연구에서는 최종적으로 AI와의 협업을 통한 캐릭터 및 세계관 구축과 캐릭터의 성장 단계별 시각적 결과를 비교하고, 내러티브의 표현 과정에서 AI 도구의 창작 개입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는 것에 의의를 둔다. 이를 통해 AI 예술의 창의적 잠재력을 탐구하고, AI 시대의 예술 창작 방향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배경

2-1 정체성 담론 및 포스트휴먼 이론

스튜어트 홀(Stuart Hall)은 문화적 정체성을 단순히 ‘존재(being)’의 문제가 아니라 ‘되어감(becoming)’의 과정으로 보았다. 그는 정체성이 이미 완성된 사실이 아니라 ‘재현’ 내에서 구성되는 생산물이라고 강조했다[6]. 이처럼 기존의 정체성 개념은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닌,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개인적 경험에 의해 끊임없이 구성되고 재구성되는 유동적인 과정으로 이해되고 있다. 현대예술에서 정체성을 표현하는 예술은 정치적 측면, 젠더적 측면 등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된다. 니콜라스 미르조프(Nicholas Mirzoeff)는 시각문화가 단순한 이미지 연구가 아니라 권력과 정체성의 관계를 드러내는 적극적인 장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시각문화를 “시각적 행동주의(visual activism)”로 재정의하며, 이미지가 어떻게 권력의 위계질서를 강화하거나 도전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시각적 관계를 통해 정체성의 정치적 측면을 탐구할 수 있다[7]. 또한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반복적 수행에 의한 젠더 정체성 구성에 관한 이론은 페미니즘과 퀴어 예술에서 정체성의 불안정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작업들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했으며, 반복적 행위를 통해 젠더 정체성이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이해하게 해준다[8]. 이와 같이 기존의 정체성 개념은 인간의 주체성을 중심으로 해석되고, 표현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생성형 AI의 등장은 예술이 인간의 주체성에 의한 고유의 영역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에 질문을 던진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기술 복제 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예술의 아우라가 기술 복제에 의해 훼손될 수 있음을 경고했지만[9], 사진의 대중화와 같이 AI 의 대중화는 단순히 기술을 통한 복제를 넘어 새로운 창작 주체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분석하여 독창적인 결과물을 생성할 수 있으며, 이는 예술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정체성의 범위를 확장하고 심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인간-AI 협업의 정체성 확장의 과정은 포스트휴먼 이론을 통해 더욱 심화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 로지 브라이도티(Rosi Braidotti)는 “The Posthuman”에서 인간 주체성의 경계를 기술, 환경,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행위에 대한 논리적 관점을 제공한다. 브라이도티는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주체성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10]. AI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정체성을 시각화하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되고 있으며, 인간 중심의 주체성을 넘어선 새로운 정체성을 탐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피규어 김초록” 프로젝트는 생성형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해 유동적인 정체성을 탐구하고 시각화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프로젝트는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창작 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파트너로 설정함으로써, 기존의 예술 창작 방식에 도전하고 새로운 정체성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2-2 AI 예술표현에서의 협업적 주체성의 발현

현대예술에서 생성형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예술 창작의 동반자로 기능하며, 예술의 본질과 주체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그림 1 상단의 스테파니 딘킨스(Stephanie Dinkins)의 ‘Not the Only One’은 AI와의 대화를 통해 가족의 기억과 정체성을 공동 생성하는 작업이다. 이 작품에서 AI는 흑인 가족의 구술 역사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족 구성원들과 대화를 나눈다. 딘킨스는 AI를 기억의 매개체로 활용하여, 흑인 공동체의 집단적 정체성을 탐색하고 재구성한다. AI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연결을 제시함으로써 가족 구성원들의 기억을 활성화하고, 잊혀진 이야기를 되살리는 역할을 수행한다[11]. 이 과정에서 AI는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동반자로 기능할 수 있으며, 이는 AI 예술 협업에서 공동 주체성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림 1 하단의 제이크 엘위스(Jake Elwes)의 ‘The Zizi Show’는 드래그 아티스트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새로운 정체성과 시각 언어를 구현한 사례이다. 엘위스는 GAN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을 사용하여 드래그 아티스트들의 이미지와 스타일을 학습시키고, AI가 생성한 새로운 드래그 퀸 이미지를 선보인다. 이 작품에서 AI는 젠더 표현의 유동성을 탐구하며, 기존의 젠더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젠더 정체성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엘위스는 AI를 퀴어 미학의 실험 도구로 활용하여,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다양성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며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한다[12].

Fig. 1.

“Not the Only One” exhibition & “The Zizi Show” screen

이러한 사례들은 AI가 기존 미학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예술적 문법을 창출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인간 예술가의 무의식적 편향을 드러내고[13], 예상치 못한 조합과 변형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생성할 수 있다. 또한 AI는 방대한 데이터 세트를 기반으로 작동하므로, 인간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패턴과 관계를 발견하고,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는 AI가 창작 촉매제로서 기능하며, 예술가의 창의성을 자극하고 새로운 영감을 제공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공동 창작자’로 간주되며, 창의성의 주체 범위를 재정의하게 된다. 이러한 협업적 주체성의 발현은 앞서 설명한 정체성 담론 및 포스트휴먼 이론과 긴밀하게 연결된다. AI는 인간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재구성하는 도구로서 기능하며, 동시에 인간과 기계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AI 예술 협업은 인간 중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주체성을 모색하는 시도이다. 이는 예술이 더 이상 인간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AI와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공진화적 창작 과정임을 의미한다.

2-3 AI 미학 속의 내러티브 재구성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는 인공지능이 예술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며 AI 미학(AI aesthetics)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마노비치는 AI가 단순한 기술적 도구가 아니라 문화적 의미를 재구성하는 주체라고 보았으며[14], 최근의 논의에서는 생성형 AI의 미학적 의미를 ‘인간-기계 협력적 창조성의 실험’으로 확장하였다[15]. 본 연구에서는 마노비치가 제시한 AI 미학을 적용하여 생성형 AI가 작품의 내러티브 구조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AI 미학은 AI가 생성하는 데이터의 특성, 생성 과정, 그리고 문화적 의미를 포괄적으로 고려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는 AI가 단순히 예술가의 도구가 아니라, 자체적인 미적 기준과 논리를 가지고 창작에 참여하는 알고리즘적 주체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AI 기반 예술 작업에서 창작자는 AI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다양한 AI 생성물(텍스트, 이미지, 형태 등)을 조합하며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경로의 내러티브를 구성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단순한 데이터 생성기가 아니라,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Unsupevised”시리즈는 이러한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대표적 사례이다. 이 작품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방대한 소장품 데이터를 AI가 스스로 분석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인간의 개입 없이도 새로운 형태와 감각을 창출한다. 회화, 조각, 사진 등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의 작품들이 데이터로 변환되어 AI의 알고리즘 안에서 자유롭게 얽히고 섞이면서, 전통적인 미술사적 맥락을 넘어서는 새로운 이야기들이 만들어진다. 관람자는 이 흐르는 추상 이미지 속에서 과거 예술의 기억, 현재의 감정, 미래의 가능성이 중첩된 시청각적 내러티브를 체험하게 된다. 이처럼 아나돌은 AI를 통해 데이터의 추상성과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을 탐색한다[16].

위 사례는 AI 미학이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예술의 의미, 경험, 그리고 가치에 대한 질문을 제기함을 보여준다. AI는 예술 창작의 주체로서 인간과 협력하며, 창의성의 범위를 확장하고 새로운 미적 경험을 창출한다. 이처럼 AI 미학은 인간과 AI의 협업적 주체성의 발현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다. “피규어 김초록” 프로젝트는 이러한 AI 미학의 관점에서 볼 때, ChatGPT, Tripo AI, Loudly 등의 AI 도구를 활용하여 캐릭터의 형태, 공간 이미지, 서사 구조 등을 생성하고, 이를 큐레이션하여 내러티브를 재구성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프로젝트은 AI 미학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AI가 예술 창작에서 새로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수 있다.


Ⅲ. 작품의 기획 배경 및 콘셉트

3-1 기획 배경 및 의도

《피규어 김초록》 프로젝트에서는 연구자 본인이 정의한 “상품화된 사회적 정체성” 개념을 중심으로, 자아 형성과 사회적 가치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상품화된 사회적 정체성” 개념은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이 다양성을 인정받기보다, 상품처럼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단순히 소비되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사회적으로 규격화된 정체성의 형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정체성은 “아기의 순수성”과 “피규어의 상품성”을 결합한 ‘김초록’이라는 가상의 존재를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나며, 여기서 ‘아기’는 발달심리학적 관점에서 타인의 보살핌과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인간이 태어난 후 성장 과정의 출발점을 상징한다. 존 볼비(John Bowlby)는 애착 이론을 통해 아기가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이후 사회성 발달과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17]. 이러한 관점에서 아기의 형태는 정체성 형성의 발단을 의미하며, 사회로 나가는 시작점을 상징할 수 있다. 반면 ‘피규어’는 수집품으로 판매되는 상업적 아이템으로, 기업이 상품화하고 이익을 창출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 두 요소의 결합은 개인의 내면적 자아와 그를 둘러싼 사회적 구조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시각화하고, “상품화된 사회적 정체성”을 표현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피규어 김초록이 아기의 단계에서 성년의 단계까지 성장하는 과정은 AI 생성물로 구성된 가상 환경에서 이루어진다.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상의 연구소, ‘부유하는 기형의 연구소’에서는 피규어를 생성하고 판매한다. 작품의 감상자는 피규어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A급 피규어, ‘김초록’의 성장 과정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고, 구매한다.”, 성장이 일어나는 주요 배경인 “부유하는 기형의 연구소”는 폐쇄적이고 실험적인 환경을 암시한다. “부유하는 기형의 연구소”는 프롬프트를 통한 인간-AI의 상호작용을 통해 구현되며, 피규어 김초록은 이러한 가상 환경에서 인간의 생애주기 과정(영아기-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성년기)과 캠벨의 영웅 서사 구조(출발-시련-귀환)을 모티브로 재구성된 기원-탐색-혼란-변화-자각의 성장 서사에 따라 사회적 자아가 성장하게된다. 이처럼 AI와의 협업을 통해 가상의 환경과 성장 서사를 구축하는 접근 방식은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재구성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3-2 캐릭터 표현 콘셉트 “피규어 김초록”

캐릭터의 콘셉트를 기획하는 과정은 이미지 학습과 논리적 프롬프트 작성, 프롬프트에 따라 다양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대표적인 AI 도구인 chatGPT를 활용하여 진행하였다. 캐릭터의 초기 콘셉트는 “정체성이란 무엇인가”, “사회는 개인을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규정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으며, GPT와의 대화에 따라 ‘아기(Baby)’와 ‘피규어(Figure)’라는 두 가지 형상의 통합이 자연스럽게 도출되었다. “김초록”이라는 이름 또한 위와 같이 대화의 과정에서 도출된 것으로, 한국어에서 ‘초록’이 상징하는 ‘자연, 성장, 가능성’의 이미지를 차용하였다. 초록색은 생명력과 성장, 순수성을 의미하는 색채로, 피규어 김초록의 초기 상태(영아기)와 성장 과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성(family name)인 “김(Kim)”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흔한 성 중 하나로, 개별성과 특수성이 지워진, 누구나 될 수 있는 보편적 존재를 상징한다. 이는 작품의 핵심 주제인 “개인의 규격화와 상품화”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선택된 명명이다. 즉, “김초록”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이름과 보편적 성장의 색채를 통해, 사회적 시스템 안에서 개별적 정체성이 어떻게 대중성과 상품성에 포섭되는지를 드러낸다.

GPT는 ‘아기’를 보호받아야 할 존재, 자아 형성의 출발점, 순수성과 가능성의 상징으로 제안했다. 이는 생애 주기 중 ‘영아기’를 대변하며, 정체성의 가장 원초적이고 비가공된 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피규어’는 GPT에 따르면, 정해진 틀 안에서 반복 생산되고 소비되는 상업적 객체, 즉 현대 사회에서 사람의 가치를 정량화하고 규격화하는 메커니즘을 상징한다. GPT와의 이러한 개념적 조율을 통해, 연구자는 아기의 유기적인 형상에 피규어의 반복적이고 비인간적인 상품성을 결합함으로써, 사회 속 개인의 자아가 어떻게 표준화되고 상품화되는지를 시각화하는 형상으로 ‘피규어 김초록’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형상은 단지 외형의 결정이 아니라, “내면은 자라지 않지만 외부는 사회 시스템에 따라 성장하고 평가되는 존재”라는 개념적 구조를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GPT와의 반복적 대화 속에서 이 형상은 더욱 구체화되었고, “정체성의 흔들림”, “성장의 시간성”, “사회적 시선에 의해 규정된 자아” 등의 키워드들이 프롬프트 구조에 반영되어 최종 형상으로 발전하였다. 최종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이 구성하여 이미지를 생성하였다.

Fig. 2.

Character expression prompt

‘피규어 김초록’의 캐릭터 표현 콘셉트는 다음과 같은 핵심 요소를 포함한다.

  • - 아기의 순수함과 연약함: 타인의 보살핌을 필요로하는 아기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압력과 평가로부터 취약한 인간의 내면적 자아를 상징적으로 표현함.
  • - 피규어의 상품적 가치: 획일화된 외모와 규격화된 포즈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가치가 상품처럼 평가되고 소비되는 현실을 비판적으로 성찰함.

결과적으로, '피규어 김초록'은 아기와 피규어의 이중적 속성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정체성 혼란과 사회적 압력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며, AI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차원의 자기 성찰을 유도한다. 이는 본 연구가 제시하는 AI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3-3 세계관 표현 콘셉트 “부유하는 기형의 연구소”

그림 3은 작품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스틸 컷으로, “부유하는 기형의 연구소”의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작품의 세계관을 구성하기 위하여 앞서 연구자 본인이 정의한 “상품화된 사회적 정체성” 개념과 “피규어 김초록”의 특성을 결합하고자 하였다. GPT에게 두 요소의 내용을 학습시키고 가상의 세계관에 관한 아이디어 제안을 요청하였고, GPT는 ‘사회적으로 엄격하게 규정된, 사회적 압력이 존재하는, 아기의 성장, 상품화된 사회적 자아’ 와 같은 키워드를 중심으로, 가상의 거래소에서 아기 형태의 피규어를 판매하고 소비하는 시장 체계를 제안하였다. 이에 본 연구자는 다양한 실험의 장이라는 의미로 “연구소”의 개념을 적용하도록 피드백하였고, 연구소의 추상적인 형태와 가상의 연구소임을 강조하는 명칭을 제시해달라 요청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명명된 “부유하는 기형의 연구소”는 피규어를 생성하고 판매하는 거래소와 실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가상의 환경으로써, 이곳에 존재하는 가상의 연구소 판매원은 화면 너머의 감상자와 소통하며 피규어를 판매한다. 피규어는 A-E 등급의 등급제로 나누어지며, 판매원이 피규어를 판매하고자 할 때에는 반드시 해당 피규어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규율이다. 이와 같은 세계관에서 작품의 감상자는 피규어를 구매하는 소비자의 입장이 되어 ‘김초록’의 성장 과정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고 구매하게된다. 세계관의 세부적인 내용은 GPT와의 질의응답으로 구체화되었는데, GPT는 피규어의 상품성을 고려하여 피규어를 등급제로 나누기를 제안하였고, 아기가 상품화되기까지의 과정을 공유하는 콘셉트로 감상자의 심리적 공감을 유도하도록 제안하였다.

Fig. 3.

The first scene(top), last scene(bottom) of the work*artwork subtitled by Korean


Ⅳ. 작품의 내러티브 구조 분석

4-1 캐릭터 성장 구조

그림 4는 작품에서 캐릭터의 성장구조가 드러나는 장면이다. 작품의 내러티브 구조 구성에 있어, 연구자는 “성장”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사회적 자아의 형성”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GPT에게 던졌다. 이에 대하여 GPT는 인간 생애주기 이론과 캠벨의 영웅 서사 구조를 참조하여, 성장의 본질을 다섯 개의 핵심 단계 - Origin(기원), Exploration(탐색), Confusion(혼란), Change(변화), Awareness(자각) 으로 압축해 제시하였다. 생애주기 이론은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전 생애에 걸쳐 신체적,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측면에서 어떻게 발달하고 변화하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며, 인간은 영아기-유아기-아동기-청소년기-성년기를 거친다고 설명한다[18]. 영웅 서사 구조는 조지프 캠벨(Joseph Campbell)이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제시한 서사 구조로, 출발→ 시련 → 귀환의 기본 구조를 포함하는 서사 진행 방식이다[19]. 두 요소의 결합을 통해 사회적 자아의 성장 과정은 ‘기원 – 탐색 – 혼란 – 변화 – 자각’의 5단계로 도출되었다. 이러한 제안은 단순한 이론적 요약이 아니라, 각 단계마다 인간 존재의 근본적 경험(탄생, 탐색, 혼란, 변화, 자각)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의미를 획득하는지를 논의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캐릭터 성장 구조의 키워드와 구성은 다음과 같이 확인할 수 있다.

Fig. 4.

Still cut of the work*artwork subtitled by Korean

Keywords and content by growth stage

4-2 시각적 장면 구성

다음으로 캐릭터의 성장 구조에 따라 단계적으로 변화하는 가상의 연구소의 이미지를 상상해보고자 하였다. 그림 5와 같이 연구자는 GPT에게 기획 의도를 바탕으로 김초록의 성장 내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였고, GPT는 이에 관하여 생애주기 단계와 관련된 키워드를 추출하였다. 가상의 연구소의 공간 구현에 관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탐색의 순간은 어떤 시각적 경험을 동반하는가?”, “혼란은 어떤 공간적 구성으로 재현될 수 있는가?” 같은 구체적인 질문들이 GPT와의 대화 속에서 생성되었고, 이에 대한 답변은 성장 단계별로 감정, 색채, 질감, 구조를 규정하는 데 반영되었다. 결과적으로 GPT는 진행한 논의를 바탕으로 ‘기원 – 탐색 – 혼란 – 변화 – 자각’의 단계를 나타내는 5개의 씬 이미지를 생성하였다. GPT는 그림과 같이 영아기(Infancy)의 단계에서 추출된 “탄생, 부유하는, 보호받는, 외부와 분리된, 자아의 출발”과 같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연한 톤, 젤리 질감, 부드러운 광원”과 같은 톤과 이미지를 제시하였고, [형태적 특징] + [질감] + [빛과 색조] + [감정적 분위기]를 포함한 이미지 프롬프트를 임의로 작성하여 자동으로 이미지 생성을 진행하였다.

Fig. 5.

Visual scene composition process

이와 같이 시각적 장면의 구성은 인간-AI의 질문과 응답의 순환 과정을 통해 진행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은 단순 명령-응답을 넘어 공동 탐구적 창작 과정으로 작용하였다. 이를 통해 감정의 미묘함, 공간 구성의 복합성, 사회적 의미의 계층성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하나의 유기적 내러티브로 통합되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한 인간-AI의 질문과 응답의 순환 과정은 다음과 같이 “질문 제시 – AI 제안 – 피드백과 수정 – 시각화”의 과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

Fig. 6.

The question-answer cycle in visual scene composition

  • 1) 질문 제시: 연구자가 각 성장 단계에서 ‘이 순간의 핵심 감정은 무엇인가?’, ‘어떤 색채와 질감이 이를 드러낼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GPT에게 던진다.
  • 2) AI 제안: GPT는 단계별 키워드를 바탕으로 시각적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예를 들어, 혼란 단계에서는 “붉은 조명 아래 왜곡된 구조물이 떠다니는 공간”과 같이 구체적 디자인 요소를 제안한다.
  • 3) 피드백과 수정: 연구자는 제안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추가 질문(“혼란 속에서도 희미한 희망의 색상을 어떻게 녹여낼까?”)을 제기하며, 다시 AI에게 조정된 프롬프트를 요청한다.
  • 4) 시각화: 수정된 프롬프트를 이미지 생성 툴에 입력하여, 최종적으로 감정선과 내러티브 목표에 부합하는 시각적 장면을 완성한다.

4-3 스토리 전개

앞서 GPT와의 협업으로 생성한 내용을 바탕으로 피규어 김초록의 성장과정을 나타내기 위한 스토리를 창작하고자 하였다. GPT는 “생애주기, 영웅 서사, 단계적 성장”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고려하였고, 창의적인 스토리 전개 방식으로써 게임의 스토리 진행방식을 차용할 것을 제안하였다. 게임의 스토리 진행방식은 플레이어가 주체적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단계마다 사건을 경험하며 성장하는 특성을 지닌다. 이를 참고하여 《피규어 김초록》의 성장 구조 역시 단계별로 ‘새로운 환경 탐색’, ‘정체성 위기 경험’, ‘내적 변모 수용’, ‘사회적 역할 정립’ 같은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체험하는 흐름으로 설계되었다.

구체적인 체험의 내용에 관하여 GPT는 게임의 세부적인 특성 중, 특정 과업을 수행하고 일련의 아이템 획득 및 강화를 통해 성장 단계가 발전하는 흐름을 텍스트 또는 상징적 이미지로 나타낼 것을 제안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화면 상에 과업의 진행을 나타내는 텍스트를 제시하여 작품의 감상자가 가상 연구소 판매원의 안내에 따라 피규어 김초록의 성장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방식의 연출을 하고자 하였다. 기본적으로 ‘기원 – 탐색 – 혼란 – 변화 – 자각’의 5단계의 성장단계를 5개의 씬으로 나누고, 각 씬을 넘어갈 때마다 “성장합니다” 문장의 반복과 함께 성장 단계 발전의 흐름을 나타냈다. 이러한 흐름을 바탕으로 GPT는 시간을 상징하는 타이머, 성장을 상징하는 물뿌리개 등 아이템의 명명 및 획득, 강화 표현을 구현할 것을 제안하였고, 연구자는 그림과 같이 성장 단계의 시작으로써 “타이머를 작동하시겠습니까?”와 같은 텍스트를 제시하였다. 또한 “꿈과 희망의 물뿌리개”를 획득하였습니다” 문장을 통해 아동기의 자아 탐색 과정에서 특정 과제(식물에 물을 주는 행동)를 수행하는 것을 아이템의 획득으로 비유하여 표현하였고, “초심자를 위한 성장 타이머가 업그레이드 됩니다” 문장을 통해 청소년기의 자아 확립 과정에서 학생의 지위가 생기고, 역할의 수행에 따라 성장이 크게 진행된다는 의미로 아이템이 강화되는 결과를 연출하였다. 이러한 방식으로 설계된 스토리의 전개 내용은 표 2와 같이 확인할 수 있다.

Fig. 7.

Story, The way of Expression that borrows from games*artwork subtitled by Korean

Story content by growth stage


Ⅴ. AI 도구의 활용과 공동 창작 과정

본 장에서는《피규어 김초록》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각 AI 도구들이 어떻게 서사와 시각적·청각적 요소를 구체화했는지를 상세히 다룬다. 3–4장의 기획 의도, 내러티브 구조, 세계관 구축 과정 등을 바탕으로, 각 도구의 역할과 상호작용 방식을 설명하고자 한다.

5-1 ChatGPT: 텍스트를 통한 서사 형성

ChatGPT는 기획의 전체적인 콘셉트를 포함하여 김초록의 성장 단계별 서사 흐름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였다. GPT에게 인간의 생애주기별 행동 특성과 피규어 김초록의 성장 단계별 스토리 전개에 대한 내용을 제시하면, GPT는 성장 단계별로 캐릭터의 행동 연출에 적용가능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주었다.

예를 들어 영아기의 특성에 대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이름이 생성되었습니다’, ‘20xx년에 초록콩에서 태어났습니다’ 등 단순히 피규어로 명시된 가상의 캐릭터에게 “김초록”이라는 이름이 부여되는 과정과 태어나는 장소, 시점에 관한 정보를 제안해주었다. 이는 기원 단계에서 자아 인식의 출발을 제시하는 문장으로 활용되었다. 이와 유사하게 유아기의 특성에 대한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와 같이 탐색 단계에서의 주변환경에 대한 호기심을 반영한 문장을 제시하였다. GPT가 제공해준 정보는 가상환경의 구성과 캐릭터에 대한 묘사에 관하여 다양한 서사를 형성해주었다. 이러한 서사는 시각적 연출의 방향성을 결정해주었다.

5-2 Tripo AI: 서사 바탕의 공간 시각화

Tripo AI는 텍스트 프롬프트와 이미지를 기반으로 3D 모델을 생성하는 도구로, 김초록의 성장 환경인 “부유하는 기형의 연구소”를 3D 환경에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활용되었다. 앞선 시각적 장면 구성 과정에서 생성한 가상의 연구소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연구자는 GPT에게 연구소를 구성하는 환경의 구현에 관하여 유기적인 사물의 생성과 배치에 관한 논의를 시도하였고, GPT는 기원-탐색-혼란-변화-자각의 5개의 공간 이미지에 나타난 각각의 형상을 고려하여 사물의 이미지를 제안해주었다. 대표적으로 기원 단계는 '투명한 젤리형 보호막' , ‘초록색의 잎사귀’ 등 생명의 탄생과 보호를 상징하는 다양한 사물에 관한 프롬프트를 제시하였다.

이와 같이 GPT와의 논의를 통해 생성된 사물의 이미지는 Tripo AI의 Image to 3D 기능에 의해 3D 모델의 형태로 구현되었으며, 연구자에 의해 이러한 출력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고 배치되었다. 지속적인 피드백과 수정 과정을 통해 생성된 가상의 유기물들을 3D 공간에 직접적으로 시각화하는 과정은 텍스트와 이미지로만 제한적으로 표현되던 서사적 상상력을 시각적 형태로 명확하게 표현하며, 서사의 감정적 깊이를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Fig. 8.

Production of environment

5-3 Loudly: 공간 바탕의 사운드 생성

Loudly의 “Text to Music” 기능은 ‘부유하는 기형의 연구소’의 다섯 개 3D 씬(기원-탐색-혼란-변화-자각)의 시각적 분위기를 청각으로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우선 연구자는 Tripo AI로 생성한 3D 모델을 배치한 결과물인 각 씬의 스틸 컷 이미지를 GPT에 제시하고, 씬 별로 분위기와 감정을 음악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구체적인 텍스트 프롬프트를 요청하였다. 대표적으로 탐색의 단계를 나타낸 공간 이미지를 제시하면서 “호기심 가득한 첫걸음을 경쾌하게 표현할려면?” 과 같이 질문하면, “빠른 템포의 우드 블록 퍼커션과 밝은 신스 아르페지오, 여기에 짧은 에코를 섞어 ‘발견의 순간’을 구현” 과 같은 프롬프트를 제안해주었고, Loudly에서 해당 프롬프트를 활용하여 자동으로 사운드를 생성하였다. 이와 같이 프롬프트를 통해 사운드를 생성하는 과정은 앞서 제시한 서사 형성, 공간 시각화 단계에서 텍스트-이미지 생성과정을 거쳐 단순히 서사를 시각화하는 과정을 넘어서서 시청각 융합 표현의 다양성을 확장시킨다.

이처럼 ChatGPT, Tripo AI, Loudly는 연구자의 기획 질문을 매체별 프롬프트로 변환해 출력하고, 그 결과물을 다시 연구자가 세밀하게 수정하는 질의–생성–수정의 순환 과정을 통해 한 편의 통합 예술 작품으로 거듭났다. 이러한 통합 프로세스가 바로 생성형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공동 창작자’로 격상시키며, 시각 예술 내러티브의 표현 지평을 확장하는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Ⅵ. 논의 및 의의

6-1 인간-AI 협업의 창작 모델 가능성

‘피규어 김초록’ 프로젝트는 인간과 생성형 AI가 협업하여 예술 창작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본 프로젝트에서는 ChatGPT, Tripo AI, Loudly 등 다양한 AI 도구가 창작 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한다. ChatGPT는 기획 및 캐릭터의 콘셉트 구상과 성장 서사의 구조를 제안하고, Tripo AI는 이를 3D 공간 이미지로 시각화하며, Loudly는 각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을 음악으로 확장한다. 이러한 협업 과정은 AI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창작의 동반자이자 공동 탐구자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은 반복적 피드백과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 예술가는 프롬프트를 통해 질문을 던지고, AI는 이에 응답하여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각적·청각적 결과물을 제시한다. 예술가는 AI의 제안을 선택·수정·조합하며, 최종 결과물을 완성한다.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로는 프롬프트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 생성 결과의 모호성, 일관성 부족 등이 있었으며, 이는 인간의 창의적 해석과 수정을 통해 보완되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협업의 유연성과 학습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인간-AI 협업은 창작의 주체성을 분산시키고, 예술적 상상력의 범위를 확장하는 모델로 기능한다.

6-2 서사 기반 AI 예술의 확장 가능성

본 연구는 생성형 AI가 서사 기반 예술 창작에서 어떻게 확장성을 갖는지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피규어 김초록’의 성장 서사는 인간의 생애주기와 캠벨의 영웅 서사 구조를 결합하여, 기원-탐색-혼란-변화-자각의 5단계로 구성된다. 이 서사는 AI의 제안을 바탕으로 시각적 장면, 공간, 사운드 등 다양한 매체로 변환된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인간이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조합과 변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Tripo AI는 텍스트-이미지 중심 내러티브를 3D 공간 이미지로 변환하여, 감정·공간·사회적 의미가 통합된 유기적 내러티브를 형성한다. Loudly는 각 단계의 감정과 분위기를 음악으로 확장하여, 다감각적 예술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과정은AI 미학의 관점에서 볼 때, AI가 예술 창작에서 새로운 미적 기준과 논리를 갖는 주체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서사 기반 AI 예술은 단일 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텍스트-이미지-사운드 등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다. 또한, AI의 반복적 제안과 인간의 선택·수정 과정을 통해, 다중 경로의 내러티브와 열린 구조의 예술 창작이 가능해진다. 이는 동시대 예술에서 정체성, 사회적 의미, 기술적 실험이 결합된 새로운 창작 방식을 제시한다.

서사를 중심으로 한 생성형 AI 예술은 다음과 같은 확장 가능성을 가진다. 첫째, 관객 참여 기반 인터랙티브 내러티브 구현이 가능하다. AI가 관객의 선택이나 감정 반응에 따라 서사를 실시간 조정할 수 있으며, 이는 감각적 몰입도를 강화한다. 둘째, 교육/치료/기억 복원 등의 사회적 영역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자전적 기억을 시각화하거나 정체성의 재인식을 유도하는 프로그램으로의 전환 가능성도 논의될 수 있다. 이처럼 본 작업은 서사 기반 AI 예술의 다중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실천적 사례로 기능한다.


Ⅶ. 결 론

7-1 연구 요약

본 연구는 생성형 AI와의 협업을 통해 ‘피규어 김초록’이라는 가상 캐릭터의 성장 서사와 시각적·청각적 표현 과정을 탐구하였다. AI는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의 각 영역에서 창작자와 상호작용하며,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예술 경험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인간-AI 협업이 예술 창작의 주체성과 표현 방식을 변화시킬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예술의 생산자(작가) 개념을 재정의하고, 창작의 주체성을 AI와 인간이 공동으로 구성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7-2 한계 및 향후 과제

본 연구의 한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AI 도구 간 통합적 창작 환경의 부재로 인해, 정보의 일부가 변형·손실되는 문제가 있다. 둘째,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평가 기준과 저작권 문제 등은 여전히 논의가 필요한 과제이다. 셋째, 본 연구는 시각 및 청각 중심의 창작에 한정되었으며, 관람자와의 상호작용 등은 충분히 다루지 못했다.

향후 연구에서는 AI 도구의 통합적 창작 환경 구축, AI 예술의 평가 기준 및 윤리적·법적 문제에 대한 심층적 논의, 그리고 참여적 예술 창작으로의 확장 시도가 필요하다. 또한, 교육, 전시, 미디어 치료 영역에서의 실질적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여, 생성형 AI 예술이 문화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는 조건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7-3 기대 효과 및 확장 가능성

결론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인간-AI 협업 기반의 창작 모델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함으로써, 동시대 예술 창작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공하고자 한다. 특히 내러티브 기반의 AI 예술이 확장 가능함을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예술가와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창작 도구와 전략을 제안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체성, 사회적 의미, 기술적 실험을 결합한 예술 창작의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시각 예술 분야에서의 이론적·실천적 논의를 한층 더 심화시키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AI와의 협업을 통해 서사 구조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예술 창작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인간과 AI 간 협력 과정 속에서 시각 예술의 서사 창작이 지닌 실제적 가능성과 그 한계를 함께 조명하며, 동시대 예술 창작의 이론적·실천적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 본문에서는 단순한 자동화나 도구적 보조를 넘어, AI의 창의적 개입이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층위의 형상화와 분석에 이바지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였다. 나아가 AI는 감정 상태, 기억 구조, 사회적 역할과 같은 요소들을 이미지와 텍스트로 변환함으로써, 기존의 인간 중심 미학 구조를 재해석하고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특히, 서사 기반의 AI 예술은 포스트휴먼 시대의 새로운 주체성, 즉 인간과 비인간이 협력적으로 의미를 생성하는 예술적 실천의 장으로써[15],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새로운 ‘창작 생태계’의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cknowledgments

이 논문은 2024년도 중앙대학교 연구년 결과물로 제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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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김아영(Ah-Yeong Kim)

2024년:국립창원대학교 미술학 (예술학사)

2024년~현 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 석사과정

※관심분야:Media Art, Immersive Content 등

박진완(Jin-Wan Park)

1995년: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 (공학사)

1998년:Pratt CGIM ComputerMedia (MFA)

2003년~현 재: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 교수

※관심분야:Art&Technology. Procedural Animation 등

Fig. 1.

Fig. 1.
“Not the Only One” exhibition & “The Zizi Show” screen

Fig. 2.

Fig. 2.
Character expression prompt

Fig. 3.

Fig. 3.
The first scene(top), last scene(bottom) of the work*artwork subtitled by Korean

Fig. 4.

Fig. 4.
Still cut of the work*artwork subtitled by Korean

Fig. 5.

Fig. 5.
Visual scene composition process

Fig. 6.

Fig. 6.
The question-answer cycle in visual scene composition

Fig. 7.

Fig. 7.
Story, The way of Expression that borrows from games*artwork subtitled by Korean

Fig. 8.

Fig. 8.
Production of environment

Table 1.

Keywords and content by growth stage

Figures Kim Chorock Growth Stage Life Cycle Stage Campbell's Hero Narrative Keywords Context
Origin Infancy Beginning / Birth Beginnings of being A baby is born
Exploration Toddlerhood Adventure / Explore Curiosity, exploring the environment Becomes curious about its surroundings
Confusion Childhood Trials / Confusion Identity confusion, self-conflict Explores their environment
Change Adolescence Revelation / Transformation Establishing self, switching roles Develops roles and accomplishments
Awareness Adulthood Recognition / Insight Social integration, self-reflection Takes on social roles and responsibilities

Table 2.

Story content by growth stage

Story in stages of growth
Growth Stage Context
Origin The figure Kim Chorok is created and given a name, The growth timer starts to run.
Explore Curiosity about the outside world is expressed, and they try to interact with a variety of toy-like objects.
Confusion begins to form social relationships Experiencing self-exploration and psychological conflicts as they perform tasks.
Change With an established sense of self, they recognize their social role and constantly strive to live up to social expectations. Over time, the growth timer is upgraded.
Awareness Kim Chorok recognizes his position as a member of society. As a figure, Kim Chorok is graded, commodified, and sold to consumers.